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봅소 서관 아가씨여봅소 서관아가씨,영명사 모란봉 엔오늘도 넘는해가 빨갛게 불이붓소서산에 불이붓고동산에 불이붓고대동강 복판에도 불빛이 붉소구료여봅소 서관아씨,이내의 열여덟엔하소연한** 심사의, 불길이 타는구료. - P54
흰밤옛 성의 돌담에 달이 올랐다묵은 초가지붕에 박이또 하나 달같이 하이얗게 빛난다언젠가 마을에서 수절과부 하나가 목을 매어 죽은 밤도 이러한 밤이었다 - P33
머루밤불을 끈 방 안 횃대의 하이얀 옷이 멀리 추울 것같이 개 방위(位)로 말방울소리가 들려온다문을 연다 머룻빛 밤하늘에송이버섯의 내음새가 났다 - P41
여승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평안도의 어느 산 깊은 긍정판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밥같이 차게 울었다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산 절의 마당 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떨어진 날이 있었다 -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