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 할아버지의 낡은 여행 가방 - 인생을 바꿔 주는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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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몇 년 전에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는 너무 좋아서 구매해 두었던 책이다. 다시 읽으려고 구매해 놓고는 책장에 꽂아 둔 채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책을 읽으며 좋았던 기억은 남아있었지만, 자세한 내용은 흐릿해져 가물가물했다. 잊힌 자극을 다시 받고자, 이 책이 주었던 밝은 마음을 다시 가져보고자 새로운 마음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부모를 잃고 실의에 빠진 채로 해변가 근처의 동굴에 살고 있던앤디는 어느 날 정체불명의 한 노인존스를 만나게 된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앤디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존스 할아버지는 그에게 책을 가져다주고 여러 이야기를 나누며 앤디가 좀 더 밝은 곳으로 나올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결국 앤디는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왔다. 그런데 자신에게는 은인과도 같은 존스가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게 된다. 앤디는 인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존스를 만나고 싶어 했지만 만날 수 없었다. 그러던 20년이 지난 어느 날, 앤디는 과거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한 카페에서 존스 할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고 거기에서부터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랑받는다고 느끼는 방식은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과 똑같네. 그러니 배리는 할 수 있는 만큼 한 셈이지. 기회가 닿을 때마다 사랑한다고 말했으니까. 하지만 잰은 그걸 이해하지 못했어. 남편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을 알지 못했으니까. , 당신의 사랑 표현법은 말이 아니라 배려와 행동이거든.” (p. 66)



사람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그리고 그 각자의 표현방식대로 사랑을 느낀다. 이 부분을 읽으며, 사랑하는 사이에서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는 사랑을 표현하고 느끼는 방식의 차이가 크게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에서는 그 방식을 고양이, 카나리아, 강아지, 금붕어의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또한 이는 사랑하는 사이를 넘어선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적용되는 이야기 같았다. 서로의 소통 방식을 이해하고 배려하여 행동한다면 훨씬 더 편안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갈매기 다섯 마리가 부두에 앉아 있네. 한 마리가 딴 데로 날아가겠다고 결심했네. 그럼 몇 마리가 부두에 남아 있겠나?”

네 마리요.”

틀렸네. 아직 다섯 마리야. 날아가겠다고 결심한 것과, 실제로 날아간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잘 듣게. 일반적인 속설과 다르게 들리겠지만, 변화는 의도만 있어서는 무용지물이네. 갈매기가 딴 데로 날아가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하겠다고 결심할 수는 있겠지. 또 멋지게 날아오르면 정말 재밌을 거라고 다른 갈매기들과 얘기를 나눌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로 날아갈 때까지는 여전히 부두에 있는 거야. 날아갈 생각을 하는 갈매기와, 아닌 갈매기는 조금도 다르지 않아. 결국, 앞으로 다르게 살아 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런 생각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네. 우리는 남들에 대해서는 행동으로 판단하면서, 정작 우리 자신은 의도만으로 판단하는 습관이 있지.”  (p. 182)



변화하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행동하지 않는 사람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과 다를 바가 없다.







실수를 하면, 대체로 사과 한 번으로 원상회복시킬 수 있지. 하지만······ 왜 어떤 사람은 사과를 해도 그런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그들이 실수를 저지른 게 아니기 때문이네. 그들은 선택을 한 것이네. 선택과 실수의 차이를 모르고 있는 셈이지.” (p. 193)











책은 쉽게 잘 읽힌다. 존스 할아버지로 인한 마을 사람들의 변화도 궁금하고, 존스 할아버지의 정체도 궁금해 흥미를 잃지 않고 계속 넘겨보게 된다. 술술 잘 읽히지만 여기에 담겨 있는 내용은 삶 속에서 매우 중요한 것들이다. 재미와 의미를 모두 챙길 수 있는 책이라 좋았다.



3년 전 봄에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던 문장과 세상을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기술들이 더 잘 보였다. 이 책을 만난 이후 비슷한 류의 책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인 것 같다. 이전에 읽을 때는 그저 책 속 문장으로만 느껴졌던 말들이 몇 년 동안의 경험 속에서 진실의 말들로 와닿게 되었다. 이 책과의 만남은 잊고 있었던 중요한 것들을 다시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 되어주었다.





지금 자신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꿈꾸는 사람, 따뜻하고 밝은 이미지의 소설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존스 할아버지의 낡은 여행 가방>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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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크릿 - 성공과 부를 넘어 온전한 나로 사는 법
론다 번 지음, 임현경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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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던 <시크릿>의 후속작 <위대한 시크릿>이 나왔다. 십여 년 전, <시크릿>을 읽으며 부정적이기만 했던 나에게도 긍정적인 모습으로의 일시적인 변화가 찾아왔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의 나로 돌아왔고, 책 속 내용들도 서서히 희미해져갔다. 이제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것은 끌어당김의 법칙 정도였다. 다시 읽어 볼까도 생각했지만 책은 이미 오래전에 잃어버렸고 그렇다고 다시 사기엔 뭔가 머뭇거려졌다. 그러다 얼마 전 <시크릿>의 후속작 소식을 듣게 되었고, 세월이 지난 저자는 무엇을 말할지, 더 위대해진 비밀은 무엇일지 궁금한 마음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우리에게 몸과 마음이 없다고 잠시 상상해 보자.

몸을 없애라.

마음을 없애라.

이름을 없애라.

지나온 삶을, 과거 전체를 없애라.

모든 기억과 믿음, 생각을 없애라.

그리고 무엇이 남아있는지 주목하라.

남아있는 것은 오직 알아차림뿐이다.”    (p. 56)







“ ‘깨어있는 알아차림은 로크 켈리가 알아차림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이며, 이는 과거와 현재의 현자들이 당신의 진정한 모습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많은 다른 이름 중 하나다. 알아차림, 깨어있는 알아차림, 의식, 우주의식, 존재함, 불성, 그리스도 의식, 신神의식, 영혼, 진정한 자아, 무한 존재, 무한 지성, 한계 없는 존재, 본성, 진정한 모습, 신의 임재, 현존, 현존 인식, 순수 의식, 순수한 알아차림 등 많은 이름이 있다. 이 모든 용어는 정확히 같은 것을 지칭한다. 바로 알아차림이라는 당신 자신이다.” (p. 61)







내가 곧 감정인가, 아니면 그 감정을 알아차리는 주체인가?’ 이 질문은 당신의 감정에 실려 있는 거의 모든 힘을 즉각 무력화시킨다. 당신이 느끼는 감정과 당신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이다.” (p. 145)







부정적인 감정에 대한 저항을 멈추려면 그 감정을 바꾸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존재하게 내버려둬야 한다. 그저 감정을 알아차리면 된다. 마음을 편히 먹고 긴장하지 말라. 긴장하는 것 자체가 곧 저항이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바꾸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어떤 대처도 하지 않고 그저 존재하게 내버려둘 때 감정은 알아서 해소된다. 우리가 해왔던 방법과 반대로 내버려두면 감정의 에너지가 해소된다. 우리가 해온 방법은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많이 억압해 온 셈이다.” (p. 155)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끌어당김을 실천하며 달려가기를 독려하던 저자가 텅 비어 있는 나를 알아차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조금 놀랍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시크릿>을 읽고 난 뒤 뭔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찾아 해맸던 내 모습이 떠오르며, 저자 역시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구나란 생각에 동질감도 느꼈다. 그래서였을까. ‘긍정’과성취에만 포커스를 맞춘 것에서 더 나아가 내면의 고요가 행복의 길임을 깨달은 저자가 왠지 반갑게 느껴졌다. 책 속 내용은 마음 챙김, 명상, 불교, 동양철학 등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어딘가에서 들어보았던 내용들이라 크게 새롭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것은 행복한 삶을 위해서 의미 있고 중요한 내용임에는 분명하다.



책 자체는 전작에 비해서 좀 느슨하게 끌고 간다. 그래도 각 장마다 요약 부분이 있어서 읽다가 집중력이 떨어져도 다시 마음을 정돈하고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다.




<시크릿>을 인상 깊게 읽었던 독자라면 저자의 새로운 메시지를 관심있게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위대한비밀은 이전의 비밀 보다 더 나은 방향으로 당신을 인도할 것이다.





이 글은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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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 - 인생의 판을 바꾸는 무의식의 힘
정도언 지음 / 지와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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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은 살면서 만들어지는 이야기의 판을 바꾸도록 돕는 학문이자 기술입니다. 이미 일어난 사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를 읽는 관점은 새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개인사적 진실을 수정할 수는 없어도 서술적 진실로 다르게 풀어낼 수 있습니다. 분석을 받는 사람은 분석가와 함께 자신의 과거를 새롭게 해석함으로써 현재를 보다 자유롭고 새롭게 살고 미래를 꿈꿉니다. 판을 바꾸는 힘은 무의식 속에서 삶의 진전을 가로막고 있는 갈등구조를 변형하는 작업에서 나옵니다.” (p. 7)






얼마 전 저자의 이전 저서 <프로이트의 의자>를 재미있게 읽어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쉬우면서도 편안한 분위기의 글 속에서 내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과정이 즐거웠다. 그래서 저자의 신간 소식을 듣고 기뻤다. 나도 모르게 나를 이끌어 가고 있는 무의식을 읽어내어 인생의 판을 바꾼다는 소개글도 매력적으로 들렸다. 내가 내 마음 깊이 숨기고 있는 것들은 무엇인지, 그것들이 나를 어떻게 조종하고 있는지 궁금함 가득한 마음으로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지난번 <프로이트의 의자>가 정신분석학에 대해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주는 책이었다면, 이번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힘겨운 사람들을 위해 정신분석학자의 입장에서 위로를 보내는 책 같았다. 이전보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의 글들이었고, 어떤 부분들은 에세이 같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 사이 사이에 정신분석학적 개념들을 집어넣고 연관지어 설명해주며 이 책이 심리학 도서임을 잊지 않게 해주었다.











인생의 판이 달라졌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가능성이 보입니다. 목적지를 정하고 늦기 전에 부지런히 걸어야 합니다. 낯선 곳에서 하는 낯선 경험도 나쁜 일이 아니라면 회피하지 맙시다. 걷다가 과거가 그리워서 뒤돌아보면 넘어집니다.” (p. 32)


퇴직자를 위한 저자의 조언이다. 걷다가 과거가 그리워서 뒤돌아보면 넘어집니다.’ 라는 말은 왠지 나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했다.







자아 기능이 너무 허약하면 성공에 따른 뒷감당이 안 됩니다. 꽤 많은 사람이 그런 식으로 삽니다. 분명히 해낼 수 있는 도전도 하지 않습니다. ‘나는 그런 일을 해낼 능력이 없다며 뒷걸음칩니다. 겸손한 것이 아니고 자존감이 낮아 두려운 것입니다. ‘큰 잘못 없이 무사히 마쳤다라고 하는 퇴임사는 정말 싫습니다. 허망한 자기 방어입니다. 무사(無事)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는 고백입니다.” (p. 35)








그 사람에게 투표하면 자신을 위해 한풀이를 해줄 것이라는 환상이 드나요? 무시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처벌과 배제를 앞세운다면 좋은 지도자 감이 아닙니다. 좋든 싫든 격려하고 도와서 발전 추진력을 높이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처벌에 온 힘을 쏟기보다는 자신이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는 지혜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분열보다는 통합을 추구해야 합니다. 당신이 선택하려는 후보자의 초자아 시계는 바늘이 어느 쪽을 가리키고 있나요?” (p. 102)


선거와 정신분석을 연관 지어 이야기하는 부분도 인상깊었다. 후보들의 초자아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을 살펴봐야 한다는 표현이 신선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이해받지 못하면, 오해를 받으면 속상하고 화납니다. 이때 조심해야 합니다. 마음이 약하면 남이 나를 오해한 바를 그대로 받아서 스스로 나를 그렇게 규정하는 어리석음에 빠집니다. 정신분석에서 투사 동일화로 부르는 미묘한 마음의 움직임에 걸려든 것입니다. 상대가 자신을 방어하려고 자기 성격의 일부를 내게 투사한 것을 덥석 받아서 마치 내 성격의 일부라고 느끼는 것입니다.” (p. 106)








삶을 재해석하려면 직면해야 합니다. 직면은 긴장을 불러옵니다. 이때 마음이 약해지면 회피하게 됩니다. 직면은 어렵고 회피는 쉽습니다. 내 삶의 가치를 회복하려면 견뎌야 합니다. 피가 통하려면 피가 마르는 경험부터 해야 합니다.” (p. 185)








확신은 마음의 불편함을 지우기 위한 것입니다. 부분을 알면서 전체를 아는 듯 느끼면 마음의 불편함이 사라집니다. 세상의 불확실성이 늘어날수록 확신에 찬 사람들도 따라 늘어납니다.


확신이 돌같이 굳어지면 소신(所信)이 됩니다. 굳어진 소신을 녹이는 일은 어렵습니다. 녹이려고 하면 자아 정체성이 흔들립니다. 자아 정체성은 나는 누구이며 나와 세상의 관계는 어떠한가?’에 관한 자기 나름의 생각입니다.” (p. 196~197)







흔들리는 삶의 책임은 궁극적으로 내게 물어야 합니다. 쉬운 방법은 부모나 남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이나 그렇게 하는 한 행복은 멀리 있습니다. 남 탓을 하는 투사라는 방어가 힘든 마음을 잠시 달래주기는 합니다만,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공회전하는 삶은 내 책임입니다. 운전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 바로 나이기 때문입니다. 그 점을 깨달으면 길이 보입니다.” (p. 230)








사람은 불편한 말을 들으면 받아들이기보다는 밖으로 내보내려고 합니다. 입에 안 맞는 음식이 입에 들어오면 뱉어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자신이 책임져야 할 것 같을 때, 최선책은 상대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내 책임인 줄 알아도 남에게 떠넘기면 속이 시원합니다. 뒤집어쓰는 상대는 억울하겠지만 모르고 지나가기도 합니다. 미운 사람에게 그렇게 하면 기쁨은 두 배입니다.


남 탓이라는 일상용어를 분석용어로 바꾸면 투사입니다. 안의 것을 밖으로 던지는 행위입니다.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 욕망을 남에게 화설처럼 쏘아서던짐으로써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내 마음이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합니다.” (p. 247)


‘투사’와투사동일화는 내 주변의 관계에서도 주고받았던 적이 있는 것 같다. 당시에는 부정적인 감정을 주고받으며 서로 오해하고 기분 나빠했던 일들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일들을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며 그 속에 휘둘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주는 것도, 받는 것도 어디에서 시작된 것인지 자세히 들여다보아야겠다.








권력을 잡기 전에 한 맺혔던 것이 많을수록 권력자가 되자마자 마음에 담았던 사람들을 솎아내려고 머리를 씁니다. ‘솎아내기를 쉽게 하는 방법은 흠집 내기입니다. 나쁜 소문을 퍼뜨리거나 근거가 없어 일단 그럴듯한 이야기로 꾸며서 상대를 끌어내린 후에 명분을 만듭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누군가를 미워하다가 닮았을 것입니다. 이런 현상을 정신분석학은 공격자 동일화로 설명합니다.” (p. 264)







공격성삶의 목표를 성취하는 힘의 원천이기도 합니다. 수험생의 책상 머리에 붙어 있는 ‘00시험 100일 정복같은 글귀는 도전의 용기와 에너지를 공급합니다. 사업가는 공격적인 투자같은 구호에서 추진력을 얻습니다. 내 안에 어떤 공격성이 있는지, 어떤 방식으로 공격성을 표출하는지 들여다보면 창의적으로, 합리적으로 활용할 길이 열립니다.” (p. 282)


공격성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 불필요한 요소로 보이지만, 그러한 공격성 역시 우리에게 긍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피분석자와 분석가 사이에서 주고받는 질문과 대답처럼 독자와 저자 사이에도 책을 중간에 놓고 질문과 대답이 오고, 갑니다. 독자는 책을 통해 저자를 읽고, 독자가 책을 읽는 순간순간 책이 독자를 읽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의 마음이 순간순간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이 책의 내용보다는 읽으면서 떠오르는 자신의 생각을 존중했으면 합니다. 책 제목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이 뜻하는 것처럼 마음속에 스스로 숨기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것을 찾아낼 수 있다면 보람되겠습니다.” (p. 307~308)





저자의 전작 <프로이트의 의자> 만큼 큰 만족을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저자의 내공과 글솜씨가 상당한 것은 인정한다. (이전 책에서 저자의 글솜씨는 이미 인정했었다) 그리고 다양한 소재에 대해 정신분석학적 시각에서 풀어내는 것 역시 인상적이었다. 가볍게 읽는다고 생각했는데도 다 읽고 보니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었다. 이 책은 내가 알아채지 못했던 내 생각의 근원을 찾을 수 있게 이끌어 주기도 했고, 이어지지 못했던 각각의 사건들을 한 덩어리로 묶어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



정신분석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편한 마음으로 심리학 서적 한 권을 읽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당신이 숨기고 있는 것들>을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것이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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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를 위한 생물학 강의 - 우리를 둘러싼 아름답고 위대한 세계
사라시나 이사오 지음, 이진원 옮김 / 까치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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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하게 내용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우선은 생물이란 무엇인지 살펴보겠다(1장 및 제3-6), 그 중간에 과학이란 어떤 것인가도 생각해본다(2), 생물학도 과학이므로 그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후 실제 생물, 예를 들면 우리를 포함한 동물과 식물의 이야기를 소개하겠다(7-12), 그 다음으로는 진화나 다양성과 같은 생물의 공통된 성질을 설명하고(13-15), 마지막으로 암이나 술을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등 일상과 밀접한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겠다(16-19).” (p. 11)









하나의 분자 속에 친수성과 소수성을 모두 가진 양친매성 분자인지질을 그림으로 설명하는 부분이다. 그림 속에서 다리에는 물 묻히기 싫은데~’라고 말하는 부분이 넘 귀엽기도 하고, 저 한마디로 인해 다리 부분은 소수기라는 것이 단번에 기억에 저장이 되어 인상깊었다.








반면 생물의 몸 속에서는 에너지뿐 아니라 물질도 흐른다. 조금 지저분한 이야기지만 우리의 대변에는 영양을 흡수하고 남은 음식 찌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대변의 3분의 1은 소장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이다. 에너지원으로서의 음식뿐만 아니라 우리 몸 자체인 세포도 매일 몸속에서 흐름을 통해서 배출된다.” (p. 58)








그러나 생물의 몸 상당 부분은 항상 교체되고 있다. 우리의 몸도 10년 정도가 지나면 많은 부분이 교체되기 때문에 10년 전의 여러분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다. 지금 여러분의 몸 대부분은 새로운 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그럼에도 여러분은 여러분 그대로이다. 전체적인 모습에도 크게 변함이 없다. 생물이란 참으로 불가사의하지 않은가?” (p. 60)


항상 새로워지고 있지만 변함없어 보이는 나.








미국의 모하비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 중에 무려 11,700년이나 산 크레오소트 덤불이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브리슬콘 소나무의 2배 이상을 산 셈이다. 하나의 씨앗에서 발아한 크레오소트 덤불은 주변으로 가지를 뻗거나 뿌리를 내리면서 동심원 모양으로 자란다. 그렇게 주변으로 퍼져나가면서 중심의 낡은 줄기는 말라서 죽는다. 실제 식물체 자체는 1,000년도 되지 못해서 말라버리지만 주변으로 새로 뻗어나간 가지와 뿌리는 살아 있다. 때문에 긴 시간 동안 살아온 크레오소트 덤불은 중심의 식물체는 죽은, 도넛 모양의 수풀이다. 이것을 발아한 이후 계속 살아온 한 개체의 식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p. 124)








다시 말해, 물관에 비해서 헛물관은 성능은 다소 떨어지지만 안정성은 우수하다. 키가 매우 큰 나무는 자라는 데에 시간이 걸리고 물을 실어 나르는 파이프도 길어진다. 따라서 키가 큰 나무에게는 성능이 좋은 물관보다 안정성이 높은 헛물관이 적합할 것이다. 이른바 거목이라고 불리는 것들 중에 겉씨식물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진화는 진보가 아니다. 겉씨식물보다 시대적으로 뒤에 나타난 속씨식물이 더 뛰어난 것은 아니다. 각각에 적합한 환경도 있고, 열악한 환경도 있다. “  (p. 137~138)









움직이는 방법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소화기관 양쪽에 구멍이 나 있으므로 어느 쪽으로든 움직여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같은 동물들 중에서도 원래는 원구였던 쪽으로 움직이는 개체와 그 반대로 움직이는 개체들이 나타났다.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든 음식은 소화기관의 한쪽에서 들어와서 반대쪽으로 나가게 된다. 이 들어오는 쪽의 구멍을 입이라고 하고, 나가는 쪽의 구멍을 항문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서 동물은 두 가지로 나뉜다. 원구가 입이 된 전구동물과 원구가 항문이 된 후구동물이다.


(중략) 동물이 움직이는 이유는 소화기관에 음식을 넣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나아가는 쪽에 입이 있다. 그리고 나아가는 쪽을 앞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서 입이 있는 쪽이 앞이다. 이것이 동물이 움직이지 않아도 앞뒤를 알 수 있는 이유이다. 눈도 아니고 코도 아닌 입이 있는 쪽이 앞이다.” (p. 144)


‘동물에게 앞과 뒤가 있다는 부분은 매우 흥미로웠다.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으나, 생각해보니 앞과 뒤가 따로 구분되지 않는 식물과는 달리 사람, , 물고기 등의 동물은 앞과 뒤의 구분이 확실하다. 그것은 동물이 움직이지 않아도 구분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동물의 발생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관련지어 설명해준다.






♣ ♣ ♣ ♣ ♣




간략하면서도 어딘가 유머가 섞인 귀여운 그림들을 통해 저자의 설명을 한층 더 쉽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오래 전에 배웠던, 그렇지만 이제는 대부분이 잊혀진 생물학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수 있는 시간이 되어서 좋았다. 당시에 배우면서도 덜 잡혀 있었던 개념을 이 책을 통해 바로 세우기도 했다. 그래서 생물학을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읽는다면 참 좋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책 속 내용 중 11커다란 단점이 있는 보행 방식’, 12인류는 평화로운 생물’, 14진화와 진보가 재미있었다면, 저자의 이전 저서 <잔혹한 진화론>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생물’ 과목을 배우는 중학생, 고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또는 생물학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 학창시절엔 별로 관심이 없다가 뒤늦게 생물학에 관심이 생긴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대가 없이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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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도 외롭지 않다 정호승의 시가 있는 산문집
정호승 지음 / 비채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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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사랑해도 외롭고 사랑하지 않아도 외롭습니다. 사랑을 받아도 외롭고 사랑을 받지 못해도 외롭습니다. 그것이 인간 존재의 본질입니다. 저는 이 책이 그 본질을 이해하고 긍정하는 데에 미약하나마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당신이 외로워도 외롭지 않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완전히 사랑하기 위하여.” (p. 7)





시집을 즐겨읽지는 않는다. 시는 어렵고 모호하다는 생각에 시를 읽는 것이 불편했다. 그러다 작년 나태주 시인의 시집을 몇 권을 읽으면서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나 시에 대한 관심은 늘어도 여전히 멀게만 느껴져, 다른 시인들의 시집을 선뜻 고르기는 어려웠다. 그러던 차에 나는 이 책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발견했다. 정호승 시인의 시와 그에 관련된 시인의 생각을 모아 놓은 책인것 같아 관심이 갔다. 사실 시를 읽을 때면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쓴건지 궁금할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런 나의 궁금함에 대한 답이 쓰여진 책인 것 같아 읽어보고 싶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시에 대해, 그리고 시인의 마음에 대해 좀 더 가까이 다가가볼 수 있길 바라며 책장을 넘겼다.









[산산조각]



룸비니에서 사온

흙으로 만든 부처님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팔은 팔대로 다리는 다리대로

목은 목대로 발가락은 발가락대로

산산조각이 나

얼른 허리를 굽히고

무릎을 꿇고

서랍 속에 넣어두었던

순간접착제를 꺼내 붙였다

그때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주시면서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

산산조각이 나면

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p. 15,  『산산조각)



산사의 범종에 금이 가면 종을 칠 때마다 깨어진 종소리가 난다. 그러나 종이 완전히 금이 가고 깨어져 산산조각이 나면, 그 파편 하나하나를 칠 때마다 제각기 맑은 종소리를 낸다. 깨어진 종의 파편이므로 깨어진 종소리가 나리라고 생각되지만 그게 아니다. 깨어진 종의 파편 하나하나가 제각기 종의 역할을 한다.

내 삶이 하나의 종이라면 그 종은 이미 산산조각이 났다. 그러나 나는 산산조각 난 내 삶의 파편을 소중히 거둔다. 깨어진 종의 파편 파편마다 맑은 종소리가 숨어 있기 때문이다.” (p. 20~21)


무언가를 소유하게 되면서 드는 마음. 그것이 깨어질까 걱정하는 마음.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르는 일에 대한 걱정 때문에 현재를 온전히 살아가지 못하는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시 속의 부처님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말을 건네는 것만 같았다. 무엇이 그리 걱정이야. 깨어진 종의 파편들은 그대로 또 하나의 종소리를 담고 있는 것을.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p. 55,  『바닥에 대하여』)



자네가 지금 바닥에 굴러떨어졌는데 만일 바닥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한없이 깊은 어둠의 나락과 심연 속으로 끝없이 빠져들고 있을 게 아닌가. 그 끝없는 끝이 어디이겠는가. 바로 죽음 아니겠는가. 그런데 잘 생각해보게. 자네가 지금 주저앉아 울고 있는 바닥이 자네를 죽음의 나락으로 빠져들지 않게 힘껏 받쳐주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그 얼마나 감사한가. 바닥은 원망과 부정의 존재가 아니라 바로 감사의 존재야. 자네는 바닥을 그냥 딛고 일어서기만 하면 되는 거야.” (p. 59)


바닥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 저자는 바닥이 우리를 어둠속으로 가라 앉지 않도록, 딛고 일어설 수 있도록 받쳐주고 있다고 말한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순간도 관점을 바꾸면 반환점이 될 수도, 또는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마음의 사막]


실은 누구의 인생이든 그 안에는 황량한 사막이 하나씩 존재한다. 다만 두려워 그 사막에 가지 않으려고 할 뿐이다. 그곳에는 사랑의 부재, 이해의 부재, 용서의 부재 등 온통 부재의 덩어리가 모래만큼 쌓여 있다. 그 사막을 걸어가봄으로써 비로소 삶의 절대적 조건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절대적 조건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아무도 선뜻 그 사막에 가려고 하지 않는다.” (p. 164)








[종소리]


나는 지금까지 나를 타종해온 내 인생의 종메를 원망하고 두려워하며 살아온 것은 아닌지, 종메는 나로 하여금 아름다운 인생의 종소리를 내게 하기 위해 나를 때려온 것인데, 나는 그것을 모르고 분노하고 원망만 하고 살아온 게 아닌지 몹시 두렵다.” (p. 261)








[황순원 선생의 틀니]


소나기가 내려야 무지개가 뜬다. 무지개가 뜨지 않으면 하늘은 아름답지 않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해는 더욱 빛난다. 따라서 무지개는 소나기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지개만 보고 소나기는 보지 못한다. 소나기가 왔기 때문에 무지개가 떴다는 사실을 잊어 버린다. 왜 내 인생에 불행의 소나기, 고통의 소나기가 퍼붓느냐고 원망한다.” (p. 417)


한껏 소나기가 퍼붓다가 그치고 이어서 햇볕이 들 때 무지개가 나타난다. 빗물에 씻긴 맑은 공기 위로 무지개가 떠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지개를 쳐다보게 된다. 같은 공간 속에서 그저 한순간 무지개가 생겼을 뿐인데, 무지개 하나로 세상은 갑자기 밝음과 희망의 이미지로 가득 차는 것만 같다.


예전의 나는 나의 삶이 좋은 것, 기쁜 것, 즐겁고 행복한 것들로만 가득차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좋아 보이는 타인의 삶도 그 안에는 저마다의 고민, 걱정이 있다. 하늘의 무지개도 소나기가 퍼부어야만 나타나는 것이다. 나의 삶에 불평을 가질 때 이 글이 생각날 것 같다. 지금 내 모습이 불만족스럽다면 소나기가 내리는 중이라고 생각해보자. 내리는 비는 언젠가는 그칠 것이고, 흐렸던 날들에 대한 위로의 무지개가 뜰지도 모를 일이다.










‘시알못’인 나에게는 시에 담겨 있었던 시인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좋았다.

정호승 시인의 시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시인의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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