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생각뿔 세계문학 미니북 클라우드 10
알베르 카뮈 지음, 안영준 옮김, 엄인정 해설 / 생각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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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뿔 / 이방인/ 알베르 카뮈




나는 <이방인>보다 '카멜 다우드'의 <뫼르소, 살인사건>을 먼저 읽었다. 읽으면서도 손에 잡힐만하면 달아나는 이해력 때문에 후반부에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럼에도 꽤 흡입력있게 다가왔기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과 어떤 차이점이 있을지 궁금했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꿈이나 패기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뫼르소, 어찌보면 낙관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어찌보면 젊음을 그저 방탕함으로만 소진하는 뫼르소의 모습은 한심해보이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사람들의 일반적인 선입견에 갇혀 있는 이웃집 남자 '레몽'에게 아무런 편견없이 다가서며 사심없이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뫼르소, 뭔가가 불거져 나올듯 말듯한 위태로움 속에서 뫼르소는 아주 태평하게 삶을 받아들이며 살아가고 그러던 어느 날 뫼르소의 어머니가 죽음을 맞이한다. 어머니의 죽음에도 딱히 슬프다거나 괴로운 느낌이 없었던 뫼르소의 모습은 훗날 그가 아랍인을 죽인 후 재탄생한 피도 눈물도 없는 인간이란 이야기에서 어떤 사건을 바라보는 인간의 관점이 변화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대목에서 얼마나 어처구니 없고 어이없게 느껴졌던지 픽, 하고 헛웃음이 튀어나왔지만 그 모습은 나를 포함한 인간의 자연스러운 모습이었기에 금새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있다. 나는 그 대목에서 꽤나 강렬한 느낌을 받았는데 '뫼르소'라는 인간의 내면적인 모습보다는 그저 보이는대로 해석하고 평가하길 좋아하는 인간의 모습을 너무 적나라하게 표현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덤덤하게 아무런 생각없이 살아가는 듯한 뫼르소의 일상에서 아랍인을 죽이고도 너무도 태연하며 가장 기본이 되어야할 인간의 존엄성보다는 그가 식민지인이란 인식은 그 당시 너무도 만연해 있었던 시대적 모습이 반영되어 있어 분노와 허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아무 생각없이 그냥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되었고 그런식으로 많이들 죽임을 당하지만 나는 재수가 없었다라는 뫼르소식 생각법에서 또 한번의 강한 충격을 받았는데 이것이 '알베르 카뮈'가 인간의 존엄성보다도 당시 너무나 만연해져있던 비인격적이고 부조리한 사회적 모순을 그의 식대로 고발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고전이라 어렵게 다가올 수 있는 부담감 대신 손안에 쏙 들어오는 포켓북이라 고전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정도 완화시켜주는 장점을 발견할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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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정끝별 지음 / 해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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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 정끝별 지음




60인이 써내려간 삶과 죽음에 대한 시를 정끝별 시인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써낸 시집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학창 시절엔 시가 조금 만만해 보였었다. 만만한 연애 시집들만 보았으니 시집이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을까 싶은데 지금 되돌아보면 그렇게 만만하게 보았던 연애 시집도 결코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는걸 깨닫는다. 연애에 대한 느낌도 그러할진데 삶과 죽음을 담은 시는 상상할 수도 없을 것 같다.

처음엔 정끝별이란 시인이 써내려간 시편 모음인 줄 알았었다. 막상 책을 펼쳐드니 60인이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시편을 모은 끝자락에 정끝별 시인이 독자로하여금 이해하기 쉽게 각 시에 대한 풀이가 쓰여져 있는 형식이었다. 한때는 시적 감각을 탑재하고 있다는 큰 착각을 가지고 살던 시절도 있었지만 아마 각 시에 대한 설명이 없었다면 나는 터무니 없는 해석을 하며 요상하게 시를 이해했겠지 싶다. 보충 설명이 읽을수록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시의 오묘함에 혀를 내두르게 되었다.

시인들이 손끝에서 탄생한 은유적 단어는 단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단어들의 조합이라 읽고 또 읽으며 여러번 곱씹고 단어들이 주는 이미지가 머릿속에서 너울거려 지금까지와는 다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는데 두발벗고 시를 반기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이 시 모음집을 통해 지금까지 나는 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까막눈이었다는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아마 보충 설명이 없었다면 1차적으로 느껴지는 감동만 느끼고 지나쳤을 듯한데 설명이 있으니 2차 3차로 밀려드는 감동에 느리게 곱씹으며 천천히 더 천천히 음미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들의 심미안적 언어 유희에 시가 이렇게 심오하고 재미있다는 것을, 오랜만에 가슴 벅참을 느끼며 오소소 돋는 소름을 쓸어내리기는 일이 처음이 아니었던가 싶다. 삶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미 죽어있는 삶과 다르지 않은 삶에 대해서, 죽음의 그 너머에 대해서, 어찌보면 쓸쓸하고 무겁고 침울한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이어지지만, 그런게 삶이라고 하기엔 낙관자들에게 지탄어린 소리를 충분히 들음직하지만 부정하고 싶어도 부정할 수 없는 삶과 죽음의 이야기가 왠지 너무도 이해가 되는지라 가슴이 아파오기도 했다.

중년의 나이에 시에 대한 깊은 맛을 알게 해주었던 <삶은 소금처럼 그대 앞에 하얗게 쌓인다>, 사는 것이 힘에 부칠 때 꺼내서 읽고 싶어지는 시집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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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차와 장미의 나날
모리 마리 지음, 이지수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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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 / 홍차와 장미의 나날 / 모리 마리 산문집




'모리 마리'란 작가에 대해 잘 몰랐기에 제목만 접했을 땐 홍차 사랑이 대단한 일본인들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낸 산문집일거고 생각했다. 책을 펼쳐들고 그녀의 생을 요약한 글을 보고 있으려니 한편의 영화와도 같은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모리 마리'란 작가도 참 영화같은 일생을 살다가셨구나 싶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유명한 '나쓰메 소세키'와 함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모리 오가이'의 장녀인 '모리 마리'는 됴쿄대학 의학부를 최연소 졸업하고 군의 지원을 받아 독일 유학까지 다녀온 슈퍼 엘리트를 아버지로 두었고 남부러울 것 없고 물질적으로도 풍요롭게 살았기에 먹고 사는것에 큰 관심이 없었을 뿐더라 그녀의 아버지 덕분에 당대 내로라하는 분들과의 교류까지 어렵지 않았으니 당시 소위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부유한 삶을 살았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에 딸바보로 소문난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살았으니 유아적 정신상태에 머물며 몸만 큰 어른아이란 사람들의 시선은 그녀의 그런 태생적 환경이 큰 요인으로 작용했으리라. 그런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의 시련은 두번의 이혼과 아버지의 죽음으로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써야했던 것인데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적부터 여러 방면의 교류가 있었으니 현실감각이 떨어져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결여되어있다는 것을 빼면 문학적 소양은 충분히 갖출 수 있었던 기반이었기에 글쓰는 것에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낙은 먹는 것이었다고 하는데 글쓰는 것만큼이나 요리 또한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는 이야기에 이 산문집은 요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지 않을까 싶었다.

<홍차와 장미의 나날>은 모리 마리라는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자신의 유년 시절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소개된다. 부유한 삶을 살았던만큼 시대를 생각하면 고급집에서의 식사와 백화점 구경, 자신의 집 소개등에서 고민거리라고는 하나도 없는 아가씨의 이미지가 떠오를만큼 안락한 삶을 살았던 그녀의 삶을 엿볼 수 있다. 그 속에서도 그녀의 음식에 대한 사랑은 대단하며 먹는 것 못지 않게 요리에 대한 글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요리책인가?' 싶을 정도로 어떤 요리는 어떻게 먹는 것이 맛있으며 재료의 최대 맛을 살리기 위해 담백하게 만드는 법등을 볼 수 있었다.

첫번째 결혼에서 두 아이를 떼내고 이혼할만큼 자신의 삶을 중요하게 여겼던 '모리 마리'는 어찌보면 안락하게 살았던만큼 고생문이 훤한 일엔 냉정할만큼의 이기적인 모습도 보이는데 그래서 그런지 생활적 여유가 없어 글쓰기를 시작했던 삶에 대한 이야기 속에서도 현실적인 고단함보다는 행복했던 어린시절, 자신이 사랑했던 아버지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현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행복했던 어린시절로 도피하고 싶었던 심리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유아기적 글쓰기가 많이 보여 누구나 쓸 수 있는 그날 하루의 일기처럼 비춰지기도한다. 딱히 문체가 독특하다거나 재미있다거나하지 않지만 할머니한테 들었던 옛날 이야기만큼 여러 유명한 사람들의 등장과 그럼에도 아이처럼 근심걱정 없는 투덜거림이 묘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음식에 대한 일본인들의 사랑은 소설속에서 많이 비춰지곤하는데 재료와 성질과 어떻게 만들면 맛있다라는 간략한 글이 아닌 요리를 하는 과정이 담긴 글들을 만나면서 나도 모르게 상상하게 되곤했는데 <홍차와 장미의 나날>이 그런류의 글에서 아마 시초이지 않았을까란 즐거운 궁금증을 느끼게 되는 산문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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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F 지음, 송아람 그림, 이홍이 옮김 / 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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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 /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 F 지음




사랑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인데 뭔가 조금 더 심오함이 담긴 에세이인 <언젠가 헤어지겠지,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를 만났다.
에세이하면 일상에서 나도 수없이 느꼈던 것을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하는 문체를 통해 공감하는 글이 많은데 읽자마자 맞아!하고 공감하게 되는 글들이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읽고나서 한번 더 읽고 이해하게 되는 그런류의 글들이 많았다.

이 나이쯤 되면 말랑말랑한 사랑에 대해 무감각해질 수 밖에 없는데 평소 모험을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폭풍 감정에 돌입해 늘 전투자세를 취했던 연애시절보다 안정적이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결혼 후의 삶이 훨씬 더 좋은 것 같다. 비록 밤새도록 가슴 두근거렸던 느낌은 가질 수 없더라도 말이다. 그럼에도 연애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으면 '맞아 저 땐 저랬지' 라며 그때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추억에 젖곤하는데 딱히 현실에서 연애감정을 느낄 순 없지만 연애 에세이를 보며 그 시절 두근거림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충만함을 느낄 수 있기에 한번쯤은 아련한 사랑의 기억 내지는 왠지 모를 삶에 대한 활력, 또는 고단한 그때보다 현재가 주는 안락함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곤한다.

이 책은 밤잠 설레게하는 사랑과 애증에 관한 담담한 연애사에 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들 알고 있지만 대놓고 말하기가 껄끄럽거나 다소 민망스러운 느낌에 맘편히 할 수 없었던 성에 대한 이야기도 객관적으로 담겨 있다. 재미있는건 성에 대한 이야기는 참 객관적으로 다가오는데 인물이나 사물에 대한 연애 감정은 참 주관적이다 싶을 정도로 공감가지 않는 이야기들을 만나곤 했는데 10년이란 세월의 격차가 있어서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80년대와 90년대의 차이를 넘어서더라도 '우타다 히카루'와 '시이나 링고'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발견하곤 왠지 모를 친근감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감정도 들었으니 왠지 모르게 심오해졌다가 쿨해졌다가 조금은 건조하고 메마른 사랑이란 느낌과 그럼에도 순수하다는 느낌이 믹스되어 묘한 느낌이 들었던 에세이다. 사랑에 대한 본질은 다르지 않지만 나 때와는 다른 사랑의 표현과 방식이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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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1~2 세트 - 전2권
케빈 콴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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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에 앞서 영화 예고편을 먼저 접했던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 사실 예고편을 보면서 낯설지 않은 이야기 거리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오직 1%만이 지구상의 부를 움직인다는 경제학자의 이야기를 보고 그들이 가진 재력이 얼마만큼인지 가늠할 수 없었던 나로서는 딱히 피부로 와닿지 않으니 구미가 당겨지지 않았던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럼에도 소설의 주 무대가 되는 싱가포르의 부호들은 어떤 모습과 에피소드로 독자에게 다가올지 궁금해졌다.

중국에서 태어났지만 어린시절 싱글맘인 엄마와 미국으로 이민와 성장한 레이철은 29세로 대학교 교수다. 딱히 인종에 대한 선입견은 없지만 그녀가 만났던 동양권 남자들의 보수적인 면에 질려 어느 순간부터 동양인 남자들과의 교제를 꺼렸던 레이철에게 같은 대학 교수 친구가 새로 부임한 '닉'을 그녀에게 소개시켜주고 만난 날 닉은 레이철의 선입견을 깬 동양인 남성이 된다. 그렇게 2년여의 연애 기간동안 반동거 생활을 하다시피하지만 닉은 레이철에게 자기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린다. 그러던 어느 날 닉은 친구의 결혼식 들러리에 가야한다며 여름방학을 자신과 함께 싱가포르로 가자고 한다. 이번 기회에 자신의 가족에게 레이철을 소개하고 싶다는 닉, 둘이 한번도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았지만 29살이란 레이철의 나이와 2년여의 연애를 통해 어쩌면 자신에게 청혼을 하는것은 아닌가란 생각을 하게 되고 그녀의 엄마도 닉이 청혼을 하려고 가족에게 소개시켜주는거라며 부추긴다. 어쨌든 레이철은 청혼이건 아니건 닉의 부탁으로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에 오르게 되고 비행기를 타자마자 한번도 타보지 못한 최고급 좌석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오랜 여정 끝에 도착한 싱가포르, 결혼을 앞둔 닉의 친구 콜린과 그의 약혼녀가 공항으로 마중나와 즐거운 시간을 즐긴 후 호텔 스위트룸에 묵게 된 레이철은 친구의 들러리로 바쁜 닉을 뒤로하고 그녀의 대학 동기였던 페이린을 만나 그녀의 집에 초대를 받는다. 평범한 자신의 가정과 달리 싱가포르 부모님이 부자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레이철은 사심없는 페이린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데 페이린네 집에 초대받았다가 닉이 들러리를 서기로했던 친구 콜린이 어마어마하게 부자란 사실을 알게 된다. 이때까지도 레이철은 닉의 존재를 전혀 모르며 그가 부자라는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다. 닉의 할머니댁에 초대를 받고서야 닉의 집안이 미치게 돈이 많은 부자 집안이란 사실을 알게 되는 레이철.

한편 영 집안의 외동아들 닉이 여자친구를 데려온다는 소식을 미리 접한 닉의 어머니는 레이철 집안에 대해 조사하고 그녀가 너무나 평범해서 거들떠 볼 필요도 없는 집안의 딸이란 사실에 경악하게 된다. 주변에서는 닉이 레이철에게 청혼하려고 한다고 입방아를 찧고 닉의 어머니 엘리너는 이 사실이 제발 꿈이기만을 바라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들의 국적이나 외모만 바뀌었지 사는 이야기나 그들이 추구하는 물욕의 세계는 인종을 넘어서지 않는다는 것을 엿볼 수 있었다. 부자라는 개념이 얼만큼 있으면 부자인지 그닥 알고 싶지도 않지만 소설속에서 그려지는 모습들은 혀를 내두르게 된다. 세계 곳곳에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고 자신들의 재산이 얼마나 있는지 일일이 헤아릴수조차 없는 그들의 삶이 솔직히 부럽게 비춰지진 않았다. 겉으로는 웃으면서 뒤에서는 어느 디자이너가 만든 얼마짜리 물건인지, 어느곳에서 채취되고 가공된 몇캐럿의 보석인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캔하고 자신보다 부의 상위층에 있다면 바로 꼬리를 내리고 아첨하는 인간사의 모습이 그저 보고 있는것만으로도 나는 체력소모가 되는지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었는데 그 속에서 가장 빛을 발했던 것은 돈이 많음에도 겸손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던 닉이 있어 그나마 위로를 받게 됐던 것 같다. 궁전같은 집과 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값비싼 부동산들, 기분 내키는대로 물건을 사도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재산, 자신이 가진것들을 과소평가하며 신경전을 벌이는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가 아스트리드의 남편 마이클이 그녀 집안 식사에 갈때마다 느끼는 긴장감, 불편함, 답답함, 지루함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의 뼛속깊은 곳까지 꽉 차 있는 자만감과 가져도 가져도 줄어들지 않는 욕심은 어마어마하게 재산이 많다고해도 결코 부러워할 수 없는 부분으로 비췄으니 모든 것을 다 가질 수 없고 모든 것에서 완벽할 수 없는 인간사를 보는 것 같아 재미있게 읽었지만 그 이면에는 씁쓸함이 많이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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