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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를 보는 방법 - 박테리아의 행동부터 경제현상까지 복잡계를 지배하는 핵심 원리 10가지
존 밀러 지음, 정형채.최화정 옮김 / 에이도스 / 2017년 11월
평점 :
복잡계를 다루는 책 <전체를 보는 방법>이다. 복잡계는 쉽게 말하면 세상이 엄청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곳에서의 작은 변화가 나비효과를 일으켜 큰 파장이 될 수 있는 세계가 바로 복잡계이고 그 복잡계가 바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이다.
복잡계의 특징은 바로 예측이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책에서는 창발적 행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그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생각할 수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나는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최근의 두 번의 금융 위기는 복잡계가 무엇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복잡계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은 딱 한 가지 이유나 하나의 학문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그리고 환원주의 접근으로는 전체를 이해할 수 없다. 복잡계를 이루고 있는 요소를 파악하는 것은 가능할지 몰라도 상호작용을 통해 어떤 방향으로 튈지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상호작용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복잡계를 이해하는 기초이다. 물론, 패턴이 있다는 전제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심지어 저자는 우리의 마음도 복잡계라고 이야기한다. 가끔 내 마음이 왜 이렇게 흘러가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상황에 맞닥뜨릴 때가 있을 것이다. 바로 복잡계이다.
본격적으로 그렇다면 복잡계의 상호작용 패턴을 살펴보자. 저자는 먼저 바다달팽이의 껍질 패턴을 이야기한다. 아무 패턴이 없어 보이는 이 껍질에 패턴이 있고 심지어 그 패턴이 국소적인 규칙만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저자는 말한다.
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되는 과정에 대해서도 설명한다. 이 설명을 위해 거래에 대한 간단한 가정을 세우고 거래와 가격의 전체 패턴을 연구하는 상향식 방법으로 접근한다. 구체적으로 두 거래자가 만나 서로 이익이 되면 공급자의 비용과 수요자의 상품가치 중간 가격으로 거래한다는 가정을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 가정을 바탕으로 실험을 했을 때 복잡한 가격 형성 과정에 대한 기본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복잡계의 패턴을 일부 발견한 것이다.
복잡계에서 중요한 것이 바로 피드백 메커니즘이다. 양의 피드백 메커니즘은 작은 사건을 큰 사건으로 증폭시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양의 피드백은 나쁜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 책에서 예로 드는 것은 주택시장이다.
"주택시장은 양의 피드백투성이다. 담보대출을 받기 쉬워지면 주택 수요는 증가하고 주택 가격도 올라간다. 더 올라간 주택 가격은 대출 위험을 낮추는 데 충분한 담보물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올라가면 대출기관은 더 대출을 쉽게 해준다."
책에는 다양성이 안정성을 촉진하는 사례로 벌집 온도를 유지하려는 벌의 활동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아주 흥미롭다. 두 가지를 비교한다. 두 집단 모두 벌의 온도 설정 평균값은 같다. 다만, 한 집단은, 모든 벌이 똑같은 이상적 온도를 가지고 있고 다른 집단은 평균 근처 편차가 있는 온도를 가지고 있다. 첫 번째 집단은 온도가 떨어지면 동시에 다 같이 날개를 윙윙 거려 온도를 상승시킨다. 그래서 온도가 너무 올라가면 다시 다 같이 온도를 낮추는 행동을 취한다. 결국 첫 그룹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변동성이 심해지게 된다. 반면, 두 번째 그룹은 각 벌들의 이상적 온도가 다 다르기 때문에 일부만 움직여서 벌집의 온도 변동성이 줄어들고 안정된 온도를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다양성은 안정성을 촉진한다. 마찬가지로 안정된 시장도 이질적인 행위자들로 이루어져 있을 때 생긴다고 저자는 덧붙인다. 반면, 사회운동은 이질성이 불안정으로 이끈다. 결론적으로, 이질성은 점진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며 음의 피드백은 안정성을 가져다주고 양의 피드백은 불안정성이 커지게 만든다.
위치가 먼 맛집과 위치가 가까운 여행자 식당 둘 중에 고르는 것과 위치는 맛집처럼 안 좋지만 음식 맛은 맛집보다 약간 떨어지는 식당을 추가해 셋 중에 고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사실, 세 번째 식당은 맛집과 비교하면 아예 비교 대상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이 세 번째 식당을 선택지에 올리는 순간, 사람들은 여행자 식당보다 맛집을 더 선호하게 된다. 또한 기존 맛집보다 약간 더 맛있고 조금 더 위치가 안 좋은 식당을 추가하면 이번에는 여행자 식당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신기한 것은 신경세포가 없는 박테리아나 점균도 먹이에 대해서 이런 메커니즘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벌로 돌아가, 벌들에게 벌집을 옮기는 것은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정찰벌들은 자신이 탐색한 장소와 위치를 8자 춤을 추며 알려준다. 그리고 자신이 탐색한 장소가 좋다고 인식할수록 춤을 길게 추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벌이 다녀와서 정말로 좋은 장소면 돌아와서 또 춤을 추는 것이다. 이렇게 장소는 많은 벌들에 의해 평가를 받게 된다. 그리고 대략 20마리 정도가 되면 정족수가 채워진다. 수학적, 통계적으로 20마리는 완전하지는 않지만 좋은 확률로 최선의 집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찾는 정족수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러한 벌의 의사결정 메커니즘은 중앙 집권적이 아니라 분권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포유동물이 평생 평균적으로 10억 정도의 심장 박동을 한다는 것도 놀라운 사실이다. 따라서 1분에 몇 번 박동하는지 알면 대략 수명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이 계산에 따르면 1분에 5백 번인 쥐는 4년 정도이고 1분에 50번인 인간은 40년 정도이다. 또한 심장 박동은 체질량과 대사율 같은 생리적인 특징과도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이것을 스케일링 관계라고 한다.
복잡계에서 상호 협력의 이로움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발리의 벼농사를 이야기하며 협력을 통해 수확량이 증대되고 모두가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나아갔음을 말한다. 협력은 집단을 번창하게 만들고 우위를 점하게 만든다. 인간 사회뿐만 아니라 박테리아 집단이나 물고기 등 자연에서도 협력은 많이 발견된다.
배신자가 있어도 협력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아무리 배신자가 많은 집단이라고 해도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만 하면 장기적으로는 엄청난 이점이 있기 때문에 비록 상대방이 배신해서 단기간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계속해서 협력을 시도한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그리고 이렇게 조심스럽게 협력하는 사람들이 만날 때 협력 관계가 형성되고 이 관계는 계속 이어지게 된다. 또한 조심스럽게 협력하는 개체가 단 하나라도 있으면 배신자의 에러나 오류 혹은 우발적 상황에 의해 협력 체계는 만들어질 수 있다. 경쟁과 협력에 대한 저자의 다음과 같은 이야기에는 엄청난 통찰력이 들어 있다.
"경쟁은 우리를 조금 더 잘 살게 하지만, 협력은 놀랍도록 잘 살게 한다는 관찰은 사회의 근본적인 속성일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개인적 보상은 협력보다 경쟁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이 세상의 또 다른 근본적인 속성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며 전체를 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복잡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하며 책을 마무리한다.
"이 책에서 보았듯이, 부분을 안다고 해서 전체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원주의는 각 부분이 서로 얽힌 구성에 대해서는 알려주지 않는다. 이것이 복잡계 연구의 근본적인 통찰이다. 우리가 개개의 일벌이나 시장 거래자, 신경세포가 주어진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을 결정하는지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할지라도, 벌집이나 시장,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거의 알지 못한다. 벌집과 시장, 뇌를 정말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벌들의 상호작용과 시장 거래자들의 상호작용, 신경세포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시스템 전반에 걸친 총체적인 행동을 야기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