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다카다 아키 엮음, 이진아 옮김 / 베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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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의해 많은 점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토록 전세계가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왕래하는 시대, 즉 '지나치게 연결된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우리는 어떠한 비전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책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꼽히는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에게 줌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연결'에 관련된 세 가지 문제, 즉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국가와 국가의 연결',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결'에 관한 견해를 제시고 아울러 자본주의 미래를 예견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장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에서는 록다운 조치가 취해진 독일에서 저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이야기 하며 앞에서 언급한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제2장 '국가와 국가의 연결'에서는 국제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된 미국과 팽창하는 중국 사이의 '기'싸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 중국의 싸움으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저자는 독일이라는 정체성에서 출발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나아가 EU가 처한 문제를 언급하며 2021년에 예정대로 퇴임했던 앙겔라 메르겔 총리에 관해서도 종합적으로 논평하고 있다. 제3장 '타인과의 연결'에서는 '자기'를 강요하는 SNS의 심각한 문제를 풀어 해석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독일이나 뉴욕과 비교하면서 토론하고 있다. 제 4장 '새로운 경제활동의 연결 -윤리자본주의의 미래'에서는 직접 연관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윤리적인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진화한 자본주의 형태를 구상했다. 이렇게 다양한 '연결'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은 다음, 제5장 '개인이 살아가는 본연의 자세'에서는 다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니까 인간의 사고란 어떤 것인가,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여러모로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사유에 대하여 논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와 편집부가 함께 영어로 마르쿠스 가브리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인터뷰를 편집한 형태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팬데믹을 겪으며 수치나 통계를 익숙해지는 통계적 세계관이 지닌 오류를 밝혀 내고 있다. 그리고 통계보다 양질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통계적 세계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가령, (지금도 그러하지만)코로나 19 감염자와 사망자 수에만 몰두한 나머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해결하기 위해서 집단 면역을 갖출 필요가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을 놓쳐서는 안되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적으로 발표되는 수치가 아니라 그 이면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매일 발표되고 있는 코로나 19 현황을 채우고 있는 수치들에서 우리는 수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 이면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 대한 비전으로 환경을 배려하는 세계, 기술적으로 더욱 진보한 세계를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는 더욱 느긋한 속도로 세계화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졍의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사회상은 조금 이상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현실적으로 이러한 세상이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다보면, 그가 제시하는 비전은 그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해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취한 결과 돈이 모이는 경제 체제'를 만든다고 말한 지점은 흥미롭다. 윤리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이 관여한 프로젝트와 중국의 민주화의 역설을 들여 설명한다. 유기농 식재료의 사용, 사회 계발 세미나를 제공하는 등 윤리적으로 성공한 미헬베르거 호텔 사례를 통해 공동체주의가 신자유주의를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개인 간의 커뮤니티 형성, 연대를 이루는 행위는 분명 무너진 기존의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긴 하나, 아직은 갈 길이 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아쉬운 점은 국가와 국가 간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일본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보기에 너무 이상적이며, 인터뷰이가 일본인이라서 일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말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일본이 일반 국가가 되어야한다는 의견은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써 동의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하는 여러 국가간에 새로운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좋았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의견(물론 다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들을 따라 국제 정서를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이 충분히 읽을 만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본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까?'라는 답으로 저자는 '인간의 본질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말하는 신실존주의 사상을 통해 인류의 사고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그리고 '인생의 의미라는 무엇인가?'라는 인간으로 하게 되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살아가는 것의 의미는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야 말로 위트 넘치는 말을 남기기도 하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인생을 되돌아 보는 경험을 서술하고 있다. 너무나 지나치게 연결된 인류 공동체 속에서 과연 우리는 개인으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살아야 하는지 이 책과 함께 성찰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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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 토마쓰리 일러스트 에세이
토마쓰리 지음 / 부크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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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폭우로 힘든 요즘,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지 속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이 책은 작고 귀여운 것들이 올망졸망 모인 수채화로 수만 명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토마쓰리의 첫 일러스트 에세이다.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마 토마쓰와 고양이, 곰돌이, 요정 친구들이 알록달록하게 종이를 가득 채우고 이에 마음을 사르르 녹여 줄 다정한 이야기가 더해 책을 펼치자마자 저절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너무나 지쳐 힘들 때, 혹은 바쁜 시간 속에 잠시 쉬고 싶을 때, 힘들었던 마음을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말랑 만들어 주는 이 책이 부리는 마법에 잠시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매일 반복되는 팍팍하고 지루하며 단조로운 일상 속에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말을 걸어주며 힘을 북돋아 준다면 어떨까. 너무 힘들고 지칠 때, 잠시 쉬고 싶을 때, 지루하고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할 때, 반복된 일상이 권태로울 때 귀엽고 다정한 것들만 모아놓은 이 책을 펼쳐 보며 잠시라도 쉬어가도 좋을 듯 싶다.


마음이 뾰족해 지거나, 여려지거나, 축축해지거나, 까끌해 질 때 이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달콤한 것을 먹으면 어떨까. 우선 달콤한 것을 먹으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게 조금은 동그랗게 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를 하는 거다. 아마도 뾰족한 마음, 여린 마음, 축축한 마음, 까끌한 마음들을 동그랗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림을 그리다 보면 붓은 생각보다 모양이 쉽게 변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옆으로 휘기도 하고, 양쪽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지푸라기처럼 제멋대로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모양이 변한 붓들은 새붓처럼 끝이 똑바로 모이지 않아 볼품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모양이 변한 붓도 각자 쓸모가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휘어버린 붓은 맘대로 찍히는 점을 그리기에 좋고, 양쪽으로 갈라진 붓은 우거진 풀을 그리기에 아주 완벽하다. 그리고 지푸라기 같은 붓은 부숭부숭한 털을 그리기에 좋다고. 어떻게 보면 모양이 변해 아주 쓸모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제각각 쓸모가 있는 것처럼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하찮고, 쓸모없는 나의 모습이 어쩌면 나만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 그 어떤 모양이든 쓸모 없는 것은 없다고 전하는 말이 어떤 존재든 쓸모가 있다고 들려 아주 큰 위안이 되어준다.


소나기에 놀라고, 가랑비에 흠뻑 젖고, 굵은 빗방울에 휘청거리다 보면 어느 새 무럭무럭 자라는 풀과 나무처럼 우리도 힘들고 지치는 이 시간들을 버티다보면 어느새 한 뼘 자라있지 않을까. 고난과 역경은 그냥 왔다가 가지 않는다. 그 지루하거 고된 시간들은 우리를 자라게 하고 성장하게 할 것이다.


살다보면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단순해지고 싶은 날이 있다. 마음 곳곳에 흩어지고 흔들리게 하는 생각들은 잠시 밀어 두고 이 책 속에 가득한 조그맣고 다정한 말들에 잠시 귀를 기울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이 책이 건하는 다정함에 물들어, 가만히 앉아서 고양이를 세어보자. 하나 둘 셋 넷. 아마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마법에 빠지게 될 것이다. 힘들었던 마음은 어느 새 말랑말랑해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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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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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의 '독자들의 뜨거운 입소문을 타고 아마존 차트 역주행'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표지 속 한 여인과 저택, 베러티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오면서 과연 어떤 내용의 소설이길래 이토록 인기가 많은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어떤 진실이 거짓일까?"라는 질문으로 온라인상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끝까지 읽고도 끝나지 않는 소설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내용이길래 이토록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일까?


이 책의 시작은 다소 섬뜩하다. 주인공 로웬이 횡단보도에서 바로 옆에 서있던 남자가 차에 치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이를 자세히 묘사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한 남자의 바로 옆에 서있다가 로웬의 셔프와 손은 피투성이가 되고야 말았다. 무관심한 뉴요커들 사이에서 한 남자, 제러미가 로웬을 도와주고 그녀는 온통 피투성인 자신의 셔츠 대신 생전 처음 본 제러미의 셔츠를 얼결에 얻어 입게 된다. 그리고 옛 애인이자 자신의 출판 에이전시인 코리와 함께 미팅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 미팅에서 제러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오랜 어머니의 병간호로 재정 위기에 처한 무명 작가 로웬은 그 미팅에서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게 된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베러티 크로퍼드가 미쳐 끝내지 못한 소설 시리즈의 마지막 3권을 대신 집필해달라는 것이다. 높은 금액의 계약금에 잠시 흔들리긴 했으나 로웬은 평소 대인 기피가 심한 그녀로서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제안이었이기에 그 제안을 거절하고자 한다.


하지만 단 둘이 남아 이야기를 하자는 제러미의 제안으로 제러미와 호웬은 둘이서만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는데, 제러미의 입에서 나오는 사연은 참 비극적이다. 쌍둥이 딸들을 잃고서 아내까지 교통사고를 당하다니. 세상이 이토록 불운한 남자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자신을 만성 애도자라 지칭하는 제러미와 이야기하는 게 왠지 편안하고 좋은 로웬. 제러미는 원래의 제안보다 더 높은 금액의 계약금을 제시하고, 로웬은 제러미에게 이끌려서일까, 망설이다가 결국 제러미의 설득에 공동작가로 그 제안에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베러티가 그동안 발간한 소설의 초고와 다음 소설을 위한 참고 자료가 있는 베러티의 저택에서 며칠간 머무르기로 한다.

베러티의 서재에서 자료들을 조사하던 로웬은 우연히 그녀의 미완성 자서전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누구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써 내려간 듯한 그 원고에 호기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로웬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원고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은 베러티의 자서전인 '그래로 이루어지기를'과 원래의 소설이 교차하여 스토리를 전개한다. 로웬이 읽는 베러터의 자서전을 그대로 수록함으로써 독자는 로웬과 함께 베러티의 자서전을 읽고 로웬의 입장에서 자서전에 대해, 그리고 베러티와 그녀의 가족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되고, 로웬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소설의 전개에 따라 이야기에 폭 빠지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자서전에서의 베러티의 모습은 그야말로 섬뜩하다. 작가 노트에서 미리 경고한 바와 같이 내용이 너무 사악하고 때때로 너무 역겨워서 내뱉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베러티의 모습이 담긴 자서전이기에 이 내용들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로웬은 제러미에 대한 호감은 측은지심과 그가 겪었을 고통을 미뤄 짐작함으로써 애정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로웬의 감정이 더욱 극대화 시키는 데 이 자서전이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서전이기에 독자들 역시 로웬과 함께 진실로 믿게 만든다.


그렇게 베러티의 저택에 머물며 베러티의 자서전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제러미에 빠지게 되는 로웬. 정말 베러티는 자서전에 쓰여 있는 그대로 자신의 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을까? 베러티의 제러미에 대한 극한 애정은 모성애마저 상실하게 만든 것일까? 과연 자서전의 내용은 정말 진실일까? 베러티의 자서전과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아마 책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소설에 사로잡혀 책을 다 읽고도 책 속에서 머무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결말 부분의 절묘하고 기가 막힌 반전을 가하면서 결말을 두고서 인터넷 상에서 독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 논쟁들은 끝까지 읽고도 끝나지 않는 소설이라는 별칭을 얻게도 하였다. 로맨스 스릴러라는 양식을 빌어 전개되는 스토리는 그야말로 이 책에 매료되어 독자들은 꼼짝 못하게 만든다. 정말 어떤 것이 진실인지 되묻고 또 되묻게 만드는 이 소설. 정말 말 그대로 유혹적인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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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나 1 - 축하한다 세상아! 내가 왔어! 아테나 1
엘린 에크 지음, 기영인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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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의 당찬 소녀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아테나이다. 이름에서 그리스 신화 여신 아테나를 연상하게 하는 아테나는 위풍당당하며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무슨 일에서든 자신감이 넘치는 아테나는 모든 일에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아이다. 그런 아테나를 통해 이 책에서는 환경과 지구를 지키기 싶은 아테나와 친구들의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십 대 아이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아이들 앞에 놓인 매우 현실적인 문제들을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 있다. 지구와 기후, 환경이라는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고 피할 수 없는 큰 전제 안에 그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아이들의 고군분투, 또 그 안에서 벌어지는 우정과 풋풋한 로맨스, 학교 안에서 만나게 되는 폭력적인 상황들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고민하고 토론하고 노쟁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어 이 책을 읽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임신으로 인해 몸이 안 좋은 엄마가 예정보다 일찍 아기가 나오지 않드록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중요한 프로젝트로 인해 일에 바쁜 아빠는 아테나와 오빠, 동생의 세남매를 돌볼 수 없게 되어 조부모 집인 빅간과 예란의 집에 머물게 되면서 시작된다. 이 책에서 조부모인 빅간과 예란의 캐릭터 역시 심상치 않다. 여느 조부모와 달리 할아버지와 할머니로 불리는 것을 원치 않았고 손자들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으며 두 분만의 엄격한 기준으로 손자들을 대하였다. 여러 조건과 아테나 아빠의 항의 끝에 손자들을 자신의 집에 머물게 하였고, 그런 조부모집에 머물러야 한다니. 그것도 사랑하는 엄마와 태어나 처음으로 떨어져서 동생까지 돌보면서 말이다. 게다가 아테나 시선에서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는 환경과 지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다. 아테나 입장에서는 이 자체가 생애 최고의 고난이라 하겠다.

아테나는 친구들과 함께 '지구를 살리자 클럽'인 '지클'을 모임을 하고 있다. '지클' 모임은 5학년 때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다는 끔찍한 영화를 보고서 시작한 모임이다. 지구온난화를 막고 환경을 위한 행동과 조금이라도 지구를 되살릴 수 있는 방안을 친구들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고자 한다. 벼룩시장을 열어 얻은 수익금은 환경 활동을 위해 따로 모아 관리하고 회의록은 기록해 둔다. 이러한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 어른들의 모습을 되돌아 보게 만들 뿐만 아니라, 기후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일을 해야할 지를 제안하기도 한다.

아테나는 지금 함께 지내고 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에 대한 걱정 뿐만 아니라 버젓이 집 앞에서 온갖 세제로 차를 세차하는 동네 아저씨, 아무 데서나 담배를 피우고 꽁초를 버리는 어른들 등 환경이나 지구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고 오로지 편한 것만을 생각하는 어른들을 가만히 두고 볼 수가 없다. 하여 <아테나의 안테나>라는 자신만의 노트를 만들어 아이들한테는 중요하지만, 대부분의 어른들은 잊은 모든 것들을 적어 둔다. 이 노트에 실린 문구들이 아마 많은 아이들이 공감하게 되며, 직설적인 아테나의 표현에 속이 후련해질 듯 싶다.

빅간과 예란이 아테나에게만 아침을 차리는 것을 돕게 하자 아테나는 참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당당하게 이야기 한다. 자신의 엄마, 아빠에게 성평등 스케줄이 있으며 이는 불평등해져서 싸우고 이혼하는 일이 없도록 예방하기 위한 장치이며, 자신이 오롯이 아침을 차리고 간식을 준비한다면 자신의 오빠와 남동생에게 좋지 못한 성의식을 심어주게 될 것이므로 자신은 미래의 조카를 위해 상을 차릴 수 없다고 이야기하는 아테나. 이 얼마나 당당하고 매력적인 아이인가. 이 세상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이 아테나와 같이 성역할에 대해 평등한 의식을 가진다면 현실에서의 차별과 편견은 줄어들텐데 말이다.


아테나 1권에서는 아테나가 빅간과 예간의 집에 머무르는 동안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일에 대해 담아내고 있다. 초반부에 아테나와 가족, 그리고 지클 모임과 친구들의 소개가 실리고, 중반부 이후에는 아테나가 처하게 되는 학교 안에서의 폭력적인 상황과 크고 작은 문제들에 관한 이야기를 실고 있다. 이 모든 상황에서 아테나는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으로 일을 처리하고 슬기롭게 해처 나간다. 뿐만 아니라 '지구 살리기 프로젝트'에서도 아테나와 친구들만으로 문제 해결이 힘들게 되자 지자체의 문을 두드리는 아주 적극적인 방법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아테나의 이야기들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기도 하지만, 지금 우리가 무엇에 집중하고 문제 해결에 있어 어떤 태도로 임해야 하는 지를 깨닫게 한다. 아테나의 뒷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아마 유쾌하고도 당당하며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아테나에 누구라도 매료되고야 말 것이다. 아테나와 친구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한 사회의 시민이며, 지구라는 거대한 공동체 안에 살고 있음을 상기 시킨다. 그렇기에 다음에 이어질 아테나의 2권과 3권에 어떤 내용이 실리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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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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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은 콜센터에 전화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콜센터에서의 일이 얼마나 고되고 감정 소모가 많은 지를 몇 건의 사건 이후 많은 이들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들의 감정 소모와 상처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유감이지만', '오래 기다렸습니다', '폐를 끼쳤습니다' 등과 같은 매뉴얼화된 말들이 보듬고 찌르는 순간과 수화기 너머로 오가는 애환과 위로의 시간들을 담아 내고 있다. 이 책은 9회 브런치북 대상을 수상한 이예은 작가의 에세이로, [일본 콜센터에서 520일]라는 제목 으로 초보 상담원으로 겪은 고충과 콜센터를 덮친 코로나 19로 인한 혼란 뿐만 아니라 콜센터에서 사용하는 매뉴화된 말들에 대한 실망과 기대, 안도와 우울 같은 생생한 감정들을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냥 뱉은 말이지만 말 한 마디에 우리는 천냥 빚을 갚기도 하고, 누군가를 살리기도 하고, 누군가를 죽이기도 한다. 특히나 수화기 너머로 오가는 말은 그 사람의 얼굴이나 표정을 볼 수 없기에 오롯이 말에만 더 집중하게 된다. 그러한 말의 힘이 얼마나 큰가를 이 책을 통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2015년 한국에서 호텔 홍보 일을 그만두고 일본에 살기 시작한 저자는 2020년 1월, 일본 여행사의 콜센터에 입사하게 된다. 한국어를 일본어로, 일본어를 영어와 한국어로 옮기던 이력을 바탕으로 상담원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서로 얼굴을 마주치지 않는 상담원과 고객 사이의 소통 도구는 오로지 전화기 너머로 주고 받는 말들 뿐이다. 그런 상황에서 큰 실수를 하게 된 저자. 그런 저자를 꾸짖기보다 다독여준 매니저의 태도에서 저자는 선순환의 고리를 이어가야 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된다. 이런 저자의 모습은 누구에게나 있는 초보의 시절과 실수, 그 앞에서 과연 우리는 매니저와 같이 너그러운 사람인지 질책과 책망의 시선으로 대하는 차가운 사람인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콜센터로 전화한 고객은 친절과 전문성으로 무장한 상담원의 말을 듣는다.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는 상품에 하자가 있거나 서비스에 불만이 있는 경우다. 그렇기 때문에 콜센터에 전화한 대부분의 고객들은 화가 나있다. 이들을 상대하는 상담원은 일상생활에서 사용한다면 과잉되었다고 여길 만한 존경과 겸양의 말들로 고객을 응대한다. 자존심이 세서 사과에 서툴렀던 저자는 콜센터에서 일하며 숨 쉬듯 용서를 비는 인간이 되어간다. 얼떨결에 콜센터 상담원이 되어 자신을 낮추고 상대를 높이며 진상 고객 앞에서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느낀 낯섦과 혼란, 자신만의 수용과 깨달음의 과정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반인의 세심하고 날카로운 시선으로 콜센터의 말들을 들여다 본다. 그의 시선 아래 '유감이지만', '오래 기다렸습니다.', '사과드립니다'라는 말들은 일상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적과 마음의 안정을 위해 사과의 말들을 내뱉어야 하는 현실에서 소모되는 그 수많은 상담원들의 감정들이 안타깝다.

익명의 고객이 수화기 너머에서 전하는 어떤 말들은 상담원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기도 한다. 상담원을 낮춰 부르는 "야", "너" 같은 호칭도 그렇고, "정말 무책임하네요.", "제가 이상한 건가요?"라며 상담원에게 책임을 지우는 말들도 그렇다. 저자가 외국인임을 알아채고 이유 없이 "일본인 바꿔 주세요."하는 차별의 말들 앞에서 저자와 다른 상담원들이 받았을 상처가 얼마나 클지, 다는 아니더라도 일부라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짧은 통화라 할지라도 보듬고 북돋아 주는 말을 전하는 고객들도 있다. 진심을 듬뿍 담은 "고마워요"라는 말을 듣는 상담원은 하루를, 어쩌면 이랗는 모든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된다. 이 책에 담긴 23편의 이야기를 관통하여 저자가 하고 싶은 말도 바로 그것이다. 이 세상에 누군가를 상처주려는 말보다 보듬고 북돋아주는 말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는 마음. 바로 그 마음을 우리에게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전하고 있으며, 우리는 이 책을 통해 그 진심을 받아들임으로써 사소한 말이라 할지라도 한 번더 생각하고 말하기를 습관화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단 한번 스쳐 지나가는, 그저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만의 인연이라 할지라도 그 마음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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