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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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 2023113

* 페이지 수 : 284

* 분야 : 로맨스소설 / 일본소설


* 특징

1. 뻔한 듯 뻔하지 않은 이야기

2. 이미지가 매우 잘 그려짐

3. 예상치 못한 반전


* 추천 대상

1. 시간 순삭 소설을 찾는 사람

2. 재밌는 소설을 찾는 사람

3. 청춘 로맨스물을 좋아하는 사람


♣♣♣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와 함께한 열두 달 동안의 이야기.

한 가지 미리 말해두고 싶은 건, 이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것.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동화의 상투어로 끝나지 않아도 이 이야기는 분명 해피엔딩이다. 주인공인 내가 최고의 행복을 손에 넣었으니.

최고의 가족과 절친, 연인과 함께 보낸 근사한 청춘의 나날들.

이 이상을 바란다면 욕심이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딱 한 가지만 더 기도하고 싶다.

신이시여, 그의 이야기도 부디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해주세요. (p. 10)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이야기는 그녀와 함께 걸었던 열두 달 동안의 이야기.

미리 말해두겠는데, 이 이야기의 결말은 배드엔딩이다.

그런데 그게 뭐가 나쁜가? 끝이 좋으면 다 좋다? 마무리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건 내 알 바 아니다.

라스트신이 제일 중요하다고? 그건 누가 정했지? 초반부에 최고의 절정을 맞고 이후로 약해지며 끝을 맺는다. 끝부분은 인상에 안 남을지 모르지만 진한 감동을 주는 멋진 장면이 분명히 있다. 그럼 된 거 아닌가? (p. 11)









근사한 청춘을 보내기 위해 전학 간 학교에서 다방면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리나. 우정도, 사랑도, 학업도 모두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모든 일에 열심이었다. 리나가 모든 것에 열정을 쏟아붓는 건 단순히 욕심이 많다기보다는, 그녀에게 남모를 사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 리나는 가슴 통증 때문에 찾아간 병원에서보석병이란 진단을 받고는 자신에게 길어봤자 십 년의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그녀는 불치병에 대한 동정의 시선이 근사한 청춘을 망칠 것만 같아 가족 외에는 이 사실을 비밀로 숨기기로 했다.


보석병에 걸린 사람의 몸에서는 말 그대로 아름다운보석이 나온다. ’물방울이라고도 부르는 이것은 그 사람이 어떤 인생을 살았느냐에 따라 색이나 빛이 바뀐다고 했다. 다소 판타지스러운 설정이지만 나에겐 어떤 빛깔의 보석이 자라고 있을까도 상상해 보았다. 나는 리나처럼 내 삶에 최선을 다하고 있었나. 나는 내 삶에 만족해하고 행복해하고 있나. 나의 오늘은 나를 어떤 빛깔로 가꿔가고 있을까. 내 인생도 해피엔딩으로 끝이 날까. 어떤 조건들이 모여 해피엔딩을 만드는 걸까.


한 편의 청춘 로맨스물 애니메이션을 본 듯한 기분이었다. 책 속에서 묘사하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너무나 잘 그려져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 오랜만에 십대들의 풋풋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내 마음도 괜히 어려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 소설은 상당히 재미있다. 그러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아 좋았다. 불치병이란 소재는 작품이 품고 있는 뻔한 분위기 때문에 일단 거부감부터 드는데, 그럼에도 이 소설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건, 뻔해질 무렵 터지는 반전과 스토리가 건네는 건강한 메시지 때문이었다.


이 책은 10대나 20대 초반의 독자들이 가장 재밌게 읽을 것 같다. 그렇지만 그들의 풋풋함에서 밝은 에너지를 얻고 주인공들 내면의 성장을 거울삼아 나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면에서는 30~40대 독자들이 보아도 괜찮을 것 같다.


이 책은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 같은 표지 덕분에 두고 바라보기만 해도 좋았다. 이번 설 연휴에 함께할 시간 순삭 소설을 찾는다면, 연애 세포를 자극하는 청춘 로맨스물을 찾는다면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를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에 생각지 못한 큰 반전도 기다리고 있으니 재밌게 즐겨 보시길! (분명 제일 첫 페이지로 돌아가서 다시 읽게 될걸?😉)



이 글은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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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를 망치지 않는 대화법 - 후회가 줄고 오해가 풀리는 소통의 기술, 2023 세종도서 교양 부분 선정
임정민 지음 / 경향BP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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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3125

* 페이지 수 : 245

* 분야 : 화술 / 자기계발


* 특징

1. 교류분석 심리학을 활용한 대화법 소개

2. 나의 성격과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만듦


* 추천대상

1. 인간관계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

2. 좋은 관계를 만드는 대화법을 알고 싶은 사람


♣♣♣



<관계를 망치지 않는 대화법>은 지난번 의미 있게 읽었던 책 <어른의 대화법>을 쓴 임정민 작가의 신간이다. 저자는 지난 저서와 마찬가지로 이번 신간에서도 에릭 번의 교류분석 심리학 개념을 가져와 관계를 이롭게 만드는 대화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교류 분석 심리학은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과 행동 양식에 관한 체계적인 성격 이론으로, 인간관계가 존재하는 모든 상황에 적용시킬 수 있다’(p. 6)고 하며, 이번 책에서는 여러 개념들 중에서 인생 태도시간의 구조화에 대한 내용을 대화법과 연결 지어 이야기하고 있다. (참고로, 지난번 <어른의 대화법>에서는 ‘PAC 자아상태’, ‘교류 패턴’, ‘스트로크에 대해 다루었다)


책은 크게 다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태도 :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에서는 4가지 유형의 인생 태도를 바탕으로,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며 건강한 관계를 위한 태도를 갖추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2온도 : 품격 있는 말은 온도가 다르다에서는 긍정과 따뜻함을 담은 대화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E.O.G(Enough, Ok, Good) 앵커링 화법악수화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평소 부드럽게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했던 내게 가장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다.


3속도 : 말에도 브레이크가 필요하다에서는 대화를 할 때나 인간관계를 맺을 때 성급하지 않고 적당한 속도를 지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부분에서는 말실수를 줄이는 방법과 현명하게 거절하는 방법에 대한 예시와 조언을 들려준다.


4밀도 : 친밀할수록 신뢰가 생긴다에서는 밀도 있게 친밀함을 쌓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단순히 함께하는 시간을 오래 가지는 것보다는 공통된 경험 속에서 좋은 감정을 나누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하며,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것에 대한 공통점을 발견하고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상대를 칭찬하는 것 또한 친밀함을 쌓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5의도 : 의도를 모르면 오해한다에서는 상대방의 말의 의도를 파악하고 분명하게 나의 의도를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끝을 맺는다.


부록에는 에고그램, 스트로크 진단표, 인생 태도 진단표도 실어 두었는데, 이것은 앞서 설명했던 내용들을 토대로 자신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그동안의 소통 방식과 인생 태도를 돌아볼 기회를 마련해 준다.



<관계를 망치지 않는 대화법>은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 심리학 용어와 개념들을 적절한 예와 함께 설명해 주어 이해가 잘 되었고, 저자가 설명한 내용을 나에게 적용시켜 생각해 보도록 이끄는 부분도 많아 유용했다. 지난번 책과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저자는 나의 성격과 태도를 먼저 돌아보게 만들고, 그것을 토대로 건강한 인간관계와 바른 소통법을 갖추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있었다. 이 책은 주변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사람, 건강한 관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소통법을 익히고 싶은 사람에게 권해보고 싶다.








말을 하기 전에 세 번만 생각하자. 상대에게 실례(무례)가 아닐까? 상대의 기분이 나쁘지 않을까? 상황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상대와 상황을 보지 못하고 자신의 말만 앞서면 언제나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p. 110)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근본적으로 내가 상대와 어떤 관계를 맺고 어떻게 소통할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문제이다. 좋은 관계 맺기는 결국 좋은 말을 선택하는 일이다. (p. 241)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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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 삶의 여백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김신지 지음 / 잠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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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3120

* 페이지 수 : 300

* 분야 : 에세이


* 특징

1. 마음을 흔드는 일상의 작은 조각들을 발견할 수 있다.

2. 나의 시간을 좋은 것들로 채우고픈 바람이 생긴다.


* 추천대상

1. 여유를 찾고 싶은 사람

2. 편안하게 잘 읽히는 에세이집을 찾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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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하루가 다 내 것이었으면······.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메신저나 메일의 알람 없이, 창밖만 바라보며 시간을 보내고 싶었다. 그건 이상한 바람이었다. 하루는 원래 내 것인데. 그럼 나는 대체 이 하루를 누구의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거지? ‘오늘을 온전히 내 것처럼 써본 지 너무 오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p. 158~ 159)


예전엔 시간 되면 꼭 해야지라고 적던, 언젠가 하고 싶은 일들의 목록들을 지금은 시간 내서 해야지라고 적는다. ‘시간 되면시간 내서사이의 작은 차이를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시간을 내지 않으면 그럴 시간은 영영 오지 않는다는 걸. 그럴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는 세상을 향해 반복적으로 그럴 시간이 여기 있다고 대꾸해야 한다는 걸.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싶어지는 순간 마다 마음을 바꿔 먹어본다. 내가 지금 이럴 때가······ 맞는데 하고. 그럴 때만이 비로소 시간은 내 편이 되어준다는 것도 안다. (p. 188)


실패하면 망한다, 적당히 보장된 길로 가라, 그런 목소리들을 두려워하다 보면 안전한 선택만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안전한 선택은, 대체로 마음을 속이는 선택이 되기 쉽다.

망할까 봐 두려워 아무 선택도 하지 않거나, 생각대로 되지 않은 일을 스스로 실패라 부르는 대신, 계속해 보고 싶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줄 좋은 실패, 실은 좋은 경험들을. (p. 194~195)


하지만 만에 하나 누군가가 내게 글쓰기를 어디서 배웠느냐고, 당신에게도 문학적 토양같은 게 있느냐고 묻는 날이 온다면, 밭두렁에서 콩알처럼 와르르 쏟아져 내려오던 그 얼굴들을 떠올릴 것 같다. 학자가 되었어야 했던 한 사람의 얼굴과, 잘못 산 책을 든 채로 축하 인사를 준비한 사람의 얼굴도. 손때 묻은 봉투 속 십시일반으로 모은 꼬깃꼬깃한 지폐들도.

문학이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쓰고 싶어지게 만드는 장면들을 안다고. 그 앞에서 나는 항상 마땅한 말을 찾지 못한 채 허둥거리다가 돌아서서 웃거나 울지만. 제때 하지 못한 말들이 모여서 나를 책상 앞으로 이끈다고. (p. 46)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기록하기로 했습니다>, <평일도 인생이니까>를 쓴 김신지 작가의 신간 에세이다. 책의 전반부에서 그녀는 자신 곁에서 반짝였던 일상의 조각들을 꺼내 와 그 속에 담긴 따스함을 보여준다. 후반부에서는 작가가 온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퇴사를 결정한 이후의 이야기들을 들려주며 독자들에게 각자의 시간과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볼거리를 전한다.


김신지 작가는 사람의 마음을 울렁이게 만드는 포인트를 잘 아는 것 같았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문장 너머에 보이지 않게 숨어 있던 무언가가 자꾸만 내 마음을 흔들었고, 그것은 내가 잊고 있었던 소중한 것들을 마음속 깊은 곳에서 꺼내 오도록 도와주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니 마음속에 기분 좋은 바람이 훑고 지나간 느낌도 들었다. 프롤로그에서 책장을 덮는 순간 새롭게 살아볼 용기가 생기는 글을 쓰고 싶었다’(p. 10)는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을 읽고 나면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아껴주고 싶어지고, 다가올 날들을 좋은 것들로 채우고 싶다는 바람이 들게 된다.


오랜만에 괜찮은 에세이집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누군가의 삶의 조각을 들여다보는 것이 이렇게나 즐거운 일이었나. 그동안 에세이집에 관심을 멀리했던 나를 이 책이 다시 돌아 세워 주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읽는 이의 마음을 쉬어 가게 만드는, 따뜻함이 담긴 에세이집이다. 편안하게 잘 읽히는 에세이집을 찾는 이에게, 마음의 여유를 얻고 기분 좋은 에너지를 충전하고픈 이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쓰는 사람의 일상이 궁금한 이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이 글은 도서와 소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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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
렌조 미키히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모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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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2214

* 페이지 수 : 320

* 분야 : 추리소설 / 미스터리 소설 / 일본소설


* 특징

1. ‘강강강’의 반전이 이어짐

2. 치밀한 스토리


* 추천대상

1. 강한 반전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2.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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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문화 센터 수업 때문에 종종 이모의 집에 맡겨졌던 4살 여자아이 나오코. 그러나 그날은 이모인 사토코가 자신의 딸과 치과를 다녀와야 해서, 나오코는 치매를 앓는 할아버지(사토코의 시아버지)와 함께 잠시 집에 있기로 했다. 그런데 사토코가 치과에서 돌아와 보니 나오코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처음에는 아이의 엄마나 아빠가 데려갔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상하게도 아이의 엄마는 연락이 닿지 않았고 아빠는 데려간 적이 없다고 했다. 불안한 마음으로 경찰에 신고를 하려던 사토코는 때마침 시아버지에게서 이상한 말을 듣게 된다.


여자애를 찾는 거라면 아까 젊은 남자가 저기 종려나무 밑에 파묻고 갔어···.”

돌덩이 같은 등이 내뱉은 그 말은 환청처럼 실감이 나지 않고 침묵보다 더 허허로웠습니다.

종려나무 같은 건 없어요. 저건 능소화잖아요.”

정원 한쪽에 서 있는 나무에 지그시 시선을 던지는 시아버지의 옆얼굴을 사토코 씨는 섬뜩한 듯이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재우쳐 물었습니다.

근데 젊은 남자라니, 그게 누구예요?” (p. 43)


그런데 정말 할아버지의 말대로 마당 한켠 능소화 아래에 죽은 채 묻혀 있는 나오코를 발견하게 된다. 당시 집에는 할아버지와 아이 단둘만 있었으니 처음엔 할아버지가 범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곧이어 사건이 일어난 시각 즈음 집 근처에서 젊은 남자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여럿 나타났고, 서서히 가족들의 숨겨진 본심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점점 혼란 속에 빠지게 되는데


<백광>은 커다란 반전을 거듭 보여주며 전개된다. 아주 속도감 있게 읽히진 않지만, 내용이 굉장히 흥미진진해서 소설 속으로 쑤욱 빠져들게 만들었다. 복잡한 사연의 집안에서 태어난 한 아이는 고작 4년의 삶을 살다 떠나게 된다. 소설은 용의자라고 볼 수 있는 이 집안 식구들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번갈아 가며 들려준다. 한 사람씩 이야기를 꺼내 놓을 때마다 예상치 못한 놀라운 반전이 이어진다.


초반에만 해도 자극적인 소재로만 시선을 끄는 작품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흥미로운 스토리에 더불어 적당한 무게감도 느껴져 균형이 잘 맞춰진 좋은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치밀하게 짜인 소설을 만나면 드는 생각 중 하나는.. 도대체 작가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계획하여 이런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궁금해진다. 스릴러 장르는 앞서 뿌린 떡밥 회수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생각되는데 그런 면에서도 상당히 만족스러웠던 작품이다.


오래전 비극의 씨앗이 현재의 사건과 이어졌던 것처럼, 이 사건도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이 될 것만 같아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이 갑갑했다. <백광>은 흥미로운 스릴러 소설을 찾는 이에게, 마지막까지 강한 반전이 이어지는 소설을 찾는 이에게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드디어 표지의 그림이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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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쓰는 용기 - 정여울의 글쓰기 수업
정여울 지음, 이내 그림 / 김영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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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행일 : 2021715

* 페이지 수 : 304

* 분야 : 글쓰기 / 에세이


* 특징

1. 독자를 독서와 글쓰기의 세계로 부드럽게 인도한다.

2. 저자의 이전 저서에 대한 내용이 많이 나온다.


* 추천 대상

1. 정여울 작가의 팬

2. 이제 막 글쓰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사람

3. 슬럼프에 빠진 초보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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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은 이 셋 중 하나는 가지고 있어야 해요. 질문, 호기심, 설렘.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충족하거나 세 가지 모두를 충족하면 더 좋지요. 그래서 참 시작하는 문장이 어려워요. (p. 51)


스토리텔링의 시작은 궁금증이거든요. 예컨대 빈센트 반고흐가 왜 귀를 잘랐을까, 그 당연한 질문이 지금까지도 수많은 책과 영화의 원동력이 되고 있잖아요. 사실 아무도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궁금해하고, 가슴 아파하고, 이해하고 싶어 하지요. 스토리텔링을 단순히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기술이라고 가르치는 사람들도 있는데, 스토리텔링은 그저 재미를 위한 도구가 아니에요. 스토리텔링은 정당한 질문에 대한 가장 그럴듯한 해답을 찾아가는 길이에요. 그리하여 잘 질문해야 하고, 도발적으로 캐물어야 하고, 끈질기게 파고들어야 하고, 마침내 답을 찾아내야 하지요. (p. 36)


때로 열정은 재능의 결핍을 뛰어넘어 기적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매일매일 포기하지 않고 내 꿈이 있는 그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재능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p. 92)


딱 한 사람만 먼저 감동시켜보세요. 한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습작을 할 때는 바로 그런 소박한 용기가 필요한 것 같아요. 먼 훗날 위대한 작가가 될 사람들도 처음에는 단 한 사람이 자신의 글을 읽어주기를 바라며 글을 써요. 불특정 다수의 대중 독자를 상상하지 마세요. 단 한사람을 떠올리세요.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사람이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의 글에 공감해주기를 바라며 글을 써보세요. (p. 146)


마음속에 이런 건 글로 쓸 수 없어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죠? 바로 그것이 여러분이 지금 바로 써야 하는 가장 소중한 테마예요. 이런 걸 어떻게 쓰지, 이토록 복잡하고 미쳐버릴 것만 같은 마음을 어떻게 글로 표현하지 싶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 고민을 하게 만드는 복잡하고 사연 많은 주제가 여러분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내면의 주제인 거예요. 그런 주제로 글을 쓰는 희열을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p. 170)



독서와 글쓰기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가득 느껴졌던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내 마음의 소리를 글로 옮기고 싶어지고, 더욱더 열정적으로 책을 만나고 싶어진다. 그녀는 이 책에서 독자들에게 글쓰기의 장점을 들려주며, 이 책을 읽고 있는 당신도 할 수 있다는 부드러운 응원을 건넨다. 이 책은 글쓰기의 기술들을 알려 준다기보다는 글쓰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이나 글을 대하는 태도를 들려주고 사람들이 글쓰기에 대해 궁금해하는 것들에 답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함이 담긴 글의 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그동안 북리뷰를 쓰면서 나는 그 속에 쏟아져 나왔던 내 마음을 지우며 내 흔적을 최대한 없애는 것에 집중해왔다. 한 권의 책을 통해 발견해낸 진짜 나를 숨기고 건조한 글만 남도록 마음을 말리고 또 말렸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부터는 마른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을, 어쩌면 적당히 촉촉한 글이 더 살아있는 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글을 쓰는 것은 정말 용기 있는 행위인 것 같다.


<끝까지 쓰는 용기>는 작가가 이전에 썼던 책에 대한 내용이 꽤나 나오기 때문에 정여울 작가의 글을 좋아했던 이라면 이 책도 즐겁게 읽을 것 같다. 나는 이 책으로 정여울 작가의 글을 처음 만나보았는데, 이 책에 이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단 마음이 들었다. 전업 작가의 삶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에게, 끝까지 써내는 용기를 얻고자 하는 이에게도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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