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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ㅣ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읽으며 고수는 달라도 다르구나는 생각을 했다. 조훈현은 다섯 살 때부터 환갑이 넘은 나이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바둑 한 길만을 걸었다. 글에 앞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걱정을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겪는 인생의 경험들, 즉 학업 경쟁, 취업 경쟁, 진로 고민, 짜릿한 사랑, 직장 생활의 힘겨움 등을 나는 알지 못한다. 이런 내가 삶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말하려 하니 걱정이 앞선다."
물론, 이어서 바둑밖에 몰랐지만 그 안에서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경험했고, 희망과 절망, 성공과 실패, 음모와 배신까지도 경험했다고 덧붙인다. 바둑, 그 길에도 인생의 희로애락이 오롯이 담겨 있다. 어릴 때 부모 없이 일본에서 살았고 젊은 나이에 최고 자리에 올랐지만, 43살에 집에 데리고 살던 제자 이창호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는 경험도 했다.
그는 이기기 위해 바둑을 두었지만 이제는 승패 관계없이 바둑을 둘 수 있어서 좋다고 고백한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며 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인생이란 것이 항상 좋은 날만 있을 수 없다.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생각, 나만의 확고한 생각들이 인생을 좀 더 즐겁게 만들어 갈 수 있다고 그는 이야기한다. 따라서, 생각을 바꾸고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고 따라서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동시에 긍정적이고 건강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길러야 한다. 이것이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다. 또한 행복은 단단한 자아에서 온다고 덧붙인다. 그는 바둑판에서 이것을 깨달았다고 하는데, 인생이라고 다를 것 없다.
"생각의 위대한 힘으로 최선을 다해 자기만의 바둑을 두자. 자신의 영토를 최대로 넓히자. 신중하게 포석하고 거침없이 공격하되 치열하게 방어하자. 죽을힘을 다해 싸웠다면, 그것으로 우리는 이긴 것이다."
발전은 문제의식을 가지고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물론, 기본기를 갖추고 있는 상태에서 기존 방식에 질문을 던지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구체적으로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끈질기고 치열한 탐구심의 결과라고 그는 말한다. 창의성의 출발은 질문이고 질문을 통해 다시 창의성이 발달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긍정적인 사람은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할 수 있다. 긍정적인 마음, 건강한 마음, 창의적인 마음은 이렇게 다 연결되어 있다.
세고에 겐사쿠는 조훈현을 열한 살 때 집으로 들어와 살게 한다. 조훈현은 9년을 함께 살게 된다. 그리고 그가 세고에 겐사쿠의 3번째 제자이자 마지막 제자였다. 세고에 겐사쿠는 지도 대국에 인색했고 가끔 복기를 하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 가르침은 없었다. 세고에 겐사쿠는 조훈현에게 스스로 답을 찾으라는 말을 했다. 이것이 그의 가르침이었다. 방향을 제시하고 혼자 공부하고 연구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다.
"생각의 자유를 주면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한다. 스스로 생각하는 아이들은 개성이 강해지고 자아가 단단해진다. 인생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끌어갈 자신감과 확실한 인성이 형성될 수 있다."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는 방법은 간단하다. 바로, 그 사람의 선택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볼 때 그 사람의 지위나 배경, 학문적 지식, 집안 등으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그 사람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그 사람이 살아오면서 어떠한 선택을 했는지를 눈여겨보는 것만큼 확실한 것은 없다. 반대로, 올바른 선택을 하기 위해서는 인성과 인품을 기르고 원칙과 도덕이 쌓여야 한다. 인성과 인품은 가르칠 수 없다. 어떻게 사는 것이 바른 인성이고 인품인지를 직접 보여주어야 한다. 부모도 자녀를 기를 때 마찬가지다.
조훈현은 1984년 서른한 살 때, 이창호를 제자로 받아들이며 자신이 그러했듯이, 이창호를 집으로 데리고 온다. 그는 창호에게 바둑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 말한다. 이창호가 그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알아서 판단했을 것이라고 믿는다. 1990년 최고위전에서 조훈현은 15살 이창호에게 3 대 2로 지고 만다. 그들은 여전히 같은 집에 살았기 때문에 그날 경기가 끝나고 같은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이창호는 계속해서 조훈현을 이기며 타이틀을 가져갔다. 1991년 말 이창호는 7관왕, 조훈현은 4관왕이 되었다. 이 시점에 이창호는 조훈현의 집을 떠난다.
결국, 조훈현은 1995년 2월, 20년 만에 무관의 신세가 된다. 놀라운 것은 그날 그의 마음이 유난히 평화로웠다는 것이다. 그리고 긍정적인 생각이 쏟아진다.
"지키려고 할 때는 그렇게 힘들었는데 막상 다 잃어버리니 자유로웠다."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것 자체가 놀랍다. 상황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것이다. 그는 긍정적인 사고로 더 이상 나빠질 것이 없고 올라갈 일만 남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자신이 언제든지 질 수 있다는 사실도 받아들인다. '모든 것이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을 그는 완벽히 실천하고 있었다. 이후, 그는 1998년 국수전 도전자가 되어 이창호를 만나고 승리한다. 이기고 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증명해 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고 고백한다.
조훈현은 항상 어떻게 살고 무엇을 위해 살지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것을 멈추지 말라고 조언한다. 최선을 다해 살고 두려워하지 말고 뛰어들라고 한다. 자신의 가능성의 최대치까지 올라가 보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노력했다면 지더라도 당당할 수 있다. 따라서 지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사람의 심리 상태를 잘 파악한다. 자기계발서 저리 가라 할 정도로 핵심을 아주 잘 짚어낸다. 현실에 대한 불만과 막연한 생각을 비판하며 환경을 탓하지 말고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고 조언한다.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최고의 환경이다. 불만을 갖고 환경 탓을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최선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현재 바둑은 속기 바둑이 80%이고 장고 바둑이 20%이다. 조훈현도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고 인정한다. 박진감과 스릴이 없으면 젊은 팬을 끌어들이기 힘들다. 그러나, 속기 바둑이 늘어나면 한 수 한 수 깊게 생각할 기회가 줄어든다. 젊은 프로 기사들을 대상으로 속기에 강한 그룹과 장고 바둑에 강한 그룹을 비교했더니 전자 그룹은 20~22세 이후로 실력이 많이 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도 소개한다. 바둑뿐만이 아니다. 우리도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빠른 것은 쾌감을 준다. 재미있고 짜릿하다. 하지만 그것만 쫓다 보면 신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정말로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하여 결정해야 하는 때에 경솔한 판단을 하게 된다."
시간제한의 중요성도 언급한다. 시간제한 개념은 모든 일에 있어서 중요하다. 특히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쓰고 관리할지 훈련할 수 있다. 동시에 업무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시간을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의 분야에서 프로가 되고 싶다면 어린 시절부터 시간제한이라는 압박 속에서 많은 일을 성취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바둑은 결정을 못 하고 초읽기 시간을 넘기는 것보다는 차선의 수라도 놓는 것이 낫다고 가르친다"
바둑은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이 반드시 복기를 한다. 승자와 패자가 같이 복기를 하며 서로 질문을 하기도 한다. 이런 복기를 통해 승리한 대국에서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고 패배한 대국에서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고 그는 말한다. 이만한 성찰과 자기반성이 또 있을까 싶다. 이 과정에서 인내와 겸손,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복기는 후회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의 수립이라고 덧붙인다.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 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젊음은 그 자체로 강력한 능력이며 무기이다. 대신 과신하지 말고 겸손해야 한다. 젊고 건강할수록 몸 관리를 잘 해야 한다.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동시에 나이 듦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건강한 노후를 준비해야 한다.
"젊음은 축복이다. 그것만으로도 젊은이들은 대단한 존재다. 그러나 그 축복은 결코 영원하지 않다."
조훈현은 대국이 있는 날을 빼고는 거의 날마다 산에 오른다. 무려 22년째. 몸과 정신은 연결되어 있다. 건강한 몸이 건강한 정신과 맑은 정신을 만든다. 자기 관리가 철저해야 쉽게 말해 롱런할 수 있다. 비단 스포츠뿐만 아니라, 모든 세계가 그렇다는 것을 조훈현은 보여준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버티려면 체력이 있어야 한다.
그는 스마트폰도 없고 휴대폰도 없다. 운전면허증도 없고 신용카드도 없다. 남들이 다 하더라도 자신이 필요를 느끼지 않으면 따라가지 않는다. 나중에 얼마든지 해도 되는 일에 몰두하느라 진짜 중요한 일을 할 시간이 사라진다고 말한다. 하루에 10분이라도 휴대폰을 끄고 나 자신과 대면하는 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창의적인 생각은 비워내고 멍하게 있을 때 번쩍 떠오른다. 삶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정말 대단하다. 책 읽는 내내 그의 예리함과 날카로움에 감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