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임진왜란 관련 역사서가 아닌, ‘역사기행’책이다. 즉, 이 책은 역사서가 아니라 기행문이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 책은 기행문이 아니라 역사서로 보인다. 중간중간에 대마도 반쇼인, 하치만구신사, 세이잔지 등 분명 대마도에 있는 중요 유적지도 나오긴 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역사를 설명하기 위해 나오는 느낌이랄까?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다. 차라리 책의 제목을 장르를 임진왜란 관련 역사서 쪽으로 바꿨으면 어땠을까?
이 책은 조선 중기 한일 관계와 임진왜란을 비롯한 조선의 상황, 그 영향이 미친 근대사 등을 공부하기에는 정말 딱 좋은 책이라는 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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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역사가 발전한다면, 어떻게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의 참혹한 전란을 겪고도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 일어나며, 4.3제주의 그 가슴 아픈 사건을 겪고도 5.18광주의 비극이 발생하고, 당파싸움으로 망헀던 나라에서 아직도 양 극단의 진영논리가 판을 치며, 400년간 신분제로 고통받았던 나라에서 어떻게 인종차별이 일어나고, 숭명으로 자주권을 상실했던 나라에서 숭미하는 세력들이 생겨나느냐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역사의 발전을 믿기로 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가능성이 열려있고, 또한 우리 내부에 사랑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명나라가 오랫동안 일본과 왕래를 끊어 외교사절이 없으므로, 히데요시가 분하고 부끄러움을 품어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 것이다. 조선이 이 뜻을 명나라에 알려 일본으로 하여금 사절의 길을 통하게 하면 무사할 것이요, 일본 백성 또한 전쟁의 노역을 면할 겁니다"
"일본은 다음 해에 조선의 길을 빌려, 명나라를 정복할 준비를 하고 있다"
도요토미가 병선을 정비하고 침략할 계획을 세우고 있으니, 조선은 이것을 명나라에 알려 ‘청화통호’하는 것이 좋다
왜관이 텅 비게 되자, 조선은 비로소 일본의 침입이 있을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고 …중략… 병비시설을 점검게 했다. … 중략 … 그러나 조선이 개곡된 지 200년 간 너무 오랜 기간 평화에 길들여져 있어, 노역에 동원된 백성의 원망만 높아져 갔다. 태평시대에 당치도 않게 성을 쌓느냐는 상소가 빗발쳤고, 홍문관고 공사의 부당함을 주장했다.
"우리가 명나라를 섬긴 지 200여 년이 지났으니 의리로는 군신사이요, 은혜로는 부자사이다. 임진년의 재조지은은 영원히 잊을 수 없다. 선조께서 42년간 보위에 계시면서, 지성으로 명나라를 섬겨 한 번도 서쪽을 등지고 앉지 않았다. 그런대 광해는 명의 은덕을 저버리고 오랑캐와 화친했다."
임진왜란&정유재란 출전했던 모리 테루모토의 조슈번 세력은 …중략… 정한론을 주장했던 요시다 쇼인이나 소위 ‘유신 3걸’ 중 한명인 기도 다카요시, 러일전쟁의 영웅으로 불린 노기 마레스케, 초대 내각 총리대신이자 초대 통감으로 조선 병탄의 기초공작을 다진 이토 히로부미,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주도한 가쓰라 다로, 조선 초대 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 태평양 전쟁 전범 도조 히데키등을 배출하였으며, 이들 세력은 제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에도 일본 정계에 주류 세력으로 남아, 자민당 체제를 확립시키고 1960년대 일본 총리를 지낸 현 아베 총리의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 그의 동생인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 외무장관과 자민당 간사장을 지낸 아베 총리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와 현 아베 신조 총리로 이어지게 된다.
1974년 ‘오키나와 반환’협상을 조인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사토 에이사쿠 전 총리는 방문 당시 자신이 임진왜란 이후에 야마구치 현에 종착한 조선인의 후예란 사실을 고백했다고 한다. 그의 둘째 형이 기시 노부스케이고, 기시의 외손자가 아베 신조이니, 아베 역시 조선과 무관한 인물이라고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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