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식물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방법 - 양장
베로니카 피어리스 지음, 신혜규 외 옮김 / 리스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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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까지 식물 저승사자였던 나는 다시 식물들을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집안에서 식물들을 건강하게 키워내는 것이 큰 관심거리이자 고민거리 중 하나가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은 나의 눈에 콕 박힐 수밖에 없었다. 내가 찾고 있던 것들이 바로 이 책 속에 담겨 있을 거란 기대감에 너무나 읽고 싶었고 그래서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의 비쥬얼은 매우 만족스러웠다. 딱딱하지 않게 눈에 잘 들어오면서도 자꾸만 들여다 보고싶도록 디자인 되어있었다. 예쁜 디자인 덕분에 책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이 책은 식물 기르기 기초실내식물 돌보기 의 두 챕터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식물 기르기 기초 에서는 구입시 체크할 것들, 물주는 방법, 분갈이 하는 방법, 해충 및 질병 관리 등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내 식물 돌보기에서는 각 식물별 돌봄 포인트를 한 장 내의 분량 안에서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식물 배치시 고려할 조건, 물주기와 햇빛의 양에 대해 알려주고, 각 식물별로 생길 수 있는 문제 상황과 그에 대한 해결책을 간략히 제시한다.




책 속 식물들 중 우리집 식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동안 궁금했던 것에 대해 답을 찾으려 더욱 열심히 보았다. 대체로는 알아듣기 쉽고 유익한 내용이었지만, 몇몇 부분에서는 조금만 더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도 들었다.








[파리지옥]


아이가 식충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부터 우리 집에서는 파리지옥, 퍼포리아, 그리고 네펜데스를 키우고 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파리지옥의 잎 가장자리가 자꾸 검게 변해서 걱정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찾아보니 갑작스럽게 햇볕을 보게 되면서 생겨난 문제가 아닌가 생각되었다.








[몬스테라]


몬스테라 델리시오사와 오블리쿠아를 키우고 있어서 이 부분도 열심히 보았다. 오블리쿠아는 알아서 잘 크고 있지만, 델리시오사는 아직 아기 식물이어서 언제쯤 갈라진 잎을 보여주려나 궁금해하며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다. 몬스테라는 봄과 여름에 영양제를 준다고 하니, 계속해서 갈라진 잎이 나오지 않는다면 영양제 투여를 고려해보아야겠다.








[칼랑코에]


순둥이 칼랑코에와 그의 사촌 칼란디바에 대해서도 나온다. 칼랑코에는 홑꽃, 칼란디바는 겹꽃을 피우는 식물로 키우는 방식은 같다. 다육식물이어서 물도 자주 안 줘도 되고 햇빛만 잘 보여주면 키우기 쉽다. 꽃도 여러 번 필 수 있고, 한 번 피면 매우 오래가니 꽃을 좋아하는 초보가드너들이 키우기에 좋은 식물이다.







<실내식물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방법>은 실내에서 식물을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초보 가드너들을 위한 책이다. 이미 식물 키우기에 대한 지식이 어느정도 쌓여있는 사람들에게는 내용이 좀 부족하다고 여겨질 수 있다.


예쁜 디자인의 초보 가드너용 도서를 찾고 있는 사람에게, 실내 식물 기르기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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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리커버북 시리즈 2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김민지 그림, 김양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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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다 아는 그 줄거리. 어느 날 갑자기 불어닥친 회오리 바람에 도로시와 강아지 토토는 낯선 곳에 떨어진다. 그곳은 먼치킨 나라로, 마녀와 마법사가 살고 있는 환상의 세계 같은 곳이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도로시는 에메랄드 시에 살고 있는 마법사 오즈를 찾아가면 될 것이라는 말을 듣고는 그곳을 향해 먼 길을 떠난다. 도로시는 오즈를 만나러 가는 길 중간 중간에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그들은 각자 오즈를 만나 뇌, 심장, 용기를 얻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기 위해 여행길에 동참한다. 그들에게는 중간 중간 위험이 닥치지만 서로를 도와가며 위기를 극복해낸다. 함께 어려움을 겪어내며 그들은 이전보다 조금씩 더 성장해간다.


뇌가 없지만 위기에 처했을 때 가장 지혜롭게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허수아비, 심장이 없지만 누구보다 여리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양철 나무꾼, 용기가 없지만 위험 앞에서도 나아가는 힘을 가진 사자. 그들이 원하는 뇌, 심장, 용기는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들 내부에 이미 있었다. 내가 그것을 가졌다고 여기는 믿음이 그것을 실제로 가질 수 있게 만드는 오즈의 마법이었다. 도로시 역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뤄내는 힘은 본인에게 이미 있었으나, 그것을 모르고 오랜시간 모험을 하며 찾아헤맸다. 도로시에게는 갑작스런 회오리바람으로 집을 잃게되는 어렵고 힘든 문제가 주어졌지만, 그 문제가 주어진 날 이미 그 문제의 답 또한 함께 주어졌던 것이다. 어른이 되어 다시 읽은 <오즈의 마법사>에서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비밀을 찾을 수 있었다.




일러스트가 너무 예뻐서 즐겁게 책을 읽어나갔다. 예쁜 삽화들이 가득한 인디고 고전 시리즈가 계속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새로운 마음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다시 만나고 싶은 사람에게, 예쁜 일러스트가 가득한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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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 읽기 - 아이는 언제나 부모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어요 부모되는 철학 시리즈 16
최순자 지음 / 씽크스마트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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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이의 마음 읽기』에서는 부모가 주길 원하는 방식의 사랑이 아닌, 아이가 바라는 사랑의 방식을 제시하고 싶었다.” (p. 15)





말 그대로 아이의 마음이 궁금해 읽게 된 책이다. 부모가 보기에 불편한 아이의 나쁜 습관이나 행동에는 아이의 표현되지 않은 마음이 담겨있다는 이야기 같았다. 그 의견에 어느 정도 동의하기에 이 책의 내용이 궁금했고, 이 책의 도움을 받아 말로 전해지지 않은 아이의 마음을 읽어내보고 싶었다.





사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나에게 사랑을 주어야 내 마음이 채워진다는 것을. 내가 사랑하는 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그 누가 사랑을 주더라도 내 가슴은 채워지지 않는다. 살아갈 힘이 없고 불안하다.


아이에게는 엄마의 사랑이 절대적이다. 그 누가 대신 줄 수 없는 것이다. 엄마가 주는 사랑을 아이의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엄마의 사랑을 아이가 느껴야 진정한 사랑이다. 그 사랑으로 아이는 건강하게 자란다.” (p. 27)


1장의 시작부터 뜨끔했다.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보며, 아이가 느끼기에 충분한 사랑을 주어야 한다. 잊지 말고 꼭 기억해야겠다.





“ ‘문제행동이라 하지 않고 신경 쓰이는 행동이라 하는 것은, 부모의 입장에서나 문제행동이지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p. 35)



아빠가 요구를 바로 들어주거나, 자신의 마음을 알아챈 것처럼 반응해줬더라면 아이는 더 신났을 것이다. 또 아빠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믿음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터다. 아이의 요구는 즉각적으로 들어주자. 그냥 단답형 반응이 아닌, 아이의 요구와 정서를 읽고 그 요구와 정서를 그대로 말로 표현해주는 반영적 반응을 해줌으로써 아이가 행복을 느끼도록 해줘야 한다.” (p. 59)


들어줄 수 있는 요구라면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말과 함께 바로 들어주도록 노력해야겠다.





이렇게 어린 시기 상처는 평생 간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는 어떤 상처든 주어서는 안 된다.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5세까지 경험한 것이 무의식을 만들며, 그 무의식이 우리 인간 행동의 근원이 되고 에너지가 된다고 했다. 부모의 사정이 있어서 아이를 외롭게 했겠지만, 그 아이는 이렇게 성장해서도 그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p. 161)






엄마 아빠가 아니더라도 주된 양육자와 안정된 애착관계를 형성한다면 괜찮다는 이야기를 육아서적에서 많이 보아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나니 그런 조언은 그 상황에서의 최선의 선택일 뿐이었단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결국 부모에게서 받는 사랑이 부족함을 느끼게 된다. 아무리 할머니, 할아버지가 잘 해줘도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최고란걸 느꼈다.


책을 읽으며 어린 시절의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너무 어렸기에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표현하지 못했던 나의 감정들을 마주하게 되는 경험도 했다. 그때의 내가 받고 싶었던 것들, 듣고 싶었던 말들을 책 속에서 확인하게 되었다.



저자는 육아를 하면서 생겨나는 여러 고민들에 대해 한 장 정도의 짧은 분량안에서 저자의 생각과 해결책을 제시한다. 매우 쉽게 쓰여진 것은 이 책의 장점이다. 그러나 비슷한 내용이 몇 번 반복되는 점은 좀 아쉬웠다. 그렇지만 머리말에서 5년간의 육아 현장 사례를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하니 비슷하게 보이는 내용들이 있을 수 있겠다고도 생각하고 넘겼다.



<아이의 마음 읽기>는 보육 교사들이 읽어보면 도움이 될 내용들이 꽤 있다. 아이의 행동을 통해 표현되지 않은 마음을 읽고자 하는 부모들도 가볍게 읽어보면 괜찮을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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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미술은 재밌다 - 그림을 어렵게 느끼는 입문자를 위한 5분 교양 미술 어쨌든 미술
박혜성 지음 / 글담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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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술 교양을 쌓고 싶은 사람, 그림이 좋긴 한데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 미술관에 혼자 가기 두려운 사람, 그림 한 점 구입해 볼까 싶은 사람 등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구분 없이 모두 읽을 수 있는 미술 이야기입니다. (p. 5)

이 책은 하루 5분이면 한 편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래서 세대, 나이, 직업을 불문하고 누구라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이 책이 그림을 가까이하는 데 도움이 된다면 무척 감사하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p. 6)




한 편 한 편 가벼운 마음으로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저자는 명화에 관련된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깊이 들어가지 않고 얕게 맛보는 정도로만 들려주기 때문에 미술 입문자들에게 적당한 수준이다. 이전에 미술 관련 서적을 별로 읽어본 적이 없거나, 가볍게 미술 교양을 쌓고 싶다는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괜찮을 것이다.





♣ ♣ ♣






여성들은 어떤 그림을 좋아할까요? 먼저 예뻐야 합니다. 두번째, 낭만이 있어야 하죠. 세 번째, 스토리 상상이 가능하면 더 좋습니다.


여성들이 좋아하는 이 세 조건을 두루 갖춘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라파엘 전파그림입니다. (p. 38)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나 역시 그림은 일단 예뻐야... 좋다. ㅎㅎ









우리는 사실주의 그림을 통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실주의 화가들은 귀족들의 화려한 삶과 평범한 사람들의 소박한 삶을 저울질하지 않았습니다. 삶은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요. 각자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며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행복을 찾는다면 그것이 곧 아름다운 인생 아닐까요? (p. 66)


아기새처럼 음식을 받아먹는 아이의 모습이 귀엽다. 밀레의 작품을 보면서 평범함 속의 행복을 발견하였다. 그리고 그 발견은 지금의 나에게도 적용되는 것임을 깨달았다.








야요이의 전시장은 화려하고 즐겁고 에너지가 넘칩니다. 노화가의 상징인 빨강 머리와 땡땡이 옷은 항상 눈길을 끄는데 그녀의 패션센스는 그야말로 예술입니다.


마냥 즐거운 전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그녀는 심각한 정신병을 앓고 있는데요. 그녀는 미술이 아니었다면 난 오래전에 자살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녀의 병은 10세 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정신 착란증과 강박에 시달렸으며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녀가 미국 생활을 접고 갑자기 귀국한 것도 강박신경증과 공황장애가 원인이었고 자살 시도도 여러 번 했습니다.


1977년에 그녀는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자 신주쿠 근처 정신병원에 들어갑니다. 현재도 그곳에서 생활하는데, 병원 앞 스튜디오에서 9시부터 6시까지 그림 작업을 한다고 합니다.


정신병원에 사는 것은 내가 아프기 때문이다. 혼자 있기 힘들다. 병원에서 살지 않았다면 그림을 계속 그릴 수 없을 것이다.” – 쿠사마 야요이

(p. 101~102)


작품을 보는 이에게는 즐거움을 주었지만, 정작 그 작품을 그린 작가는 정신병원에서 그림들을 그려냈다.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킨 그녀의 의지와 미술에 대한 열정에 존경심이 일었다.









고흐가 생전에 팔았던 단 한점의 작품은 바로 [아를의 붉은 포도밭]이라고 한다. 그가 남기고 간 그림은 900여 점인데, 그중 딱 한점만이 팔렸다.


동생 테오가 그 그림을 형의 친구이자 화가이며 시인인 외젠 보쉬의 여동생 안나 보쉬에게 팔았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20인의 그룹 작품전에 출품되었던 이 작품은 400프랑(현재 기준 1,000달러 정도)에 팔렸습니다. (p. 183)


생전에 인정을 받지 못한 비운의 화가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단 한점의 그림을 팔았던 줄은 몰랐다. 고흐는 지금 자신의 명성과 작품가를 알게 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후대의 많은 이들이 자신의 작품을 사랑해왔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는 어떤 마음이 들까.









하루에 잠깐의 시간동안 명화를 한 두편 감상하고 저자가 들려주는 쉬운 미술 이야기들로 교양도 쌓는다면, 기분전환에도 도움이 되고 교양 지식도 늘려갈 수 있어 의미 있게 시간을 소비할 수 있다.



미술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이라면, 괜찮은 미술 입문서를 찾고 있다면 <어쨌든 미술은 재밌다>를 추천한다. 이 책은 미술은 얼마든지 친근할 수 있고, 쉬울 수 있고,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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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이디스 워튼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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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쓴 환상 이야기라는 말에 이끌려 이 책을 읽게 되었다. 8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은 유령이나 사후세계, 초자연적 현상과 관련된 소재들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 ♣ ♣



8편 중 기억에 남는 두 편을 소개해본다.




1.


가장 처음 실려 있는 <시간이 흐른 후에야>는 으스스한 분위기의 단편이었다. 교외의 한 낡은 저택인링 저택’(하필 이름도 무섭게)에 이사가기로 한보인 부부는 그 집에 관한 으스스한 소문을 전해 듣는다. 그곳에는 유령이 나타난다는 것이었다.



유령이 있긴 있는데, 아무도 그게 유령이라는 걸 모른다고?”

글쎄, 어쨌든 나중에 가서야 안대.”

나중에 가서야?”

한참 ···,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p. 8)



그런데 그 유령을 볼 때에는 아무도 그것이 유령인지 모른다고 했다. 한참 시간이 지난 뒤에야 그것이 유령이었다는 걸 안다는 것이었다. 남편은 유령을 믿지 않았고 아내는 그 이야기를 조금 찝찝하게 생각했지만, 막상 이사를 와서는 잘 적응하여 살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내는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뭔가를 숨기는 듯한 남편의 모습에 그녀는 더욱 신경이 쓰였다. 소설의 초반부에서는 아내가 신경과민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데 스토리가 점점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전개되었고, 소설의 마지막은 초반부에 이야기했던 한참,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라는 문장을 떠올리게 하며 끝을 맺어 긴 여운과 함께 적당한 만족감을 남겨주었다. 으스스한 분위기와 긴장감 있는 전개가 매력적인 작품이어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2.


가장 인상깊었던 단편은 <귀향길>이었다. 결혼한지 오래되지 않은 젊은 부부에게 어느 날 병마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남편은 이제 살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입원 치료 중이던 병원에서는 집으로 돌아가도 좋다는 허락을 내렸다. 그 허락의 의미는 남편이 가망이 없으니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뜻이었으나, 병간호에 지친 아내는 그 의미를 이해하면서도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게 된 상황에 내심 기뻐했다. 결국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올랐고, 얼마 후면 기차역에 마중 나올 가족과 친구들을 떠올리며 아내는 힘들어도 힘을 냈다. 그런데 그날 밤 남편은 기차에서 사망한다.



그녀에게도 이런 일이 일어날 게 뻔했다. 당장 1시간 뒤에 그녀는 남편의 시신과 함께 홀로 낯선 기차역의 승강장에 버려질 것이다. 그런 일만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된다! 지독하리만치 끔찍한 일이다. 그녀가 궁지에 몰린 사냥감처럼 오들오들 떨었다.


(중략) 현기증이 난 그녀는 축 늘어진 남편의 시신을 피해 침대 끄트머리에 걸터앉았다. 그녀가 침대 커튼을 꼭꼭 여민 탓에 두 사람은 어두컴컴한 무덤 속에 갇힌 것 같았다. 그녀는 침착하게 생각하려고 애썼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남편이 죽었다는 사실을 숨겨야 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p. 112)



죽은 남편을 발견한 아내는 누가 볼까봐 커텐으로 가린 채 남편의 죽음을 숨긴다. 아직 고향으로 돌아가려면 한참 남았고, 남편이 죽은 것을 알게 되면 고향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까운 역에 내려질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내는 도착지에 도착할 때까지 남편의 죽음을 숨기며 이야기가 이어진다. 내용도 신선했고, 아내의 심리 묘사도 세세하면서도 긴장감 있게 잘 그려낸 작품이라 가장 기억에 남았다.








단편들이 너무 뻔하지 않은 스토리라 좋았다. 또한 단순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주인공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는 것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이번 소설집을 통해 들여다본 인간의 이기적인 마음에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공감하기도 하며 읽어나갔다. 이디스 워튼의 작품은 이 책으로 처음 접했는데, 작가의 문체나 전개방식이 마음에 들어 다른 대표작들을 찾아 더 읽어보려 한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가 쓴 환상 이야기를 읽어보고 싶다면, 어두운 분위기의 환상적인 이야기들 속에 빠져보고 싶다면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를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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