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멩코 추는 남자 (벚꽃에디션) -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허태연 지음 / 다산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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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중고 굴착기를 팔고자 하는 주인공 남훈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굴착기 기사로 일해온 그는 아내와 딸에게 가장으로서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은퇴를 미뤄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오래전 그가 젊었을 때 써 두었던청년 일지를 펼쳐보고는 생각을 바꾸게 된다. 그곳에는 오래전 그가 꼭 이루겠다고 다짐했던 것들이 적혀 있었고, 일흔을 앞두고 있는 남훈에게는 더 이상 미룰 시간이 없었다.



청년 일지 노트에는 아주 대단한 꿈이 적혀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길거리에서 손으로 코 풀지 않기’, ‘노약자석에 앉은 임산부에게 시비 걸지 않기’, ‘남보다 먼저 화내지 않기 등 크게 어렵지 않게 이뤄낼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67세에는 수월하지만은 않은 과제들도 있었는데, 외국어를 배워 해외여행을 가는 것과 건강한 체력 기르기 같은 과제가 그러했다. 그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스페인어플라멩코를 배우기 시작한다.



남훈은 오래전 죽을 뻔한 경험을 한 뒤 새로운 삶을 살고자 청년일지라고 이름 붙인 버킷 리스트를 작성해 두었지만, 가정을 꾸리게 되면서 점차 그것들에서 멀어지는 삶을 살게 되었다. 그러나 은퇴 이후 그는 다시 과거의 목표들에 관심을 가지고 하나씩 실천해 나가면서, 어쩔 수 없이 해오던 것들에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나아가기 시작한다. 또한 그동안 피해왔지만 꼭 해야만 하는 일에도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어쩌면 늘 관심은 있었지만 행동에 옮기는 것이 두려웠던 것일지도 몰랐다. 그는 젊은 날의 젊은 다짐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행동해 나간다.




이 작품은 유일하게 심사위원 전원에게 고른 지지를 받은 작품이었다. 코로나 19 시국에 대한 면밀한 반응과 가족에 대한 위로가 좋은 장점으로 읽혔다. 무엇보다 작품의 가독성이 좋았다. 드라마적 스피디한 전개는 작가의 필력이 훌륭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증명하는 것 같았다. 남을 이해하려는 다양한 시각이 여러 입장에서 기술되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적 풍경에서 가장 필요한 물음을 반추한 작품이었다. (p. 271, <혼불 문학상 심사평> 중에서)




<플라멩코 추는 남자>는 제11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심사평에서 보았듯 이 소설은 가독성이 좋아 책장이 편하게 술술 넘어간다. 소설의 분위기도 전반적으로 따뜻해 읽고 난 뒤 마음에 남는 느낌도 괜찮은 편이었다.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을 찾고 있거나, 따뜻한 분위기의 소설 한 권을 가볍게 읽고 싶은 이에게 <플라멩코 추는 남자>를 권하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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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쉽게 찾기 - 전면 개정판 호주머니 속의 자연
윤주복 지음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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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나무 쉽게 찾기>는 제목 그대로 겨울나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 책은 2007년에 출간되었던 책의 개정판으로, 구판의 내용에서 부족하다 여겨졌던 부분을 보충해서 새롭게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번 개정판에는 상록수 편과 갈잎나무의 종이 추가되었고, 책을 보며 관찰이 쉽도록 겨울눈이 달린 잔가지 사진을 구판보다 더욱 크게 확대했다고 한다.



아이와 겨울 산책, 또는 캠핑을 갈 때에 이 책을 함께 챙겨가면 매우 유용할 것 같았다. 겨울에 나뭇잎이 다 떨어지고 난 뒤의 나무들은 어떤 종류의 나무인지 알아보기가 어려웠는데, 이 책은 겨울눈, 나무껍질, 열매 등의 모습을 선명한 사진으로 실어 두어 겨울에도 나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겨울 산은 다른 계절에 비해 볼거리가 적다고 생각해왔는데, 더 이상은 그런 생각을 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이 책은 바깥에서 가지고 다니며 찾아보기 편하도록 크기가 작고 튼튼한 재질의 표지로 디자인되어 있는 점이 좋았다.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한글 식물 용어를 사용한 점 또한 이 책의 장점이었다. 게다가 본문에서 저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한 특징들을 푸른색 글자로 구별되게 표시한 부분도 마음에 들었다. 밖에서 직접 나무를 관찰하며 책을 찾아볼 때는 특징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이 편하고도 중요한데, 이 책은 그러한 독자들의 마음을 알고 세심하게 신경 쓴 것 같았다.









산책길에서 이름을 알고 있는 나무를 만나면 괜히 더 반갑게 느껴진다. 그러나 겨울나무의 모습은 알아보기가 어려워 지금까지는 봄, 여름, 가을에만 나무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져왔는데, 이 책 덕분에 이제는 겨울에도 나무들과 기분 좋은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쁘다.


숲과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 아이와 함께 겨울 산에 갈 계획이 있는 사람, 제목 그대로 겨울나무를 쉽게 찾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 <겨울나무 쉽게 찾기>를 추천한다.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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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강물처럼 말해요 작은 곰자리 49
조던 스콧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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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말을 더듬었던 작가(조던 스콧)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학교에서 발표 시간에 말을 더듬어 속상해하던 소년이 아버지와 함께 강가에 가게 되고, 그곳에서 아버지는 우울해하는 소년에게 소년이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임을 알려준다는 내용이었다.





하나의 큰 줄기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는 강물도 자세히 보면 하나의 흐름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잔잔히 흘러가다가, 어떤 곳에 이르면 갑자기 빨라지기도 하고, 또 어떤 곳에서는 바위에 부딪혀 부서지고 느려지기도 한다. 강물은 다양한 모습의 흐름이 합쳐져 하나의 큰 흐름으로 흘러가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강물뿐 아니라 산도, 하늘도, 바람도, 자연에 존재하는 것들은 다 같은 모습인 것 같다. 소년은 말을 더듬게 될 때마다 자신이 강물처럼 말하는 사람임을 떠올리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모습을 긍정하게 된다.





소년의 아버지는 소년에게 강물처럼 말하는 것을 넘어서 강물처럼 살아가는 것을 알려주었던 것 같다. 이 책은 새로운 시도 앞에서나 서툰 일들 앞에서 힘들어하는 내 모습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기보다,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임을 받아들이고 그러한 모습 또한 강물의 큰 흐름에 따라 나아가는 것임을 이해하는 태도를 알려주었다. 버벅거리고 실수하고 넘어지는 것도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이다. 내 삶이 어딘가로 흘러가다 변화를 맞이하는 곳에서, 특히 속도가 느려지고 무언가에 가로막히고 부딪혔다는 생각이 들 때, 나 역시 소년이 그랬듯이 강물과 같은 존재임을 떠올리게 될 것 같다.



좋은 그림책을 만나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다. 성인이 보기에도 참 좋은 그림책이었다. 마음이 지쳐 위로가 필요한 이에게 <나는 강물처럼 말해요>를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통해 어지러운 마음을 가다듬고 앞으로 나아갈 새로운 힘을 얻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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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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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에서 소설은 한 여학생이 학교 옥상에 위태롭게 서 있는 장면을 보여준다. 발아래에서 허둥거리며 소리치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고, 여학생은 잠시 망설이다 허공에 몸을 날린다. 곧이어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의식이 희미해져갔고, 주변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겨우 ······ 내 이름은, 유리코라고.’ 라는 대답을 내뱉으며 장면은 끝이 난다.



고베시의 명문 사립고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유리코는 학교 선배로부터 이상한 전설을 듣게 된다. 이 학교에는 특권 신분의유리코 님이 한 명 있는데, 학교 재학생이라면 모두 유리코 님에게 복종하고 섬기게 된다는 것이었다. 유리코 님은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여학생들만이 후보가 되며, 전교에서 딱 한 명 유리코 님만을 남기고는 나머지는 모두 퇴학이나 전학, 불의의 사고 등으로 학교를 떠나게 된다고 했다.



소설의 첫 장면에서 죽어간 유리코는 누구였을까. 그리고 의도치 않게 유리코 님이 되기 위한 경쟁에 휘말리게 된 주인공 유리코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은 다소 황당한 설정을 보여주며 시작되었지만 흥미롭게 전개되어 계속 페이지를 넘기도록 만들었다. 앞부분은 그런대로 빠져들어 읽어 나갔지만, 뒤로 가면서는 조금씩 힘이 빠졌다. 특히 중후반부에 트릭을 풀이하는 장면이 길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18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대상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가 너무 컸던 것이 소설을 읽는데 방해가 되었던 것 같다.



가벼운 미스터리 소설을 한 편 보고 싶은 이에게, 미스터리 학원물 찾는 이에게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는 그런대로 재밌게 읽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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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여행사 히라이스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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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AETH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을 뜻하는 웨일스어’(본문 발췌)라고 한다. 사실.. 난 이 책의 제목을 오랫동안 하이라이스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하이라이스를 파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으며 과거를 회상하는 이야기일 거라 멋대로 상상해왔었다. (작가님죄송합니다...) 그러다 얼마 전 블로그 이웃 쥬디님의 리뷰에서 이 책이 말 그대로 과거를 여행하도록 도와주는 과거 여행사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고, 시간 여행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때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첫 페이지부터 소설은 히라이스 여행사에서 판매 중인 관광상품을 소개했다. 거기에는유년 시절’,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 ‘신혼 시절등 자신의 과거를 여행하는 상품도 있고, ‘햄릿의 초연이나칭기즈칸 즉위식’, ‘비틀스 데뷔 무대같은 역사적인 순간이나 유명인을 볼 수 있는 과거 여행도 있었다. 이런 여행이 정말 가능하다면 나는언제가 가장 그리울까 생각해 보았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먹었던 따뜻한 저녁밥, 아무 걱정 없이 놀 거리만 생각하던 어린 시절, 너무나 귀여웠던 아이의 아기 시절도 떠올랐다. 마음속에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던 순간들은 모두 그리웠고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순간들이었다. 소설 속 설정처럼 좋아하는 작가, 화가, 가수의 초연이나 전성기 때의 공연을 보고 싶기도 하다. 상상만으로도 정말 즐겁고 설레는 여행이다.


그렇다면 소설 속 과거 여행은 어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어떤 시간대로 떠나게 될까 궁금했다. 즐거운 기억의 시간으로 되돌아가 그 순간의 기쁨을 다시 느끼고 돌아올까, 아니면 후회되던 과거로 되돌아가 잘못되었다고 느꼈던 것들을 바로잡으려고 할까. 왠지 후자여야 소설이 재미있어질 것 같긴 한데. 흥미로운 소재의 소설은 어떤 스토리를 들려줄는지. 마치 여행을 앞두고 설레는 기분처럼 나는 소설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부터 매우 기대에 차 있었다.



소설은 각 장마다 제각각의 이유로 히라이스 여행사를 찾아온 사람들의 삶을 들려주었다. 소설은 각 고객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따로 들려주지만, 중간중간 다른 고객의 에피소드에 나왔던 이야기들이 섞여 나오기도 했다. 이는 단편처럼 느껴질 수 있던 소설의 이야기들을 하나의 큰 줄기로 엮이게 만들었고, 소설의 재미를 더 높여주는 장치도 되어 주었다.


소설 속에는 부모의 결혼을 방해하려는 딸, 시한부 소녀의 타이타닉 여행기, 어릴 적 고아원에서 헤어진 여동생을 찾으려는 오빠 등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요양 보호사와 함께 여행을 떠나는 할머니의 이야기였다. 여행사의 가장 비싼 프리미엄 상품을 구매한 할머니는 자신이 살아오면서 마음에 응어리로 남았던 시간들로 돌아가 보고 싶은 이를 보기도 하고,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기도 하고, 미처 표현 못 했던 고마움을 표하고 오기도 한다. 타인의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나면 우리는 그를 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된다. 때로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습조차도 말이다. 요양 보호사의 눈에는 그저 까다롭고 비위생적이었던 이태백 할머니도 한때는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기도, 누군가의 첫사랑이기도 했었다.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젊음과 나이 듦에 대해, 후회에 대해 생각해 보기도 했고, 지나온 과거 속에 내가 모른 채로 지나간 누군가의 호의는 없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여러 생각들을 떠오르게 만든 에피소드라 이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의 경우 당시엔 나쁜 일이라 여겼던 것들이 현재에 와선 도움이 되었던 일들도 있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모든 것들은 지금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나의 경험은 미래의 나를 만들고 있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과거만을 바라보며 지금을 허비하는 일은 미래에 후회할 순간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일 일뿐,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하단 걸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소설 속 과거 여행을 떠났던 여행자들은 그곳에서 무엇을 얻고 돌아왔을까.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고 나니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해졌다.



흥미로운 소재를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게 풀어낸 소설이었다. 완벽하게 착착 맞아떨어지는 소설은 아니지만 재미만을 놓고 보자면 매우 괜찮은 소설이다. 과거로의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에 흥미를 느낀다면,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소설을 찾는다면 이 책 <과거여행사 히라이스>는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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