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소 취향 이야기 - 내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취향수집 에세이
신미경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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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고 싶은 물건을 손아귀에 넣는 순간 느끼는 성취감. 돈을 버는 건 언제나 어렵지만, 물건을 사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견디며 돈을 벌 이유가 없었다. 지금의 나와 다른 생각이지만 그때는 그게 맞는 방향 같았다. 가장 손쉬운 기분전환, 수집인지 호딩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을 보내며 돈과 시간을 많이 썼고…

내가 오랫동안 고생했던 문제, 물질에 대한 통제력을 키우고 부러움을 어떻게 관리할 수 있을지 노력한 끝에 소비중독에서 점차 벗어나게 되었다. 지금은 감정적 소비가 드물뿐더러 물질 자체에 큰 비중을 두고 살지 않는다. 물질이 채우지 못한 공허와는 다른 감각으로 여백은 여유로웠으나 삶의 재미와는 거리가 있었다. 욕구를 느끼고 싶었다. 그런 내게 찾아온 부러움의 대상이 공부하는 사람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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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20-2021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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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집에서도 잘 노는 집순이긴 하지만, 여행다니는 것도 워낙 좋아해서 한달에 1회 이상은 꼭 여행을 떠났다. 당일치기든 1박이든, 타 지역으로 떠났었다. 하지만, 코로나19(우한폐렴)으로 인해 여행도 못가고 집콕한지 벌써 네 달째다. 온 몸에 좀이 쑤셔서 죽을 것만 같다. 그나마 외출이라고 할 만한건 회사 출/퇴근과 마트를 나가는 정도. 간혹 마스크 쓰고 몰래 다녀와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일단 회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하는 팀이 다름아닌 우리팀이다보니, 그 중에서도 바로 내가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보니, 섣불리 어디 나가기가 꺼려진다. 진짜 정말 마스크 딱 쓰고, 손 소독제 들고 다니면서 여행을 갔는데, 완전 재수가 없어서 확진자의 경로에 내가 있었다면? 와. 그 순간 회사에서 역적된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코로나19 대응을 하는 사람이 그렇게 생각이 없느냐’라고 무지막지한 욕을 먹을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내가 다니는 곳들은 대체로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유적지(특히 무덤^^)이 많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한동안 멈췄던 무덤투어라도 다시 하면서 바깥 공기를 쐬볼까? 뭐, 그래도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되고 있으니까, 조금만 더 참아봐야겠지. 후에 생활방역으로 기조가 바뀌면 그때나 인적 없는 유적지나 찾아다녀야지.


고로 지금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여행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표적인 방법이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 랜선여행, 그리고 시국이 안정화 되면 언제든 떠날 수 있게 여행 가이드북을 보며 여행계획을 짜는 눈으로 미리보는 여행. 물론 나는 책장을 넘길 수 있는 후자를 더 좋아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읽은 책은 2020년 개정판이 출시된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전국일주 가이드북』. 

2019년판을 읽은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그새 2020년 개정판이 나왔다. 대한민국 전국일주를 목표로 하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책이랄까? 


이 책이 다른 국내여행 가이드북과 다른 점은 여행지 소개에 있다. 대부분 국내여행 가이드북은 지역단위로 여행지를 소개한다. 하지만, 이 책은 ‘전국일주’를 표방한 만큼, 지역단위가 아니라 고속도로를 기준으로 여행지를 소개한다. 아무래도 차를 이용하는 도로를 기준으로 한 여행서다보니, 당연히 휴게소 맛집도 있고, 계절별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도 소개해준다. 코로나19 때문에 봄 나들이는 망한 지금이지만, 앞으로 다가올 가을(!!) 단풍이 멋진 드라이브 코스라던가, 단풍놀이에 최적화된 여행지도 별도로 체크되어 있으니 놓치지 말 것!


아참, 고속도로 기준으로 여행지를 소개하고 있어서, 고속도로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녀야 하나? 라는 걱정을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 ‘호남 고속도로’를 예를 들면, 오성IC~공주IC 까지가 한 챕터, 그 다음 서공주IC~익산IC가 또 한 챕터. 이런식으로 분기점에서 분기점까지, 구간을 나눠서 소개하고 있으니까.


책에서 소개하는 고속도로(국도 포함)은 이렇다. 

<동해안 7번 국도, 경부 고속도로, 영동 고속도로, 서울-양양 고속도로, 서해안 고속도로, 호남 고속도로, 순천-완주 고속도로, 중부 고속도로, 중부내륙 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내 여행 계획을 차지하는 팔할이 바로 고속도로이니, 이 책만큼 나에게 딱 맞는 여행지침서가 없다. 이 책처럼 고속도로를 따라서 여행한 경험을 꺼내보면 7번 국도를 따라 고성/속초/양양 여행을 했었고, 삼척/울진 여행을 하기도 했다. 서해안 고속도로를 따라 태안/서산을 여행했고, 홍성/보령을 다녀온 적도 있다. 호남 고속도로를 따라 공주/부여/논산/익산 여행을 하기도 했다. 중앙고속도로를 따라서 봉화/안동 여행을 하기도 했다. 


자차로 여행을 하는 한, 이처럼 도로를 따라 여행을 하는 게 여러모로 편리하다는 사실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체득했다.


추가적으로 말하면 이 책에서는 고속도로를 따라 대표적인 여행지를 소개하는 Travel Point, 조금은 생소한 여행지나 체험을 소개하는 More&More, 해당 여행지의 숙박시설이나 맛집등을 알려주는 Travel Plus가 각 챕터별로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을 읽다보니 내가 여행했던 지역도 많이 나오고 해서, 오랜만에 과거 국내여행 사진들을 꺼내보았다.


1. 파도소리를 따라가는 동해안 여행, 동해안 7번 국도(유일한 국도!)

≫ 고성→속초→양양→강릉→동해→삼척→울진→영덕→포항→경주→울산→부산


과거에도 핫했고, 현재도 핫하고, 앞으로도 핫할 부동의 여행지 동해안. 드라이브 코스로도 제격이고, 머무르는 여행으로도 제격인 곳이다. 매 해마다 동해안을 따라 여행을 다녔다. 어려서는 아빠차를 타며 차박을 하고 자주 다녔고, 다 커서는 신랑과 나름의 여행테마를 짜서 해마다 놀러다녔다. 올 여름도 갈 수 있...겠지? 울진에서 먹었던 대게의 맛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ㅜㅜ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삼척 해신당공원, 강릉 정동심곡 부채길


2. 과거와 현재를 지나 미래로, 1번 경부 고속도로

≫ 서울→수원→오산→안성→천안→청주→대전→옥천→영동→김천→구미→칠곡→영천→보은→상주→청송→부산


우리나라에서 두번째로 오래된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 남한 서쪽 서울에서 시작해서 내륙을 관통해서 동쪽 끝인 부산에서 끝나는 이 길. 경부 고속도로를 타고 간 여행은 도로의 처음과 끝에만 해당되었다. 아직 경부선 중간에 위치한 도시들은 제대로 들러보지를 못했다. 개인적으로 상주의 사벌왕릉과 청송 지질공원 권역을 가고 싶은데, 휴..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부산 가덕도, 청주 청남대


3. 산과 바다, 계곡을 찾아서, 50번 영동 고속도로

≫ 이천→여주→횡성→원주→평창→정선→태백


어디를 놀러갈라 치면 중간 중간에 꼭 탔던 영동선. 이천, 여주, 원주를 제외한 나머지 도시들은 그냥 지나치기만 했을 뿐 여행을 다니진 못했다. 반면 여주 여행은 두번이나 갔다. 태백 구문소도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렇게 코로나19에 발목잡혀 못 나갈줄 알았으면, 더 부지런히 놀러다닐껄.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원주 구룡사, 여주 파사산성


4. 또 하나의 새로운 여행길, 60번 서울 양양(동서) 고속도로

≫ 양평→가평→춘천→홍천→인제→양양


서울-양양 고속도로 개통 후 나만큼 좋아한 사람이 있을까? 동해안 여행 시 영동 고속도로를 탈 때마다 어찌나 막히던지. 서울-양양 뚫린 후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덕분에 동해안 가는 차량이 꽤 분산되었으니까!


개인적으로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은 춘천 청평사. 춘천은 내 친가이기도 하지만, 이런저런 가족사에 의도치 않게 자주 가지 않게 된 곳. 아마 향후 몇년간은 계속 찾지 않을 도시일지도 모른다. 어렸을 땐 그렇게 자주 갔던 곳이었는데. 하, 그냥 몰래라도 갔다올까 ㅜㅜ..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춘천 청평사, 양양 하조대


5. 천혜의 아름다움을 만끽하자, 15번 서해안 고속도로

≫ 서울→평택/아산→당진→태안/서산→예산→홍성→보령→서천→군산→고창→영광→함평→신안→무안→목포→해남→진도→강진


내가 여행할 때 제일 많이 다녔던 도로가, 서해안 고속도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 서해안 고속도로 상에 있는 특히 전북쪽은 거의 다 돌았다고 해도 무방하달까. 일단 우리 집에서 제일 가까운 고속도로가 서해안선이기도 하고, 외가집이 영광에 있는 터라 일년에도 수차례 다녔던 서해안선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전국일주를 마음먹고 국내여행을 막 시작했을 때, 제일 쉽게 다녔던 곳이 서해안 고속도로 상에 있는 도시였다. 개인적으로는 고산 윤선도 유적지를 너무너무 가고 싶은데, 하.


아! 서해안 고속도로상에 있는 도시는 여러 테마로 여행이 가능하다. 일명 역사교훈여행(다크투어) 여행으로도 손색이 없는 도시들이다. 그만큼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말도 되지만.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태안 천리포수목원, 목포 유달산, 영광 백수해안도로


6. 풍요의 땅 호남, 25번 호남 고속도로

≫ 천안/아산→공주→부여→논산→익산→장성→담양→광주→순천→여수


서해안 고속도로 만큼이나 자주 다녔던 호남 고속도로. 내 외가댁은 영광이지만, 외가친척들은 거의 광주에 살고 계시기에. 진짜 광주도 정말 자주 갔다. 그것과 별개로 백제를 주제로 한 역사 여행도 자주 하기도 했었고. 특히 공주/부여/익산/논산을 묶은 백제 역사투어는 결혼 전에 부모님과 함께, 결혼 전에 신랑이 될 남자친구와 함께, 결혼 후에 또 한번 이렇게 세번이나 다녔다. 물론 저 모든 지역을 한번에 다 다닌건 아니었지만 ㅎㅎ..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광주 5.18민주화운동 기록관, 담양 식영정


7. 옛 이야기가 흐르는 27번 순천완주 고속도로

≫ 완주→전주→순창→남원→정읍→여수


다른 고속도로는 꽤 오래전부터 자주 다녔던 여행지라면, 순천-완주 고속도로를 통해 여행을 다닌 건 얼마 안된다. 전주는 사람이 많은 관광도시임에도, 워낙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유적지를 다니다보니 생각보다 여유로운 여행이 가능했다. 완주에서는 생각치도 못한 멋진 카페를 찾아서 정말 좋았었구. 남원은 역사교훈여행을 주제로 갔었는데, 정말 많은 생각을 했던 곳이었다. 이제 호남선 기준으로는 대충 여수/순창만 가면 될것 같은데!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완주 소양고택, 전주 이두황묘


8. 우국충절의 기개가 서린 35번 중부 고속도로

≫ 하남→이천→진천→청주→대전→금산→무주→장수/진안/산청→거창→함양→진주→고성→통영


내 개인적으로 다시 가고 싶은 여행지를 꼽자면 역시나 진주/고성이다. 1n년전 수능 끝난 기념으로 엄마, 아빠와 여행을 갔던 곳이 고성/진주였다. 물론 메인은 고성. 고성을 여행지로 택한건 아주 단순했다. 수능을 끝낸 고3 딸에게 어딜 가보고 싶냐고 물었던 엄마, 아빠에게, 난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아빠! 나 공룡발자국 보고싶어!”


그렇게 갔던 고성(강원도 고성 아니고 경남 고성). 진짜 공룡발자국을 원없이 보고 왔더랬다. 진주는 고성 근처에 있어서 같이 갔었던 것 같다. 결혼 후에는 좋아하는 뮤지컬 지방공연 본답시고 의도하지 않게 진주를 또 한번 방문했었고. 근데 너무 오랜시간이 지났는지,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다시 가야지, 가야지 하고 있는데. 언제쯤 다시 갈 수 있을런지.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고성 상족암, 진주 남강 대나무숲, 진안 마이산


9. 찬란한 중원문화, 45번 중부내륙 고속도로

≫ 양평→안성/여주→진천→음성/충주→괴산→문경/상주→합천→고령/창녕/의령→함안→창원


충청도 여행과 가야 역사 여행을 위해 꼭 타야할 고속도로가 바로 중부내륙 고속도로다. 충청도 여행을 위한 중부내륙은 참 자주 탔었는데, 가야 역사여행을 아직 못해서 많이 아쉬움이 남은 고속도로다. 아마도, 나에게는 향후 가야 역사여행을 위해 자주 다닐 고속도로가 될 것이다.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안성 석남사, 양평 여운형 생가


10. 백두대간을 따라 유교문화 속으로, 55번 중앙 고속도로

≫ 춘천→홍천→원주→제천/단양→봉화/안동/영주→대구→청도→밀양→김해→양산


중앙 고속도로를 타고 여행을 했을 초반에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강원 일부, 충청 일부 여행에 국한되었던 때니까. 한참 뒤에 유교 문화 고장 여행을 위해 여행 계획을 짜면서 깨달았다. 선비도시로 대표되는 안동, 영주, 봉화가 중앙 고속도로 선상에 있다는 사실을. 덕분에  위해 올라탔던 고속도로였다. 특히 석가탄신일 즈음에 만나는 영주 부석사는 정말 그야말로 최고다.

※ 개인적으로 마음에 남았던 장소: 단양 소금정공원, 안동 임청각, 영주 제민루



이렇게 책으로나마 국내일주를 하고보니, 하루 빨리 직접 내 두눈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주말이 되면 늘상 “떠나자!”며 여행 가방을 싸던 그 날들이 정말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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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글쓰기로 한계를 극복한 여성 25명의 삶과 철학
장영은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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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총 25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서로 태어난 나라도 다르고, 살아온 환경도 달랐지만 이 여성들에게는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가정, 사회, 회사 그 모든 곳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억압과 차별을 받았다는 것과, 이런 환경 속에서 글을 씀으로써 투쟁했고, 살아남았으며, 이름을 남겼다는 점이다(아! 그렇다고 그녀들이 전부 작가라는 건 아니다).



그녀들이 글을 쓴 이유를 자세히 들여다 보자. 누군가는 억압받는 사회에서 정신적인 해방감(또는 자유)를 느끼고자 글을 썼고, 누군가는 억압받는 사회에서 생계를 이어가기 위해 글을 썼다. 이유야 어떻든, 결국 억압하는 사회가 그녀들로 하여금 펜을 들게 하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여성을 억압하고 차별했던 사회가, 훗날 각계각층에서 존경받는 25인의 여성을 만드는데 일조했다.




“내 마음 속에서 자기 자신의 목소리로 무엇인가 말하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사실을 확신”하고 나자 일종의 해방감도 느꼈다. P 40 (버지니아 울프)




세계문학전집에서 왕왕 보이는 작가 버지니아 울프. 그녀가 남긴 일기에는, 그녀가 가정에서 얼마나 많은 차별과 억압을 받았는지를 알 수 있다. 그녀가 그러한 차별을 받은 이유는 단지 ‘여성’ 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그녀의 아버지는 ‘학교는 남자들이 가는 곳’이었으며, ‘여자는 좋은 남자를 만나 결혼’을 하면 된다고 늘상 말하는 사람이었다. 지금 보면 참으로 부조리한 아버지이지만, 그때는 그랬다.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곳 뿐만 아니라 동/서양 막론하고 모든 나라가 그랬다.




박경리는 “결코 남성 앞에 무릎을 꿇지 않으리라는 굳은 신념”을 글쓰기로 실천했다. 살롱처럼 운영되고 있던 남성 작가 중심의 문단을 박경리는 불신했다. 남성의 체험은 값진 문학적 소재로 평가하면서 여성의 이야기는 사소하 신변잡기로 취급하는 평단에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 “실전을 경험하고 전쟁 이야기만 늘 쓰는 남성 작가에게는 왜 사소설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는가.” P 192 (박경리)




토지로 유명한 박경리 작가의 삶도 수 많은 핍박과 억압이 있었다. 특히 생계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문단에서는 그녀에게 ‘여류작가’, ‘사소설’ 이라는 딱지를 붙였다. 조금 슬픈 사실이지만 과거에는 문단 뿐만 아니라, 영화계, 일반 기업 모두가 남성을 중심으로 한 사회였다. 여성이 사회에서 목소리를 내기에는,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묵살되었다. 이 당시에는 그랬다. 사람이 사는 곳이라면 동/서양 모두가 그랬다.




당장 우리 할머니 세대를 보자. 우리네 할머니들은 대게 학교를 제대로 끝마치지 못했다. 어떤 경우에는 초등교육조차 받지 못한 분들도 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 살림만 잘하면 된다’ 였다. 엄마 세대로 와서도 비슷하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우리 엄마들은 대체적으로 초등교육까지는 받았고, 중/고등교육의 경우는 선택적이다. 다만 이 선택 역시도 ‘여자는 배울 필요가 없다, 살림만 잘하면 된다’라는 기조 아래 행해졌다는게 함정이라면 함정이랄까. 즉 우리네 할머니/엄마세대는 교육을 어느 정도 받았는지에 차이만 있을 뿐, ‘여성’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포기하고 희생당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나의 엄마는 할아버지의 지원 아래 고등 교육 뿐만 아니라 다량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그렇게 문학소녀였던 우리 엄마.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엄마는 결혼을 하고, 나와 동생을 양육하며 많은 것을 희생했다(물론! 내 아빠도 많은 것을 희생했다). 지금이야 ‘결혼’ 이라던지, ‘자녀계획’ 이라던지 모든 것이 선택사항이 되었지만, 당시에는 그렇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엄마의 희생덕분에(아빠도!!), 나는 배우고 싶은 모든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읽고 싶은 책을 전부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부모님의 엄청난 희생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가 변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일은 불가능했을거다.




긴스버그는 여성의 자리가 커지는 것을 여성이 두려워할 때, 뛰어난 여성을 여성이 모른 척할 때, 핍박받는 여성을 여성이 지켜 주지 않을 때 여성 운동은 뒷걸음치게 된다는 경고를 소토마요르를 지켜 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P 111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결국 내가 이렇게 자유롭게 배우고, 책을 읽을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진 건, 위 책에서 선정한 25인을 비롯하여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 핍박에 맞서 싸운 여성들이 있었기에, 그녀들을 도와준 또 다른 그녀들이(그들도)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까지 남아있는 여성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이 나에게 남긴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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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와이프
에이미 로이드 지음, 김지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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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일반 소설보다는 장르 소설, 그 중에서도 추리/스릴러 등을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굳이 따지자면 서양 보다는 동양 소설을 좋아한다. 아무래도 처음 접했던 장르소설이 한국작가의 소설이었고, 이후 접했던 소설들 대게가 일본 작가의 소설이라서 그랬을거다. 그러다 학창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우연히 학교 도서관에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읽은 후, 서양 추리/스릴러도 조금씩 읽기 시작했다.



물론 내가 자라온 문화권 영향인 탓인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일본적인 분위기와 확연히 다른 서양 스릴러 중 내 입맛에 맞는 작품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소설 주인공들 이름이 입에 딱 붙지 않는 건 둘째치고, 내용적인 면으로 볼 때 긴장감이 넘치거나, 괜히 오싹하거나, 복선을 찾아내는 이런 부분이 확실히 한국/일본 소설과는 달랐다. 그래서 더욱 내 입맛에 맞는 서양소설을 찾기가 조금 힘든 부분도 있었다. 앞서 읽었던 그 유명한 기욤 뮈소 작품도, 내 눈에는 그저 ‘으음-, 이게 왜 베스트셀러지? 작가의 명성 때문인가?’ 라고 생각했을 정도니까. 



그래서 이 책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에서, 인문교양서가 아닌 스릴러 소설을 출간한다는 이야기에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라는 호기심 정도만 있었을 뿐이다. 그런데 왠걸, 이 책은 그저 그런 서양 스릴러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책이라기 보다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한 편의 스릴러 영화를 감상한 느낌이랄까?






한 소녀가 잔혹하게 살해당했다. 소녀를 죽인 살해범으로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소년 데니스 댄슨이 지목되었다. 당시 데니스가 범인이라는 사실에 대해 여러 의혹이 많았지만, 의혹은 해소되지 않는 채 데니스는 살해범으로 교도소에 갇혔다. 이후 당시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에 여러 의혹이 붉어졌다. 데니스가 누명을 쓴 것이며, 무죄라는 다큐멘터리가 방영되었다. 이 다큐멘터리를 본 수 많은 사람들은 데니스가 무죄라고 믿었다. 서맨사도 그랬다. 서맨사는 그렇게 누명을 쓴 데니스에게 빠졌고, 교도소에 갇혀있는 그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이런 스릴러 책을 읽은 뒤 리뷰를 쓰는 건 정말 어렵다. 스릴러의 백미는 반전이다. 즉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읽어야만 그 재미가 배가 된다. 헌데 리뷰를 쓰다보면 나도 모르게 책의 내용 일부를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 책을 읽으려 하는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게 스포를 하게 되어버리는 상황. 괜시리 예비 독자들에게 미안함이 앞선다. 그래서 내용에 대해서는, 최대한 출판사의 책 소개 문구와 관련된 만큼만 쓰고자 하는데, 이게 마음처럼 될런지 모르겠다.




“사람들 말로는 경관님이 그 이후에 데니스에게 원한을 품었다고 하던데요. 홀리의 시신이 발견된 후 데니스의 집으로 찾아간 게 경관님이었다면서요. 데니스와 그 범죄를 연관 지을 이유가 하나도 없었는데도 말이죠.” P 061



“증거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당신 쪽 사람들은 체모를 잃어버렸죠. 당신은 증인들을 유도해서 당신이 듣고 싶은 말을 하게 만들었고요. 아들의 친구에 대한 당신의 개인적 원한 때문에 말이에요. 결국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한데 엮어 십 대 남학생한테 누명을 씌운거에요” P 067



“왜 이곳 사람들은 그애들이 죽었다고 그렇게 확신하는 거죠? 조사는 전부 날림으로 이루어졌어요. 그애들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그렇게 했는지 한 번도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P109





누명.


주인공 데니스 댄슨이 교도소에 수감된 이유는, 한 소녀를 참혹하게 살해했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그가 소녀를 죽였다는 증인과 증거는 완벽하지 않았다. 많은 의혹이 있었고, 경찰들의 수사 조차도 날림수사, 함정수사 같았다. 댄슨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와, 각종 수사자료. 이 모든 자료는 누가봐도 범인을 잡아야만 하는데, 범인의 윤곽이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든 증거를 만들고, 범인을 만들어 내려고 한 듯 보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범인은 돈 없고 빽 없는 데니스 댄슨. 이러한 상황은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도 왕왕 있는 일이다 보니, 이게 정말 사실이라면 얼마나 암담할까 싶었다(흔한 그알 애청자 감상1)​. 



정의감에 넘치는 언론인이 억울한 누명을 쓴 데니스를 돕기 위해 다큐를 만들었고, 수 많은 사람들이 그런 데니스의 무죄 판결을 위해 온/오프라인에서 활동한다.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은 데니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앞장섰던 서맨사(샘)과 다큐 감독 캐리. 그리고 그녀들은 데니스의 무죄판결을 받아내고야 말았다. 무엇보다 서맨사는 그토록 바라던 데니스의 사랑도 얻었다. 




난 당신을 사랑해요. 내가 원하는 건 당신뿐이에요. 우리가 지금 떨어져 있는 건 내게 아무런 문제도 안돼요. 면회를 하고 싶어요. P 025




교도소에 갇혀있던 데니스에게 사랑을 느끼며, 편지로 교류하던 서맨사의 상황을 보면서 ‘스톡홀름 증후군’이 떠올랐다.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온전치 못했던 서맨사. 하지만 누구에게든 애정을 받고 싶었던 그녀다. 그런 그녀가 누명이든 아니든 일단은 살인죄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된 사람과 사랑에 빠쪄버린건, 데니스가 서맨사의 정신적 결핍을 교묘하게 파고 들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톡홀름 증후군’ 을 겪는 사람들 중 일부는 이러한 정신적인 결핍의 영향으로, 가해자(범죄자)에게 어긋난 유대감을 갖는 경우가 많기도 하고(흔한 그알 애청자 감상22).



서맨사의 이런 모습을 책 제목인 「이노센트 와이프(The Innocent Wife)」로 표현한게 아닐까? 이노센트는 순진, 순수, 순결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어리석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때로는 죄없는, 결백하다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데니스에게 맹목적으로 사랑을 느끼는 모습에서는 서맨사의 순수함이 보이고, 무죄 판결받은 데니스와 결혼한 서맨사는 그야말로 데니스가 결백하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이야기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서맨사의 판단이 얼마나 어리석었는지 적나라하게 들어난다. 정말 책 제목 그대로  「이노센트 와이프(The Innocent Wife)」 다.




아, 스포를 피하면서 리뷰를 쓰자니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진짜 한편의 영화를 본 느낌인데, 이걸 스포를 피하면서 이야기하자니, 언어실력이 부족하여 표현을 못하는게 한이다(국어 공부를 다시해야할 판..). 그저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특히 점점 조여오는 긴장감과 심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놓치치 말고, 꼭 읽어보기를 강!력! 추천한다.



"왜 이곳 사람들은 그애들이 죽었다고 그렇게 확신하는 거죠? 조사는 전부 날림으로 이루어졌어요. 그애들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것 같아요. 왜 그렇게 했는지 한 번도 궁금하지 않으셨나요?" - P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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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니스 - 잠재력을 깨우는 단 하나의 열쇠
라이언 홀리데이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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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스틸니스」는 무려 자기계발서다. 독서편식을 고치려 여러 장르의 책을 읽었던 나지만, 그럼에도 유일하게 손을 대지 않았던 장르가 바로 자기계발서다. 내가 생각하던 자기계발서는 도덕책에 나오는, 언제나 입바른 말만했다. 적어도 시중에 나온 대부분의 자기계발서들은 그랬다. 그런 책들만 보면 세상에는 성공한 사람들만 있어야 하는데, 현실을 보면 타인의 눈에 ‘루저’로 비치는 사람들이 정말 많지않나? 그래서 더욱 자기계발서는 읽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 「스틸니스」를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이 책이 자기계발서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오히려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는 철학, 고전 해설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다.




지리상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나 성격이 얼마나 다른지와 무관하게 거의 모든 고대 철학은 완벽하게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기원전 500년에 공자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든, 그로부터 100년뒤에 고대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든, 그로부터 한 세대가 흐른 뒤 에피쿠로스의 정원에 앉아 있던 제자든지 간에 하나같이 침착함과 차분함, 평온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가르침을 듣게 될 것이다. 불교에서는 이를 우뻬카(upekkha)라고 하고 이슬람교에서는 아슬라마(aslama)라고 부른다. 히브리서에서는 히쉬타부트(hishtavut)라고 한다. 힌두교 3대 경전으로 꼽히는 《바가바드 기타》의 2장은 전사 아르주나에 관한 서사시로 이루어져 있는데, 주로 사마트밤(samatvam), 즉 ‘마음의 평정 또는 한결같은 평화’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리스에서는 에우티미아(euthtmia), 헤시키아(hesychia)라고 하고 에피쿠로스학파에서는 아타락시아(ataraxia)라고 일컫는다. 기독교에서는 아이콰니미타스(aequanimitas)라고 한다. 그리고 영어로는 스틸니스(stillness). P 017




혼자 있는 시간, 집에서 가만히 앉아 있는다. 혹은 침대에 누워본다. 분명 나 혼자 있고 TV가 켜있지도 않으며, 라디오를 틀지도 않았다. 분명 내가 있는 우리집은 조용해야하는데, 이상하게 조용하지가 않다. 창 밖에서 들려오는 자동차의 빵빵거리는 소음이 주기적으로 들려오고, 저 멀리서 아파트 공사장 소리도 들려온다. 분명 나는 조용한 시간을 보내려고 했는데, 나와는 상관없이 외부 소음이 끊임없이 흘러들어온다. 정말 조용하게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도, 주변의 생활소음이 이를 가만두지 않는다. 현대를 살고 있는 이상, 우리는 소음에 휘둘리며, 소음에서 자유로워질 수 없다.



이렇게 자의든 타의든 나를 괴롭히는 모든 상황에서 나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상황은 현대뿐만 아니라 고대부터 시작되어왔다. 우리나라 문화로 치면 고대부터 우리가 잘 아는 가까운 역사까지, 많은 조상들이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하여 수련을 했다. 제일 쉬운 예가 바로 ‘선비’들이다. 공맹의 가르침을 공부하며, ‘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조선의 선비들이, 심지어 조선의 왕까지도 되고자 한 ‘군자’란, 유교에서 도덕적으로 완성된 성인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말로 하면, 옳고 그름을 정확히 알고, 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군자’가 되고자 한 사람은 유교에만 있었던게 아니라, 불교에도 있었고, 기독교에도 있었으며, 힌두교에도 있었다. 그를 칭하는 말은 각기 달랐지만, 옛부터 많은 사람들이 ‘군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 대표적인 방법이 내 마음에 평화를 가지고, 내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었다. 즉 고요한 마음가짐에서 얻어지는 마음의 평정이랄까?


그게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고요, 즉 스틸니스 이다.



 이 책은 동/서양의 역사, 철학, 고전을 망라하며 스틸니스에 대해 이야기 한다. 과거를 살았던 수 많은 인물중, 스틸니스를 끌어냄으로 나 자신을 찾고, 그들이 스틸니스를 끌어냄으로써 어떠한 선택을 하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이야기한다. 





고요는 외부의 방해에 취약하므로 세상의 소란함에 영향을 받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내면의 소음에, 우리 영혼과 육체의 소음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찰나의 고요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가장 힘든 상황에서조차 일관성 있게 끌어어낼 수 있는 집중과 지혜다. P 113



일상에서 마주치는 갖가지 스트레스와 곤경은 우리를 쓰러뜨릴 수 있다.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다 보면 우리는 하나를 닫으면 또 하나 열리는 온갖 정보 속에 사로 잡힌다. 거기에 앉아 그 모든 것을 흡수해야 할까? P243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는 수 많은 소음과, 수 많은 정보의 범람 속에 있다. 조용히 있어도 어딘가에서 소음이 들려오고, 정보를 취하고 싶지 않아도 tv만 틀면, 핸드폰만 보면 원하든 원치않든 수 많은 정보를 접한다. 심지어 그 정보들 중에는 가짜뉴스도 있다. 우리는 이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나폴레옹의 사례를 보자.​




나폴레옹은 우편물이 밀리는 상황을 즐겼다. 그 때문에 다른 누군가를 화나게 할 수도 있고 중요한 가십거리를 놓치는 일이 생기더라도 말이다. 사소한 문제들은 굳이 자신이 나서지 않아도 알아서 해결되기 때문이었다. 우리도 실시간으로 뉴스를 받아들일 게 아니라 나폴레옹처럼 여유를 갖는 태도, 유행에 한두 계절 쯤 뒤쳐지는 태도, 내 삶을 받은편지함의 노예로 만들지 않는 태도를 길러야 한다. P 056  




나폴레옹은 밀려오는 편지들을 곧이 곧대로 읽지 않았다. 물론 정말 위급한 편지는, 특히 한 밤중에 자기가 자고 있을 때 도착한 위급한 편지는 자고 있더라도 본인을 꼭 깨우라고 말했다고 한다. 즉, 편지를 선별했다. 요즘말로 하면 정보를 선별한 것이다. 밀려오는 편지들은 몇일 뒤에 열어보면, 대게 상황 종료된 후이니 굳이 본인이 볼 필요가 없는게 대부분이라 했다. 나폴레옹은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본인 나름대로의 선별장치를 두고 있었다. 수 많은 정보에 휘둘리는 현대인이 한번 쯤은 곱씹어 볼 일화다. 



그렇다고 나폴레옹 처럼 극단적으로 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나름대로의 선별장치를 마련한다면, 내 자신이 그러한 정보 속에서 휘둘릴 일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 뿐만인가? 수 많은 정보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느라, 내면의 목소리는 듣기는 커녕 피곤함뿐인 현대인의 삶이었다. 하지만 정보를 선별하게 되면, 그 만큼 에너지가 비축되고, 비축된 에너지를 내 자신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 그렇게 나를 위해, 진정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내면의 목소리에 집중하자. 그리하면 알게 될 것이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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