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 - 합리적으로 의심하고 논리적으로 질문할 줄 아는 시민의 과학 리터러시 훈련법
도다야마 가즈히사 지음, 전화윤 옮김 / 플루토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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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과학이라는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관련하여 과학대중서 역시 기회가 되면 독서 우선 순위에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 내가 왜 과학대중서를 읽고 있나 하는 생각을 하지만 명확한 답을 낼 수는 없었습니다. 그냥 재미있고 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었으니 그걸로 되었다 생각만 했지요. 이번에 해답을 줄 수 있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플루토 출판사에서 나온 “과학자에게 이의를 제기합니다.(도다야마 가즈히사 著)”가 바로 그것입니다. 이 책은 과학 지식보다는 과학적 사고방식에 대한 책입니다. 저자는 이를 과학 리터러시라고 정의하였고 책의 구조 역시 과학 리터러시를 훈련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지만 사실 사실 과학은 믿음의 대상이 아니라 의심이나 회의의 학문입니다. 진리를 찾기 위해서 항상 의심하는 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과학하는 태도입니다. 절대 진리의 과학적 지식이란 없기 때문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납득할 만한 이론이 존재할 뿐이고 지속적으로 이를 개선하고 발전시키는 것이지요. 과학은 한 사람의 천재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았고 모든 과학 천재들 역시 “거인의 어깨 위”에서 조금 더 멀리 내다봤을 뿐일 것입니다.

반면에 종교는 믿음의 대상입니다. 종교와 과학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해서는 안되는 이유가 바로 그것입니다. 두가지를 섞어 버리면 유사 과학 내지는 도그마에 빠져버리게 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1장에서 이런 점을 전제하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또한 저자는 과학 이론과 가설 중 어떤 것이 더 실제에 가까울지 구분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합니다. 오컴의 면도날이라는 표현하였듯이 현상을 기준으로 각종 가설을 덧붙인 이론보다는 현상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있는 가설이 일반적으로 실제에 가까운 경우가 많으니 이를 활용하여 구분하고 판단하면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리고 저자는 과학적 사고의 핵심인 추론과 검증에 대해 힘을 주어 설명합니다. 추론이란 생각하는 법이고 이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훈련되지 않고 검증하지 않은 추론은 잘못된 방법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유사 과학의 경우 자체적인 완결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검증을 하지 않거나 선택적 검증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자는 이런 유사과학이나 잘못된 추론을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이 과학적 사고방식의 훈련이라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인이 유사과학과 제대로 검증된 과학을 구분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특히 많은 유사과학이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뒤섞어 버림으로써 대중을 현혹하면서 대중의 입맛에 맞게 그럴듯한 외피를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어쩌다 한번씩 맞아떨어지는 유사과학의 사례를 통해 대중은 확증 편향에 빠지기도 하구요. 

 또한 유사과학을 믿는 사람을 비웃거나 단순히 웃고 넘길 문제는 아닌데 과학적 사고방식을 가로막아 사회 발전에 장애가 되는 요소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집단 면역 체계를 붕괴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는 백신 거부 운동이나 지속적으로 종교적 맹신을 강요하면서 공교육을 망가뜨리려 창조과학, 과학적 성과를 부정하는 지구평평론자들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과학적 지식의 습득보다는 과학적 사고방식의 훈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로 이것이 과학 리터러시이며 특히 시민들에게 중요합니다. 일반인들이 과학자나 기술자들의 전문성에 압도되어 버린다면 과학기술 만능주의로 빠져들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고 공동체는 새로운 위험에 직면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시민이 항상 깨어 있고 과학적 지식이나 과학 리터러시에 대한 훈련을 지속하여 과학기술의 도입이나 규제에 대한 논의에 참여함으로써 공동체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시민이 과학을 통제한다는 발상은 민주주의의 이념에 부합하는 주장입니다. 다만 전문성과 지식은 당연하게도 과학자나 기술자에 비해 일반 시민이 떨어지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컨센서스 회의를 통함으로써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저자는 시빌리언 컨트롤이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빌리언 컨트롤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일반 시민에 대한 과학적 리터러시와 메타 과학 지식에 대한 교육이 초중고 등 공교육에서 광범위하게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시민이 되고 싶지 않다면 애초에 과학을 배울 필요가 없습니다."

이 책의 주제의식을 드러내는 저자의 말인 것 같습니다.

일반 시민이 과학을 배우는 이유는 지식을 뽐내고자 하는 이유도 아니고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도 아닌, 바로 시민, 시빌리언 콘트롤이 가능한 시민이 되기 위해서라는 주장입니다. 

 

대중과학서의 제대로 된 역할은 바로 과학 지식보다는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방법을 익히게 하는 것이라 한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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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라미드 스핑크스
임오르 지음 / 북랩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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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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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팩토리 - 공장은 어떻게 인류의 역사를 바꿔왔는가
조슈아 B. 프리먼 지음, 이경남 옮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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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풍요, 번영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반드시 그 원인에 들어가야 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공장화에 의한 대량 생산입니다. 인류의 문명사를 되짚고 서술하는 소재는 여러가지일 수 있겠지만 현대의 성격을 규정짓는데 큰 공헌을 한 공장에 대한 역사는 반드시 언급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공장의 역사에 대한 문명사 서적은 그다지 쉽게 찾아 볼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제가 과문한 탓이겠지요. 이번에 시공사에서 출간한 “더 팩토리”는 그러한 거대 공장 (Giant Factory)를 중심으로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뀌어 왔는가를 고찰한 문명사입니다.

 산업 혁명 이후 근대에 접어들면서 공장은 문명의 상징이었으며 경이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수많은 예술가와 철학가는 이러한 공장에 대해 경이와 찬탄을 바쳤으며 두려워하기까지 하였습니다. 또한 공장의 생산력은 과거의 경제 성장률과 비교도 안될 만큼 거대한 성장을 이끌어내어 인류의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만들어냈고 세상의 모습을 완전히 바꾸어 놓으면서 현대성(modernity)의 상징과도 같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공장은 비인간화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굳이 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스 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는 일상에서도 노동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분업으로 대표되는 포디즘(Fordism)이 추구하는 극도의 효율성, 이로 말미암은 노동자의 부품화, 소외화 등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자이언트 팩토리의 탄생에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비인간화 및 갈등, 논쟁, 그리고 노동운동까지 공장의 역사에서 다뤄야할 대부분을 다룰 뿐 아니라 다양한 사례의 서술을 통해 흥미를 잃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폭스콘 등과 같은 초거대 공장도 빼놓지 않고 다룸으로써 18세기부터 21세기의 현재까지의 공장의 역사를 총망라하였습니다.

 앞으로의 공장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릅니다만 현대성을 만들어내는 데 큰 기여를 한 공장의 역사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Ps. 국문판 제목은 더 팩토리인데 원제는 Behemoth: A History of the Factory and the Making of the Modern World이네요. 왠지 이 책의 소재인 자이언트 팩토리를 생각해보면 베헤모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거대 육상 괴수)라는 원제가 더 잘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ps. 잦은 오타가 눈에 띄네요. 다음 판본에는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더팩토리 #조슈아B프리먼 #시공사 #자이언트팩토리 #현대성 #문명사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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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 웨이 다운
제이슨 레이놀즈 지음, 황석희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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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머니의 습진에 효과가 좋은 비누를 사오던 숀이 누군가의 총격에 쓰러지고 이제 막 열 다섯살이 된 윌은 형이 살해되는 그 장면을 목격합니다. 윌이 살고 있는 동네에는 세가지 룰이 있습니다. 첫번째 울지마라, 두번째 밀고하지 마라, 세번째 복수하라. 이러한 룰에 따라 윌은 울지도, 밀고하지도 않고 숀의 권총을 가지고 세번째 룰, 숀을 죽인 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이러한 책소개를 처음 봤을 때 형이 갱단에 의해 살해당한 뒤 동생이 복수하는 이야기 구조를 가진 일반적인 미스터리물 혹은 스릴러물이라 생각했습니다. 책을 마지막까지 읽고 나면 그런 단순한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구나 이 책의 첫 장부터 당혹감이 들 것으로 보입니다. 익숙한 산문체가 아닌 운문체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문체로 인해 저도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처음에 매우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2-3페이지만에 바로 윌에 몰입하여 끝까지 읽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1-2시간이면 읽을 수 있습니다.)


(이하 스포일러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윌이 7층부터 1층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 때 각 층에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는 수수께끼의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복수라고 하는 폭력의 순환 구조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명시적으로 윌이 복수를 포기했다는 정황이나 묘사는 없습니다만 마지막 숀의 대사 “안 와?”는 은원을 초월한 망자들과 함께 가자는 의미로 저에게는 보였습니다. 즉, 숀은 자기를 죽인 사람이 누구이던지간에 윌이 복수를 포기하여 든 은원을 잊고 반드시 폭력의 순환 구조를 이겨내 정상적인 삶을 살기를 바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작가 제이슨 레이놀즈가 책 마지막에 남겨놓은 감사의 글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구금 시설에서 복역 중인 아이들에게도 전할 말이 있습니다. (중략) 하지만 너희는 이겨낼거야. 이겨낼거야.”


책을 처음 수령했을 때 의아한 딱지가 하나 붙어있었습니다. 뉴베리 아너? 제가 알고 있기로는 뉴베리 메달은 아동이나 청소년 도서에 부여하는 문학상으로 알고 있는데 말이죠. 아마도 이 책은 미국 슬럼가에서 어렸을 때부터 범죄에 노출되는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나 봅니다.


#롱웨이다운 #제이슨레이놀즈 #밝은세상 #컬쳐블룸 #뉴베리아너 #황석희



※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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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녀들의 수첩 - 수학이 여자의 것이었을 때
이다솔 지음, 갈로아 그림 / 들녘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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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로아 작가의 전작인 오디세이(레진코믹스),  만화로 배우는 곤충의 진화(한빛비즈), 만화로 배우는 공룡의 생태  (한빛비즈)를 감명깊게 읽었기 때문에 이번 신간 “숙녀들의 수첩”을 읽지 않고 넘어갈 재간이 없었습니다. 다만 청소년 대상의 잡지에 연재되었던 작품이었던 까닭에 전작 “만화로 배우는” 시리즈의 깊이에 비해 다소 얕은 내용일 것이라 지레 오해하였습니다.  하지만 본 작의 두 주인공 마리아 아녜시와 숙녀들의 수첩에 대한 깊이 있는 내용에 섣부른 저의 오해가 부끄러웠습니다. 역시 갈로아 작가의 덕력은 하늘과 땅을 덮을 만큼 높고도 넓군요. 

 또한 뒷담 코너를 담당하신 이다솔 기자님의 글에서 배운 바도 굉장히 많습니다. 18세기 여성에 대한 차별이 21세기에도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의 변화나 혁신은 어찌나 더딘지 실감했으며, 남녀의 능력 차이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고정관념은 더 이상 있어서는 안되며 남녀간의 성차가 차별의 근거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본서의 주제의식에 십분 동감하였습니다. 


가볍게 읽고 넘어가려고 했던 작품이었지만 고민해야할 화두를 많이 던져준 독서였습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ps. 다만 오탈자 좀 어떻게 안될까요?


문재나 혜왕성까지는 어떻게 넘어간다 치더라도 1941년은 치명적이었습니다. ^^


ps. 차기작 "만화로 배우는 생명의 역사"를 준비 중이라 들었는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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