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거 총을 든 할머니
브누아 필리퐁 지음, 장소미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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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kg도 안되는 가냘픈 102세 노파 '베르트', 그녀는 이웃집 '드 고르'를 총으로 쏘고 경찰과 대치중이다.

베르트는 왜 경찰과 대치중인 상황이 되었을까? 이혼을 받아들이지 못해 분노한 전남편을 응징한 '기메트'와 그의 연인 '로이'는 도망자 신세가 되어 달아나던 중 베르트의 이웃집 '드 고르'의 스포츠카를 훔치려던 커플을 발견하게되고 그들의 사연을 들은 후 자신의 침대 밑에 숨겨두었던 돈과 필요물품까지 준비해 그들을 멀리 도망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 과정에서 기메트 커플이 이웃집 스포츠카를 타고 달아날 수 있도록 드 고르를 총으로 쏘고 시간까지 번 베르트는 체포되는 과정에서도 경찰반장을 빡치게 만드는 발언들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그 자체로도 험악한 아우라를 뽐내는 경찰반장을 눈앞에 둔 베르트, 왜 이웃집 사람을 쏘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서 1914년이었던 베르트의 어린 시절부터 그녀의 인생 이야기가 영화처럼 펼쳐진다.

프랑스 남동부의 생플루르 주변의 오베르뉴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베르트,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녀의 탄생은 험난함을 예고하고 있었고 뒤이어 등장한 1942년 과부가 된 베르트가 등장한다. 점령당한 마을에서 꼬마아이가 독일군에게 버릇없게 굴었다는 이유로 그들로부터 총에 맞게 되고 옆에 있던 동생의 자지러지는 비명을 막은 베르트는 그로 인해 독일군들의 눈에 들게 되고 얼마 후 독일군이 집에 들이닥친다. 자신을 지켜줄 남편도, 따뜻한 이웃의 도움도 요청할 수 없었던 베르트는 긴박한 상황에서 독일군에게 할머니의 독한 술을 권해 위기를 모면해보려하지만 술을 몇잔 걸친 독일군은 드디어 자신의 욕망을 베르트에게 분출하려한다. 험한 꼴을 보기 직전 베르트는 지하로 도망치게 되고 그곳에 있던 삽으로 독일군의 머리통을 내리쳐 죽인다. 죽은 독일군인과 그가 남긴 루거 총, 그렇게 베르트에게 뜻하지 않은 루거 총이 생기게 된다.

<루거 총을 든 할머니>는 경찰서에 잡힌 베르트가 나치들이 가지고 있던 루거총을 왜 불법으로 소지하고 있느냐란 물음에 그녀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속에 루거총이 어떤 의미였는지를 보여준다. 강간당할 위기에서 한 살인이 정당하지 못한 살인이란 경찰 반장의 물음에 경찰을 향한 당차고도 조소섞인 발언은 그 한사람에게 하는 말이 아닌, 세상의 부조리함에 내뱉는 발언 같아 후련하면서도 분노와 씁쓸한 여러가지 감정이 들었다.

처음엔 전쟁이란 화마가 여자에게 주는 잔혹성에 대한 이야기가 분노스럽게만 다가왔는데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남편이나 남자들에 대한 이야기에서 그녀가 살던 시대 억압받던 여성들의 참상을 여과없이 고발하는 내용이라 그저 흥미 위주로만 가볍게 읽어낼 소설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초반부엔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처럼 다소 유쾌하게도 다가왔지만 그 속에 담아낸 험난한 베르트의 일생은 그 무게만큼이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처음 제목만 보고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책을 읽다보면 마치 영화 한편을 보는듯한 흥미진진함은 물론 작가가 루거 총에 엄청난 깊이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오는 소설이라 다음번 소설도 고민없이 펼쳐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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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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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이필북스 / 기요틴 / 이스안 소설집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열 가지 기묘한 이야기 : 기요틴, 기이한 재앙을 버티고, 혹은 취하다.

기요틴, 기묘하면서도 몽환적인 느낌이 연상되는 제목이 궁금하게 다가왔다. 한자를 보고도 고개가 갸웃거려졌기에 어떤 기묘한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싶었는데 언젠가 읽어본듯한 이야기와 비슷한 구도로 시작하면서도 이야기마다 조금씩 예상을 빗나가는 내용들이 신선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기요틴>은 총 10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나와 닮은 사람을 보면 죽게 된다는 도플갱어를 시작으로 이미 죽은 나의 영혼이 가족 곁을 맴도는 이야기와 헤어진 연인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나와 똑같이 생긴 생령이 달라 붙어 있는 이야기 등 도플갱어, 지박령, 생령, 망상, 빙의, 귀접, 악마 등의 다양한 기묘함을 이야기 속에 담아냈다.

다양한 기묘함 속에는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이야기와 학교에서 오랫동안 괴롭힘을 당하다 자살한 학생의 영혼이 가족 곁을 맴도는 이야기, 5년이란 기간을 교제했지만 더이상 맞지 않음을 깨닫고 헤어진 커플에게 나타난 생령의 이야기, 죽음을 갈망하는 미술학도와 허약한 아빠를 위해 할머니가 구해온 뱀술이 원인이 되어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 가족의 이야기, 나의 잠을 위협하는 아내의 이갈이, 친구의 추모식에 만난 친구들의 이야기, 불륜을 저지른 남편을 죽인 아내의 이야기 등이 다양하게 다가온다.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도 5년이란 시간을 사귀어 결혼 적령기가 되었지만 아이를 갖는 문제부터 여러가지가 맞지 않아 남자는 여자에게 이별을 고하게 되고 그렇게 힘든 이별 후 어느날부터 여자에게 나타나는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무표정한 모습이 남자로 인해 혹시 남자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것은 아닐까 너무도 뻔하면서도 익숙한 구도를 떠올리게 되었지만 누군가가 죽어서 생긴 영혼이 아닌 생령이란 이야기가, 살아 있는데도 미련이 강하게 남아 생기는 생령이라는 이야기가 의외로 섬뜩하고도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기묘한 이야기라면 그 자체로 호기심이 동하지만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들로 인해 흥미를 잃기도하는데 <기요틴>은 익숙한듯 흘러가면서도 익숙하지 않은 결말을 주고 있어 기대했던 것에서 벗어난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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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주문
니시 카나코 지음, 이영미 옮김 / 해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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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마법의 주문 / 니시 가나코 소설



뭔가 신비로운 일들이 생길 것 같은 제목과 달리 표지의 젊은 여인은 울고 있다. 눈물이 바닥을 적실 정도로 큰 상실속에 잠겨 있는 그림이 아릿하게 다가온다.

2004년 '아오이'를 발표하며 작가로 데뷔하였고 2005년 두 번째 작품인 '사쿠라'가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일약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니시 가나코', 그 뒤 '스텐카쿠'와 '후쿠와라이'란 작품으로 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녀의 여러 작품 중 내가 읽어본 작품은 없어서 제목과 그림이 주는 미묘함이 더욱 뇌리에 새겨졌는지도 모르겠다.

<마법의 주문>은 8가지 이야기가 실린 단편집으로 각기 묘한 자극을 주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어 다음 이야기가 더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빠져들게 되었는데 이상하게 일본소설임에도 최근 한국의 젊은 작가들에게서 나타나는 특징들이 느껴져서 더욱 정겹게 느껴졌던 것 같다.

'불사르다'의 주인공은 예쁜 외모에 남들로부터 예쁘다는 말을 듣는게 기분 좋았지만 엄마는 늘 바지만 입혔고 여자스럽다거나 남자스럽다는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엄마 앞에서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 늘 바지만 입고 다니던 주인공이 어느 날 치마를 입게 되었고 집으로 돌아오다 아저씨에게 어쩔 수 없는 일을 당한 후 엄마는 다시 바지를 입기를 강요했고 사람들은 주인공에게 일어난 일을 듣고 안타까워한다. 아저씨는 나쁜 짓을 했지만 주인공은 아저씨가 했던 예쁘다는 말이 싫지 않았고 그말을 듣고 잠시나마 좋아했던 자신에게 일어났던 나쁜일은 그저 자신의 탓으로 치부해버렸지만 그전처럼 해맑게 웃을 수 없다. 주변에서 자신을 신경써주는 시선, 자신을 피하는 그런 것들이 싫어졌던 주인공은 학교 소각장 아저씨가 매일매일 무언가를 태우는 모습을 지켜보며 자신의 상처를 조금씩 치유해나간다.

'불사르다'처럼 '딸기', '손녀역할','누님', '오로라', '임신', '두브로브니크','주문' 속 주인공은 모두 여자이다. 그 속엔 여자들의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 읽다보면 이야기는 조금씩 다르지만 '불사르다'처럼 페미니즘 이야기처럼 다가오는 것들도 있고 좋아해서 함께했지만 이별을 앞둔 동성애의 사그라드는 사랑을 그린 '오로라'도 있다. 조금은 어둡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지만 한국의 소설과는 달리 일본의 소설은 비슷한 주제라도 그 무게가 약간은 덜하다는걸 느낄 수 있는데 한국 소설에서 느꼈던 분노란 감정은 비슷한 주제의 이 책에서는 서글픔으로 전달되어 한국 소설과 일본 소설을 비교하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그런가하면 완벽을 추구하며 모든 사람들의 눈에 이상형으로 비친 조부모였지만 아무도 몰랐던 재밌는 비밀을 알게 된 '손녀역할'이란 단편은 다른 이야기들과 다르게 다가와 피식 웃음을 자아내게 된다.

 

 

 

 

솔직히 읽는내내 <마법의 주문>이란 제목이 단편들과 무슨 연관이 있을까? 한참을 생각해보게 됐던 것 같다. 처음 등장했던 '불사르다'에서 나쁜일을 당했던 주인공에게 너의 잘못이 아니라며 위로하던 소각장 아저씨의 모습에서 사람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위로해주는건 어쩌면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됐던 것 같다. 무뚝뚝하고 부끄러워서 긴 말을 하지 않는 아저씨였지만 주인공이 가장 듣고 싶고 위로받고 싶었던 말을, 아무도 해주지 않던 말을 주인공에게 해줌으로써 뒷 이야기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지만 주인공은 위로를 받아 움츠러들었던 자신안에서 가슴을 펴며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어쩌면 우리가 바랬던 것은 거창한 것들이 아니라 진심이 담긴 한마디, 진심으로 위로해주는 그 마음이 그토록 바라던 마법의 주문처럼 되돌아와 앞으로 전진할 수 있게 했던게 아니었을까, 짧지만 강하게 다가왔던 8편의 단편들로 인해 '니시 가나코'란 처음 만나게 되는 작가의 이름이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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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A
고바야시 히로키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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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칼에 찔린 채 폐허에서 발견된 시체 한구, 하지만 끔찍한 사건임에도 시체의 얼굴엔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 대신 평온함마저 느껴지는 표정이었으니 이 기묘한 사건 옆에 남겨져 있던 노트 한권으로부터 그들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어릴 적 성당 앞에 버려진 9, 성당에 있던 열명의 아이들 중 키가 9번째로 크다하여 붙여진 이름은 인간의 개별적인 고유성보다 기계로 찍어 식별하기 편하게 만든 물건처럼 차갑고 이질적인 느낌이다. 부모에 대한 사랑에 무엇인지 모르고 크던 9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부모님과 행복한 모습의 한 소년을 길에서 마주하게 되고 자신과 다른 그 모습에 증오심을 불태우게 된다. 성당 아이들과 합심하여 그 소년을 납치해 엄청난 폭행을 가했던 9는 자신과 납치 당한 아이 모두 죄가 없지만 그럼에도 인간이란 잔혹한 존재란 결론을 내리게 되고 부조리한 세상에 눈을 뜨게 된다.

그런 어느 날 9는 일반인 부부에게 입양되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되고 학교에서 &이란 아이를 만나 그에게서 Q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을 통해 새로운 감정들을 알아가던 Q, 하지만 그런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자신이 선택할 수 없었던 가혹한 운명앞에 내던져진 Q와 &, 인간으로써 느껴야할 기본적인 것들로부터 배제당한 Q가 살아가며 느꼈던, 아니 느끼고 싶었지만 느낄 수 없었던 감정들로 인해 소설을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해진다. 의외로 얇은 분량의 소설이라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얇은 분량임에도 끊임없이 던져보게 되는 인간의 삶이란 주제가 철학적으로 다가와 곱씹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었던 세상의 부조리함에 놓여진 이들, 15년간 숨겨져있던 비밀이 풀리며 고통속에 숨져간 시체의 정체가 드러나면서 이들의 처절했던 삶이 더욱 가슴 먹먹하게 다가온다. 작품속에 등장했던 9와 Q,&,A의 이름없는 그들의 삶을 통해 부조리한 세상이 그들에게 얼마나 가혹하게 다가왔는지, 철학적인 요소를 짧은 분량에 심도있게 풀어낸만큼 작가의 역량이 돋보였던 소설임은 맞으나 책을 덮고도 한참동안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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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무더위 - 살인곰 서점의 사건파일 하무라 아키라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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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은 습도와 기온이 모두 높아 불쾌하기 짝이 없는 날 일어났다.

본업은 '백곰 탐정사'의 탐정이지만 지금은 기치조지에 있는 미스터리 전문서점인 '살인곰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하무라 아키라'는 체력향상을 위해 찜통같은 무더위 길을 걷다 대형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된다.

마을버스와 덤프트럭이 충돌하고 소형차가 전복되는 아비규환같은 사건 현장 속에서 하무라는 자판기에서 생수를 사 정신없는 승객들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게되고 그 사고가 있고 며칠 후 경찰서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는데.....

사고 현장에서 소형차를 타고 있었던 젊은 여성의 어머니는 아키라에게 자신의 딸이 소중하게 간직해온 수첩이 없어졌다며 현장에서 딸의 가방을 보지 못했는지 묻고 그 순간 아키라는 파란색 소형차에서 파란색 백을 매고 유유히 걸어나왔던 젊은 여성을 기억해내게되고 그 여성이 차주의 핸드백을 훔쳐 달아난 사실에 뒤를 캐기 시작한다.

<조용한 무더위>는 살인곰 서점의 오너 '도야마'와 아키라의 관계가 제법 재밌게 다가오는데 달콤한 미스터리 페어라는 이벤트에서 아키라에게 그에 맞는 과자를 구워오라는 주문을 하는 등 아르바이트생을 과하게 부려먹는거 아닌가? 싶은 면이 있지만 그런면 때문에 의외의 재미가 느껴져서 티겨개격하는 이 둘의 모습을 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로 느껴졌다.

6가지 각기 다른 이야기 속에 지금까지 읽어보지 못했던 색다른 전개 또한 기묘한 미스터리를 기대했던 독자들에게는 반전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싶었던 <조용한 무더위>, 탐정이라기보다 정의로운 마흔살 아줌마라는 느낌이 강해 아키라라는 주인공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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