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엔딩으로 만나요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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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펌 / 해피엔딩으로 만나요/ 샤를로테 루카스


행복을 꿈꾸며 모든 결말은 해피엔딩이어야한다는
확고한 주관을 가진 '에밀리아 파우스트'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드라마와 소설, 영화의 끝,
심지어 삶까지도 모든 것이 해피엔딩이어야한다는
행복주의론자인 엘라(별칭)는
결말이 슬픈 영화나 소설을 '더 나은 결말'이라 이름 붙인
자신의 블로그에 해피엔딩으로 바꾸는 것을 낙으로 삼아 살아가고 있다.
유일하게 친한 친구인 '코라'와 함께 
회사일이 바빠 집에서의 일상적인 일들이 버거운 사람들을 위한
가정관리사 일을 막 시작한 시점에 첫 손님으로 만난 것이
'필립'이었고 제대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둘이 눈이 맞는 바람에
엘라는 코라와 절교까지 하면서 필립의 집에서 6년째
필립만을 위한 '가정관리사'로 동거중이다.
필립은 변호사이고 엘라는 필립을 위해 음식은 물론 각종 공과금 처리,
은행 업무, 세탁 등을 도맡아하며 지내던 중
드디어 필립에게서 청혼을 받기에 이르며 코라의 악담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너무나 아름답고 행복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으로 가득차 있다.
그러던 중 여느때와 다름 없는 나날을 보내며 내년에 치를 결혼준비와
필립을 위한 가정관리사 일을 하던 엘라는
필립의 코트를 세탁소에 맡기러 갔다가 코트 주머니 안에 들어있던
'엘라와 결혼하면 안돼요.'라는 내용이 들어가 있는 편지를 읽게 되고
필립이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둘은 심하게 다퉜고 엘라는 필립의 집을 뛰쳐나왔지만
한밤 중 그녀가 갈 만한 곳은 어디에도 없는 듯해 보였다.
더군다나 필립이 엘라를 위해 사준 자동차는 시동조차 걸리지 않는
상황이 되면서 엘라는 필립이 철인3종 경기를 위해 사둔 비싼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밤길을 질주하기에 이른다.

 

 

 

 

필립의 자전거를 타고 나왔지만 엘라는 다시 필립과 해피엔딩을
꿈꾸며 이야기를 잘 나누면 모든것이 잘 될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강둑으로 내려가다 맨발의 장신의 남자와 부딪혀 정신을 잃고 만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렸을 때 부딪혔던 남자는 어디에도 없고
길을 거슬러 갔을 때 바닥에 신발과 지갑과 외투가 벗겨져 있는 것을 보고
그 남자를 찾으러 다니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지갑안에 들어있는 그의 주소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자전거가 아작날 정도로 부딪혔다면 큰 부상을 당했을거란 생각에
엘라는 정신없이 그 사람의 집을 찾아가지만
어마어마하게 큰 저택의 주인임을 알고 놀라게 되고
집 내부에 발을 들여놓았을 땐 어마어마한 쓰레기더미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대체 이 '오스카'라는 이름의 남자는 어떤 인물인가?
하지만 문 앞에서 엘라는 오스카와 또 한번 부딪히게되면서
병원으로 실려가게 되고 오스카의 기억상실증과
갈 곳 없는 엘라는 오스카의 집에 머물려 가정관리사 역할을 맡게 되고
오스카의 행적에서 불행을 감지한 엘라는
오스카의 기억을 행복으로 바꿔주면 자신도 다시 필립과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거란 생각을 하며 오스카에게
행복한 기억이 돌아오게 노력한다.

전편 <당신의 행복한 1년>에서도 자전거가 매개가 되었는데
이번 편에서도 엘라와 오스카가 만난 매개점에 자전거가 등장하여
전편을 읽었던 독자라면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소설이다.
영화나 소설 속 뻔한 해피엔딩이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이질감을 느끼며 비판적이었던 적이 있었기에
그녀가 인생을 해피엔딩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과
불행을 피하기 위한 징크스 같은 미신들도 쏠쏠한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이어 엘라와의 관계를 정리했던 필립이 오스카 옆에 있는
엘라에게 질투심을 느끼는 장면도 통쾌하게 다가왔는데
평소 연애소설은 잘 읽지 않지만 '샤를로테 루카스'의
연애소설은 재미나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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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복 평전 - 시대의 양심
김삼웅 지음 / 채륜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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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륜 / 신영복 평전 / 김삼웅


사상범으로 몰려 20여년의 감옥 생활을 한 불운의 사나이 '신영복', 감옥에서의 고찰을 수기를 책으로 펴낸 <감옥으로의 사색> 외엔 사실 '신영복'이란 인물에 대해 딱히 알지를 못하였기에 <신영복 평전>을 보았을 때 그의 삶이 궁금해졌다.
'그땐 그런 시대였었어~' 라고 포기와 체념을 담아낸 말투를 떠올리는 듯한 영화 속 대사가 떠오르게 만들던 시절을 살아갔지만 그런 시대에 맞서기 위해 의지를 굽히지 않았던 그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1941년 8월 23일 경남 의령군 유곡공립보통학교 교장 사택에서 3남 2녀 중 넷째로 태어난 그의 출생연도를 보면 알 수 있듯 일제가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조선을 폭압하던 시기였다. 교장 선생님인 아버지가 근무하는 사택에서 자라며 일제 말기 경제적으로 궁핍했던 시기였음에도 그의 가정 형편은 안정적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신영복의 아버지는 교사 신분임에도 일제강점기 일본인 교장 배척운동에 가담했을 정도였고 한글연구 비밀 서클에 관계했다가 쫓겨난 이력 또한 가지고 있었던 올곧은 성품으로 신영복 형제들이 물려받았던 올곧은 성품은 아버지에게서 비롯되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일제 시대가 끝나고 그가 국민학교 4학년이던 무렵 6.25를 겪게 되었고 이후 학교를 다니며 자신보다 못한 형편의 친구들을 보면서 충격을 받았던 것을 보면서 아버지가 제3대 민의원 선거에 입후보하기 전까지는 가정 형편이 보통 사람들보다 나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이후 아버지가 야당 후보로 총선거에 나갔다 낙선한 후 집안 살림이 기운 것을 계기로 신영복은 부산상업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졸업만하면 바로 은행에 취직할 수 있는 훌륭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담임 선생님의 만류로 서울대 상과대학에 입학하게 된다. 이후 신영복을 비롯한 3남이 서울대와 연세대, 고려대에 입학하게 되면서 가족은 시골 생활을 접고 서울로 상경하게 되고 신영복은 활발한 서클활동과 '청구회'라는 모임으로 꼬마들을 도와주는 모임을 이끌어가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명석한 두뇌와 활발하고 아이들을 좋아하는 성격이었음을 일화를 통해 엿볼 수 있다. 그 후 중앙정보부가 발표한 통혁당 사건에 연루되어 사상범으로 분류되어 사형 선고를 받고 감옥에서 20년의 세월을 복역한 그의 인생은 시대가 낳은 불운을 온몸으로 받아내야만했던 한 인간의 고통과 고뇌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던 일화들로 소개되어지고 있다.

아무리 그러한 시대였었다고, 그동안 숨기고 왜곡됐었던 많은 진실들이 폭로되고 있는 현실에서 피부로 직접 와닿지 않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낯설고 충격스럽게 다가올 뿐이다. 빛나는 청춘이었던 나이에 감옥에 들어가 20년을 보내며 어떻게 그렇게도 초연할 수가 있었을까.... 결국 같은 물음이 계속 머리 언저리를 돌았던 것 같다. 억울하고 고통스러움을 떠나 분노로 인해 두 다리를 편히 뻗지도, 잠을 잘 수도 없었을 것 같지만 그는 분노의 세월을 보내는 대신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내 고뇌하고 사유하며 자기 자신을 다스렸다. 20년이란 세월도, 자신을 다스리는 것도 결코 쉽지 않았을텐데도 그것을 승화시킨 그의 모습에서 가슴이 뜨거워졌다.

최근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영화 개봉으로 내가 직접 겪지 않았던 일들을 바로보게되면서 진실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신영복 역시 그가 살았던 인생이 어찌보면 한편의 영화처럼 보여 이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을 차분히 다스릴 수가 없었다. 잔잔한 불꽃으로 사람들에게 불씨를 옮겨준 그의 인생을 책 한권으로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제라도 그가 걸어갔고 눈 감는 순간까지 이어갔던 생각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게 된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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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헨드릭 빌렘 반 룬 지음, 김희숙.정보라 옮김 / 생각의길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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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편견의 세계사 / 제1회 뉴베리상 수상 작가 핸드릭 빌렘 반 룬의 색다른 역사 이야기


어떤 관점에서는 무지보다 무서운게 없는 듯하지만
또 다른 관점에서는 편견보다 무서운 것도 없는 것 같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무지와 편견이 만들어낸 공포의 역사로 인해
헤아릴 수 없을만큼 엄청난 인명 피해는 물론
고통이 뒤따랐던 인류사를 역사 멀리 가지 않아도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은 '무지와 편견'에 촛점이 맞춰진 광기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 같지만 'Tolerance'라는 원제가 나타내듯
무지와 편견의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저자가 강조하는 주제어는 '관용'임을 알 수 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전쟁같이 인류를 고통속으로 몰아넣었던
큰 사건 속에서 항상 만날 수 있었던 것은 관용을 잃은 무지와 편견이었다.
인간의 끝도 없는 권력욕에는 이타심이랄게 이미 사라져버린 상태이며
권력탐욕자들의 연설에 무지한 시민들은 편견에 사로잡혀
결국 그들의 바람대로 광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뛰어들었다.
게르만 인종우월주의자들이 유대인을 제거하고자 시도했던
히틀러의  부르짖음은 우매한 시민을 선동해 '홀로코스터'라는
거대한 재앙을 낳게 되었고 
무지와 편견에 가로막혀 제대로 보지 못한 인간 개개인들이 행복할 수 있었던,
행복하지 않더라도 나치주의자들이 감히 손댈 수 없었던 인간의 고귀함을
아무런 고뇌와 생각없이 그저 쓰레기 처리하듯 쓸어버렸던
일련의 끔찍한 전쟁사를 뒤늦게 후회하고 바로잡기 위해
적어도 인간으로서 사고해야할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실시하기 시작했던 대학 논술시험의 시도를 보더라도
무지와 편견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깊이 파고들지 않아도
몸서리 쳐질정도의 공포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책이 출간되었던 때는 1925년으로
완벽한 현재를 만날 수는 없지만 그 시대를 살아갔던 한 역사가이자 저널리스트였던
'핸드릭 빌렘 반 룬'의 고찰과 냉정한 사고를 엿볼 수 있다.

'무지의 폭정'이라는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옛날 옛적 원시 사회에 뿌리내려졌던, 현재로서는 터무니 없고
쓸모 없으며 무의미하게까지 보이는 원시 사회속에서
공공연히 자행되었던 그들이 최선이라 믿었던 것들을 볼 수 있는데
양이나 염소, 심지어 사람을 재물로 바쳤던 그런 신앙들이
미개해보이고 잔인해보이기까지 하지만
자신들의 종교가 유일하다며 다른 종교를 이교도로 내몰아
피비린내 나는 종교 전쟁을 일으켰던 그들에 비할바는 아니었던 것 같다.
'신'에 대한 존재 자체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로서
있다, 없다, 믿는다, 믿지 않는다의 이분법적인 차이로
가름짓지 않고 인간으로서 사고할 수 있는 냉철한 사고력과
'관용'에 대해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저자의 풍부한 학식과 논리에
매료될 수 밖에 없었다.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비춰질 모습들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면이 없지 않지만 그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냉철한 철학을
발하는 그의 이야기에 깊이 빠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평소 종교적인 지식이 얕은 탓에
모든 이야기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는 없겠다.
종교인으로서 보여야 할 관용이 부족한 많은 이들이,
나같은 무신론자들이 종교에 대해 다른 시각으로 다가갈 수 있게,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생각의 연을 이어가며 읽기에 좋은 책이 아니었나 싶다.

 

 

 

 

정치와 무역, 예술, 군국주의라는 타원형을 만든 실을
어느쪽으로 잡느냐에 따라 종심을 잃고 한 방향으로 쏠릴 수 밖에 없는
현상을 그림으로 아주 잘 표현하고 있는게 기억에 남는다.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이 타원형이 제 모습을 찾지 못했던 때는
항상 인류사에 있어 고통이 수반되었던 때였음은 말할 것도 없을 듯하다.

사실 한번으로 읽는 것에서 그치기에는 기초가 얕은 탓에
어렵게 느껴졌던 때도 많았으나 뭔가 말도 안되는 자기 주관적인
일침으로만 점철되었던 글이라면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 같다.
어렵게 느껴지지만 고통 속의 세계사를 마주하며
역시 본질은 하나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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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여자들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4인용 테이블 지음 / 북바이퍼블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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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by PUBLY / 4인용 테이블 지음 / Dear 당신, 당신의 동료들


<일하는 여자들>이란 의미심장한 제목만큼이나 속옷을 잠그는건지 푸는건지 모를 그림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여자라는 이유로 감내하고 참아야하는 조건 속에서 그녀들에게 있어 일은 과연 무엇이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학교를 졸업하게 되는 순간 누구나 사회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부모에게 기대어 몇 십년을 살다가 이제 본인이 알아서 모든 것을 결정하고 그 결정에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어 사회에 발을 내딛을 때 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에 부딪혀 자신감을 잃기도 하지만 나름 포부란 것과 꿈을 잃지 않기 위해 다짐하며 좌절에서도 빠른 탄력성으로 돌아오게 되는 나이지만 결혼이라는 시점으로 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지게 된다. 젊을 땐 그저 나 하나만 건사하면 되지만 결혼을 하게되면 일을 하고 싶어도 걸리는 상황이 너무나 많아지기 때문에 그로 인한 스트레스도 상당할 수 밖에 없다. 그것을 겪었었고 앞으로도 겪어가야 하기에 <일하는 여자들>에서 들려주는 그녀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갔던 것 같다. 그리고 여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깊은 공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녀들의 이야기에서 '여자'라는 사실에 대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세로 일과 사회를 바라봐졌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영화감독 윤가은


<일하는 여자들>에 맞게 바꿀 수 없었던 성별인 '여자'란 이유가 일과, 사회 구조에 어떻게 연관되어져 있는지 볼 수 있는 한편 '여자'라서 그것이 불합리적이고 부당한 편견과 인식에 쌓여있는 보편화된 사회성과 다른 직업 환경 또한 엿볼 수 있다.
11명의 일하는 여자들의 삶과 일, 일에 대한 고뇌, 사회 속에서 느꼈던 부당함, 즐거운 인생을 되찾기 위한 노력, 그리고도 여전히 인생을 행복으로 채워넣기 위해 일과 삶을 향해 전진하는 그녀들의 이야기는 마냥 남 얘기 같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가까운 지인의 이야기도 아닌 이야기들이라 공감과 알지 못했던 분야에 대한 이해심, 좌절하면서도 행복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힘찬 기운을 받을 수 있었다.
아직은 젊어서, 아직은 결혼하지 않아서, 애가 없어서, 전문직이라서 등등의 온갖 변명거리를 구차하게 붙이며 나 혼자만 처절하고 외로운 워킹맘을 고수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워킹맘 시절 내내 괴로움을 떨쳐버릴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아이에 대한 소홀함 때문에 괴롭고 어긋나는 부부사이 때문에 힘겨웠고 모든 이들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는 듯한 내 자신이 한없이 안쓰러웠던 시절 이 책을 보았다면 많은 위로와 긍정의 에너지를 얻지 않았을까 싶다.
구차하게 갖다 붙였던 변명거리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음을 그때도 모르지는 않았지만 아마 이 책을 그때 읽게 됐다면 지금 그대로인 내 자신을 마주볼 용기를 얻었을 것 같다. 여자라서, 엄마라서, 아내니까 모든 것을 다 완벽하게 짊어지고 싶었고 힘들어도 내려놓고 싶지 않았던 욕심들이 있었다. 왜 그땐 모든것을 다 잘해야한다며 채찍질만 했을까? 힘들고 부족했던 내면의 내 자신을 들여다볼 생각은 하질 못했었던 것 같다.

<일하는 여자들>은 잡지 형식을 한권의 책으로 만나는 느낌인데 그녀들의 일과 여자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겪었던 불합리한 인식들에 대해 페미니즘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지는 책이다. 삶과 일 모두에서,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만연하게 퍼져 있는 위험한 인식들에 대해 같은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될 필요성을 많이 느끼게 됐던 것 같다. 요즘 페미니즘에 대한 소설과 에세이들을 만나면서 사회속에서 무수히 마주쳤던 불합리함에 맞설 생각보다는 그저 나를 버리며 순응하는 것으로 안정을 찾으려고만 했던 나의 모습들이 내 아이가 살아갈 날들에 대한 진보를 막고 있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나도 인식하지 못한 사이 여성 비하 발언을 할 때도 있었고 공감보다는 배타적인 모습으로 대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또 하나의 세계가 열린 느낌이다. 그리고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다른 관점이 생긴 듯하다. 소개되어진 11명들의 직업은 잘 알지 못했던 분야라 생소하기도했지만 그것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큰 의미가 되지 않음을 이제는 확실히 깨달을 수 있다. 위안과 위로, 삶을 대하는 태도, 같은 것을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등이 조금씩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좋았다.

"백은하.

내가 내 인생의 사장이 되는 거다. 누구에게 고용될 생각을 하면 안 된다.
사업자등록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고. 내가 직장을 안 다니고
청탁을 받지 못하면 그냥 나는 놀아야 하는 걸까?
그렇지 않을 때도 할 일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렇지 않을 때도 할 일이 있으면 되지 않을까?
그럼 내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에 관해 연구를 하면 되겠구나.
내 나름대로 '배우학'이라는 걸 만들었다.
그리고 나는 배우연구소의 소장,
배우연구자로 살아가면 된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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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고구려 - 이정기와 제나라 60년사
지배선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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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TV에서 이정기에 대해 다룬 역사스페셜 다큐 예고편을 보고서는 저건 꼭 봐야겠다하고선 감쪽같이 잊어버린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보는 순간 잊어버리고 기억하지 못했던 '이정기'란 인물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역사에 대한 흥미를 늘 가지고 있었고 중학교때까지 제일 존경하는 인물이 광개토대왕이라고 말할 정도로 고구려에 대한 애정이 있었지만 발해를 세운 대조영과는 달리 '이정기'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기에 책을 읽으며 적잖은 충격을 받게 되었다. 학창시절 기억을 떠올려봐도 '이정기'라는 인물에 대한 기억이 전혀 없었기에 거기서 오는 충격도 상당했지만 다큐나 책으로 '이정기'란 인물을 쉽게 접할 수 없었기에 더욱 고구려인으로서의 자부심을 이어갔던 '이정기'란 인물에 대해 궁금증이 들게 됐던 것 같다. 더욱이 중국의 동북공정 프로젝트로 인해 고구려가 중국의 지배하에 있었다며 사실화하는 듯한 발언을 시진핑 주석이 했었고 중국 식민지에 대한 이야기가 논란이 되고 있기에 더 늦기 전에 '이정기'란 인물이 세웠던 '제나라'에 대해 알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행운이란 생각마저 든다. 중국의 동북공정이 사실화되어지면서 고구려사가 철저하게 왜곡되어지는 시점에서 '이정기'란 인물은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반박할 중요한 인물이기에 한국 사학계나 한국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이 아닐 수 없겠다.

'이정기'는 고구려가 멸망한 후 64년이 흐른 732년 평로절도 치소인 영주에서 태어났다. 당나라로부터 고구려인들이 노예로 많이 끌려갔기에 저자는 이정기의 할아버지나 아버지대에 당나라로 끌려가 정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정기가 고종사촌인 후희일을 도와 평로절도사로 세웠고 후에 자기보다 더 클 것을 두려워한 후희일에 의해 내쳐졌을 때 고구려 군사들에 의해 반전되는 상황과 영주에서 청주로 진출할 당시 척후대장인 군후였다는 사실등을 미루어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용맹함과 전략, 전술의 뛰어남은 물론 휘하 장군들을 통솔하는 리더십 또한 출중했음을 엿볼 수 있다.

고구려가 멸망하고 고구려 유민이지만 당나라에게는 노예라는 치욕적인 위치에서 영주에서 청주로 진출하며 세운 공으로 시작해 후희일을 치고 신라와 발해의 독점무역권을 얻으면서 힘을 얻기 시작한 이정기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이정기 시대가 1장이라면 이정기의 아들인 이납이 제나라라는 국호를 선포하고 제왕이 된 이야기가 실려 있는 2장을 지나 이납의 뒤를 이어 막강한 재력으로 제나라를 황금시대로 꽃피운 이사고 시대와 신분으로 인한 핸디캡을 딛고 왕위를 이은 이사도의 시대를 맞아 당나라와의 패권을 놓고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위기를 통해 제나라의 스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이정기'라는 인물과 60년이란 짧은 기간이긴하지만 중국의 복속이 아닌 고구려인이 세운 제나라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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