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 - 당신을 위한 퇴근 편지
조유일 지음 / 모모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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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작가의 말을 전해준다. 글과 어울리는 감성적인 그림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한층 부드럽게 만들었다.




책을 읽으며 인상깊었던 부분을 아래에 몇 가지 소개해본다.




어른이 된 난 이제 장난감을 사 오셨던 아버지 그 이면의 이야기를 상상해보곤 한다. 밤늦게 일을 마치고 지친 어깨로 돌아오신 아버지는 어떤 마음으로 장난감을 올려놓으셨을까.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게 됐을 때 고된 하루는 이해받으셨을까. 아니면 비싼 장난감은 주지 못해 슬퍼하셨을까. 그저 당신의 기쁨이었길 어른이 된 내가 과거의 아버지를 향해 바랄 뿐이다.” (p. 36)


나는 우리 부모님의 기쁨이었을까. 아이의 행복한 미소에 마음이 활짝 피어나는 지금의 내 마음과 같았을까.






힘들었던 그때가 어둡고 파랗던 것은

끝이 보이지 않던 바다처럼

깊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p. 60)


내 마음이 검푸른 바다가 되었던 순간이 있었다. 당시에는 힘들기만 했지만, 그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기에 그것조차 참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저자의 글이 내 앞에 그 시간을 다시 불러왔다.






마지막이란 가명을 쓴 계절이면서 새 출발의 꿈틀거림을 감춘 계절이었다. 그래서 겨울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차곡히 쌓인 눈 속에 파묻혀 봄을 기다리는 새싹, 파릇한 생명을 기약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끝나지 않는 시작만을 알린다.” (p. 181)







.

별거 아닌 추억에 휘감기는 순간이 있다.

추억이라 부르기엔 사소한, 스쳐 꺼내기도 모호한

그러나 그리운 순간이 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p. 187)


별거 아닌 순간인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아 있는 시간들이 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던 그때, 자주 지나갔던 밤 산책길, 부드러운 봄바람을 맞으며 계단에 앉아 있던 순간... 별거 아니지만 나에게 별것이 되어버린 그 순간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






지금까지 쌓아온 당신의 정답으로부터 앞으로 쌓이게 될 인생에 정답이 있다. 그저 당신이 밟아냈기에 정답으로 만들면 될 일이다. 오직 나를 위한 여행이면 된다.” (p. 252)


주변을 둘러보며 불안해하거나 초조해하지 않고, 나만의 길을 걸어가며 나만의 답을 만들어가면 될 뿐이다.









푸릇했던 시간을 떠올리게 하는 글들이었다. 나는 이제 그 시간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했지만,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그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위로가 필요한 밤. <괜찮게 살아온 거야 오늘도 애쓴 너라서>는 그 시간을 책과 함께 하고픈 이에게 어울릴만한 책이었다. 하루의 고단함을 보상해 줄 맥주 한 캔과 함께, 또는 잠들기 전 편안하게 기댄 침대 위에서 꺼내 보면 괜찮을 책이다.



이 책은 20대에게는 공감을, 그리고 그 이후의 세대에게는 과거의 시간을 꺼내 볼 기회를 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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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83
제인 오스틴 지음, 윤지관.김영희 옮김 / 민음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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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고 똑똑하고 부자인에마 우드하우스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녀는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아버지와 언니와 함께 살아오다가, 언니가 결혼하면서부터 집안의 여주인 노릇을 하게 되었다. 그 집에는 오래 함께 해온 가정교사 테일러 양도 있었는데, 그녀는 가정교사였지만 때로는 친구 때로는 어머니의 역할을 해오며 에마와 각별한 사이로 지내왔다. 그러다 최근 테일러 양이 결혼을 하게 되면서 집을 떠나게 되었고 에마와 아버지는 약간의 허전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만 사실 그 결혼은 에마가 (비공식적으로) 주선한 결혼이며, 에마 자신이 세심하게 신경 쓴 덕분에 결혼이 성사되었다고 굳게 믿었기에 약간의 기쁨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이제 이 성공의 기쁨을 토대로 다음 커플을 성사시킬 계획을 한다. 다음 목표는 이곳에 이사 온 지 일 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짝을 만나지 못한 엘튼 씨였다. 에마의 단점을 찾아내고 그것에 대해 지적하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 나이틀리 씨는 그런 그녀의 계획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본인들이 알아서 하게 두라고 충고한다.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크게 귀담아듣지 않는다. 오지랖 넓은 아가씨 에마 양의 중매 이야기와 그녀 자신의 러브 스토리가 궁금하다면 한번 읽어보시길...





제인 오스틴의 소설은 항상 재미있다. 읽고 나면 기분도 좋아진다. 그래서 자꾸 찾게 된다. 이번에 읽은 <에마>는 오래전에도 읽었던 소설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영화 <에마>가 업로드된 것을 보며 잠시 이 작품에 대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았는데, 처음과 끝만 생각이 나고 중간 부분은 하나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고자 다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전에는 열린책들에서 번역된 책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민음사의 번역본으로 읽게 되었다. 내용은 같지만 다른 디자인, 다른 번역의 책이라 새로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에마와 그녀 주변 사람들의 러브스토리뿐만 아니라 그녀 내면이 성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이전에 이 작품을 읽을 때에는 배우자감으로 이상적인 성격과 분별 있는 태도에 집중해서 보았다면, 이번에는 주인공의 내면의 성장에 더 집중해서 보게 되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곤욕에 빠진 에마. 자신감이 넘치다 못해 오만해 보이는 그녀였지만, 자신의 실수로 인해 벌어진 일들을 경험하며 그녀의 모난 부분은 조금씩 다듬어진다. 그녀의 불완전한 모습을 보며 나는 내 안의 이기적인 모습들과 빗나간 판단들이 불러일으킨 과거의 실수들이 떠올랐다.



제인 오스틴의 작품을 좋아한다면 이 소설도 빼놓지 않고 읽어보길 바란다.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고전을 찾는 이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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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
자넬 브라운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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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들의 흠잡을 데 없는 표면을 벗겨내면 언제나 훨씬 복잡한 내면이 드러난다. (p. 137)




소설의 주인공니나는 대학에서 예술사 학위를 따고 지금은 그녀의 남자친구라클란과 함께 도둑 및 사기꾼으로 일하고 있다. 그녀가 열심히 그녀만의 작업을 하는 이유는비호지킨림프종이라는 지독히 돈이 많이 들어가는 병에 걸린 그녀의 엄마 때문이다. ‘이번 치료만 끝나면 완치되겠지라는 생각으로 비싼 치료를 받아왔지만, 매번 치료는 실패했고 치료 비용은 나날이 늘어만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니나가 잠깐 집을 비운 사이에 경찰이 그녀를 찾아오는 일이 생겼고, 그녀는 잡히지 않기 위해 집을 떠나야만 했다. 그녀는 남친 라클란과 함께 타호 호수를 새 목적지로 정하고, 그곳과 관련되는 새로운 범죄 타깃을 찾아냈다. 바로 웨스트코스트 리블링의 상속녀이자 인스타그램 패션 인플루언서인바네사 리블링이었다. 그런데 이 새로운 표적인 바네사와 니나는 약간의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니나가 10대 시절 잠깐 타호 호수에 살았었고, 그때 바네사의 동생과 친하게 지냈었다는 사실이었다. 니나는 그녀의 작업에 덧붙여 과거의 일과 관련된 복수를 꿈꾸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니나와 라클란이 아닌애슐리 스미스마이클 오브라이언이 되어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려 한다. 페이스북과 개인 웹사이트 등을 새로 만들어 정말로 그들이 존재하는 사람인 것 처럼 꾸며 내기 시작했다. 바네사는 이 사기꾼 커플을 정말 의심 없이 믿게 될까? 이번에도 그들의 작업은 성공할까? 타호 호수에서 니나는 과거에는 어떤 사건을 겪었던 것일까? 주인공 니나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 것인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많은 궁금증이 생겨났다. 지난 과거의 일과 관련되어 앞으로 뭔가 더 큰 사건에 휘말릴 것만 같은 분위기가 감돌았고, 계속해서 흥미진진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어 장편소설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우리가 바네사만을 위한 소셜 미디어 계정을 부지런히 구축했다는 사실을 바네사가 알아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인터넷상에는 마이클 오브라이언과 애슐리 스미스가 수천 명이나 존재한다. 그러니 우리가 구축한 가상 공간을 찾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하지만 바네사가 충분히 노력한다면 인터넷에서 우리를 찾아낼 수 있을 테고, 혹시라도 느낄지 모를 두려움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대중이 자신을 해부해 속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꺼이 온라인상에 자신을 펼쳐놓지 않으면 정직하지 못하고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한다. (p. 76)





소설은 편집이 잘 된 영화처럼 장면들이 흘러가 재미있게 잘 읽혔다.





컵케이크, 우리는 정갈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는 리블링이야. 그 누구도 우리 내면을 들여다봐서는 안 되고 우리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내서는 안 돼. 바깥에는 우리가 약하다는 징후를 보이기만을 기다리는 늑대들이 우글거린다. 스스로 강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 절대로, 절대로 그 모습을 사람들에게 들켜서는 안 돼. 그러니까 네 사람으로 돌아가서 다시 멋진 네가 되어야 해. 이 일에서 벗어나 앞으로 나가야 하는 거야.” (p. 214)





소설은 니나와 바네사의 시점을 옮겨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렵게 살아온 니나와 달리 풍족한 환경에서 자란 바네사는 아무런 걱정이 없이 살았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녀도 그녀대로 힘든 삶을 살아왔다. 그렇지만 바네사는 힘든 내색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약점을 드러내서는 안된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애슐리라는 가상의 인간을 꾸며내어 연기하는 사기꾼 니나와 즐겁고 밝은 모습만을 연출하던 인스타그램 속 바네사의 모습은 전혀 다른 삶이지만 어딘가 닮아 보였다. 그들은진짜 내 모습이 무엇인지 그들의 정체성에 대해 혼란스러워한다. 그런데 그것은 SNS 좋아요의 바다에서 뭔가 모를 공허함을 느끼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몇 초도 되지 않아 사진 아래에 나를 위로하는 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바네사를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파요.” , “너무 슬픈 사진이에요.” , “바네사, DM을 보내줘요. 랜선포옹을 보내줄게요.” 관대한 이방인들이 친절한 댓글을 달아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달아주는 댓글은 영화관 차양에 적힌 글자처럼 허무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내 글에 답글을 단 사람들이 몇 초도 되지 않아 나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다음 게시글로 넘어가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p. 241)







우리는 SNS 너머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고 기척도 없이 우리 삶을 지켜보고 있음을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린다. 팔로어들이 아니라 그저 관찰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우리는 우리를 지켜보는 사람들 가운데 어떤 사람이 섞여 있는지, 그들이 우리를 관찰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절대로 알지 못한다. (p. 461)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재미있었다. 영화를 한 편 본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소설은 아마존에서 드라마화가 예정되어 있다고 하며, 니콜 키드먼이 주연으로 내정되었다고 한다. 니콜 키드먼이 어떤 역할로 출연하게 될지, 소설 속스톤헤이븐대저택의 모습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인스타그램 속에서 자신의 행복한 일상을 올려 둔 많은 사람들의 실제 삶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들의 진짜 삶은 SNS의 사진 속 삶과 얼마나 가까울까? 그들은 SNS 속 자신의 모습을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라고 생각할까? 그리고 그 생각은 이내 나를 향했다. 나는 SNS 속 내 모습을 진짜 나라고 생각하는가? <프리티 씽>은 단순히 스토리만 재미있는 소설이 아니라 인생에서 정말로 가치 있는 것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나에 대한 고민을 하게끔 이끌어준 책이었다.




반전이 이어지는 흥미진진한 범죄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인플루언서의 삶과 관련된 소재가 끌린다면, 인스타그램의 이미지 바깥에 가려져 있던 불편한 진실들을 마주하고 싶다면 이 소설 <프리티 씽>을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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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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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여러 가지에 대한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바보들에 대한 이야기다.(p.15)




강도가 한 아파트에서 인질극을 벌였다. 범인은 39세 평균 체력을 가진 동네 주민이다. 그는 권총을 손에 쥐고 집을 나서면서 은행강도가 되려고 했으나, 약간의 문제가 생겨 은행강도다운 일을 벌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경찰이 출동하자 겁에 질려 도망치게 되었고, 우연히 한 아파트의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고는 그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아파트 구매를 위해 구경하러 온 사람들이 있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인질극이 벌어졌다. 몇 시간 뒤 강도는 항복했고, 인질 여덟 명은 풀려난다. 그런데 2-3분 뒤 경찰이 범행 현장을 들이닥쳤을 때, 은행 강도는 없었다. 출구는 모두 닫혀 있었는데 그는 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경찰 측에선 출구가 없는 곳에서 범인이 사라졌기 때문에 인질 중에서 누군가가 범인의 도주를 도왔다고 예상했다. 그렇지 않다면 아직 도주하지 않았으리라 추측했다. 그래서 경찰은 사라진 은행 강도를 찾기 위해 인질이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점은 따로 있었다. 경찰이 들이닥치기 직전 그곳에서 총성이 들렸고, 도착해보니 그곳엔 핏자국이 흥건했지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다. 혹시 범인이 뛰어내렸나 생각해 보았지만 아래에도 역시 아무 흔적이 없었다. 정말 이상한 사건이었다. 그 피는 정말 범인의 것이었을까? 인질들은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일까? 경찰의 추리는 맞아떨어질까? 대체 그날의 진실은 무엇일까?


페이지를 넘길수록 궁금함이 늘어갔고, 어서 진실을 알고 싶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계속 읽어 나갔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빌어먹은 장난감 권총이, 거의 진짜 같았던 그 권총이 진짜처럼 보였던 이유는 진짜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계단에서 큰사슴과 개구리와 원숭이 그림이 바람에 나풀거릴 때 꼭대기 층의 어느 아파트에서는 러그가 피에 흠뻑 젖는다. (p. 101)





이 소설은 어딘가 좀 바보스럽고 마음이 아파 보이기도 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바보들이 많이 나와서 그런지 소설은 심각한 상황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소재만 보면 매우 긴장감 있고 심각한 분위기가 연상되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피자 주문 할까요?”

그 생각에 즐거워진 로가 실수로 로게르를 팔꿈치로 찌르자 그는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깨어났다. 그가 고개를 들었다.

왜요?”

피자요!” 로는 했던 말을 반복했다.

피자? 지금?” 로게르는 콧방귀를 뀌고 손목시계를 보았다.

이번에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던 은행 강도가 체념의 한숨을 쉬었다. “안 돼요. 일단 나는 돈이 없어서 피자를 주문할 수 없어요. 나는 심지어 인질마저 굶겨 죽이는 사람이에요······.” (p. 261)





인질극에 말려든 사람들은 모두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그들의 모습은 서로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인질극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그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에게는 드러내지 못한 각자의 상처가 있었지만, 함께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모난 마음이 다듬어져간다. 풀지 못했던 그들만의 문제들이 풀려나간다.



소설을 읽는 내내 겉으로 보이는 사람의 모습과 실제 그 사람과의 간극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겉으로 보았을 때는 이해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보이더라도, 사실 그 사람이 지나온 시간들과 그 사람 내면의 생각을 들여다보게 된다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소설 속 이야기처럼, 사람들 사이에서 어긋난 관계는 결국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진실된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해결될 수 있다.





흔히 인간의 성격은 경험의 총합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게 전적으로 맞는 말은 아니다. 과거가 모든 것을 규정한다면 우리는 자기 자신을 절대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어제 저지른 실수들이 우리의 전부는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선택, 다가올 미래도 우리의 전부라고 말이다. (p. 462)





우리는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고, 더 사랑하고 사랑받아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크고 작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보다. 그러나 때로는 바보가 아니기도 하다. 내가 이 소설을 읽으며 얻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바보들이 넘쳐나는 유쾌한 인질극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이에게, 이해할 수 없던 누군가를 이해해 보고 싶은 이에게, 그리고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간 소설에 관심이 있는 이에게 <불안한 사람들>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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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질문 - 내 안의 두려움을 마주하는 인생의 지혜를 찾아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 제작팀 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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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국의 생물학자 데니스 노블 교수의 한국 사찰 여행 다큐멘터리를 촬영하면서 그와 스님들 간의 대화를 엮어 만든 내용이다. 사실영국의 생물학자가 한국 사찰에는 왜?’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책에서는 그가 전부터불교특히원효대사에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다큐멘터리 촬영 제안을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한다. 나는 그들이 함께 찾아가는오래된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지 궁금했고, 의외의 조합이 가져오는 새로움도 기대되었다.




“그래서 처음 한국의 유서 깊은 사찰들로 여행을 떠나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을 때, 그동안 간절히 꿈꿔왔던 일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했습니다.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가방을 싸게 되었죠. 제 과학적 입장과 맞닿아 있다고 느낀 불교를 좀 더 깊이 연구하고, 그 사상을 몸소 실천해오신 스님들을 직접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니까요. 저는 이 여정을 통해 현대 과학과 불교 사이에 아직 발견하지 못한 유사성이 더 있는지 알아보고 생명의 진리에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서고자 합니다.” (데니스 노블, p. 23)



불교와 과학은 서로 정반대에 있다고 생각되지만, 데니스 노블 교수는 자신의 분야를 연구할수록 불교의 개념과 자신의 관점이 비슷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불교에 대한 관심으로 20년 가까이 불교를 공부해왔다고도 한다.



그는 한국의 사찰에서 성파 스님, 도법 스님, 정관 스님, 그리고 금강 스님을 만나게 된다. 책은 삶은 왜 괴로운가?’, 나는 누구인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4가지의 큰 주제로 나누어 다섯 명의 사람들이 돌아가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 





책 속에서 인상깊었던 부분을 아래에 소개해본다.




1.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봅시다. 여기 아주 나쁜 짓을 한 사람이 있어요. ‘저 나쁜 놈.’ 부처님도 이것까지는 가는 거예요. 그런데 우리는 거기서 더 나아갑니다. ‘저 나쁜 놈하면 곧바로 분노, 증오, 적개심이 이어지죠. 소위 정의감이 강하다는 사람일수록 그런 감정이 더 강하게 표출됩니다. 이게 두 번째 화살인 거예요.


이렇게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맞으면 점점 나의 고통이 불어납니다. 우리 주변에서 보면 사소한 시비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죠. 아파트 소음 때문에 주먹다짐을 하고, 주차 문제로 살인도 일어납니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분명합니다. 대부분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 네번째 화살··· 이런 식으로 계속 화살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도법, p. 38~39)


도법 스님의 말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다. 불교 경전에는 깨달음을 얻은 사람, 또는 자기 참모습을 잘 알고 사는 사람은 두번째 화살을 맞지 않는다(p.37) 고 한다. 눈앞의 것을 그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고, 마음속에서 그것을 움켜잡는 것은 계속해서 화살을 맞아 상처와 고통을 늘리는 것과 같다.






2.


나를 화나게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면 좋을까요. 먼저 내 마음속의 틀부터 버려야 합니다. 일단 상대방을 현재의 상태 그대로 인정하는 거예요. ‘저 사람은 저럴 수밖에 없었다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자라온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살아오면서 겪은 어떤 경험 때문일 수도 있고, 사회적인 가치관의 차이도 있을 수 있죠. 지금 저 사람이 저렇게 행동하는 이면에는 여러 가지 이유와 원인이 존재합니다.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모습을 떠나서,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를 보게 되면 내 마음의 반응도 달라집니다.” (금강, p. 43)


금강 스님은 주변과의 인간관계로 힘든 사람들을 위한 조언을 들려주었다. 내가 사람들로부터 마음이 상할 때에는 사실 나 자신이 만든마음의 틀로 상대를 재단하고 끼워 맞추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그럴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해보라고 한다. 그러면서 모든 문제는 내 마음에 있는 것’(p.45)이란 말을 덧붙인다.






3.


언어는 인간이 소통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만든 도구입니다. 본래 하나인 것을 이쪽은 손바닥, 이쪽은 손등이라고 규정한 것뿐이죠. 그런데 우리는 편의를 위해 임의로 규정한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어느샌가 언어의 틀에 갇혀서, 그 틀로만 바라보고 사고하게 되는 거죠. 결국 실재와 멀리 떨어져 있는 개념을 마치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알고 사고하게 된 거예요.” (도법, p. 93)


우리는 본디 하나인 것의 실체를 알아채지 못하고, 서로를 구별하고 다른 것으로 받아들인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사회문제들의 다수도 이것과 관계되어 보인다.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잊고, 너와 나를 구분하여 생각하기에 서로를 이기려는 마음이 생기고 그 속에서 끊임없는 고통을 받게 된다.






4.


이걸 일기일회(一期一會)라고 합니다. ‘평생 단 한 번의 만남, 생애 단 한 번의 기회를 뜻합니다.


지금 이 만남이 이 세상에서 단 한번의 인연입니다. 지금 이 순간이 세상에서 단 한번의 기회입니다. 우리가 만나는 때가 모두 기회이니 그것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일기일회의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항상 새롭고, 잘해보고 싶은 의지가 생겨납니다. 언제 어떤 일이든, 어느 사람이건, 나에게 다가오는 모든 것들을 당당하게 맞을 수 있어요.


인생에서 좋은 때라는 건 따로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하게 살아내는 것이 바로 가장 좋은 때이자 좋은 삶입니다.” (금강, p. 245)







  ♣ 




책 속에는 좋은 말씀이 가득했다. 쉬운 말로 설명을 해주어 그런지 불교가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래서 불교 입문자가 보기에 괜찮은 책이라 생각했다.



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큰 줄기의 질문들을 던져 놓고 쉬운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어렵지 않게 읽힌다. 그렇지만 무거운 질문의 무게 때문인지 책의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았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하여 깨달음이 한순간에 찾아오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내가 좀 더 편안해지고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태도를 이 책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번 신간 <오래된 질문>을 재미있게 읽어서 다큐멘터리 <Noble Asks>도 개봉하면 꼭 챙겨 보고 싶다.



쉬운 불교 입문서를 찾고 있다면, 세계적인 생물학자와 한국의 큰스님들과의 만남이 궁금하다면 <오래된 질문>을 읽어 보길 권한다. 이 책을 펼치면 편안한 마음, 세상을 향한 좀 더 넓은 시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다산초당)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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