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비가 간다 마음속 그림책 12
박종채 글.그림 / 상상의힘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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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바야흐로 봄입니다. 지난 35일은 개구리와 두꺼비가 깨어난다는 경칩이었어요. 경칩이라고 무조건 안전하지는 않은 모양이라, 얼마 전 개천에서 죽은 개구리를 봤습니다. 때 맞춰 깨어났지만 기온이 너무 낮아 얼어 죽은 것이지요. 야생에서 개구리를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두꺼비는 더 보기 어렵죠. 두꺼비를 소재로 한 그림책도 좀처럼 없는데 그래서 더 반가운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치밀한 계산 하에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림책 표지를 넘기고 본문을 거쳐 마지막 장에 이를 때까지 마치 카메라 줌을 당겼다 밀었다 하는 것처럼 우리의 시점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그림들이 마치 음표처럼 어울려 운율을 형성하고 빠르고 느린 박자를 만들어냅니다.  

표지의 동그란 무늬들은 두꺼비 알입니다. 따라서 제목 '두꺼비가 간다'는 무엇을 하러 가는 것인지 알 수 있지요. 표지를 넘기면 속표지가 바로 나오지 않습니다. 한 장, 두 장, 세 장째 나와요. 큰 풍경, 작은 풍경 작은 풍경으로 시선이 당겨지면서 마지막 세 번째 풍경 위에 <두꺼비가 간다>는 표제가 찍혀서 속표지가 됩니다. 마치 본문으로 들어가기 전에 우리의 마음을 미리 준비시키는 것 같습니다. 시선을 아래로, 가까이, 겸손한 각도로 이끌면서 말이지요. 귀한 것을 보려면 우리의 자세는 낮아져야 한다는 뜻일까요?

속표지를 넘기면 우리의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아주 의젓합니다그림책은 음향 효과가 없지만 글자로 청각적 효과를 최대한 살릴 수 있습니다. 왼쪽 장에는 점잖은 두꺼비를, 오른쪽 장에는 ''이라는 글씨 하나를 궁서체로 나타냄으로써 두꺼비의 첫인상을 잘 표현했습니다.

본문을 차례로 넘기면 두꺼비가 한 마리, 두 마리, 점점 늘어나면서 무리를 이룹니다. 소리도 , 두두둥, 둥둥 덩덩, 두둥 두둥 덩덩덩, 빨라집니다. 두꺼비들은 숲에서 나와 도로를 건너고 철망을 기어오르고 (하수도 관으로 보이는) 관을 통과해 마침내 넓은 물에 이르렀네요. 강 같기도 하고 저수지 같기도 합니다. 물빛이 푸른 것을 보니 아직 새벽인가 봐요.  

이곳에서 두꺼비들은 짝짓기를 합니다. 난리도 아닙니다. 생명의 향연입니다. 이윽고 모두 산란을 끝냈네요. 지금까지의 노고가 헛되지 않게 두꺼비 알들은 마치 별처럼 빛나고 있습니다. 이제 알들은 제각기 분열해서 마침내 작은 두꺼비로 성장할 것입니다.  

시선은 멀어져 다시 강 풍경이 나옵니다. 이제 물빛이 노르스름하게 변했습니다. 저는 그 빛에서 벼가 노랗게 익은 가을 논을 떠올렸습니다.

작가는 생명의 가치와 그 고귀한 연속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본문이 끝나고 책 마지막 장에는 박종채 작가가 쓴 시 <두꺼비가 간다>가 실려있고 맞은편 쪽에 헌사가 있습니다:

 

2014716일 오후 3. 세월호에서 살아남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 42명이 국회에 도착했다. 이 아이들은 715일 오후 5, 수업을 마치고 안산 단원고등학교를 출발해 여의도 국회의사당까지 47Km를 총 22시간 동안 걸어왔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그 길 한가운데 서기로 했다.

이 책을 세월호 유가족들과 세월호를 기억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칩니다.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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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에게 들키다
하채현 지음 / 상상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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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이다. 내용으로나 문장으로나. 어쩌면 평범한 생활수필쯤으로 읽힐 수도 있지만, 생활수필을 만만히 보는 건 아니지만, 솔직하고 정직하고 선한, 드문 미덕을 지키며 사는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책모양새가 많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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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나무 아래에서 산하세계어린이 26
마리타 콘론 맥케너 지음, 이명연 옮김 / 산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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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을 잃은 세 아이가 수용소 행을 피하기 위해 멀리 사는 친척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소설이다. 1840년대 아일랜드의 대기근을 배경으로 하는데, 영국이 아일랜드에 저지른 죄는 진정 반인륜적이다. 소설에서는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췄지만 그 역사적 배경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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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몽쇄언 - 꿈과 인생
김대현 지음, 남만성 옮김 / 을유문화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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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책이다. 세상만물은 정해진 것이 없으며 부단히 변하는 것이니 한 발 물러나 마음을 고요히 맑히라는 말만 잘 실천해도 나의 삶이 나아지지 않을까 싶다. 굳이 철학적으로 옳고 그름을 논쟁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옮긴이의 해석이 본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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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꿈 이야기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남진희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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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꿈과, 꿈을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한 권에 담았다는 것만으로 흥미진진한 책이다. 단, 앞뒤 맥락 없이 꿈만 읽는 것이 때로는 별 의미가 없어보이는 경우도 있고, 어떤 내용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데, 원문의 문제인지 번역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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