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에는 세계 이곳저곳을 다니며 들른 카페들과 그 곳에서 겪었던 에피소드, 그리고 그에 대한 저의 감상들이 다채롭게 담겨 있지만 결국 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가 무미건조한 하루를 버틸 수 있도록, 그리고 내일을 다시 기대하도록 만드는 것은 무언가에 깊은 애정을 쏟는것, 조금만 더 오랫동안 바라보고 그 안에서 어떤 의미를 ‘추출’해내려는 노력이 아닐까요? 나의 수더분한 일상 속에도 분명, 뭔가 의미가 있으리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것이 꼭 커피가 아니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나를 비롯한 우리 대부분은 언젠가부터 매일 SNS를 통해 다른 이들의 삶을 관찰하고 은밀히 동경하고 있다. 우리가 동경하는 누군가가 ‘인생 커피’라고 극찬하며 근사한 사진을 직어 올리면 우리는 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며 그 카페에 대한 환상을 갖는다. 하지만 그 순간 우리 동네, 나의 단골 카페, 내가 즐겨 마시던 커피는 얼마나 하찮아지고 마는가. 따지고 보면 다른 이의 ‘인생 커피’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는 그 순간 슬퍼지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현실의 우리 자신인 것이다. P 044 - P44

만약 당신이 어느 날 평생 잊지 못할 커피 한 잔을 마시게 된다하더라도 당신 또한 그날의 커피와 똑같은 커피를 다시는 마실 수 없단 이야기다. 그러니 맛있는 커피를 대할 때는 천천히 한 모금씩 입에 머금을 때마다 그 순간에 흐르는 음악과 주변의 공기, 빛과 온도, 앞에 앉은 사람의 표정을 기억하기 위해 온 감각을 집중해야 한다. (인생의 모든 근사한 순간마다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사실을 당신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P 060 - P60

"아메리카노는 에프프레소를 뜨거운 물에 섞는 거잖아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물과 에스프레소는 서로 다른 성분이라서, 서로에게 완벽히 섞이고 녺아들 시간이 필요해요. 그제야 진짜 아메리카노가 되죠." P 138 - P138

사람과의 관계도 그가 말한 아메리카노처럼 ‘서로 섞이고 완벽히 녹아들 시간’이 필요한 것일텐데 나는 왜 그리 성급하게 그를 놓아버렸을까. P 142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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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처럼 자기 본 무언가를, 그림으로 남기기 위해선 오래 바라보아야 한다. 오래 바라보면 볼 수록, 눈 앞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지, 무엇을 알려주려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은 사진으로는 절대로 남길 수 없는, 오롯이 내 두 눈과 마음 속에 남는다. 내 두 눈과 마음 속에 남는 그 무언가를, 저자는 하얀 종이 위에다 펼쳐놓았다. 그래서 그런걸까? 사진으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애정이 저자의 그림 속에 있었다.

비 구름이 사라진 청명한 하늘 아래로 핑크빛 석양이 비스듬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몹시 차가웠지만, 갑판 위에서 헬싱키 도심의 뽀얀 풍경이 석양에 물드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황홀한 그 풍경인 마치 어린 소녀의 두 뺨에 발그레 피어난 홍조 같았다. _P 048

오늘 하루는 왠지 느슨하게 보내고 싶었다. 숙소를 나설 채비를 하며 단순한 목표 하나를 세웠다. 탐페레의 호수를 바라보는 것. 오늘의 여정에 그 이상의 목표는 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_P 080

원작동화의 초기배경은 의외로 어둡고 무거운 편인다. 무민의 외모는 포근하고 귀엽지만 그들이 겪는 상황은 대홍수, 혜성 충돌 등 자현재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_P 112

이 동상은 잔인하게도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몸체에 비키니가 그려지거나 때로는 페인트 세례를 맞기도 했고, 팔이 절단되거나 머리가 잘린 채 도난당한 적도 수차례였다. 심지어 2003년에는 폭파 당해 동상이 바다로 추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덴마크 정부는 굴하지 않고 인어공주를 매번 부활시켰다. _ P306

‘수난의 역사를 알게 되자 동상의 움츠린 어깨와 아래로 떨어뜨린 시선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다. (P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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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포스팅을 하며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점차 잊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써야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 포스팅이든 덧글이든 문자로 남게된 모든 것을 쓸 때, 다시 한번 생각하고, 수정 또 수정을 명심해야지.

책을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내가 감히 글쓰기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그러다 이내 결심했다. 어차피 완벽한 문장을 만든느 법칙, 대박 나는 글쓰기 요령, 단기간에 첫 책을 출간하는 방법 등 어마어마한 내용이 담긴 책은 이미 서점에 많다. 나는 과거 내 모습과 닮은 이들을 위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른이 된 후로 꾸준히 자신에게 실망해온 사람. 세상에서 내 삶이 제일 시시해 보이는 사람. 글로 쓰일 삶은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 그들에게 ‘시시한 일상도 써보면 새롭다’란 걸 보여주고 싶다. 당신의 하루도 에세이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부엌 식탁에서 노트북만 째려보길 일주일째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모니터 속 워드 프로그램은 여전히 백지상태였다. 깜빡이는 커서가 나의 초조한 심장 박동처럼 느껴져 다리만 떨고 있는 내게, 남편이 왜 안쓰냐고 물었다. 왜긴 얕잡아 봤으니까 그렇지. 10년 넘게 ‘글밥’을 먹고 살았으니 이 정도는 ‘식은 죽’이라 착각했다. 한데 도무지 쓸 얘기가 없었다. 짜고 또 짜내도 내 일상에는 ‘글감’이 없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자주 다룬 주제는 ‘비정규직 회사생활’이었다. (중략) 처음에는 나 혼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점점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필명으로 한 글쓰기 플랫폼에 가입해 글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아무도 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다. 내가 한 가지 취미를 오랜 시간 즐기게 될지, 매일 똑같은 일상을 계속 글로 쓰게 될지, 나를 괴롭히던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낄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쓰는 시간은 내게 가르쳐줬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또 시시한 일상도 꽤 괜찮은 글감이 된다는 걸.

1. 글쓰기 루틴을 찾아라: 잘 쓰려 하지말고, 편안하게 써라.

2. 글을 쓰다 막히면 멈춰라.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써라. 멈춘 이야기는 잠시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쓰면 된다.

3. 첫 문장이 막힐 땐 결정적인 순간부터 써라.

4. 지적하는 글일 수록 뒷받침할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5. 요약하는 방법을 연습하라.

잘 쓴 글은 잘 읽힌다. 소리 내 읽었을 때 잘 읽히는 글은 눈으로 읽기에도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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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슬로틸다는.. 나였다 ㅠㅠㅠㅠ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슬로틸다는 이렇게 재충전을 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나는....재충전을....곧 할 예정이긴 한데, 과연 제대로 충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ㅠㅠ..

매일 난관에 부딪히는 슬로틸다는 워낙 느긋한 성격 때문에 자기계발을 위해 항상 여러 재미있는 도전에 맞서야 하고, 그에 따른 귀차니즘, 정크푸드 사랑, 인터넷 중독을 극복하려고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지 않은가? 이 책에서 슬로틸다는 누구나 느끼는 일상의 내적 갈등을 보여준다. 성장하고 성공하고는 싶지만 그러기 위해 한없이 여유롭고 싶은 욕구를 언제나 이겨내야 하는 우리 모두의 내적 갈등 말이다.

"나는 타고난 게으름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내가 끊임없이 먹는 이유는

전부 스트레스 때문이라구!

살려주세요!

일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욧!

나에게 냉장고란?

또 하나의 잡동사니 수납장!

지금은…

재충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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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호러소설’이지만, 호러소설이 아니다. 이 책의 장르나, 표지만 보고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분명 무서움을 조성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 책에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담담히 감내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아픔에 공감하는 내가 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 그 무언가를 마음 속에 남게 한 책이었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만날 수 없었던 것들 …….

심령현상에 시달리는 부부의 애달픈 ‘영혼 보고서’, 머리를 잃은 닭과 아름다운 소녀의 잔혹동화,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에게 찾아온 기묘한 이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저주에 빠진 세 여자, 잡음 사이로 띄엄띄엄 새어 나오는 그리운 목소리.

"모든 죽은 자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 「아이의 얼굴」.



요시나가 가오루에게.

오랜만이야, 나 기억나? 고등학교 때 자주 같이 놀았던 유키에야 (중략) 하지만 네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쓰기로 했어. 꼭 알리고 싶은 게 있거든. 한편으로 너는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해. 만약 그렇다면 모르는 편이 낫겠지. 우리는 이쿠타메 요리코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어. 하지만 넌 조금 거리를 두었잖아.(중략) 내 아이를 죽인 후에야 두 사람도 그랬다는 걸 알았어. 요리코가 우리에게 복수하는 거겠지. 너희는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을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거야. 너도 우리랑 똑같은 일을 당할지도 몰라. 그럴까봐 걱정돼서 편지를 보낸다. - 후지야마 유키에



유키에는 내게 이렇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아기를 낳지마. 우리처럼 될지도 모르니까."

고개를 돌리자 고령자 운전 마크가 붙은 경승용차가 심상치 않은 속도로 후진하여 다가왔다. 타이어가 연석을 풀쩍 넘었다. 경승용차 뒤범퍼가 딸과 충돌하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앞으로 나서며 딸을 밀쳐냈다. 병원에서 눈을 떳을 때 여기가 어디며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고가 난 순간의 기억이 되살아나자 간호사를 불러 딸이 무사한지 물었다. 딸에게는 긁힌 상처 하나 없다는 설명을 듣고 안도했다. 그리고 안도감이 솟았다는 사실에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울었다.



"엄마, 괜찮아……?"

"괜찮아. 네가 안 다쳐서 다행이야, 정말로."



"요리코"

그렇게 부르자 딸은 고개를 갸웃했다.

"평생 네게 애정을 쏟을게. 가엽게도 다른 세 사람은 그러지 못했지만 내가 걔들 몫까지 널 사랑할게"

딸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엇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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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9 17: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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