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헨치 1~2 - 전2권
나탈리 지나 월쇼츠 지음, 진주 K. 가디너 옮김 / 시월이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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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치는 악당을 위해 일하는 프리랜서 수행원으로, 그들은 간단한 서류 작업부터 시작해 독극물 냄새를 맡는 일이나 금고털이 등 다양한 잡일을 수행하게 된다. 주인공 애나 트로메들롭은 인력 센터의 중개를 통해 새로운 빌런 E의 밑에서 일하게 된다. 사무실에서 서류 작업만 하던 그녀는 어느 날 신제품 무기무드 링을 소개하는 현장에 투입되고, 그곳에서슈퍼콜라이더라는 S급 히어로를 만나게 된다. 슈퍼콜라이더와 히어로 친구들은 영웅답게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해내고, 빌런의 뒤에서 일하는 미트들과 헨치들을 해치웠다. 이 과정에서 헨치였던 애나는 슈퍼콜라이더에게 던져짐을 당하고, 그 결과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된다.



죄송해요. 질문이 헷갈렸어요. 빌런은 아무 짓도 안 했어요. 절 다치게 만든 사람은 일렉트릭 일이 아니라, 슈퍼콜라이더였어요.”

키 큰 경찰이 또 내 얼굴을 뚫어지게 봤다.

키 작은 경찰이 되물었다. “확실합니까?”

완전히요.”

(···중략···)

얼마나 혼란스러우실지, 이해는 합니다.”

혼란스럽다니요?”

사건 경위를 혼동하셨군요. 하긴, 난리도 아니었으니까요.” (p. 106)




그 무렵 나는 슬슬 다른 히어로들도 본격적으로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히어로가 세상을 구하기는커녕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블로그를 통해 문의가 쏟아졌고, 나는 그 사람들을 위해 특정 사건에 대한 피해량을 조사하기도 했다. 몇 가지 사건을 조사해도 결론은 항상 똑같았다. 슈퍼히어로는 뛰어난 홍보 능력 덕분에 이미지만 좋을 뿐, 결국은 세상에 해로운 족속들이라는 것. (···중략···) 히어로들은 어깨에 두른 망토값만큼의 가치도 생산하지 못했다. 히어로들이 의도한 선행은, 사실 그보다 몇 배는 거대한 해악 때문에 쓸려나갔기 때문이다. (p. 125~126)



왜 이 소설을 그림이 없는 만화책 같다고 했는지 몇 페이지만 읽고도 바로 그 말에 공감할 수 있었다. 초능력을 사용하는 히어로와 빌런이 존재하는 세계, 만화책을 읽는 것만큼 재미를 주는 유머와 스토리 전개, 그림은 없지만 그림을 보듯 머릿속에 잘 그려지는 이미지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다.


<헨치>는 세상을 망가뜨리고 있는 히어로와 그것을 막는 빌런들의 이야기였다. 단순히 엉뚱한 설정과 재미있는 스토리라고만 생각하기에는 그 속에서 우리의 현실이 자꾸만 보여 마음이 불편했는데, 소설에서 그려지는 히어로의 모습에서 정의로운 말을 내뱉고 행동하던 정치가나 사회운동가의 어두운 면을 파헤치는 뉴스 기사들이 떠올랐고, 대의를 위해 잘못을 눈감아주고 그들을 감싸는 지지자들의 모습 또한 현실과 오버랩되어 보였다. 또 한편으로는 히어로의 비도덕적인 행동이나 빌런의 인간적인 모습에서 인간이 가진 양면성에 대해, 그리고 선과 악의 꼬리표는 누가 붙이는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도 했다.


평소 즐겨 읽던 소설들과는 매우 다른 스타일의 작품이어서 신선했고 재미있었다. 또한 재미있는 스토리만 가졌다기에는 곱씹어 생각해 볼 만한 내용들이 있어 더 좋았다. 히어로물을 좋아하는 이라면 취향 맞춤 소설이 아닐까 싶다. 재미있는 소설을 찾는 이에게도 권해보고 싶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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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옳은가 - 궁극의 질문들, 우리의 방향이 되다
후안 엔리케스 지음, 이경식 옮김 / 세계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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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예전에 좋아했던 드라마를 다시 보다가 불쾌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드라마에서 잘못된 행동을 했다는 이유로 부모가 자식을 주변에 있는 물건들로 마구 때리는 장면이 나왔는데, 심지어 한참을 맞고 때리던 그 장면은 웃음을 유발하는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었다. 예전에는 집집마다 하나씩 있던 회초리나 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을 향해 들던 사랑의 매를 그다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불과 몇 십 년 사이에 생각이 크게 바뀐 것 같다. 그래서 예전에는 저런 장면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웃으면서 보았던 나도, 지금에서는 전혀 당연하지 않았고 오히려 눈살이 찌푸려졌던 것이다.


저자는 ‘윤리’라는 것이 쉽게 바뀌지 않는 절대적 기준 같아 보여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계속해서 조금씩 (때로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내 경우에도 과거를 돌아보며그땐 어떻게 저랬을까싶었던 적도 많았기에 그의 말에 매우 공감이 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학문적 지식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하지도 않고, 올바른 기준을 제시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는 그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우리가 당연시하는 현재의 상태에 의문을 품고, 윤리적 딜레마들을 주제로 생각과 토론을’(p. 21) 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논쟁적인 이슈들을 잔뜩 소개한다. 정신질환자의 범죄 행위, SNS에서 넘쳐나는 가짜 뉴스, 난민 수용 정책, 성소수자에 대한 논쟁 등. 저자는 과거의 우리 조상들이 당연하다고 믿었던 것들이 지금에 와서는 얼마나 야만적이고 비논리적으로 보이는지 여러 예시들을 들어가며 이야기하고, 이어서 지금의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 역시 우리 후손들에게 같은 방식으로 비칠 수 있음을 연결 지어 이야기했다.


책을 읽으며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것이 진정 옳은 것인가 의심이 들기 시작해 내 생각의 뿌리가 군데군데 흔들리기도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이 옳은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더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옳고 그름을 따지고 다투는 세상 속에 살고 있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고, 더 나은 미래 속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금의 우리가 해야 할 일을 고민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기 좋은 책(뜨거운 토론으로 번질 수도 있음은 주의)을 찾는 이에게도 이 책 <무엇이 옳은가>를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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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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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예상되던 날. 보스턴의 추리 소설 전문 서점올드데블스는 궂은 날씨에도 문을 열었다. 그러나 예상대로 서점은 조용하기만 했고, 서점 주인맬컴 커쇼는 일찍 문을 닫으려던 차에 갑작스럽게 FBI 요원멀비의 방문을 맞이하게 된다.



멀비 요원은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밀며 자신이 찾아온 이유를 밝혔다. 그것은 맬컴이 오래전 올드데블스 서점 블로그에 올렸던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는 제목의 글로, 거기에는 그가 완벽한 살인이라고 생각하는 추리 소설 목록이 적혀 있었고, 멀비는 그동안 일어났던 범죄들이 이 소설들과 연관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내 리스트를 읽고 그 방법을 따라 하기로 했다는 겁니까? 그것도 죽어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면서요? 그게 당신 가설인가요?”

멀비 요원이 입술을 쭉 내밀자 원래 창백했던 입술이 한층 더 창백해졌다. 그녀가 말했다. “터무니없는 말로 들리는 거 아는데······.”

아니면 내가 그 리스트를 작성하고 직접 실행해보기로 했다고 생각합니까?” (p. 33)



범인은 대체 왜 맬컴의 소설 목록을 활용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맬컴은 이 사건들과 정말 아무 관련이 없을까? 그리고 FBI 요원 멀비는 이 사건들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는 것일까? 이야기가 점점 무르익자 이 소설에 숨겨진 비밀과 반전을 캐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력히 들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내용에 더욱 집중하며 단서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읽어 나갔다.



소설은 맬컴의 시점에서 전개된다. 이미지가 매우 잘 그려지는 소설이고, 소설의 시작부터 갈등과 궁금증이 쏟아지기 때문에 금세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중반 이후부터는 진범이 어느 정도 짐작되긴 했지만, 어떠한 결말에 도달하게 될지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이 소설은 곳곳에 보이지 않는 커브길을 심어 두어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는 점이 장점이었다. 또한 소설의 결말도 캐릭터의 성격상 충분히 납득이 가도록 풀어냈고, 이것이 소설의 균형을 잡아 주어 만족스러웠다. 몰입도만 따지자면 저자의 이전 작품 <죽여 마땅한 사람들>이 좋았지만, 내 취향에는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 훨씬 더 잘 맞았다. 나에게는 너무 불쾌하지 않게 묘사되는 장면들(잔인한 장면은 싫어함), 서점을 배경으로 했고 다양한 추리 소설이 언급된다는 점, 적당한 반전과 균형 잡힌 스토리가 매력 포인트였다.



이 소설에선 다양한 추리 소설 작품이 언급되고 작품 속 트릭이나 설정이 활용되기 때문에, 추리 소설 매니아라면 특히 더 재미있게 읽을 것 같다.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의 팬이라면, 또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을 인상 깊게 읽은 이라면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또한 꼭 읽어 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른 작품들이 읽고 싶어진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스릴러 · 추리 소설을 찾고 있는 이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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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술쟁이 사과와 잔소리 할머니 제제의 그림책
휴 루이스-존스 지음, 벤 샌더스 그림, 김경희 옮김 / 제제의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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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심술쟁이 초록 사과가 주인공이다. 이 사과는 왜 심술이 난 걸까. TV 프로그램 속 금쪽이들을 보아도 그렇고 우리 아이를 키우면서도 느꼈던 거지만, 아이들은 이유 없이 심술을 부리지 않는다. 아이의 말을 들어보면 (어른들의 기준과는 조금 다르더라도) 자기만의 생각이 있고 이유가 있다. 이 그림책 속 심술쟁이 사과 역시 그러했다.


사과 마을의 잔소리 할머니는 심술쟁이 사과에게 마을의 여러 모범 사과들을 소개하며 그들을 따라 모범적인 행동을 하라고 잔소리를 한다. ‘사과라면 모름지기 이래야지라는 말에 있는 대로 뿔이 난 심술쟁이 사과는 할머니의 말씀대로 착한 사과가 될 수 있을까?


이 책은 어른들에게 잔소리를 듣는 아이의 입장을 생각하게 만드는 내용이었다.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어우러져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당연히 알려주고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일부 잔소리 중에는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수 있다는 걸 이 그림책은 알려주고 있었다. 심술쟁이 초록 사과는 그저 수많은 사과들 중 하나가 아닌 유일한 나로 존중받고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을 심술로 표현한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것은 자라나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와닿는 이야기였다. 꼭 정해진 기준대로만 삶을 살아야 하고, 맞춰진 선에서 벗어나면 잘못된 것인가. 이 책은 그것에 대한 답을 마지막 부분에 실어 두었다. 어린이들 그림책이 이렇게 끝나나 싶어 조금 놀랍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통쾌하게 느껴지기도 하는 결말이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


흔히 보이는 교훈적인 내용이 아니라서 신선하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심술을 부리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해 보고 싶은 사람에게, 아이와 함께 읽기 좋은 재미있는 그림책을 찾는 사람에게 <심술쟁이 사과와 잔소리 할머니>를 추천하고 싶다.




이 글은 책과 콩나무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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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
유현준 지음 / 을유문화사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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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오래된 동네의 골목길을 걷는 것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골목길들은 좁고 울퉁불퉁해 불편하긴 해도 굽이진 길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디에서 갈림길이 나올지 알기가 어려워 예상치 못한 궁금함과 설렘을 가지고 걸을 수 있어 즐겁다. 거기다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모습의 옛 골목에선 시간을 거슬러올라가 상상에 빠지는 재미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오래전 이 골목은 어떤 색과 소리로 채워져 있었을까.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등등. 나는 그동안 오래된 골목길을 좋아하는 것을 단순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내 취향에도 이유가 있었단 걸 알게 되었다.


건축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아는 것도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이 책은 매우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혔다. 이는 머리말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자가본능과 상식적인 선에서 건축을 설명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이 책은 공간과 건축에 대해 어렴풋이 느끼고 있던 것들을 좀 더 밝고 선명하게 이해하도록 만들어주었다. 적당히 지적이면서도 재미있는 책이어서 매우 만족스럽게 읽었다. 왜 저자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는지 이해가 갔달까. 대체 왜 나는 이런 재밌는 책을 오래 묵혀 두기만 했었을까.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는 건축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관심이 간다면 꼭 읽어보길 바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공간, 특히 도시의 모습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이 조금은 달라졌음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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