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닥토닥, 숲길 - 일주일에 단 하루 운동화만 신고 떠나는 주말여행
박여진 지음, 백홍기 사진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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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아카이브 / 토닥토닥, 숲길 / 박여진 글, 백홍기 사진



옷차림은 편하고 가방은 가볍게! 여행 후 기분 좋게 집안에 들어서기 위해서 떠나기 전 집안 청소는 필수!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떠나기 전에 진이 빠질 것 같지만 그와 그녀의 여행길을 따라가보면 나도 한번쯤 해보고 싶어지는 여행법이 바로 <토닥토닥, 숲길>이다.
2박 3일, 3박 4일의 여행이 아닌 당일 새벽에 출발하여 차가 밀리기 전에 떠나오는 하루짜리 꽉찬 여행을 추구하는 그와 그녀, 뭔가 특별함으로 꽉찬 여행이 아니라도 좋다. 그 곳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먹지 않아도 좋다! 그저 그 곳에 있는 그 길을 걷는것만으로도 너무나 좋은 여행, 내가 살아있는 느낌이 충만히 들며 또다시 시작될 변함없는 일주일을 으쌰으쌰하며 기운 북돋아주는 여행, 그런 여행길이 바로 <토닥토닥, 숲길>이다. 거창할 것도 없고 어찌보면 별거 없어보이지만 여행프로들이라 이번에 보지 못한 것, 가보지 못한 곳은 기억 한켠에 남겨두고 다음번에 더 알차게 본다는 설레임을 남겨두는 여행길, 하루 안에 근방의 모든 곳을 섭렵해야된다는 강박증이 있는 나로서는 배우고 싶은 여행이었기에 그들의 여유로운 발자취가, 시간이 초과되어 촉박함이 다가와도, 시간안에 탈 수 있는 액티비티를 하지 못해도 그저 그런대로 기억에 소중하게 남기는 그들의 대범함?이 여유있어 보여 좋아보였다.

이 곳을 다음에 또 언제 올지 모른다는 마음에 시간에 쫓기듯, 미션 수행하듯 하나씩 클리어하는 여행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어쨌든 나는 조금 힘에 부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는 꽤 좋은 여행으로 남지만 정작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하는 것을 보게 되고 그로 인해 삐그덕거리는 여행길일 몇번 겪었기에 여행 코스를 짤 때 가족을 배려하며 계획을 세우게 되었는데 그런 계획조차도 이 책을 보다보면 너무나 초보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한 무언가를 굳이 보지 않아도, 줄을 서서라도 꼭 먹어봐야하는 맛집 음식맛을 보지 않아도, 그런것이 아니면 그 곳을 여행했다고 말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그런곳을 보지 않고 그런 음식을 먹지 않아도 그 곳을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책, 여행책은 뭔가 비슷하고 식상함으로 다가온다는 느낌이 없지 않지만 막상 펼쳐보면 수 많은 이야기에 정신을 쏙 빼게되어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게되는데 이 책은 글쓴이의 감성이 자연과 그 곳에서 느꼈던 감정들이 너무나 생생하게 살아있어 책을 펼치면 끝까지 가서야만 덮을 수 있는 책이다. 글쓴이의 주관적인 감성에만 빠져 있어 독자가 그 감성을 차마 따라가지 못하는 여행에세이도 많이 만나곤하는데 첫장을 펼치면서 글쓴이의 감성을 독자인 내가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고 비슷한 템포를 맞춰 따라갈 수 있다는게 신기하게 다가왔던 에세이였다. 가봤던 곳, 가보지 못했지만 알고 있었던 곳, 처음 접해 가보고 싶어지는 곳들을 보면서 정신 빼놓도록 혹하는 타국의 경치에 대한 동경이 아닌 눈에 익은 듯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풍경을 선사해주는 곳들은 느껴보지 못한 감동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기에 소개된 곳들을 따라가며 나는 어떤 감정과 느낌을 받을지 즐거운 상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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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ming 경주 - 천년의 마음 천년의 노래 humming 허밍 시리즈 1
허선영 지음, 김동율 사진 / 아이퍼블릭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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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밍 / 경주 : 천년의 마음 천년의 노래



중학생 때 수학여행으로 경주에 다녀온 후 20여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찾은 경주는 가는 길, 보는 것이 모두 다 살아 숨쉬는 문화재란 느낌이 들 정도로 발길이 닿는 곳마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신비함이 깃든 곳이었다. 평소 문화유적지 답사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라 딸아이가 어느정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싶어 떠난 곳이 경주 여행이었는데 가는 발자취마다 침략의 잔재들이 많아 무거움이 느껴지는 서울 여행과는 달리 번화가임에도 도회적인 이미지가 아닌 소소한 풍경과 어우러진 유적지가 너무나 가슴 푸근하게 다가왔던 곳이었다.

정신없이 바쁜 사람들과 회색건물이 즐비한 곳에 외롭게 버티고 있는 듯한 느낌의 문화재와 달리 사람과 어우러지는 풍경 그 자체가 너무도 유유자적한 느낌이 들어 거대한 능 옆으로 저녁먹고 산책을 나와 걷는 시민들의 모습은 처음으로 느껴보는 신선함이었던 것 같다. 바쁜 것도, 바쁠 일도 모두 내려놓은 듯한 여유로움, 침략과 수탈이란 역사적 지식이 아닌 인간과 공존하며 평화로워 보이는 능과 나무들을 보며 떠나기 전 문화재 답사 여행이란 거대한 타이틀보다 내 마음의 안식을 찾을 수 있었던 힐링 여행이 되었던 경주, 3박 4일이란 여정이 터무니 없게 짧을 수 있음에 떠나는 길이 못내 아쉬웠던 여행지가 바로 경주였었다. 그래서 경주에 관한 책을 보게되면 나도 모르게 저절로 눈길이 가지곤하는데 <허밍-경주:천년의 마음 천년의 노래>는 경주 문화재에 대한 빼곡한 해설이 실려있는 책이라기보다 경주하면 떠오르는 곳들을 담은 사진집에 가깝다. 

같은 곳을 걸으며 발길이 머물렀던 곳마다, 그 느낌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기에 나와 다른 느낌과 지식을 보는 즐거움을 글 속에서 느낄 수 있었고 바라보는 곳은 같았음에도 찰나의 셔터에 담긴 사진 한 컷은 담아내고 싶었던 풍경이지만 담아지지 않아 속상했던 아쉬운 마음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어 흐뭇함이 밀려왔다.

차마 가지 못했던 남산의 마애불상군을 볼 수 있었고 천년의 빛나는 신라를 품고 사는 도자기 장인과 맛있는 커피가게 사장님의 이야기 등은 경주의 또 다른 얼굴로 각인될 것 같다.

가슴 부푼 기대감을 안고 떠났던 경주 여행은 기대보다도 감동 깊었던 유적지들과 신라와 현재가 오버랩되어 두 시대가 마치 공존하는 듯한 느낌이 강렬하게 다가와 실제 여행도 너무 좋았지만 책의 내용 또한 너무도 만족스럽게 다가와졌다. 유적지에 대한 이야기만 풀어놓은 것이 아닌 현재를 살아가는 또 다른 신라인들의 이야기가 함께 있어 문화재와 자연, 인간의 자연스러운 공존 이야기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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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카에 빠진 아이, 왜 위험한가? - 공감력이 아이의 미래를 좌우한다
미셸 보바 지음, 안진희 옮김 / 보물창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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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외모나 감정 등을 표현하기에 요즘 세상은 너무나 편하고 쉬워보인다. SNS 등으로 자신의 사생활이 담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이 먹은 비싼 음식과 멋진 여행지, 값나가는 물건들에 부럽다는 생각보다 자기 존재감과 소통 부족에서 오는 또 다른 모습으로 비춰져 안쓰러워보일 때가 많았다. 나 역시 그런 사람중의 하나였고 누구보다 그런 공허한 심리감을 알기에 과도한 자기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적으로 빈틈이 많은 사람이란 인식이 있다. 그런 생각이 기저에 깔려 있기에 주위에 셀카사진으로 도배하는 사람의 심리에 대해서도 궁금함을 느끼곤하였는데 평소 느끼던 그런 궁금함과 셀카 찍기를 좋아하는 아이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가 결합된 이 책의 제목을 그냥 넘길 수 없었던 것 같다.

<셀카에 빠진 아이, 왜 위험한가?>란 제목을 보고 평소 주변에서 셀카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니 외모에 대해 자기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다이어트로 인한 자신감 회복이 셀카 찍기로 이어지는 경우나 겸손을 떨고 있지만 밑바탕엔 타인보다 우월한 자신의 외모 자신감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내면의 공허함은 무엇일까란 생각을 여러번 했었기에 그에 대한 해답이 이 책에 있지 않을까했는데 셀카에 빠진 아이가 위험한 이유를 이 책에서는 '공감력'과 연관지어 이야기한다. 내가 아는 셀카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능력이 떨어지는건 아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시대착오적인 부분이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수 많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모습이 셀카 찍기와 연관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뜨악스럽게 다가오면서도 한편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졌다.

남보다 우월한 내 자신이어야하고 타인에게 없는 것이 내 손에 있어야하며 모든 것이 경쟁인 상황 속에서 타인이 무슨 일을 겪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언제부터인가 궁금하지 않게 됐던 것 같다. 그저 '나'에게만 촛점이 맞춰져 있고 남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아 점점 더 삭막해지는 세상,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지금의 나보다 더 삭막해질 내 아이가 살아갈 세상이 바로 이런 세상이란 말에 생각해보니 아이와 이야기를 나눌 때 친구가 무얼 좋아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전혀 모른다는 것을 보면서 한참 또래집단으로 형성되어가는 나이이긴하지만 개개인의 깊이있는 관심이 부족한 나이란 생각을 하곤했었는데 어쩌면 그것이 공감력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는 셀카 찍기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친구나 타인과의 생활에서 충분한 공감형성이 된다는 생각에 확신이 안서기에 아이의 공감력에 대해, 아이의 공감력을 이끌어내려면 부모가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과 방법을 모색할 수 있었다.

요즘 아이 교육에 관한 책을 읽으며 다시금 드는 생각은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많음에도 정작 부모인 나는 아이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하고 있는가?였다. 정작 아이에게 제일 중요하게 인식시켜줘야할 것들을 뒷전으로 미뤄두기만 했던 것 같고 부모로서 올바른 모습들을 보여주지 못했던 것 같아 책을 읽으며 많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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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왕이 온다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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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 보기왕이 온다 / 사와무라 이치 장편소설

 


오랜만에 대단한 호러소설을 만났다.
하지만 처음 제목을 접했을 땐 호러물이라는 느낌이 없어 도
대체 '보기왕'이 뭐지? 싶었다. 

아내와 딸을 걱정하며 스마트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집중하고 있는 한 남성, 창문과 베란다를 잠그고 부엌칼도 전부 천으로 싸서 묶은 뒤 벽장 안쪽에 숨긴 후 수건을 감은 쇠망치로 집 안의 거울을 전부 깨뜨리고 그릇에 물을 채운 뒤 소금을 한 줌씩 집어넣고 현관문을 열 수 있게 해두라는 여자의 지시를 충실히 이행한 히데키는 조바심과 걱정, 두려움이 베인 목소리 뒤로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히데키가 처음 '그것'을 알게 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할머니집에서였다. 거동이 어려운 할아버지를 두고 이웃집에 간 할머니 대신 할아버지 곁에서 시간을 보내던 히데키는 그날 저녁 긴 검정 머리칼을 가진 회색 덩어리가 초인종을 누르고 할머니와 할아버지 이름을 부르며 찾는 것을 목격한다. 뭔가 이상하지만 단순히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찾는 방문객으로 생각한 히데키는 이어 죽은 삼촌의 이름까지 부르는 그것의 등장에 오싹함과 공포를 느끼고 영문을 알 수 없었던 그 오후의 회색덩어리와의 만남은 그렇게 기억에 묻히는 듯 하였다. 세월이 흘러 히데키가 결혼하고 딸 치사가 태어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던 어느 날 히데키의 동료를 시작으로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며 그것은 히데키 주위를 압박해 오기 시작한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히데키는 민속학을 전공하는 친구의 소개로 오컬트 기자와 영매자를 만나 회색의 그것에 맞서기로 하지만 그것의 정체는 물론 그것이 왜 히데키 주위를 맴돌고 있는지, 왜 히데키의 딸 치사까지 노리는지 알 수가 없다. 그것을 밝히고 물리치기 위해 오컬트 기자인 노자키와 영매인 마코토의 도움을 받는 히데키 가족, 조사를 거듭할 수록 그것의 정체는 물론 제대로 된 이름조차 없었음을 알게되며 난관에 부딪치게 되는데 그것의 힘이 너무나 강해 영매인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가 등장하게 되면서 회색 덩어리인 그것의 실체에 점점 다가가게 된다.

<보기왕이 온다>는 3부로 1부는 히데키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2부는 히데키의 아내 가나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3부는 노자키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각자의 시선에서 판이하게 충돌하는 이야기는 인간의 마주하고 싶지 않은 욕망과 이기심을 보여준다. 그리고 왜 보기왕이 히데키 가족을 끌고 가려했는지 이유가 밝혀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와 마주하게 되는데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기담을 작가는 멋지게 보기왕 이야기로 탄생시켰고 독자는 그래서 더욱 낯설지 않았던 기담에 무릎을 치며 그가 탄생시킨 이야기에 빠져들 수 밖에 없음을 느낄 것이다.

단순히 무섭다를 넘어 온몸에 털들이 곤두서는 오싹함을 느끼게 되는 <보기왕이 온다>, 책 속에 보기왕으로 등장하는 괴물에 대한 묘사에 얼굴은 없지만 입을 벌리면 무시무시한 이빨을 보이며 요괴를 꿀떡 삼키는 가오나시가 자꾸만 연상 되었는데 12월 영화로도 개봉된다고하니 상상을 넘어서는 시각적인 즐거움도 함께 느낄 수 있게 되어 영화 또한 너무 기대된다. 평소 좋아하는 배우 '츠마부키 사토시'와 '마츠 다카코', 도쿄타워로 유명한 '오카다 준이치'등이 열연하는 '보기왕이 온다'의 영화판 <온다>, 원작의 오싹함을 그대로 이어갈 것인지 또한 매우 궁금하다. 캄캄한 새벽녘 쭈삣하는 느낌이 세포를 타고 올라와 무서우면서도 너무 재미있어 차마 소설을 덮지도 못하고 무서움이 가라앉지도 않은채로 읽게 되었던 <보기왕이 온다>. 일본 호러소설대상 대상 수상작이란 타이틀에 맞게 강렬함으로 다가왔고 그 어떤 기담보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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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정원 - NT Novel
가노 아라타 지음, 유경주 옮김, 신카이 마코토 원작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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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씨아이 / 언어의 정원 / 카노 아라타 지음, 신카이 마코토 원작



감각적인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팬을 두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연출한 <언어의 정원>, 이름과 연출 애니메이션에 대해선 알고 있지만 굳이 챙겨볼만큼 나는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그의 애니메이션에 대해선 전무하다시피한 내가 처음으로 보게 된 애니메이션이 바로 '언어의 정원'이었는데 이 애니메이션 o.s.t로 흘렀던 '하타 모토히로'의 'rain'이란 곡에 반했기 때문이었다. 친근한 음색의 그가 들려주는 노래 가사에 위로를 받았기에 애니메이션이 더욱 궁금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아키즈키 타카오'는 직장 생할을 하는 형과 둘이 살고 있다. 단촐한 집에서 그의 엄마는 연하의 남자친구와 살기 위해 가출을 단행했지만 아키즈키는 그런 엄마의 빈자리에 크게 동요하지 않으며 자신의 하루하루를 채워 나간다. 학교 생활보다는 구두를 만드는 것이 더 좋은 아키즈키에게는 학교 성적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비를 한껏 머금은 무거운 공기에 두통을 느끼며 일어난 날 습하고 끈적끈적한 만원지하철을 견디지 못하고 학교로 가는 도중 공원으로 향한다. 시끌시끌 붐비는 인파 속에 자신 혼자만 오롯이 떨어져 나와 느끼는 혼자만의 시간과 자유로움이 좋아 아키즈키는 비오는 아침마다 오전 수업을 땡땡이치고 그 곳을 찾기 시작하고 자신처럼 땡땡이를 치는 여자 어른을 보게 된다. 깔끔하게 다려진 정장과 관리가 잘된 구두를 신은 그녀는 아침부터 캔맥주를 마시며 비오는 아침마다 마주치게 되고 둘은 조금씩 대화를 시작하게 된다.

학교라는 갑갑한 공간에 갇혀 매일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것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아키즈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나름의 고민을 안고 있는 그녀, 둘은 혼자만의 시간을 깨고 점점 서로의 시간을 수용해나간다. 그러다 아키즈키는 비오는 아침 공원 정자로 향하는 자신이 그녀를 기다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함께 간단하게 먹을 도시락도 챙기게 된다. 해가 쨍쨍한 날은 안되며 오직 비오는 날에만 약속한 것처럼 공원의 땡땡이를 허락한 그들은 알듯 말듯한 서로의 고민을 엿보며 아슬아슬한 현실을 지탱해나간다.

나와 그녀는 얼굴을 마주 보며 웃었다. 그리 오래 알고 지낸 사이도 아니지만, 그런 그녀의 웃는 얼굴은 어쩌면 처음 보는지도 모르겠다. 조금의 구김살도 없는 솔직한 웃음에 나는 남몰래 아아, 곤란하다고 생각했다.
이건, 그거다.
정이 들어버렸다.

의도치 않게 서로의 인생에 들어와 버린 둘, 대놓고 감동적인 말을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참으로 건강해서 좋았다. 학교를 땡땡이치는 학생과 예쁜 얼굴에 정성스런 화장과 깔끔한 정장을 입은 그녀는 일상 생활에서 일탈해버린, 될대로 되란식으로 비치지만 그 속에서 두사람이 각자의 삶을 향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너무나 건강하게 다가와서 괜시리 아릿한 감정이 느껴졌는데 애니메이션으로 보았을 때의 그 공백들이 주는 의미에 대해 여러번 곱씹어도 좀처럼 그들의 감정에 쉽게 다가설 수 없었던 것에 반해 책을 통해 글로 만나게 되니 두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 어느정도 공감되고 이해되어 생각보다 꽤 임팩트 있게 가슴 속에 남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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