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 우리의 직관 너머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의 시간
카를로 로벨리 지음, 이중원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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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대중과학서는 적당히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어야 하죠. 적당히 어렵다는 말은 독자가 가지고 있는 과학적 지식의 경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새로운 지식이나 관점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만약 너무 멀어버리면 이해가 안되거나 지레 포기해 버리기 때문에, 경계 안쪽으로 들어와 버린다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이나 관점을 되풀이하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의미가 줄어들지요. 독자의 지식 층위는 굉장히 그 폭이 넓어서 '적당히 어렵다'라는 요건을 맞추기에 굉장히 까다로운 것은 사실입니다. 더구나 재미까지 있어야 한다니요. 전문가들의 글쓰기는 재미와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이지요. 카를로 로벨리는 전작인 '모든 순간의 물리학'에서 만나본 적 있습니다. 현대 물리학에 대한 개론 강의를 모아 놓은 책이었는데 '나'에게는 좋은 과학대중서의 요건에 부합한 책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물리학의 눈으로 본 ‘시간’에 대한 개론서인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를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고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당연하게도 현대 물리학에서는 부정된다고 합니다. 시간은 유일하지도, 흐름의 방향이 있지도 않는다고 하는군요. 심지어 양자 단계에서의 시간은 연속적이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또한 우주의 시간 구조는 수많은 광원뿔로 이루어져 과거의 연속적 시간 층위와는 전혀 다르다고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1, 2부의 내용입니다. 억지로 이해하는 척하면서 넘어왔지만 이런 노력도 3부 시간의 원천에서 무너져버리고 맙니다. 제가 배움이 아직 부족한 탓인지 3부를 읽는 내내 눈으로 글은 읽고 있지만 머리에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겪어보는 한 페이지 넘기기 어려운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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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디
코트니 서머스 지음, 이나경 옮김 / 황금시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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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대상이 된 한 소녀와 그녀를 위해 복수의 길을 선택한 자매. 아마존이나 굿 리즈에서 좋은 평을 얻고 있는데 YA 미스터리물의 수작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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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 은유, 기계, 미스터리의 역사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사이언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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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사람 몸 곳곳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인체의 기관입니다. 보통 죽음은 이 심장이 멈추는 것으로 비유할 정도로 중요한 기관입니다. 과거에는 감정을 느끼는 곳으로 오해하기도 했지요. (이건 사랑을 해보면 뇌가 아닌 심장을 감정의 중추로 오해했는지 알 수 있죠 ^^) 하지만 학창시절 심장에 대해 잠깐 배운 것을 제외하고는 그 중요한 심장에 대해 자세히 나온 책을 읽어본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마침 ‘심장 - 은유, 기계, 미스터리의 역사’ (샌디프 자우하르 著, 서정아 譯, 글항아리사이언스, Heart: A History)의 신간 이벤트에 응모하여 운좋게 읽어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저자인 샌디프 자우하르 (Sandeep Jauhar)는 의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특이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현직 심장내과의로 ‘심장’은 그의 세번째 책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본인의 심장 이상 (관상동맥 석회화)과 심장 마비로 인한 친할아버지의 사망에 대한 이야기로 서두를 꺼냅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무려 16만킬로미터(지구를 4바퀴를 감을 수 있는 길이)에 달하는 혈관에 평생동안 30억번의 펌프질을 하여 혈액을 공급함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움직이는 엔진인 심장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자는 삶과 죽음을 부여함과 동시에 다양한 의미와 역사를 가진 심장에 관한 이야기에 대해 현직 심장내과의 만이 쓸 수 있는 각종 case에다 그에 머무르지 않고 흥미를 잃지 않도록 개인의 경험과 풍부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책을 써나갔습니다. 이 책을 통해 심장 뿐만 아니라 그와 관련한 의학의 발전사까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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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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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대해 매우 크게 오해했습니다. 전통 민담 + 판타지라는 기본 소개만 보고 해님 달님 이야기를 패러디한 이야기를 경쾌한 문체로 전개할 것이라고 생각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이 오해는 어디에서 비롯한 것일까요?) 하지만 ‘오직 달님만이’ (장아미 著, 황금가지)는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에는 다소 어두운 소설입니다.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가벼운 민담 패러디물로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모현의 희망과 회현의 한을 뒤섞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장아미 작가의 세련된 솜씨에 읽는 내내 모현을 응원하면서도 회현을 차마 미워하지 못하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책을 읽어 나갔고 그리 짧은 분량의 소설은 결코 아니지만 길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할 정도로 몰입하였습니다. 또한 홍옥의 진중함과 명의 경쾌함 등은 긴장된 독서를 다소 풀어주는 청량제 역할을 해주어 너무 무겁지만은 않도록 균형을 잡아주는 등 작가의 노련함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우리에게 맞지 않고 겉돌거나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설정의 장르 소설들이 많았는데 최근 들어 정말 우리 것이라 생각할 만한 소재와 설정의 소설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우리 것이 좋은 것’ 혹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촌스러운 구호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라 장르 문학이 진정으로 우리 문학 생태계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또한 이러한 현상은 최근 한국 장르문학계에 어디에 내놔도 남부끄럽지 않은 멋진 글을 쓰는 분들이 많이 나타나는 원인의 하나도 그동안 우리 것이 되어가는 ‘축적의 시간’이 바탕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모로 생각할 바가 많겠지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독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책들이 많아 행복하고 좋은 작가들의 신간을 기다리는 마음에 또 행복합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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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마리즈 콩데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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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중심의 중세 암흑기를 지나 인간 중심의 부흥 운동이 르네상스 (Renaissance)라는 이름으로 한참 일어나고 있을 무렵, 한편에서는 종교의 이름 아래에 마녀로 몰려 만 단위가 넘는 많은 사람들을 죽여 버린 학살이 있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로의 이행 단계에서 경제적 이해관계 하에서 일어난 반 여성운동(실비아 페데리치 著 ‘캘리번과 마녀’)과 종교적 광기에 기반한 폭력성의 배출(제프리 버튼 러셀 著 ‘마녀의 문화사’)이 종교적, 사법적 권위와 결합(브라이언 P. 르박 著 ‘유럽의 마녀 사냥’)하여 일어난 반인륜적인 학살 행위입니다.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마리즈 콩데 著, 정혜용 譯, 은행나무, 원제 : Moi, Tituba sorcière... Noire de Salem)는 마녀 사냥의 피해자인 티투바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마녀 사냥이 시작되었던 유럽에서는 마녀 사냥의 광기가 끝날 무렵인 1692년에 미국의 세일럼 빌리지라는 곳에서 일어난 ‘세일럼의 마녀재판’입니다. 마녀 재판의 피해자 세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바로 티투바입니다. 매사추세스 주 정부는 1957년 해당 사건에 대한 사과를 하고 당시 마녀로 몰린 사람들에 대해서는 복권을 하였지만 티투바의 행적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마리즈 콩데는 그 원인을 흑인이며 여성 노예였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티투바에 대한 가상의 일대기를 소설로 쓴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책을 읽는 내내 티투바의 어머니 아베나와 티투바의 불행한 삶에 마음이 아팠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고통일 수 밖에 없고 일상의 소소한 행복 역시 그것을 뒤엎는 더 커다란 불행으로 인해 역시 고통일 수 밖에 없는 삶. 차라리 스스로 목숨을 놔버린 티투바의 양부 야오가 더 행복하게 느껴질 졍도였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물적 대상으로 삼았을 때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은 얼마나 피폐해질 수 있는지, 사람이 누려야할 당연한 행복을 조금이나마 누리기 위해서는 그 피폐함을 이겨내기 위한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한지를 마리즈 콩데는 이 작품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티투바의 삶이 가슴 아플 정도로 절절하지만 일독을 권할 정도로 압도적인 독서 경험이었음을 고백합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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