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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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학 최고의 감성 작가로 일본 3대 여성작가로 손꼽히는 에쿠니 가오리는 감성적이고 세련된 문체와 섬세한 심리묘사로 다수의 마니아층을 확보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냉정과 열정 사이 - 로소>, <반짝반짝 빛나는>, <도쿄타워>,<호텔 선인장>, <울 준비는 되어 있다> 등등 다수의 작품들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도쿄타워>는 그녀의 대표 장편소설 중 하나로 2005년 출간된 후 100만 부가 넘게 팔린 스테디셀러로 출간 15주년을 기념해 특별 리커버 판으로 다시 만나게 되었다.


<도쿄타워>는 20대의 두 청년과 마흔의 두 연상녀들과의 사랑 이야기가 주축을 이룬다.

오로지 시후미만을 통해 자신을 찾고 사랑을 배워 나가는 순수 청년 토오루와 동갑에서 연상까지 나이를 불문하고 끊임없이 반복되는 만남과 이별을 통해 자신을 확인하려는 코우지는 17세인 고등학생 시절부터 연상의 유부녀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나간다.

15년 전쯤 처음 도쿄타워를 읽었을 때만 해도 사랑이라는 감정에 더 집중했었던 것 같은데, 다시 읽어보니 예전 같은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이 불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소설 <도쿄타워>의 첫 문장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로 시작한다.

'가장 슬픈 풍경', '비에 젖은 도쿄 타워'라는 말들이 암울하고 쓸쓸한 느낌을 준다.

도쿄타워에서 가장 명대사로 꼽히는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거야"란 말도 좋게 봐지지가 않는다.

말로만 본다면 상당히 매혹적이고 심쿵 한 말이지만 책 속 두 주인공에게서는 사랑의 순수함도 따뜻함도 아름다움도 행복감도 느껴지지 않고 그저 불편하기만 하다.

그들의 정말 사랑한 것일까, 아니면 사랑이라고 믿는 욕정일까.

요즘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연상연하 커플들이 많이 존재하니까, 남녀가 사랑하는데 나이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혼을 했느냐'는 명확히 다른 문제다.

결혼의 유무는 단지 두 사람만의 문제를 뛰어넘어 제3의 사람들이 존재하게 되며 그들은 분명 큰 상처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여자, 섹스, 사랑에 관해서는 상당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던 코우지도 고교시절 동급생의 어머니와의 불륜이 딸(요시다)에게 들통이 난 후 관계가 정리되었지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 나타난 요시다로 인해 키미토와 유리에게서 버림을 받게 된다.

고교시절 엄마의 친구인 시후미를 만나게 된 토오루는 이성을 사귄 경험이 없었던 반면, 시후미는 이미 결혼한 몸이었고 아이는 없으며 가게(재력)와 자유를 가지고 있다.

토오루는 시후미와의 첫 만남의 회상하며 '자신의 인생은 그 무렵부터 젤리처럼 굳기 시작했다. 서서히, 조용히, 맛없는 젤리처럼."이라고 생각한다.

토오루나 코우지 나이대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동안 굉장히 화가 났다.

늘 시후미의 연락만을 기다리는 토오루를 보면서 사람 하나 때문에 이렇게 무기력해질 수도 있겠구나 싶은 맘이 들어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시후미를 통해 사랑은 하는 것이 아니라 빠져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토오루는 사랑에 빠진 것이 아니라 불륜에 빠져 어둡고 숨겨지고 감춰져야 하는 불행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시후미는 남편 아사노와의 관계를 정리할 생각도 없고 현재의 일을 즐기며 친구도 많고 사교적으로도 바쁜 삶을 살아가지만 시후미만을 바라보는 해바라기 같은 토우루는 하루 종일 시후미만을 생각하고 그녀의 전화를 기다리고 그녀가 즐겨 읽는 책을 읽고 그녀가 즐겨 듣는 음악만을 듣는다.

그러면서도 "행복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때의 토오루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시후미가 주는 불행이라면, 다른 행복보다 훨씬 가치가 있다." (74p)고 말하니 이런 마음을 부모가 알게 된다면 얼마나 참담할까.

물론 토오루의 엄마가 알게 되고 잔소리(토오루는 그렇게 말함)을 듣게 되지만 엄마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도 않는다.

책은 이렇다 할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란 느낌을 주며 끝이 난다.

15년 전 읽었던 느낌과 지금의 느낌이 전혀 다른 건, 그땐 그들의 사랑에만 눈길이 갔다면, 지금은 사랑이라 말하지만 불륜을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그들의 행동이 이기적이고 욕정에 눈이 먼 것 같아 불쾌하고 불편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세월이 흘렀고 그 세월만큼 감정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부부, 가족, 아들, 딸, 친구 등의 다양한 관계 속에 모든 것을 뛰어넘고도 불행하지 않고 아름답고 행복한 사랑이라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하는 게 아니라면 인정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아슬아슬하게 감정의 선을 넘나드는 작가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성적인 문체에 두근거렸던 20~30대의 느낌이 지금은 없다.

고리타분하다, 낡았다 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들의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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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 마흔 넘어 떠나는 혼자만의 여행
박대영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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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길 위로 나서 걷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되어가는 것 같다.

걷기를 무엇보다도 싫어했고, 힘겹게 올라봐야 도로 내려올 산을 왜 오르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했던 내가 달라지게 된 건 나이 탓(?)&덕분(?) 일 수도 있겠지만, 건강상의 문제가 가장 컸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듯, 아쉬운 자가 길을 찾아 나서게 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집 앞 산책로를 걷고 집 뒷산을 오르며 시작한 걷기는 좀 더 나아가 동네 큰산을 오르고 지역 명산을 찾아 오르고 유명한 둘레길을 하나씩 걸어보기 시작했다.

단지 걷었을 뿐인데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고 건강과 함께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삶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앞만 바라보고 달리지 말고 잠시 멈춰 서보라는 말들이 이젠 무슨 뜻인지 조금씩은 알 것 같았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소중하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두어 번 정도 먼 곳에 있는 산이나 둘레길을 가보고 싶어 산악회를 따라 나선적이 있는데, 따라가기가 힘도 들었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없어 실망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정상에 오르는 게 목적인 듯했고 시간에 쫓기듯 걸어야 했기에 여유로운 산행을 즐길 수 없었다.

빠르게 가느라 앞사람 꽁무니만 쫓다 보니 하늘을 올려다보지도 주위를 둘러볼 여유도 없어 아쉬움만 남았다.

걷는다는 것은 도착지가 아니라 과정을 걷는 것이라 생각한다.

- 가끔 길을 걸을 때, 길이 건네는 다양한 이야기와 느낌, 그리고 길 위에서 살아가는 뭇 생명들의 아우성이며, 그들이 건네는 이런저런 소리조차 듣지 못하고, 그저 걷는 행위만이 전부인 양 허위허위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왜 굳이 힘들게 멀고 먼 이곳까지 걸으러 왔는지 회의감마저 든다. 걷는다는 것은 세상과의 반가운 조우이면서, 매 순간이 새로운 만남인데도 가끔은 숙제하듯 걷고 있었던 것이다. (90p) -

조금 늦더라도 느려진 걸음 속에서 느낄 수 있고 만날 수 있는 것들이 있으니, 스쳐 지나가는 바람도 길가에 핀 이름 모를 들꽃들도 그냥 바라봐지지 않는다.

이런 즐거움들이 나를 다시 길 위로 산으로 나서게 하는 원동력인 듯하다.

빠르게 갈 수 있는 지름길도 있겠지만 돌아서 갈 수 있는 길도 있으며, 돌아간다고 틀린 것도 아니다.

어떠한 길을 가든 나에게는 새로운 발견이자 선물이라는 것을 길을 나설 때마다 느끼게 되는 것 같다.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게 되는 요즘이다.

하루빨리 진정되어 예전처럼 다시 길을 걷고 싶다.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의 저자 박대영은 sbs에서 27년 차 방송기자로 일하고 있으며, <길, 매력에 빠지다>라는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면서 전국의 다양한 길에 눈을 뜨게 되었고 그렇게 걷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한다.


구불구불한 길이 품고 있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가, 늦어도 늦은 것이 아니라며 어깨를 토닥이던 세상살이의 가르침이, 찬찬히 바라볼 때 제대로 볼 수 있다는 평범한 사실이 느리게 걸어도,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어도 괜찮다고 속삭이듯 알려주었던 것이다. 또 어쩌면 인생이 고달프면 걸으라던 누군가의 조언처럼 삶의 여정에서 경험했던 한두 가지의 쓰디쓴 경험도 강둑을 지나고 산자락을 헤치며 나아가는 그 길 위로 나를 데려다주었을 것이다. 삶은 느리게 걷는 그 걸음걸음 안에 있었다. 무엇이 되어야 하는 삶이 아니라, 즐길 수 있고 즐겨야 하는 삶이 바로 그곳, 길 위에 있었다. (4~5p)


걷는다는 것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는 일이자 자신을 '내려놓는' 연습이었다. 자연을 만나고 그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해야 할 이유들은 널려있었고 걸었던 어느 곳, 매 순간마다 그곳에는 또 다른 내가 있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방황하고, 또 한 번쯤은 길 위에서 쓰러지고, 헤매기도 하는 법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다만 돌아가야 할 그 길을 잃지만 않는다면, 그리고 다시 걸을 수 있는 용기가 남아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지름길을 놓쳐 먼 길을 돌아가는 여정마저도 누군가의 오늘이며, 오늘들이 쌓이고 쌓여 특별하고, 또 소중한 우리 자신만의 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산다는 것은 셰릴 스트레이트의 책 <와일드>가 말하듯'누구나 한 번쯤은 길을 잃고, 또 한 번쯤은 길을 발견'하며 나아가는 여정일 것이다. 그것이 우리네 삶이자 인생이다.(40~41p)


서두를 이유도 필요도 없이 발을 떼어놓은 때마다 조금씩 변하는 풍경을 눈에 담으며 그저 나아갈 뿐이다. 굳이 멀리 바라볼 필요도 없이 내딛는 발이 닿는 만큼의 앞만 바라보며 걸으면 충분하다. 많은 선지자들이 전하는 진리 중 으뜸 역시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사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설상 산에서 걷는다는 것은 굳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바로 여기 이 순간'을 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알려주는 도량이기도 하다. 멀리 바라보기 위해서는 당장 내 발밑, 다음 걸음을 내디딜 그곳을 살펴야 한다. 결국 정상에 이른 유일한 방법은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내딛는 것이다. (44p)


정상은 머무름을 위한 장소가 아니다.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 몇 굽이의 길을 지나자 오늘 여정의 끝이 보인다. 그렇게 길이 끝나는 곳에서 다시 살아내야 할 삶이 기다리고 있음을 깨닫는다. 잠시 내려놓고 왔던 그 삶을 ... 세상의 밖으로 뚫고 나가 다른 세상으로 이어져 있을 것만 같은 그 길도 결국은 출발선의 그 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여정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게 짧지만 풍족했던 휴식의 시간은 결국 산 아래에서의 삶을 위한 것이었다.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애썼던 모든 노력들은 결국 돌아오기 위한 연습이었음을... (51p)


길의 끝에서 다음 길을 생각한다.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어디론가 가야 하는 이유는 중연의 어느 즈음을 지나고 있는 내 삶과 자신에게 건네야 할 선물들이 그곳, 그 길 위에 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어쩌면 무엇이 되어야 한다는 커다란 꿈일랑은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고, 스스로 누리는 작은 것에 만족하며 행복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소유보다는 마음의 크기를 키움으로써 행복해질 수 있다'던 누군가의 충고를 실행해야 할 나이인 것이다. (3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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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시옷들 - 사랑, 삶 그리고 시 날마다 인문학 1
조이스 박 지음 / 포르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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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속에 떠오르는 느낌을 운율이 있는 언어로 압축하여 표현한 글이라고 정의되지만 현대 시에 와서는 일정한 형식이 거의 파괴되어 형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하고 의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내가 사랑한 시옷들>의 저자 조이스 박은 인터넷과 미디어의 발달로 말미암아 말과 글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시'는 최소한의 언어로 최대한의 심상과 의미를 전달한다고 말한다.

개인적인 취향이겠지만 시가 주는 난해함이 있어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알고 보면 매일 즐겨 듣는 노래 가사도 모두 '시'라 할 수 있다.

시는 생각보다도 우리 곁에 가까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수많은 '시' 속에서도 저자가 사랑하는 '시옷'들에 관한 시들을 소개하고 있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이 바뀌어야 하는데 사람을 바꿀 힘은 문학과 종교밖에 없다며 고전과 현대의 명시들 속에서 사랑, 삶, 사람 등에 관한 명시 30편을 소개한다.

누구나 이름만 듣거나 시의 일부만 읽어도 알 수 있는 정도의 유명한 시보다는 20세기 근현대 시대를 살아간 영미권 시인의 명시 30편을 추려 영어 원문과 저자의 번역을 함께 담았다.

사랑과 삶, 사람에 관한 시들을 주로 다루다 보니 아무래도 여성 작가들의 시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세상이 바뀌기를 갈망하는 그녀들의 신념이 담긴 시들을 만날 수 있다.

영어 원문(영시)과 함께 번역된 시가 함께 실려있는 것도 좋았지만, 작품에 관한 해석과 시대적 배경과 시구절 해석, 표현법 등 저자의 생각과 설명을 상세히 적은 해석 글이 더욱 좋았다.

충실하게 단어적인 의미로만 영시를 해석한다면 시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뜻과 감정을 정확히 전달받기가 힘들었을 텐데 저자의 번역과 해설은 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 편의 시를 소개하며 작가에 대한 소개 글, 영시 원문과 번역 시, 영시에 쓰인 단어와 해석, 표현법 소개, '영시로 배우는 영어'까지 알차게 구성되어 있다.

시를 읽으며 영어공부까지 함께 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으며, 시, 문학작품, 영화, 음악을 아우르는 다양한 인문학을 접할 수 있는 인문 교양서로도 추천한다.

Alone - 사라 티드데닐

혼자인 것(being alone)과 외로운 것(being lonely)

절대 고독이라는 것이 있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홀로 있음에 소스라치는 순간이 있다. 단순히 혼자 있다고 해서 외로운 것은 아니다. 혼자 있어도 전혀 외롭지 않을 수 있고, 누군가와 함께 있지만 지극히 외로울 수도 있다. 사람들 속에서 살을 맞대고 부대껴 살아도, 인간이란 언제나 홀로인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히는 존재다. 인간은 누군가가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외로움, 삶이 주는 외로움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자신의 무게 중심을 올곧게 잡을 수 있다. 고통스럽더라도 이러한 인간의 숙명과도 같은 절대 고독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느끼게 될 존재의 회의감 앞에 힘 없이 무너질 것이다.

(21~22p)


THAT I Did Always Love - 에밀리 디킨슨

있는 그대로의 사랑법

당신의 사랑 방식이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지 못하여, 당신과 함께하지 않기로 했다. 그렇다고 당신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아니, 늘 사랑했고 사랑할 것이다. 다만 나를 당신의 방식에 맞출 수 없을 뿐이다.

에밀리도 그런 사랑을 한 것 같다. "내가 너를 사랑하므로 나에게 와서 내 기준에 맞추고, 나의 집을 꾸리고, 봉사하고, 돌보는 '집 안의 천사(angel in the house)가 되어주렴." 아마도 이런 사랑 고백을 받았던 것 같다.

19세기 여성에게는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요!'라고 반박할 수 있는 목소리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줄 여자를 찾아가세요'라는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거부뿐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대가 원하는 방식으로 살 수 없고, 그대에게 내 방식에 맞추라고 강요하지도 않을 테니 그대 뜻대로 살라고 놓아 보내는 거 말이다.

붙잡히고 길들여져 쪼그라들고, 지긋지긋해질 때까지 희생하며 상대가 정해준 자리에, 정해진 모습으로 있어야 사랑하는 것이라 우기지 마시라. 왜 사랑을 당신이 정한 방식으로 증명해야 하는가. 내 사랑이 그렇게 닳고 닳아 헤지는 것을 보느니, 당신을 보내고 세상의 가장 궁벽한 구석에 남아 홀로 사랑하더라도, 그곳이 괴로운 갈보리 언덕이라 할지라도 거기에서 내 사랑을 지키겠다는 포부가 이 시에는 있다.

"Take me as I am or leave me."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으면 나를 떠나시라. 사랑의 이름으로 그대가 나에게 십자가가 될 수 없으니 떠나시라.

(45~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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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 - 마키아벨리에서 조조까지, 이천년의 지혜 한 줄의 통찰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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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키아벨리에서 조조까지... 이천년의 지혜 한 줄의 통찰을 담은 명언집이다.

저자 김태현은 그동안 수만 권 이상의 독서를 통해 세상을 보는 통찰력을 키워왔고, 여러 분야의 지식 관련 빅테이터를 모으고 큐레이션하고 있는 인문학자 지식 큐레이터다.

프롤로그를 통해 저자는 수천 년 전부터 흘러온 철학은 오로지 한 가지 질문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이런 고뇌와 사색의 시간 없이 단순하게 살아간다면 그것은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행복을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인공지능의 출현으로 인간 본연의 가치가 위협을 받는 시대 속에서 인간 고유의 정신활동인 통찰의 힘, 사색하는 능력을 키워나가고자 한다면 수천 년간 이어온 철학자들의 통찰이 큰 도움이 되고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바람을 담아 이천년의 지혜와 통찰을 담은 명언집 <세상의 통찰 철학자들의 명언 500>을 쓰게 되었다 한다.

책은 크게 4장으로 나눠 '삶과 처세에 대한 통찰', '사유하는 인간에 대하여', '대문호들이 던지는 철학적 교훈', '생각의 폭발을 이끈 동양의 철학자들'로 구분하였고, 철학자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명언을 한글과 영어로 소개하고 있으며 공부하고자 한다면 영어 공부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1장 '삶과 처세에 관한 통찰'에서는 마키아벨리, 세네카, 카네기, 쇼펜하우어, 파스칼을 소개하면서 어떻게 해야 지혜롭게 인간관계를 꾸릴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자들의 명언을 소개한다.

2장 '사유하는 인간에 대하여'에서는 니체, 알베르 카뮈, 프로이트, 스피노자, 아우렐리우스를 소개하면서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지를 치열하게 사유한 사상가들의 명언을 소개한다.

3장 '대문호들이 던지는 철학적 교훈'에서는 괴테, 생텍쥐페리, 샤르트르, 톨스토리, 칼릴 지브란 등 문학 작품으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대문호들이 삶에 대한 깊은 사유를 예술로 승화시키며 남긴 명언들을 통해 인생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4장 '생각의 폭발을 이끈 동양의 철학자들'에서는 조조, 루쉰, 한비자, 제자백가, 법정 스님을 소개하면서 자연과 인간의 삶 전반에 영향을 주면서 도(道)의 체득과 실천을 중시하는 동양철학에 대한 소개와 도덕, 처세, 인생에 대한 동양 철학자들의 싶은 가르침을 주옥같은 명언들을 통해 소개한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 우연은 없고 모든 것은 우리의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다.

깊은 통찰력을 지닌 사람과 가까워지려면 본인부터 삶에 대해 사유할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해석하고 변화시켜가면서 책을 통해 만나게 된 철학자들을 통해 더 깊은 통찰과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것도 인생에 대해 사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읽을 때는 모든 말들이 다 바르고 좋은 말들이지만 직접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러나 가까이 두고 생각날 때마다 펼쳐보고 끊임없이 반복하며 새기다 보면 조금씩이나마 행동하고 실천하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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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 시장의 교란자들
데이비드 로완 지음, 김문주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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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럽터(disruptor)의 사전적 의미는 '혼란(분열) 시키는 자'로 해석되며, 기존의 틀을 깨는 엉뚱한 발상과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는 이들을 지칭하기도 한다.

편견과 선입견을 깨고 기존의 틀을 파괴하는 사람들로, '파괴자 '또는 '혁신자'로 해석되기도 하는데, 이 책<디스럽터>에서는 시장의 '교란자'로 이야기된다.

이들은 일반화된 시스템과 시장 질서를 거스르는 엉뚱하고 기발한 발상으로 세계를 놀래기도 하는데, 한 개인뿐 아니라 이러한 행위를 하는 기업도 디스럽터라 부른다.

이 책 <디스럽터:시장의 교란자들>에서는 기존의 상식을 파괴하고,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행동으로 성공을 거둔 다수의 디스럽터들을 소개하면서, 그들의 혁신적인 성공에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전략과 교훈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데 도움을 주는 책이라 하겠다.

변화, 혁신, 창조... 뭐 이런 것에 취약한 나에게는 요즘처럼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면서 발전하고 달라지는 세상이 조금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세상에 나 같은 사람들만 있다면 미래를 위한 눈부신 발전도 더딜 테고 지루하고 단조로운 세상이 지속될지도 모른다.

언젠가 스타트업 기업들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들은 늘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시장을 형성하고 성장해가며 세상을 변화시키는 혁신의 최일선에서 일하는 것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앞서 미래를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기에 필요한 기술을 스스로 공부해나가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익히고 시도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것이야말로 혁신의 원동력임을 보여주고 있으며,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성장할 기회를 주는 직장을 최우선으로 뽑기도 했다.

직업의 미래나 회사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면 <디스럽터>에서 소개하는 14가지의 교란(혼란, 분열)의 기술들과 창의적인 혁신들을 알아보고 적용 여부를 고민해보는 것도 유용할 듯하다.


이성적인 사람은 자신을 세상에 맞춘다.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은 자신에게 맞추려고 고집을 부린다.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 달렸다.

- 조지 버나드 쇼 -


페이스북 직원들을 위한 핸드북은 "우리가 페이스북을 죽일 존재를 만들어내지 않으면 다른 누군가가 그렇게 할 것이다"고 냉정하게 말한다.(12p)


건축계에서 아룹은 재능 있는 인재들에게 가치주도적 커리어를 제안하고 도전적이면서 충만한 업무를 부여한다는 보기 드문 명성을 얻고 있다.

직원들에게 힘겨운 도전과제가 주어지더라도 간섭하지 않으면서, 창의적인 능력을 완전하게 펼칠 수 있도록 해주고 그들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주는 조직을 만들고자 한다.

"우리는 조직을 싹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안다는 생각을 깨뜨리고 싶어요. 그게 우리의 과제입니다." (31p)


'극단적 자율성'의 모법답안인 슈퍼셀의 CEO 이자 공동 창립자인 파나넨은 "나는 세계에서 가장 힘없는 CEO가 되길 열망합니다. 게임 개발팀과 셀(cell), 사람들에게 권력을 돌려주는 게 중요하죠. 내 임무는 최고로 가능성 있는 사람을 고용해 그들이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지 결정하도록 내버려주는 환경을 조성하는 겁니다. 그 시점부터 나는 옆으로 빠져 있어야 하지요."라고 말하며 직원 280명이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도록 권한을 부여한다. (32p)


"혁신은 단순히 '돈을 주고 사는'것이 아닙니다. 혁신은 문화 변동이죠. 뒤로 열 걸음을 돌아와 실제로 문제를 다뤄야 합니다."(68p)


​"관점과 바뀌어도 기회의 문은 열린다."

헬싱키의 포휼라 병원은 핀란드에서 가장 큰 금융그룹 OP가 짓고 있는 병원이다.

"우리는 다른 길을 택했어요. 고객은 은행이 아니라 서비스를 필요로 하죠, 고객은 주택 담보대출이 아니라 쉴 곳을 필요로 하고요. 차를 사고 싶은 게 아니라 이동을 원합니다. 우리는 건강보험을 팔았는데 사람들은 건강보험이 아니라 건강이 필요한 거거든요. 미래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건강을 필요로 할 겁니다. 그래서는 우리의 목표는 사람들이 건강을 유지하도록 디지털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 (74p)


"가끔 실리콘 밸리는 확고한 믿음을 일종의 '혁신을 불러오는 마법의 가루'처럼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 우리가 행복한 생각을 떠올리고 절대 표기하지 않으면 놀라운 일이 벌어지기라도 할 것처럼요. 물론 영감을 주는 비전이 무언가 대단한 일을 성취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가장 재능 있는 사람들을 소환해 공통 목적을 향해 단결하도록 만드니까요. 하지만 돌이켜볼 때 옳았다고 밝혀진 경우에만 '통찰력이 있다'고 규정할 수 있는 겁니다." (132p)


구글의 문샷 팩토리는 우리에게 기업의 보편적인 문제 2가지를 해결하는 교훈을 제시한다.

(신사업과 고위험 프로젝트를 기존 사업과 병행하는 법)

첫째, 신선한 사고가 가능한 방식으로 기존 기업의 사고방식과 공정에 도전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주력 사업과 관련 없는 고위험 장기 프로젝트를 개발할 여유가 있어야 한다.(134p)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뭔가를 부숴야 합니다."

"회사를 구하려면 회사를 부숴야 합니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 하지요, 젊음을 걸고 일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주력사업을 따로 두고 그냥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거야. 시간이 흐르면서 주력사업을 저절로 망가지겠지'라고 생각합니다. 미안하지만 세상은 엄청나게 빨리 움직이고 있습니다. 스스로 사업을 망가뜨리되 바로 지금 그렇게 해야 합니다. 용기를 내지 않으면 누군가가 대신 그렇게 할 테니까요." (249p)


"새로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가? 답은 간단하다. 바로 '다름'이다. 다양한 창의력 이론이 존재하지만 이를 모두가 공유하는 유일한 교리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것을 나란히 놓는 구조에서 창의성이 나온다는 점이다. 다름을 최대화하는 최적의 방식은 연령과 문화, 학문을 섞는 것이다."(284p)


"파괴당하는 것이 아니라 파괴하는 조직이 돼라." (3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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