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젤라의 재
프랭크 매코트 지음, 김루시아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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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의 회고록 두번째 권 <그렇군요>를 읽으며, 예전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익살과 따뜻한 인간미가 넘치는 작가에게서 깊은 위로를 받는다.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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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아이린 비룡소의 그림동화 151
윌리엄 스타이그 글.그림,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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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루퉁한 스핑키만큼이나 내가 좋아하는 책이다. 어른으로서 이 책은 삶에 대한 은유처럼도 읽힌다. 눈보라를 뚫고 나아가야 하는 시간들이 있고 아이린은 용감하게 그 속을 뚫고 나아간다! 따뚯한 집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자기 마음 속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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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 어느 외계인의 기록 매트 헤이그 걸작선
매트 헤이그 지음, 정현선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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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이성과 논리로 유지되는 평화롭고 평온한 외계의 한 별에서 온 외계인이 지구에 와서 겪는 이런저런 사건들을 다룬 소설이다. 순전히 이 소설의 외피만 설명하자면 그렇다. 거의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이 이런 외피 아래 들어있는 내피를 보면, 이 소설은 아마도 인간 이해쯤으로 요약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일까, 이들이 사는 지구란, 그리고 유한한 시간 속에서 갖가지 무늬를 만들며 짜이는 삶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이 지구에서 인간으로서 산다는 것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작가는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어린 아이들은 마냥 행복하게 웃고, 슬프고 아픈 일이 있어도 금방 그것을 잊을 줄 아는 놀라운 축복 속에서 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얼마나 불행해하는가. 도대체 사는 게 왜 이렇게 염증 나고 혐오스러우며 고통스럽고 무의미한지, 속에서 쓴물이 올라올 때도 종종 있다. 작가는 책 말미에서 자신의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얼핏 엿보인다. 그 과거는 아주 만만치 않았던 것 같고, 죽음의 가장자리까지 갔던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일까, 작품 속에서 작가는 부디 살아 있으렴.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네 의무란다.’ 라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힘든 게 비논리적이고 부당한-사람 사이의-일들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먼 외계의 별이라고 작가가 상정해 놓은 어떤 이상향은 순수하게 논리만으로 돌아가는 세계다. 우리에게 감정은 고통과 행복을 같이 준다. 하나를 얻고 싶다면 다른 하나도 필수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1+1 상품처럼. 불교에서는 그래서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수행을 권한다. 그러나 작가는 오히려 이 감정에 휘둘리는 것이야말로 진정 인간답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 휘둘림을 통해서 주인공이 인간과 동화되는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살아야 할 수천 나날을 앞두고 있는 숭고한 인간. 내가, 인간이 누릴 그 나날들이 행복하고 안전하기를 바라게 되다니. 그것은 논리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논리를 찾기 위해 지구에 왔다면, 잘못 짚은 것이다.... 머나먼 항성들과 행성들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앞선 지성으로 문명의 발전을 자랑하는 행성들에는 평화와 평온과 논리가 있겠지만, 그 가운데 내게 필요한 것은 없었다.....

 

감정은 우리의 본능에 더 가까이 다가가 있다. 반대로 이성은 본능과 감정 위에 올라가있다. 본능과 감정만을 따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으나-인간에게 이성은 얼마나 귀중한 혜택인가-감정과 본능은 마치 뜨거운 난로와도 같아서 가까이 가면 데고 멀리 하면 춥다. 어떤 사람이 사람답다고 느낄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참 따뜻하다고 느낀다. 우리 안에 아주 깊숙한 곳에 이러한 뜨거움이 없다면 우리는 이미 인간이 아닌 것이다.

 

......차가운 사람이 되지 않도록 늘 노력해. 차가운 건 우주만으로도 족하거든. 따뜻함은 중요한 거야.......

 

그래서 작가는 권한다. 머리를 따르고, 가슴을 따르고, 본능을 따르라고. 맞는 말이다. 우리에게는 때로는 이성이 필요하고 때로는 감정이 필요하며 때로는 본능이 필요하다. 그 어느 것도 배제해서는 사람답지 않는 존재가 되는 것 같다. 엉뚱한 연상이지만, 다리가 세 개인 신화 상의 까마귀는 이런 교묘하고 어려운 균형잡기를 암시하는 건 아닐까 생각해본다.

 

작가는 아마도 정신분석학에도 조예가 깊지 싶다. 그의 다음과 같은 말은 우리 안에 도사리고 있는 수많은 인격을 얘기하고 있는 것 같다:

 

......네 안에는 별 하나를 이루는 모든 요소가 있고, 네 안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 네 마음이라는 무대 위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주연 자리를 다투고 있는 거야......

 

작가는 우주적 차원에서 보면 모든 이들이 나이고, 따라서 그들을 연민으로 바라보라는 말도 한다. 맞는 말이다. 모두 인간이라고 하는 같은 바탕에서 태어나 조건에 따라 착한 사람도 되고 큰 실수를 저지르는 사람도 되고 어리석은 사람도 되고 대체로 현명한 사람도 되지 않나. 오늘은 교통규칙을 어기는 옆 사람을 비난하지만 내일은 내가 똑같은 짓을 저지를 수도 있다. 그럴 사정이 생긴다면. 그래서 우리에게는 연민의 마음이 꼭 필요한 것일 테다. 행위를 비난하되 사람 그 자체를 미워하지는 말라는, 모든 종교에서 하나 같이 하는 이 말, 이것은 틀림없이 진리일 것이다. 하지만 이 진리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나는 얼마나 긴 시간을 걸어야 했는지. 아직도 그곳에 닿지 못한 채로.

 

작가는 산다는 것 자체에 대해서도 얘기하고 있고, 나 역시 그의 생각에 매우 공감이 갔다. 사람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고 나라는 인간 자체도 이해가 안 되고 도대체 사는 게 뭔지 무의미하다고 느껴져서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매느라 어느 날 불현듯 내가 진짜로 살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이 책에서 저 책으로 미친 듯이 읽어대던 시간들은 끝나야 마땅했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책에서 도움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결국 삶의 의미는 그것을 잃어버린 곳에서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곳이 아무리 더러운 진흙탕이었더라도 그것을 찾으려면 그곳으로 가서 그 안에 손과 발을 담가야 했다. 작가는 말한다:

 

......삶의 의미를 찾는 일은 잊어야 했다. 찾기를 멈추고 살아야 했다. 삶의 의미는 그녀의 손길에 맡기고 지금 바로 삶을 사는 것이다. 과거와 미래는 신기루 같은 것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시간은 현재였다. 끝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현재. 현재는 변덕스러웠다. 놓아 보낼 때에야 비로소 손에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삶을 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일 수도 있다:

 

......부끄러움은 족쇄다. 자유롭게 살아라......

 

작가는 자신의 고통스러운 과거 경험들로부터 끌어낸 진수들을 이 작품 속에 최대한 다 담아내고 싶었던 것 같다. 특히 어린 친구들을 뜨거운 연민과 격려로 끌어안고 싶어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점이 작품 자체의 완성도에는 해가 됐지 싶다. 책 속의 좋은 말들을 실제의 삶 속에서 모두 다 소화하기에는 너무 많다 싶다. 기억하기만도 쉽지 않다. 소설 한 권으로 써야 비로소 소화할 수 있는 조언들이 이 책 한 권에 너무 많이 포진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알사탕도 한 번에 한 알만 입에 넣고 녹여먹는데. 그것도 오래오래 입안에서 굴려야 하거늘.


마지막으로, 마음에 진하게 남는 작가의 통찰 하나. 작가는 사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진정 서로를 염려하는 원시적인 두 인간이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은 진정 위로라고 말한다. 우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참으로 가슴 깊이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표현이다. 작가는 분명히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의 다음 대목을 읽었을 것 같다. 아니라면, 깊은 사색 끝에 이 인류학자와 동일한 결론에 이르렀던 게 틀림없다:

......부부들은 어떤 잃어버린 결합을 그리는 향수에 잠긴 듯이 포옹을 하며, 남들이 지나가더라도 중단을 하는 법이 없다. 그들 모두에게서 무한한 친절, 깊은 무관심, 그리고 소박하면서도 매력적인 동물적 만족감을 보게 되며, 이러한 갖가지 감정들이 모인 곳에서 인간적인 애정의 가장 감동적이며 가장 진실된 표현 같은 무엇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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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다섯 인생 - 나만 좋으면 그만이지!
홍윤(물만두) 지음 / 바다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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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검색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책. 인연에 감사한다. '책 속에 내 모든 것을 침전시키느라 애썼다'는 저자의 한 줄 자평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사람은 떠났으나 글이 남아서 오래오래 향기를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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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글자 열린책들 세계문학 202
너대니얼 호손 지음, 곽영미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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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있는 인간 이해, 고통을 승화하는 철학, 시대를 바라보는 냉철한 시각은 과연 고전이 될 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하지만 2000년대를 사는 독자로서 1800년대 작가의 서술 방식은 따라가기가 힘들었다. 힘들게 올라서 단 열매를 딴 느낌. 훌륭한 작품,성실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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