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처럼 자기 본 무언가를, 그림으로 남기기 위해선 오래 바라보아야 한다. 오래 바라보면 볼 수록, 눈 앞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지, 무엇을 알려주려 하는지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은 사진으로는 절대로 남길 수 없는, 오롯이 내 두 눈과 마음 속에 남는다. 내 두 눈과 마음 속에 남는 그 무언가를, 저자는 하얀 종이 위에다 펼쳐놓았다. 그래서 그런걸까? 사진으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따뜻함과 애정이 저자의 그림 속에 있었다.

비 구름이 사라진 청명한 하늘 아래로 핑크빛 석양이 비스듬이 쏟아지고 있었다. 바닷바람이 몹시 차가웠지만, 갑판 위에서 헬싱키 도심의 뽀얀 풍경이 석양에 물드는 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황홀한 그 풍경인 마치 어린 소녀의 두 뺨에 발그레 피어난 홍조 같았다. _P 048

오늘 하루는 왠지 느슨하게 보내고 싶었다. 숙소를 나설 채비를 하며 단순한 목표 하나를 세웠다. 탐페레의 호수를 바라보는 것. 오늘의 여정에 그 이상의 목표는 부여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_P 080

원작동화의 초기배경은 의외로 어둡고 무거운 편인다. 무민의 외모는 포근하고 귀엽지만 그들이 겪는 상황은 대홍수, 혜성 충돌 등 자현재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_P 112

이 동상은 잔인하게도 온갖 수난을 겪어야 했다. 몸체에 비키니가 그려지거나 때로는 페인트 세례를 맞기도 했고, 팔이 절단되거나 머리가 잘린 채 도난당한 적도 수차례였다. 심지어 2003년에는 폭파 당해 동상이 바다로 추락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덴마크 정부는 굴하지 않고 인어공주를 매번 부활시켰다. _ P306

‘수난의 역사를 알게 되자 동상의 움츠린 어깨와 아래로 떨어뜨린 시선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다. (P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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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포스팅을 하며 글쓰기에 대한 생각을 점차 잊고 있었는데, 이 책 덕분에 다시 한번 글을 쓸 때 어떤 마음으로 써야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앞으로 포스팅이든 덧글이든 문자로 남게된 모든 것을 쓸 때, 다시 한번 생각하고, 수정 또 수정을 명심해야지.

책을 쓰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내가 감히 글쓰기를 말할 자격이 있을까. 그러다 이내 결심했다. 어차피 완벽한 문장을 만든느 법칙, 대박 나는 글쓰기 요령, 단기간에 첫 책을 출간하는 방법 등 어마어마한 내용이 담긴 책은 이미 서점에 많다. 나는 과거 내 모습과 닮은 이들을 위한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어른이 된 후로 꾸준히 자신에게 실망해온 사람. 세상에서 내 삶이 제일 시시해 보이는 사람. 글로 쓰일 삶은 따로 있다고 믿는 사람. 그들에게 ‘시시한 일상도 써보면 새롭다’란 걸 보여주고 싶다. 당신의 하루도 에세이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부엌 식탁에서 노트북만 째려보길 일주일째다. 쓰다 지우기를 반복하다 보니 모니터 속 워드 프로그램은 여전히 백지상태였다. 깜빡이는 커서가 나의 초조한 심장 박동처럼 느껴져 다리만 떨고 있는 내게, 남편이 왜 안쓰냐고 물었다. 왜긴 얕잡아 봤으니까 그렇지. 10년 넘게 ‘글밥’을 먹고 살았으니 이 정도는 ‘식은 죽’이라 착각했다. 한데 도무지 쓸 얘기가 없었다. 짜고 또 짜내도 내 일상에는 ‘글감’이 없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하며 자주 다룬 주제는 ‘비정규직 회사생활’이었다. (중략) 처음에는 나 혼자 기록을 남기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웠지만, 점점 누군가 내 글을 읽어줬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필명으로 한 글쓰기 플랫폼에 가입해 글을 연재하기에 이르렀다. 한동안 아무도 내 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다. (중략) 이렇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지도 3년이 넘었다. 내가 한 가지 취미를 오랜 시간 즐기게 될지, 매일 똑같은 일상을 계속 글로 쓰게 될지, 나를 괴롭히던 글쓰기에 즐거움을 느낄지, 이전에는 미처 몰랐다. 쓰는 시간은 내게 가르쳐줬다.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다는 걸, 또 시시한 일상도 꽤 괜찮은 글감이 된다는 걸.

1. 글쓰기 루틴을 찾아라: 잘 쓰려 하지말고, 편안하게 써라.

2. 글을 쓰다 막히면 멈춰라. 그리고 다른 이야기를 써라. 멈춘 이야기는 잠시 보관해두었다가 다시 쓰면 된다.

3. 첫 문장이 막힐 땐 결정적인 순간부터 써라.

4. 지적하는 글일 수록 뒷받침할 논리적인 근거가 있어야 한다.

5. 요약하는 방법을 연습하라.

잘 쓴 글은 잘 읽힌다. 소리 내 읽었을 때 잘 읽히는 글은 눈으로 읽기에도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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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정말 슬로틸다는.. 나였다 ㅠㅠㅠㅠ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슬로틸다는 이렇게 재충전을 하는 시간을 가졌지만, 나는....재충전을....곧 할 예정이긴 한데, 과연 제대로 충전이 될지는 모르겠지만ㅠㅠ..

매일 난관에 부딪히는 슬로틸다는 워낙 느긋한 성격 때문에 자기계발을 위해 항상 여러 재미있는 도전에 맞서야 하고, 그에 따른 귀차니즘, 정크푸드 사랑, 인터넷 중독을 극복하려고 끊임없이 고군분투한다. 어딘가 익숙한 모습이지 않은가? 이 책에서 슬로틸다는 누구나 느끼는 일상의 내적 갈등을 보여준다. 성장하고 성공하고는 싶지만 그러기 위해 한없이 여유롭고 싶은 욕구를 언제나 이겨내야 하는 우리 모두의 내적 갈등 말이다.

"나는 타고난 게으름으로 인생을 살아간다"

내가 끊임없이 먹는 이유는

전부 스트레스 때문이라구!

살려주세요!

일 때문에 죽을 것 같아욧!

나에게 냉장고란?

또 하나의 잡동사니 수납장!

지금은…

재충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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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호러소설’이지만, 호러소설이 아니다. 이 책의 장르나, 표지만 보고 무서운 이야기를 기대한다면 조금은 실망할지도 모른다. 분명 무서움을 조성하는 그런 분위기가 있기는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이 책에는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상실의 아픔’을 담담히 감내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 아픔에 공감하는 내가 있었다.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르겠는, 그 무언가를 마음 속에 남게 한 책이었다.

내 머리가 정상이라면 만날 수 없었던 것들 …….

심령현상에 시달리는 부부의 애달픈 ‘영혼 보고서’, 머리를 잃은 닭과 아름다운 소녀의 잔혹동화, 슬럼프에 빠진 소설가에게 찾아온 기묘한 이불,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저주에 빠진 세 여자, 잡음 사이로 띄엄띄엄 새어 나오는 그리운 목소리.

"모든 죽은 자들이 별처럼 반짝이며 내 가슴을 가득 채웠다"

- 「아이의 얼굴」.



요시나가 가오루에게.

오랜만이야, 나 기억나? 고등학교 때 자주 같이 놀았던 유키에야 (중략) 하지만 네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듣고 편지를 쓰기로 했어. 꼭 알리고 싶은 게 있거든. 한편으로 너는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해. 만약 그렇다면 모르는 편이 낫겠지. 우리는 이쿠타메 요리코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짓을 저질렀어. 하지만 넌 조금 거리를 두었잖아.(중략) 내 아이를 죽인 후에야 두 사람도 그랬다는 걸 알았어. 요리코가 우리에게 복수하는 거겠지. 너희는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을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거야. 너도 우리랑 똑같은 일을 당할지도 몰라. 그럴까봐 걱정돼서 편지를 보낸다. - 후지야마 유키에



유키에는 내게 이렇가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아기를 낳지마. 우리처럼 될지도 모르니까."

고개를 돌리자 고령자 운전 마크가 붙은 경승용차가 심상치 않은 속도로 후진하여 다가왔다. 타이어가 연석을 풀쩍 넘었다. 경승용차 뒤범퍼가 딸과 충돌하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앞으로 나서며 딸을 밀쳐냈다. 병원에서 눈을 떳을 때 여기가 어디며 무슨 일이 생긴 건지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사고가 난 순간의 기억이 되살아나자 간호사를 불러 딸이 무사한지 물었다. 딸에게는 긁힌 상처 하나 없다는 설명을 듣고 안도했다. 그리고 안도감이 솟았다는 사실에 두 손으로 얼굴을 덮고 울었다.



"엄마, 괜찮아……?"

"괜찮아. 네가 안 다쳐서 다행이야, 정말로."



"요리코"

그렇게 부르자 딸은 고개를 갸웃했다.

"평생 네게 애정을 쏟을게. 가엽게도 다른 세 사람은 그러지 못했지만 내가 걔들 몫까지 널 사랑할게"

딸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엇다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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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09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인공 ‘나’가 살아가는 세상은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다. 매일 매일 뒤에서 누군가를 욕하고, 앞에서는 웃는 세상. 나에게 그 어떤 부정적인 일을 하지도 않았는데, 온라인 세계에서 아무 거리낌 없이 악플을 달고 욕하는 세상. 피라미드 꼭대기에 올라서기 위해서는 수 많은 타인을, 재물로써 밟고 올라서야 하는 폭력적인 세상 말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찜찜하다. 우리들이 한번 쯤은 했을 법한 나쁜 생각들을 그대로 행동으로 옮기는 ‘나’를 보며, 나쁘다고 말할 수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살아가는 ‘나’를 보면서 나는 왜 저렇게 영악하게 살지 못하고 호구처럼 살지?라고 반문하는 내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조금은 슬펐다. 이렇게 살아야만, 세상에서 살아남는 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어서....

세상 사람들이 다 내 불행을 바란다. 그것은 진실이다. 어쩌면 세상에 대한 유일한 진실이다.

김지영 선배는 미친 것이 아니라 진실을 말했다.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자면,

사람들은 누군가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바란다.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커튼 삼아 자신의 방에 짙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를 가리고자 한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식인하는 종족이다. 일단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윤리와 감정에 앞서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세상은 먹고 먹히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내가 너를 잡아먹지 않으면, 네가 나를 통째로 집어 삼킨다. 조심하고, 또 경계하라.

누군가 나에게 성공한 식인종으로서, 예비 식인종들에게 해줄 말, 나누어줄 지혜 같은 것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뭐라고 할까? 하하! 솔직히, 사람을 잡아먹는 데 지혜 따위 필요 없죠. 그리고 식인종이 뭐 특출난 종족이 아니다. 식인종 또한 식인종에게 잡아먹힌다. 세기의 식인종도 다른 식인종에게 잡아먹히는 순간 쫑 나고 마는 것이다. 그게 다다. 잡아먹히지 않으려면 무지런히 머리를 굴리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게 전부예요, 여러분

내 말은, 아돌프 히틀러가 되라는 것이 아니다. 엄청난 부자나 카사노바가 되라는 뜻도 아니다. 그저 아주 평범한 수준에서, 아주, 소박한 수준에서의 삶의 안락함과 편리함, 매일매일의 안전과 기쁨에 대해서 나는 말하고 있다. 알다시피 나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별다른 큰 욕심도, 대단한 야심도 없다. 나는 오직 지금과 같은 수준의 안락함, 지극히 평범한 수준의 삶, 그 안의 행복을 바란다. 그것이 나쁜 바람인가? 왜?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의 요구다. 바로 그런 상식적인 수준의 인생을 위해서 이따금 타인들을 사용하는 것을 겁내지 말라는 것이 지금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다.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자면, 사람들은 누군가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바란다. 각별한 타인의 불행을 커튼 삼아 자신의 방에 짙게 드리워진 불행의 그림자를 가리고자 한다.

나는 앞으로 아주 잘 살아갈 것이라는 것을.

내 인생은 앞으로도 잘 흘러갈 것이라는 것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하여, 세간의 소문과 달리 인생에 교훈 따위 없다는 것. 인생은 교훈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0. 제로.

없다.

아무것도 없다.

지금 내가 응시하는 이 텅빈 허공처럼 완벽하게 깨끗하게 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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