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일본편 3 - 교토의 역사 “오늘의 교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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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문화유산 답사기 일본편이다. 앞서 발매되었던 일본편 1,2권이 규슈, 아스카, 나라 지역의 이야기라면 오늘 리뷰할 3권은 내가 제일 사랑하는 도시, 교토에 얽힌 한일고대사 이야기다. 아 일부 근대사까지도 포함하고 있기는 하다. 뭐 여튼! 교토는 지붕없는 박물관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엄청난 문화유산이 있는 도시라서 그런지, 유홍준 교수는 교토에 대해 3,4권으로 나누었다. 3권에서는 교토의 역사에 대해 주로 다룬다면, 4권은 교토의 명소에 대해 다룬달까? 하지만 나는 아직 4권을 읽지 못하였기에 (...) 일단 3권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려 한다.

 

난 이상하게 TV속에서 강의하는 유홍준 교수는 너무 좋은데, 책으로 만나는 유홍준 교수는 좀.. 나랑 안맞는 것 같다. 아무래도 tv속에서 강의를 하는 모습은 보다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이야기를 하는 거라면, 책 속에 있는 유홍준 교수는 조금은 더 딱딱하고 권위적이게 느껴진달까. 뭐 그렇다.

 

이렇든 저렇든 유홍준 교수의 답사기는 실존하는 문화유산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에 얽힌 이야기를 폭 넓고, 깊이 있게 알 수 있다는 점에서 정말 큰 도움이 되는 건 확실하다. 거기다 답사를 같이 했던, 다른 전공자들이 해당 문화유산을 보는 시선이나 이야기도 담겨져 있기 때문에 하나의 문화유산에 대해 여러 관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교토는 워낙 문화 유산이 많이 남아있는 도시지만, 각 유산마다 지어진 시대가 다르고 유래가 다르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 설명을 하려나 궁금했는데, 부제인 교토의 역사답게, 시대 순으로 답사를 진행하였다. 일부 장소는 내가 갔던 곳도 있었고, 일부 장소는 가고 싶었지만 못 간 장소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 책은 ... 나보고 다시 교토에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다 ㅠㅠㅠ

 

교토의 서쪽, 우즈마사 지역에 있는 고류지(광륭사). 세 번째 교토여행을 했던 당시에 가보려고 했던 절이었는데, 사정상 못 갔다. 그래서 정말 정말 엄청나게 미련이 남는 절이다. 고류지는 교토 도래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집단인 하타씨(:)’가 씨사(氏寺)로 세웠던 절이었고, 교토에서 가장 먼저 지어진 절이다. 심지어 이 안에는 우리나라 국보인 금동미륵반가사유상과 똑 닮은 목조미륵반가사유상이 있다. 또한 이 절을 지은 하타씨, 즉 진하승 부부의 목상도 남아 있다.

 

고류지 주변으로는 하타씨 지도자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고분, 정확히는 석실도 남아있다. 저자에 따르면 이 근방에서는 진하승의 무덤이라고도 한다. 여튼! 지금의 교토 땅에서 관광지로도 유명한 후시미이나리타이샤(여우신사), 마츠오신사, 아라시야마 제방 등 이 모든 것의 시작은 하타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그런 하타씨가 묻혀 있는 장소가 바로 지척에 있었음에도 가지 못했다는 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ㅠㅠㅠ

 

그럼에도 한국인으로서 진하승을 모른다는 것은 아일랜드 사람이 미국의 케네디가 아일랜드 사람임을 모르는 것과 같고, 스코틀랜드 사람이 미국의 카네기가 스코틀랜드 사람임을 모르는 것과 같은 셈이다. 그리고 이미 이민간 지 150년도 더 지난 하타씨의 진하승을 여전히 한반도 도래인이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아일랜드 사람이 케네디를 아일랜드 사람이라고 말하고, 스코틀랜드 사람이 카네기를 스코틀랜드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이나 진배없다. 결국 하타씨와 진하승은 한민족 이민사에서 첫번째 보이는 위대한 성공사례 정도로 기억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P 091

 

정말 중요한 사실을 콕 집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도 많은 한국 사람들이 교토를 가서, 하타씨가 만든 수많은 유명 신사와 사찰을 가는 모습을 보며 너무나 당연하게 일본의 관광지라고만 생각하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물론 일본의 유명 관광지이기는 하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면 조금이나마 느끼는 바가 다르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에.

 

실제로 내 첫 교토 여행 당시 여우신사를 갔을 때 , 여기가 그 유명한 여우신사구나!’ 하고 사진만 열나게 찍고 나왔다. 그 이후 한일고대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여우신사를 누가 만들었는지, 그 안에 무슨 이야기가 있는지 다 알고 난 다음 두 번째로 방문했을 때는 소감이라고나 할까? 조금 남달랐다.

 

뿐만 아니다. 교토에서 그 유명한 기요미즈데라(청수사)를 처음 갔을 때도 기념사진만 열나게 찍고 왔다. 하지만 이후에 기요미즈데라를 세운 사람이 백제인 후손인 사카노우에 다무라 마로 장군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청수사에서 다무라 장군을 지금까지도 모시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에 다시 찾았을 때는 역시 그 느낌이 남달랐다.

 

이렇듯 교토의 유명 관광지 대부분은 한반도 도래인의 손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자세히는 몰라도 기본적으로 이 곳을 만든 사람들이 한반도에서 건너 온 후손들이라는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하는게 아닐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게 우리 조상들이 만들었다고 강조하는 것은 조금 위험한 생각인 면도 있긴 하다. 한반도에서 살다가 바로 일본으로 넘어간 도래인 1,2세대가 만들었다고 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미 여러 세대가 지난 뒤의 후손들이니 도래인의 핏줄을 잇고 있을 지 언정, 그들은 일본에서 나고 자랐고 생각하는 방식 역시 일본인이었을 것이다. 그저 조상 대대로 내려온 한반도의 문화를 유지했을 뿐일테니. 그러니 그냥.. 교토의 수많은 명소를 만든 그들에게 우리와 같은 한반도의 피가 흐르고 있었고, 우리가 멋지다고 생각하는 그 모든 것을 그들이 만들었다는 것, 그 정도만 기억하면 좋지 않을까?

 

교토 북부에 있는 히에이잔(히에이산). 일본의 영산으로도 불리는 이 곳에는 엔랴쿠지라는 엄청나게 큰 사찰이 있다. 나에게 엔라쿠지는 엔닌스님과 신라대명신, 장보고 정도의 키워드로 만 떠오르는 이 곳에는 내가 몰랐던, 관심을 갖지 않았던 일본의 역사도 있었다.

 

히에이산 연력사는 난폭한 승병으로 악명 높았다. 연력사는 창건 이래 왕족과 귀족의 기진으로 많은 장원을 소유하여 든든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막강한 불교세력으로 성장했다. 돈이 생기니 이를 지키기 위해 승병까지 조직했던 것이다. 나라 흥복사와 세력다툼이 일어나면서 급기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됐다. 이를 남도북령이라고 했다. 남도는 흥복사, 북령은 연력사를 말한다. 남도북령의 승병들이 싸우면서 불태운 절이 하나둘이 아니다. 이들은 무사들도 압도하는 무력을 갖고 있었다. (중략) 이렇게 전투와 합전으로 군사력을 키우고 신불을 앞세우고 나오는 승병들을 조정에서도 감당하지 못했다. 이리하여 조정과 귀족은 경호와 진압을 위해 무사를 키웠다. P195, 198

 

일본 왕실에서 여러 방면으로 불교를 지원한 것 까지는 좋았지만, 결국 일본 불교의 폐단이 일어난 것이다. 바로 무력을 앞세우는 승병을 조직하는 것. 오죽하면 당시 원정정치를 했던 시라카와 법황도 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 가지가 있으니, 가모가와의 물, 쌍륙의 주사위, 그리고 산법사(히에이잔 승병)이다.” 라고 했을까. 결과적으로 폭력적인 승병에 맞서기 위해 무사라는 집단이 만들어 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겨난 무사들은 변해가는 시대에 올라타 서로의 힘을 과시하기 시작하고, 전국시대가 열렸다. 그리고 그 유명한 마왕, 오다 노부나가 등장. 이 때 이야기를 하려 치면 할 말이 정말 많지만(ㅋㅋㅋ) 각설하고, 히에이잔 승병들이 오다와 반대편에 있던 아자이 나가마사(알고보면 오다 노부나가의 매제)의 편을 들게 되었다. 이게 빡친 오다는 승병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히에이잔 통채로 불태우는 것을 택했다. 그렇게 히에이잔은 사흘 밤낮으로 불탔다. 산이 불탔다는 건 당연히 산 속에 있던 엔랴쿠지도 불탔고,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승병들이 죽었다는 말이 된다. 기록이 따르면 약 2천명이 죽었다고...

 

이 후 엔랴쿠지를 포함하여 그 어떤 절에서도 승병은 조직되지 않았다고...... 오다가 괜히 마왕으로 불리는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ㄷㄷ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자면, 히에이잔 엔략쿠지는 위에서 내가 언급했듯 신라명신, 장보고 와도 연관이 깊다. 838년 견당사로 당나라에 갔던 일본의 엔닌스님은 당시 장보고가 창건한 적산법화원에서 묵었다고 전한다. 심지어 엔닌스님이 장보고 에게 쓴 편지도 남아있다. 엔닌 스님에 이 곳에 돌아온 뒤 장보고의 은혜를 잊지 않고자, 적산법화원에서 모시던 신라명신을 그대로 이 곳에 모셔왔다. 또한 장보고 기념탑도 엔랴쿠지에 남아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던 사카노 우에 다무라 장군의 조각상이다. 기요미즈데라 전촌당 전각에 모셔져 있다. 실물을 한번 보고 싶지만, 내가 볼 수 있는 건 그저 전촌당 건물 뿐. 이 조각상은 정말 어쩌다 한번 씩만 공개된다고 하니 이거 뭐. 내 생에 볼 수나 있으려나 싶다.

 

일본에선 오래된 전문 상점을 노포라 쓰고 시니세라 읽는데, 그냥 오래된 것이 아니라 한자리에서 4, 5대를 이어가며 집안의 전통을 이어가는 전문 상점을 말한다. 단팥죽 장사를 해도 남에게 꿀릴 것 없이 당당히 살아가는 일본인의 생활 자세는 부럽고 배울 만 하다.

 

모두가 그 전문성을 높이 사고 장하게 생각해준다. 이거 해서 돈 벌면 때려치우고 딴 것 하겠다는 자세나 내 자식은 큰돈 되지 않는 이런 일을 시키지 않겠다는 마음으로는 전통이 지켜지지 않는다. 전문인의 자부심, 장인정신을 존중하는 자세가 낳은 전통이다. 그것이 바로 현대 일본을 경제대국으로 성장시킨 정신적인 하나의 원동력이었다고 생각된다. P252

 

내가 일본을 높게 생각하는 점 중 하나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절대 볼 수 없는 점이라고 생각하는 대표적인 내용이다. 유학자들이 입맛대로 바꾼 이상한 유교사상 아래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망해갔는지를 보아서 그런 것일까? 우리나라는 전통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어 보인다. 심지어 지금은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에 제일 큰 가치를 두고 이 일은 돈이 안돼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시작 하지를 않는다. 물론 나 역시도 그렇고. 지금 까지 시대가 많이 변화해 왔지만 지킬 건 지켜가며 나라가 변화했다면, 우리가 일본을 아무리 욕해도 배울건 배워야 된다고 말하지는 않았을텐데..

 

나는 분명 한일관계사에 관련된 역사 기행을 본 건데, ... 뒷 맛이 이리 씁쓸한지 모르겠다 ㅠㅠ

 

유학자들이 입맛대로 바꾼 이상한 유교사상 아래 조선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망해갔는지를 보아서 그런 것일까? 우리나라는 전통이라는 것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이 있어 보인다. 심지어 지금은 돈이라는 물질적인 것에 제일 큰 가치를 두고 ‘이 일은 돈이 안돼’ 라고 생각하면 애초에 시작 하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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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배운 백제는 가짜다 - 부여사로 읽는 한일고대사
김운회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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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내 돈 주고 산 책 중에서 내가 이 책을 왜 샀지?’ 라는 의문이 드는 경우가 있다. 근데 이 책은 그것보다 더해서 내가 이런 책을 사다니! 돈 아까워 죽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정말로. 그래서 이 책 리뷰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엄청 고민을 했다. 내가 리뷰를 하기 위해 포스팅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이 노출이 될 테고, 내 리뷰를 읽지 않고 오로지 책 제목만 보고 책을 구입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거기 때문에.

 

이 책은 정말 부정적인 의미로 위험하다. 특히 자라나는 학생들, 학교에서 국사를 배우는 학생들은 절대로 읽으면 안된다. 뿐만 아니라 한국사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은 사람들도 읽으면 안된다. 절대로 정말 읽으면 안되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교수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지만 역사학이 아닌, 전혀 다른 학문의 교수이다. 타 학문 교수라고 역사를 공부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문제는 저자가 유사사학을 신봉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서 보이는 저자는 그랬다.

 

물론 정말 어쩌면 진짜 극소수의 확률로 저자가 추측하는 내용이 진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를 뒷받침하는 기록이나 확실한 증거는 지금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저자가 근거라고 내세우는 유명한 역사서 기록들은 저자 개인의 입맛대로 해석한 것에 불과하다. 심지어 저자가 근거라고 내새우는 기록들을 인용할 때도 본인이 해석하기 유리한 문장만 쏙쏙 빼오고, /뒤 기록은 어물쩡 넘어간다고나 할까? 전문적인 단어를 구사하거나, 사람들은 잘 모르는 고서를 인용하여 자기 말이 진실인 것처럼 속이는 그런 사짜의 느낌이 심해도 너무 심하다. 진짜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을 몇번이나 참고 또 참았는지...

 

역사에 대해서 하나의 시각 만 고집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그래도 나름 이런 저런 역사 관련 책을 읽어 왔다. ‘, 이런식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깨달았던 점도 정말 많았다. 과거에는 정설이 아니었으나, 뒷받침 할 만한 무언가가 발견되면서 정설이 바뀐경우도 꽤 있었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이 내용은 틀렸어라고 할 수 없는 부분이 역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하지만!! 이 책은 그 범주를 완전 넘어 섰다. 정설이고 학설이고 나발이고, 근거 따위 없는 그냥 주장이다. 문제는 저자 스스로가, 자기가 내세우는 그 주장이 100% 완벽하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랄까. 심지어 본인의 주장은 소수 의견이라 학계에서 무시당하는, 매우 안타까운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결국 한 150 페이지 정도까지 읽다가 책을 내려 놨다. 대체 이런 책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하고 검색해봤더니, 왠걸 하 ㅋㅋㅋㅋㅋ 내가 왜 책을 읽으면서 저런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었는지 알게 되었다. 우선 저자가 삼국지에 대해 기술할 때 정사 삼국지가 아닌, 소설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썼다는 사실에 일단 1차 충격. 삼국지 지도를 표기하는 데 일본 게임 삼국지의 지도를 가져와 썼다는 사실에 2차 충격. (진수의 삼국지가 아닌,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무엇보다 책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저자는 완벽한 유사사학 신봉자였다.

 

더 분노가 치미는 것은 춘분히 신빙성 있는 가설, 추론, 기타 등등 그러한 모든 이야기를 거론하면서 그 끝을 본인의 주장으로 끝낸다는 점이다. 그가 거론한 한일 고대사 부분은 정말 많은 학자들이 꽤 오래전부터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발로 뛰고, 직접 보면서 힘겹게 알아낸 내용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너무 쉽게 거론하는 건 물론이오, 심지어 터무니 없는 자기 주장의 뒷받침으로 쓴다는 점이 나를 더욱 분노하게 했다. 덕분에 더욱 깊이 있게 연구되어야 할 한일 고대사 부분이, 저자 덕분에 전부 거짓처럼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은 유일한 교훈은 온라인으로 책을 살 때, 장르&제목에 꽂혀서 사면 안된다는 것이다. 저자에 대한 확인은 필수다. 마음 같아서는 이딴 책을 우리집에 두고 싶지 않기에, 알라딘 중고매장에 바로 내다 팔고 싶은데 그러면 누군가가 이 책을 읽게 될 것이다. 그건 또 두고 볼 수 없으니, 그냥 집 창고 구석에 처박아 두는 걸로 마음을 돌렸다.

 

아참, 또 하나 얻은 교훈이 있었으니... 대형 출판사에서 출판한 책이라고 전부 다 제대로 된 책은 아니라는 것 !! 위즈덤 하우스 책을 이 전에도 꽤 읽어 봤었는데, ... 실망 실망 대실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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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milyyu 2020-06-05 22: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교수이름을 검색해보고 싶네요. 일독을 막아주셔서 감사해요.

2021-05-31 1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crono 2022-07-26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책 본문에 “쥬신”이라는 말을 썼던데, 스스로 환빠를 입증한 셈이죠.
“쥬신”이란 말 자체가 어디에서 나왔나 생각하면..

42zone 2023-04-09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히려 책을 읽어보고픈 욕구가 불끈 생기네요.역사적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 위대한 진보를 열어준 책 중 위험한 금서로 탄압당하지 않은 책이 있었던가요?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
김명국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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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랜만에 포토 에세이. 과거 내 독서 편력에는 에세이란 장르는 없었다. 그러다 올해부터 출판사 서평단을 하기 시작하면서 차츰 읽게 되었다. 뭐랄까, 에세이를 읽으면서 느낀 사실 하나는, 요즘 같이 날카로워진 세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나마 위로를 주는 기분이랄까? 에세이를 읽기 전에는 몰랐었던, 대체 왜 에세이를 읽는 지 이해가 안 갔던 그 이유를 찾게 되었다.


 

사진을 업으로 삼은 저자는 이 곳 저 곳 여행을 다니며 많은 사진을 찍었다. 정확히는 사람을 찍었다. 저자가 찍은 대부분의 사진에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여행을 다니며 찍는 사진에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럴까, 뭔가 새롭달까 신기하달까. 나랑은 너무나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저자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다.

 

그 지겹던 여행이 무덤덤하게 몸에 익숙해져 갈 무렵 천천히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누구 하나 나를 기다리고 잇었던 사람은 없었다. 정해진 약속도 없었다.

그저 길을 가다 늘 만나던 사람들처럼 바라보고 인사하고 함께 웃었다. P008


 

여행을 떠날 때 과감하게 버려야 할 것이 있다면

친절한 가이드 북과 좀도둑에 사로잡힌 불안감과 1달러에 대한 미련일 것이다.

여행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인생과 같아 모험을 즐길 준비만 되어 있다면 매일 더 풍성한 날들이 될 것이다. P019

 

나에게 해주는 말 같았다. 난 여행을 할 때, 시간 단위로 쪼갠 여행계획표를 짠다. 일종에 나만의 가이드북이다. 왠지 계획 없이 먼 타국으로 가게 되면 불안해질 것 같고, 괜히 쓸데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또 이런 마음과는 모순되게 무계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디론가 떠난다는 것은

익숙하지 않은 것에 점점 익숙재혀 가는 것이고

새로움을 친밀함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며

작은 약속을 오래도록 기억하는 것이다. P037

젊음은 젊기에 아름다우며 노년에는 인생을 담아가기에 아름다워지는가 보다.

젊을 떄는 외면의 멋스러움이 돋보이지만

노년에는 내면의 멋스러움이 더욱 돋보이게 되나 보다.

나는 믿고 있다.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날은 바로 오늘이었다고 P167

 

저자의 사진에는 하나같이 사람이 있다. 어떤 경우는 누군가의 손이나, 뒷모습, 발이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결국 전부 사람이다. 사진 속에 있는 사람을 보고 있노라면, 그들이 삶을 대하는 모습도 조금이나마 느껴진다. 이는 아마도 사진을 찍고 있는 저자 본인이, 사진에 찍히는 피사체를 향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닐까 ?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미처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살짝 불어오는 바람 소리와 온기를 전해주는 햇살이 쏟아지는 소리와

땅속 깊은 곳에서 생명을 깨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P173

 

우린 가난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오히려 빈곤하게 하고

너무 바쁜 일상이 소소한 즐거움을 잊어버리게 만들고 있다. P355

 

쉼 없이 앞만 바라보며 내 달리던, 바쁜 우리 삶. 하지만 삶 속에는 이라는 것이 포함되어 있다. 삶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이런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깨닫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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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김은하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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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en viaje!

좋은 여행 되세요!

 

오늘의 간접 여행지는 tvN (에 있는 나PD) 이 사랑하는 나라, 스페인. 이제와 말하지만 나는 tvN 예능을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특히 나PD 예능) tvN에서 나오는 왠만한 나PD 예능은 다 보았다. PD는 유독 여행 관련 예능을 많이 만들었는데, 유독 자주 등장하는 나라가 있었으니 바로 스페인.


 

얼마 전 종영한 스페인 하숙을 비롯해 윤식당2, 꽃보다 할배 스페인편이렇게 세 편의 예능을 너무 재밌게 본 덕분에 스페인은 그 어떤 유럽 국가보다도 유독 가깝게 느껴진다.

 

, 또 있다. 내가 사랑해 마지않는 고기, 이베리코 흑돼지고기!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 돼지로 이베리아 반도에서 자란다 하여 이베리코 돼지라고 불리운다. 살면서 돼지는 오로지 한돈 이라고 외쳐온 인생이었 것만, 몇 년 전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처음 먹고 신세계를 맛 본뒤 다른 돼지고기는 멀리하는 삶을 살게 되었다. 심지어 이베리코 돼지고기를 냉동고에 상시 구비하게 되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으니(물론 지금도ㅋㅋㅋ) 이정도면 스페인은 나의 식성까지도 바꿔버린 대단한 나라가 아닌가!!

 

이 책에서 스페인을 소개하는 구분은 바르셀로나와 그 외 도시로 나누었다. 스페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던 나였기에, 바르셀로나가 수도인 줄 알았다 ㅠㅠㅋㅋ 하지만 스페인의 수도는 그 외의 도시 중 하나인 마드리드 라는 것 !

 

책을 펼치면 스페인의 전도를 시작으로 각종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쇼핑 등 정보가 넘쳐 난다. 순간적으로 스페인 화폐나 공항, 교통 등에 대한 기본정보가 보이지 않아서 당황했지만, 책을 읽고 보니 그런 기본 정보는 책에서 제일 뒷 편에 있었다. 없다고 착각하면 금물!

 

스페인은 이베리아 반도에 위치한 나라이다. 스페인 왼 쪽에는 포르투칼이, 오른쪽에는 프랑스가 있다. 바다 건너 카나리아 제도 역시 스페인 영역.

 

tvN 예능 윤식당2촬영지 가라치코가 바로 카나리아 제도에 있다. 하지만 이 책에는 카나리아 제도 언급이 없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ㅠㅠ

 

아 그래도 역시나 tvN 예능 스페인 하숙에 나온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선 자세한 정보가 나와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또 다른 tvN 예능 꽃보다 할배에 나온 가우디 건축물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 와서 밝히지만 나는 스페인을 tvN 예능으로 본 게 전부..였다 ㅠㅠㅋㅋㅋㅋㅋㅋ



 스페인 여행 초심자라면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스페인 유명 관광지&명소가 아닐까?

 

살면서 단 한 번도 스페인을 못 가는 사람도 있을 거고, 생애 딱 1번 가는 사람도 있을 거고, 수시로 가는 사람도 있을거다. 하지만 스페인 여행자 대부분은 생애 딱 1번 가는 사람이 대다수가 아닐까? 나만해도 아직까지 스페인에 발을 디뎌 본 적 이 없을 뿐더러, 이번 생에 갈 수 있을지 모르니까 ㅠㅠㅋㅋ

 

행여라도 스페인을 가게 된다면, 아마 생애 단 한 번 뿐인 스페인 여행이 될테니 스페인에서 유명하다는 장소는 두루 두루 섭렵해야지! 스페인 여행 고수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시골풍경 같은 여행지는, 나같은 사람에게는 그저 사치일 뿐이다 ㅠㅠ..

 

친절한 저자는 스페인 여행 초심자를 위해 스페인 지역구를 나눠 여행 추천 코스를 알려준다. 여행기간에 따라 1, 2, 3주에 따른 여행 코스도 알려주는 건 덤이다.

 

나처럼 스페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스페인의 역사를 간략하게 적어준 저자의 센스에 박수를 !! 내가 알고 있는 스페인은 알타미라 동굴벽화, 콜롬버스를 지원한 이사벨라 여왕 정도였다. 근데 알고 보니 이사벨라 여왕과 남편 페르난도 왕과 러브스토리, 그라나다 정벌, 이슬람 격퇴 !

 

정말 많은 이야기가 더 숨어 있었다. 어느 나라, 도시를 여행하든 그 곳에 대한 배경지식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는 이런 정보 하나하나가 정말 너무 소중하다.

 

가우디를 따라 떠나는 스페인 여행!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 처음 마주했던 건축가 가우디의 건물들. 범인(凡人)인 나에게 그의 건축물은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먼 세계의 디자인이다. 내 눈에는 도저히 뭐가 멋진지 당최 알 수 없지만, 뭔가 다르다는 것 정도는 알 수 있다. 무엇보다 제일 놀라운 건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사그리다 파밀리아.

 

1882년에 짓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짓고 있는 대성당, 놀랍기 그지 없다. 가우디가 이 성당을 짓기 전에 200년 짜리 장기프로젝트로 구상했다는 게 더 소름돋는다. 이건 내가 죽어도 나를 대신해 성당 건축을 이어나갈 후세를 믿고, 지원해주는 정부를 믿었다는 이야기니까. 우리나라라면 절대 불가능한 계획이며, 누군가가 이런 구상을 했다면 미친놈 소리를 들을 법한 터무니 없는 계획으로 치부되었겠지..



돈키호테를 찾아서

요새는 많이 뜸하긴 하지만 내 또 다른 취미 중 하나는 뮤지컬 관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도 접하였고, 회전문도 아주 살짝 돌기도 했다. 다만 그 때는 배우 덕질(...)과 귀 호강을 위한 관람이다 보니 별 생각이 없었는데, 돈키호테의 저자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곳이 스페인이며, 돈키호테를 탄생시킨 곳도 스페인이었다. 소설 돈키호테에 나오는 대부분의 배경지 역시 스페인에서 실제 있는 장소라고 하니, 얼마나 놀랍던지. 나처럼 배우더쿠가 아닌, 진정한 라만차 더쿠라면 스페인에서 라만차 성지순례를 나서도 좋을 듯 싶다.

 

산티아고 순례길

요새 핫하다면 핫한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 과거 회사 동료가 휴가 철만 되면 스페인을 그렇게 다녔었는데, 순례길을 걸었던 사진까지 카카오톡 프사로 걸어 놨을 정도니 말 다했다. 그 때는 왜 스페인까지 가서 사서 고생을 하지?’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과거 이 길을 걸었던 사람들은 성지순례가 목적이었겠지만, 종교를 떠나 지금 이 길을 걷는 사람들은 나를 찾기 위해걷는 게 아닐 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내 모습을 찾기 위한 여정, 산티아고 순례길.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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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선언서 말꽃모음 말꽃모음
이주영 엮음 / 단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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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구입한 이유는 아주 단순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나온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굿즈'를 얻기 위한 이벤트 도서 중 하나였기도 했고, 무엇보다 제목이 너무 이뻤다. ‘말꽃모음이라니.. 출판사에 따르면, ‘말꽃모음은 우리 마음에 기둥이 되고, 보석이 되는 인물들의 사상과 말씀의 고갱이를 간추려, 마음을 치고 생각을 열어 주는 빛이 되는 글을 모아 만든 어록이라 한다. 난 이런 이쁜 말에 정말 약한데... 심지어 말꽃모음 시리즈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을 뿐이고! 조만간 시리즈 중 일부인 김구 말꽃모음’, ‘젊은 정약용 말꽃모음을 구입하리라 마음먹었다 .

 

이 책에는 총 10개의 독립선언서가 실려있다.

1. 1910823,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발표한 한국국민회 선언서

2. 19197, 중국 상해에서 독립운동가 14명이 발표한 대동단결 선언서

3. 19192, 중국 길림에서 활동한 대한독립의군부가 작성한 대한독립선언서 (무오독립선언서)

4. 191931, 민족대표 33인이 작성한 기미독립선언서 (또는 3.1 독립선언서)

5. 1919317, 러시아 우수리스크에서 조선국민회 이름으로 발표된 조선독립선언서

6. 191928, 일본 도쿄에서 조선 유학생들이 발표한 2.8 독립선언서

7. 1919319, 일본 오사카에서 염상섭을 비롯한 조선 노동자들이 발표한 한국노동자 독립선언서

8. 191948, 국내/외 각지에 있는 대한부인회에서 발표한 대한독립여자선언서

9. 1919313, 북간도 용정에서 간도에 사는 조선인들이 발표한 독립선언포고문

10. 19191030, 중국 상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중심이 되어 발표한 대한민족대표 선언서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독립선언서가 몇개 안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독립선언서는 오로지 이 책에 실려있는 대한독립선언서, 기미독립선언서, 2.8독립선언서, 대한독립여자선언서 단 4개 뿐이었다. 심지어 이 4개 중에서도 전문을 읽어 본 건 기미독립선언서 한 개뿐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여러 독립선언서 중 에서도 10개만 추려서 이 책을 쓴 거라고 하니, 내가 모르는 독립선언서가 얼마나 더 있을까?

 

독립선언서 말꽃모음을 읽으면서 묘하게 뮤지컬 신흥무관학교가 떠올랐다. 이유인 즉, 신흥무관학교의 몇몇 넘버들의 가사와 책 속에 있던 각종 독립선언서와 오버랩이 됬기 때문이다. 아마 넘버를 제작할 때, 여러 독립선언서를 참고 한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조금만 더 일찍 발간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내가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넘버를 들으면서 알아챈 건 기껏해야 석주 이상룡 선생이나 우당 이회영 선생 했던 말들 뿐이었으니까.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뮤지컬 신흥무관학교를 다시 본다면 조금은 더 가사를 곱씹어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귀국정부가 한국인이 '합병'을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귀국 정부가 우리 국민 중에서 쓰레기들인 몇몇 간사한 부랑자들 때문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 바랍니다. 한국인을 옹호해 주십시오. 한국인을 옹호함으로써 귀국은 권리와 정의를 옹호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인을 수호해 주십시오. 한국인을 수호함으로써 귀국은 오랜 친구를 구원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국 국민회선언서-

 

한국 국민회가 세계 각국 정부에 보냈던 이 선언서는 일본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만, 이후에 나온 선언서에 비해서는 조금은 소극적인 느낌이든다. 뭐랄까, 스스로 쟁취한다! 라기 보다는 강대국이 일본을 제지하여 우리를 도와주기를 바라는, 그런 느낌이랄까? 아마도 다른 독립선언서와는 달리 약 10년 정도 먼저 발표된 되었다는 점에서 후에 나온 선언서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게 아닌가 싶다. 1910년과 1919, 10년간 한반도는 얼마나 착취를 당했을까. 물론 이후에도 계속 착취를 당한 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다.

 

멀리로는 유학자들이 300년이나 당론이 나뉘어 조선이 멸망하게 되었고, 가까이로는 13도 지사들이 서로 다투느라 새로운 건설을 어지럽혔다. 이 같은 삼분오열로 일어난 비극을 눈앞에서 보고, 그 고통을 맛본 우리는 마음이 바르게 원하는대로 모두 모여서 힘을 합하자고 요구한다. 요즘 러시아에 의지하자, 일본에 의지하자, 중국에 의지하자, 미국에 의자하자 하는 선비와 문()이다, ()이다, ()이다, ()이다 하는 의견과 주장이 뒤섞이고 뒤숭숭하여 갈 곳을 모른다.

1910829일 융희 황제가 주권을 포기하는 순간, 그 주권은 국민과 동지들이 돌려 받은 것이다. 삼보(三寶)를 상속한 사람은 완전한 통일조직을 만들어야 비로소 그 권리와 의무를 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대동단결 선언서-

 

어떻게 조선이 멸망하게 되었는 지를 제대로 꼬집었다. 거기에다 날카로운 현실 자각. 그러면서 대한국 주권이 국민에게 있다는 국민주권론을 내세웠고 거기에 민주정부를 수립하자고 이야기한다.

 

일본의 전쟁을 즐기는 나쁜 습관은 자기를 보호하고 자기를 지킨다고 말하더니 마침내 하늘에 반역하고 사람을 거스르면서 보호합방을 강제하고, 일본의 맹세를 어기는 못된 버릇은 영토보존이니 문호개방이니 기회균등이니 떠들다가 금방 의리도 잊고 법도 무시하며 강제로 조약을 맺었다.

! 일본의 비천한 무인들이여. 작은 벌과 큰 타이름이 너한테는 복이니 섬은 섬으로 돌아가고, 반도는 반도로 돌아가며, 대륙은 대륙으로 돌아갈지어다. 한마음 한 뜻인 2,000만 형제자매여 국민이 본래 갖고 있던 권리를 자각한 독립임을 기억할 것이며 동양 평화를 보장하고 인류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자립임을 가슴에 새길 것이며 하늘의 밝은 뜻을 받들어 모든 그릇된 그물에서 벗어나는 건국임을 굳게 믿고 육탄혈전으로 독립을 완성할지어다.

- 대한 독립선언서-

 

내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 뮤지컬 신흥무관학교 넘버로 쓰여진 건 대한 독립선언서다. 지금 당장 생각나는 문구는 위 딱 두 문장 뿐이지만, 아마 더 많은 가사들이 있을 거다. 아참, 대한독립선언서는 이후 발표된 2.8 독립선언서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일본 군국주의는 지금 중국으로 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양제도(태평양) 역시 장차 그 손톱으로 할퀴고 어금니로 깨물 것이다. 연합국들은 세계 평화유지를 위해서는 극동 평화가 꼭 필요한 조건임을 알아야 한다. 만약 지금 조선 독립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면 앞으로 이번 세계 대전보다 한층 더 가공할 새 전쟁을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조선 독립선언서-

 

읽으면서 제일 소름 돋았던 선언서다. 19193월에 조선국민회가 발표한 선언서인데, 이 들은 이미 일본의 태평양 침략을 내다보고 있었나 보다. 한반도가 지리적, 전략적으로 동아시아 문제 해결의 열쇠라는 사실을 독립운동가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거다. 당시 강대국이라고 불리던 그 나라들이, 태평양 전쟁 때 일본에게 기습공격을 받았던 미국이 이 선언서에 조금이라고 귀를 기울였다면 역사는 조금 바뀌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게 우리에게 좋았을 거라고는 100% 보장할 수 없지만..

 

우리 민족은 정당한 방법으로 우리 민족의 자유를 추구할 것이나 만일 이로써 성공하지 못하면 우리 민족은 생존의 권리를 위하여 온갖 자유행동을 취하여 최후의 한 사람까지 자유를 위하여 뜨거운 피를 흩뿌릴 것이니 우리 민족의 정당한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우리 민족은 일본에 대해 영원한 혈전을 선언하리라

-2.8독립선언서-

 

적국의 중심, 일본 도쿄 한 복판에서 조선의 유학생들이 목숨 걸고 발표한 독립선언서다. 이들은 조선인의 신분으로 일본 도쿄에서 공부를 하던 학생들이었을 뿐이었다. 고향인 조선에 있는 위정자들은 나라를 파느라 혈안이 되었던 이 때, 어린 학생들이었던 그들이 나서서 독립선언서를 발표한 것이다. 이후 2.8 독립선언서가 조선으로 비밀리에 넘어 왔고, 이는 기미독립선언서(3.1독립선언서)의 모체가 되었다.

 

독립선언서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과연 그들은 광복 이후의 한반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했을까?’ ‘후대에 들어 한반도가 둘로 갈리고, 갈린 지역에서도 또 서로 할퀴고 물어 뜯는 미래가 올 거라는 생각을 해보긴 했을까?’ 감히 생각해보건데 그들이 바란 미래는 이런 미래가 아니었을거다. 그들이 원하는 결과와는 다르게 되어버린 지금을 생각하면 조금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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