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번역가 권남희 에세이집
권남희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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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출판 /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 권남희 지음

같은 소설이라도 번역가의 역량에 따라 소설의 느낌이 얼마나 달라지는지, 잔혹한 평가일지는 몰라도 얼마 전 번역가의 빈약한 번역으로 인해 꽤 유명한 일본 작가의 글이 엉망이 되는 것을 보면서 번역가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던 것 같다.

전에는 그저 소설 속 인물들 상황에 알맞은 어휘를 찾아 적절히 배치하면 되는 것이 번역이라고 생각했다면 얼마 전 경험으로 작가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느낌을 잘 살려내는 것 또한 번역가의 자질이란 것을 느끼면서 번역가의 또 다른 매력과 대단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한편으론 번역가의 삶은 어떠할까 궁금증이 일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궁금증에 시기적절하게도 권남희 번역가님의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 에세이를 만난 건 인연이라고 밖엔 표현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권남희 번역가는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스다 미리, 오가와 이토, 무레 요코 등 일본 작가의 작품을 번역하였고 평소 일본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로 탄탄한 번역 스킬을 자랑하는 분이다. 평소 일본 소설을 좋아하고 출간하는 모든 작품은 예의 주시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가 여럿 있기에 신간이 나올 때마다 출판사보다 먼저 찾게 되는 것이 어떤 번역가가 번역을 했느냐인데 좋아하는 작가 중 '무레 요코' 의 소설은 여러 명의 번역가가 번역을 했기 때문에 작품의 이야기만큼이나 번역가마다 묘하게 다른 분위기를 발견하는 즐거움 또한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 시키는 것 같다.

아무리 그 작가만의 문체를 번역했다고 해도 작품을 번역한 작가 특유의 삶을 통한 위트가 전해질 때가 있는데 그런 느낌이 들 때마다 이분은 번역가이지만 글도 잘 쓸 거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번역을 끝내고 소설 끝에 남기는 글을 통해 번역가들의 필력을 가늠하게 되는데 지금까지 내가 본 번역가들의 필력은 역시 고수다운 무언가가 있다! 였었다.

그리고 <귀찮지만 행복해 볼까>에서 권남희 작가님은 나의 마음을 마구 흔들어 놓았다.

얼굴 한번 본 적 없고 말 한번 섞어본 적 없지만 가히 추종자 대열에 끼게 될 듯 온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나는 가식의 탈을 쓴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사회적이지 못해 감정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나 자신을 사교성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딱히 부끄러워하지는 않는 성격인데 그래서 그런지 털털하고 진솔해 보이는 번역가님의 에세이가 더 가슴 잔잔하게 다가와졌는지 모르겠다.

신문에 기사가 실린다고 말했지만 한 달이나 지나 신문을 찾아보는 부모님과 울음 코드가 안 맞는 딸과의 에피소드, 한일 감정을 허무는 일본 아줌마들의 진한 우정 이야기, 번역 일을 하면서 출판사 직원들과의 다양한 에피소드, 노령견 나무와의 일상 이야기까지.... 이 한 권을 읽고 나니 나와는 동떨어져 보이는 사람이 왠지 옆집 사는 이웃처럼 편하게 다가와졌다면 너무 오지랖일까?

그리고 참 대단하게도 긍정적인 그녀를 보면서 뭔가 자극을 받아 감사한 마음과 비루함을 자기애라고 착각하며 버리지 못했던 얄궂음까지 반성하며 에세이 마지막에 실린 <츠바퀴 문구점> 무대가 되었던 가마쿠라 여행을 버킷 리스트에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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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6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6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쟈쟈 그림, 김정화 옮김 / 길벗스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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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스쿨 /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6 / 히로시마 레이코 글, 쟈쟈 그림


그날그날 정해진 발행연도의 동전을 가진 이들에게만 보이는 특별한 가게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1권을 읽으며 소재의 신선함과 이런 과자가게가 정말로 존재한다면 얼마나 신기할까 싶어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벌써 6권이 나왔다니!

등장하는 인물들의 고민만큼 전천당 주인인 베니코가 권하는 안성맞춤 과자 이름이 기상천외해서 즐거움을 주는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6>은 감기에 걸린 베니코로 시작한다.

머리는 하얀 백발이지만 피부는 포동포동하고 젊어 기묘한 느낌의 베니코, 뭔가 기묘한 얼굴만큼 여자답지 않은 큰 덩치에 동전 모양이 들어간 자주색 기모노를 입고 항상 생글생글 웃는 베니코가 감기에 걸렸다. 하지만 일을 미룰 수는 없는 것! 재채기를 하며 첫 번째 손님인 초등학교 5학년 가이토를 맞이한다.

초등학교 5학년인 '가이토'는 미래 꿈이 농구선수지만 두살 아래 동생보다 키가 작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키를 키우기 위해 매일매일 우유는 물론 일찍 잠자리에 들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데도 좀처럼 키가 크지 않아 속상한 마음에 터덜터덜 집으로 향하던 가이토는 길을 잘못 들게 되었고 그 곳에서 우연히 전천당이란 이름의 과자 가게를 발견하게 된다.

알록달록 신기한 과자와 사탕이 가득한 과자 가게 <전천당>, '쿠페 빵야', '줄줄 콩과자', '우주 캔디', '두리번 두리번 껌', '엔젤 젤리', '나불나불 사탕', '혼자두 사탕', '균형 러스크' 등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하는 맛있어 보이는 과자들은 전천당에 발길을 잡기 충분했고 마침 베니코가 원하는 그날의 1996년도에 발행한 10엔짜리 동전을 가지고 있었던 가이토는 베니코에게 큰 사람이 되게 해주는 과자를 부탁한다. 그리고 베니코는 가이토의 바람대로 '비빅맨 모나카'를 추천해주는데...

집으로 돌아온 가이토는 먹기만하면 키카 클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비빅맨 모나카'를 맛있게 먹지만 기대와는 달리 키가 조금도 자라지 않아 속상한데....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 6>은 결혼을 약속한 젊은 남녀가 동거에 들어가자마자 집안일로 티격태격 싸우게 되면서 헤어질 위기에 처해지고 초등학생 4학년인 시로는 수업 중 전해오는 배변 통증 때문에 곤역을 치르는게 고민인가하면 집에서 키우는 개와 산책하던 중 평소 좋아하는 여자애를 놀이터에서 만났지만 덩치가 큰 개 때문에 놀라 당황한 주인공과 개 이야기, 친구네 집과 캠핑을 가기로했지만 머리숱이 적어 친구에게 아빠를 보여주는 것이 속상했던 아이가 아빠의 머리숱을 해결하기 위한 이야기, 초보 육아맘의 지친 육아를 대신해줄 돌봄 박쥐 이야기로 꾸며져 있다.

다양한 이야기 가운데 시작부터 오슬오슬 감기 기운이 있던 베니코는 손님이 원하는 것을 달리 해석하여 다른 과자를 추천해주는 등 평소 그녀가 저지르지 않던 실수들을 저지르면서 줄곧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베니코는 자신의 실수가 우연이 아닌 저주나 장난 주문인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하는데.....이어 <천옥원>의 '카이도'에게 유령 우편이 오면서 다음편으로 이어질 이들의 결투가 더욱 궁금증을 낳는다.

재미있는 과자들 이름과 각기 다른 고민들, 그날의 조건에 충족한 동전만 있다면 누구나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천당>에 들를 수 있다. 생각에 잠겨 나도 모르게 낯선 골목길에 서 있다면 두려워하지 말자! 반짝반짝 빛을 받으며 알록달록 온갖 과자와 사탕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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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엄성용 외 지음 / 마카롱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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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 / 엄성용 신스틱 희림 반치음 권혜린

이건 공포집인가 괴담집인가? 싶을 정도로 생각지도 못한 장르에 훅 빨아땡겨져 정신없이 읽어내려갔던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 처음 접해보는 다섯 분의 작가님들이라 기대치가 하나도 없었다는게 아마 이 책을 더 재미있게 읽은 이유겠지만 왠지 공모전 수상작품이라하면 느껴질 숙연함?들을 구수하고 살가움으로 단번에 깨뜨려준 단편집이라 왠지 더 애정이 가졌던 것 같다.

- 엄성용 / 롸이 롸이 -

파리 환경협약을 탈퇴한 미국을 이어 중국도 탈퇴하면서 중국내 산업발전의 거대한 재앙이 한국으로 고스란히 넘어와 마스크 없인 일상 생활을 할 수 없어진 현재,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 일컬어지는 담배 또한 대대적인 단속이 강행되면서 흡연자들은 담배조차 구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내몰리게 된다. 하지만 학교 선배이자 군대 선임인 박병장이 알려준대로 성식은 오컬트 동아리에 몸담고 있는 연지에게 접근해 담배를 공짜로 얻을 수 있었고 연지를 제외한 영수, 선미, 기철, 정식, 성식은 엄청난 골초들이었으므로 연지가 어떻게 공수해오는 알 수 없는 담배를 즐기며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동아리 회장 기철은 연지의 고향인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행해지는 행사에 6명이 참여하는 조건으로 담배는 물론 돈까지 받는 꿀알바를 제안하고 이들은 지도에도 보이지 않는 연지의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 한밤 중 도착한 이들 일행은 주민이 사는 외딴 집에 짐을 풀고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이야기하지만 마을 주민은 마을에서 담배는 절대 피울 수 없으며 꼭 지정된 장소에서만 피워야한다는 조건을 내세워 산 중턱에 세워진 오두막으로 한사람씩 데리고 간다. 그리고 제일 먼저 담배를 피우러 갔던 성식은 오두막에 혼자 가둬져 담배를 피우던 중 '롸이~ 롸이'라는 묘한 노랫소리를 듣게 된다. 그렇게 첫 순서였던 성식의 말을 듣고 두번째로 담배를 피우러 오두막으로 향했던 회장 기철은 기묘한 성식의 이야기를 듣고 오두막 밖에서 들리던 노랫소리가 어디서 들리는 것인지 알기 위해 소형 카메라를 떨어뜨리게 되고 이윽고 담배를 피우고 주민집에 모인 이들은 촬영된 영상을 보게 되는데.....

촬영된 영상을 본 기철과 정식은 이유를 알 수 없는 기괴한 모습으로 춤을 추기 시작하고 평소 오컬트 매니아였던 영수가 그것과 같은 일본 괴담을 이야기하면서 누구하나 도와줄 사람 없는 낯선 강원도 산골마을에 이들은 고립되고 만다.

- 신스틱 / 휴먼 콤플렉스 임상 사례 -

순수 인간들이 희귀해지기고 합성 유전자 조작인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 되면서 그로 인한 서열이 재정립된다. 트래플플라넷사의 강도 높은 작업으로 인해 노무자들이 잦은 사고와 풍토병은 물론 자살로까지 이어지며 행성 언론을 통해 이슈화되자 회사는 박사를 통해 노무자들의 상담을 의뢰하게 되고 상담을 통해 박사는 K를 만나게 된다.

인간과는 다른 열등함으로 일컬어지는 합성 유전자이기 때문에 노무자들은 열악한 노무 환경은 물론 인간과 다르게 감정 조절이 쉽지 않아 상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박사는 인간처럼 의연하게 처신하는 K를 보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그를 상담하면서 K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원초적으로 태어났다는 비밀을 알게 되고 합의에 의해 절대 그 누구에게도 비밀을 발설하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주기적인 만남 속에 박사와 K는 휴먼 콤플렉스에 대해 상담한다. 하지만 강도 높은 노동력 때문에 이슈가 되었던 것은 점점 희미해지면서 박사는 회사로부터 더이상 일자리를 제공받지 못했고 그렇게 박사는 K와 작별 인사를 뒤로 오랫동안 헤어지게 된다.

'구 인간'의 종으로 태어난 K, 하지만 인간이면서도 합성 유전자 종들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K는 자신과 다른 종으로 인해 생기는 휴먼 콤플렉스 때문에 괴로워하게 되고 박사의 궁금증 속에 이별한 두 사람은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재회하게 되는데 K는 전혀 다른 인물이 되어 박사 앞에 나타난다.

- 희림 / 용옹기이 -

할아버지가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들른 주막집에서 재미교포 화가의 목숨을 살려주었고 보답으로 마침 잔치에서 받은 집안 어른의 일대기를 적어논 책 뒤에 그림을 그려준 뒤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하면서 화가의 그림이 폭등할 것을 예상해 책을 찾았지만 먹고 살기가 힘들었던 시절 아버지가 책을 엿과 바꿔먹으며 영영 찾을 수 없었던 '용옹기이', 바야흐로 오랜 세월이 흘러 아버지와 형이 헌책방을 누비며 찾아도 자취조차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용수산이 형의 심부름으로 향했던 부산 헌책방에서 우연찮게 찾았으니 이제 이 책은 부르는게 값이라며 새삼 들떴던 이에게 헌책방에서 마주쳤던 사내가 자신의 뒤를 미행하는 것을 알고 책이 값어치를 알고 자신을 미행하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용수산과 사내의 추격전이 벌어지게 된다

용씨 가문 어른의 일생을 담은 책 뒤에 그려진 유명 화가의 그림 한점, 도대체 값어치가 얼마나 나갈지 진품명품에라도 나올만한 사연과 역사를 자랑한 '용옹기이'를 갖고 튀는 용수산은 과연 사내를 무사히 잘 따돌릴 수 있을 것인가?

- 반치음 / 구독하시겠습니까 -

직원이 30명도 되지 않는 광고대행사에 다니고 있는 미이, 자신을 늘 못마땅해하는 팀장과 바쁜 일들이 벌어지는 매일같은 일상, 그런 그녀의 일상은 갑자기 유튜브 채널 '미이 씨의 하루'로 인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자신도 모르는 유투브 채널 '미이 씨의 하루'는 몰카 방식으로 진행되어 사람들 사이에서 신선함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되었고 회사 직원을 통해 채널을 알게 된 미이는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촬영된 몰카가 버젓이 컨셉인 양 유투브를 통해 공개된 것에 경악하게 된다. 동영상 속 미이는 새로 산 바지가 엉덩이에 자꾸 껴 몰래 빼는가하면 흘러내리는 브래지어 끈을 남몰래 올리는 등 다소 민망한 장면들을 담고 있었는데 그것보다 더 문제인 동영상은 타이트한 요가복을 입고 방안에서 동작을 따라하는 미이가 촬영된 것이었다. 반지하에 혼자 사는 미이가 전혀 눈치 채지 못해 더욱 당황스럽고 소름끼치게 다가온 영상을 본 회사 동료들은 어쩌면 그렇게 몰카각으로 찍었느냐고 추켜세우면서 미이씨를 다시 봤다는 둥,어떻게하면 조회수를 높일 수 있는지를 문의하는 등 미이를 더욱 힘들게한다.

궁지에 몰린 미이는 경찰서에 신고를 하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경찰관들의 불신과 미적지근한 반응이었고 자신이 편히 쉴 보금자리조차 도촬당하는 집에서 편하게 쉴 수조차 없던 미이는 모텔에서 생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서 자신이 촬영되고 있을지 몰라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미이의 생활은 급속도로 피폐해지는데....

나도 모르는 순간을 담은 나의 영상이 버젓이 네트워크를 돌아다니고 있다면? 나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들이 나의 영상을 즐기고 있다면? 사회적 문제로 이슈화되며 여성들을 향한 악질적인 영상 유포에 대한 이야기는 비단 어제 오늘일만은 아니며 주범을 잡는다고하여도 같은 모습의 인물은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임을 알기에 더욱 그 위험성이 강조되고 있는 몰카를 담은 이 소설은 그저 자신의 화풀이나 성적 대상, 돈벌이로 삼아진 죄없는 선량한 여성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아 더욱 소름돋고 끔찍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 권혜린 / 페이스트리 -

이제 젖을 뗀 어린 동생을 놔두고 도망간 엄마와 빚으로 인해 집에서 도망쳐야했던 가족 이야기를 그린 '페이스트리',

마지막 남아있던 돈을 탈탈 털어 마트에서 산 페이스트리와 떡볶이 포장마차 아저씨로부터 인수한 주황색 천막을 도약의 발판 삼아 아버지와 오빠, 나와 동생은 아빠의 제안으로 목소리를 팔기로 한다.

한강에 주황색 천막을 친 이들은 상대방 면전에서 할 수 없는 욕을 상대방이 하게끔 만들면서 그 말을 그대로 화음을 넣어 되파는 것으로 수입을 얻기 시작하고 조금씩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급기야는 방송국 섭외까지 오게 되면서 유명세를 치르게 되지만 인생 역전을 경험할 수 있었던 방송에서 찰진 욕을 선보이며 꿈은 좌절되었고 되레 어린 아이들을 학교에도 보내지 않고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비판이 어리면서 가족들은 다시금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 남은 돈을 탈탈 털어 샀던 페이스트리는 뿔뿔이 흩어진 와중에도 다시 만날 수 있는 희망을 부풀려주는 희망의 아이콘이 되었고 주인공은 가족을 만나기 위해 오늘도 열심히 페이스트리를 만든다.

'페이스트리'는 와해된 가족의 비참한 모습을 일목요연하게 긍정적으로 비춰준다. 그래서 약간의 거부감과 이해할 수 없는 어리둥절함이 함께 찾아오긴하지만 그렇기에 더 짠하고 슬퍼져서 이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다시금 만나 행복해지는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소설이다.

다섯 편의 단편이 실린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단편 수상작품집 2020>, 생각지도 않았던 선물 보따리를 받은것처럼 순식간에 읽어버렸던 소설이라 기이함과 짠함, 공포와 두려움이 복합적으로 뭉쳐 기억에 많이 남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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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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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담출판사 / 도쿄 타워 / 에쿠니 가오리 지음

'릴리 프랭키'의 <도쿄 타워>를 읽기 전까진 오랫동안 '에쿠니 가오리'의 비에 젖은 <도쿄 타워>를 떠올렸더랬다.

20대 시절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해 그녀의 소설을 다 읽어봤던 나로서는 소설을 원작으로 했던 영화도 보았지만 아무래도 응축된 밀도의 그녀의 문체가 영화에 다 녹아들지 못했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크게 남았던 기억이 있는데 벌써 15년도 지난 추억의 <도쿄 타워>를 다시 읽으니 20대 때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생겨나 색다른 경험이었던 것 같다.

엄마와 단둘이 도쿄타워가 보이는 맨션에 살고 있는 '토오루', 잡지 편집장 일을 맡아 늘 바쁜 토오루의 엄마로 인해 어릴 때부터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토오루는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조용히 책 읽고 사색하는 것을 즐기는 아이로 성장했다. 그리고 토오루가 열일곱 살이던 2년 전 어머니 소개를 통해 '시후미'를 알게 된다.

사업가의 남편과 그녀 또한 샵을 하며 여유로운 생활을 하는 시후미는 아이가 없어 저녁시간을 여유롭게 쓸 수 있었고 운동을 싫어했지만 먹는 양이 적어 군살이 없는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토오루처럼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시후미는 책 이야기는 물론 전시나 공연 이야기를 공유하며 친해지게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토오루는 자신의 이야기를 그저 조용히 듣고 웃어주는 시후미가 그 누구와도 견줄 수 없게 소중하다.

토오루의 유일한 친구인 고등학교 동창생 코우지, 개인 병원을 하는 아버지와 제법 나이차가 나는 큰형 또한 의사 일을 하고 있어 풍족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겉으로 티를 내지 않는 털털한 청년이다. 쪼들리진 않지만 즐겁게 살기 위해 대학 생활을 쪼개 아르바이트를 연달아하면서 바쁘게 살아가는 코우지는 현재 몰래 만나는 유부녀 '키미코'와 연하의 여자친구 '유리'를 만나며 더욱 바쁜 생활을 해나가고 있다.

항상 시후미를 기다리는 것은 토오루의 몫으로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정해진 시간에 걸려 올 시후미의 전화를 기다린다. 몇 주동안 만나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기도 하고 만나던 바에서 갑자기 만나자는 약속을 던기지도 하는 시후미, 그렇게 마냥 기다리는 일도, 한두 시간 동안 자신과 만나고 곧장 남편에게 향하는 시후미를 보는 것도 토오루는 점점 마음 아파지지만 그런 감정들은 시후미의 얼굴을 보면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만다. 그럼에도 토오루는 점점 시후미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게 되고 그러지 못하는 현실 속에 슬픔과 공허함은 모두 자신의 몫인 것 같아 시후미를 보지 못하는 시간 동안 괴로워하게 된다.

학교생활과 아르바이트 중간엔 자신의 아파트에서 유리와 밀회를 즐기고 오후엔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키미코를 만나는 코우지, 자신보다 열다섯 살이나 많은 키미코는 문화센터를 다니며 여유로운 생활을 한다. 아이가 없지만 남편에게는 좋은 아내이기를 바라는 그녀는 요리는 물론 몸매를 가꿀 플라멩고, 어학 등 코우지 못지않게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코우지와 모텔에서 밀회를 즐길 때면 팜 파탈로 변신해 코우지를 꼼짝 못 하게 만든다. 하지만 점점 자신에게 변덕을 부리는 키미코로 인해 곤란해질 때가 많아지면서 점점 헤어질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코우지, 그런 코우지 앞에 고등학교 친구인 요시다가 나타나면서 여자친구인 유리와의 사이도 삐걱대기 시작한다.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많음에도 남편에게 그녀를 빼앗아 오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끼기 시작한 토오루, 그녀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과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토오루가 결정한 것은 그녀의 샵에 취직하는 것이었고 그들의 사이를 눈치챈 엄마에게 집을 나가란 소리까지 듣지만 토오루는 시후미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차는 것은 언제나 자신이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코우지는 키미코에게 보기 좋게 차이고 연이어 여자친구인 유리에게도 차인다. 가끔씩 키미코에게 연락하고 싶은 감정일 일긴하지만 잘 참아내며 그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는 코우지,

각기 다른 사랑법을 보여주는 스무 살 청춘 토오루와 코우지는 우연찮게도 나와 태어난 해가 같다. 만 나이로 마흔이 됐을 그들은 지금 어떠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토오루는 시후미와의 관계를 그대로 지속하며 살고 있을까? 토오루가 마흔이라면 시후미는 예순일 텐데 그럼에도 지고지순하게 시후미만을 마음에 담아두며 그 애틋함과 아련함을 오롯이 견뎌냈을까? 뭔가 눈치채고도 남았음이 있지만 토오루를 무던하게 대했던 시후미의 남편은 아무런 반격을 하지 않았을까? 궁금증이 증폭하는 토오루와 달리 코우지는 왠지 견실한 샐러리맨이 되어 가정을 꾸미고 살 것 같다는 예상이 든다.

스무 살 적 <도쿄 타워>를 읽을 땐 토오루보다 코우지의 모습이 더 위태롭고 위험해 보였었는데 지금은 코우지보단 토오루가 더 위태롭게 보여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되는 것 같다.

예전엔 불륜 애정행각을 미화한 소설이란 느낌도 없지 않았지만 현실에선 비일비재한 일을 소설이라고 더 엄격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행복하게 살고 있을까 궁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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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면
오사키 고즈에 지음, 김해용 옮김 / 크로스로드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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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크로스로드 / 문을 열면 / 오사키 고즈에 지음

ㄷ 모양의 '엑셀 빌라 사쿠라 공원' 맨션, 지은지 20년이 지나 노후화되고 있는 빌라로 6층 높이의 72세대가 살고 있는 이 빌라는 도쿄 통근이 유리해 가족 단위가 많은 맨션이다.

아직 사회활동을 할 나이지만 백수생활을 하는 '쓰루카와'는 이사 준비 중 502호에 사는 '구시모토'씨에게 빌려온 잡지를 발견하고 저녁 9시를 넘겼지만 구시모토씨가 아직 잘 시간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502호로 향한다. 하지만 도착한 502호에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자 가끔 구시모토씨가 문을 잠그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기척을 내며 문을 열고 들어가기로 한다. 그리고 쓰루카와는 거실에 기이한 모습으로 쓰러져 숨져 있는 구시모토씨를 발견하게 되고 신고를 할까 망설이다 무슨 연유에선지 조용히 문을 닫고 자기 집으로 향하는데.....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온 쓰루카와는 평소 지병인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구시모토씨의 상태를 알고 있었고 갑작스레 심장발작이 일어나 돌아가신 걸까 생각해보지만 그러기엔 아무렇게나 벗어져 있던 슬리퍼와 식탁 위 두 개의 꽃무늬 찻잔이 아무래도 신경이 쓰였다. 그런 생각을 하던 중 쓰루카와의 집에 미소년인 '히로토'가 찾아와 502호에서 나오던 쓰루카와의 동영상을 찍었다며 자신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동영상을 빌미로 신고하겠다는 협박을 하고 소년의 상황을 미처 생각해 볼 겨를도 없이 쓰루카와는 소년의 협박에 못 이겨 다시 502호로 향하게 된다.

구시모토씨 집에 다시 되돌아온 쓰루카와는 히로토가 찾아달라던 수첩을 찾아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 소년과의 거래를 마치게 되나 소년이 누구인지, 왜 자신에게 그런 부탁을 했는지, 그렇다면 구시모토씨가 죽어있다는 것도 소년이 알고 있었을 거란 추측과 그럼에도 자신보다 먼저 구시모토씨의 죽음을 맞닥뜨렸음에도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다음 날 쓰루카와는 히로토와 함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구시모토씨의 집에 방문했지만 전날까지 거실에 쓰러져 있던 구시모토씨의 시체는 사라지고 식탁 위에 있던 찻잔도 깨끗이 치워져 없는 상황에 혼란스러움을 느끼는데....

일흔의 적지 않은 나이에 세계 곳곳을 다니며 사진 찍는 것을 좋아했던 '구시모토', 평소 심장병이 있었고 최근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에 갑작스러운 그의 죽음이 이상할 것 없는 상황이지만 평소 친하게 지냈던 쓰루카와는 구시모토씨의 죽음에서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히로토의 등장과 그의 도움으로 구시모토씨의 기이한 죽음 뒤에 있던 진실에 점점 다가서게 되는데....

<문을 열면>은 ㄷ자로 마주 보고 있는 맨션에 사는 젊은 가족, 오래 산 노인들, 관리인, 그리고 그곳에 친인척을 둔 사람들의 방문을 통해 평소 친하게 지내지 않고 심지어 인사도 하지 않은 채 지나치기 일쑤였던 사람들이 실은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과 한없이 착하고 다정하기만 했던 구시모토씨를 향한 상반된 견해는 '과연 내가 아는 사람이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의 아찔한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이 얽혀 독자들도 혼란스러움을 느낄 즈음 구시모토의 행적을 쫓던 쓰루카와와 히로토는 진짜 구시모토씨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공간에 사는 수많은 가구들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자주 보는 얼굴임에도 인사하기조차 서먹해 더욱 삭막해져가는 요즘 세상이 너무나 잘 반영된 소설이라 공감이 많이 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상대를 진정으로 생각해 주고 배려해 주는 이웃들이 있어 움츠려들지 않고 꿋꿋하게 버텨낼 용기를 주어 훈훈함이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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