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행복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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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무언가 비밀스럽고 으스스한 분위기에서 시작한다. 돼지고기를 재료로 사용해 직접 오리의 먹이를 만드는 엄마의 모습에서 시작되는 소설. 썰고 자르고 삶고 가는 과정을 들려주는 것에서 왠지 모를 서늘함이 전해진다.



소설은 계속해서 특정 사건을 떠오르게 했다. 대한민국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그 사건 말이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이 사건의 결과가 짐작되면서도 동시에 정유정 작가만의 스토리와 결말이 기대되기도 했다.




행복한 순간을 하나씩 더해가면, 그 인생은 결국 행복한 거 아닌가.”

아니, 행복은 덧셈이 아니야.”

그녀는 베란다 유리문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마치 먼 지평선을 넘어다보는 듯한 시선이었다. 실제로 보이는 건 유리문에 반사된 실내풍경일 뿐인데.

행복은 뺄셈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거.” (p. 112)


일반적이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반인은 이해할 수 없는 사고방식과 행동의 기준을 가졌으리라. 주인공의 공감할 수 없는 사고방식이 놀라우면서도, 그도 그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것일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을 함부로 짓밟으면서도 그것이 잘못인 줄 모르는 그런 사람들... 이 부분은 그런 생각이 들게 했다.





모티브가 된 사건에 대해서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소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 없었고 단숨에 읽어내려갔다. 뒤로 갈수록 긴장감이 커져 손에는 땀이 맺혔다. 이렇게 교감신경을 강하게 자극하는 소설이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역시 정유정 작가다웠다.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는 기대 이상이었으며 예상대로 끔찍했다. 그리고 엄마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많은 규칙 속에서 살아가는 주인공 아이가 너무나 안타까워 내내 마음이 아팠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한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이며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다만 늘 기억해야 한다. 우리에겐 행복할 권리와 타인의 행복에 대한 책임이 함께 있다는 것을. (p. 522 작가의 말 중에서)





여름의 더위를 식혀줄 서늘한 이야기를 찾고 있다면, 대한민국을 놀라게 했던 끔찍한 사건과 작가의 상상력이 만나 탄생한 흥미진진한 소설이 궁금하다면 <완전한 행복>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소설의 제목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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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 일상에서 발견하는 호기심 과학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 1
사물궁이 잡학지식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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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을 하며 깨달은 사실은 세상에 중요하지 않은 궁금증은 없다는 겁니다. 당연히 답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질문들을 조사해보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고, 의미 없어 보이던 것들에도 우리 삶과 관련해 매우 중요한 이야기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도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일상의 당연한 일들을 당연하지 않은 관점에서 생각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분들도 사고의 폭을 넓혀서 세상을 좀 더 재미있게 바라보았으면 합니다. 세상에 이유 없이 만들어진 것은 없습니다. 이 책도 그러하길 바랍니다.” (p. 5~6)




평소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들려주는 책이다. ‘자다가 움찔하는 이유’, ‘감기에 걸렸을 때 한쪽 코만 막히는 이유’, ‘전기 콘센트의 구멍이 기울어져 있는 이유’, ‘철로에 자갈을 깔아 둔 이유는?’, ‘비 오는 날에는 개미집이 물에 잠길까?’ 등등 궁금했지만 무얼 어떻게 찾아보아야 하나 막막했던 것들에 대한 답이다. 이런 것들을 몰라도 살아가는 데에 큰 지장은 없지만 왠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들이다. 평소 그런 호기심이 많았던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책 속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부분 몇 가지를 아래에 소개해본다.



1.


사람은 두 개의 콧구멍을 모두 이용해서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자율신경계에 의해 한쪽씩 번갈아 가면서 숨을 쉽니다. 사람에 따라 몇 시간 주기로 양쪽 콧구멍의 코점막이 수축과 팽창을 교대로 하며 기능하고, 이를 비주기라고 합니다. 비주기의 목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코에 휴식할 시간을 주기 위해서라는 게 지금까지 학계의 정설입니다.” (p. 60)


책에서 설명하는 대로 콧구멍을 한쪽씩 번갈아 막으며 숨을 쉬어 보았다. 정말 한쪽은 숨이 잘 쉬어지고 다른 한쪽은 약간 덜 쉬어졌다. (이걸 따라 해보면서 엄청 대단한 발견을 한 듯 기뻤다...ㅋㅋㅋ) 평소에는 잘 못 느끼는 기능이지만, 코가 막힐 때에는 팽창된 점막 쪽 콧구멍이 (수축한 쪽과 비교해) 완전히 막혀 버리기 때문에 우리는 한쪽 코만 막힌다고 느낀다고 한다. 또한 자려고 누웠을 때 코가 더 막히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누워있을 때는 머리 방향으로 피가 쏠리면서 혈관이 팽창하여 하비갑개가 부풀어 오르기 때문’ (p. 62) 이라고 한다. 비염 환자로써 궁금했던 내용들이었기에 이 부분을 특히 더 재미있게 읽었다.





2.


공중화장실의 고체 비누는 깨끗할까에 대한 질문도 재미있었다. 왠지 모르게 예전부터 공중화장실의 고체비누는 만지기가 께름칙했다. 이전의 사용자들로부터 세균이 옮겨져 있을 것 같단 생각도 들었었다. 그러나 저자는 비누의 pH가 높아 세균이 생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중화장실의 비누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비누 자체가 아닌 비누 거품에는 세균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것이 새로운 사용자에게 묻더라도 그 역시 물로 비누거품을 헹굴 때 세균이 씻겨 내려가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





3.


우리는 ‘ARHGAP11B’라는 유전자 덕분에 신피질이 발달하고 뇌의 주름도 많아진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를 다른 동물들과 구별짓게 만들어준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를 대상으로 동물실험을 했었다고 한다. 그들은 쥐와 페럿을 거쳐 마모셋 원숭이에게 이 유전자를 삽입하는 실험을 했고, 2020 <사이언스>지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고 한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ARHGAP11B 유전자가 삽입된 원숭이 태아의 뇌세포가 일반 원숭이 태아의 뇌세포보다 2배 이상 급속히 팽창했고, 뇌세포 숫자도 인간과 같은 수준으로 눈에 띄게 증가했습니다. 또한 뇌 주름도 인간과 매우 유사하게 형성되었습니다. 겨우 유전자 하나로 이러한 변화가 나타나자 과학자들도 많이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그래서 이 연구는 해당 원숭이 태아를 중절시킴으로써 중단됐습니다. 만약 유전자 조작 원숭이가 그대로 태어났더라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까요?” (p. 184~185)


영화에서 보아왔던 장면들이 떠오르는 결과였다. 과학의 발전에 놀랍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이 더 이상 건드려서는 안되는 영역이 아닌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소해서 물어보지 못했지만 궁금했던 이야기>는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느낌의 책이었다. 이 책 덕분에 쌓아 두었던 궁금증들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평소 주변의 것들에 호기심이 많았던 사람에게, 자라나는 아이의 넘쳐나는 질문들에 답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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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 - 언택트 미술관 여행 EBS CLASS ⓔ
정우철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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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을 통해 독자분들이 화가의 삶에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편으로는, 더 나아가 우리네 삶을 반추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마 화가들의 인생은 여러분에게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전해줄 거예요.” (p. 7)




EBS 교양 강좌 중 하나였던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 극장>이 동명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미술계의 스토리텔러라고 불리는 저자 정우철은 어려운 작품 해설에 집중하기보다는 화가들의 삶에 포커스를 맞추고 작품을 관련지어 설명한다. 그는 이번 신간에서 구스타프 클림트, 툴루즈로트레크, 알폰스 무하,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클로드 모네라는 5명의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한다.



미술작품에 대한 어려운 지식적 설명이 아닌, 하나의 스토리 속에 물 흐르듯 흘러가는 저자의 글은 읽는 이를 집중시키고 이해도를 높이는 듯했다.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배경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어낼 수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 미술 입문자, 미알못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저자가 소개한 다섯 명의 화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화가는 툴루즈로트레크였다. 귀족 가문의 근친혼으로 인한 유전병으로 불편한 몸을 이끌고 살아야 했던 그의 스토리가 가장 드라마틱했다.



그리고 책에 실렸던 작품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알폰스 무하의 <지스몽다>포스터였다. 홍보용 포스터임에도 너무나 새롭고 예쁜 디자인에 당시 사람들이 다 뜯어가 자기 집에 걸었다는 이 작품은 지금 보아도 여전히 아름다웠다.



화가들의 삶 속에서 그들의 작품을 감상하고 알아가니 더 재미있었고 이해도 잘 되었다. 방송에서는 더 많은 화가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던데 그것 또한 다음 책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BS에서 방영했던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을 재밌게 보았던 사람이라면, 화가의 삶과 그들의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쉽게 읽히는 미술 교양 서적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슨트 정우철의 미술극장>을 읽어 보길 바란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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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숲의 레몬 과일 채소 히어로즈 시리즈
사토 메구미 지음, 황진희 옮김 / 올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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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잘 먹지 않는 채소와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히어로의 조합이라니!

뭔가 귀엽고 웃겨 보이는 책 띠지 속 과일 채소 히어로즈의 모습이 이 책의 내용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책의 제목대로 맛있는 숲에 살고 있는 레몬이 이 책의 주인공이다. 레몬은 달콤하지도 않고 식탁위의 반찬이 되지도 못한다는 이유로 과일과 채소들의 무리에 어울리지 못한다. 그러다 향신료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그러면서 맛있는 숲의 히어로가 되어 숲에 침입한 나쁜 적들을 물리치게 된다.



이 책은 귀여운 캐릭터로 엄마의 마음을, 히어로 이야기로 아이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았다. (둘 다 매우 만족하면서 읽었음ㅎㅎ) 또한맛있는 숲의 배경 속 숨어있는 채소, 과일들의 모습을 찾아보는 것도 읽는 이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아이는 책을 읽으며 반가운 듯이 딸기 꽃, 오이 꽃, 토마토 꽃, 키위 나비, 고추 애벌레 등을 찾아냈다. 한창 작은 것들에 집중하고 관찰하는 재미를 느끼던 아이에게는 이 또한 취향 저격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맛있는 숲의 레몬>의 가장 큰 장점은 아이에게 즐거움과 배움을 같이 전해줄 수 있다는 점이었다. 이 책은 단순히 채소와 과일이 주인공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향신료의 역할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아이는 히어로들이 적과 싸우는 과정을 재밌게 읽으며 자연스레 고추나 생강, 레몬이 조리과정에서 하는 역할을 익히게 된다.



아이가 맛이 없다고 생각하던 채소와 과일을 히어로로 만들어 재미있게 표현한 덕분에 아이는 밥상 위의 반찬들을 더 친근하게 느꼈다. 먹지 않았던 채소 반찬들에 괜히 한 번 더 손이 갔고, 그림책 속 내용을 스토리로 만들어 상상에 빠져있는 듯했다. 채소 반찬을 편식하는 아이가 있다면 이 책으로 채소와 친해져볼 계기를 만들어주어도 좋을 것이다.



아이에게 향신료의 역할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면, 아이에게 채소와 과일을 좀 더 친근하게 느끼도록 만들어주고 싶다면, 아이가 히어로물을 좋아한다면, 귀여운 그림체의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맛있는 숲의 레몬>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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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나의 고장난 시간
마가리타 몬티모어 지음, 강미경 옮김 / 이덴슬리벨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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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은 18세 소녀우나 록하트이다.


그녀는 1982년의 마지막 날을 기념함과 동시에 자신의 열아홉번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온 친구들과 파티 중이었다. 그녀는 코리, 웨인, 그리고 남자친구인 데일과 함께 밴드를 하고 있었고, 최근 쇼케이스를 마친 후 팩토리 트웰브의 스프링 투어 오프닝 무대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투어가 너무나 좋은 기회였지만 우나는 선택 앞에서 망설이고 있었다. 사실 그녀의 또다른 친구과 함께 런던으로 가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한 선택 앞에 놓인 우나는 머릿속이 복잡한 상태에서 1983년으로 향하는 카운트다운 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숫자 ‘1’이 지나자, 그녀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의식을 되찾게 된다.



그 곳에는켄지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있었다. 우나의 개인 비서로 고용되어 있다는 그는 혼란과 공포에 빠져 있는 우나에게 이곳이 어디인지,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야기해준다.



그러니까 그게······ 1982년의 당신은 더는 존재하지 않아요.”

“나도 알아요. 지금은 1983년이잖아요.”

“그렇지 않아요. 새해 첫날이 맞긴 하지만 지금은 2015년이에요. 당신은 이제 막 열아홉 살이 됐지만, 생일 축하해요, 어쨌든 당신의 물리적은 몸은 2015년에 해당하죠. 그래서 나이로 치면 당신은······.” 그는 말하다 말고 숫자를 계산하기 시작했지만 우나가 더 빨랐다.

“쉰하나?” (p. 48~49)



18세에서 하루 아침에 51세가 되어버린 우나. 그녀는 자신의 집이라고 불리는 곳을 무작정 뛰쳐나와 지하철을 타게 되고, 지하철 안에서 주머니 속에 있던 편지를 꺼내 읽게 된다. 그 편지는어제의 우나오늘의 우나에게 쓴 것이었다.



해마다 네 생일이 돌아오면, 그러니까 정확히 자정에 넌 시간 여행을 하며 네 삶의 각기 다른 시점으로 가서 그때의 네 몸에 살게 돼. 정확히 일 년 동안. 그러고 나면 네가 전에 살아보지 못한 (더 늙거나 더 어린) 또 다른 나이대로리프하게 돼. 물론 넌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하지만 단지 뒤죽박죽인 성인기를 경험한다고 생각하렴. (p. 59)




우나는 생일때마다 다른 시간대의 자신의 삶으로 타임리프 하게 된다. 언제 어디로 갈 지는 알 수 없다. 내가 만약 그런 삶을 살게 된다면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갈까? 뒤죽박죽 엉망이 된 것 같지만 그럼에도 열심히 살아갈 이유를 찾아낼까? 주인공 우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미래이기도 하고 때로는 과거이기도 한 그녀의 앞날들은 어떻게 이어지게 될까?





매 해마다 우나는 다음 번의 우나를 위해서 메모를 남긴다. 그러나 새로운 시간대에 오게 된 우나를 위한힌트들이 적혀 있는 메모는 매번 소용이 없게 된다. 우나처럼 뒤죽박죽인 시간을 흘려 보내는 사람에게도 꼭 거쳐야만 하는 경험들은 피할 수 없는 것일까. 그런데 그것이 나쁜 경험이라 할지라도 나를 더 성숙한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것이라면 그것을 정말 나빴다고 볼 수 있을까. 자신의 타임라인을 앞뒤로 돌아다닐 수 있든 아니든 경험을 통해 무언가를 배워 나가고 더 나은 나로 거듭나는 과정은 같아 보였다.





어쩌면 네 열병은 그렇게 어리석지 않을지도 몰라. 지금 네게 필요한 건 2003년의 우나가 필요로 했던 게 아닐 수도 있어. 작년의 네가 뭘 준비해놓았든 지금의 네가 꼭 그걸 따를 필요는 없잖니.” (p. 294)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그동안의 경험들에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우나처럼 타임리프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를 괴롭히는 문제들을 훌훌 털고 새롭게 시작할 수는 있다. 시간을 옮겨 다니는 우나의 삶은 그것을 지켜보는 독자에게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네 삶을 세세한 것까지 챙기려 들지 말고 그냥 살아봐. 그러면 기쁨과 의미가 절로 따라올 테니까. 대담한 것도 좋지만 책임을 피하려 들지 말고 그 중간에서 행복을 찾아. 그런 균형 감각을 길러. 최선을 다하고. 그리고 너한테 잘해줘. 특히 삶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때는 더더욱.

-사랑해, 내가- (p. 322)





소설 속 우나는 미래의 부정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해서 과거로 돌아갔을 때 그 사건을 피하지는 않았다.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 당시에는 그것이 최선의 결정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뻔히 보이는 미래일지라도 한번 뛰어들어보는 것. 당장 맛보게 될 달콤함 뒤에 씁쓸한 맛이 함께 따라오더라도 한 번 해보는 것. 다가오는 파도를 보며 고개만 절레절레 하고 있지 않고, 좋은 서핑보드를 챙겨와 용감하게 파도를 타보는 것도 삶을 재미있고 의미있게 사는 방법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려움을 이겨내면 보드 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우리의 삶도 그와 다르지 않다. <우나의 고장난 시간>은 나에게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하고, 따라오는 결과는 온전히 받아들이며 배우고 성장해 나가는 삶에 대해 알려주었다.





【 우나는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연속성과 의미를 추구할 테지만 지금처럼 행복한 순간들을 포착해 즐기기도 할 터였다. 세월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든 아예 흘러가지 못하게 막을 수는 없었다. 시간도 안전을 보장해주지는 못한다. 아무리 좋은 일도 끝나기 마련이었다. 다만 주어진 시간을 마음껏 즐길 뿐이었다. 우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었다. (p. 515)





매년 자신의 생일마다 다른 시간대의 자신으로 옮겨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재미있고도 감동적인 소설을 만나고 싶다면, 의미있게 삶을 살아내는 자세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우나의 고장난 시간>을 추천한다.





이 글은비전비엔피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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