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의 찬미
한소진 지음 / 해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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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사의 찬미 / 한소진 장편소설


언젠가 한 TV 프로그램에서 윤심덕과 김우진에 대해 다룬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깊이를 다 알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는 일본 유학중에 만나 사랑을 싹틔웠다는 이야기였는데 문제는 김우진이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란데 있었다. 일제시대였고 돈 좀 있다하는 양반들에게 첩 한 둘 거느린 것은 흉이 되지 않았던 시절이라고는하지만 당시 아내도 있고 자식도 있었던 김우진과 결혼을 하지는 않았지만 당시 내로라하는 신여성이었던 윤심덕의 사랑의 도피는 지금의 잣대로서는 그저 그들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인 딱 그정도의 가십으로 다가와졌던 것 같다. 마지막엔 현해탄을 건너며 동반자살했다는 이야기로 마무리지어졌지만 시체를 본 사람이 없으며 유럽에서 그 둘을 봤다는 목격담이 이어져 정말 죽은 것이냐는 의혹의 글을 보면서 참...별일이 다 있구나란 생각을 했었다.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는 가슴 아픈 비극적 사랑의 이야기로 생각하며 지나쳤던 이야기를 한소진 작가의 <사의 찬미>를 통해 대중적 잣대로, 현재의 시각으로 그들을 해석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양 순양리에서 4남매 중 둘째로 태어난 윤심덕은 말보다 노래가 빨랐던 아이였다. 그런 윤심덕을 두고 동네 사람들은 기생이 될 팔자라며 수근댔지만 먹고사는게 바빠 음악에 대한 열정을 가슴에만 품었던 아버지는 몸이 부서지게 일을 하며 심덕의 뒷바라지와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준다. 열여덟의 나이 윤심덕은 경성여자고등보통학교 사범과를 졸업하고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다 몸이 상한 아버지와 어머니를 위해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하지만 졸업식날 학무국장에게 미움을 사는 바람에 원주로, 원주에서 횡성이란 오지로 발령을 받게되었고 농사일을 하느라 학교에 출석하지 않는 아이들의 집을 따라다니며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오랫동안 자신을 바라보며 고생한 부모님에게 이제 막 효도를 하려는 바람이 물거품이 되고 심덕은 총독부가 주최한 관비 유학생 선발 시험에 지원하여 조선 여성 최초로 일등을 하며 도쿄음악대학 성악과로 유학을 가게 된다.

안동 김씨의 첩의 아들로 태어나 제대로 된 사람 대접을 못받았던 우진의 아버지 김성규는 전남 장성군수를 거쳐 목포의 무안감리로 임명된 사람이었다. 첩의 자식이었다는 설움을 끊어내 악착같이 돈을 벌어 목포에서는 내로라하는 부자가 되었지만 아들 김우진과는 부정이 두텁지 않다. 김우진을 자신의 사업을 더 키울 재목으로 키우고 싶은 아버지의 욕심과 문학을 하고 싶지만 제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아버지 사이에서 늘 삐그덕대는 부자, 그런 어느 날 우진은 아버지에게 일방적인 혼인식을 통보받고 처음 보는 점효와 혼인을 하게 된다. 사랑없이 했던 결혼 생활이 괴로운 우진과 우진을 홀로 마음에 품은 점효, 우여곡절 끝에 딸을 낳아지만 우진은 아버지와 점효로부터 멀리 도망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두 사람은 3.1 운동이 비극적으로 끝난데 대해 고국을 위해 나서야겠다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동우회순회연극단'을 통해 서로 강하게 이끌리게 되고 처음 느껴보는 생경하면서도 가슴 터질 사랑과 유부남이라는 우진의 상황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괴로워하게 된다.

한소진 작가의 <사의 찬미>를 읽으며 그 옛날 윤심덕과 김우진은 이러한 사랑을 했을까?란 궁금증이 들었다. 아버지에게 경제적 조달을 받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김우진의 모습이 이상주의자처럼 다가오기도하였지만 본인이 되보지 않고서야 그 마음을 어찌 다 이해할 수 있을까!

서로를 향했으나 허락될 수 없었던 윤심덕과 김우진의 사랑과 자신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김우진을 향해 홀로 사랑을 지켜나가던 김우진의 아내 점효의 외사랑이 너무나 가여워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고 현대의 잣대로 윤심덕과 김우진을 욕하던 때가 마음은 더 편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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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츠와 고양이 책이 좋아 1단계 6
히코 다나카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고향옥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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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타케 신스케의 글과 그림을 아이가 좋아한다.

아이가 좋아하고나서 한참 후에 나도 요시타케 신스케를 좋아하게 됐다.

그의 글에는 일본 특유의 정서가 배어있는데

아이가 보는 그림책이라 가볍게 펼쳤다가

글 속에 녹아든 심오함 때문에 반하게 되었다.

결국 요시타케 신스케가 쓰거나 그린 책을 아이와 둘이 모으는

재미에 빠지게 되었는데

<레츠와 고양이>는 요시타케 신스케가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우스우면서도 사람 편하게 해주는 그의 그림이 있어 선택하게 되었다.

그림에서 세련된 이미지도, 멋진 풍경도 볼 수 없지만

둥글둥글한, 그것도 너무 둥글둥글해서 자칫 굴러가지는 않을까

염려되는 동글이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그의 그림은

길쭉길쭉, 뾰족뾰족해서 비현실적인 캐릭터들과 동떨어져있어

그것 자체로도 편안한 마음으로 책을 볼 수 있게 해준다.

<레츠와 고양이>에는 주인공인 레츠와 엄마, 아빠

그리고 엄마가 어느 날 데려온 고양이 키위가 있다.

엄마가 고양이를 데려오기 전까지

일곱살 먹은 레츠의 일상생활이 나오는데

일곱살이 되어 유치원 막내반 다섯살 동생들을 관찰하는 대목이

아주 재미있다.

유치원 막내반 다섯살 동생들은 장난감을 친구에게 잘 주지 않고

크게 소리치며 뛰어다니고 그러다 넘어지면 운다.

놀다가 별안간 바닥에 드러눕는가하면

모래 놀이터에서 놀다가 개미를 집어 먹기도한다.

코딱지도 먹고 우는 소리, 웃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우며

팬티도 안벗고 오줌을 누는 다섯살 동생들

다섯살적엔 자신도 그러했을텐데

일곱살이되어 가슴을 쓸어내리는 레츠의 모습은

마냥 귀엽기만하다.

하루하루 성장해나가는 레츠,

 

엄마가 데려온 고양이가 마음에 든 레츠는

하루하루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고양이가 혀로 볼을 핥으면 아프다는 것과

좋으면 손가락을 답삭답삭 문다는 것을 알게 된 레츠가

유치원에 가서 친구들에게 하는 행동은 픽~하고 웃음을 터지게하는데

마지막 고양이의 이름을 짓는 대목에서는

참고 있던 웃음이 빵터져서 큭큭 거리며 웃었던 것 같다.

엄마와 아빠는 고양이 이름을 까망이로 짓자고하지만

레츠는 고양이의 이름이 까망이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고양이의 눈이 초록색이라 레츠는 '오이(큐우리)'라고

이름을 붙여주자고하지만

엄마와 아빠는 레츠의 혀짧은 발음 때문에 오이를

키위라고 알아듣고 만다.

하지만 고양이 이름이 오이면 어떻고 키위면 어떠랴.

그만큼의 성장을 해나가는 레츠의 다음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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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김지영 지음 / 푸른향기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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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향기 /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 김지영


평소 에세이는 잘 안읽는 편이지만 제목이 예뻐 보자마자 관심이 갔던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아마 요즘 내 기분이 말랑말랑하지 않았다면, 의욕에 불타올라 고삐를 한껏 쥐고 있었던 때라면 이 책은 내 눈에 띄지 않았을 것이다. 여행하며 적어나간 이야기들이 날것 그대로 숨쉬고 있는 여행 에세이조차 사실은 색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다들 데자뷰처럼 마주하게 되는 똑같은 하루와 두려운 미래, 지금이 아니면 결코 못할 것 같은 조급함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올라탄다. 현재 내가 다니던 직장, 그나마 안정되어 있던 생활을 벗어던지고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부대끼며 부모님이 아무말 없이 해주던 무한한 희생에 감사해하고 사회에서 사람들과 부대끼며 숱하고 느꼈던 속앓이조차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일임을 깨닫는다. 인간이 어떻게 해볼 수 없는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마냥 경건하고 감사한 마음에 부풀게 되는 이야기. 모든 여행 에세이의 공통점이라 특별히 색다르게 다가올 것도 없어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펴자마자 그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내가 느껴보지 못했던, 한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감정들을 이야기할 때는 더욱 몰입해서 읽게 됐던 것 같다. 

'글 잘쓰네?' 하면서 계속 곱씹다가 웃기도 하고 코가 찡하기도 했던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
뻔할거라고 생각했던 여행 에세이가 이토록 가슴에 와닿을 줄이야.... 왠지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허탈함이 책을 덮었을 때 느꼈던 첫번째 감정이었던 것 같다. 뻔하다면 뻔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나에게는 결코 뻔하지 않았던 여행 이야기가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였던 것 같다.

포르투갈 포르투의 '성 주앙의 밤'의 뿅망치 축제도 탄자니아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할 때 아이들에게 주려고 진우가 샀던 초콜릿도 마추픽추의 귀여운 야마도 리투아니아의 빌뉴스의 단하루 우주피스 공화국도, 이 책에 등장했던 지역을 어디선가 본다면, 언젠가 내가 그 곳에 가게 된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예쁜 것은 다 너를 닮았다>를 떠올리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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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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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 고양이는 안는 것 / 오야마 준코


일본 소설엔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보통 외롭고 쓸쓸한 주인공 옆에서 말동무가 돼주는 존재로 많이 등장하곤 하는데 <고양이는 안는 것>에서는 독특하게도 인간과 고양이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전개돼 소설이 끝날 때까지 흥미로움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고양이가 등장하고 범죄나 스릴러물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강하게 다가올만한 사건들은 없지만 잔잔함 속에서도 등장하는 인간과 고양이의 이야기가 묘하게 얽혀 있어 잠깐 한눈을 팔면 다음장에 이어질 내용에서 어리둥절할 수 있다는게 이 책의 또 다른 즐거움일듯하다.

도쿄 변두리에 위치한 아오메강과 네코스테다리, 오래 전 아오메강 주변엔 짐을 나르기 위해 흙벽으로 지은 물류창고가 있었고 자연스레 창고를 드나드는 쥐들 때문에 상인들은 고양이를 들여 창고를 지키게 했다. 그러던 것이 물류창고가 서양식으로 지어지고 쥐들이 살 수 없게되자 고양이는 더이상 필요가 없어졌고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지어진 말이 네코스테(고양이를 버리다)였다. 그런 유래가 있던 네코스테 다리는 산업화로 쇠퇴했고 하루종일 드나드는 사람수도 없을만큼 조용한 곳이 되어버렸다.

자신을 인간이라고 착각하며 사는 '요시오'는 집을 모르던 그녀와 살기 위해 집을 찾아나섰다가 아오메강으로 떨어져 정신을 잃고 네코스테 다리에서 깨어난다. 마침 수 많은 고양이들의 집회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강가로 떨어져 다친 휴유증 때문에 당분간 암컷 고양이 '키이로'의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기로 한다.

마흔살인 '사오리'는 부모의 기대를 한몸에 받는 오빠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는 삶을 살면서도 부모에게 그 어떤 반항이나 불평조차 하지 않는 착하지만 어찌보면 바보스러울 정도로 답답한 여자이다. 도쿄에서 대학을 마치고 결혼한 오빠가 친정으로 돌아와 함께 살기 시작하면서 부모님과 함께 살며 부모님 일을 거들어주던 사오리의 위치 또한 좁아지게 되고 그러던 중 자신이 집안에 민폐만 끼친다는 생각에 스물 다섯에 집을 가출하여 도쿄에서 외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마트에서 캐셔를 하던 사오리는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다 걸린 여학생을 대신해 사과하러 온 고등학교 교사 '요시오'에게 반하게 되고 길을 걷다 애견숍에서 발견한 숫컷 러시안블루 고양이에게 고등학교 교사의 이름인 '요시오'란 이름을 붙여주고 자신이 사는 기숙사 창고에서 몰래 키운다.

그림 그리는 것말고는 제대로 된 밥벌이조차 하지 못하는 고흐는 혼자서 딸을 키워나가는 누나에게 용돈을 받아쓰는 무명 화가이다. 그런 그에게는 키이로라는 암고양이가 있다. 그리고 삼촌을 너무 좋아하는 고등학생인 조카 '호노'와 고흐의 화실에 이따금씩 나타나는 가타오카가 있다.

혼혈로 태어나 뛰어난 외모 때문에 의도하지 않은 관심을 받는 '이케나가 요시오'는 자신의 외모가 고마웠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고등학교 수학 교사로 있지만 일에 대한 보람도 없다. 그런 그를 귀찮게하는 '호노'란 여학생이 있고 요시오는 조만간 교사직을 그만두어야겠다고 결심한다.

<고양이는 안는 것>에는 등장하는 인물이 많지 않다. 등장하는 고양이 또한 많지 않지만 책을 읽으며 딴생각을 하다가는 다음장에 튀어나오는 이름에 멍한 자신을 만나게 될 것이다. 마치 계주를 하듯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이야기에 잠깐 어리둥절하게 되다가도 다음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이렇게 이어지려고 앞에 그랬던거구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어릴적엔 이렇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이야기의 드라마를 어렵지 않게 봤던 것 같은데 왜 나는 <고양이는 안는 것>에서 유독 아련함과 특별함을 느꼈던 것일까? 슬픈 이야기도 있지만 달달하게 이어지는 이야기도 있어 지금 생각해보면 첫사랑에게 교환 일기를 쓰던 바로 그 느낌으로 이책을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이누도 잇신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했고 <1리터의 눈물>에서 이국적이지만 청순한 이미지로 등장했던 '사와지리 에리카'가 사오리 역을 맡아 연기를 했다고하니 영화 또한 너무 기대가 된다.

잔잔한 감동의 여운이 남았던 <고양이는 안는 것> 아마 이누도 잇신 감독이 영화를 만들었으니 영화 또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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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 이덕무 청언소품
정민 지음 / 열림원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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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 / 정민


스스로 책만 보는 바보라 일컬을 정도로 책을 사랑했던 이덕무,
책을 애지중지 여겼던 정조조차도 그의 책사랑에 감탄했다고하니 간서치라는 호칭은 어쩌면 그가 아니면 어울리지 않을 말일지도 모르겠다.

이덕무에 대해서는 연암 박지원을 공부하며 알게 되었는데 박지원을 비롯해 이덕무, 유득공, 박제가의 그 시대에 맞지 않는 자유분방함과 호방함이 꽤나 시원하게 다가와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벼슬에 나갈 수 없는 서자 출신이었던 그는 가난한 환경 속에서도 책을 놓지 않을 정도로 책에 대한 사랑이 대단했던 인물인데 자신의 신분과 가난으로 인해 사람이라면 그러하듯 세상의 부조리함을 담은 원망의 글귀 하나쯤은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 나로서는 모든것을 해탈한 듯한 처연한 그의 글을 보며 이것이 그가 삶을 대하는 철학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에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글을 보면 따뜻한 이웃집에선 웃음소리가 들려오는데 내 방 벼루위에까지 눈보라가 부는 매서운 바람 소리에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란 허망한 물음에 다 식은 화로 위로 낙서만 해대며 불평하는 자신의 모습이 추운줄도 모르고 쌔근쌔근 자고 있는 어린 동생을 보며 부끄럽게 느낀다는 글에서는 현실에서 어찌해 볼 수 없는 가난의 슬픔이 뼛속까지 느껴지는 것 같아 서글픔이 느껴졌다.

책 제목인 <한서 이불과 논어 병풍>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입으로 말하고 마음으로 생각한 것을 적었다하여 이름 붙인 <이목구심서>에 등장하는 글이다. 초가집이 얼어 붙을 정도로 추운 겨울날 <한서>를 이불삼고 <논어>를 병풍삼아 얼어죽는 고비를 넘기고서 송나라 진도가 추운 날 솜옷이 없어 여름옷을 입고 교사에 참여했다가 한질에 걸려 죽고 한나라 왕장은 장안에서 공부할 때 병에 걸려 앓아누웠으나 이불이 없어 소 등에 엎는 멍석을 덮고 엉엉 울었다는 이야기에 빗대 자기는 그들보다 낫다며 호방하게 이야기하고 있어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빛을 발하는 그의 낙천적인 성격을 엿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힘들고 구차함을 내색해버리면 자기 자신이 정말 그렇게 하찮은 인간이 되어버릴까 애써 입 밖에 소리내지 못하는 듯한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이덕무의 글은 어떨까?란 궁금증이 있었는데 초반엔 꽤 긍정적인 인물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장자를 지적하는 여유로움까지 느껴졌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가난한 환경에 정신까지 녹아들지 않으려는 그의 결의가 느껴져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공자와 장자의 글을 읽을 때처럼 임팩트가 느껴지지는 않지만 술에 물탄듯 유유자적 생을 이어가려는 듯한 그의 문체를 통해 그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조금은 들여다 볼 수 있었던 글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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