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한 분신이자, 최선의 친구이자, 생의 선후배 사이인 엄마와 딸. 엄마를 온전히 끌어안고 싶은 ㅁ아므을 가득 담아 써내려간 버킷리스트. 엄마와 안경점에 가기, 스마트폰 이모티콘 선물하기, 건강 검진 같이 받기, 노래 플레이리스트 공유하기 …….

거창하지 않지만 마냥 사랑스러운 에피소드들을 따라가다 ‘엄마를 업고 걸어가는 봄밤’을 거닐 수 있기를. 세상의 모든 설렘을 모아 엄마에게 스무 살 시절을 선물하고 싶은 딸만 있다면, 엄마에게 마음에 꽃이 피는 계절은 바로 지금이니까.

이모티콘을 이모콘티라고 말해서 딸의 짜증을 촉발시킨다. 그 엄마는 요즘은 컴퓨터의 컨트롤 브이와 컨트롤씨도 모른다고 또 딸에게 혼났다. 생각해보면 엄마는 딸에게 가나다라를 가르쳐주려고 수백 번 설명해주고, 더하기 빼기를 알려주려고 수백 번 가르쳐주었다. 걸음마를 가르쳐주려고 수천 번 알려주고 한 걸음만 떼도 물개박수를 쳐주셨다. 세상 이치를 알려주려고 수천 번이나 얘기해주시는데 딸은 이모티콘이나 컴퓨터 설명 몇 번에 짜증을 낸다. - P88

시간이 엄마의 얼굴에서 젊음을 가져갔다. 김진호의 <가족사진> 속 노랫말처럼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엄마의 모습에 딸의 가슴이 무너진다. - P66

여행지는 어디든 좋다. 발 닿는 데로 가서 팔짱 끼고 걸으며 끝없이 수다를 떨면 된다. 무뚝뚝한 딸이라 미안하다고 속마음을 표현하기도 하고, 엄마가 내 엄마여서 행복하다는 고백도 해본다. 엄마는 내 사진을 예쁘게 찍어주고, 내가 엄마를 예쁘게 찍어주고, 이 골목 저 골목, 알려지지 않은 길을 걷다가 식당에 들어가기도 하고. 실수 좀 하면 어떤가. 엄마인데, 딸인데 ……. - P61

딸은 사실, 엄마의 아기 캥거루이고 싶다. 딸 옆에 엄마가 없으면 행복이라는 그림이 완성되지 않는다. 엄마가 딸에게 그러하듯 딸도 엄마에게 바라는 건 금은보화가 아니다. 엄마가 돈 걱정하지 말고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 옆에서 잔소리도 하고 도닥여주고 못난 딸 예쁘게 봐주면, 그러면 된다. 그러니 세상의 엄마들은, 딸을 위해서라도 건강해야 한다. - P48

저는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았길래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났을까요?

엄마가 우리 엄마라는 사실은 제 인생 최고의 행운입니다.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게 해주신 신께 감사합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고통스러울 때마다 다시 힘을 냅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눈물이 날 때마다 차라리 웃어봅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무릎이 꺾일 때마다 주먹 쥐고 일어납니다.

엄마가 계시기에 땅을 보는 시선을 들어 하늘을 봅니다.

내 삶의 이유, 내 삶의 힘, 내 삶의 배경인 우리 엄마. - P19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기원전 1401년부터 기원전 1391년까지 이집트를 통치했던 제18왕조 제8대 왕인 투트모세 4세 시절 살았던 왕실 부채관리인이자 24살쯤에 사망한 마이헐프리라는 사람의 무덤에서는 유리잔, 도자기, 화살통 2개, 화살 75개, 고기, 빵과 더불어 개목걸이 2개가 출토되기도 하였습니다. 선인장 꽃과 말들이 그려진 개몰걸이에는 황동 단추가 장식되어 있고, 아이벡스와 가젤을 사냥하는 개들이 그려진 다른 목걸이네는 개의 이름인 ‘탄타누트’가 새겨져 있습니다. - P16

유럽의 왕족들은 반려동물들을 호화롭게 장식하는 데 특히 공을 들였습니다. 개들은 세밀하게 장식된 밥그릇에서 고급 음식을 먹었고 원하는 것을 모두 들어주는 하인들이 있었으며 벨벳이나 실크로 만든 쿠션, 또는 아예 왕의 침대에서 늘어지게 잠을 자곤 했습니다.

프랑스의 샤를 5세는 작은 강아지를 위해 종이 달린 은목걸이와 백합문양을 금실로 수놓고 금으로 만든 걸쇠를 단 파란 비단 목걸이를 주문했습니다. 파란 천 위의 금색 백합은 프랑스 왕실의 상징이니 누가 보아도 왕의 기앰을 알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 왕 루이11세의 그레이하운드는 무려 20개의 진주와 11개의 루비가 장식된 붉은 목걸이를 하고 다녔습니다. - P22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죽어라 일만 하며 스트레스로 폭발 직전이던 일꾼들은 신이 나서 나무 몽동이와 쇠막대를 들고 길거리에서 눈에 띄는 고양이란 고양이는 죄다 잡아 죽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인마님이 애지중지하던 라그리즈도 예외는 아니었죠. - P65

동물이라면 살아 있는 것도, 갓 죽은 것도, 죽은 지 아주아주 오래된 것도 모두모두 좋아했던 버클랜드의 집은 동물원을 넘어서 거의 야생수준이었습니다. (중략) 버클랜드 부부는 이 동물들과 함께 잠을 자고 밥을 먹고 연구하고 먹었습니다. 응? 잠깐 멈칫한 당신을 위해 다시 말씀드리면, 버클랜드는 자기가 키운 동물은 물론, 곤충까지 대부분 먹어치웠습니다. - P112

버클랜드는 동물한테서 나온 거라면 고기뿐만 아니라 피도 먹고 배설물까지 먹었습니다. 이와 관련된 일화도 있답니다. - P113

기원전 1세기 무렵의 그리스 역사가인 디오도로스 시켈로스에 따르면 만약 이집트에서 누군가가 신성한 동물들, 고양이라든가 따오기 등을 살해할 경우 무조건 사형에 처했습니다. 군중은 고양이 살해자에게 손톱만큼의 자비도 보이지 않고 아주 잔인한 처벌을 요구했으며 가끔은 재판조차 치르지 않고 사형을 집행하기도 했습니다. - P33

‘내가 돼지우리에 고양이가 있기에 그 고양이의 오른쪽 뒷다리를 곡괭이로 후려쳤더니, 저쪽 오솔길에 혼자 사는 수상한 여자가 다음날 오른쪽 다리를 절고 다니더라! 마녀가 고양이로 변신했던 것이 틀림없어!’. ‘얼마전에 숲의 노파한테 비키라고 욕을 했는데, 얼마 뒤에 왠 고양이가 우리 집 소 등위에 앉아있더라. 그 소는 다음 날 갑자기 피를 토하고 죽었어. 마녀가 저주를 내린거야!’ - P54

배를 탄 고양이는 태풍을 몰아낸다’, ‘검은 고양이를 키우면 그 힘이 바다에까지 미친다’, ‘고양이 꼬리에는 태풍을 불러낼 수 있는 마법이 있다’, ‘고양이가 다가오면 행운이지만 오다가 돌아가면 불운이다’ - P164

어린 코끼리가 두려움에 떨다가 식음을 전폐하면 억지로 입을 열고 위스키를 강제로 먹였고, 훈련 중 말을 듣지 않으면 채찍이니 불훅같은 도구로 피부가 찢어지고 뚫리도록 인정사정없이 폭행했습니다. 피부가 두꺼워 보인다고 해서 고통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닌데도요. 불훅은 코끼리를 사람의 입맛에 맞게 움직이게 할 때 사용하는 잔인한 도구로, 새의 부리처럼 휘어진 뾰족하고 날카로운 쇠가 막대 끝에 달려있습니다. 코끼리 조련사들은 갓 잡혀 온 아기코끼리의 온몸을 묶고는 귀 뒤, 항문, 무릎, 정수리, 코, 잎, 눈가를 세게 찔러대며 불훅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기억하게 합니다. 불훅 트라우마에 몸부림치던 아기 코끼리는 훗날 4톤이 넘는 강한 어른 코끼리가 되어서도 불훅 앞에서 공포에 떨며 반항하지 못하고 인간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하게 되지요. 이러한 끔찍한 도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사용되고 있으니 코끼리가 묘기를 부리는 서커스나 코끼리를 탈 수 있다는 관광상품을 보신다면 한번쯤 다시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최애 방송 프로그램 중 하나인 『알쓸신잡』 에서, 그 매력을 뽐내셨던 유현준 교수님. 이후 『양식의양식』에서도 또 색다른 매력을 뽐내셔서 단디 반했더랬다. 언제 한번 유현준 교수님 책을 읽어야지 하다가, 회사 북클릭으로 두 달 연속 유현준 교수님 책을 선택했다. 하나는 지금 포스팅하는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와, 나중에 포스팅할 「어디서 살 것인가」. 







이 책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알쓸신잡에서, 유현준 교수님이 여러번 이야기 했던 ‘도시’라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크게 보면 시대의 변화에 따른 도시의 변화상,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는 어떤 것인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도시의 모습, 뭐 이런 이야기랄까? 하지만 이 모든 이야기에 공통점은 바로 ‘사람’이다. 모든 도시는 그 곳에 사는 사람에 따라 변화되었고, 변화되고 있으며, 변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도시 시흥, 여기도 참 많이 변했다. 내가 시흥 땅에서 산지도 벌써 15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 15년간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 시흥에 왔을 땐, 시흥 도심부로 들어오는 길에 논/밭이 가득했다. 그야말로 초록초록한 벌판이었다. 도심부로 들어오면 언덕배기에는 판자촌이 있었다. 거기다 건물들이 전부 낮았기에,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바로 파란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맞닿는, 그야말로 하늘과 가까운 동네였다.







하지만 15년의 시간동안 시흥은 너무나 많이 변했다.







우리의 옛 도시 속에서 다른집에 갈 때는 골목을 따라서 집을 찾아간다. 하지만 아파트에서는 복도나 엘리베이터를 통해서 길을 찾는다. 아파트 단지에는 골목은 없고 복도만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목과 복도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그 근본적인 차이는 하늘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우리의 대형 아파트 단지는 우리에게서 우리 머리 위의 하늘을 빼앗아갔다. p 055







도시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스카이라인 대신 지평선이 있었다. 그때 우리는 땅과 하늘이 만나는 자연의 선을 보며 살았다. 과거 인간은 자연과 자연이 만든 지평선을 보면서 아침을 맞이하였으나, 현대 시대에는 아침에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면 인간이 만든 건축물들과 자연인 하늘이 만나는 것을 본다.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과 낮은 건물이 어우러져서 복잡한 선을 만들고 있다. 신은 지평선을 만들고 인간은 스카이라인을 만든 것이다. p 061







내가 시흥에 처음 발을 들였을때, 신도시라고는 정왕동 인근, 그러니까 시화신도시 하나였다. 시화신도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은 옛 정취를 가득 담고 있는 동네들 뿐이었다(가끔은 너무 시골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었지만). 하지만 지금은 배곧신도시, 은계신도시, 심지어 시흥 곳곳에 불어오는 재개발 바람이 불어오며 시흥은 변했다. 과거에는 외곽에서 시흥으로 진입하면 항상 푸른 논과 밭이 나를 반겼는데, 이제는 하늘 높이 솟은 아파트 단지가 가득가득하다. 도심으로 들어와도 역시나 아파트단지가 즐비하다. 







이런 신도시 바람, 주거생활에 변화는 오로지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변한다. 조금더 편리한 생활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주택이나 빌라보다는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주택단지는 도태되거나, 평가 절하되고, 결국엔 허물고 그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것. 이 모든게 사람들의 선택에 따라 변화된 것이다. 







한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그 당시의 건축 기술력, 문화적 가치, 경제적 배경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합쳐져서 만들어 내는 아름다운 예술이다. 




500년 전 서울의 스카이라인은 도성 주변으로 둘러싸고 있는 북한산, 관악산, 남산 같은 산에 의해서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을 가지고 이썼다. 하지만 지금은 무분별하게 건축되어지는 고층 건물에 의해서 이러한 산 능선의 선들이 계속 잘려 나가고 있다. p 065







그렇게 수많은 동네가 ‘낙후’된 지역이라는 낙인이 찍혔고, 신도시(아파트) 재개발에 들어갔다. 내가 살던 집도 그 중 하나기도 했고. 그 덕분에 예전엔 고개만 살짝 들면 바로 보였던 하늘이, 이제는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거라곤 아파트, 그리고 아파트, 또 아파트. 그리 쉽게 보였던 하늘이, 이제는 고개를 뒤로 확 꺽어야만 겨우 보인다. 눈 앞이 탁 트였던 동네가, 이제는 성벽안에 갇힌 것만 같은 폐쇄적인 공간으로 변해버렸다. 거기다 시야의 답답함도 추가되었고. 이제 우리 동네는 그저 삭막하고 답답한 아파트 군락만 있을 뿐, 항상 바라보던 하늘이 사라졌다. 







하지만 누굴 탓하리, 이런 말을 하는 나 조차도 곧 신축아파트로 이사갈 계획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늘을 보는 삶을 선택한다면 조금의 불편함을 감수해야하고, 하늘을 포기한다면 편리하고 쾌적한 삶을 살 수 있는 것. 나도 사람인지라 결국 하늘을 포기하고, 쾌적한 삶을 위해 아파트를 선택하고야 말았다.















그럼에도 난 우리의 주거문화가 ‘아파트’라는 하나의 형태로 고정되어 가는 모습이 슬프다. 동네 골목길에서 만나던 그 정취를 이제 더이상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어렸을 적 동네에서 친구들끼리 뛰어놀고, 이 집 저 집 돌아다니던 그 때가 그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리앙투아네트, 개인적으로 서양사 에서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여성 중 한명이다. 오스트리아 궁정에서 사랑받던 막내 공주가 프랑스에 시집와서, 본인은 나름대로 잘 한다고 했는데, 심지어 남편 루이16세와 결혼생활도 나쁘지 않았는데, 루이 16세가 애첩을 두지 않는 다는 이유로(!!!) 왕실에서 온 갖 비난의 화살을 맞아야 했다. 정말 이해가 안가지만, 프랑스 왕들은 대대로 유부녀 애첩을 두는게 관행이어서 (쓰레기 관행!!) 그런 쓰레기 관행을 좋아하는 프랑스 귀족들은 도덕적인 루이 16세가 눈 꼴 시렸나보다. 근데 왕에게 뭐라고 할 수는 없으니, 아주 자연스레 다른 나라에서 시집온 왕비한테 비난의 화살이 간거다. 프랑스 왕비로써 왕실에서 그렇게 비난을 받은 것도 억울한데, 프랑스 대혁명 이후에는 위와 같이 입에 담기 조차 더러운 욕을 먹고 단두대에서 처형됬다. 혁명군 입장에서는 프랑스 왕실을 모욕할 수록 좋다지만, 이건 뭐 저질도 이런 저질이 없다. 문제는 이런 일이 중세, 근세가 아닌, 현대에서도 계속 된다는 거다.

​우리는 알고 있다. 저런 더러운 정치 마케팅에 의해 희생된 한 사람을. 그 누구보다 인간적이었고, 그 누구보다 우리 같은 서민의 편에 섰으며, 그 누구보다 국민을 사랑했던 대통령을. 지금은 저 하늘 어딘가에서 우리를 내려다 볼 그 분을. 정말 가짜뉴스를 뿌리며 정치 마케팅을 하는 쓰레기 집단은 사라져야돼!!!



그나저나 오랜만에 읽었는데 역시나 재밌으니, 스캔들 세계사도 정주행해야겠다 ㅋㅋㅋㅋ

역사란 단순히 이 나라와 동맹을 맺었다든지, 저 나라와 전쟁을 벌였다 같은 정치 외교적인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개개인의 삶 하나하나를 모두 포함하는 웅장하고 다채로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른바 ‘어른’의 영역이라 하는 성(性)이나 폭력도 모두 우리 사는 이야기의 일부인데 싶어 아쉬운 마음에 다양한 소재를 모아 『은밀한 세계사』를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아주 흥미롭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입니다. 하지만 출처나 근거가 불분명한 야사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문헌과 사진, 그림 등이 존재하는 당당한 정사(正史) 입니다. - 머릿말 中

많은 각색을 거친 후에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되는 「해, 달, 그리고 탈리아」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맨 마지막에 쓰인 속담도 원작에 포함되어 있으니, 남자가 잠자고 있는 여성을 성폭행해서 피해자는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자식을 잠든 채로 낳고 강간범이 심지어 유부남이어서 가해자의 부인이 매우 분노하였는데 그 부인은 남편에 의해 산 채로 불에 태워지고 피해자는 강간범이랑 결혼하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이야기네요!_P 034 - P34

그런데 이 중간에 가리는 천이 위치가 위치인지라 남성들이 입다보면 약간 튀어나올 수 밖에 없었는데 이게 참 민망하게도 누구는 약간 튀어나오고 누구는 많이 튀어나오다보니 남자들 사이에서 자존심 대결이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코드피스 속의 소중한 부분을 더욱 보호하기 위해서 얇은 패딩을 넣은 정도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그 안에 들어가는 것들이 많아지게 됩니다. 솜에서 시작해서 쇠로 만든 장식에 이르기까지 코드피스의 발전은 끊이 없었습니다. (중략) 게다가 코드피스는 심지어 ‘자신감 넘치는 젊은 청년’의 상징이었습니다._P 044 - P44

마리 앙투아네트가 누군가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없다거나, 아이들에게 늘 감사하고 검소할 것을 가르쳤다거나, 마리 앙투아네트의 측근들과 시종들이 그녀의 겸손함과 친절함을 늘 칭찬했다거나, 백성들의 탄원에 귀를 기울이고 문제를 해결하려 노력하고, 다친 사람을 위해 의사를 불러주고 그의 가족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는 등의 선행은 알려지지도 않았고 믿지도 않았습니다._P 088 - P88

마리 앙투아네트를 비하하는 중상비방문은 수도 없이 인쇄되었고 파리 전역으로, 그리고 프랑스 전역으로 날개 돋친 듯 퍼져나갔습니다. 이전 선전물들 속에서 마리 앙투아네트는 심지어 인간이 아니라 반인반수로 까지 묘사되었으며, 특히 마리 앙투아네트를 성적으로 모욕하고 성적인 소문을 퍼트리는 것은 유행 수준으로 까지 널리 퍼져서 다양한 언론이라는 것이 아죽 존재하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마리 앙투아네트의 이미지는 불륜을 저지르고, 수간과 동성애를 즐기고, 시동생들과 잠자리를 갖는 색정광으로 자리잡았습니다._P 089 - P89

21세기를 사는 우리는 과연 이런 정치적 마케팅에서 자유로울까요? 다시 200년 뒤에 오늘날을 되돌아본다면 지금 이 지구상 어딘다게는 또 다른 마리 앙투아네트들이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_P 099 - P9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에게 이 책은 반은 어려웠고, 반은 쉬웠다.



위 목차에 나오는 역사서와 역사가들. 내 기준에서 반은 익숙한 이름들이고 반은 생짜 초면이었다. 그 결과 익숙한 이름이 있는 단락들은 정말 쉽게 읽혔다. 아주 술술술 읽혔다. 반면 생짜 초면인 이름이 있는 단락들은 두 번, 세 번 정독했으나 ‘아, 그렇구나’ 하고 대충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 책을 쉽게 읽으려면 위 목차에 있는 역사서들에 대한 배경지식이 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널리 읽힐 교양서라고 하기에는 그 문턱이 조금은 높은 듯한 느낌적인 느낌 ㅠㅠㅠ...



동양 역사서 혹은 역사해설서 인 사마천 『사기』, 박은식 『한국통사』, 신채호 『조선상고사』, 백남운 『조선 역사 4단계 발전론』은 정말 후루루룩 읽혔다. 모르는 단어 하나 없고, 모르는 시대 하나 없기에, 어려서부터 배워 온 한국사 혹은 동양사 연장선이었다. 일부는 읽어본 내용이기도 했다. 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는 학창시절 국사시간 첫 머리에 배웠다. 카가 집필한 저 책을 배운다기 보다는, 카가 정의하는 ‘역사’에 대해 배웠다. 내가 기억하는 한 중학교, 고등학교 국사시간 첫머리는 에드워드 H 카 였다. 마르크스의 이론이나 다이아몬드 『총균쇠』의 경우 책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이 책을 인용한 여러 책을 읽어보았기에 역시나 익숙했다.



반면..........헤로도토스나 투키디데스, 이븐할둔........생짜 초면인 이름들이다. 심지어 그들이 쓴 역사서 역시 나는 잘 모르는 그들의 역사...큽....

그들이 살았던 나라에 대해서 잘 모르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르니, 그들의 책을 일부 인용한 구절을 봐도 솔직히 뭐가 뭔지 무슨말인지..!!!

배경지식의 중요성을 새삼 느꼈다. 내가 얼마나 서양사 혹은 유럽사에 얼마나 관심이 없었는 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래도 읽으면서, 위대한 역사가들에 대한 느낌은 이렇다.





ㆍ헤로도토스와 쿠티디데스는 공정하게 역사를 다루었다.

ㆍ사마천은 역사의 특정한 사건이 아니라, 천하를 다뤘다. 인간 본성과 삶의 의미, 군주의 덕성, 권력을 다뤘다.

ㆍ이븐 할둔은 세계를 일곱 기후대로 나눈 인류사를 썼지만, 그 안에는 주기적으로 ‘알라신 찬양’을 끼워넣었다.

ㆍ랑케는 공평한 관점으로 역사를 서술한다고 했지만, 그의 글 속에서 로마-게르만 민족을 제외한 다른 민족은 미개인 혹은 오랑케였다.

ㆍ마르크스는 기계가 노동의 차이를 없애고 임금을 모두 같은 수준으로 떨어뜨린다고 예언했지만 그 예언은 빗나갔다.

ㆍ박은식, 신채호, 백남운은 당시 시대를 반영하듯 ‘항일’을 위해 민족정신을 고취하기 위한 역사를 썼다.

ㆍ에드워드 H 카는 크로체의 말을 인용하여 ‘모든 역사는 현대사’라고 했다.

ㆍ슈펭글러, 토인비, 헌팅턴은...그냥 나에게 어렵다...ㅠㅠㅠㅠㅠㅠ..... 계속 읽어도 모르겠다......

ㆍ다이아몬드는 각 대륙 문명의 발전 속도가 다른 이유는 “그저 운이 좋아서!” 라고 말한다.

ㆍ하라리는 농업형멱을 인류 최대의 사기극으로 보았다.





이 책은 내가 생각하는 역사는 무엇이었는지, 책을 다 읽은 뒤에도 내가 생각하는 역사의 의미는 변하지 않았는지, 변했다면 어떤식으로 변했는지 끈임없이 생각하게 한다. 내가 생각했던 역사는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역사는 ‘과거이 일어났던 일‘ 그 중에서도 인류에게 전환점이 되었던, 혹은 큰 사건들을 기록한 것이라 생각했다. 근데 그렇게 단정짓기에는 역사란 너무 복잡한 시간, 공간, 인류의 결정체였다.

나는 역사가 문학이라거나 문학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훌륭햔 역사는 문학이 될 수 있으며 위대한 역사는 문학일 수 밖에 없다고 믿는다. 이 책에서 다룬 역사서들을 읽으면서 나는 흥미로운 역사와 사실을 아는 즐거움을 얻었고 사실들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기쁨을 누렸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귀하게 다가온 것은 저자들이 문장 갈피갈피에 담아 둔 감정이었다.

나는 들은 것을 전할 의무는 있지만, 들은 것을 다 믿을 의무는 없으며, 이 말은 책 전체에 적용된다._P41 ‘헤로도토스’ - P41

역사가의 임무는 기록이 아니라 평가하는 것이다.

만약 아무것도 평가하지 않는다면 무엇이 기록할 가치가 있는 사실인지 역사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_P 232 (에드워드 H.카) - P232

각 대륙의 역사가 서로 크게 달라진 것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타고난 차이가 아닌 환경의 차이 때문이었다. (중략)

이 네 가지 환경 차이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으며 논쟁의 여지가 없다. P_296 (다이아몬드) - P2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