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자의 귀향 - 집으로 돌아가는 멀고도 가까운 길 헨리 나우웬 영성 모던 클래식 1
헨리 나우웬 지음, 최종훈 옮김 / 포이에마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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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브란트가 1642년에 그린 탕자 그림은 26년이 흐른 1668년에 매우 다른 분위기와 구성으로 바뀐다. 헨리 나우웬의 렘브란트 해석은 말년의 이 그림을 바탕으로 한다.

 

나우웬은 성직자의 눈으로 렘브란트의 그림을 깊이 읽어내는데, 렘브란트가 오랜 세월을 성경의 이 이야기에 천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우선 놀랍다. 렘브란트는 탕자로서 살았고 그 값을 톡톡히 치렸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철저하게 삶의 바닥까지 내려갔던 것 같다. 그 고통스러운 삶의 끝자락에서 렘브란트는 비로소 아버지의 품에 안긴다. 완전히 비워진 삶,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삶, 그 삶의 품이 바로 신의 품이 아닐까.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깨닫는 것만큼 신을 느낀다는 말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최근까지 내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아버지의 너그러움이었고, 가장 최근까지 내가 공감했던 것은 큰아들의 분노였다. 이 책을 읽으며 아버지의 너그러움이 이해될 것 같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큰아들에게 하는 말, "얘야, 너는 늘 나와 함께 있으니 내가 가진 모든 것은 다 네 것이다."가 무슨 의미인지 알 것 같았다. 큰아들은 이제 결정할 일만 남았다. 계속 노여워할 것인지, 기쁨의 잔치에 함께 할 것인지.

아버지의 너그러움이 이해되고 큰아들의 분노가 근거없는 것임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된 것은 내가 나이들었다는 사실의 반증인가. 어쨌든 나우웬의 글을 더 젊었을 때 읽었더라면 아마도 공감의 폭이 적었을 듯 싶다.

 

나우웬의 <마음에서 들려오는 사랑의 소리>는 <탕자의 귀향>과 같은 시기에 쓰여진 책인데, 그 즈음 나우웬은 큰 심리적 충격을 겪었던 모양이다. 이 두 책은 같은 경험에서 나온 두 가지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데, 두 글 모두 나우웬의 자기 고백이다.

 

매우 현명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는 성직자의 고백은 민망하리만치 노골적이다. 이 고매한 성직자가 나처럼 온갖 잡생각들과 유치한 비교와 인정받고 싶은 욕구와 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한 데 대한 분노와 근거없는 망상 같은 감정들로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놀라웠고, 또 한편으로는 회의도 들었다. 한 인간으로서 이렇게 편협하고 부족하다면 신을 믿기에 앞서 마음공부가 먼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도가 마음공부이고 신을 닮으려는 노력 그 자체가 마음공부이니 이 의심은 곧 버렸다.  

 

무례하게 재산을 요구하고 매정하게 그것을 들고 나가 다 써버린 아들, 가족과 자신의 뿌리를 완전히 외면해서 철저하게 자신을 배신한 아들이 돌아왔을 때

늙고 눈 먼 아버지는 아들을 품에 안고 기뻐하며 잔치를 벌이고

탕자는 민둥머리로 맨발로 아버지의 품에 안기는데, 두 사람의 모습은 마치 자궁으로 돌아가려는 인간의 본원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큰아들은 엄격하고 완고한 도덕주의자며 '왜 죄인들과 한 자리에 앉아 밥을 먹느냐'고 예수님께 따졌던 바리새인이고 '바른' 사람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그 도덕의 뒷면은 분노임을... 큰아들은 기쁨을 느낄 수 없어서, 어쩌면 탕자보다 아니 그 누구보다도 더 불행한 사람이 아닐까 싶다.

 

삶은 매일이 잔치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탕자 이야기의 요체라고 나는 이해했다. 이것은 나우웬이 긴 고통의 끝에서 내린 결론 가운데 하나기도 하지만 나우웬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삶과 나의 삶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하는가는 다른 게 마땅하다. 그러나 나우웬의 글을 통해서 탕자 이야기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고, 이 책을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기쁨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일까?

기쁨은 작은 반짝임, 사람에게 생기를 주는 아주 귀한 것.

마음 안에 기쁨이 반짝일 수 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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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화하는 말들 - 2006-2007 이성복 시론집
이성복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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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리에서 다 읽고 다시 읽는 중이다. 시가 아니어도 내가 사는 하루, 내가 하는 일, 내 행동과 마음가짐에 대입해보고픈 말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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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피언 왕자 나니아 나라 이야기 (네버랜드 클래식) 4
C. S. 루이스 지음, 폴린 베인즈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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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적 세계를 그렸다고 하지만 이교도적인 그리스로마의 신화 세계가 버무려져 있는데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나 무신론자가 되었다가 다시 신자로 돌아갔다는 저자의 정신적 경험이 모순적 두 세계를 아무렇지도 않게 양립시킬 수 있는 배경이었나 싶다. 이 편은 상상력이 유난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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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드의 피아노
케이티 해프너 지음, 정영목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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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정말 글을 잘 쓴다. 인간의 모순, 삶의 모순, 시간의 운명적 엇갈림과 교차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당연히 인간 굴드의 매력에 홀렸고 문제의 그 피아노에게도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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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신화의 상징성
뽈 디엘 지음 / 현대미학사 / 199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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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가지 면에서-생소하고 전문적인 내용, 번역 문제, 등등- 읽기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신화의 의미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특히 문학 전공자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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