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죄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은모 옮김 / 달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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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다 / 우죄 / 야쿠마루 가쿠

'돌이킬 수 없는 약속'이 한동안 베스트셀러 자리에 머물렀던 당시에도, 아직도 나는 그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야쿠마루 가쿠'란 작가의 소설로 처음 접한 것은 '침묵을 삼킨 소년'이었고 이후 '신의 아이'와 '형사의 눈빛' 등 최신 번역본이라 그의 전작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읽어본 작품들로 보자면 '우죄'를 비롯해 작가는 '소년법'에 상당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독 일본 소설에 많이 등장하여 사회적 문제점을 지적하는 '소년법'은 일본 현행법을 같이하는 우리나라 실정에서 같은 문제점들을 양상시키고 있기에 '소년법'의 허와 실에 대해 국민으로서 더욱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유수의 대학을 나와 저널리스트의 꿈을 안고 있는 '마스다'는 인터넷 카페를 전전하는 생활을 하다 기숙사를 제공한다는 문구를 보고 '사와켄제작소'에 면접을 보게 된다. 사장은 회사일과는 관계가 없는 자격증에도 사람들과 어울림에 문제가 없어보이는 마스다와 회사일과 관련된 자격증을 갖추었지만 사람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지 않는 인상의 '스즈키' 두명을 모두 채용하게 되고 그렇게 마스다와 스즈키는 먼저 살던 세명의 동료와 함께 공동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기숙사라는 조건을 보고 힘든 일임에도 면접을 봤지만 기숙사에 들어간 첫날 마스다는 열악한 기숙사의 환경을 보고 낙담하게 된다. 하지만 당장 자신의 처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회사생활을 이어나가며 동료들과 친분을 쌓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자신과 달리 출신 지역이나 사생활 이야기를 극도로 꺼리는 스즈키를 보며 동료들은 궁금증을 느끼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사와켄제작소에서 사무직을 보던 '미요코'는 스즈키와 마트에서 마주치게 되고 하필 그 자리에서 자신의 전 애인이 결국 자신을 찾아냈다는 사실에 혼비백산한채로 집으로 도망친 미요코는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가방을 마트에 두고오는 바람에 집앞에서 전 애인과 맞딱드리게 된다. 배우로서의 꿈을 안고 도쿄로 상경한 미요코는 가수의 꿈을 가지고 있던 전 애인과 아르바이트를 하며 만나 동거에 들어가지만 미요코의 매니저를 하며 가수의 꿈을 버리겠다며 전 애인의 꼬득임에 넘어가 성인물 AV 배우로 활약하게 되고 그것도 여의치 않자 자신을 유흥업소에 넘기려던 애인의 본심을 알아차리고 본가로 도망가 인연을 끊지만 결국 자신 때문에 학교 교장이었던 아버지는 학교를 그만두게 되고 죄스러운 마음에 미요코는 본가와도 연락을 끊었던 사연이 있었는데 마침 자신의 가방을 가지고 와준 스즈키 덕분에 집앞에서의 대치는 어쨌든 종결되고 만다. 그렇게 미요코는 스즈키에게 자신의 과거를 속시원하게 털어놓게 되지만 스즈키의 반응은 누군가를 죽인 것도 아닌데 그렇게 힘들어할 필요 없다는 반응이었고 미요코는 그런 스즈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각자 말 못할 사정을 가진 이들, 누군가에게 마음을 터놓고 싶어도 그저 자신의 죄를 움켜쥔 채 고독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이들의 비밀은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인해 하나씩 밝혀지게 되는데... 자신이 가진 상처를 먼저 털어놓으며 스즈키에게 다가가는 마스다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며 자신의 사생활을 비밀에 부치는 스즈키에게 호기심을 느끼게 되고 그러던 어느 날 끔찍한 사건으로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주인공이 스즈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저 한순간의 호기심 때문에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킨 청소년 범죄, 그러나 그들에게 내려진 형벌은 '소년법'에 의한 솜방망이 처벌로 엄청난 죄를 짓고도 그런대로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한때 철없이 저질렀던 죄가 주홍글씨로 낙인찍혀 평생을 따라다니는 두가지 모습을 담고 있다. <우죄>가 아니더라도 이미 일본소설에 소년법을 다룬 소설은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지만 같은 주제로 만나게 되는 소년법은 작가의 개성만큼이나 다양하면서도 강하게 다가온다. <우죄> 또한 '야쿠마루 가쿠'만의 문체로 탄생한 소년법 이야기로 인간이 인간에게 행할 수 있는 잔인함과 남은 평생을 속죄로 살아갈 가해자의 두 모습을 통해 복잡한 고민거리를 던져주고 있어 소설만큼이나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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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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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책 /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 가키야 미우 지음


본격적으로 다가온 무더위에 제목을 보고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

아무래도 남성보다 여성에게 외모적인 잣대가 엄격한만큼 여성의 평생 과업이라고해도 모자람 없는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 무더위에 무던히도 노력하는 수 많은 사람들에게는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게 다가올 것 같다.

그동안 사회적인 문제를 위트와 풍자적인 요소로 소설에 녹여냈던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던 독자라면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라는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외모적인 모습에만 치중한 내용이 아니다. 예상했듯이 말이다!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40대에서 10대에 이르는 남,녀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야기의 핵심은 외모에서 풍기는 살 이야기가 아닌, 마음 속 불필요한 살을 빼자는 이야기이다. 무난하겠다 싶은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읽다보면 역시 '가키야 미우'답게 외모로만 상대방을 평가하려는 풍토를 고집으며 정말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는, 단순하지만 너무도 쉽게 간과하는 진실을 진솔하게 담아내고 있다.

50을 눈 앞에 앞둔 '노리코', 그녀는 여자의 무기를 살려 애교와 외모로만 승부하는 엄마의 모습이 싫어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갔고 문구업체에 입사해서도 꾸준히 커리어를 쌓은 여성이다. 그런데 최근 점점 살이 오르고 있어 여간 고민스러운게 아니다. 살이 올랐다고 생각하는 순간 회사 사람들조차도 그녀에게 등을 돌리는 것 같아 서먹한 회사생활이 이어지게 되던 어느 날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의 저자 '오바 고마리'에게 개인 의뢰를 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기대했던 '오바 고마리'와의 첫 대면에서 여리여리하면서도 양가집 규수의 이미지를 떠올렸던 주인공은 퉁퉁한 동네 아줌마의 이미지인 고마리의 모습에 충격을 받게 되는데 그럼에도 고마리가 노리코에게 해대는 조언엔 꼼짝할 수가 없게 된다. 고마리의 조언에 따라 조금씩 행동을 바꾸던 노리코는 다시금 삶의 활력을 찾기 시작하고 살은 물론 건강을 되찾아가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게 된다.

화족이라는 신분이지만 변변찮은 수입에 경제력이 없는 아버지와 화족이라는 이유로 평생 돈벌이를 하지 않았던 엄마를 둔 '니시키코지 고기쿠'는 제과를 배우고 그길로 나아가 성공해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으나 돈 많은 집에 시집을 잘 갈 수 있다는 아버지의 권유로 좋아하지도 않는 영문학에 진학해 재미없는 대학생활을 보내고 있다. 작은키에 체중은 어느덧 80킬로그램에 육박한 그녀는 가족들 사이에서도 가문의 수치라는 눈총을 받게 되고 화족이지만 집안이 가난한 그녀를 보며 사람들은 검소하다고 좋게 생각해주지만 자신의 모습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과의 '하루코'와 친해지게 되고 그녀의 도움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면서 고민스러운 자신의 외모를 고마리에게 의뢰하게 되고 살 뿐만이 아닌 자신의 미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조언을 듣고 인생의 첫 걸음을 내딛게 된다.

벽을 들이받는 차량 사고 후 일년 반의 기억을 잃은 '요시다 도모야'는 기억나지 않는 일년 반의 기억을 되살리고 싶지만 쉽지 않다. 그 전까지의 기억은 생생한데 반해 일년 반의 기억이 쉽게 돌아오지 않는 도모야는 깨어나 거울을 본 순간 뚱뚱해진 자신의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이 후 병원 생활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풀며 살이 붓는 가속도를 더 높이던 도모야에게 어머니가 고마리를 소개해주면서 자신의 의지와 달리 그녀에게 조언을 듣게 되는데.... 자신이 기억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이 이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느끼게 되면서 의아함을 느끼게 되는 도모야, 사고와 함께 핸드폰과 노트북도 고장이 나서 볼 수 없다는 이야기에는 뭔가 의심스러움이 들지만 아무도 그에게 사실을 말해주지 않던 어느 날 퇴원 후 잠깐 들렀던 본가에서 고마리와 부모님의 대화를 듣게 되고 도모야는 기억하지 못했던 일년 반의 기억을 어렴풋하게 기억하게 되는데...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엄마가 생계를 책임지며 어려운 생활을 해나가고 있는 10살 '마에다 유타'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느라 늘 피곤에 찌들어 있는 엄마가 자신으로 인해 더 힘들어하는 것을 피해 잠든 엄마 대신 간단한 아침을 챙겨먹고 알아서 등교하는 기특한 아이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없다는 이유와 또래보다 작고 뚱뚱하다는 이유로 반 아이들로부터 구타와 따돌림을 받는 유타는 옆집 누나가 버린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란 책을 보게 되고 책을 계기로 옆집 누나가 자신과 처지가 비슷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뭔가 도움을 바라던 유타는 고마리에게 편지를 써서 보내게 되고 마침 집 근처에 살고 있던 고마리는 유타와 옆집 누나를 위해 엄마가 일에 쫓겨 해줄 수 없는 간단한 가정식 음식을 가르쳐준다. 이 과정에서 고마리는 혼자 힘으로 아이를 키우며 힘겹게 살아가는 유타의 엄마에게 양가집과 화해할 것을 조언하고 그로 인해 유타는 엄마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소중한 시간을 쌓을 수 있게 된다.

<당신의 살을 빼 드립니다>는 뚱뚱한 외모가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로 뚱뚱한 외모 때문에 둔하고 미련맞아 보이는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각자 안고 있는 고민이 있는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과 그런 사람들의 눈초리에 휘둘리는 주인공들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묵묵히 이뤄나갈 때 빛날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가뜩이나 무더위로 인해 남과 비교되는 외모 때문에 우울하고 자신감을 잃었던 사람이라면 자신감 충만을 불러들일 소설이라 이 여름 소설책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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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구라치 준 지음, 김윤수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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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 / 구라치 준 지음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말도 안되는 제목 때문에 왠지 오기가 생겼던 소설이다. 머릿속에서 더는 나올 것이 없을때까지 추리의 추리를 거듭해도 당최 해답을 모르겠기에 더 오기가 생겼는지도 모르겠고 이 말도 안되는 제목을 붙이며 이야기를 만들어낸 작가의 상상력 또한 궁금해서 당장 펼쳐들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소설임엔 확실한 듯하다.

책 속에 단편으로 등장하는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인 '일요일 밤에는 나가고 싶지 않아'란 책으로 소설가로 정식 데뷔했다고하나 나는 이 책을 통해 '구라치 준'이란 작가를 처음 만나게 되었는데 한편의 내용이 아닌 6편의 단편의 다양성 때문인지 의외의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그저 사람을 죽이고 싶었고 그 대상이 아무라도 상관없는 묻지마의 범행이 연속으로 일어나게 되고 빚에 허덕이다 동생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지만 면전에서 호되게 거절당한 주인공은 묻지마 범죄를 이용해 동생을 죽이기로 마음 먹는다. ABC 살인이라는 절묘한 우연이 겹치며 주인공은 동생을 다음 묻지마 범인의 희생자로 끼워맞추려하지만 주인공의 예상을 깨고 동시다발인 묻지마 살인이 발생하게 된다. 딱히 추리랄 것도 없는 'ABC 살인'은 단순한 이야기같지만 아무 대상이나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는 점에서 오싹함이 느껴지는 이야기이다.

'사내 편애'는 회사내 모든 인사고과, 연봉의 반영이 사람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옮겨간 형태로 이유를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의 오류로 특정 직원이 '마더컴'이라는 프로그램의 편애를 받게 된 주인공의 이야기로 지연, 학연 등과 엮이지 않고 오로지 객관적인 회사생활이 반영되어 처리되는 방식의 효율성이 나쁘지 않지만 기계에 의해 평가받는 인간의 모습이 삭막하게 다가옴과 동시에 버그로 인해 특정 인간을 편애한다는 재미있는 발상이 겹쳐 미래사회의 모습을 풍자하면서도 우울하지 않고 코믹하게 다가왔고

'피와 케이크의 살인 현장'에서는 자신이 살던 집에서 죽은 시체 위에 놓여진 조각 케이크와 기묘한 모습으로 죽은 시체를 수사하던 형사가 느끼는 위화감을 나름대로 추리해나가는 방식으로 범인이 잡히지도, 그에 걸맞는 답도 없는 이야기지만 정황상 피해자를 쫓아다녔던 스토커인 남자의 행방을 추리하는 두 형사의 이야기가 더욱 오싹하게 다가와 대놓고 무섭지는 않지만 그에 맞는 공포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밤을 보는 고양이'는 대도시에 살던 주인공이 며칠간의 휴가를 내 시골 할머니댁에 내려가 있었던 며칠동안 한밤중 벽을 보며 꼼짝하지 않는 고양이를 의아하게 생각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사건을 알게 되는 내용으로 이 소설을 읽은 후로 한밤 중 고양이가 아무것도 없는 한 지점을 멍하니 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면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을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책의 제목인 '두부 모서리에 머리를 부딪혀 죽은 사건'은 점점 전세가 불리해진 태평양전쟁 말 터무니 없어 보이기까지한 프로젝트에 차출되어 실험실에서 8시간동안 오로지 페달만 밟는 연구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외부와 동떨어진 연구실에 주인공과 교대 후 야간에 페달을 밟던 병사가 후두부에 뾰족한 상처를 입고 죽은 사건으로 연구실에는 병사의 후두부를 강타할 뾰족한 물건, 심지어 사각형으로 된 모서리가 있는 물건조차 없는 연구실에서 뾰족한 것에 찔려 사망에 이르게 된 병사의 죽음을 파헤쳐가는 내용으로 공교롭게도 사걱형이라고는 두부밖에 없어 상사의 추리는 터무니 없는 실험이 1차로 성공하여 공간이 물리적으로 뒤바뀌게 되면서 병사가 죽게 되었다는 내용이지만 설마?하는 찰나 이성적인 이야기로 되돌아와 사실을 알 수 없고 영원히 알 수도 없는 이야기로 끝마치게 된다.

마지막으로 '네코마루 선배의 출장'은 5년여의 시간을 들여 개발한 신소재를 본사 직원이 가져오기 위해 연구소에 들렀다가 벌어진 알 수 없는 범인 이야기로 본사 직원인 주인공이 아는 지인으로 탈바가지를 쓴 작고 왜소한 네코마루 선배가 등장해 범인 없는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내용이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추리 초보인 나조차도 범인이 누구이며 대략 어떻게 흘러가는 내용인지 눈에 보이는터라 추리 소설 달인들이 읽으면 싱겁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그럼에도 왠지 네코마루 선배의 활약을 계속 보고 싶다는 바램이 생기는 작품인데 나중에 알고보니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로 정식 작가로 등단했다고하니 네코마루 선배 시리즈의 다른 이야기도 얼른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전체적으로 강렬한 임팩트나 함정을 파놓고 독자들을 빠지게 만드는 이야기라기보다 인간 본성이 어디까지 무서울 수 있는지가 더 무섭게 다가오는 내용인데 비스무리한 단편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모아놓아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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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 세기전환기 독일 문학에서 발견한 에로틱의 미학
홍진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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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 / 홍진호 지음


모든 이들에게 비슷한 호기심으로 다가오지만 그것을 겉으로 표현하면 저급하거나 상스러운 이미지가 되어버리고마는 '성', <욕망하는 인간의 탄생>이라는 제목부터 인간의 이러한 심리를 영리하게 잘 이용했다는 생각이 드는데 더군다나 흥미로운 '성'이란 주제를 세기전환기인 19세기에서 20세기 독일 문학을 통해 찾아간다니 독자로서는 궁금해하지 않고서는 못배길 주제가 아니었나 싶다.

'성'과 '욕망'이란 단어와 함께 책 표지부터 '구스타프 클림트'의 '다나에' 그림을 등장시켜 에로틱함을 한껏 연출하고 있는데 황금색 물방울과 달뜬 다나에의 표정 자체만으로도 무엇을 표현하고 있는지 너무도 충분히 전해지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은 별 생각없이 보았던 그림을 통해 이전 화가들의 '다나에'와 19세기 격변기에 등장한 '다나에'의 차이점이 잘 설명되어 있다. 지금까지 그저 '구스타프 클림프'의 색채로 여겼던 그림이 세기의 전환이라는 문턱에서 화려한 그림으로 탄생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미술사의 변천, 딱딱한 이론적 지식을 탈피해 사회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어 그림보다는 역사적인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나에게는 독일 문화의 밑바탕이 그림에 미친 영향으로 쉽게 이해가 되어 흥미롭게 읽혀졌던 것 같다.

19세기 후반 프로이센이 전쟁을 치르며 수백 년 동안 영방국가들로 나뉘어 있던 독일을 통일하며 일상생활을 비롯한 사회구조에 변화를 가져왔고 이런 급격한 변화는 불안 요소가 되기도하였으니 이런것들이 고스란히 문학에 스며들어 새로운 독일문화를 탄생시킨다.

그저 19세기 격변기라는 글을 통해 독일의 전쟁사만 연상했던 나로서는 비스마르크와 독일의 통일, 산업혁명으로 인한 노동자계급의 형성 등 사회구조의 변화와 그것이 정치에까지 미치며 새로운 세계관과 인간관을 형성하였고 그런 일련의 과정속에서 탄생한 소설을 통해 자연스러운 흐름을 알 수 있었다.

독일 작품을 많이 알지 못한다는 점과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작품들이 실려 있어 공감되는 부분이 조금 아쉽기도했지만 반면 당시 독일 사회의 모습을 풍성하게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면을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오히려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그저 인간안에 내재된 본능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에 걸친 독일의 혁명과 전반적인 근현대사가 문학에 어떻게 스며들었는지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 초반 부분 비스마르크의 등장에 이해하기 어려운 주제가 아닐까 당혹스러움을 느끼긴했지만 문화, 종교적인 색채가 문학을 통해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어렵게만 생각했던 주제에 조금 더 근접하게 다가갈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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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 고흐의 불꽃같은 열망과 고독한 내면의 기록 반 고흐, 영혼의 편지 1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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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 / 반고흐, 영혼의 편지 / 빈센트 반 고흐 지음, 신성림 옮기고 엮음



'영혼의 화가', '태양의 화가'라고 불리는 네덜란드의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 하지만 앞에 붙은 수식어보다 암울하고 어두운 인생을 살다간 불운의 화가란 인상이 강해 그의 그림을 마주하면 나도 모르게 가슴이 짓눌리는듯한 고통을 느끼게 된다. 그러한 강렬함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전시회를 찾으면 광기와 암울함이 느껴져 둘러보고 나오는 길은 항상 발걸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지금껏 내가 알던 '빈센트 반 고흐'는 광기와 우울함, 고독과 외로움의 대명사처럼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그러다 최근 정여울 작가님이 쓰신 반고흐에 관한 글을 보면서 내가 알던 지식과 느낌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던 것인지 알게 되었고 생각지 못했던 그의 인간적인 면을 보면서 흥미로움이 생겼었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 이 책은 이미 출간된지 만 6년이 지난 책을 다시 엮은 책으로 반고흐의 동생이자 후원자이며 평생 그의 그림을 지켜보았던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내용을 싣고 있다.

반고흐는 일반인 또는 예술가들이 알아봐주지 않는 자신의 재능을 보고 격려해준 동생 테오와 죽기전까지 668통이나 되는 편지를 주고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동안 반고흐와 관련해 읽어보았던 책에는 동생과 주고 받았던 편지 일부분이 소개되어 전반적인 반고흐의 생애를 담고 있었다면 이 책은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반고흐의 고민과 살아가며 내렸던 수 많은 결정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어 작가의 생각에 치우치지 않고 그대로 나에게 전해진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는 새장에 갇힌 새/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다/ 조용한 싸움/ 화가는 캔버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생명이 깃든 색채/ 내 영혼을 주겠다/ 고통은 광기보다 강하다/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주제로 반고흐의 화가 입문 이전부터 1890년 오베르 쉬르 우아즈, 초라한 다락방에서 생을 마감하기까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반고흐는 장남이었지만 살아 생전 보수적인 칼뱅파 목사였던 아버지를 비롯한 가족들과 불화가 많았다고 알려져 있다. 가족 중 유일하게 그를 지지해주고 부모님과 중간에서 중재를 해주었던 테오는 반고흐와 달리 가족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인물로 그가 있었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고흐가 작품을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화가로 입문하기 위해 본격적인 수업을 시작하게 되면서 고흐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테오는 고흐의 그림이 팔리지 않는 와중에도 자신이 도와줄 수 있는 물질적 지원을 이어나갔는데 고흐가 사촌 케이에게 청혼하여 가족간 불화가 생겼을 때나 매춘부였던 시엔과 함께 살면서 그를 가르쳐주던 화가들조차 등을 돌릴 때도 테오와의 감정 소모는 있었지만 그럼에도 편지를 계속 이어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테오의 입장에서보면 예술적 재능을 향한 형의 열정을 높이 산다고해도 수년간 이어진 재정적 지원이 부담스럽고 임신한 매춘부인 시엔을 데려와 살기까지하는 형의 모습에서 체념을 할 수도 있었을텐데 그럼에도 고흐가 죽기전까지 관계를 보면 동생 테오의 입장에서 형에게 했던 지원이 인색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마지막엔 재정적인 이유 때문에 감정의 골이 깊어짐과 그런 이유 때문에 삶을 어느정도 내려놓은 듯한 고흐의 모습이 불행한 결말을 예고하는 것 같아 읽고 있는 것이 고통스럽게 다가오는지라 역시 반고흐하면 따라오는 삶에 대한 예술적 고통의 느낌을 빗나가지 않는다.

어쩌면 뻔뻔스럽고 지독하게 고독하며 광기스럽게 다가오는 고흐의 단면은 편지를 통해 그가 얼마나 세심하고 감수성이 예민한지, 문학적 지식 또한 상당하고 냉정하며 반항적이기까지 한 그의 자화상과 달리 시엔의 일화를 통해 그저 사랑받기를 갈구했던 한 남성의 모습이 애처롭기까지하다. 이런 느낌은 그가 죽기 전 그린 '까마귀가 나는 밀밭'을 보면 더욱 잘 느껴지는데 살아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죽은 후에라도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란 안도감은 그저 불행했던 그의 삶을 추억하기 위한 사람들의 합리화이지 않을까란 생각을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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