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하는 도시 건축 여행 바르셀로나에 가자 테마로 만나는 인문학 여행 11
조미화 지음 / J&jj(디지털북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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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도가 쓴 여행서답게 건축 이야기가 구체적이다.

 

유명한 관광 포인트만 산발적으로 나열하는 여행서를 읽다가

이 책을 펼치고

바르셀로나라는 도시가 역사적으로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

바로 이거였어, 하는 기쁨이 마구 일어난다.

 

이 책의 묘미는 짧은 전반부에 있다.

저자는 책 첫 페이지에서 땅의 형태를 사람의 피부에 비유하면서

지형이 도시의 구조를 인식하고 정의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요소임을 지적한다.

그리고 이 피부의 굴곡을 따라, 이곳에 마을이 저곳에 성벽이 형성되면서 차츰 도시가 형성된다.

이렇게 역사의 흔적이 지형에 새겨지며 도시에는 주름이 생긴다.

바르셀로나를 고대 로마의 주름과, 중세, 근대, 현대의 주름으로 설명한

저자의 비유가 정말 참신하다.

 

책의 4/5정도를 차지하는 후반부는 바르셀로나를 걸으면서 읽어내는

말하자면 답사 안내서쯤 되는데,

건축학도답게 건축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간간히 섞어가면서 도시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구성돼 있다.

 

두툼한 여행서에서 쏟아내는 엄청난 양의 정보에 짓눌려서

과연 내가 바르셀로나를 여행할 수 있을까, 자신감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던 차에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 좀 바르셀로나라는 도시(의 내면)을 알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이 책을 과연 여행서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약간 망설이게 된다.

무엇보다 이 책을 들고 저자가 제안하는 그 길로 나설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여행서는 무엇보다 친절한 지도 역할을 해주어야 하는데

이 책에 실린 지도로는 절대, 절대, 길을 찾을 수 없다.

아마도 저자는 건축학도로서의 지적인 욕구와

여행자에게 길을 안내하는 '도시를 잘 아는 친구'로서의 애정

둘 사이에서 전자 쪽에 더 마음이 기울어져 있는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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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를 쓰다 1 - 흠영 선집 돌베개 우리고전 100선 19
유만주 지음, 김하라 편역 / 돌베개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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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안 읽혔다. 결국 읽다가 접었다.

 

책을 신중하게 고르는 편이고 어지간해서는 끝까지 읽는 편인데 나도 의아해서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우선, 흠영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아마도 박지원의 그 호탕함과 해학, 지성에 견줄만한 다른 식의 강한 매력을 내가 기대했던 듯 싶다.

흠영은 좋게 말하면 무척 담담하고 소박하며

나쁘게 말하면 답답했다.

끊임없이 사고만 하는, 사고 속에 갇힌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편으로 혐의를 두는 것은, 글맛을 느낄만한 문장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문장의 맛으로 읽는 글들이 있다. 달콤한 술처럼, 향기로운 커피처럼 문장이 사람을 홀리는 글이 있다.

이것은 번역의 문제는 아닌 것 같고, 역시 흠영 개인과 내가 서로 맞지 않아서가 아닐까 짐작된다.

 

혹시 누구의 사적인 일기를 훔쳐본다는 것에 대한 찜찜함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것도 같다. 흠영이 자기 일기를 수많은 사람들이-후대인들이라고 해도- 읽고 있다는 것에 기꺼워했을 것 같진 않다.  

어지간하면 유명인들의 일기를 굳이 찾아읽진 않았는데, 우선 아름다운 표지가 눈을 끌었고, 열하일기와 짝이 될만한 어떤 것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다른 리뷰에서도 지적했던 것처럼, 편집상의 착각도 책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는 데 일조를 했다.

흠영은 대단한 사상가가 아니었고 따라서 그의 일기를 주제별로 분류한다는 것은 오히려 그의 정신세계를 어설프게 보이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독자의 독서를 산란스럽게 만들었다.

그의 장점은 풋풋함, 소박함에 있고

그것을 잘 살릴 수 있는 것은 그저 시간순으로 자연스럽게 그의 생각과 감정이 흘러가는 것을 독자가 따라가게 만드는 것이었다고 본다. 그게 이 책의 매력이었을 텐데, 아쉽다.

 

그렇다고 이 책을 무작정 비난하자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자료로서의 가치가 크고

출판계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이 책은 귀하다.  

그리고

아마도 나와는 다른 감성과 취향과 호기심을 가진 많은 독자들에게는 무척 사랑스러운 책일 수 있으리라는 것은 백번 당연한 얘기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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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대 위의 까치 - 진중권의 독창적인 그림읽기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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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그림들을 놓고 고만고만한 이야기들만 하는 여느 책들과는 전혀 다른 해석과 감상을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주 예리하고 분석적이며 냉철하다. 대신 마음을 울리지는 못한다. 머리와 가슴을 동시에 감쌀 수 있는 정도의 글은 아니라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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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 피아니스트의 아흔 해 인생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시모어 번스타인.앤드루 하비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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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은 다큐에서 할 말을 모두 했다. 그만큼 에단 호크의 다큐가 훌륭했고, 앤드루 하비의 질문은 다소간 진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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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딕, 불멸의 아름다움 - 고딕 대성당으로 보는 유럽의 문화사
사카이 다케시 지음, 이경덕 옮김 / 다른세상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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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절판된 책이어서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

고딕의 정신성은 한국의 문화에서는 완전하게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완전히 다른 바탕에서 시작해 전혀 다른 식의 이야기결로 짜인 서구의 정신사를

다만 어렴풋이나마 알고자 하는 바람에서 읽었다.

 

유럽의 성당을 들어갈 때 느끼는 성스러운 느낌,

내 안에서 고양되는 -뭐라고 이름붙이기 힘든- 어떤 것이 있다.

그것은 어쩌면 문화의 바탕과는 상관없는

인류 보편적인 것이고

인간 본성에 닿아있는 것일지 모른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두려운 것, 성스러운 것, 아주 큰 것, 신비, 뭐 이 정도로 막연하게 밖에는

말할 수 없는 것인데.

 

 

저자는 고딕의 기본 정신을

자연(숲),

비이성적인 것 내지는 비합리적인 것,

개방성

으로 정리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셋은 어쩌면 셋이 아니라 하나일 수도 있다.

자연은 데카르트의 철학처럼 철저하게 질서정연한 것이 아니다.

그것의 속성은 이성을 벗어난 것, 신비하고 감각적인 것, 두려운 것, 인간을 한없이 작고 약하게 만드는 것, 절대 완결되지 않는 무엇이기 때문이다.

 

고딕 성당이 민간신앙을 흡수하여

생성과 파괴의 모성신앙의 강한 기운을 건축에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중세의 그 엄격한 종교관 아래서

민간신앙의 노골적이고 이교적인 해학의 장이 펼쳐졌다는 것 또한 그랬다.

 

건축이나 문화에 대한 문외한의 입장에서는,

조선시대에 경직된 유교적 분위기 속에서도

탈춤으로 그 시대의 권위를 비웃던 하위문화가 존재했던 것처럼

아마도 중세에도 그런 것이 있었나보다, 유추해볼 따름인데,

조선시대의 그 해학정신이

유럽의 경우에는 건축으로 즉, 물질적으로 더 뚜렷하게 족적을 남겼다고 하겠다.

 

어쨌거나 문화사의 발전과정은 

개인의 정신을 이해하는 쪽으로도 어느 정도 힌트를 주는 것 같다. 

인간 안의 어두운 구석, 죽음과 성스러움, 파괴와 생성, 어둠과 빛, 광기와 이성,

무질서와 질서가

끊임없이 엎치락 뒤치락

태어나 죽을 때까지 씨름하며 이어지는 것이

개인의 정신사가 아닐까 싶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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