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크러시 1 - 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걸크러시 1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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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 걸크러시 1.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 페넬로프 바지외 지음


시대와 여성이란 신분을 넘어선 여성들의 걸크러시를 느낄 수 있는 <문학동네 : 걸크러시 1>을 만나게 됐다. 남성들이 중심이 되었고 여성들의 뛰어난 재능에 대해선 폄하되었으며 언제나 월등한 능력에도 그 빛을 발하지 못하고 남성의 조력자 내지는 2인자의 이미지로 비춰져왔던 위대한 여성들!

사회와 편견으로부터 억압당하고 남성 중심이었던 사회에서 철저하게 감춰졌었던 그녀들의 활약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 만나기 전부터 기대가 되었다. 무엇보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의 지위와 삶, 밑바탕에는 걸크러시들이 무던히도 노력했었음을 간과해선 안되고 앞으로 내 아이가 살아가기 위한 미래를 위해서라도 멈추지 말고 진보해야한다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책이라 사춘기를 맞은 아이이와 꼭 보고 싶었던 책이었다.

유명한 위인전에나 나오는 여성들의 활약상이 아닌, 그동안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여성들의 삶이 이 책에 담겨 있어 보는 내내 그녀들의 진취적이고도 긍정적인 삶에 매료되었는데 타인의 시선과 시대적 편견에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핸디캡도 긍정의 힘으로 승화시켰던 그녀들의 삶은 많은 본보기가 되었다.

걸크러시 1편에서는 15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여성으로 태어났으나 남성처럼 수염이 났던 '클레망틴 들레'는 자신의 외모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중엔 그것을 자신만의 특권으로 승화시켜 호기심 어린 사람들이 시선을 잘 이용하였으며 마탐바 왕국의 '은징가'는 지리적 위치로 인한 침략에 대처하며 슬기로운 외교를 펼칠 줄 아는 여성이었으며 공포스럽게 생긴 자신의 외모를 이용하여 마녀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마거릿 해밀턴', 도미니카공화국의 독재자 '라파엘 트루히요'에게 독재타도를 외치며 맞서던 '마리포사 자매', 종교적인 이유로 결혼해서는 안되는 신분을 넘어섰지만 죽음까지도 함께 묻힐 수 없음에 담 하나를 두고 무덤을 만들었던 사랑 앞에 완고했던 여인 '요세피나 판호르큄', 아파치의 훌륭한 전사자였던 '로젠', 척수성 소아마비를 앓아 무거운 보조기구를 착용해야했던 '애넷'에게 내려졌던 수영을 멋지게 소화해내 영국해협을 세번이나 횡단했고 수영으로 단련된 멋진 몸매와 거추장스러웠던 수영복을 개조해서 사람들의 비난어린 시선 뒤로 '켈러먼 스타일'의 수영복 붐을 일으켰던 '애넷 켈러먼', 학대가 심했던 아버지 때문에 어린 나이에 집을 나와 '칼 에이클리' 박제사의 조수가 되면서 그와 결혼하게 되고 여러곳을 탐험하며 영장류에 대한 책을 썼던 '딜리아 에이클리', 흑인으로 태어나 인종차별을 극복하고 무대위를 종횡무진했으며 레지스탕스로의 활약을 선보였던 '조세핀 베이커', 무민 시리즈로 유명한 '토베 얀손', 출산으로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남장을 하고 의료행위를 했던 '아그노디스', 남편에게의 학대가 사회운동가로 거듭나며 자신처럼 학대받고 상처받은 여성들을 도와주기 시작한 '리마 보위', 노년을 바다가 보이는 멋진 풍경에서 살기를 희망했고 그 꿈을 이루었지만 해안이 침식되는 상황 앞에서 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주하기보다 침수를 막는 친환경적 침수방법으로 15년동안이나 몬토크 등대를 지키는 공사를 단행했던 '조르지나 리드', 남성으로 태어났지만 여성적 기질로 고민하던 자신의 정체성을 성전환 수술로 바꾸고 멋지게 여성의 삶을 살아 샐러브리티로 성공했던 '크리스틴 조겐슨', 냉정하고 포악하다는 이야기로 사람들 뇌리에 자리잡은 '무측천' 황제의 이야기까지! 평소 알지 못했던 여성들의 삶과 알고 있었지만 남성들의 의해 날조되었던 이야기들이 여성들의 시선에서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수 많은 여성들의 삶을 바라보며 대단함과 존경심, 그녀들의 심지 굳은 의지를 엿볼 수 있어 뿌듯함에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낄 수 있었는데 무엇보다 자매가 독재정치에 맞섰던 '마리포사 자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정권이 교체되기 전 블랙리스트니 하는 등의 감시로 인해 몇십년으로 회귀하는 정치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행해졌던 독재정치를 살펴보면 자신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들은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지고 고문당했으며 그 말로가 처참할 정도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도미니카에서 행해졌던 독재 또한 그에 못지 않았을텐데 그런 것들을 겁내지 않고 자매와 남편들까지 합세해 독재를 몰아내기 위해 노력했던 자매들의 이야기는 대단하게 다가와 옳지 않은 것에 굴하지 않는 그녀들의 정신력이 존경스러웠다.

 

두께감이 얇고 만화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는데 어렵지 않고 무엇보다 핵심적인 내용만을 훑어보면서 여러명의 걸크러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이었는데 사은품으로 예쁜 엽서와 브로마이드도 들어 있어 그녀들의 발자취를 잊지 않을 듯하다. 평소 좋아하는 가수인 오지은씨가 추천했던 책이라 더 관심을 가지게 됐는데 짧은 내용에도 임팩트가 강해 오랫동안 기억에 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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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카약으로 2만 km를 달려간 남자
이준규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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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정신 / 자전거와 카약으로 2만Km를 달려간 남자 / 이준규



예전엔 젊으니까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최근 노부부의 세계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이가 먹는다고 해서 하고 싶었던 것을 미뤄야 할 이유는 없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됐다. 아마 예전에 내가 이 책을 만났다면 젊으니까 그런 시도쯤은 해볼 수 있는 것이라고, 나는 해보지 못했고 이제 시도해볼 나이는 안되지만 당신은 젊으니까 해볼 수 있는 거라고 당연하게 얘기했을지도 모르겠지만 무언가 열정이 있고 그것을 이루고 말겠다는 의지가 너무 멋있어서 인생에 나이로 치부하여 결정해버리기엔 세상은 너무 넓다는 생각이 저자의 여행기를 보며 들게 됐다.

군대에서 읽었던 자전거 여행기가 계기가 되어 평소 너무나 좋아하던 축구의 고장 영국까지 자전거와 카누 여행을 계획한 이준규 씨, 그렇게 시작된 그의 자전거 여행은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기 위한 중국 대륙을 통과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오르막과 내리막길, 트럭들의 무자비한 매연과 위험한 도로 상황을 잘 피하며 몽골로 진입했고 고비사막과 들개들의 습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첫 생존 위험에 처하며 여러 번의 국지성 소나기를 만났고 너무나도 추웠던 러시아를 통과해 도중에 친해진 호주인 친구와 발틱 3국을 지나치며 폴란드와 체코, 독일, 유라시아 대륙의 마지막 네덜란드를 거치며 목적지 영국까지 자전거와 카누를 타며 지나온 235일간의 여행기는 각 나라에서 만난 사람들, 그곳의 환경, 국경을 지날 때 중요한 것들, 자전거 여행 시 고려하거나 준비해야 할 물건들이 쓰여 있다. 그동안 도보 여행기, 바이크 여행기, 노부부 여행기 등 여러 여행기를 보았지만 자전거를 타고 시작된 여행기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기에 2만 km라는 상상할 수도 없는 수치 속에서 그가 헤쳐나갔던 고난의 여행기가 과연 어떤 것일까 궁금해져 책을 펼쳐들었는데 저자의 비가 오고 눈이 오는 악천후 기상에 대한 이야기만큼 거쳐갔던 나라에서 그에게 도움을 주고 따뜻한 마음을 베풀어 주었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너무나 훈훈해서 평소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이유 없는 친절에 대해 아이에게 조심성을 가르치던 나 자신이 참... 무색해짐을 느낄 수 있었다. 충격적인 사건사고가 많이 일어나고 친절을 가장한 폭력과 사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요즘 세상에 자전거 여행을 하는 젊은이에게 숙식을 제공해주는 일이 그렇게 흔한 건가? 싶을 정도로 이 책에서는 천사들이 많이 등장한다. 속세에 너무 때가 묻어있어서 그런 것인지 나는 대단한 자전거 여행기보다 따뜻하게 저자를 맞아준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에서 낯선 충격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다. 그만큼 세상에는 좋은 사람이 많은 것을 우리는 너무도 충격적인 사건 속에 노출되어 부정적이고 자극적인 모습에만 길들여져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어 나 스스로 괜스레 되돌아보게 되는 시간이기도 했다.

생각지도 못한 위험한 일들도 있지만 부딪혀보지 않고 너무 부정적으로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 또 한 번 일깨워주는 책이기도 하였는데 그가 여행하며 만났던 수많은 천사들처럼 저자도 책에서 나오는 인세를 푸른 아시아재단에 전액 기부한다고 하니 사람과 이어진 좋은 추억들은 형태를 달리해 좋은 일들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생문이라며 만류했던 지인들의 이야기를 뿌리치고 고되고 힘든 여정이었지만 저자는 인생을 이겨낼 큰 밑거름을 얻어낼 수 있었던 여행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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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눈앞의 현실 - 엇갈리고 교차하는 인간의 욕망과 배반에 대하여
탕누어 지음, 김영문 옮김 / 378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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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전>은 '춘추'를 해석하여 지은 것으로 노나라의 은공부터 애공 27년에 이르는 254년동안의 춘추열국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역사, 눈앞의 현실>을 만나기 전에 좌전이 무언지 전혀 알지 못했다. 공자는 좋아해 논어는 출판사마다 달리해 읽었지만 공자가 그렇게 좋아하던 인물이 정나라의 '자산'이란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됐다. 그랬기에 좌전에 실린 자산에 대한 이야기는 지은이가 공백으로 놔두고 공자에게 미룰만큼 공자가 자산을 얼마나 존경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책의 두께가 남다른만큼 중국사와 춘추열국에 대해 어느정도의 지식이 있다면 작가 '탕누어'가 말하는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었겠지만 지식이 미비한지라 작가가 던지는 이야기의 핵심을 잃지 않기 위해 읽는 속도가 더디었지만 그렇다고 아주 어렵게 다가오는 내용은 아니었다. 지식이 깊다면 이해하기에 수월했겠으나 중국사에 흥미만 있다면 또한 아주 어렵게 받아들일만한 내용도 아닌지라 의외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정나라의 '자산'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많으나 작가 탕누어는 공자가 자산을 존경했던만큼은 아니지만 객관적인 시각에서 열거하려고했다해도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자산을 좋게 평가했으며 실제로 주변 강국들에 비해 미비했던 정나라였지만 그 속에서도 자신의 나라에 이익을 도모하며 주변국들에 굴하지 않았던 일화들은 공자가 가히 존경할만하다하겠다.

또한 4장에 등장하는 <좌전>에 등장하는 근친상간 이야기도 눈길을 끌고 있는데 절세미인 '하희'를 놓고 벌어지는 다툼에 권력과 정치가 섞이면서 찬란했던 한 나라가 멸망해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어찌보면 영화의 한장면 같은데 역사서에 실린 이야기라고하니 더 흥미롭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그 외에도 역사서라면 늘 보여지는 권력과 암투, 정치적인 면과 당시 여러나라들의 동향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는데 음악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좌전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역사, 눈앞의 현실>을 읽으며 냉철한 듯하면서도 주관적인 '탕누어'의 글을 만날 수 있었는데 각 이야기마다 소설, 영화나 드라마에서 만나게 되는 주인공의 대사들이 자주 실려있어 적절한 비유를 돕고 있는데 <좌전>의 내용만큼 작가가 드는 비유가 꽤 인상적이어서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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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 공민희 옮김 / 걷는나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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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사회 기저에 깔려 있는 인종차별을 잘 보여주는 소설 <당신이 남긴 증오>
사실 외국인들의 삶속에서 지내본 적이 없기에 매체나 소설에서 만나지 않는다면 서로 잘 어울려 살아갈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인종차별이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또한 내가 피부가 다른 곳에서 살아본 적이 없기에 더욱 그런 느낌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소설을 읽으면서 피부가 다르다는 이유로 그들의 깊은 곳에 내재된 불평등에 대해 암담한 마음으로 바라봐졌던 것 같다.

예전에 페미니즘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여성이 참정권을 얻기도 전 시대엔 흑인이 백인이 다니는 길로 다니다 죽을만큼 몰매를 맞아도 당연하다는 시선이었다는 이야기에 경악스러웠는데 그러부터 몇십년이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백인 두뇌회로에 새겨진 인종차별은 현시대에 맞게 탈바꿈만 되었을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한 가족관계인 케냐의 권유로 파티에 갔다가 어릴적 친구 칼릴을 만난 스타, 하지만 파티 도중 갑작스러운 총소리에 놀라 둘은 빠져나오고 칼릴의 차를 타고 가던 중 경찰의 검문을 받게 된 상황에서 경찰의 지시에 따르지 않은 행동에 총세례를 받고 죽은 칼릴, 옆에 있던 스타는 충격을 받게 된다. 이 얘기를 보고 최근 미국 사회에서 일어난 흑인에 대한 백인 경찰의 총기사건으로 아무 잘못없는 흑인이 죽었던 사례가 떠올랐는데 간격을 두로 비슷하게 벌어진 사건으로 흑인들이 집회하고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빈민 구역에 산다는 이유로 아무런 잘못없이 범죄자 취급받으며 경찰에게 심문받고 총에 맞아 죽어야하는 인종차별에 대해 분노를 표했던 흑인들의 인터뷰가 생각났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억울한 상황이며 죽은 소년의 가족들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족을 잃은 고통이 얼마나 클까...

<당신이 남긴 증오>는 몇백년을 거슬러 올라간 증오의 씨앗들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에도 싹을 틔우는 모습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흑인과 백인간의 몇백년이 지나도 결코 사라지지 않은 인간의 뿌리깊은 잔학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어 스타를 비롯한 흑인들의 사회가 실제로 어떠한지 잘 보여주고 있어 인간사회의 모순과 씁쓸함을 함께 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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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경이로움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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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북스 / 불완전한 경이로움 / 안드레아 데 카를로



이탈리아 여행서적은 많이 봐왔지만 이탈리아 소설은 처음 접해보는지라 궁금함이 있었다. 지리적인 위치로 뭔가 난해한 프랑스 소설과 비슷하지 않을까란 걱정이 조금은 있었던지라 내심 긴장하며 펼쳐보게 되었던 <불완전한 경이로움>
처음엔 제목이 주는 느낌 때문에 소설이라기보다 철학적인 이야기가 담긴 이야기일거라고 예상했으나 설마 <불완전한 경이로움>이 젤라토 가게의 이름일줄이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젤라토 가게 이름인 '불완전한 경이로움', 하지만 젤라토 가게를 이끌어가는 밀레나가 추구하는 젤라토의 맛을 떠올리면 얼토당토한 가게명은 아닌듯하다. 밀레나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지에서 나오는 제철 재료만을 고집하여 그녀만의 최상의 젤라토를 만드는 일에 강박적일 정도로 열과 성을 다하는데 그럼에도 미묘한 온도 차이로 항상 같은 젤라토의 맛을 볼 수 없다고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정성이 만든 최상의 젤라토는 그 맛을 평가받아 소문이 자자하다. 한여름도 지난 어느 날 갑자기 정전이 발생하며 자신의 최상의 젤라토가 걱정인 밀레나의 걱정 뒤로 젤라토를 무려 10kg이나 주문하는 전화를 받게 되고 올리브 나무가 있는 그 집을 향해 배달을 나서게 된다.

밀레나가 배달을 나서기 전 비봉커즈 밴드의 리더인 닉은 올리브 나무 숲길을 삼륜차로 달리다 전날 마신 숙취를 이기지 못해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인 상태에 콘서트 준비로 밴드 멤버들이 그의 별장에 하나둘씩 도착하게 되고 누가 주문한지 모르는 아이스크림 배달을 온 밀레나는 유명한 밴드의 리더인 닉을 알아보지 못하는데, 닉은 그런 밀레나의 첫인상에 흥미로움을 느낀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 밴드 멤버들과의 아찔한 상황과 콘서트 전날 세번째 결혼식을 하는 닉의 불안정한 심리가 언젠가 터지고 말 위태로움을 자아내고 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냉소적인 엄마의 따뜻한 애정을 받지 못했던 닉은 엄마의 그런 모습을 여자들에게서 찾기를 원했기에 번번히 결혼생활은 좋지 않게 끝났고 세번째 결혼을 앞둔 에일리는 자신보다 그녀의 일로 관심이 옮겨간 상황이 마뜩잖은 상황, 신경을 거슬리는 멤버들로 인해 더욱 혼란스러운 상황에 닉은 '불완전한 경이로움' 가게를 찾게 되고 밀레나와의 만남을 갖게 된다.

단순히 동거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동거인이 아니었음을 알게되면서 밀레나와 비비안의 관계 또한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남녀간에 밀고 당기는 모습에서 자유로울거라 생각했던 밀레나에게 임신을 원하는 비비안, 사실은 임신을 원하지 않지만 그것을 쉽게 비비안에게 말하지 못하는 밀레나와 비비안의 관계 또한 위태롭기 짝이 없다. 밀레나에게 화를 내고 점점 더 그녀를 구속하려 드는 비비안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은 밀레나, 그런 밀레나에게 닉이란 유명밴드와의 만남은 어디서 본듯한 영화의 주제로 비춰지지만 각자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어 너무 무겁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밝지도 않은 이야기를 흥미롭게 전개해나간다.

사실 이탈리아 소설을 처음 접하는지라 살짝 걱정했던 부분도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기상천외한 젤라토 가게 이름부터 영미 소설처럼 심리 묘사를 너무 장황하게 늘어놓지 않으면서 프랑스 소설처럼 난해하게 다가오지 않아 생각보다 읽기 수월하게 다가왔다. 딱 적당하게 표현된 심리 묘사도 좋았고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그들의 기분을 잘 묘사하고 있어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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