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나무들
헤르만 헤세 지음, 안인희 옮김 / 창비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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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무와 관련된 헤르만 헤세의 글을 모아 놓은 것으로,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에세이 18편과 시 21편이 실려 있다. 내가 좋아하는헤세나무의 조합 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거기다가 푸릇한 감성이 넘치는 나무들의 일러스트까지 함께 실려 있어 조금의 고민도 없이 구매로 이어진 책이다. 헤세의 글과 함께 초록의 감각을 깊이 느껴보고자 이 책을 펼치게 되었다.




그들은 고독한 사람들 같다. 어떤 약점 때문에 슬그머니 도망친 은둔자가 아니라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스스로를 고립시킨 위대한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이들의 우듬지에서는 세계가 속삭이고 뿌리는 무한성에 들어가 있다. 다만 그들은 거기 빠져들어 자신을 잃지 않고 있는 힘을 다해 오로지 한가지만을 추구한다. 자기 안에 깃든 본연의 법칙을 실현하는 일, 즉 자신의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 자신을 표현하는 일에만 힘쓴다. 강하고 아름다운 나무보다 더 거룩하고 모범이 되는 것은 없다.” (p. 7~9)




작고 얇은 책이지만 글이 가진 깊이는 상당했다. 쉽게 지나쳐가기 힘든 문장들로 가득 차 있었다. 평소 나무와 그것을 둘러싼 자연을 좋아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저 그것을 바라보기만 했고 어렴풋한 인상으로 느끼고 기억했다. 그러나 헤세는 그것을 단순히 바라보는 것을 넘어 그 속에 담겨 있던 이야기들을 찾아내 펼쳐내 보였다. 그것도 글로써 만들어낸 아름다운 표현들로 말이다. 나무와 자연에서부터 이어진 그의 내면의 생각들 또한 밖으로 풀어낸다. 그는 우리와 다른 눈을 가졌던 걸까. 생각의 깊이의 차이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이 순간 그의 글을 감상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글은 헤세가 쓴 [봄밤]이라는 시였다. 그 시를 읽으면 봄밤에 대한 한 장의 이미지가 그려지는 것을 넘어서 그것을 감싸고 있던 공기의 감촉까지 느껴지는 기분이 든다. 봄날이 손에 닿을 것만 같은 그 기분이 좋아 두고두고 반복해서 시를 읽었다.



헤르만 헤세의 글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깊이 있는 휴식을 원하는 사람에게, 그리고 책 한 권과 함께 눈과 마음으로 나무를 즐기고 싶은 사람에게 <헤르만 헤세의 나무들>을 추천한다.


겉과 속이 모두 예쁜 책이었다. 나무와 책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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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 내 것이 아닌 아이
애슐리 오드레인 지음, 박현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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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차 안에서 누군가의 집을 몰래 훔쳐보고 있다. 그 집 안에는 한 가족이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던 여자는 자신을 닮은 한 아이를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넨다. 한때는 그녀의 딸이었던 아이. 그녀는 오늘밤 전남편에게 두꺼운 종이 더미를 전해주기 위해 왔다고 한다. 그녀가 직접 쓴, 그녀의 시점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그에게 들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소설은 전남편에게 들려주기 위해 써온 글을 읽듯이 진행되었다. 그와 그녀의 만남에서부터, 그동안의 자신의 생각들, 자신의 부모와의 관계까지 모두 주인공 블라이스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그녀가 들려주고 싶었지만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담담하게 말한다.



블라이스는 자신을 버리고 떠났던 엄마처럼 될까봐 두려워했지만, 그럼에도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출산 직후 시작된 육아는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힘들었고, 그녀는 여느 엄마들처럼 자신의 아이를 예뻐하는 마음이 샘솟지 못했다. 그것은 난생처음 해보는 육아가 힘들어 마음이 지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할머니 때부터 대물림되었던 불안정한 애착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가장 사랑받고 의지해야 할 존재에게조차 거부당했던 경험은 마음속 깊은 상처로 남아, 자신의 사랑을 가장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온전히 애정을 쏟아붓지 못하게 만들었다.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른 걸까? 나는 어째서 그 애를 원했을까? 어째서 나는 나를 낳은 엄마와 다를 거라고 생각했을까? (p. 68)




나는 그 애가 내 것이라는 사실에 너무도 실망했어.

그 애의 행동 중 어떤 것은 전형적인 행동으로 분류된다는 것도 알았어. 당신은 그저 한 단계일 뿐이라고, 유아의 심술이라고, 행동 발달의 증상이라고 일축해버렸어. 괜찮아, 나는 스스로에게 확신을 주려고 애썼어. 하지만 그 아이에겐 그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게 있는 고유한 상냥함이 없었어. 아이는 애정을 내비치는 일이 너무 드물었지. (p. 105)




그녀의 딸 바이올렛은 올바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한 것뿐만 아니라 타고난 기질에도 문제가 있었던 아이였다. 엄마 역할을 유난히 힘들어했던 블라이스에게 그런 딸은 너무나 벅찬 존재였다. 서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엄마와 딸. 어디부터가 문제의 시작일까 생각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누구의 탓이 크다고 비난할 수 있을까. 모두가 안쓰럽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소설 속 이야기는 블라이스의 시점에서만 전해지기 때문에 이것이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의심을 하면서 읽기도 했다. 바이올렛은 그동안 엄마를 어떻게 생각해 왔을까. 아이는 정말로 엄마를 미워한 걸까, 아니면 더 사랑받기 위해 일부러 그런 행동을 보였던 걸까. 아이의 본심은 무엇이었을까. 아이가 좀 더 많은 사랑과 적절한 반응을 받았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어쩌면 어릴 때 엄마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던 블라이스도 자신의 엄마에게는 지금 그녀의 딸과 같은 모습은 아니었을까.



책을 덮고도 의문은 끝없이 떠올랐고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작가가 들려주는모성은 무겁고 어두웠다. 그녀는 소설을 통해 모든 여성에게 모성은 당연한 것이 아님을, 어릴 때 양육자로부터 받는 경험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무섭게 보여준다. 이 작품이 그녀의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랍다.




블라이스?”

?” 나는 문간에서 뒤돌아보았어.

나는 네가 나처럼 되는 법을 배우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어떻게 하면 네가 다른 사람이 되도록 가르칠 수 있는지 모르겠구나.”

엄마는 다음 날 우리를 떠났어. (p. 388)




한 가족에 관한, 엄마와 아이에 관한 끔찍한 이야기였다. <케빈에 대하여>란 작품이 떠오르기도 했다. 모성에 관해, 그리고 올바른 양육방식에 관해 고민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한 여자에게 대물림되어온 끔찍한 삶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소설 <푸시>를 권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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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 치료감호소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
차승민 지음 / 아몬드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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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모두 대변할 마음도, 능력도 없다. 또 이들을 그저 불쌍하게만 보아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원에 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은 무엇이었는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p. 9~10)




저자는 국립법무병원, 우리에게는치료감호소라는 이름으로 익숙한 곳에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 일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뉴스에서 잔혹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심신미약, 정신질환으로 감형을 받는 것을 보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됐든 죄는 죄가 아닌가 싶기도 했고, 감형을 받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은 아닐까 의심도 되었다. 그래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가 더 궁금했다. 이 책에서는 그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뉴스에서 미처 전하지 못한 말들, 내가 궁금했던 것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저자는 피해자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범죄자들이 죗값을 치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며, 정신질환으로 인해 죄를 짓게 된 경우 일단 질환을 치료해 그 병으로 인해 어떤 결과가 생겨났는지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아야 반성할 수 있고 처벌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정신질환 병력이 있는 범죄자는 무조건 심신미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저자가 감정했던 케이스를 예로 들면서 단순한 정신질환 이력보다는 정신질환의 증상이 범행에 영향을 주었는지’(p.29)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저자는 형사정신감정과 관련해서 피감정인이 의사를 속이려고 할 때 어떻게 알아내느냐”(p.55)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한다. 나 역시 궁금했던 부분 중 하나였다. 이에 대해 저자는 형사정신감정은 한 달 동안의 관찰을 기록하고 그 사이에 수시로 면담도 진행하기 때문에 거짓말로 의사를 속이기란 매우 어렵다고 답했다.



치료는 범법 정신질환자 개개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아니다. 이들을 치료하는 일은 결국 재범 방지로 이어진다. 피해자들이 겪은 고통의 깊이를 감히 헤아리긴 어렵지만 재범을 막는 일은 대개의 피해자가 원하는 일일 테고, 사회 안전을 위해서도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p. 31)



저자는 이 곳에서 일하며 민원이나 고소 때문에 시달리는 일도 꽤나 겪었다고 한다. 조현병 환자의 망상 때문에 그런 일이 벌어지기도 했고 앙심을 품은 성격 장애 환자 때문에 벌어진 일도 있었다. 평균 급여의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곳에서 무서운 범죄자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는 것은 정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쓴 이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사람들이 국립법무병원에서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으며 대체 어떤 곳인지, 왜 요즘 들어 정신질환 범죄자가 더 늘었는지, 그들이 어떻게 치료받으며 사는지 조금은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다고 정신질환자가 친근한사람으로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저 정신질환자들도 나와 같은 인간이구나 하고 잠시 생각해볼 여지를 준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p. 310)



제목 그대로 저자는 자신의 무서운 환자들을 애처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생각 외로 책은 술술 잘 읽혔다. 저자가 감정했던 케이스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로웠다. 그리고 우리가 정신질환자들에 대해, 국립법무병원이 하는 일에 대해 오해하고 있었던 많은 부분들을 바로 알게 되는 기회가 되어서도 좋았다.


국립법무병원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하며 경험하고 느꼈던 저자의 솔직한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에게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을 추천한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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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 다섯 마리의 밤 - 제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채영신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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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아주 오래전에 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들은 추운 밤에 개를 끌어안고 잤대. 조금 추운 날엔 한 마리, 좀 더 추우면 두 마리, 세 마리······. 엄청 추운 밤을 그 사람들은 개 다섯 마리의 밤이라고 불렀대.” (p.209)



소설은 한 살인 사건의 현장검증 장면에서 시작된다. 남루한 폐가의 풀숲에 눕혀져 있는 마네킹. 포승줄과 수갑으로 묶인 사내가 마네킹의 목에 손을 올리자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기자들은 플래시를 터뜨리며 사진을 찍어 댔다. 아이들을 둘이나 죽인 범인은 지금 현장검증을 하고 있는 바로 그 남자, 태권 도장의 권 사범이었다. 잠시 뒤 그들은 시신을 암매장했던 야산으로 떠났고, 그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고 있던 주인공 박혜정은 집으로 돌아온다.



싱글맘인 혜정에게는 백색증을 앓고 있는세민이라는 아들이 있었다. 세민이 엄마와 저녁을 먹는 동안 텔레비전에서는 그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왔고, 세민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엄마에게 이야기를 꺼낸다. 그러나 혜정은 어린 녀석이 뭘 아냐며 아이의 말을 가로막아 버린다. 그녀와 그녀의 아들은 그 사건에 대해 무언가 알고 있는 듯했다. 과연 그들은 그 사건과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그는 두렵다. 약해서, 약해빠져서 결국은 악해질 수밖에 없는 순간, 그 순간이 올까봐 두렵다. 그는 두렵다. (p. 138)



홀로 아픈 아이를 돌보며 살아온 그녀의 어두웠던 과거, 어릴 때부터 새겨진 그들 내면의 상처, 그리고 앞으로도 밝아질 것 같지 않은 그들의 미래는 소설을 내내 어둡게 만들었다. 어두운 분위기에 소설을 읽고 있는 내 마음도 함께 어두워졌지만, 그럼에도 이어질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 손을 놓기가 어려웠다.



소설은 우리 사회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거리들을 보여주었다. 왜 저런 곳에 빠지는 걸까. 그들이 이해가 가지 않았고 그런 삶을 택한 이유가 궁금했던 적이 많았다. 이 소설은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며,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헤아려보도록 이끌어 주었다.



소설 속 인물들은 모두 사랑받지 못한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그들은 외로웠다.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알아보고 서로를 위로해 줄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 서로의 상처가 서로를 더욱 아프게 했고 그들의 관계는 갈수록 틀어졌다. 약했기에 더욱 잔인해진 그들이 내내 안쓰러웠다.



이미충분한 고통이 아직오지 않은 구원을 어떻게 소환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은 이 소설만의 값진 개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이 소설의 통각에 통감하면서 심사위원 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을 결정하였다. (p. 271, <7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심사평>중에서)



흡입력이 굉장한 소설이었다. 개 다섯 마리를 끌어안아야만 보낼 수 있었던 추운 밤의 시간들. 그들의 아픈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이 책 <개 다섯 마리의 밤>을 추천한다.




이 글은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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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
켈리 함스 지음, 허선영 옮김 / 스몰빅아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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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에이미 바일러는 두 아이의 엄마이다. 그녀는 3년 전 남편이 갑자기 홀로 홍콩으로 떠나버리면서 하루아침에 싱글맘 신세가 되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아이들의 양육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전업주부에서 워킹맘으로 변신해 오로지 아이들만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돌아왔다. 이제 와서 아이들에게 아버지 노릇을 제대로 하고 싶다고 말하면서 말이다. 아이들은 자신들을 버리고 떠났던 아빠를 미워하면서도 일주일 동안의 기회를 주기로 한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엄마 에이미에게도 일주일간의 자유시간이 주어졌다. 그동안 아이들만을 위해서 살아왔던 그녀는 고민 끝에 뉴욕으로 직무 연수를 가면서 과거의 화려한 시절을 함께한 옛 친구 탈리아를 만나기로 한다. 과연 그녀의 일주일은 어떤 경험들로 채워지게 될까? 아이들은 아빠를 받아들이고 함께 잘 지낼 수 있을까? 그리고 존은 왜 그의 가족들을 떠났던 것일까? 소설은 여러 의문점을 남기며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깨의 긴장이 풀리고 있다. 그전에는 존재조차 몰랐던 어깨 위의 낯선 짐이 미끄러져 내려가는 것을 느꼈고, 목과 머리 아래쪽에서 긴장이 풀리며 상쾌함도 느꼈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극도의 긴장 속에서 살았다. 도대체 왜 그러고 살았을까?’ 궁금해진다.” (p. 73)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부터 예전의 나와는 참 많이 달라진 것 같다. 내면적인 성숙을 경험하게 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이전처럼 나를 꾸미거나 나를 위한 선택들을 하기 어려워졌다는 점에서는 아쉬운 마음이 들 때가 종종 있었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지 않을까. 이 책은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헤아려주고 위로해 준다.




맘스프린가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로 이렇게 많이 나 자신답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내 정신이 매우 건강하다고 느낀 지, 온전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고 느낀 지, 아무도 노크하지 않는 욕실에서 10분간 화장을 해본 지 15년이 지났다. 리넨 식탁보가 깔린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먹은 지, 아침에 일어나서 온전히 나에게만 오늘 하루 뭘 하고 싶은지를 물어본 지, 내 희망과 꿈을 생각해 본 지 15년이 지났다. (p. 291)




나는 이제야 이해한다. 이제야 지금 가진 것을 사랑하면서, 내 아이들과 삶과 친구들을 사랑하면서 여전히 더 많이 원해도 된다는 것을 이해한다. 밖에 나가서 더 많은 것을 얻어도 괜찮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랑과 우정, 성취감을 얻으면서도 여전히 멋진 엄마일 수 있음을 이해한다. (p. 410)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고 나서야 에이미는 무엇이 자신의 삶에서 중요한지를 바로 볼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자신을 희생자의 역할로만 보았던 것에서 벗어나 주변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겨난다. 그녀는 도저히 양립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충분히 가능한 것임을 깨닫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율해 나가기 시작한다.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했던 그녀의 삶은 생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풀려나간다.



엄마의 역할에 지쳐 있는 이라면 <남편이 떠나면 고맙다고 말하세요>를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은 엄마라는 역할 이전에 나 자신의 삶이 있다는걸, 그리고 엄마에게도 (물론 아빠에게도) 때로는 휴식이 필요함을 알려줄 것이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새로운 긍정적 영향력을 뿜어낸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은 이제 그들만의 #맘스프린가 #대드스프린가 를 실천하게 될 것이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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