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간도 1
안수길 지음 / 글누림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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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좋은 작품을 왜 이제야 읽었을까 생각했다. 4대에 걸친 가족사이자 간도의 한인사이며 한국근대사이다. 또한 고발문학! 격랑의 역사 속에서 한치 앞도 가늠하기 힘들었던 그 시대와 그 시대를 치열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금의 허세도 없이 성실하게 문학작품으로 구현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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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을 읽는 변호사 - 1만 명 의뢰인의 삶을 분석한 결과
니시나카 쓰토무 지음, 최서희 옮김 / 알투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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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새로운 내용은 없다. 진부하다고 해도, 뻔하다고 해도 반박할 말은 없어보인다.

그런데

진부하고 뻔한 말은 뒤집어보면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이

진실이 들어있다고 생각해온 말이나 생각이 아닐까 싶다.

밤새 안녕하셨어요?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등등의 인삿말들이 인생의 중반기를 넘기고부터는 진심으로 와닿았다.

물론 그 말에 진심을 담았을 경우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지만 말이다.

 

니시나카 쓰토무 변호사의 말은 진부하다.

우리가 어린 시절에 귀가 닳도록 들었던 잔소리의 점잖은 버젼이랄까. 

하지만 참 맞는 말들이다.

이 책을 요약하는 한 단어를 골라내라면, 내 생각에는 '덕분입니다'일 것 같다.

내가 이 세상을 사는 것이 나 혼자의 힘이 아니라는 것.

 

한동안 절을 다녔는데 그때 영 걸리던 일이

연등에 매달린 구절들은 하나같이,

소원성취, 가족건강, 사업번창 같은 말들.

많이 배우신 스님께서 법문을 끝맺는 말로 하시던 말씀, "부자되세요!'

쓰토무 변호사 역시 이것을 '놀라울 만큼 자기 욕망뿐'인 것으로 보았다.

 

우리가 인품을 갈고 닦아야 하는 이유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살아야하는 이유를

무슨 대단한 진리에서 연역해내야 한다고 기대했던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백퍼센트 실망할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대단한 진리를 말하지 않아서 오히려 나는 좋았다.

75년을 산 사람이 한 발 한 발 디뎌온 길에서 직접 체험한 일들을 얘기하는 것이

<벽암록>의 그 추상적이고 관념적이며 난해한 고승들의 한 줄 수수께끼 같은 말보다

훨씬 값지게 느껴졌다.

 

덕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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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하고 걱정 많은 아이 어떻게 도와줄까? - 제2판
로널드 라피 외 지음, 이정윤 외 옮김 / 시그마프레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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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실용적인 책이다. 내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읽었다면 도움이 많이 됐을 텐데 좀 안타까웠다. 7장의 사회성과 관련된 부분은 너무 피상적이고 작위적이라고 생각된다. 내 경험으로 볼 때, 사회성이 그렇게 교과서적으로 키워지지는 않는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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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시골의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
프란츠 카프카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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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어둡고 질척이는 인간 내면의 한 구석을 정통으로 꿰뚫는 그의 글은 그의 크고 검은 눈을 닮았다. 2부의 <옆마을>을 꼭 읽어보길. ‘인생이란 놀랍게도 짧‘은데 ‘젊은이가...어떻게 옆마을로 말을 타고 나설 작정을 할 수 있었는지...나는 이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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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 -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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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드보통은 철학자라기보다 철학적인 인문학자 같다. 그의 글은 지적인 통찰, 문학적 감수성, 논리적 사고가 이상적으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그래서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내 정신도 일종의 동시화 현상에 의해서 그와 같은 균형에 근접해지는 것 같다.  

 

이 책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는데, 하나는 불안의 원인을 분석하는 글이고, 다른 하나는 거기에 대한 해법을 정리해놓은 글이다.

불안에는 다양한 원인들이 있지만, 내가 보기에 알랭 드 보통이 염두에 두고 있는 불안의 원인이 되는 두 축은 사랑-시대적 맥락인 것 같다. 사랑에 대해서, 그는 돈과 명성과 영향력이란 그 자체로 목적이라기보다 '사랑의 상징'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 불안을 일으키는 또 하나의 요소인 시대적인 맥락으로 말하자면, 현대는 능력과 생물학이 우리의 가치판단을 지배하고 있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은 이제 우리를 조종하는 것이 모두가 유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언뜻 매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생각 같지만 실은 참 무시무시한 생각이기도 하다. 능력과 생물학이 X과 Y축이 돼서 그려내는 인간세상에서 인간다움은 그 어떤 변수로도 작용할 수 없다. 중용-이 필요하다. 능력과 생물학도 중요하지만 인간은 단지 그것만으로 설명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우리 안에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것이 있다고 여지를 남겨두는 것, 우리는 모른다는 사실을 아는 것, 절대 단정하지 말 것.  

 

두 번째 파트인 <해법>은 약간 실망스러운 면이 없지 않다. 저자가 제시하는 해법으로서 철학, 예술, 정치, 기독교, 보헤미아는 우리가 느끼는 불안을 어느 정도 완화시켜주거나 통제할 수 있게 해주기는 하겠으나, 읽으면서 좀 막연하고 상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한 마디로, <원인>파트에서만큼 분석이 날카롭지 않았다. 

그러나 예술의 대목에서 제인 오스틴과 존 러스킨을 읽는 것만으로 내 개인적 실망감은 상쇄됐다. 이 파트에서 가장 중요한 한 문장을 고르라면: '예술은 삶의 비평이다.'  

 

불안을 문화적 맥락으로 잘 분석한 글 덕분에 나와 내가 속한 사회를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실망스러운 대목과 저자의 생각이 너무 단순화되고 단정적으로 보이는 대목이 가끔 있었지만, 불안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이렇게 긴 호흡으로 짜임새있게 써낸 글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명민한(!) 사람의 통찰력(!) 있는 생각을 유려한 글(!)을 통해 읽는 3중의 기쁨을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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