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니 - 기획 29주년 기념 특별 한정판 버지니아 울프 전집 1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오진숙 옮김 / 솔출판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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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 / 3기니 / 버지니아 울프


요즘엔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내가 어릴적 보았던 영화나 소설, 중학생이 알아야 할~, 고등학생이 알아야 할~ 단편집에 '버지니아 울프'가 꽤 자주 거론됐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정작 버지니아 울프의 글은 접해본 기억이 없어 이름은 낯설지 않지만 <3기니>라는 낯선 제목만큼이나 작가 또한 익숙치 않은 느낌이었다.

얼핏 제목만 들으면 SF가 연상되지만 '기니'는 영국의 옛날 금화식 표현이라한다. 금이 처음 주조될 때 원재료인 금을 아프리카에서 들여오면서 기니란 표기를 그대로 쓰면서 붙여진 것인데 모더니즘과 페미니즘하면 연상되는 버지니아 울프가 제목으로 3기니를 쓴 것은 영국과 그 기니란 표기를 그대로 쓴 식민지 아프리카, 내용에 언급되는 전쟁과 여성의 사회적 신분 등을 보면 너무도 쉽게 이해가 가진다.

최근에야 페미니즘에 대한 책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고 예전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폭이 넓어졌다고는하지만 그럼에도 사회에서, 남자들의 두뇌 속 깊이 각인돼 있는 여성에 대한 시각은 얼마나 크게 바뀌었을까 반문해보게되는데 1930년대 이러한 글들을 써냈던 그녀의 글은 지금 읽어봐도 파격적이고 강단있다고 여겨지는만큼 그 시대에 이 글이 어떻게 사람들을 움직였을지, 그 반대로 어떤 야유와 질타를 받았을지 그저 대단하다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거려졌던 것 같다.

<3기니>는 초반부터 "당신 생각에 어떻게 해야 우리가 전쟁을 막을 수 있겠습니까?"라는 강렬한 글귀를 만나게 되는데 그 무엇으로도 답을 낼 수 없어 오랫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는 편지에는 그녀가 당시 처한 전쟁의 상황이 덤덤한듯 보이면서도 처절하고 냉담함, 무기력함 등을 담아내고 있는데 그것이 염세주의자 작가들 문체에서 보이는 죽을만큼 무기력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는게 색다르게 다가왔던 것 같다.

1941년 양쪽 호주머니에 돌을 채워 우즈 강에 투신 자살한 그녀의 비극적인 삶은 전쟁과 연결되는 시대를 생각하면 한순간 폐가 쪼그라드는 고통이 느껴지지만 여성의 부조리한 위치를 조목조목 반박하는듯한 강단있는 글귀에서는 그녀의 의외성을 발견하게 돼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동시에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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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리처드 바인 지음, 박지선 옮김 / 서울셀렉션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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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셀렉션 / 소호의 죄 / 리처드 바인 지음



<소호의 죄 : 범죄적 예술과 살인의 동기들>

예술에 관해선 문외한이지만 예술이 범죄와 연결되는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와 손에 잡게 되었던 <소호의 죄>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소설인 점에서 더 읽기가 수월했던 책이다.

일반인의 감수성으로는 이해도, 상상도 가지 않는 예술인들의 감각이란 인식 때문인지 예술작품을 접하면서도 난해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그런 느낌과 달리 예술인들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감이 들기도하였지만 <소호의 죄>는 예술가들의 중심지라 불리었던 소호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주가되어 전개되는 이야기이다.

소호의 유명인사인 '필립'과 '어맨다', 돈이 많은 필립과 어맨다 부부는 미술품 컬렉터로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미술품 딜러인 '잭'과 친한 사이이다. 돈이 많고 미술품 컬렉터이기에 소호에서 유명인들로 통하는 필립과 어맨다는 끊이지 않는 필립의 바람기 때문에 최근 사이가 좋지 않다. 그러던 어느 날 어맨다가 집에서 얼굴이 총을 맞아 뭉개진 채 발견되고 필립이 경찰서에 들어가 어맨다를 죽였다고 자백한다. 하지만 필립의 변호사로 인해 평소 필립이 뇌질환 치료를 받고 있었다는 사실과 자신이 어맨다를 죽였다는 자백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 그 시간 필립은 LA에 있어 알리바이가 성립된다는 점을 들어 필립이 범인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필립의 자백으로 인해 쉽게 사건이 해결될 것 같던 어맨다 살인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되고 필립의 회사에서 고용한 사립탐정이자 잭과도 친분이 있던 호건과 함께 올리버 부부의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어맨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는 늘 바람기를 잠재우지 않았던 남편 필립과 필립을 어맨다에게 뺏겼던 필립의 전부인 '앤젤라', 앤젤라의 딸인 '멜리사'와 현재 필립의 애인인 '클라우디아'로 호건과 잭은 이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지저분하고 난잡한 이들의 사생활과 예술가란 이면 뒤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과 허영을 마주하게 된다. 화려해보이는 그들의 삶 속에 숨겨진 초라함과 나약함을 에술품이란 소재와 함께 잘 보여준 소설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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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한국추리문학선 8
김재희 지음 / 책과나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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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나무 / 청년은 탐정도 불안하다 / 김재희 장편소설

경찰청에서 프로파일러로 일하며 유명세를 얻은 감건호, 경찰청을 나와 작가와 TV 진행자로 활약하며 인기를 얻었지만 해가 갈수록 인기에 취해 사건에 대한 감을 잃어가고 있었으니 그를 보는 시청자나 독자들의 반응은 점점 싸늘해져만 간다.

최근 자신이 출간한 책을 홍보하기 위해 독립 서점에서 독자와의 만남을 진행한 감건호는 열명 남짓 모인 인원에 실망하지만 그나마 젊은층이 많아 SNS에 홍보가 되리라 생각하며 열띤 강연을 펼치지만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현장사진으로 인해 김주승의 반론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게 된다.

범죄학과 해부학에 관심이 있어 법의학자로의 길을 결심한 주승은 어릴적부터 감건호가 자신의 롤모델이었지만 TV에 출연하며 감을 잃어가는 그의 모습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기보다 자신의 인기상승도에만 조바심을 느끼는 그를 자극하기 위해 주승은 독립서점에서 감건호를 공격하고 그렇게 감건호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된다.

평소 범죄학에 관심이 높았던 주승은 '왓슨추리연맹' 이란 포털 추리 카페를 고등학교 동창인 민수와 문제 출제를 맡고 있는 선미, 주승과 같은 해부학교실 동료이자 조교인 진영과 함께 관리하고 있으며 7천명이란 회원수를 자랑하고 있다. 시간이 날때마다 주승의 집에 모여 그들의 관심사를 공유하며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감건호가 새로 맡은 프로그램의 첫회를 2년전 고한에서 일어났던 김미준 실종 사건에 대해 감건호와 왓슨추리연맹팀으로 나눠 대결하자는 제의를 하고 불편한 감건호의 심기와 달리 프로그램 관계자들이 이를 수락하며 흥미진진한 대결이 시작된다.

과연 이들은 2년동안이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

기존 방식인 주변 인물들의 인터뷰와 피해자의 행적을 따라가는 감건호의 기법과 달리 주승이 포함되어 있는 청년팀은 SNS와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며 미제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비교되어 하나의 사건을 풀어가는 다양한 방식을 엿볼 수 있어 더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사건을 바라볼 때 편견이나 선입견의 작용으로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이 아쉽게 다가와 경찰의 임무가 얼마나 막중한지 새삼스럽게 느낄 수 있었고 그럼에도 미제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파이팅 넘치는 청년 탐정들의 고군분투기는색다르고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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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였다
정해연 지음 / 연담L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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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담L / 내가 죽였다 / 정해연 장편소설


요즘 핫해서 지켜보고 있었던 연담L에서 또 한편의 핫한 책 <내가 죽였다>를 만나게 되었다.

<내가 죽였다>는 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제2회 추미스 소설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작품답게 펼치자마자 훅 빠져드는 몰입감은 물론 가독성까지 갖춘 작품이라 추미스를 좋아하는 독자들 입담을 금새 타지 않을까 싶다.

개업 2년차인 변호사 김무일, 스펙 좋은 백수를 심각하게 고민할 정도로 사건이 없어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그의 곁에 있는 변 사무장이 물고오는 저작권 침해 소송으로 간신히 임대료를 내며 사무실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그가 하는 저작권 침해 소송이란 대형 출판사를 낀 유명 작가들의 작품보다 출판사들의 호응이 적은 무협소설이나 로맨스를 온라인 불법 유통하는 자를 잡아 소송하는 건으로 보통 변호사들이 하는 소송건과는 다르지만 그런대로 만족하며 일을 해나가던 어느 날 변사무장은 변호사협회에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이런일보다 일반인들의 소송건을 해보자고 운을 띄우며 무일의 사무실이 세들어있는 순향빌딩 건물주인 권순향을 데리고 들어오는데.....

순향빌딩에 사무실은 물론 개인 오피스텔까지 쓰고 있는 무일은 조물주 위의 건물주라며 이야기를 건네긴해도 평소 권순향과의 사이가 좋았기에 권순향이 의뢰할 사건이 무엇인지 궁금해한다. 하지만 그가 털어놓은 이야기는 7년전 순향빌딩 302호에서 자살로 처리된 청년의 죽음이 자신에 의한 살인이었으며 자신은 그저 밀린 월세를 받으러 갔을 뿐인데 숨어 있던 청년이 갑자기 튀어나와 자신의 목을 졸랐기에 우발적으로 죽이게 되었다는 이야기로 자신이 죽이긴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권순향이 말하던 사건 경위에 청년이 죽은 뒤 갑자기 등장한 사내가 자살로 처리할테니 권순향보고 자리를 비우라고하였고 그후 사건은 감쪽같이 자살로 처리되었다는 묘한 이야기가 흘러나오며 7년이나 지났고 자살로 말끔하게 처리된 사건을 이제서야 자수하겠다는 권순향을 무일은 씁쓸하게 바라본다. 자수의 의사를 비친 순향이 내일 경찰서에 가겠다고 이야기한 후 무일은 고등학교 동창생이자 순향빌딩에 함께 세들어살고 있는 신여주에게 퇴근 후 만나자는 연락을 한다.

집앞 포장마차에서 여주를 만난 무일은 낮에 권순향이 한 얘기를 들려주고 아저씨가 자수하러갈 때 형사인 여주보고 자리를 지켜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렇게 술잔을 기울이며 집으로 되돌아오던 둘은 권순향의 집이 있는 5층에서 검은 물체가 떨어지는 것을 목격하게 되고 그 물체가 권순향이란 것을 알게 된다. 사건장소에 있었던 무일과 여주는 권순향이 자살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복도에 남은 족적과 아들의 알리바이는 권순향이 자살했음을 이야기하고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무일은 여주를 통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무일과 여주는 302호 청년이 죽을 때 갑자기 나타난 이를 조사하기 시작하고 이 사건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위험하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조사를 거듭할수록 무일과 여주는 위험한 상황에 맞닥드리게 되고 사건의 내막을 따라가는 그들의 숨막히는 과정만큼 독자들 또한 가뿐 숨을 몰아쉬게 되는 소설 <내가 죽였다>

이야기의 소재는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던데 반해 여주와 무일 콤비의 주거니 받거니하는 대화담이 너무 찰져서 읽는 재미가 배가 되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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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베의 태양
돌로레스 레돈도 지음, 엄지영 옮김 / 열린책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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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 테베의 태양 / 돌로레스 레돈도 장편소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접해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관심이 가리라 생각한다. 스페인이란 곳은 문화와 역사를 자랑하며 소설속 배경으로 많이 등장하는 곳이지만 정작 스페인 작가가 쓴 소설은 만나볼 기회가 많지 않았었기에 <테베의 태양>은 미지의 영역으로 한발 내딛는 느낌이 들었던 소설이다.

지긋지긋하게 안써지던 글이 오늘따라 기똥차게 잘 써짐을 느끼던 '마누엘'은 현관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던 불청객으로 인해 소설의 흐름을 망쳐버린다. 하지만 글이 너무 잘써지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마누엘은 방문객이 택배기사이거나 외판원이라 생각하고 응답하지 않은 채 글을 이어가려고하지만 계속 되는 두드림에 방문객을 맞이하게 되고 과르디아 시빌 대원이 전한 예상치 못한 소식에 그저 멍할 뿐이다.

15년동안 함께 살아왔던 동거인이자 배우자였던 '알바로'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마누엘은 알바로가 죽었다는 사실과 함께 바르셀로나로 출장을 간 그가 왜 500킬로미터나 떨어진 곳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이했는지 의문이 들면서 도대체 영문을 알 수가 없다. 동성이긴하지만 엄연히 그와 결혼한 배우자이기에 마누엘은 알바로의 시신이 있는 곳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동안 알바로가 자신에게 숨겼던 이야기들을 마주하며 배신감마저 느끼게 되는데....

알바로가 자신을 속여왔던 3년간의 이중생활을 알게 된 마누엘은 타오르는 배신감을 억누를 수 없는 상황에서 그가 생전에 정해놨던 상속절차로 인해 그의 유산상속자가 되어 알바로의 고향으로 향하게 되고 그곳에서 마누엘은 노게이라는 중위로부터 알바로의 석연치 않은 죽음에 대해 듣게 된다.

알바로의 아버지가 3년전 돌아가시며 비록 동성애로 인해 연락을 끊고 살았던 자식이지만 자신의 후작 자리를 알바로에게 물려주었고 그것을 마누엘에게 숨긴채 힘든 시기를 보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누엘은 알바로가 그곳에서 어떤 모습으로 지냈고 그의 가족과는 어땠는지 알게 된다. 그러면서 알바로가 동생을 지키려고했던 선택 때문에 비난을 받고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통해 가족과의 관계가 틀어져 힘들어했던 사실에 가슴 아파한다.

<테베의 태양>은 15년동안 함께 산 동거인이자 배우자의 갑작스런 죽음 뒤에 숨겨져 있던 무거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후작이란 가문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탐욕과 온갖 추잡함이 섞여 위선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이 행했던 태도에 힘들어했을 알바로, 자신을 속였다는 배신감을 느꼈던 마누엘은 알바로의 숨겨졌던 과거에 다가가며 그가 잠깐 품었던 감정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제목으로 인해 꽤 어렵게 다가올 수도 있는 문학 소설로 받아들였으나 인간의 위선과 추악함이 담겨 있어 방대한 분량에도 몰입감있게 읽어낼 수 있었고 어느곳에서나 만연한, 인간이란 종족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끊임없이 이어질 무거운 사회적 문제들이 등장하여 묵직한 고민거리를 안겨줬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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