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한 자전거 여행 4 - 세상 끝으로 창비아동문고
김남중 지음, 오승민 그림 / 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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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자전거 여행>의 네번째 이야기다. 그동안 강원도, 부산에서 서울 그리고 제주도 한 바퀴에 이르기까지 수천 킬로미터의 길을 자전거로 달리며 자신만을 길과 이야기를 다져온 호진이가 이번에는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담았다. 4권에서 중학생이 된 호진은 공부도 하기 싫고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걱정이 하다. 그런 호진이에게 어느 날 할머니가 엄마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걷자는 제안을 한다. 걷기 여행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안 갈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한 호진은 제안을 승낙하고 엄마, 할머니와 함께 스페인 산티아고로 떠나게 되는데, 끝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셋은 가족이 가지는 끈끈한 사랑을 다시금 깨닫게 되며, 이 책은 전편들보다 더 큰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중학생이 된 호진이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지난 여름에 회사에 잘린 후 이곳저곳에 이력서를 냈지만 아빠를 불러 주는 회사는 없었고, 결국 호진의 아빠는 밤에 택배 회사에서 트럭에 짐을 싣고 내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는 제품 홍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 아빠, 엄마는 호진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길 바라시지만 호진에게 공부는 너무 어렵기만 하다. 자전거여행으로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주목 받고 주인공이었던 6학년때가 그립지만 지금 호진은 교실에서 하나의 배경일 뿐이다.


공부는 하기 싫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호진에게 외할머니는 엄마와 함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자는 제안을 한다. 걷기 여행은 죽어도 싫지만 한달 반 동안 학교에 안 가도 된다는 생각에 호진은 엄마, 할머니와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걷기 여행은 만만치 않다. 자전거 여행은 오르막길은 힘들지만 내리막길은 공짜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걷기는 올라갈 때도 내려갈 때도 힘이 든다. 그렇기에 할머니와 마찬가지로 호진도 다리가 너무 아팠다. 이렇게 한 달 반 동안 걸어야 한다는 사실에 첫날 호진은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치열하게 싸우고 또 화해하며 호진, 엄마, 할머니는 뜨거운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스페인 중앙 평원 '메세타'에 진입하기 전, 할머니가 폐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호진과 엄마. 지금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려는 엄마와는 달리, 할머니는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서 순례여행을 계속하려는 의지를 꺽지 않는다. 하지만 도저히 걸어서는 여행을 계속할 수 없는 현실에서 호진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한국의 자전거 동오회 '여자친구'의 멤버인 만석 형과 희정 누나가 나타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할머니를 위한 아주 특별한 자전거를 만든다. 뒷자리에 커다란 소파가 달린 세발 자전거 덕분에 할머니는 편안히 앉아 메세타를 통과하고 그렇게 순례길에 오르게 되는데, 과연 호진과 엄마, 할머니느 무사히 순례길을 완주할 수 있을까? 이들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전편처럼 이 책 역시 호진의 성장이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중학생이 되었지만 공부는 하기 싫고 불안한 미래에 걱정이 한가득이었던 호진은 할머니와 엄마와 함께하는 순례여행을 통해 자신이 어떠한 것을 좋아하고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그리고 호진, 엄마, 할머니가 제 각각 자신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면서 감동적이다. 뿐만 아니라 세 사람이 순례길 위에서 서로 싸우고 화해하고 각자 어느 정도의 거리를 지키며 깨닫게 되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어린이 독자 뿐만 아니라 모든 연령층에게서 공감을 자아낼 듯 싶다. 그리고 이 책이 독자들에게 남기는 메세지, '과정이 아름다우면 결과가 어떻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오랫동안 가슴 속에 남아 희망의 에너지를 전달해 주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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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점 반 - 20주년 기념 개정판 우리시 그림책 3
이영경 그림, 윤석중 글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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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 너무나 좋아해서 어림잡아 몇 백번은 읽었던 넉점반. 이 책을 다시 만나게 되니 어찌나 반갑던지.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이들과 함께 소리내어 읽었던 그 시절이 소환되는 듯 했다.


이 책은 <넉점반>의 20주년 개정판으로 아이들의 순수한 놀이세계와 마음를 너무나 잘 표현하고 담아낸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늘 아이들 곁에 머물며 책을 보는 즐거움과 재미를 알려주었다. 윤석중 시인의 시를 바탕으로, 그림책 작가 이영경님의 귀엽고도 한국적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그림은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아 왔기에 우리 그림책계의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엄마 심부름을 하게 된 아이가 동네 점방(가게)에 시간을 묻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아직 시계가 집집마다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점방에 시간을 물으러 가는 심부름을 하게 된 것이다. 아이는 아저씨로부터 "넉 점 반이다"라는 대답을 듣고는 잊어버리지 않고 엄마에게 전달하기 위해 "넉 점 반, 넉 점 반"을 계속 말하며 집으로 돌아온다.


아저씨의 대답을 빨리 집으로 가 엄마에게 전해야 하지만 집으로 오는 길 아이의 눈에 잡힌 가게 앞 닭 한마리. 아이는 집으로 오다가 물 먹는 닭을 한참 구경하고, 또다시 "넉 점 반, 넉 점 반"을 중얼거리다 이번에는 줄지어가는 개미를 한참 앉아 구경한다. 그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잠자리도 아이의 눈에 놓쳐지지 않는다. 아이는 아저씨에게 물어 알게 된 지금 시간을 엄마에게 빨리 알려줘야 하지만 한참 아이만의 놀이에 빠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이런 아이의 순수한 모습들을 보다보면 책을 보는 아이들 역시 자신의 모습과 너무 닮은 책 속 아이 모습에 공감하게 된다. 아이의 눈에 너무나 신기하고 놀 것들이 많은 세상. 그렇게 아이는 한참의 시간을 보낸다.


결국 아이는 해가 꼴딱 져 어스름해졌을 때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시간은 훌쩍 지났지만 엄마의 심부름은 잊지 않았던 아이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엄마 시방 넉 점 반이래"라고 말한다. 이 책의 가장 포인트가 되는 건 깜깜해진 밖의 풍경과는 아랑곳업이 지금 시간이 네시 반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아닐까 싶다. 이 장면을 우리집 아이들은 얼마나 재미있어 하였는지, 이 장면만 읽고 또 읽고 따라하곤 했었다. :)


우리 시와 그림이 만나 아이의 순수한 마음을 너무나 잘 표현해 낸 넉점반. 20주년 개정판인 이 책은 기존의 책보다는 판형이 조금 더 커져서 책을 즐기기에 더욱 좋게 변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정답고 귀여운 아이의 모습과 이야기는 변하지않고 고스란히 담아내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책의 즐거움과 재미를 전하고 또 전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기에 앞으로 30주년, 40주년 개정판이 계속해서 나올꺼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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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2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2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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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라는 흥미롭고도 인상적인 설정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후속편이다.


전편만한 후편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말을 부정이라도 하듯이 더 탄탄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지금 우리 아이들은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띠지 속 문장 '난 동물로 변한 지금이 좋아! 비로소 숨 쉬는 것 같거든.'에서 알 수 있듯이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 지를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사춘기.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기에 사춘기 아이들의 순식간에 변하는 감정과 마음들은 어떻게 표현하기도 힘들고, 알아채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힘듦을 이 책은 '동물화'라는 설정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1권에서의 동물화가 곰과 사자, 하이에나 등과 같은 땅 위 동물이었다면 2권의 동물화는 이보다 더 다양해졌다. 돌고래와 벌꿀오소리에 잣까마귀 등등. 산과 바다, 하늘을 넘나드는 다양한 동물화와 함께 되는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1권보다 더 깊이 있는 울림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로 변한 청해의 이야기다.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로 동물화가 된 청해는 가족과 함께 아쿠아리움이나 수족관 혹은 돌고래 사육시설로 가기보다 넓은 바다로 혼자 나아가기로 한다. 돌고래로 변하고 나니 세상은 달라보였다. 어제까지 흐리게만 보이던 바다가 투명하고 맑게 보였으며 바다의 물길은 경부고속도를 능가하는 수십 개의 길로 이루어져있음을 알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돌고래의 몸으로 바닷속을 헤엄치다 보니 썰물과 밀물이 큰 길이 되고, 해류는 한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큰 길이 되고, 이 물살의 힘은 너무나 강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돌을 쌓아 만든 제주의 천연 어장 원담에서 돌돔과 감성돔으로 변한 남매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동물화가 되면 시간이 갈수록 동물 본성이 강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청해는 돌돔과 감성돔의 남매를 자신이 잡아 먹을까봐 깊은 바다로 향한다. 그 때 청해의 곁을 머물며 돌고래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고래가 나타나는데, 바로 돌고래 씨돌이었다. 씨돌이 덕에 바다에 머물는 것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청해. 과연 청해는 이후 어떻게 될까? 바다에 잘 적응한 돌고래가 되었을까? 아니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시간을 대비하여 돌고래들과는 거리를 두고 지낼까?


그리고 이어지는 벌꿀오소리로 변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영웅이 이야기. 영웅은 몸이 사람으로 변해 끝난 줄만 알았던 동물화는 끝이 난 것이 아니었고 영웅의 마음은 아직 사춘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결국 영웅이는 저녁 밥상에서 가족들에게 그동안 꾹꾹 눌려왔던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 붓고, 엄마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말까지 퍼부고서 다시 벌꿀오소리로 변하고야 만다. 동물화는 한번인 줄 알았는데 사춘기가 한번에 끝나지 않듯이 동물화 역시 여러 번으로 진행되었다는 게 2권이 1권보다 현실을 더 반영한 부분이기도 하다. 벌꿀오소리로 변한 영웅은 결국 집을 나가고야 말고 며칠 후 엄마 역시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영웅의 엄마는 아들을 찾아 나섰다 엄마의 몸 역시 동물로 변했던 것이었다. 가슴 시린 아들의 울부짐을 짓고서 자신 역시 동물로 변한 엄마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영웅의 엄마가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서 감동적이기도 하다. 함께 동물로 변한 영웅과 영웅의 엄마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 곁을 지키는 부모 역시 성장하게 되는 것을 잘 반영시켜 더욱 공감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사춘기가 되면 대화는 불가능이니 남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밥만 잘 챙겨주라는 조언들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대화라곤 통하지 않는 마치 짐승과도 같은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 책은 너무 잘 녹아들여 현실감 있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동물화된 아이들의 감정들이 너무나 복잡미묘하며 아이들 역시 얼마나 힘든지를 잘 담아내어 많은 공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히 띠지 속 동물화로 되었을 때 비로소 숨쉬는 것과 같다는 레서팬더로 변한 정훈과 부리만 잣까마귀로 변해 동물화가 되기 위해 애쓴 섬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아이들의 사춘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 역시 깨닫게 만든다. 누군가가 전하는 어설픈 조언보다는 내 아이의 상태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부모로서 손을 내밀고 곁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춘기를 아주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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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나랑
린다 수 박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김겨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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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띠지의 '책과 독서에 관한 가장 사랑스러운 찬가!'라는 표현이 딱 맞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책과 아이들이 가진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고 있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아이는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비옷을 입고 걸어가면서도 한 쪽 팔에 책을 끼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어디에 가든지 늘 가지고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아이는 자신의 책의 겉에는 어제 먹은 잼이 묻어 있다고 말한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 안에는 어릴 때부터 쓰던 크레파스 자국도 남아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책과 관련된 아이들의 다정하고도 즐거운 추억들에 관한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이토록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이 책 속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책을 읽는다. 소파 위에서도, 바닥에서도, 식탁에서도 책을 읽고 이 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는다. 그리고 현관에서도, 공원에서도, 벤치에서도, 나무 아래에서도,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요즘의 아이들은 손에는 책이 아닌 휴대폰이 들려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이 책 속 아이들은 마지막에 우리에게 좋아하는 책이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 책의 아이들처럼 책을 사랑하냐고도 묻고 있다. 과연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나의 인생 책은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릴 적 나는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였다. 책은 늘 함께였고, 책은 나에게 때론 다정한 친구였고,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선생님이었으며, 동생과 함께 노는 놀이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늘 내 곁을 머물던 책은 어른이 된 지금도 나의 곁을 머물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인생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은 참 쉽지 않았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나의 곁을 한 참 머물렀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들이 나의 곁을 머물렀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 1호가 너무 좋아하는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와 <일생일문>이 한참 나의 책이었다가 지금은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나의 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딱 한 권을 고르기가 힘들 정도로 아주 많은 책들이 내 곁을 머물었고, 머물고 있으며 앞으로도 머물 것이다.


이 책 속 아이들은 제각각 너무 다르다. 인종도 생김새도 나이도 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모두 책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는 것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너무나 잘 아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책과 아이들이 쌓은 추억이야기. 책덕후라 칭해지는 나이기에 이런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진다. 게다가 아시아계 최초 뉴베리상 수상 작가 린다 수 박이 글을 쓰고, 칼데콧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크리스 리쉬카가 그림을 그려 함께 만든 책이니 더더욱 좋다. 뿐만 아니라 애정으로 우리에게 책을 전하고 이야기하는 김겨울 작가의 번역으로 만나니 더더욱 좋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 책,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 강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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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과 <별빛 전사 소은하>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전수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 읽게 된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운 좋게 창비 사전평가단으로 선정되어 책이 발간되기 전이 조금 일찍 만나게 되어 더 재밌고 특별하게 읽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잠에서 깬 주인공 희진이 텔레비전에서 무언가 화면을 뚫고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텔레비젼에서 나온 물체는 놀랍게도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정체는 더 놀랍게도 희진의 엄마였다. 희진의 엄마는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텔레비젼에서 나오게 된 것일까? 첫 장면부터 공포영화 '링'을 형상화하는 듯한 으스스하고도 미스테리한 이야기. 과연 희진의 엄마는 왜 텔레비전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게 된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희진의 엄마는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 맨 처음에는 희진의 엄마가 현실의 세계에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텔레비젼에 폭 빠져 사는 그런 사람이라고 묘사하는 듯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희진의 엄마가 정말로 텔레비젼의 안과 밖의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놀라운 설정은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현실의 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늘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고 경제적인 측면은 모두 외할아버지에게 의지한 채 살아간다고 생각한 무능력한 엄마가 취업을 한 곳이 바로 텔레비젼 속 세계라니. 이 얼마나 신박한 설정인가. 

여하튼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난 뒤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사실 희진은 자신이 공부 때문에 사는 아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누군가로부터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증명받기 위해,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우를 받기 위해 희진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다. 그렇기에 희진은 중간고사가 끝난 날에도 쉬기보다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를 선택하였다. 그덕에 희진의 내신은 1점대 초반의 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는 전교 1등이라 불릴 수 있었던 거다. 악착같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희진과 오로지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는 무능력한 엄마. 너무나 대비되는 모녀의 성격은 이야기 자체에 더욱더 몰입하게 만든다. 무능력하다 생각했던 엄마가 멀티버스를 경험하고 그 속에 일을 하고 있다니. 다중 우주 속 세상은 어떠하길래 엄마에게 현실의 세계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게 하였는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편 희진이 절친 윤아와 상우와 함께 다니는 독서실에 새로 한 아이가 들어온다. 그 아이는 과학고를 다니다가 희진이네 학교로 전학을 왔으며 희진이 다니는 독서실에 새로 온 소미다. 처음에 희진은 과학고에 다녔다는 이야기에 경쟁자가 될까 경계를 하지만 그 아이는 너무나 독특했다. 마치 다른 동네나 학교가 아니라 외국이나 외계에서 살다 온 것처럼 이를 테면 음료수나 과자 이름, 최신 걸 그룹과 영화 제목도 여느 애들과 다르게 알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미는 교과목과 수능 제도도 잘 모르는 어딘가가 부자연스러운 아이였다. 그리고 소미의 또 다른 특이점은 윤아의 손목 흉터에 눈물까지 흘리며 걱정을 하는 거다. 과연 희진의 생각처럼 소미에게는 다른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파 생애 처음으로 조퇴를 한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젼 세계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있는 멀티버스 속 세계, 즉 텔레비전 안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텔레비젼 안으로 들어간 희진이 마주한 세계는 어떠하며 그 곳에서 무사히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는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희진과 엄마가 마주하게 된 또다른 세상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과연 무엇일까? 둘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없는 미혼모의 딸이고 하루 종일 텔레비젼 앞에서만 있는 엄마의 딸이기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던 희진. 이 책 속 희진은 엄마가 여느 엄마처럼 자신을 챙겨주길 바래보지만 단 한번도 엄마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엄마가 텔레비젼 속에서 툭하고 튀어나오다니. 게다가 엄마는 텔레비젼 안과 밖을 오가는 일로 취업까지 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엄마를 잡아 놓는 텔레비젼이 또다른 세상과 연결이 되는 멀티버스 터미널이라는 설정이라는 자체가 너무나 신박하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마블에서처럼 또다른 우주에는 나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또다른 나가 있다니. 이러한 이야기에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한가지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나는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떠하든 원래의 나는 소중하다는 그 깨달음은 희진과 엄마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청소년 우울증으로 인해 힘들었던 윤아도 다시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기에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그 깨달음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오래오래 가슴에 머물며 따뜻하게 만든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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