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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나의 안전거리
박현주 지음 / Lik-it(라이킷) / 2020년 7월
평점 :
✅ 일과 사랑, 성공과 실패, 문학과 음악 운전대를 스치고 지나가는 모든 것에 대하여...
책은 레이먼드 챈들러, 트루먼 커포티, 찰스 부코스키 등의 작품을 번역해 취향 또렷한 독자들이 믿고 찾는 전문 번역가이자 미스터리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소설을 쓰는 작가 박현주의 에세이집이다.
“실패는 주저앉기 쉽지만 언제까지나 머물 수는 없는 집과 같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너무나 미워하지만, 일단 한번 찾아오면 언제까지나 거기 있고 싶다는 마음도 든다. 또 다른 실패는 더 크고, 더 아프고, 더 강렬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이미 맛본 실패는 헤어날 수 없는 나쁜 친구처럼 어느새 편안해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 안온한 실패를 언젠가는 떠난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인간 삶의 은유로 쓰일 수 있겠지만, ‘운전’만큼 딱 떨어지는 메타포도 드물 것이다.
운전 (運轉)은 기계나 자동차를 부려서 움직이게 하는 능동적 행위를 뜻한다.
삶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르거나, 내가 남들보다 느리고 불리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누구나 스포츠카를 탄 레이서처럼 질주해버리고 싶은 욕망을 느낄 것이다.
꽉 막힌 교통체증 없이 뻥 뚫린 꽃길을 꿈꾸지 않는 이 없을 것이며, 갑자기 뺑소니 사고 같은 일을 당해 황망했던 경험도 다들 한 번쯤 있을 것이다.
우리는 내 삶을 장악하고 있을 때 만족감을 느끼고, 통제 불가능의 상태에 불안과 좌절을 느낀다.
누구나 맞닥뜨리기 마련인 슬럼프를 경험한 저자는 남들보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운전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단지 물리적인 이동일지언정, 과감하게 혼자서 자유롭게 앞으로 나아가는 경험이 절실했던 것이다.
마음먹기도 쉽지 않았는데, 면허를 따내는 것부터 순탄하지 않다. 저자는 실패와 연습을 반복하며 자신이 옮기거나 읽은 소설 속 인물들의 시행착오를 떠올린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형편에 맞으면서도 안전하고 마음에 쏙 드는 디자인의 차를 구하느라 진땀을 뺄 때는 결혼과 파트너에 대해 성찰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손에 쥔 운전면허와 차를 몰고 달리는 것도 만만치 않다.
날씨, 교통체증, 주차, 사고를 비롯해, 참견쟁이 동승자, 도로 위의 무법자 등 세상엔 내 길을 가로막는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책을 읽는 내내 저자의 말에 많은 공감이 된 책이다. 인생은 항상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도 안되는 것은 안된다. 세상의 어떤 기술이나 경험도 마찬가지이다.
어딘가로 떠나는 여행도,누구를 사랑하는 경험도, 책을 읽는다는 독서도 반드시 발전을 약속하진 않는다.
그럴때는 잠시 내려놓고 유동적으로 흘러가는 대로 살 필요가 있다고 느낀다. 아무리 자신이 운전을 잘 한다고 해도 모범 운전자가 될 수 없듯이 말이다.
뭐든 적당한 거리를 판단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지혜가 필요함을....자유는 그 대가 중 하나임을.....
📚 책속으로:
사람들은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말하지만, 남의 충고를 따라서 개척해볼까 하는 순간 ‘스스로’는 없어진다.
도전은 신중해야 하지만, 또한 과감해야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지만, 노동은 본질적으로 즐거움의 영역이 아니다.
너무 소중한 사랑이라 떠나보내지만, 그러기에 그 사랑을 잊지 못한다. 인간의 삶에 있는 이중구속, 특히 여자들은 이런 이중구속의 지배를 쉽게 받는다.
우리는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몰라 제자리에서 갈팡질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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