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오사카
임성현.김지선 지음 / 새벽감성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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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을 보기 전에는 막연하게 여행 에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이 책을 정의하자면 오사카 여행 에세이 이자, 오사카 여행 가이드북 그 어디 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의 전반부는 임성현 작가가 쓴 여행 에세이이고, 책의 후반부는 김지선 작가가 쓴 여행 가이드북이기 때문이다. 헌데 이게 또 ... 여행 에세이 + 여행 가이드 라고 콕 집어서 말하기 애매한 게, 어떤 면에서는 포토북 같기도 하고 어떤 면에서는 오사카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는 그런 책 같기도 하다. 여튼 ! 이 책은 한 권을 읽는 것 뿐인데, 여러 장르의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블로그에서도 자주 언급했었지만, 나에게 교토/오사카는 특별한 도시다. 나에게 있어서는 첫 해외 여행지였기 때문이여서 그런걸까? 음, 잘 모르겠다. 확실한 건 처음 교토/오사카를 갔을 때 그 느낌이 너무 좋았다. 계절 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장소를 찾아다니는 게 너무 좋았다. 




여행 에세이 - 임성현

오사카 도톤보리강에서 만났던 글리코상. 임성현 작가는 매년 글리코 상 앞에서 동일한 자세로 사진을 찍으며 변해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다. 난 왜 이생각을 못했지? 매년 일본을 갔고, 매년 같은 장소를 꼭 들렀는데 !! 과거의 내가 사진을 찍었던 그 장소에서, 현재의 내가 사진을 찍는다.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 지를 확인 할 수 있는 제일 좋은 자료인데ㅠㅠ


여행 에세이쪽은 기본적으로 교토/오사카/고베의 주요 명소에 대한 내용이라 그런가, 요 관광지에 대해서는 크게 다가 오지는 않은 것 같다. 교토/오사카 여행 초심자였다면 정말 도움이 되었을 테지만, 적어도 나는 교토/오사카 여행 초심자가 아니다보니 그런 것 같다 ㅠㅠ 


여행 가이드 - 김지선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들었던 여행 가이드 부분이다. 시중에 나온 여행 가이드 북은 '여행지의 사진 & 교통편 & 여행지에 대한 아주 간략한 정보' 딱 여기까지다. 그래서 잘 안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지에 정보, 즉 역사적 배경이나 유래 이런 부분을 중요시 하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른다. 왜 이 여행지를 가봐야 하는 지, 왜 지금 핫플레이스가 되었는지 이러한 배경지식도 없이 들르면 이건 뭐 감흥도 없고 재미도 없고. 근데 「그냥, 오사카」에 있는 가이드편은 정말 만족스러울 정도로 정보 부분에 많은 부분을 할애 했다. 그렇다고 텍스트만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흡사 포토북을 보는 듯한 여러 여행지 사진, 여행지 지도, 교통편 까지 모두 충실하게 다 담겨 있다.


한국과 일본은 역사적으로 복잡미묘한 부분이 정말 많다. 관련해서 여행지에 있는 성이나 신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꼭 필요한데,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을 콕 집어 놓았다는 점, 얼마나 바람직한지! 역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라면 알고 가겠지만, 그 외에는 모르고 가는 경우가 정말 허다하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간략하게라도, 이런 역사적인 부분을 콕 집어주는 가이드 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에게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던 우메다. 일본에 가서 처음으로 길을 해멨다. 구글맵을 보면서 갔지만 그래도 뱅글뱅글뱅글. 진짜 지옥의 우메다 !!!

우메다를 제외하면 일본에서 이렇게 길을 헤맨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남들은 어렵다는 도쿄 지하철이나 도코역 지하상가도 쉬운데ㅠㅠㅠㅠ!!

진짜 지금 다시 오사카 우메다에 떨어뜨리면, 난 분명 또 길을 잃을 것이다. 이건 진짜 백프로 !! 우메다 혼돈의 지하세계에서 빠져나와서, 햅파이크 관람차 타보겠다고 지상으로 나왔는데, 역시나 또 뱅글뱅글뱅글. 진짜 하 우메다 우메다, 나에게 우메다는 지옥이다ㅠㅠㅋㅋ


오사카에서 못 들렀던 시텐노지, 그래서 계속 마음속에 걸려있는 시텐노지. 우리말로 하면 사천왕사(寺)이다. 개인적으로 시텐노지를 보기 위해서 오사카 항공권을 계속 찾아 보고 있는건 안비밀이다. 


고대 일본 문명을 비약적으로 발달 시킨 건 한반도에서 넘어간 도래인의 공이 크다. 크게 나누면 백제계, 신라계, 가야계로 구분한다. 물론 여기서 더 세세하게 나누면 당시 한반도에 있었던 소국(실직국, 파단국 등) 에서 넘어간 사람들로 볼 수 있다. 일본 곳곳에서는 도래인의 흔적이 정말 많은데, 이에 대한 내용을 알려주는 여행 가이드북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시텐노지가 한반도 도래인과 관련된 절이라는 것을 콕 집어 준다.


참고로 언급하자면 교토에서 유명한 여행명소 키요미즈데라, 야사카신사, 후시미 이나리 타이샤 등도 전부 한반도 도래인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교토여행 리뷰 포스팅에 많음!)


오사카 주유패스를 철저하게 써보겠다는 이유로 달려갔던 오사카코역. 이곳에 주유패스만 있으면 탈 수 있는 그 유명한 덴포잔 관람차가 있다. 


문제는 내가 타러 갔던 그날, 바람이 아주 ㅋㅋㅋㅋㅋㅋㅋ어후 정말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심지어 관람차 바닥이 투명해서, 밑이 다보이고 ㅠㅠㅠ 없던 고소공포증을 만들어 준 덴포잔 대관람차, 정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다.....


이 외에도 교토지역에 대한 내용도 많았지만 워낙 잘 알고 있는 부분이다보니, 리뷰에서는 제외했다. 이 외에는 교토/오사카/나라/고베 지역 추천 여행루트, 쇼핑팁, 숙소, 맛집 등 아주 중요한 정보도 있었다. 특히 추천 여행루트는 2박 3일 ~ 4박 5일까지 여러 조합으로 있으니 오사카 여행 초심자 뿐만 아니라, 경험자까지도 두루 두루 참고할 만하다.

불과 몇 일 전에 후쿠오카를 다녀와서, 몇 달 간은 일본여행을 자제해야지 싶었는데.... 또 오사카 항공권을 찾고 있는 내 자신이라니 ㅠㅠㅠㅠㅠ!!


이렇게 나는 또 오사카 여행을 계획한다. 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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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숙의 나라
안휘 지음 / 상상마당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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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역사소설은 이미 기록되어 있는 사실을 뒤 엎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음, 뭐라고 해야할까? 역사적 사실을 나무 기둥으로 한다면, 거기에 상상력을 담은 잔가지를 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역사소설이다. 그런 의미에서 소설 「애숙의 나라」는 정말 내 기준에 100% 부합하는 소설이었다. 심지어 전개과정 자체도 지루하지 않았다.


역사적으로 '이애숙'이라는 인물의 삶은 파란만장하고, 그저 가엾은 인물이어서 당연히 신파적인 소설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리 '이애숙'의 시선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너무 담담했다. 담담해서 그런걸까? 외려 더 슬펐으며, '이애숙'이라는 인물에게 더욱 감정이입이 되었다.



작가가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설로 내세운 이애숙, 그녀는 우리가 잊고 있었던 조선의 공주였으며 조선에서 버림받은 의순공주 이야기다. 난 사대부의 나라에서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가엾은 공주, 의순공주에 대해 일전에 포스팅을 한 적도 있었다. 


정묘-병자호란을 겪은 뒤 못난 왕 인조가 죽었다. 청나라는 끊임없이 조선의 공주를 청나라로 보내길 강요했다. 효종은 자기 딸 숙안공주를 청나라에 보내고 싶지 않아, 끝까지 뒤로 숨켰다. 하지만 어떻게든 청나라에 조선공주를 보내야 했기에, 효종은 종친의 딸을 물색했다. 실록에서는 금림군 이개윤이 자진하여 자기의 딸을 청나라로 보냈다고 적었지만, 과연 그게 사실일지는 글쎄. 나는 믿을 수 없다.


나라가 힘이 없었고, 무능한 위정자들이 본인들 편하자고 희생양으로 선택된 이애숙, 그리고 버림 받은 이애숙. 이 책은 그녀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애숙이 평범한 종친의 여식으로 살았던 그 찰나의 시간 그 해, 아름다운 봄. 누군가에게 설레기도 했고 누군가의 애정어린 눈길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의순(義順)의 길을 걸어야만 했다. 대의에 순종하라는 의미를 지닌 의순. 조선의 왕 효종이 이애숙에게 공주에 봉하며 내린 작호다. 의순공주가 된 애숙은 그렇게 청나라로 향했다. 흉노 오랑캐에 시집간 왕소군 처럼. 그렇게 그녀는 강요에 의해 조선 땅을 떠났다. 


먼길에 고생이 많겠구나.

나의 양녀가 되었으니, 너도 분명 나의 자식이다.

의순은 청국에 가서도 조선국 왕손으로서의 자부심을 잃지 말라.


조선의 왕 효종은 그렇게 말했다. 저 한마디를 내림으로써 본인의 죄책감을 덜려고 한 것이겠지. 뿐만 아니다. 효종의 딸 숙안공주, 원래라면 그녀가 청나라에 갔어야 했다. 하지만 효종과 숙안공주는 애숙을 방패막이로 내세우고 뒤로 쏙 숨어버렸다. 숙안은 의순에게 비녀 하나 던져주고 가버렸다. 자기 대신 끌려가는 의순에게 따듯한 말 한마디 조차 없었다.


불행 중 다행일까, 의순의 신랑될 사람인 청나라의 도르곤. 그는 청나라의 제일 권력자였으며 섭정왕이기도 했다. 도르곤은 의순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고, 그녀를 대복진으로 봉했다. (청나라 왕실 부인제도 '복진'은 위 포스팅에 언급) 도르곤은 의순을 백송골 같다며 좋아했고, 그 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도르곤은 조선을 짓밟은 원수이기도 했지만, 의순에게는 하나 뿐인 지아비였다. 무엇보다 둘의 금실이 좋았다는 건 여러 기록에서도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부부의 연은 짧디 짧았다. 도르곤이 비명에 가버렸다. 


만주족에는 순장 풍습이 있었기에 총애로 보나 직위로 보나 대복진이었던 의순이 순장될 확율이 높았다. 하지만 조선국 출신이라는 꼬리표 덕분에 순장 명단에서 제외되었다. 순장이 확정되면 '왕후'의 직위에 봉해야 하는데, 조선국 여인이 대청의 왕후라니! 그들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일테니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청나라 권력 판도가 바뀌면서 죽은 도르곤이 역적이 되어버렸다. 도르곤은 묘를 파내어 부관참시까지 당했다. 그렇게 도르곤 집안은 풍비박살이 나버렸다. 의순을 포함한 도르곤의 부인들은 다른 왕족 및 부하 장수에게 주어졌다.


의순은 도르곤의 부하장수 보로의 측복진이 되었다. 하지만 이도 오래 가지 못했다. 얼마 안가 보로가 사망했고, 의순은 보로의 동생 요로의 복진으로 가게 되었다. 그렇게 요로의 집에 머물던 의순은 저잣거리에 나갔다가, 청에 끌려왔다가 부랑인이 된 조선 여인들을 만난다.


애숙은 차마, 한양에서 들었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렇게 도망쳐서 돌아간 포로 중 적지 않은 여인네들이 도성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홍제천변에서 움막을 치고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오랑캐에게 몸을 버렸으니 집안에 들일 수 없다는 완고한 사대부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쏟아지는 이혼 청원에 나랏님마저 골머리를 앓는다는 말까지 들은 적이 있다. -P158


오랜시간이 흘렀다. 그렇게 애숙이라는 존재가 잊혀지는 듯 했다. 그렇게 흘러가던 시간 속에서 애숙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사건이 벌어졌다. 애숙의 아버지 금림군 이개윤이 청나라에 사신으로 와서, 청의 황제에게 탄원서를 올린 것이다. 애숙은 그렇게 고국 조선으로 돌아왔다.


조선에 온다면 어떤 생활이 펼쳐질 지 애숙은 알고 있었을 거다. 하지만 생각한 것 이상으로 조선이라는 나라는 애숙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애숙의 눈 앞에는 자기 자신이 묻혀 있다는 무덤, 족두리 묘가 있었다.


병자호란과 정축하성으로 인해 울분에 차 있는 뭇 백성들 사이에

'왕실에서 공주까지 오랑캐에게 바쳤다' 라는 원성이 들끓었지.

조정에서는 몇 달 동안 민심을 무마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으나

결국 임금께서 자신의 딸을 빼돌리고 종친의 자녀인 너를 대신 보낸 일 까지 소문이 나서 민심이 더욱 흉흉해질까 봐 전전긍긍하시는 형편이 됐단다.

그래서 궁리해낸 것이 바로 이 족두리 묘였어. 


네가 연경에서 오라비들을 통해 돌려보낸 족두리를 갖고 이야기를 지어낸거야.

의순공주는 끝내 국경을 넘지 않았다.

국경으로 가던 중 오랑캐에게 몸을 더럽힐 수가 없었다면서 평안도 정주 강에 몸을 던졌고 시신을 찾지 못한 채 족두리만 물에 떠 올랐다는 설화를 만들어 낸 것이지. - P174 ~ 175


그렇게 이애숙, 의순공주는 조선에서 죽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엄연히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조선 왕실과 사대부들은 살아 돌아온 이애숙을 고깝게 보지 않았다. 임금의 허락 없이 청 황제에게 탄원서를 올렸다는 이유로 애숙의 아버지, 이개윤을 삭탈관직 했다.



"춘옥은 한양 본가로 들어가긴 했는데, 가족들이 별당에다 가둬 놓고 가축 취급을 하는 바람에 그만 정신병증을 일으켜서 거기에서 살지 못하고 내침을 당했사옵니다.

그 후 우리와 함께 지내왔는데, 평소에 멀쩡하다가도 간간이 정신이 헝클어져서

홍제천에 나가 도래를 부르며 온종일 몸에다가 물을 끼엊는 발작 증세를 보이곤 하옵니다."


가슴이 아팠다.

오랑캐에게 몸을 더렵혔다는 이유로 남편과 시댁으로부터 내침을 당한 여인네들의 피맺히 삶들이 송두리째 자신의 것인 양 다가와 애숙은 가슴속으로 흐르는 피눈물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 P224


책 속에 나온 몇 줄의 문장이다. 믿고 싶지 않은, 그저 소설이라고 치부하고 싶은 내용이다. 하지만, 실제로 조선에서 벌어지고 있던 이야기다. 조선은 위부터 아래까지 청나라에서 겨우 목숨 부지하고 돌아온 여인네들을 환향녀라 부르며 쫓아냈다. 위정자들은 그저 숭명배청을 울부 짖고, 허울만 좋은 북벌론을 부르짖으며 힘없는 여인네들만 그렇게 버려졌다. 나는 조선이 허망하게 무너지고, 그리 쉽게 일본에 침략당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여기서 찾는다. 그저 글께나 읽는 유학자랍시고 명나라만 쫓았던 무능한 위정자들, 백성들의 피폐해진 삶은 신경조차 쓰지 않은 그들 때문에. 바로 이들로 인해 조선은 무너지기 시작한거다.


정축하성(삼전도의굴욕)의 국치로 전쟁이 끝난 뒤 청국으로 끌려간

포로들에 대한 석방 교섭이 있었던 기묘년 이후 적지 않은 조선인들이 돌아왔다.

그런데 여인들만은 오랑캐에게 몸을 더럽혀 실절했다는 이유로

남편에게 내쳐지고 시집에서 문전박대를 받았다.

어쩌다가 도성으로 들어간 여인들도 다른사람들 눈에 띄지 말라고

별당이나 뒷방에서 유폐되다시피 홀로 쓸쓸히 지내야 했다.

대들보에 명주실을 내려 목을 걸거나

은장도로 손목을 긋고 가슴을 찌른 여인들이 부지기수 였다.

집 안에 있는 샘에 거꾸로 뛰어들어 목숨을 끊은 이들도 한 둘이 아니었다고 한다.

아예 집안에 들어갈 수 조차 없는 여인들은 깊은 강을 찾아 몸을 던졌다.

대게는 오랑캐에게 끌려갈 때 자결하지 못한 자신을 한탄했고

조선의 남정네들을 원망하면서 눈을 뜬 채 이승을 떠났다.

속환한 며느리가 칠거지악을 저질렀으니

이혼을 하도록 해달라는 상소가 쉬지 않고 올라왔다.

환향한 지 한 해 만에 그렇게 한이 맺힌 채 죽어간 여성이

대략 일만 명은 넘었을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고 했다. - P227


소설 속의 애숙은 그렇게 죽었다. 스스로 독초를 달여 먹어 죽음을 선택했다. 애숙이 죽고 나서야 궁궐에서 장례를 치루라며 물품을 내려줬다. 


"제게…나라는…조선은 없었습니다. 

다만 아버지의 나라였기에 차마 버릴 수 없었을 따름이지요."

애숙의나라 - P256


이 책은 무능하고도 무능한 조선 정부와 사대부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조선 왕실은 이애숙이라는 여인을 내세워 본인의 안위를 지켜놓고, 나중에는 본인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내쳤다. 비단 이애숙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당시에 청나라로 끌려간 여인들은 수십에서 수만명. 정말 무자비하게 끌려갔다. 물론 남자들도 많이 끌려갔다. 돈이 많은 양반가에서는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을 구하기 위해 몸값을 지불해서 빼내오는 경우도 빈번했다. 하지만 여성에 대해서는 너무나 차별적이었다. 간혹 자기의 여식을 빼내기 위해 몸값을 지불한 경우도 있었지만, 대게가 아니었다. 오히려 여성 스스로가 목숨을 걸고 도망쳐 고국으로 돌아오면, 조선사람들은 그녀들을 '환향녀' 라고 부르며 배척했다. 조선에 남아있던 사람들에게 '환향녀'는 오랑캐에게 정조를 빼앗긴 수치스러운 여자였다.


청나라에 잡혀 갔다면 응당 자결을 했어야 했는데, 자결하지 않고 살아 돌아왔으니 너희야 말로 짐슴이고 오랑캐다. 당대 환향녀를 향한 인식이다. 조선 유학자들이, 유학을 본인들에게 이로운 부분만 받아들이고 지멋대로 해석하여 널리 퍼트린 결과가 이렇게 나타난 것이다.


언젠가 가봐야지 했던 족두리묘, 하지만 어느새 잊었던 족두리묘. 늦었지만, 이제라도 가봐야겠다.


애숙은 차마, 한양에서 들었던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렇게 도망쳐서 돌아간 포로 중 적지 않은 여인네들이 도성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홍제천변에서 움막을 치고 살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오랑캐에게 몸을 버렸으니 집안에 들일 수 없다는 완고한 사대부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것이었다.

쏟아지는 이혼 청원에 나랏님마저 골머리를 앓는다는 말까지 들은 적이 있다. - P158

가슴이 아팠다.

오랑캐에게 몸을 더렵혔다는 이유로 남편과 시댁으로부터 내침을 당한 여인네들의 피맺히 삶들이 송두리째 자신의 것인 양 다가와 애숙은 가슴속으로 흐르는 피눈물을 감당하기 어려웠다. -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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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11
박정은.전혜진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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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간접)세계여행 목적지는 바로 영국! 그 중에서도 런던 !!!


학창시절 나에겐 영국하면 복잡 복잡한 중세 왕실가계도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수능과목으로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국가 왕을 비롯하여 여러 정치적 사건을 외우느라 너무 힘들어서 죽을뻔 했기 때문에 ㅠㅠ 하지만 시간이 한참 흘러, 회삿밥을 먹고다니는 지금은 그런 지식들은 죄다 까먹고, 남아있는건 오로지 결혼을 겁나 여러번 해서 피바람 부른 헨리8, 그의 딸 블러디 메리, 그의 딸22 무적함대 격파 엘리자베스 1, 런던탑에 갖힌 두 왕자 이야기다. 하지면 역시 헨리8세 이야기가 제일 꿀잼


! 이거 말고도 영국 전래동요(?) 마더구스도 있다. 이 역시..학창시절에 엄청 빠져 있었는데..ㅋㅋㅋ  동요라면서 동요같지 않은, 잔혹한 이야기가 꽤 많이 있던 마더구스. 블로그에도 포스팅을 종종 했더랬다. 그게 벌써 1n년 전이라니 ...!!



물론 지금은 영국하면 떠오르는 건 '닥터후' & '해리포터' 이다 ㅋㅋㅋㅋ 이렇게 다시 덕밍아웃 하는 건가 싶긴 한데, 정말 해리포터&닥터후 때문에 영국에 가고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놈의 언어의 장벽ㅠㅠ!! 요즘이야 스마트폰만 있으면 뭐든게 OK되는 시절이라 언어 따위는 깔끔하게 무시할 수 있는데, 이번엔 영국을 갈 시간이 없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는가! 영국을 못간다면, 책으로라도 여행을 해야지 싶었다 ㅋㅋㅋ 때 마침 셀프트래블 런던 개정본이 나왔으니 바로 픽

지금 나에게 영국은 닥터후&해리포터지만, 만약 영국으로 여행을 간다면? 당연히 그 목적은 헨리8세다. 내 여행 트렌드는 언제나 역사적 사건과 함께였으니까 후후후후 아! 또 있다. 영국은 뮤지컬의 본고장인 만큼, 뮤덕으로써 오리지널 뮤도 한편 보고 싶은 마음?!

런던여행을 하기 전 기본적인 지식을 습득해 보는 시간!

​TV에서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종종 보기는 했는데, 무슨 의미가 담겨있는 지는 1도 생각해본적 없었다. 알고 보니 잉글랜드/스코틀랜드/북아일랜드 3개국 국기를 합친 모양이 바로 지금의 국기라고 한다. 그리고.. 영국이 입헌군주제라는 건 뭐 유명한 사실이구!

만수무강 하세요 엘리자베스 여왕님

시차는..막연하게 시차가 많이 나겠구나 했는데, 9시간이라니! 이 외에 통용되는 화폐가 파운드라던가, 국교가 성공회라는 것 (헨리8 ★), 한국 여권 소지자는 관광 목적의 경우 6개월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다 는 것 정도만 알면 될 것 같다.


런던은 안전한가요?

런던은 유럽 내에서 안전한 편에 속하지만, 소매치기에 주의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마약단속 경찰관을 사칭해서 현금을 훔쳐가는 일도 발생한다고 해요. 진짜 사복 경찰관은 지갑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고,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하니 꼭 주의하세요!

가짜 경찰로 의심 될 경우에는 경찰서에 가서 보여주겠다고 말한 뒤, 가까운 경찰서로 가야 합니다. 혹시라도 진짜 경찰인데, 검문을 거부하면 벌금을 낼 수도 있다고 해요ㅠㅠ!



런던에 가면 가고/보고/듣고 싶은 건 누가 뭐라해도 헨리8이지만, 난 런던여행 초심자니까! 런던에 무엇이 있는지 하나하나 확인하는 건 필수다. 일단 영국 왕가 공식 거주지인 버킹엄 궁전, 빅벤이라고 불리우는 엘리자베스 타워, 템스강을 가로지르는 타워 브리지,  템스강변에 위치한 대관람차 런던아이 등이 있다.


타워브리지가 마더구스 동요 하나인 <london bridge is fallin' down> 에 나오는 그 다리일까..? 급 궁금해졌다. 해서 검색해보니 런던브리지와 타워브리지는 서로 다른 다리였던 걸로 ㅋㅋㅋㅋㅋㅋ



1837년 빅토리아 여왕때부터 지금까지 쭉 ~~ 영국 왕가 공식적인 거주지 버킹엄 궁전. 현직 왕궁이라는 점에서 막연하게 왕궁이라 출입 금지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국민들에게 개방하는 궁전이었다. 물론 정기적인 개방기간이 따로 있다. 하지만 해당 기간에 입장권만 구입하면 언제든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 뽀인트 !


반면 우리나라 청와대는 음.... 청와대 투어가 있기는 하나 6개월 전에 미리 예약해야하고, 심지어 한정된 인원에다가, 예약도 힘들다. 나도 딱 한 번 밖에 못 가봤다ㅠㅠㅠㅠㅠ 하.. 영국 국민들 부럽...ㅜㅜ


뮤지컬의 본고장 영국!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뮤지컬 배우 홍광호님도 2년간 영국 웨스트앤드에 진출했었다. <미스사이공> 투이 역으로! 진짜 정말 홍배우 따라 영국을 가고 싶었는데 ㅠㅠㅠㅠ 실황을 이 눈으로 보고 싶었는데, 결국 영상으로 접했다는 슬픈 사실. 뭐 그걸 떠나서라도, 영국에서 오리지널 뮤지컬을 본다는 건 모든 뮤덕의 로망이 아닐까?  <알라딘>, <레미제라블>, <오페라의유령> 이 세 작품은 꼭 영국에서 오리지널로 보고 싶다 ㅠㅠ!



대망의 런던타워! 영국에 간다면 무조건 원픽인 런던타워!!!! 역사적으로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런던타워다. 런던타워는 요새이자 감옥이랄까? 이름만 들었을 때는 런던 타워 하나만 있는 것 처럼 보이나, 그렇지 않다. 런던 타워 성벽 안에 있는 많은 건축물 (화이트 타워, 블러디 타워, 마린 타워 등)을 통틀어서 런던 타워라고 부른다.


런던타워는 정복왕이라 일컬어지는 윌리엄1세가 건설한 요새이다. 이후 약 5백년 뒤, 헨리8세가 왕으로 즉위한다. (엄청난 타임워프ㅋㅋㅋ)


헨리8세가 정말 어마 어마한 인물이다. 첫 번째 부인이었던 아라곤의 캐서린과 이혼을 하기 위해 영국의 국교를 성공회로 바꾼 어마무시한 인물이다. 그렇게 캐서린과 이혼하고 맞이한 두 번째 부인은 캐서린의 시녀였던 앤 불린(천일의 앤!!). 하지만 앤 불린도 헨리8세한테 이혼당한다. 헨리 8세는 앤 불린을 바로 이곳, 런던타워에 가둔 뒤 처형!! 크흡. 참고로 헨리8세의 다섯 번 째 부인 캐서린 하워드도 런던타워에 갖혔다가 사형당한다. 캐서린 하워드는 두 번째 부인 앤 불린의 시녀였다는 건 안비밀 ㄷㄷㄷㄷ 헨리8세는 결혼/이혼 /재혼을 정말 밥 먹듯이 했는데, 전 부인 대부분을 죽였다는 것 또한 안 비밀..ㄷㄷㄷ


헨리8세가 죽었다. 그 뒤를 이어 헨리8세의 세 번째 부인 제인 시모어가 낳은 아들, 에드워드 6세가 즉위했다. 다시 에드워드6세 사망. 이후 약 9일간 여왕이 되었던 인물이 있었으니, 그녀의 이름은 제인 그레이. (헨리8세 기준으로 보면, 제인 그레이는 증조카. 복잡ㅠ이해하려하지 마요..)


제인 그레이는 9일간 왕위에 있다가, 헨리 8세의 딸인 메리1세에 의해 왕위에서 내려오고 런던 탑에 갖힌다. 메리 1세는 여왕이 되자마자 영국국교회 신자들을 무차별적으로 탄압하며, 전 여왕이었던 제인 그레이를 런던탑에 가둔 것이다. 그리고 역시나 참수. 메리1세는 제인 그레이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는, 피바람을 몰고 와서 블러디 메리 라는 별칭도 있다. (메리1세는 헨리8세 첫 번째 부인이었던 아라곤의 캐서린의 딸)


이번에는 헨리8세 전전 왕이었던 리처드3세로 넘어가본다. 리처드3세는 자기의 조카였던 에드워드5(13), 리처드(10)을 런던 탑에 가두었다. 그 이후 그 누구도 두 형제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우리식으로 따지면 에드워드5세는 단종, 리처드 3세는 세조 (수양대군)으로 보면 이해가 빠를 듯 !!)


이후 시간은 흘러, 런던 타워 보수를 위해 삽질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있었으니! 어린 아이의 유골 2구가 발견된 것이었다. 1993년에 해당 유골을 검증한 결과 연령이나 성별은 판별되지 않았지만, 정황상 에드워드5세 형제로 추정되어 웨스터민스턴 사원에 안장되었다. 어린 두 조카를 죽인 리처드3세는 행복한 죽음을 맞지는 못했고, 그가 죽은 뒤 왕이 된 사람은 헨리7세다. (헨리8세 아부지)


이렇든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는 런던 타워를 비롯하여, 런던에는 영화 해리포터 촬영지도 있다. 호그와트로 향하는 기차를 타는 킹스크로스 역과 호그와트 식당으로 알려진 옥스퍼드 대학교 ! 그리고...... 후디안을 위한 닥터후 굿즈샵 The WHO SHOP !!!! 나두 실물 크기 달렉을 보고 싶어여 ㅠㅠㅠㅠ 큽.. 회사에서 내가 원하는 기간에(겁나 중요!!) 장기 휴가만 주신다면 언제든 런던으로 달려갈 의향이 있는데 흑흑 나는 언제 쯤 런던을 가보나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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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혼 부여의 얼 - 부여의 역사 인물 이야기
소종섭 지음 / 황금알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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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했던 책 <백제의 혼 부여의 얼>. 내가 책을 읽는 속도가, 책을 사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해서 이 책 역시 구입 후 책장에 꽂혀 있다가 어느 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다. 시간이 한참 흐른뒤 현재, 알라딘에 팔 중고책을 골라내던 중 책장에서 발견했다. 하마터면 책을 읽지도 않고 다시 되파는 우를 저지를 뻔했다. 일단 책장에서 꺼냈으니 독서 시작 !

 

표지만 보았을 때는 부여에 얽힌 백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혀 아니었다. 부여에 얽힌 백제의 이야기도 물론 있지만, 그 뿐만 아니라 부여에 살았던 혹은 부여를 스쳐지나갔던 여러 시대의 역사적 인물상이 담겨있었다.

조선의 3대 기인(奇人)1) 중 한 명인 매월당 김시습. 그는 59세가 되던 1493 '부량사에 병들어 누워' 라는 시를 한편 남긴 뒤, 무량사에서 눈을 감았다. (1): 조선의 3대 기인: 토정 이지함, 매월당 김시습, 북창 정렴)

김시습은 어려서 부터 천재였다. 태어난지 여덟 달 만게 글을 알았고, 세 살 때 시 를 썼다. 성군이라 불리운 세종대왕은 어린 김시습의 천재성에 감탄하여 비단 50필을 하사하였다. 김시습 그는 자타공인 모태 천재였다. 하지만 그가 열다섯이 되던 해 그의 모친이 죽었다. 어린 천재 김시습을 아꼈던 세종대왕도 죽었다. 김시습의 아버지 김일성은 후처를 들였다. 김시습에게는 계모가 되는 그 여인은 김시습을 어여삐 키우지 않았다.

19세가 된 김시습은 과거를 보러 한양에 올라갔다. 하지만 낙방하고 만다. 천재 김시습이 과거에 떨어졌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그는 다시 공부를 하기 위해 짐을 싸서 절로 들어갔는데, 그 즈음하여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이 일어난다. 정권은 바뀌었고 수양대군이 왕이되었다. 수양대군의 왕위 찬탈소식에 김시습은 벼슬길에 나가는 것을 포기한다. 이때부터 그는 기인의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다.

김시습은 1456년 사육신의 시신을 거두었다. 이긍익의 「연려실기술」에 따르면 "김시습이 박팽년, 유응부, 성삼문, 성승 등 다섯 시신을 수숩하여 노량진에 묻고 작은 돌로 묘표를 대신했다고 한다" 라고 썼다. 김시습은 명분이 없는 세조 정권을 부정했다. 그는 전국 방방곡곡을 유람했다. 29세가 되던 해,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집필하기도 했다.

김시습은 유학자였지만 모친 사망을 계기로 불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계유정난을 계기로 불교에 심취하였다. 그러다 40대 후반에 들어서 유교로 환속하는 등 여러 모습을 보인다.

세상에 뜻을 펼치려 했으나 그 뜻을 접을 수 밖에 없었던 김시습. 그가 꿈꿨던 펼치려 했던 이상적인 왕도 정치는 그렇게 부서졌다. 그는 한 평생을 방랑하는 삶을 살았고, 조선 주류층에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를 썼다. 탐관오리를 비웃었고, 판타지적인 소설을 썼다. 그러면서도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희망을 놓치 못해, 자신의 정치적 사상을 담은 글도 썼다. 김시습,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군주가 자기 지위를 보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백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심이 따르면 만대라도 군주 노릇을 할 수 있으나 민심이 이탈되면 하룻밤을 넘기지 못해서 평민이 되고 만다. 군주와 평민의 사이가 털끝만한 차이도 없는 것이다. 이 어찌 감사해야 될 일이 아니겠는가?

나라의 창고에 쌓인 재물은 모두 백성들이 마련한 것이며 윗사람들의 의복, 신발은 바로 백성들의 살가죽이며 음식요리는 백성들의 기름이며 궁전과 차마(車馬)들도 백성들 자신의 힘으로 이룩되는 것이며 세금, 공물 및 일체 필수품도 죄다 백성들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군주가 나라를 다스리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백성을 사랑한는 것으로써 기본을 삼아야한다. 백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요약하여 말한다면 어진 정치를 베풀자는 것이다. <애민의 천지편 김시습>

임진왜란 당시 발생한 이몽학의 난.

선조 재위 시절 살기 팍팍했던 조선의 백성들이었다. 그 와중에 갑자기 일본군이 쳐들어왔고 나랏님은 백성을 버리고 도망갔다. 이몽학을 비롯한 민초들은 살기 힘들어 들고 일어났다. 직접 중앙권력을 탈취하기 위함이었다. 민란을 일으킨 이몽학은 '읍내나 촌에 사는 백성들은 편안히 있고 동요하지 말라. 이번 거사는 남아있는 백성을 구제하려는 것이다' 라고 명문을 내걸었는데, 노비/평민/향촌의 지배층 할 거없이 많은 사람들이 이몽학의 반란군에 가담했다. 이 들 중에는 임진왜란 당시 의병으로 나서, 목숨걸고 일본군과 싸운 사람도 다수였다. 이몽학은 부여 무량사에서 민란 모의를 하고 군사를 조련했다.

선조는 반란군 토벌명령을 내린다. 당시 홍주목사였던 홍가신을 필두로 토벌군이 내려왔다. 민가를 불태워가며 이몽학 군을 진압한다. 도원수였던 권율장군, 유학자 출신 의병장 김덕령 장군 역시 토벌군으로 내려왔다. 이몽학이 민란을 일으킨지 10일 만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이 때 처형된 사람만 130여명이 넘는다. 여기서 더 충격적인 일이 벌어진다. 누구의 의도였을까? 누군가가 토벌군으로 내려왔던 의병장 김덕령 장군을 포함한 여타 의병장들을 무고하였다. 그렇게 임진왜란 당시 목숨걸고 싸우던 많은 의병장들이 이몽학의 난에 휘말려 전부 처형된다. 선조는 이몽학의 난을 토벌한 사람들을 공신으로 책록했다.

매월당 김시습, 토정 이지함, 의병장 김덕령, 이몽학 등.. 의도치는 않았지만 이들과 관련된 여러 유적지를 직접 보았다. 그리고 느낀 건 언제나 똑같았다. 못난 리더는 차라리 없는 게 낫다 라는 것. 못난 리더는 인재를 가릴 수 있는 눈이 없다. 아무리 인재가 눈 앞에 있더라도 그냥 지나친다. 그 뿐이 아니다. 못난 리더에 국제 정세까지 좋지 못하다면 죄 없는 백성들까지 죽어나가는 파국을 볼 수도 있다. 이러한 역사는 매번 되풀이 되었다. 되풀이 되지 말라고 역사를 공부하는 것인데, 계속 되풀이 되었다. 참 아이러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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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월지
김안연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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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다. 주로 작가, 장르, 시놉시스를 보지만 아주 간혹 표지에 끌려서 책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의 경우는 시놉시스 + 표지 디자인 이었다. 아닌가? 표지의 디자인 + 시놉시스 일지도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표지 디자인이 제목인 <만월지>와 너무나도 어울렸고, 표지 자체가 보름달이 뜬 아름다운 밤하늘을 보는 듯 했다. 정말 표지 만으로 책을 읽고 싶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은데, 이 책은 표지 만으로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다. 표지 디자인 한 사람 칭찬해 ~~!

 

이 책의 배경은 이렇다. 과학이 발전한 22세기의 어느 국가. 그 국가에는 천하(天下)와 태상(太常)이라는 두 지역이 존재한다. 천하는 천민들(피지배층)이 사는 지역이고, 태상은 지배층(양반, 중인, 상민)이 사는 지역이다. 천하에 사는 사람들은 전통복장을 입으며, 자동차보다는 물 위에 배를 띄워 이동하는 등 옛 조선시대의 삶을 보인다. 태상에 사는 사람들은 IT시대에 걸맞는 현대적인 삶을 살고 있다. 태상지역은 양반이 사는 왕남지구, 중인이 사는 왕서지구, 상민이 사는 왕동지구로 세분화 되어 있다.

천하와 태상지역에는 각각 만월지라는 연못이 있다. 태상 지역의 사람들은 소원을 담은 금화를 만월지에 던지면, 만월지를 관장하는 만월왕자가 3명을 선택하여 염원을 이룰 수 있는 능력 80%를 내려준다. 천하지역 사람들은 만월지에 소원을 담은 조개껍질을 던진다. 하지만 천하지역 만월지를 관장하는 왕자는 염원을 잘 안이뤄주는....ㅋㅋ

 

<시놉시스>

조선 시대 신분 의식이 남아 있는 인공 지능의 22세기.

보름달이 뜨는 매달 15, 30일의 밤에 비로소 궁()의 모습을 드러내는 연못 '만월지(滿月池)'.

이곳에 양반은 금화, 천민은 조개껍질 등을 던져 염원을 하면 만월지를 수호하는 왕자가 이들 중 가장 영향력 있는 3명을 선발하여 염원을 성공하게 해 줄 능력 80%를 준다. 이는 보름마다 보이는 궁()의 기둥과 단청이 되어 궁을 유지하는데, 인간의 염원은 필연이다.

 

과학자 벡터는 염원을 이뤄 주는 인공 지능을 개발하던 중 그의 애인 등불 시인 매화의 '()'가 죽은 눈알을 움직여 심장 뿌리를 파생하는 글자의 힘을 보게 된다. 그는 과학적 증명을 위해 그녀의 양반 신분과 죽음을 이용하여 글자의 힘을 밝혀내기 위해 만월지로 향한다.

 

그러는 동안 인간 현세의 흐름과 현명한 염원자를 선별하기 위해 과학자 생활을 하는 왕자는 매화의 시()에 반하여 왕자의 가치관 속에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는 만월궁이 등불 시인에게 보이기 시작하고

그로 인해 왕자는 등불시()를 볼 때마다 천만년의 삶에서 첫 연정을 느낀다.

 

이 책은 판타지 소설이다. 그렇다고 용이 날라다니거나 마법을 쓰거나 그런 서양 판타지 소설은 아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인간이 그토록 바라던 염원의 본질을 찾아내는

사랑보다 청렴한 시()의 본연과

그 본연에 이끌린 일상 배경을 바탕으로 한

서정미학과 과학적 상상력의 창작된 '판타지 소설입니다'

 

토씨 하나 안 틀리고 그대로 옮겨온 저자의 표현. 일단 내용은 둘째치고 문장만 보았을 땐, 처음에는 실수인 줄 알았다. 검수를 하다가 놓쳤거나 혹은 오타이거나. 하지만 아니었다ㅠㅠ 분명 읽어지긴 하는데, 문장이 매끄럽지 않은... 읽긴 했는데, 무슨 말이지? 싶은 문장들이 꽤 있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위에 있는 저자의 표현을 비롯해서 소설을 이루는 문장을 전체적으로 손 봐야 될 것 같은....그런 느낌이다 ㅠㅠㅠ... 이 책을 읽은 다른 독자들은 어떨런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게 느꼈다.

 

양반들이 사는 태상지역과 만월지를 관장하는 문월왕자의 이야기를 보면서, 뭐랄까 지금의 현실. 상류층들이 사는 세계를 빗대어 쓴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였다. 반면 천하지역에 대한 내용은 고려시대 거주지의 자유가 없었던 향//부곡민을 보는 것 같았다. 묘하게 현실을 풍자한 느낌?

 

거기다 태상지역의 만월지를 관장하는 문월왕자, 염원을 이뤄줄 대상 3명을 고를 때도 본인 인맥 기준으로 선정하는 것을 보고 확실해졌다.

 

태상지역과 천하지역 구분, 상류층과 그 이하 사람들의 구분, 현재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것들 이었다.

 

천하지역 출신인 과학자 벡터는 더 높은, 태상지역으로 올라가고 싶지만 천하인이라는 신분에 가로 막혀있다. 그래서 그런지 본인 스스로도 태상지역 사람들에 대한 피해의식이 많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또 자기 입으로 '내 사랑'이라고 말하는 매화한테 하는 행동을 보면, 본인 스스로가 경멸하는 태상지역 사람들의 행동을 그대로 보여준다. 뭔가 너무 모순덩어리 랄까. 뭐 현대인의 모습을 비춰보면 싱크로율 딱 100% 이긴 하다만..

 

책 속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주요인물을 꼽자면 등불시인 매화, 과학자 백터와 한스, 태상 만월지를 관장하는 만월왕자, 천하 만월지를 관장하는 곡예사, 만월왕자의 내시 수보, 태상 만월지에 살고 있는 삼월신 그 외 기타 등등. 책을 읽기 전에 시놉시스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꽤 기대를 했더랬다. 너무 독특한 주제였으니까.

 

첨단 과학시대 + 조선과 같은 신분제 사회 + 시인 (의 힘) + 인공지능 . 전혀 연관이 없는 주제들이 어우러진다는 것 자체가, 누가 쓰느냐에 따라 망작이 될 수도, 엄청난 대하소설이 될 수도 있으니까 ! 하지만 이 책을 읽은 시점에서, 판단을 보류하기로 했다. 주제 자체는 너무 신선했다. 그 누구도 생각치 못할 그런 조합이었으니까. 하지만 이 주제를, 저자 본인이 말하는 스토리로 연결하는 것이 너무 엉성했다.

 

저자가 말한 과학적인 부분과 서정적인 부문은 분명히 있었지만 그 둘을 매끄럽게 연결시키지 못헀다. 한 문장, 문장을 읽으면 머리속에 이미지가 떠올라야 하는데 떠오르지가 않았다. 또 어떤 면에서는 설명이 너무 부족해서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장들이 너무 많았고, 또 어떤 면에서는 전혀 쓸모 없는 설명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

 

제일 중요한 건 책 초반에 적혀있던 내용과 후반부에 적힌 내용이 서로 모순되어, 스스로 세계관을 부셔버린 부분이었다. 너무 아쉬웠다. 이런 방대한 세계관을 가진 소설은 탄탄한 뼈대를 가지고 잔가지를 쳐가며 소설을 써야하는데, 그 과정이 빠진 느낌? 혹은 소설을 쓰면서 계속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서 그런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처음에 이 책을 판타지 소설이면서 로맨스를 가미한 복합장르라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와장창 무너졌다. 장르파괴물이 이런 걸까 싶기도 하고. 로맨스가 보여야 할 장면에서는 뭔가 어설픈, 처음 인터넷 소설을 쓰는 듯한 문장들이 보였다. 또 어떤 면에서는 그로테스크한 장면도 있었다. 근데 또 그런 부분은 머리속으로 이미지화가 잘 되서 더 당황스러웠다. 차라리 로맨스물이나 일상물이 아닌 SF쪽으로 밀고 나갔으면 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나왔을 텐데. 너무 많은 내용을 하나의 이야기 안에 밀어 넣으려고 하다보니, 전체적인 균형이 무너진 느낌이었다.

 

아참, 그리고 문체도 손을 봐야 할 부분이 많아 보였다. 아무 지식없이 이 책을 읽었더라면, 작가 한명이 썼다는 생각을 안했을지도. 롤링페이퍼 마냥 여러 사람이 꼬리를 물며 연재하는 느낌이 드는, 너무 통일성이 없는 문체였다. 그러다보니 작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체 역시 일관적이지 않았다.

 

워낙 독특한 주제였고 방대한 세계관이라 기대치가 더 높았나보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이러한 독특한 주제를 선택한 저자에게는 정말 박수를 치고 싶다. 모름지기 판타지 소설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도전정신은 필수니까! 그저 아쉬운 건 소설을 탈고 했을 때, 여러 사람에게 읽어보게 하고 의견을 들었으면 정말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이랄까?

 

예전 박종인 기자님 책에 나왔던 부분이 있었다. 내 글을 처음으로 읽어줄 독자가 필요하다는 내용.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지만, 글을 세상에 내 놓기전에 첫 번째 독자에게 먼저 보여 주고 괜찮은지 아닌지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책의 저자에게 그런 첫 번째 독자가 있었는지, 없었는 지는 잘 모르지만.. 이 소설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었을 기회를 놓친 게 아닐까 생각하니, 독자로써 너무 마음이 아팠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을 소설이 아니라, 조금 더 손 봐서 웹툰 형식으로 내보인다면 더 좋은 작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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