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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주다 - 사이비 종교 전문 탐사 기자의 국내 최초 잠입 취재기
장운철 지음 / 파람북 / 2024년 10월
평점 :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어봤지만, 오늘 리뷰하는 이 책은 조금 다르다. 뭐가 다르냐고? 결이 다르다 결이. 나는 이런 주제를 한 책을, 살면서 단 한 번도 읽어 본 적이 없으니까. 아, 대신 이런 주제를 한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은 많았다. 예컨데 스브스에서 방영하는 《그것이 알고싶다》같은. 그렇다. 이 책은 무언가를 사회의 문제점을 ‘고발’하는 책이다. 무엇을 고말하는 책인가? 우리 사회를 멍들게한 ‘사이비단체’를 고발하는 책이다.
『나는 교주다』 이 책 제목이다. 작년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를 떠오르게 한다. 이쯤에서 저자인 장운철 기자를 소개해볼까? 그는 30년간 사이비단체를 취재한, 사이비단체 전문 보도기자다. 앞서 말한 《나는 신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등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사이비종교를 다룰 때마다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자문을 맡기도 했다. 그런 그가 30년간 사이비 단체를 취재하며 겪은 온갖 경험과 피해사례를 이 책 한권에 담았다. 이유는 단 하나다.
“사이비 교주의 전략과 전술을 고발하고, 내 이웃이 사이비 교주의 유혹에 걸려들지 않게 하기 위해”
저자는 오랜시간 사이비 단체를 취재하며, 왜 사람들이 사이비 교주에게 빠지는지를 보았다. 어떤식으로 피해를 입는지도 보았다. 여기서 저자가 깨달은 사실은 하나. ‘예방이 최선의 대책’이라는 점이다. 그리하여 이 책이 세상에 나왔다.
목차부터 신랄하기 그지없다. 사이비 교주들의 실태와, 피해사례들이 넘쳐난다. 피해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피해사례로 인해 사이비 단체가 어떤식으로 대상을 물색하고,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예컨데 성범죄 같은) 어떤식으로 다가가는지를 알 수 있다. 저자가 사이비단체에 잠입하여 취재를 할 수 있는 것도, 결과적으로 피해자들을 분석하여, 자신을 사이비단체가 좋아하는 먹잇감처럼 변신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리라.
저자는 사이비 단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자신을 새로 만든다. 사이비 단체가 좋아하는 먹잇감의 형태로. 만약 내가 믿고 있는 종교단체가 사이비인지, 혹은 나에게 사이비 단체가 접근했는지 궁금하다면 아래를 읽어보자. 저자가 사이비 단체에 잠입 취재할 때 취하는 행동이다. 만약 아래 항목 중 일부가 자신과 비슷하다면, 음-곰곰히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1. 이 지역에 새로 이사 온 주민
2. 직장을 다니다가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중년의 남성(또는 여성)
3.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고 결혼하여 가정을 꾸림
4. 신앙생활 경력 2~3년. 신앙에 대한 열정은 있으나, 방법은 모르는 상태(신앙생활 하는 동안에는 대충 n요일 예배만 참석하고, 어떤 교단/교파의 교회를 다녔는지는 잘 모르는게 중요).
5. 새로 이사온 지역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싶어서, 다닐만한 교회 또는 단체를 찾고 있는 중
6. 어려운 것은 종종 이해하나, 쉬운 것은 의외로 이해 못하는 ‘헛똑똑이’ 스타일(의외로 고소득 전문직에서 피해자가 나오는 이유)
저자는 이렇게 자신을 변장하고 사이비 단체 잠입취재를 나선다. 그렇게 들어간 단체는 보통 여러 질문을 하며 신상명세를 수집한다. 약간의 스몰토크를 한 뒤, 자기들의 먹잇감이 되기 충분한 사람이다! 라고 판단되면, 그들은 이렇게 나온다.
우리 교회(교단, 단체 등)에 들어오려면
3개월 정도 교리 공부를 먼저 하셔야해요^^
책 속에서 확인한 사이비 단체의 교리공부는 일반인이라면 바로 눈치챌 정도로 한심한 수준이었다.
1. ‘교주는 신’이다.
2. 사람이 어떻게 신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3. 천국에 가기 위해서는 교주를 빋어야 한다.
4. 우리 교회는 일반 교회와 달리 신을 직접 만날 수 있기 때문에 천국행이 보장된다.
5. 교리 교육이 성공리에 마무리 되면, ‘세례’를 받는다.
6. 세례를 받고나서야 본격적으로 집회에 참석할 수 있다.
7. 집회에서 합창하는 주기도문은 대체로 이렇게 시작하고, 끝났다. “하늘에 계신 우리 하나님 교주님이시여, 이 모든 말씀을 이 시대의 구원자 되신 거룩하신 우리 교주 하나님 이름을 받들어~(생략)”. 물론 단체마다 단어가 조금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주기도문’과 다르고, ‘하나님’ 이라는 단어 앞뒤로 또 다른 누군가를 지칭하는 단어가 들어있다면 빼박이다.
자 다시한번 말한다. 내가 다니는 교회(또는 단체)에서 이런 교육을 받았다면? 당신은 사이비 단체 먹잇감이 확실하다. 본격적으로 단체 중추로 들어가 세뇌당하기 전에 빠른 탈출만이 답이다. 부디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20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어서, #20대책추천 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했다. 저자는 중년 남성이기에 사이비에 피해를 당한 경제력이 있는 '중년 남성'을 분석하여, 그 모습으로 위장했다. 하지만 사이비 단체는 경제력 있는 중년층만 타겟으로 삼는게 아니다.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디딘 20대를 노린다. 나 역시 사회초년생 시절 당시 동네에서 유명했던 ‘여ㅎ와의증인’ 듀엣에게 몇 번 걸려봤으니까. 다만 나는 그들이 사이비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동네에서 워낙 유명했을뿐더러, 근거지가 어디인지도 유명했었기에. 그래서 나는 처음부터 쳐낼 수 있었다.
하지만 보통 사회초년생인 20대는 생각보다 이런 유혹에 흔들리기 쉬운 나이다. 왜? 20대는 이제 막 온갖 시련을 겪기 시작하는 나이다. 시험, 취업 등 낙방하는 사례가 많다. 학창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처음겪는 시련에 마음이 매우 약해져있다. 사이비는 그래서 20대를 노린다. 어디에나 있을법한 사람좋은 언니, 오빠의 모습으로.
▶ 여신도를 상대로한 사이비 교주의 성범죄 사례
-너는 그게 좋았어?
-뭐가?
-교주랑 같이 옷 벗고 있는 거….
-어…. 나도 사람이잖아. 처음엔 나도 싫었지. 그런 일을 겪어보지도 못했고. 그런데 ‘신과 함꼐 영의 차원에서 좀 더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다’라고 생각했지. 내가 이제 막 홍보팀에 들어와서 지금은 알아가는 시간이니까.
-그런 행위가 옳다면 교주가 당당하게 신도들 앞에서 나는 여러분과 성관계를 해도 된다고 말하면 되지, 왜 몰래 너 같은 애들을 따ㅗㄹ 불러서 그런 짓을 해?
-아니야. 그것은 오히려 우리에게 감사한 일이지. 교주님이 우리를 선택해주신 것이잖아.
사이비 교주에 의한 전형적인 ‘그루밍 성범죄’의 모습이다. 여신도를 오랜 시간 동안 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성폭행을 가하는 일이다. 피해자는 자신이 성폭행당했다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주의 못된 짓을 ‘감사’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사이비 종교에서 자주 발생하는 일이다. p 022
그 교주는 오랫동안 그 단체 안에서 신격화 놀음을 해왔다. 그 단체에는 교주를 신격화시키는 몇 명의 특별한 신도들이 존재했다. 소위 ‘신매자’들이다. 신매자는 ‘신과 신도 사이에 매개가 되어 신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 신도들 특히 어려서부터 위와 같은 메시지를 들으며 성장해온 신도들에게 교주는 말 그대로 ‘전능한 신’이었다. 이렇게 가스라이팅당한 신도들 중 이쁘고 날씬한 여성을 교주와 연결시켜 주는 손이 있다. 그들에 의해 교주의 못된 행실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일을 싫어하는 신도들은 눈치채고 이미 그 단체를 떠났다. 남아 있는 신도들은 그대로 ‘세뇌’ 당할 수 밖에 없다. p 025
성범죄는 피해자가 신고하는데 있어서 다른 범죄보다 더 가혹하고 힘들다. 성폭행 피해사실을 다시 기억해내야하고, 기억을 바탕으로 진술해야되기 때문이다. 특히 진술은 구체적이고 일관되야하며, 한번이 아닌 여러번 진술한다. 여기서 피해자들은 많은 고통을 받는다. 그 뿐이랴? 성폭행 입증사실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도 필요하다. 사이비 교주 측에서는 무조건 ‘합의하에’ 맺은 관계라고, 값비싼 변호사를 동원하기 때문에 한다. 만약 피해자 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사이비 신도라면 더 심각해진다. 이 단체는 피해자 가족을 포섭하여 회유한다. 피해자는 철저하게 고립된다.
위 사례는 피해자가 이 모든 고통을 감내하며, 해당 사이비 교주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다. 1심 15년형이 나왔다. 가해자는 사이비 교주는 당연히 반발하고 항소를 했다. 놀랍게도 항소심에서 2년형이 더 늘어나, 징역 17년이 나왔다. 보통 소송은 항소심을 가면 줄어들기에, 이는 모두가 놀란 결과였다. 사이비 교주는 굴복하지 않고 상고를 했는데, 상고심에서도 17년을 확정했다. 대한민국이 기존에 보아왔던 성범죄 판례와는 사뭇 다른 이 결과는, 대한민국 사법에 조금은 기대를 걸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만들어냈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교주 17년 징역살이는 물론이고, 해당 사이비단체에서 많은 신도들이 탈퇴했고, 지방에 있는 지부들이 묻을 닫았다고 한다.
교주는 자신이 기독교는 물론이고 불교, 유교 등 모든 종교를 통합한다고 주장했다. 그 증거로 자신의 집회 중에는 ‘영적 이슬’이라는게 내린다고 했다. 그들이 제시한 사진엔 어떤 것이 빠르게 ‘휙~’ 지나간 듯한 흔적들이 나온다. 신도들은 길거리에서 포교할 때 이런 사진들을 사용한다. 그 사진들을 대형 액자로 만들어 길거리에 걸어놓고 시민들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그런 사진들이 진짜일까? 이런 식의 사진을 이용하는 사이비 교주들이 꽤 있다. 집회 때, 수련회 때 또는 개인 사진들에 특이한 흔적이 나타났다며, 그것을 신비스러운 영적 현상이라고 주장하곤 한다. 그런게 정말 신비스러운 영적인 현상일까? 인터넷을 통해 그런 사진들을 찾아보았다. 일반적으로 사진 촬영 때 나타날 수 있는 ‘플레어 현상’이라는 설명이 많았다. 밝은 광원이 있을 때 그 광원이 렌즈의 경통 안에서 반사되고 또다시 필터에 반사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로 야간에 많이 발생하고 낮에도 밝은 광원에 의해 자주 나타난다고 했다. 그런 류의 사진들이 인터넷에 많이 있었다. p 081
그곳 신도들은 모두 주머니에 교주의 증명사진을 한 장씩 갖고 다닌다. 그 사진을 갖고 다니면 만약에 교통사고의 순간 등 어떠한 위험한 상황 속에서 교주의 영이 순식간에 날아와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신도들은 믿고 있었다. 인간의 육신의 생명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영생’을 핵심 교리로 내세우는 교주들이 꽤 많다. 신도들은 영생을 받았다는 증거로 교주가 써준 어떤 ‘증서’나 ‘인감도장’ 또는 사진이나 꿈속에서 만남등을 제시한다. 심지어 신도들의 신체 특별한 곳의 안수나 교주와의 잠자리가 영생의 그 증거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p 082
저자는 이른바 신비스러운 영적현상 사진을 찍어보았다. 늘상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어온 보도 기자이니, 이론만 알면 손쉽게 찍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영적 사진은 그저 사진찍는 스킬로 만들어낸 조잡한 사진이라는게 판명되었다. 사실 이런 사진들은 일반인이 보면 그저 그런 조잡한 사진에 불과하다. 하지만 세뇌당한 사람들 눈에는 다른가보다. 그 뿐만인가? 영생을 준다는 교주하나만 바라보며, 교주의 사진도 품에 지니고 다닌다하니, 이들은 갱생하기는 글렀다 싶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저 사이비 단체의 교주는 지병으로 죽었다는 사실이다. 신도들에게 영생을 준다던 사람이 영생을 살지 못하고 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단체는 아직도 존속한다고 한다. 다시금 생각한다. 세뇌당한 사람들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일까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