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팝콘 (알라딘 어나더커버)
강한 그림, 이준혁 원작 / 미디어창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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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팝콘의 얼굴이 눈길을 사로 잡아끄는 책이다. 이 책은 어느날 산책을 하다가 가족을 잃어버린 강아지 팝콘이 가족을 찾아 난생처음 혼자 길을 나선 여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배우 이준혁님이 반려견 팝콘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모바일게임 <안녕 popcorn>을 원작으로 한 그림책이다. 2022년 출간 즉시 온라인 서점 3사에서 모두 유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으며 출간 2주만에 중쇄를 찍고 여러 기관의 요청으로 빅북과 오디오북으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그리고 여러 기관에서 우수 도서로 지정되기도 하고 tvn 인기 예능 '유퀴즈 온더 블럭'에도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 책은 알라딘에서 단독으로 선보이는 한정리커버로 나초의 품안에 안겨 귀여운 표정을 짓고 있는 팝콘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어 눈길을 사로잡을 뿐만 아니라 다가올 겨울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다.


이 책은 팝콘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사랑스런 강아지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팝콘'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강아지는 자신을 팝콘이라 부는 이를 '나초'라고 부르기로 하겠다는 야무진 표정을 짓고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난다.

그리고 이어지는 팝콘에 대한 소개. 팝콘이는 브로콜리, 고구마와 킁킁킁 냄새 맡기, 그리고 매일 산책하는 것을 좋아하다. 하지만 낯선 곳과 춥고 더운 날씨는 질색한다. 이런 팝콘이 어떻게 매일 산책을 할 수 있을까? 그건 바로 산책을 하다가 걷기 싫으면 그 자리에 풀썩 주저 앉아버리는 팝콘을 나초가 안아주기 때문에 가능하였던 거다. 마지막의 나초의 품안에서 너무나 행복한 팝콘의 모습을 보면 둘이 얼마나 다정하게 시간을 보냈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러던 어느날, 고소한 냄새가 여기저기서 풍기고 오래 걸어도 피곤하지 않아서 기분이 유난히 좋았는데, 당연히 팝콘의 옆을 지켜야 할 나초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나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팝콘은 태어나 처음으로 나초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혼자 돌아다니는 게 처음이라 두렵지만 나초를 찾기 위해 용기를 내어 한 발 한 발 내딛어 본다.


그렇게 시작된 팝콘의 여정. 나초를 찾아 나서는 길은 그리 쉽지 않다. 도대체 나초는 어디있길래 팝콘을 이토록 멀리 멀리 돌아다니게 하는 걸까?


순간의 실수로 나초를 잃어버린 거라 생각하며 읽기 시작한 팝콘의 이야기는 팝콘이 염라개왕을 마주하는 순간 팝콘의 여정이 '죽음'이라는 걸 깨닫게 만들며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든다. 그렇게 이 책은 죽음이라는 것을 이해하지도 못한 채 마주한 팝콘의 모습과 나초에게 마지막 인사라도 하고 싶어하는 모습에 울컥함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한다. 미쳐 준비하지 못했던 죽음이었기에 더욱 상실감이 클 수 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안녕 팝콘'이라는 말을 이 책을 통해 전할 수 있고, 팝콘 역시 강아지별에서 잘 지내고 있을 거라는 믿음을 굳건히 만들어주는 이 책은 반려동물의 죽음으로 상실감과 슬픔, 후회로 가슴 아플 이들을 따스하게 위로해 줄 듯하다. 그리고 귀엽고 사랑스런 팝콘의 죽음으로의 여정은 반려견을 키우지는 않더라도 이 책을 읽는 모든 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아 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예전에 나의 곁을 지켰던 '복순이'를 다시금 떠올려본다. 어린 시절 너무나 짧은 시간을 함께 하였지만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 복순이의 심장소리와 체온. 그렇게 반려견은 따스한 추억으로 우리보다 빨리 강아지별로 가더라도 평생을 우리 곁을 지켜주는 듯 하다. 이 책을 통해 나 역시 '안녕, 복순'이라는 다정한 인사를 전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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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이를 부탁해 - 읽을수록 똑똑해지는 우리 시대의 교양, 경제·전쟁·패권 편
스브스프리미엄.한동훈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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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어지럽게 꼬이고 정신없이 쏟아지는 시사 이슈에 대하여 국내 최고의 전문가 18인의 지적인 시선으로 오늘날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시사 교양서이다. 매일 매일 수없이 많은 뉴스가 쏟아지지만 정작 뉴스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알지 못하는 오늘날을 우리를 위해 꼭 필요한 책이 아닌가 싶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하루에도 몇 번씩 속보가 시시각각 쏟아진다. 하지만 이 모든 뉴스와 이슈들을 모두 살펴보기도, 이해하기도 참 쉽지 않다. 사실 보다보면 오히려 알쏭달쏭한 경우도 많다. 그렇다고 어려운 개념과 복잡한 맥락에 헤드라인들만 살펴보자니 이해하기는 더욱 힘들다. 이런 우리를 위해 이 책은 SBS 스브스프리미엄의 오리지널 콘텐츠인 <교양이를 부탁해>를 새롭게 정리하고 엮어 담아 의료 대란부터 미국 대선까지 우리의 일상과 세상을 뒤흔든 15가지 결정적인 장면들을 모아 담았다. 그리고 이 책은 국내 최고 전문가 18인의 지적이면서 통찰력 넘치는 시선으로 오늘의 세계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 책은 미국 경제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세계 경제의 현주소를 제대로 짚어보고 향망을 전망하고 있다. 오늘날 시계경제는 호황과 불황의 경계에 서있다.팬데믹이라는 비상 상황에서 이루어진 미국의 양적완화는 세계경제를 지탱하는 듯이 보였으나, 곧 인플레이션이라는 역풍을 불러왔다. 그리고 이에 대응해 시작된 고금리 기조는 디플레이션이라는 악재 중 악재를 몰고 왔다. 이 책은 연준의 금리 인화와 보호무역주의라는 뉴노멀, 크럼프의 재집권 등을 고려하여 세계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조망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의 금리 조정과 중국 경제의 붕괴 전조, 주요 원자재 시장 동향 등과 같은 놓쳐서는 안되는 경제 소식들을 함께 전하며 오늘날 세계 경제에 대한 이해를 도울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전망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리고 <1부 경제>에 이어 <2부 전쟁>에서는 유럽과 중동을 넘어 동아시아까지 위협하고 있는 전쟁에 대한 실체를 밝히고 잇다. 러우전쟁은 세계경제에 악영향을 끼쳤지만 뜻밖에도 우리나라에는 'K방산'의 흥행이라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했음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곧이은 북한의 참전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수위를 높여가는 미국의 대중의 압박이 타이완과 남중국해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있다. 한편 복잡하고 민감하지만 제대로 알려고 해 본 적 없었던 이스라엘에 관한 이야기 역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이해하기 참 좋았다. 이 책은 모든 위기의 핵심을 '적대적 공생관계'로 집고 있고, 앞으로의 전망도 예측한다. 최근에 국민적 불안감을 조성한 오물 풍선부터 ICM 발사까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한반도의 위기 상황에 대하여서도 상세한 설명으로 전쟁을 피할 방법들을 모색해본다.


<3부 패권>은 지금 가장 핫이슈인 미국 대선으로 시작한다. 물론 지금은 트럼프가 당선된 것을 알고 있지만 해리스와 트럼프의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에 더 주목하는 관점은 꽤 인상적이었다. 이로써 '미국 우선주의'가 뉴노멀이 된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다시금 깨달아본다.


이 책은 경제, 전쟁, 패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이 세 요소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음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는 전쟁에 영향을 받고, 전쟁은 경제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속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둘을 기반 삼아 여러 국각가 세계의 다음 패권국을 노리고 있으니 전세계의 판세를 이해하기 위해선 이 세 요소의 관점을 통합적이며 통찰력있게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할 것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우면서 시시각각 변해 감히 접근할 엄두를 두지 못했던 세계 판세에 대해 경제, 전쟁, 패권을 하나의 맥락으로 바라보게 되니 좀 더 쉽게 이해가 되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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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널 살아 볼게 - 그림 그리는 여자, 노래하는 남자의 생활공감 동거 이야기
이만수.감명진 지음 / 고유명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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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12년째 함께 살고 있는 두 남녀의 솔직하면서도 담백하고 너무나 따스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어찌보면 너무나 소소하고 소박하지만 담백하게 담아낸 그들의 동거이야기와 그림들은 이제는 가물가물해져버린 남편과의 신혼 시절을 떠올리게 하면서 간만에 마음을 몽글몽글하게 만든다. 


사랑하는 이와 맞이하는 아침도 일상이 되어버리면 너무 소소하고 평범해진다. 하지만 '진이와 등을 맞대고 커피를 갈다보면 하루의 시작이 커피향처럼 조용하고 차분하게 우리 주위로 퍼져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처럼 어제와 똑같은 아침일지라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기에 조용하고 차분하지만 기분 좋은 커피향과 함께 다가올 오늘에 대한 기대를 하며 아침을 맞이하게 된다. 하루의 순간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이 책을 통해 다시 깨달아본다.


파에도 꽃이 핀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꽃을 '총화'라고 부른다는 것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정말 소소한 어릴 적 추억이지만 나만 알고 있다면 그 건 정말 특별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남들이 모르는 나만 알고 있는 그 사람만의 특별한 이야기. 이런 이야기들이 쌓이고 쌓여 둘만의 이야기가 되고 추억이 되며 사랑이 되는 거지. 그래서 더더욱 소중한 너무나 소소한 그만의 이야기들. 나만 알고 있어서 더 특별했던 남편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본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미소가 나오네.


이 책 속 두 사람의 이야기는 풋풋하면서도 소박하고 담백하면서도 따스하다. '적어도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모습 그대로 변치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설거지만큼은 언제까지나 자신이 해야 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은 참 보기 좋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콤플렉스였던 사투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사람들 사이로만 가면 왠지 주눅이 들었던 이에게 그 사람이 옆에 있어서 든든하고 마음을 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었다. 처음으로 시장에 가서 함께 덮고 잘 이불을 고르고, 처음으로 누군가의 베개를 공들여 사보고, 부모님 말고는 처음으로 그 사람의 팬티를 사보는 등등. 함께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그 수많은 일들이 처음에는 굉장히 설레이고 의미있는 일이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깨달아본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생활에, 일상에 쫓겨서 이제는 가물가물해진 그 시절의 풋풋하고 설레이며 좋았던 그 감정들을 이 책은 하나씩 떠올리게 만든다.


나와 전혀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모든 것이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사람이 서로에게 맞추며 일상의 속도를 함께하는 일은 서로에 대한 사랑과 배려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서로에게 맞춰가면서 삶을 함께 공유하는 일은 그렇기에 더더 소중하고 행복한 일이다. 함께 살면서 겪게 되는 일들은 그래서 더더 특별한 일이기에 '동거'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이 책은 특별할 수 밖에 없다. 아직도 동거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을 보면 그 날카롭게 날선 마음들이 누그러트려지지 않을까 싶다. 그림도 글도 몽글몽글하게 만들어 주니 쌀쌀해진 가을날이 왠지 따스해지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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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루나파크 일력 (스프링) - 매일매일 심력 충전
루나(홍인혜)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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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11월이다. 2024년도 얼마남지 않았다니. 다가오는 새해에 가장 좋은 선물 중에 하나가 바로 달력이 아닐까 싶다. 그냥 날짜만 알려주는 달력이 아니라 하루하루 응원의 메세지가 듬뿍 담겨 있다면 더 의미있지 않을까 싶다.


<2025 루나마크 일력>은 하루에 한 장씩 넘길 때마다 마음의 힘을 키워줄 수 있는 다정하도 유쾌한 메세지가 담겨져 있다.


게다가 루나파크의 재치 넘치는 명언이 담긴 일력뿐만이 아니라 주7일 무사 기원 부적 포토카드와 엽서까지 들어 있어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지면서 힘이 나게 만든다. 왠지 이걸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2025년 한 해가 무사할 것만 같은 기분이 마구 든다고 할까? ^^


루나파크 일력의 구성을 살짝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루나파크 일력은 일상을 지켜내는데 가장 필요한 힘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한다. 루나 작가는 체력, 능력, 권력 등 삶의 기초체력이 되는 힘은 여러 개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마음의 힘, 심력이라고 말한다. 마음의 힘이 탄탄해질 수록 일상은 견고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음의 힘이 커질 수록 우리 곁에는 행복이 차곡차곡 쌓일 것이다. 그렇기에 하루에 한문장씩 마음의 힘을 키울 수 있는 다정한 응원의 메세지를 일력에 담아내었다.


일력에 담긴 365개의 메세지 중 일부를 살짝 소개해본다. 먼저 1월 1일은 우리의 성장을 응원한다. 우리는 모두 매년 새해 1살 더 늙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거라고 강조해주는 말에 왠지 힘이 난다.

그리고 우리의 가장 큰 업적은 바로 하루를 살아낸 것! 숨만 쉬어도 장하다는 메세지에 힘이 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리고 내가 나를 인정하고 칭찬해주는 일이 바로 나의 심력을 키워주는 가장 기본임을 다시금 깨달아본다. 이렇듯 루나파크 일력에는 새해를 맞이하여 365일 내내 든든하고도 따스한 응원을 해 줄 수 있는 마음이 꾹꾹 눌러 담겨져 있다. '혼자의 역략이 커지면 인생이 자유로워진다.' '찾으려 헤매지 않아도 봄은 알아서 와준다.', '손해 본 돈은 수업료라 생각하는 게 좋다.' 등과 같이 통찰력 넘치는 말들과 웃을 수 밖에 없는 재미나고 유쾌한 명언 들은 2025년 한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하여 다가오는 2025년을 맞이하여 가족들에게, 혹은 친구 혹은 누군가에게 응원의 메세지를 전하고 싶다면 정말 딱 알맞는 선물이 될 듯 싶다. 물론 2025년을 고군분투하고 일상을 살아낼 나 자신에게 주는 선물로도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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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기억
티나 바예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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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할아버지와 손자간의 관계를 통해 세대간의 유대감과 기억을 아주 섬세하게 담아내었다. 주인공인 여덟살 소년 잔과 할아버지 조안과의 관계를 매일 함께하는 산책과 대화, 질문과 대답, 침묵, 그리고 나무를 통해 아주 아름답고도 감동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이라 더 따스하고 섬세한데 그래서 더욱 먹먹하게 만든다.


이 책의 시작은 주인공 잔이 느낀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잔은 늘 똑딱거리는 멀쩡한 옛날 시계처럼 언제나 소란스러웠던 할아버지의 침묵에 당황한다. 갑자기 입을 다문 할아버지를 위해 두 사람 몫까지 떠들게 되었다는 잔. 그리고 엄마와 할머니까지 침묵을 하면 자신은 숨을 쉴 수 없다는 잔의 이야기에 할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눈치챌 수 있다.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앞으로 함께 살게 되었다는 소식에 잔은 부모님이 웃을 때를 기다리지만 부모님은 웃지 않는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하게 된 것은 좋은 소식인데 웃지 않는 부모님. 그런 부모님에게 잔은 "좋아해도 되나요?"라고 묻는다. 그리고 왜 좋아하지 않냐고도 묻는다. 이러한 반응에 잔은 말로는 좋은 소식이라고 하나 이 소식이 기쁜 소식만은 아님을 느낀다. 과연 할아버지에겐 무슨 일이 일어나기에 잔 가족과 함께 지내게 되고, 이런 모든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이 책은 잔의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잔의 집으로 이사오면서 겪게 되는 변화들에 대해 잔의 시선으로 아주 섬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생활의 변화와 할아버지와 나누게 되는 대화, 그리고 잔이 하는 질문과 대답을 통해 우리는 서서히 잔과 할아버지와의 관계에 빠져들게 된다.


할아버지는 잔을 데리러 오면서 배고픈 잔을 위해 할머니가 만드신 샌드위치를 가지고 오시는 데, 그걸 잊어버리셨다. 잔의 배고픈 눈빛을 보고서 할아버지의 눈은 멍해졌다. 어둡고 투명한 멍한 눈빛과 '아, 잔'이라는 말에 잔은 당황한다. 그렇다. 잔의 할아버지는 기억을 잃기 시작하였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는 조금씩 일상 생활이 힘들어져가고, 그런 할아버지의 변화를 지켜보는 잔의 모습들은 읽는 이의 마음도 먹먹하게 만든다.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의 변화는 시간이 흐를 수록 더욱 심해져 간다. 그런 할아버지를 바라보며 잔은 슬픔을, 그리고 화를 느낀다. "먼저 기억을 잃어버릴 거야. 그 다음에는 나를."이라고 말한 할아버지의 말을 되뇌이며 왜 할아버지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며 슬퍼하는 잔의 모습은 더욱 울컥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흐르고 다가오는 할아버지의 죽음. 그리고 그 이후 잔은 자신의 세계에 스며든 할아버지와의 기억을 다시 나무를 통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그렇게 잔에게 스며든 할아버지와의 기억들은 아마도 평생 그의 곁에 머물러 있지 않을까.


이 책은 앞서 말했듯이 여덟 살의 아이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가는 할아버지와의 시간들은 잔에게 많은 변화를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소중한 기억을 남겼다. 그렇게 잔에게 스며든 할아버지와의 소중한 시간들은 이 책은 너무나 섬세하면서도 유쾌하고 아름다우면서도 먹먹하게 담아내었다. 보통 소설처럼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잔이 할아버지와의 기억들을 조금씩 이야기 하듯이 들려주는 짤막한 이야기들은 할아버지와 함께한 그 시간들을 통해 잔이 얼마나 할아버지를 사랑하고 둘이서 얼마나 깊이 소통하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만든다. 그렇기에 잔의 이야기들이 날카롭도록 더욱 슬프고 아름다우며 오래 오래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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