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멋대로 떨고 있어
와타야 리사 지음, 채숙향 옮김 / 창심소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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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심소 / 제멋대로 떨고 있어 / 와타야 리사 지음

하지만 나는 이치가 좋았다.

니 따위는 필요 없어.

이치를 갖고 싶었다.


좋아하는 이치와 결혼하게 된다면 요시카는 평생 남편을 주시하는 간수 같은 신부가 될 것이다. 반면 니와 결혼하여 아이를 낳게 된다면....굳이 니의 아이가 아니라도 상관없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격한 감정을 가진 그녀.

요시카에게는 두 명의 남자친구가 있다.

중2 같은 반이었던 이치에게 귀엽다며 친구들이 관심을 보일 때 그를 향했던 요시카는 반대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않으며 관심 없는 척했다. 결국 제대로 된 감정전달이나 로맨스가 일어나지 않은 채 어른이 되었고 어느 날 이치의 현재가 궁금해진 요시카는 중학생 시절 친구의 계정으로 동창회를 열어 이치를 만나게 된다. 그 자리에서 이치도 자신처럼 도쿄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으며 십년이 넘어 만나게 되었지만 여전히 그에 대한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몰래 이치를 좋아하는 요시카의 마음과는 달리 친구들과도 적당한 선을 그으며 요시카에게도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치에게 늘 조바심을 느끼는 요시카.

그에 반해 그녀가 일하고 있는 사내의 영업부에서 일하고 있는 니는 그녀에게 다가가기 위해 사내 사교모임을 적극적으로 결성했다며 요시카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렇게 단 둘이 만난 첫 날 그녀에게 사귀자는 고백을 한다. 하지만 자신의 첫사랑이지만 정작 그녀에겐 관심이 없는 이치와 이성으로서의 감정은 없지만 자신이 좋다며 매달리는 니를 두고 요시카는 고민 중이다.

누군가 자신을 좋아한다며 고백을 해온다면 기분 좋을 것 같지만 정작 고백을 해온 상대가 내가 바라던 이상형과 다르다면 고백 자체가 행복한 일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제멋대로 떨고 있어>는 26년동안 연애 경험이 없는 모태솔로인 요시카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정작 본인에겐 첫사랑이라 그 자체로도 좋은 감정을 가지게 되는 이치와 이성으로서 관심은 없지만 자신을 좋아해주는 니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저 그런 연애 이야기라면 식상하고 진부해서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겠지만 이 책이 재미있게 다가오는 이유는 나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성에 대한 조바심과 불안감, 가지고 싶은 욕망과 이성으로 보이지 않지만 그렇다고 싫다고 거절해 나에게서 멀어지게 만들고 싶지는 않은 이기적인 마음 등을 솔직하면서도 너무도 인간적이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야기 속에서 니에 대한 요시카의 마음을 보면 남주긴 아깝고 내가 가지긴 싫은 인간의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는데 어찌보면 그런 미적지근한 요시카의 행동에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라며 반기를 드는 사람도 있을테지만 그런 연애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라면 이야기 속 요시카의 마음에 너무도 공감하게 될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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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고 온 Go On 1~2 세트 - 전2권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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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간의 사랑이 얼마나 덧없고 가벼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던 '빅 픽처'의 강렬한 이야기 때문에 이후 읽게 되었던 이야기들이 조금 기대에 못미쳤던 것이 사실이었다. '더글라서 케네디'란 작가의 신작이 반가우면서도 왠지 모를 만감이 교차함을 신작을 만날 때마다 느끼게 되는데 한동안의 공백을 깨고 만난 이번 작품 <고 온>은 그동안 빅 픽처 작품에 한정되어 있던 '더글라스 케네디'란 작가의 다른 이미지를 엿볼 수 있었던 소설이었던 것 같다.

명문대를 나왔고 집안도 괜찮았던 엄마는 결혼 후 베트남전에 출전했던 아버지와 결혼해 경력이 단절되었고 자신의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일을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과 현실에 안주하는 삶에서 괴로움을 느낀다. 군인 출신으로 보수적일 것만 같은 아빠는 앨리스에게 담배를 제대로 피우는 법을 알려주는 등 의외의 모습을 담고 있지만 앨리스의 엄마 아빠는 사이가 좋지 않아 아침부터 뜨거운 언쟁을 일으키기 일쑤이고 그로 인해 집안 공기는 늘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다.

명석한 두뇌와 모범적인 삶을 사는 큰 오빠와 하키 선수로 활약하다 교통 사고로 자신감을 잃은 둘째 오빠, 그리고 고등학교에서 유대인과 동성애인 친구와 어울리느라 함께 손가락질 받는 앨리스,

앨리스의 가족이 모인 자리는 어딘가 나사가 맞지 않아 삐그덕대는 의자에 앉아 언젠가 주저앉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젖은 듯한 느낌을 준다. 팽팽한 긴장감과 불안감의 끈을 놓는 즉시 더 깊은 나락으로 떨어져 버릴까 두려워 차라리 그런 긴장감의 끈을 애써 잡고 있는듯한 애처로움까지 느껴지는데 속상하면서도 왠지 공감도 되어 왠지 더 안타깝게 다가왔다.

앨리스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앨리스의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등장해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진정한 의미의 소통과 위로가 되지 못하는 상황들을 엿볼 수 있다. 그 속에 1970년대 미국의 정치적 이슈들과 당시 미국 사회 기저에 깔려 있었던 인종 차별, 동성애에 대한 반감,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위선을 눈감아주는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앨리스의 남자친구였던 유대인에 대한 비하 발언과 앨리스의 친한 친구였던 칼리가 동성애였기 때문에 당하는 모욕과 조롱에 대해 반발하는 모습보다는 그것에 묻혀 함께 조롱하거나 못본척하는 상황들은 지금 상황과 크게 달라보이진 않지만 그럼에도 현재에 비추어봤을 때 조금이라도 인식의 발전이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어쨌든 시대가 그러했으므로 지나친 인격에 대한 공격에 조금씩 분노하게 될 즈음 명석하고 지혜로운 앨리스의 남자친구의 활약이 눈에 띄고 이후 앨리스가 대학교로 진학하며 새로운 캠퍼스 생활을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덤덤하게 이야기에 등장한다.

큰 기복없이 사랑도 모범생 같은 사랑만 할 것 같은 앨리스가 고등학생 때 사귄 남자친구 이후 대학생활을 하면서 사귀게 되는 남자친구와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와 함께 당시 사회적 배경을 앨리스의 삶을 통해 잘 녹여내고 있고 이미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충분히 엿보았던 그들의 성에 대한 개방성이나 파티 문화 등도 큰 거부감 없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앨리스를 통해 미국 사회의 일반적인 가정의 모습과 1970년대에서 80년대의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 그 속에서 비뚤어진 인식을 바꾸기 위한 다양한 사람들의 모습, 그럼에도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보수주의자들과 편협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과거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너무도 생생하게 다루고 있어 덤덤한 듯 다가오지만 문득 그것이 얼마나 엄청난 파급효과를 지녔는지 깜짝 놀라게 되어 반문하게 되는 소설이었던 것 같다.

확실히 이번 작품으로 '더글라스 케네디'란 작가에게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던 고착화된 이미지를 씻어낼 수 있었고 한 사람의 인생이 갑자기 송두리째 파괴되는 것을 그저 무덤덤하게 지켜보는 우리의 시선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게 해주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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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하맨션
조남주 지음 / 민음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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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음사 / 사하맨션 / 조남주 장편소설



돈벌이가 될 만한 관광지도, 교역을 할만한 그 무언가가 정비되어 있지도 않은 작은 어촌 마을을 지자체와 협력을 맺은 기업이 들어와 사업을 확장했고 빠른 성과를 냈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은 지역 발전과 이어지지 않아 계열의 건축 회사나 유통업체, 금융회사들만 살아남았고 결국 지자체가 기업에 약속했던 지원 조항들은 독이 되어 기업에 팔리게 되고 이로써 이상한 도시국가가 탄생한다.

그들은 이 도시국가를 '타운'이라 명하게 되었고 그 곳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경제력과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지닌 주민, 또 다른 이름인 L로 불리우는 사람들과 범죄 이력은 없지만 주민 자격은 갖추지 못한 L2, L과 L2의 이름으로도 불리지 못하는 '사하'가 부류 형성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주민 자격이 되지 않으나 고향을 떠날 수 없어 2년마다 자격 심사와 건강 심사를 견뎌내야하는 L2와 마땅한 이름도 없는 사하 신분의 이들, 그들은 주민이 하지 않는 힘들고 더러운 일들을 소개소에서 받아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삶에 지친 이들이다. 더럽고 힘든 일이지만 별로 대수롭지도 않은 이유 때문에 그마저도 못하게 하는 일들이 생기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은 세울수도 없는 막막하기 그지없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 그런 이들이 모여 살아가는 '사하맨션'은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우며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어 늘 병들어 있다.

병들어 누워있던 아버지가 죽자 이삿짐센터 일을 하며 생계를 잇던 엄마가 아무런 예고없이 난간에서 떨어져 죽고 센터의 사장은 자살로 마무리하지만 그것을 납득할 수 없었던 도경은 사장을 칼로 찌르고 누나인 진경과 함께 배를 타고 타운에서도 으슥한 사하맨션으로 숨어든다.

푸른 한쪽눈을 가진 '사라', 힘들게 보육사가 되었지만 호흡기 감염으로 희생자가 되어야했던 은진, 조산사였지만 낙태 수술을 받다 사람을 죽인 꽃님이 할머니, 연구소에 주기적인 검진을 받으러가지만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우미 등 <사하맨션>에 등장하는 이들의 사연은 우리가 사회에서 목도한 크고 굵직한 사건들과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2년마다 체류기한을 연장해야하는 L2와 L의 신분에서는 우리 사회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모습이, 현실적인 찬반 논란이 뜨거웠지만 과연 무엇이 정답인지 가를 수 없었던 낙태 문제와 범죄자로 살아가야하는 이들의 답답한 현실과 싱글맘 손에 길러지는 아이들이 내몰리게 되는 사각지대, 호흡기 감염으로 죽어가던 은진의 이야기에서 보육원에 감염을 옮겼던 의사들의 함묵은 가습기 살균제로 죽어간 수 많은 희생자들이 떠올랐고 국가에서 살아갈 수 없어 타운으로 향하던 수 많은 사람을 태운 배가 하루 아침에 아예 없던것처럼 묻혀져버린 이야기에서는 세월호 이야기가 떠올랐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어둡고 음침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들은 과연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일까?란 의구심이 떠오르지만 이야기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최근 우리가 분개했고 아직도 결말이 나지 않은 이야기들과 닮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삶은 희망이 없는 어둠뿐이라 소설을 읽으면서 답답한 울분을 내내 느껴야했고 마지막장으로 치달으며 코끝이 찡해져오는데도 그것이 슬픔인지 미처 깨닫지 못한 채 순간적인 충격을 느껴야했던 <사하맨션>,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모순덩어리를 조남주 작가의 문체로 한권에 잘 담아낸 것 같다.

너무 많이 알게 되어서, 그리고 그걸 다 기억해야 해서

괴로웠다고 한다.

하지만 기억은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잊지 않아야 한다.

망각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래서 감수했다.

잊지 않는 일, 증언하는 일, 기록이 되는 일,

기쁜 일을 오래 기뻐하게 하고

슬픈 일을 오래 슬퍼하게 하는 일.

하지만 자신의 기억이 원하는 모든 이에게

공정하게 제공되어 가치 있게 쓰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부터 여자의 정확도는 급격히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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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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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셜 / 한자와나오키 1.당한만큼 갚아준다 / 이케이도 준



은행을 무대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그린 <한자와나오키>

작가의 전직을 잘 살린 이야기라 리얼리티는 물론 은행을 통해 다양한 인간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라 장편 시리즈를 좋아하지 않음에도 <한자와나오키> 시리즈는 읽는 재미에 흠뻑 빠져들어 읽게 될 것 같다.

일본 버블경제가 한창이던 인력보다 일자리가 넘쳐나던 시절, 산업중앙은행 취업 준비를 하던 '한자와 나오키'에게 은행에서 한통의 전화가 걸려오고 기업간 신사협정을 깨고 인재를 구하기 위한 발빠른 준비에 한자와를 포함한 인재들의 면접이 실시되고 그로부터 15년의 시간이 흐른 뒤 도쿄중앙은행 오사카 서부지점의 융자과장이 된 한자와, 하지만 한자와와 그의 부하 '나카시도', 지점장인 '아사노'와 부지점장인 '에지마'의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다. 대출을 진행시켰던 서부오사카철강이 1차 부도를 냈고 알고보니 대출 절차를 밟을 때 그들이 내밀었던 서류가 복식회계에 의한 거짓 서류였음을 알게 되었고 은행에서 대출해주었던 5억엔에 대한 회수 가망이 없다는 전망에 은행은 서수선하기만하다.

융자과장인 한자와가 서류를 올리긴했지만 지점장인 아사노가 서부오사카철강의 서류 검토를 할 시간도 없이 밀어부쳤던 이 대출건은 엄연히 말하면 지점장인 아사노가 무리하게 대출해준 건이었으나 1차 부도가 터진 상황에서 아사노는 본사의 감사를 비롯해 모든 책임을 한자와에게 돌리고 자신은 교묘하게 빠져나가려고한다. 평소에도 직언을 서슴치 않았던 한자와는 억울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해보지만 다방면에 발을 두고 있는 아사노의 작전 때문에 한자와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어주는 사람은 없으니 한자와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오직 서부오사카철강에 대출해준 돈을 회수해야되는 상황에서 한자와는 서부오사카철강이 부도를 내면서 파산한 하청회사 사장인 '다케시타'와 협력해 서부오사카철강의 사장인 '히가시다'에게 회수할 수 있는 돈이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조사를 시작하면서 한자와는 서부오사카철강이 하청업체와의 매출건을 조작하면서 거짓으로 서류를 만들었고 은행을 속여 대출금을 가로챈 계획도산임을 눈치채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은행 사람들이 이 사건에 연류되어 있음을 알게 된다.

은행이 주 무대가 되어 기업간 대출 업무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한자와나오키>는 은행권에서도 지위의 상하와 그들을 감시하는 국세청 직원들, 아무리 오랫동안 거래를 했어도 자금운영이 어려운 기업에겐 철저하게 등을 돌리는 은행권의 섭리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어 현실감있는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는데 그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입바른 말보다는 불의를 보면 넘어가지 못하는 한자와나오키라는 인물이 있어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한자와나오키> 시리즈가 4권까지 나와있어 서부오사카철강 대출건 이야기가 2권까지 이어지는건가 싶었는데 각권마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완료되고 다음 내용으로 넘어가는 식인 것 같아 앞으로의 한자와 나오키의 활약도 더욱 기대되는 소설이다.

세상에서 은행을 어떻게 말하든,

그곳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은행에 인생을 걸고 있다.

피라미드형 구조의 당연한 결과로써

승자가 있고 패자가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 패인이 무능한 상사의 지시에 있고

그것을 모르는 척하는 조직의 무책임함에 있다면,

이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이런 조직을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이런 조직을 만들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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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대 트레일 - 죽기 전에 꼭 걸어야 할 크레이지 홀리데이 6
이영철 지음 / 꿈의지도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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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지도 / 죽기 전에 꼭 걸어야 할 세계 10대 트레일 / 이영철 지음




취업을 할 수 있을지, 자신의 미래에 자신이 없는 젊은이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며 앞만 보며 달려왔던 중년의 남성,

결혼과 동시에 직장이란 공간에서 단절되어 자신의 존재보다는 아이와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바빴던 주부,

사회는 힘들어도 앞으로만 나아가라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다 힘든 상황이니 나의 힘듦 따위 대수롭지 않다는 분위기 속에서 그런대로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가던 수 많은 사람들이 최근 많이 선택하는 것이 바로 '걷기'가 아닐까 싶다.

실례로 최근 몇년간 세계의 온갖 트레일에 관련된 서적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게 그 증거로 최근엔 산티아고 순례길과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을 정도이니 정도의 차는 있겠지만 인간의 삶의 본질적인 모습은 개인간 그리 크지 않다는걸 느낄 수 있는 대목인 것 같다.

내가 트레킹 코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던 것은 여자 혼자의 몸으로 PCT를 완주했던 수기를 담은 '와일드'란 책을 읽고 나서부터인데 이후로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던 우리나라 여러 지역의 올레길이나 둘레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었다. 이후 산티아고 순례길을 알게 되면서 버킷리스트 목록에 올리기도하였으니 평소 트레킹 코스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을 것이다.

<죽기 전에 꼭 걸어야 할 세계 10대 트레일>은 작가가 직접 체험하며 꼼꼼하게 담은 수기로 여행에세이 느낌보다는 트레킹 코스의 역사적 의미나 관련 정보, 특히 1일차부터 트레킹이 끝나는 날까지 하루치 코스 구간의 자연 환경이나 트레킹 조건들을 자세히 담아내고 있어 트레킹을 떠나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유용할 정도들로 가득한 책이다. 무엇보다 각 트레킹 코스의 해발고도를 그래프로 한눈에 보기 쉽고도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어 책 등을 보며 막연하게 품고 있던 트레킹에 대한 현실적 정보를 듬뿍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감상적 접근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많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게 가장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 여러 매거진에서 꼽은 10대 트레일에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소개되는 것을 볼 수 있고 그만큼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생소한 곳도 접할 수 있는데 이 책은 세계 사람들이 인정하는 아름다운 길,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 있고 많이 가고 싶어하는 길, 작가의 개인적 관심과 취향에 맞는 길이란 3가지 정보를 고려해 안나푸르나 서킷, 산티아고 순례길, 밀포드 트랙, 규수 올레, 영국 횡단 CTC, 파타고니아 트레일, 잉카 트레일, 몽블랑 둘레길, 위클로 웨이, 차마고도 호도협의 생생한 정보를 담고 있다.

트레일과 관련하여 읽었던 책이 PCT였기에 AT 등 북미 트레일이나 시코쿠 트레일 등만 알던 나로서는 다양한 환경만큼 다양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세계 여러 곳의 트레일 코스를 보면서 버킷리스트에 또 다른 트레일 코스를 올리게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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