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 - 스탠딩에그 커피에세이
에그 2호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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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커피를 너무나 사랑한 사람이, 보다 맛있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세계 곳곳을 다니고, 종국에는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직접 카페까지 차려버리는(!!) 오롯이 커피를 위한, 커피를 향한, 커피에 대한 에세이다. 하루에 적게는 3, 많게는 8잔까지도 커피를 마시고 있는 나에게 커피에세이라니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니 지금 나에게 커피생명수였다. 저자처럼 커피의 이나, 커피를 마시던 그 시간을, 감성을 추억하기 위해 마시는 게 아닌, 회사에서 하루하루를 버티기 위한 생명수인 것이다. 옛날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분명 커피의 향을 느끼고자 했고, 카페의 분위기를 즐겼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멋진 카페를 찾아다니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던 그 때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이제는 그저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 텀블러에 담겨있는 인스턴트 커피, 예를 들어 카NU, DI야 를 마시고 있는 신세다(인스턴트 커피를 비하하는 건 절대 아니다, 오히려 좋아한다. 특히 카누!).

 

 


나를 비롯한 우리 대부분은 언젠가부터 매일 SNS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은밀히 동경하고 있다. 우리가 동경하는 누군가가 인생 커피라고 극찬하며 근사한 사진을 직어 올리면 우리는 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며 그 카페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 동네, 나의 단골 카페, 내가 즐겨 마시던 커피는 얼마나 하찮아지고 마는가. 따지고 보면 다른 이의 인생 커피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그 순간 슬퍼지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현실의 우리 자신인 것이다. P 044

 

다른 사람의 블로그나 인그램을 구경하다 보면, 멋진 사진과 함께 인생카페’, ‘인생커피라는 해쉬태그를 정말 많이 보게 된다. 근데 진짜 사진만 보면, 그 사람은 정말로 커피를 제대로즐길 줄 아는 사람 같고, 그 사람이 가는 카페는 정말 커피를 마실 줄아는 사람들만 가는 카페처럼 보인다. 내가 마시는 지금 마시고 있는 커피, 인스턴트 커피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것 처럼 보이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 물론 바리스타가 원두에서 직접 추출한 커피와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뭐랄까. 나는 지금 인스턴트 커피로 하루 하루를 버티는 데, SNS속에 있는 그들은 인생을 즐기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는 것 처럼 보이니까. 물론 실상은 나와 별반 다를 거 없는, 하루하루 직장생활에 고단한 사람일 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 역시도 SNS속의 나와, 현실의 나 사이에 엄청난 괴리감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시작은 그저 누군가의 SNS속에 있는 커피한 잔의 사진이었지만, 그 사진 속에서 누군가는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묘한 우리의 현실이랄까.

 

 


만약 당신이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된다하더라도 당신 또한 그날의 커피와 똑같은 커피를 다시는 마실 수 없단 이야기다. 그러니 맛있는 커피를 대할 때는 천천히 한 모금씩 입에 머금을 때마다 그 순간에 흐르는 음악과 주변의 공기, 빛과 온도, 앞에 앉은 사람의 표정을 기억하기 위해 온 감각을 집중해야 한다. (인생의 모든 근사한 순간마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당신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P 060

 

 

 

아메리카노는 에프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섞는 거잖아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물과 에스프레소는 서로 다른 성분이라서, 서로에게 완벽히 섞이고 녺아들 시간이 필요해요. 그제야 진짜 아메리카노가 되죠.” P 138

 

 

 

사람과의 관계도 그가 말한 아메리카노처럼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이 필요한 것일텐데 나는 왜 그리 성급하게 그를 놓아버렸을까. P 142

 

 

 

위에서도 언급했듯 나는 하루에 적게는 3, 많게는 8잔의 커피를 마신다. 그것도 인스턴트 커피를. 물론 평일/휴일 마다 않고 그렇게 마신다. 회사에서 커피를 마시는 게 습관이 되었는지, 집에 있는 휴일마저도 인스턴트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까. 뿐만 아니다. 어디 여행을 갈 때는 인스턴트 커피 3봉을 텀블러에 타서 들고 간다. 가끔은 여행지에서 멋있는 카페에 들어가, 바리스타가 직접 추출한 커피를 마셔도 되는데 굳이 인스턴트 커피를 마신다.

 

n년 전 만해도 나도 커피 맛을 알아야겠어!’ 라는 생각으로 유명한 카페를 찾아다니기도 했다. 책 속에 나왔던 블루보틀도 가보았고(물론 일본에서), %커피도 가보았으며, 국내에서 박이추 커피공장도 가보았다. 하지만 내 입맛은 인스턴트에 길들여졌는지 이상하게도 그 모든 커피 맛이 카NU와 너무 비슷한게 아닌가! 깜장 카NU, 봄 한정 카NU, 겨울 한정 카NU가 그 맛이 각각 다른데, 그 맛들이 내가 찾아다니며 마셨던 맛있다는 그 커피들과 너무 비슷한거다. 내가 워낙 오래동안 카NU를 먹다보니, 그 맛이 뇌리에 박혀서, 그 어떤 커피를 마셔도 그렇게 느껴지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금은 그저 내 하루 하루를 버티기 위한 생명수가 된 커피지만, 회사에서 마셨던 이 커피한 잔, 한 잔에 생각보다 많은 추억이 있었다. 입사 초기에 커피를 마실 줄 몰랐던 그저 어렸던 내 모습. (지금은 퇴사한)회사 언니들의 권유로 마셨던 첫 커피의 씁쓸한 맛. 그 언니들과 점심시간에 커피 한 잔 하면서 시덥잖던 이야기를 하고 웃고 떠들던 나날들. 10년 간의 추억이, 쉽게 보았던 인스턴트 커피 그 속에 있었다. 언니들이 회사를 떠난 지금, 어렸던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언니들이 없는 지금, 나는 내 이야기를 이 커피 한 잔에 고이 묻었다. 회사에서, 책상 앞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다 보면, 가끔은 내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 언니들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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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천천히, 북유럽 - 손으로 그린 하얀 밤의 도시들
리모 김현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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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표지 + 삽화 + 이야기 아름답고, 따뜻한 여행 에세이를 만났다. 어찌보면 동화같은 느낌도 드는 이 책은, 그냥 여행 에세이가 아니다. 보통의 여행 에세이가 사진을 담고 있다면, 이 책에는 사진이 아닌 아름다운 그림이 있다. 저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었다.

 

표지부터 마음이 따뜻해지는 북유럽의 저녁노을이 나를 반긴다. 처음엔 여행 에세이에 왠 그림인가 싶었는데, 표지를 보자마자 느꼈다. 이런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바라보는 북유럽은, 내가 바라보는 북유럽과는 조금 다를 거라는 것을.

 

저자가 여행한 곳은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총 네 곳의 국가다. 개인적으로 북유럽 관련 여행서적이라던가 여행 프로그램을 종종 봤었기에, 더욱 반가운 나라들이기도 했다. 특히 무민이 사는 나라 핀란드! 인어공주가 있는 덴마크 !! 저자가 어떤 감성으로 이 나라들을 여행을 할 지, 읽기 전부터 궁금해졌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 답게, 저자의 여행준비물은 일반인들과는 사뭇 달랐다. 나는 여행을 가면 끽해야 메모를 위한 볼펜 하나 정도인데! 역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혹시라도 여행을 다닐 때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꽤 좋은 팁이 될 법한 준비물이었다.

 


비 구름이 사라진 청명한 하늘 아래로 핑크빛 석양이 비스듬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몹시 차가웠지만, 갑판 위에서 헬싱키 도심의 뽀얀 풍경이 석양에 물드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황홀한 그 풍경인 마치 어린 소녀의 두 뺨에 발그레 피어난 홍조 같았다. _P 048

 

만약 내가 헬싱키 구 시가지를 바라보는 페리를 타고 있다면 어땠을까? 아마 사진 몇 컷 딱 찍고 아 이쁘다-” 하고 말았을 것이다. 분명 난 문과생인데, 감성과는 거리가 너무나 멀어서, 저런 감성적인 느낌은 커녕, 찍은 사진 조차도 단조로웠을거다. 그래서 이렇게 가슴 따뜻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의 감성을 조금은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하루는 왠지 느슨하게 보내고 싶었다. 숙소를 나설 채비를 하며 단순한 목표 하나를 세웠다. 탐페레의 호수를 바라보는 것. 오늘의 여정에 그 이상의 목표는 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_P 080

 

어디든 여행을 가면 이상하게도 하루일정이 바쁘고 또 바쁘다. 분명 일상을 벗어나, 힐링 또는 휴식을 위한 여행일텐데 말이다. 이상하게 여행만 가면 평상시보다 더 바쁜 하루를 보내게 된다. 그 이유는 아마도 여길 언제 또 올지 모르잖아!”. 이 이유 하나 때문에 여행이 힐링이 아닌 킬링이 되버린다. 정말 힐링을 하고자 한다면, 저자처럼 딱 하나의 목표만 세우고 느슨한 하루를 보내자. 그럼 적어도 그 날은 킬링이 아닌 힐링이 가득한 하루가 될테니까.

 


정말 가고 싶었던 그 곳, 무민월드. 저자는 이 무민월드에 발을 들여 놓았다. 무민은 북유럽 설화에 나오는 트롤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다. 어찌보면 하마와도 같은 이 캐릭터는 나도 엄청 좋아라 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알게 모르게 집에 있는 무민 친구들도 꽤 있다. 사진 속에 있는 무민처럼 쪼꼬만한 무민이도 있고. 근데 여기서 함정은, 난 무민을 엄청 좋아하긴 하는데 정작 무민의 이야기를 잘 모른다는 점이다.

 

원작동화의 초기배경은 의외로 어둡고 무거운 편인다. 무민의 외모는 포근하고 귀엽지만 그들이 겪는 상황은 대홍수, 혜성 충돌 등 자현재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_P 112


순둥이 무민이 뒤에는 어두운 이야기가 있...었다니, . 이제와 말하지만, 작년에 무민 카툰북을 여러권 사놓고 아직 보지를 못했는데. 무거운 이야기라고 하니 살짝 두려워지기도 한다. 대체 얼마나 암울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거니, 무민아 ㅠㅠ

 

이 책을 언뜻 읽다보면 마음 따뜻한 그림이 있는 동화책 같기도 한데, ‘이 책도 여행 에세이가 맡구나!’ 하는 부분이 곳곳에 있다. 이 무민월드 부분을 읽으면서 특히 그랬다. 분명 읽을 때는 정말 내가 무민월드에 있는 것 마냥, 혹은 무민 동화책을 읽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런데 왠걸? 읽고나서 보니 나도 모르게 무민월드 테마파크에 대한 정보까지도 읽은 뒤였다. 정보성 글이라는 사실을 깨닫기 전 까진, 정말 감성적인 그림이 있는 동화책을 읽고 있는 거라 생각했다. 이 책........대단한데?

 


이 동상은 잔인하게도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몸체에 비키니가 그려지거나 때로는 페인트 세례를 맞기도 했고, 팔이 절단되거나 머리가 잘린 채 도난당한 적도 수차례였다. 심지어 2003년에는 폭파 당해 동상이 바다로 추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덴마크 정부는 굴하지 않고 인어공주를 매번 부활시켰다. _ P306

 

북유럽 여행 관련 서적으로 가이드북도 읽어보았고, 에세이도 읽어보았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덴마크 명소 코펜하겐 인어공주 동상정도의 뉘앙스만 있었다. 이 동상이 어떤 수난을 겪었는지, 나는 오늘에서야 알았다. 무엇이든 보는 사람의 시각 또는 관심에 따라 해석도 다르다지만, 역시 난 이 책의 저자처럼 눈 앞에 있는 에 대한 과거를 보여주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 이러한 과거를 알고 보는 인어공주 동상과, 그냥 유명한 장소에 있는 인어공주 동상은 천지차이니까. 알고 보아야만 저자처럼 수난의 역사를 알게 되자 동상의 움츠린 어깨와 아래로 떨어뜨린 시선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다. (P 306)’이러한 감상도 할 수 있으며, 이 느낌을 담은 드로잉도 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저자처럼 자기 본 무언가를, 그림으로 남기기 위해선 오래 바라보아야 한다. 오래 바라보면 볼 수록, 눈 앞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지, 무엇을 알려주려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은 사진으로는 절대로 남길 수 없는, 오롯이 내 두 눈과 마음 속에 남는다. 내 두 눈과 마음 속에 남는 그 무언가를, 저자는 하얀 종이 위에다 펼쳐놓았다. 그래서 그런걸까? 사진으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애정이 저자의 그림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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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하루도 에세이가 될까요? - '글밥' 먹은 지 10년째, 내 글을 쓰자 인생이 달라졌다
이하루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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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많은 직장인들이 꿈꾸는 제 2의 직업은 작가다. 이왕이면 베스트셀러 작가랄까. 요새 보면 회사를 다니면서 글을 쓰다가 책을 출간한 사람들도 많아져서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했다. 이 책의 저자 이하루님 역시 직장을 다니면서, 글을 썼고, 그 글이 완성도가 높은 글이다보니 책으로 출간된거기도 하고!

 

이 책의 저자 이하루님은 이렇게 말했다. 우선 글을 써보라고. 어떤 방식으로든 자주 써보라고.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언제 어디서든 글을 쉽게 쓸 수 있고, 쉽게 읽을 수 있다. 심지어 요새는 오로지 글만 쓰는 플랫폼도 생겨났다. 그래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내가 이렇게 쓰고 있는 블로그 포스팅도 하나의 글쓰리가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글쓰기는 정말 접하기 쉬워졌다.

 

이 책은 평생 남의 글만 써오던, 글로 밥 벌어먹던 저자가 남의 이야기가 아닌 본인의 이야기를 글로써 남겨보자 해서 시작된 에세이다. 근데 이게 또 에세이라고 100% 규정짓기에는, 에세이 한편이 끝나면 저자만의 글쓰기 팁이 시작된다. 그래서.. 이 책을 에세이집이라고 해야할지, 글쓰기 책이라고 해야할지 참 애매하달까? 확실한 건, 자신만의 에세이를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번은 꼭 읽어봐야 될 책이라는 거다.

 

부엌 식탁에서 노트북만 째려보길 일주일째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모니터 속 워드 프로그램은 여전히 백지상태였다. 깜빡이는 커서가 나의 초조한 심장 박동처럼 느껴져 다리만 떨고 있는 내게, 남편이 왜 안쓰냐고 물었다. 왜긴 얕잡아 봤으니까 그렇지. 10년 넘게 글밥을 먹고 살았으니 이 정도는 식은 죽이라 착각했다. 한데 도무지 쓸 얘기가 없었다. 짜고 또 짜내도 내 일상에는 글감이 없었다. (중략)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자주 다룬 주제는 비정규직 회사생활이었다. (중략) 처음에는 나 혼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점점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필명으로 한 글쓰기 플랫폼에 가입해 글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아무도 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다. 내가 한 가지 취미를 오랜 시간 즐기게 될지, 매일 똑같은 일상을 계속 글로 쓰게 될지, 나를 괴롭히던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낄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쓰는 시간은 내게 가르쳐줬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또 시시한 일상도 꽤 괜찮은 글감이 된다는 걸. P 022 ~ 024

 

저자처럼 글밥먹던 사람은 본인의 글도 쉽게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놀랍게도 그 동안 글밥 먹던 저자는, 돈 받고 쓰는 남의 글이 아닌 100% 본인의 글을 쓰려고 하는 순간 글을 쓰지 못했다. 밥벌이를 하는 글은, 글의 테마가 있었을테니 힘들지언정 밥벌이를 위해서 어떻게든 써내려갔지만, 오로지 나의 글을 쓰려고 하니 저렇게 고심하고 또 고심할 수 밖에 없던 것이다(사족이지만밥벌이란 불가능한 일 조차 가능하게 만드는 정말 무서운 일인듯ㄷㄷ).

 

이 책에서 저자는 본인의 이야기 한 편에 글쓰기 팁 한 개를 엮어서 연재했다. 에세이를 읽으려고 이 책을 집은 사람들은 글쓰기 팁은 한번 읽고 넘어가도 될테지만, 이 책을 읽으며 글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들었다면 글쓰기 팁을 그냥 넘어가서는 안된다. 그런 사람들은 글쓰기 팁을 읽은 다음에, 다시 앞서 본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처음에 아무 생각 없이 에세이를 읽었다면, 그 뒤에 글쓰기 팁을 읽고 다시 에세이를 읽으면 !’ 하고 무언가 깨달은 바가 있을테니까.

 

저자가 말하는 글쓰기 팁 몇 가지를 말하면 이렇다.

1. 글쓰기 루틴을 찾아라: 잘 쓰려 하지말고, 편안하게 써라.

2. 글을 쓰다 막히면 멈춰라.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써라. 멈춘 이야기는 잠시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쓰면 된다.

3. 첫 문장이 막힐 땐 결정적인 순간부터 써라.

4. 지적하는 글일 수록 뒷받침할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5. 요약하는 방법을 연습하라.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건 수정이다. 저자도 책에서 여러번 언급했듯, 모든 글은 수정에 수정에 수정을 기해야만 완성된 글이 나온다. 글에 있어서 일필휘지란 절대 있을 수 없는거다. 일필휘지로 글을 완성한다면, 그 사람든 정말 천재일지도......

 

여담이지만 정말 하루에도 수백, 수천권의 책이 쏟아져 나온다. 그 책들 중에는 저자처럼 고심하고 또 고심해서 쓴 멋진 글들도 있지만, 반대되는 글도 분명 있다. 난 의도치 않게 이 책의 저자처럼 완성도가 높은 글이 쓰여 있는 책이 아닌, 그 반대되는 책을 읽은 적도 꽤 여러번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글로 책을 낼 생각을 했을까? 출판사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이런 글을 책으로 출판했을까? 싶은 생각도 많이 했다. 그렇게 책 같지 않은 책의 공통점은 이렇다.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기본적인 글쓰기 팁을 안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수정이 1도 없는 초고의 느낌이랄까? 만약 수정을 수 십번 했는데도 그 정도면 정말 글쓰기에 대한 특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걸지도 모르겠다.

 

잘 쓴 글은 잘 읽힌다. 소리 내 읽었을 때 잘 읽히는 글은 눈으로 읽기에도 좋은 글이다.

 

본문 속 작가의 말이다. 말 그대로 소리내어 읽었을 때도 잘 읽히는 글은 정말 좋은 글이다. 책을 출간하는 많은 작가들이 그런 글을 쓴다면 정말 좋겠지만, 그건 나 같은 일개 독자의 욕심일 뿐이리라. 그저 독자가 돈주고 사서 읽는 책이니, 좋은 글이 쓰여있는 책을 잘 찾아내는 안목을 키워야 할 뿐이다. !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을 키우는 데도 이 책의 저자, 이하루님이 말한 글쓰기 팁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겠다. 서점에서 책을 한 권을 들고 중간 몇 페이지를 펴서, (조그맣게)소리내어 읽어 보았을 때 술술 읽힌다면 그건 좋은 글이 쓰여있는 좋은 책인 것이다.

 

그동안 포스팅을 하며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점차 잊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써야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 포스팅이든 덧글이든 문자로 남게된 모든 것을 쓸 때, 다시 한번 생각하고, 수정 또 수정을 명심해야지.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자주 다룬 주제는 ‘비정규직 회사생활’이었다. (중략) 처음에는 나 혼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점점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필명으로 한 글쓰기 플랫폼에 가입해 글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아무도 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다. 내가 한 가지 취미를 오랜 시간 즐기게 될지, 매일 똑같은 일상을 계속 글로 쓰게 될지, 나를 괴롭히던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낄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쓰는 시간은 내게 가르쳐줬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또 시시한 일상도 꽤 괜찮은 글감이 된다는 걸.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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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7 23: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선을 다해 느긋하겠습니다 - 여유만만 늘보 슬로틸다의 행복한 마이웨이 라이프
단테 파비에로 지음, 타일러 라쉬 옮김 / 와이즈맵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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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인 기자님의 대한민국 징비록을 읽으면서 처음 알게 된 출판사 와이즈맵, 책이 좋았으니 당연히 출판사도 좋아보이는 법이다. 그렇게 호감을 갖게되었는데, 우연치않게 와이즈맵에서 출간한 그림책을 받게 되었다. , 그림책이라 해야할지 동화책이라 해야할지 조금은 고민되긴 하지만, 확실한건 힐링이 필요한 어른들을 위한 책이라는 것!

 

이 책의 저자는 심슨가족을 탄생시킨 애니메이터 단체 파비에로다. 심슨가족 아빠라는 사실에서 오올?’했는데, 이 책을 옮긴이는 세상에나 한국인보다 더욱 한국인 같은 타일러 라쉬. 가끔 TV속에서 만난 그의 역사 지식을 접할때마다, 감탄을 금치 못했었는데. 이거이거 출판사도 호감이었는데 글쓴이와, 옮긴이까지 호감이니 일단 이 책 최선을 다해 느긋하겠습니다첫인상은 합격이다.

 

나는 타고난 게으름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책 첫 장에 적혀있는 저 문구는 그 유명한 셰익스피어가 이런 명언이었다. 이 명언이 이 책이 말하고 싶은 주제라 생각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게으름’.

 

저자는 게으름의 대명사인 나무늘보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름부터 느긋하고 느릴 것만 같은 슬로틸다’. 슬로틸다는 게으르고 싶다는 우리의 내면을 그대로 반영한 공감100% 캐릭터다.

 

생각보다 짧은 목차, 헌데 목차를 보니 와, 슬로틸다는 나와 같은 직장인이었나보다. 심지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나를 대변하는 것 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내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운동은 내일부터!(자매품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백종원님 가라사대, 살 안쪄유~)”, “월급은 통장을 스칠 뿐요 세 문장인데, 이게 전부 슬로틸다 일상을 관통한다. 어쩜 슬로틸다는 요걸 콕 집어서 이야기를 해주는지!

 

내가 끊임없이 먹는 이유는

전부 스트레스 때문이라구!

 

맞다. 완전 맞다 ㅠㅠㅠㅠ 내가 이렇게 미친듯이 먹는 이유는 오로지 스트레스 때문이다. 회사에서 내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내고 집에 돌아오면, 나에겐 스트레스와 공허함만 남는다. 그래서........먹는다. 그냥 계속 먹는다 ㅠㅠㅠㅠ 그런 내 맘을 이리 대변해주다니 ㅠㅠㅠㅠ

 

슬로틸다야, 너도 참 스트레스가 많았구나?고생이 많았어 ㅠㅠㅠㅠ 스트레스는 먹는걸로 푸는거지, 암 그렇고 말고!

 


살려주세요!

일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욧!

 

ㅋㅋㅋㅋㅋ 내 주말은 이상하게 빠르게 지나간다. 월요일은 정말 저 상어처럼 내 발목을 붙잡으러 오는 느낌이랄까? 아 가끔은 주말인데 반쯤 월요일같은 생각이 들때도 있다. 회사에서 전화올 때 ^^.. 회사 특성상 주말에도 회사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다. ........

 


나에게 냉장고란?

또 하나의 잡동사니 수납장!

 

나만 냉장고에 이것저것 덕지덕지 붙이는 줄 알았더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었나보다. 슬로틸다가 이렇게 보여준거 보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냉장고에 이것저것 많이도 붙이나보다. 나 같은 경우는 옆 면은 자석으로 도배하고, 문짝에는 각종 중요한 메모, 서류들이 부착되어 있어서..가뜩이나 작은 냉장고가 더 작아보인다. ... 역시 냉장고를 큰 걸로 바꿔야 하나.... 그러려면 냉장고를 사야하는데...... 그러려면 돈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회사를 계속 다녀야하네..............

 


#주말 #피자 #천국

 

아 미치겠네 ㅠㅠㅠ 이건 슬로틸다인가 나인가, 아님 나를 사찰한 것인가!! 주말의 시작 금요일 저녁, 일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해소하기 위해(는 그냥 핑계인가...) 피자 또는 치킨을 미친듯이 먹는다. 가끔은....피자랑 치킨을 같이 먹는 날도 있....ㅋㅋㅋㅋ..슬로틸다야 넌 나니 ㅠㅠ?

 

이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슬로틸다는.. 나였다 ㅠㅠㅠㅠ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슬로틸다는 이렇게 재충전을 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나는....재충전을....곧 할 예정이긴 한데, 과연 제대로 충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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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생이 온다 (리커버 특별판)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평점 :
품절


2019, 한 해를 휩쓴 도서라 말할 수 있는 임홍택의 저서 90년 생이 온다. 나 역시 읽었다. 이 책을 읽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도 본인이 재직하고 있는 회사의 독서통신 교육으로 이 책을 받았을 것이다. 동일한 이유로 이 책을 받았고 읽었다(그리고 과제물 제출^^ㅋㅋㅋㅋ).

 

수 많은 기업에서 이 책을 읽으라고 권유한다. 앞으로 이 땅에서 일어날 모든 현상은 90년대생들이 주도할 것이며, 이들은 여러 회사 신입사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으며, 현재 소비의 주체로 우뚝 선 세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현재 회사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 기성세대들은 하루 빨리 90년대생들이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알아야만 한다. 지금의 기성세대는 90년대생들이 회사에서 만날 상사이자, 90년대생들이 소비할 제품의 생산자이며 유통자니까. 그래서 알아야만 한다, 그들을.

 

지금까지 정말 많은 책을 읽었지만 초판 147쇄 발행이라는 숫자는 처음 봤다. 이건 수 많은 기업에서 이 책을 대량으로 구매한 덕분인가 싶기도 했다. 아니 근데 그렇다고 해도 147쇄라니 우와. 이 책의 저자는 인세를 얼마나 받았........?? 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나라니. 요즘 90년대생은 회사를 다니고 있어도, 그 꿈이 베스트셀러작가라고 하니 그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책에서 말하는 90년대생. 나도 그 속에 포함된다. 그것도 딱 90년대생의 시작, 정확히 1990년에 태어났으니까. 다만 이 책에서 말하는 90년대생들과 내가 조금 다른 차이가 있다면, 아마도 그들보다 빠른 사회생활이리라. 1990년에 태어났지만 생일이 빠르다는 이유로 1989년생들과 같이 학창시절을 보냈다. 뿐만이랴, 심지어 90년대생들의 평균 취업시기를 보았을 때, 그 평균보다 훨씬 취업을 빨리했다. 벌써 한 직장을 다닌지 10년차니, 말 다했다. 회사를 다니는 10년간 내 주변 동료들은? 당연히 60 ~70년대생들이 주를 이뤘다. 나는 그렇게 기성세대라고 부르는 그들 사이에서 회사생활을 시작했다. 덧붙여 말하면, 내가 입사할 당시 신입사원 라인은 대체적으로 80년대생들 이었다. 입사 후 꽤 오랜시간 동안 나보다 나이 많은 신입사원들을 만났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최근 2년 간, 그때서야 90년대생들이 신입사원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과연 내 또래인 그들은 어떤 회사생활을 할 것인지, 나와 같은 마인드인지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 또래인 신입사원인 그들과, 회사생활 10년차인 나는 확실히 달랐다. 신입사원인 그들을 보면서 꽤 많이 놀라는 나를 보며, 분명 그들과 나는 90년대생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꼰대들 사이에 있어서 꼰대화 된건가? 싶을 정도로 그들은 정말 많이 달랐다.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90년대생들은 거리낌이 없었다. 심지어 힘들게 취업을 했는데, 상사가 힘들게 한다는 이유로 퇴사한 이들도 여럿 있었다. 우리 회사는 나름 이름있는 대기업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시 직장생활 7~8년차 였던 나는, 내 또래인 그들을 보며 이런생각을 했다.

 

쟤네들이 고생을 안해봤네”, “저렇게 세상을 쉽게 봐서 어떻게 살라고 하나”, “취업이 어려운 거 맞아? 왜 저렇게 금방 그만둬?”

 

정말 소름돋게도 내가 한 이런 생각들은, 이 책에서 규정한 꼰대였다. 나는 또래인 그들보다 먼저 사회생활을 하며 돈을 한 댓가로 꼰대화되고 있었던 거다. ...다시 생각해도 슬프다. 내가 꼰대였네.....

 

 

그룹 입문 교육을 받을 때만 해도 회사가 좋아 보였는데 현업 부서에 배치를 받자마자 바로 지옥으로 바뀌었습니다. 바로 위에 사수라는 사람은 출근 시간보다 30분 일찍인 830분까지 출근하라고 강요했습니다. 본인이 830분에 오기 때문에 본인보다 늦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도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고 냉소적 비난과 무시만 가했고요. 그런데 윗사람의 한마디에 죽는 시늉이라도 하더군요. 이 사람만 꼰대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온통 꼰대 천지였습니다. 이런 꼰대 기업에서 함께하면 저도 언젠가 꼰대가 되어버리겠다는 생각에 입사 1년만에 회사를 그만뒀습니다.”

_P 147 ‘꼰대 조직에서 탈출하는 90년대생들

 

 

 

60년대생들은 한국 사회 발전을 일군 세대다. 또한 그들은 어느 한 회사에 입사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안정적으로 고위직으로 올라간 세대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그렇게 일을 하고 모든 돈으로 충분히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다(90년대생과 제일 큰 차이!!). 은행에 예/적금을 예치하는 것 만으로도 꽤 많은 이자 수익을 벌었던 그런 세대인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부를 축적했고, 남아도는 잉여자산을 부동산 투자를 하며 지금의 부동산투기, 과열향상을 만든 세대이기도 하다.

 

70년대생들은 발전하는 한국 사회를 향유하는 세대였다. 하지만 그들이 취업전선에 나서는 1997년에 IMF를 맞이했다. 한국사회가 급격히 꼬꾸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대게 관리자 이상 고연봉 대상자들이었지만). 대체적으로 90년대생들은 어린 나이에 수 많은 어른들이 꼬꾸라지는 상황을 목격하였다.

 

80년대생은 청년기에 본격적으로 인터넷을 접한 세대다. 당시 신세대, X세대라고 불리기도 했던 세대다. 인터넷으로 여러 외국문화를 접하며, 당시에 기성세대와 세대차이가 심한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그들이 취업전선에 나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왔다. 역시 수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IMF와 차이점이 있다면, 97년에는 고연봉대상자들이 짤려나간 반면, 2008년 금융위기에는 경력/신입 상관 없이 일자리를 잃었다. 90년대생은 청소년기에 이 상황을 목격했다.

 

90년대생은 이미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이 활성화된 세대이다. 이들이 청소년기에 들어섰을 때는 인터넷을 접하는 기계가 PC가 아닌 모바일로 옮겨갔다. 크기가 작고, 언제든 휴대가 가능한 모바일 기기로 인해 90년대생들은 언제 어느때는 인터넷을 할 수 있게되었다. 모바일 기기 하나로 모든 것을 하는 그들은 앞선 세대들과 달리 빠르게 변화는 사회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아니, 오히려 변화를 유도하는 편이다. 90년대생에게 변화는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기성세대의 안주하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뿐만 아니다. 어려서부터 노동시장에서 부모세대, 언니/형 세대들이 꼬꾸라지는 모습을 계속 보아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안정된 노동시장을 찾기 시작했고, 그게 바로 공무원이었다.

 

 

처음부터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월급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중소기업을 택하는 취준생은 없습니다. 단순히 중소기업의 월급만을 대기업 수준으로 올려주면 중소기업에 지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정부의 생각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청년들이 왜 중소기업을 지원하지 않는지 아세요? 바로 중소기업 사장들의 마인드가 쓰레기 인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일은 죽도록 시키고 쓰다 버리죠. 우리의 미래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또한 쓰레기 사장과 꼰대 선배들이 널려 있는데, 3년간 초봉 좀 올려준다고 누가 눈을 낮춰서 중소기업을 지원하나요? 이런 정책 또한 꼰대질 중 하나입니다.”

 

저는 돈을 많이 줘서 9급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에서 초봉을 조금 지원해준다고 고용 안정성이 높아지나요? 그리고 3년 근속하면 월급을 지원해준다는 정부의 정책도 믿을 수 없고, 2+1 취업제도는 뭔가요? 세상에 어느 중소기업이 일할 자리도 없는데 임금의 3분의 1을 지원받으려고 3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낼까요? 솔직히 거지도 아니고 그런 취급을 받아가면서까지 공무원을 포기하고 중소기업으로 진로를 틀고 싶지 않아요

_P 144~145 ‘청년내일채움공제‘2+1 고용촉진제도에 대한 청년들의 생각

 

 

90년대생의 또다른 특징은 복잡한 것을 배척한다는 점이다. 위에서 말했듯 90년대생은 모바일로 연결된 세대이다. 이 모바일, 즉 스마트기기로 소통한다는 것 자체는 대화의 방식조차 바꾸어 놓았다. 스마트기기가 나오기 전에는 전화, 문자 등 일대일 방식이었다. 하지만 스마트기기아 나온 이후 소통은 일대다 방식으로 진화했다. 여러명의 사람들과 한번에 소통을 하다보니, 복잡한 것을 배척하고 짤방 이나 줄임말 등 한번에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무엇보다도, 이 책에 따르면 90년대생은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누군가, 혹은 무언가 연결되는 것을 당연시하며 이것이 끊어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예를 들어 배터리 잔량이 얼마 없거나, 휴대폰을 꺼두어야만 하는 그런 상황을 말이다. 일단 무늬만이라도 90년대생인 나는 과연 어떨까?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역시 난 정말 무늬만 90년대생인가보다. 항시 휴대폰을 끄고 싶고, (특히 !! 회사)단톡방에서 빠져나가고 싶다. 정말 주말 단 하루만이라도 휴대폰을 끄고 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우리 회사에는 참 소통을 중시한다. 90년대생들이 좋아할 만한 소통이 아닌,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소통을. 유독 기성세대 직원들은 사내 메신져나 메일로 확인해도 되는 것을 굳이 전화로 이야기 하거나, 그 반대로 메일로 공지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메일을 읽지 않고(!!) 나중에 와서 왜 이렇게 되었냐는 등 전화를 하시는 분들이 정말 아주 많다. 심지어 퇴근 이후, 휴일 상관없이 참 연락들을 잘하신다. 실질적으로 온 연락 중 정말 중요한 일은 10%도 못 미친다는게 함정이다. 자 그럼 여기서, ‘퇴근 이후 오는 연락은 안받으면 되지 않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 연락을 안받으면 된다. 다만 연락을 받지 않았을 때 후폭풍은 오로지 내 몫이다. 특히 우리 회사처럼 보수적인 조직이라면 더더욱..

 

이 책에는 직장인 꼰대 체크리스트가 있다. 유독 나에게 해당되는 항목이 있으니 바로 ‘7번 휴가를 다 쓰는 것은 눈치가 보이는 일이다.‘ 이거 한개. 와 근대 1개부터 꼰대입니다? ㅋㅋㅋㅋㅋㅋ 내가 만약 10년차 직장인이 아니라, 지금 갓 입사하는 90년 대상이라면 전부 해당없음 일건데 말이다. 10년간 근무하며, 꼰대들 사이에 있으면서, 기성세대들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다보니 지금의 90년대생 처럼 합리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너무 당연하게 기성세대의 마인드를 받아들이고 있었던 거다. 정말 슬프다. 실제로 올해도 연차를 다 못썼고 ^^.... 심지어 여름휴가도 출근했고 ^^......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법칙은 쉽게 말해서 어느 조직이든 일정량의 얌체, 진상, 무능력자, 아첨꾼 등의 일명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1. 또라이를 피해 조직(팀 또는 회사)를 옮기면 그곳에도 다른 또라이가 있음.

2. 상또라이가 없으면 덜또라이가 여럿이 있음.

3. 팀 내 또라이가 다른 데로 가면 새로운 또라이가 들어옴.

4. 또라이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다른 또라이가 될 필요도 있음.

5. 팀 내에 또라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또라이임

_P 152 ‘꼰대 제로 조직

 

정말 이 또라이 질량 보존 법칙은 최고의 법칙이다. 단 한번도 이 조직에 또라이가 없던 적이 없었고, 이 또라이가 가면 저 또라이가 오고, 상 또라이가 가니 덜 또라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고. 또라이 굴레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차라리 내가 또라이가 되기엔, 조직 내에 있는 상 또라이가 너무 대단해서 불가능하다. ... 진짜 저 법칙을 눈치 채고 문자로 남긴 그 사람은 정말 칭찬받아 마땅하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회사는 한동안 매주 수요일 칼퇴라는 제도를 시행했다. 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하긴 한데, 매주 수요일은 가족과 보내는 날이니 칼퇴하라는 것이다. 그 때는 눈치 않보고 칼퇴할 수 있는게 참 좋다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참 나도 바보같은 생각을 한거였다. 그건 칼퇴가 아닌, 엄연히 근로계약서에 명시된 정시퇴근이었으니까. 근로자라면 당연히 정시퇴근의 자유가 보장되어있는데, 우린 그걸 칼퇴라 생각했다. 상사들이 늦게까지 남아있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부하직원도 남아 있어야하고, 그러다보니 업무 능률도 겁나 떨어지고!!!! 결국 나라에서 정시퇴근을 강제하지 않는 한, 근로자가 정시퇴근을 할 수 있는 자유는 없었던 거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인건, ‘법정근로시간 주 52시간이 확립되었다는 사실이다. 나라에서 강제한 52시간덕분에, 솔직히 우리 회사도 많이 나아졌다. 제일 눈에 띄는 건 ‘PC OFF’. 물론 편법이 없진 않지만,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퇴근시간 + 10분에 컴퓨터가 꺼진다. 역시 대한민국에 있는 기업은 나라에서 강제를 해야만 바뀐다.

 

먼저 야근 문화에 익숙한 70년대생 이전 세대는 이러한 정시 퇴근 캠페인을 회사가 주는 하나의 혜택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회사가 1주일이나 2주일에 한 번 정시퇴근을 시켜주는 것을 직원들이 고맙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원, 대리급의 80년대생과 90년대생들은 생각이 다르다. 그들에게 정시퇴근이란 것은 근로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엄연한 권리 인 것이다.

_P 163 ‘칼퇴라는 말부터 잘못된 것 아닌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스스로 일부 꼰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괴감........까지는 아니어도, 그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말았다. . 이런 책은 나같은 일반직원들이 아닌 관리자급 아니, 임원 및 대표라인에서 읽어야 하지 않나? 말단들이 끊임없이 이 책을 읽는다 한들, 음 글쎄. 조직이 변화할런지 잘 모르겠다. 임원급 한마디에 변하는 조직인데 말이다. .....

 

무엇보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90년대생을 맞이하기엔, 너무나 많은 부분이 기성세대의 눈에 맞춰져 있다. 말로는 수평적인 소통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대놓고 수직적인 소통,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짬밥으로 자리를 지키는 관리자들, 말로는 전자결재 시스템인데 그 전에 꼭 필요한 사전보고, 회의를 줄인다면서 하루에도 수 시간씩 하는 회의, ... 나열하면 끝도 없다. 결국 윗사람이 바뀌어야만 변하는 것이다. , 이런생각을 하는 것 조차도 꼰대화인가 싶기도 하고....... 참 어려운 사회다.

몇 년 전, 인터넷에서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는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법칙은 쉽게 말해서 어느 조직이든 일정량의 얌체, 진상, 무능력자, 아첨꾼 등의 일명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1. 또라이를 피해 조직(팀 또는 회사)를 옮기면 그곳에도 다른 또라이가 있음.

2. 상또라이가 없으면 덜또라이가 여럿이 있음.

3. 팀 내 또라이가 다른 데로 가면 새로운 또라이가 들어옴.

4. 또라이를 물리치기 위해서는 다른 또라이가 될 필요도 있음.

5. 팀 내에 또라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 자신이 또라이임 -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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