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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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모모 / 요리코를 위해 / 노리즈키 린타로 장편소설

1989년 8월 22일

요리코가 죽었다.

14년 전 교통사고로 인해 배 속에 있던 8개월 된 아들을 잃고 아내 우미에는 척수를 다쳐 하반신을 쓰지 못하게 되었다. 행복했던 니시무라 가족은 그날의 사고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장녀였던 요리코만은 무사하였고 니시무라와 아내 우미에는 그것에 감사하며 요리코를 애지중지키워냈다.

하지만 이제 막 열일곱살이 된 요리코가 살해되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는 밤새 연락이 되지 않았고 불안감에 밤을 지새우던 니시무라에게 경찰서에서 걸려온 전화가 모든 희망을 박살내버렸다. 그리고 사건을 담당했던 형사에게 최근 근처에서 성범죄 사건이 일어났고 관련범행에 촛점을 맞춰 수사중이라는 얘기를 듣지만 자신에게 뭔가 숨기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랑하는 외동딸 요리코가 죽었지만 수사의 진척은 지지부진하였고 아버지 니시무라는 딸의 살인을 따로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요리코의 책상 서랍에서 산부인과 진찰권을 발견해내는데......

대학 교수였던 니시무라, 14년전 사고로 하반신을 쓰지 못해 거동이 어려운 우미에는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는 동화작가로 활동하였고 그렇게 안정을 되찾은 두 사람에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소중했던 요리코의 죽음은 부모로서의 모든 삶을 뒤흔들기에 충분하였다.

니시무라는 요리코의 서랍에서 찾은 진찰권으로 산부인과를 찾아갔고 병원장으로부터 요리코가 임신 4개월이었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요리코가 진단서를 발부받았다는 것과 요리코의 친구로부터 작년 담임이었던 '히이라기'와 각별해보였다는 것을 토대로 요리코를 죽인 범인이 담임이었다는 전제하에 사건을 밝혀낼 게획을 세운다.

그리고 니시무라의 예상대로 요리코를 임신시키고 죽인 범인이 담임이라는 것을 알자 그를 죽이고 지금까지의 범행 수기를 남겨놓은 채 약물로 자살을 기도하지만 아내 우미에의 간병을 도왔던 '모리무라'에게 발견돼 목숨을 구하게 된다.

니시무라의 수기는 곧 논란의 대상의 되었고 요리코가 다녔던 유서깊은 '사이메이 여학교'의 이미지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추리소설 작가인 '노리즈키 린타로'를 고용한다. 사이메이 여학교인 이사장과 국회의원인 그의 오빠는 얼마 남지 않은 선거에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했고 사람들 입에 오르내릴 요리코의 사건을 분산시키기 위해 알력으로 린타로에게 도움을 요청하였고 니시무라의 수기에서 호기심을 느낀 린타로는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사건을 조사하면서 단란해보였던 이들 가족의 욕망과 아픔의 골이 얼마나 깊게 자리잡고 있었는지를 통해 숨겨져있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추리소설가이면서도 호기심으로 탐정일을 자처하는 '노리즈키 린타로', 이 책은 1993년도에 썼던 것을 장편으로 다듬은 것이라고하는데 이미 충분히 예상했던 것들을 교묘히 피해가며 충격적인 결말에 포커스를 맞추는데 한사람의 욕망으로 인해 충분히 그럴 수 있을법해 더 소름돋고 서글프게 다가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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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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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치기어린 젊음이 영원할거라고 믿었던 그 시절, 정여울 작가의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읽었다면 내 삶은 조금 덜 후회스러웠을까? 30대가 되어서 읽었던 그 책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들었던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우고 싶었던 순간들이 도돌이표처럼 떠오르는 가슴 아픔 속에서 한참이 지나서야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진정한 의미를 알 수 있었더랬다.

젊을적엔 자기가 조금 더 살았다고 문학적 잘난척으로 무장한 작가들의 말들이 썩 기분좋게 다가오지 않았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을 다독여주는 글들에서조차 마음을 열 수 없을정도로 사회적으로, 내 자신으로부터 꽤 고립됐었던 시기였던 것 같다.

물론 한참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나는 어른으로서, 나로서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가?란 물음에 자신있는 대답을 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이제와 생각해보면 죽을듯이 힘들어서 지우고 싶었던 순간의 기억들로 인해 지금의 나는 그때보다 조금 더 심적으로 여유로워질 수 있었고 조금 덜 감정적이 되었으며 타인을 대하는 폭도 조금은 넓어짐을 느낀다.

그리고 몇년이 지난 후 다시 만나게 된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읽으며 '맞아, 그때 이 글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했었지.', '그때에 비해 지금의 나는 조금 더 편해졌을까?' 반문해보게 되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는게 시간이란 사실 앞에서 20대 땐 타인의 스펙과 끊임없이 비교하며 좌절했었고 30대 땐 타인의 집과 자동차 등 물질적인 것을 끊임없이 비교하며 좌절해했었다. 그리고 40대가 되니 20대 때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며 잘나가던 친구는 앞만 보며 달리다 자신을 돌보지 않아 내적으로 많이 괴로워하고 있었고 30대에 나보다 잘살던 지인들은 여전히 나보다 잘살고 있지만 이제는 그런 안락함이 부러워 시기와 질투를 하는게 얼마나 덧없는 짓이란걸 알게 되었다.

문득 거울을 보면 놀라버릴 정도로 나이 먹음을 실감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내적으로 매 순간 끊임없이 나와의 전쟁을 하느라 늘 기진맥진했던 예전의 내 모습보다는 훨씬 안정되어 있는 내면을 보며 신기하고 기분 좋을 때가 더 많아졌다.

정여울 작가의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누구나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황하며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던 그 시절들을 지나며 조금씩 성숙해져가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글들이다. 누구나 같은 고민을 하며 성장했지만 글속에서 보여지는 깨달음을 미처 얻지 못했다거나 상황은 다르지만 비슷한 생각을 하며 내 자신을 다독였던 글들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리고 전에 읽었을 때보다 지금 읽어보니 그런 공감가는 글들이 더 많아져서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으며 아주 천천히 읽게 되었다.

살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꼈던 것은 어려운 수학문제도, 사소한 오해로 토라진 친구와의 관계도 아닌 바로 내 자신을 마주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대체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마주보고 내 자신이 원하는 답을 찾는 것에 많이 서툴다. 내가 뭘 원하는지, 뭘 해야하는지 대답을 찾아내고 방향을 정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데 정여울 작가의 이 책은 그럴 때마다 해답은 아니더라도 답답한 마음을 편하게 해줄 실마리는 제시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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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
미즈키 히로미 지음, 민경욱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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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는 서스펜스나 추리, 미스터리와는 거리가 멀다.

제목에서 보이듯 사회 초년생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의 생활 밀착형 소설이라고 하는 게 맞겠다.

하지만 느끼고 싶지 않아도 피부로 와닿아 느껴질 수밖에 없는 냉혹한 사회 이면의 모습이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지기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한 오싹함이 아닌 모든 이들이 알고 있는 실재하는 오싹함에 씁쓸한 입맛을 다시게 되는 소설이다.

'히나코'는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들인 무경험 사회인은 아니다. 5년의 기간 동안 총무부에서 파견직을 하며 나름 경력을 쌓았지만 사회에 대한 약간의 아름다운 환상이 있기에 사회 초년생이 어느 정도는 맞는 것 같다.

언제 해지될지 모르는 불안함과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못한 파견직 생활 동안 총무부 일을 착실히 배워두었지만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일하는 틈틈이 사회보험노무사 공부를 하며 어렵게 자격증을 딴 히나코는 자신까지 직원이 4명인 '야마다노무사사무소'에 취직하게 되고 그로써 서럽던 5년 동안의 파견직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히나코가 하는 사회보험노무사 일은 세무 쪽 일은 물론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보니 전문 부서가 따로 없어 미비한 일들을 대행해 주는 역할로 인사 관련이나 법으로 정해진 사회보험 등을 대신해 주는데 직접 클라이언트를 만나기 위해 외근도 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일만큼이나 처리해야 할 일들이 많아 고된 직업이기도 하다. 하지만 히나코는 파견직으로 일했던 경험이 있고 노무사라는 전문직을 자신이 좋아하고 자부심 또한 있기에 일을 즐겁게 받아들인다.

<병아리 사회보험노무사 히나코>에는 6가지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경영이 어려워진 회사에서 자신이 맡은 분야와 다른 부서로 이동 후 일에 대한 실수가 잦게 되고 상사와의 갈등까지 증폭되면서 근태가 안 좋아진 직원이 퇴사 후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회사에 태클을 거는 <다섯 번째 봄의 병아리>, 친한 친구의 동생이 아르바이트하는 술집이 열정페이만을 강요하는 곳으로 상사가 계약직으로의 전환을 구두로 약속했지만 언제 지켜질지 모르는 고충을 다룬 <솜사탕과 넥타이>, IT 회사의 잦은 잔업을 요하는 특성이 회사 내 임신 여성에게 맞지 않아 임신이나 육아로 인한 휴직을 꺼려 하는 사장의 이야기를 다룬 <카나리아는 운다>, 자신의 비정규직 생활을 상기시키며 비정규직의 애환을 담았던 <장식보다, 불빛보다>, 근무 시간에 외상을 입은 직원의 산재 보험 적용 내용을 담은 <하늘에 별은 없어>, 영업부와 디자인부의 잔업수당을 놓고 벌어진 이야기를 담은 <잡고 싶은 손은> 등 사회적 시스템이 한국과 비슷해서 아마도 총무나 인사 일을 했던 독자라면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공감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담당자들만 공감을 하는 내용이냐 하면 또 그렇지만도 않다. 보통 회사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부서가 총무부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각 부서마다의 고충이 있겠지만 법에 저촉되지 않는 선에서 직원 교육이나 사규와 관련된 것, 대외적으로 비치해놓아야 할 서류, 기간마다 반복되는 일들에 더해져 여성이 많은 부서의 특성상 손님 접객까지 잡다한 일들을 처리할 것들이 많은데 내 경우에도 오랜 기간 총무부서에서 일을 해왔기에 각 클라이언트 담당자들의 고충이나 히나코의 입장 등이 잘 와닿았던 것 같다.

그리고 칼만 들지 않았을 뿐 살벌하기 그지없는 사회생활에서 오는 온갖 스트레스 요인들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규직이라고 안심하고만 있을 수 없는 끝없는 두려움을 안겨준다.

이번 책에서 히나코가 노무사로서의 신입다운 모습을 보여주었다면 앞으로 점점 경력이 쌓여 클라이언트들 앞에서 멋진 조언은 물론 폭넓은 오지랖을 발휘하며 현실성은 좀 떨어지더라도 다양한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이야기가 이어진다면 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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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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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 / 무라타 사야카 지음

몇 해 전 <편의점 인간>으로 제155회 아쿠타가와상을 받으며 한국에서도 이름을 알린 '무라타 사야카', 소설의 주제이기도 한 편의점에서의 상황은 작가 본인의 실생활이기도 하여 더 현실감 있고 호소력 있게 다가왔던 작품이라 이후에 출간된 <소멸 세계>도 관심 있게 봤었는데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은 일본에서 <편의점 인간>보다 먼저 출간된 작품이어서 그런지 더 호기심이 가졌던 것 같다.

뉴타운 지역에 사는 '유카',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된 유카는 눈만 뜨면 공터였던 곳에 길이 닦이고 허허벌판이었던 곳에 단지가 들어서는 것을 보면서 이곳 뉴타운이 싫다고 느껴진다. 그리고 함께 어울리는 친구 '노부코'와 '와카바'의 미묘한 여자들만의 신경전으로 인해 쉽게 지쳐 학교생활조차 따분하게 느껴진다.

그러던 어느 날 같은 반이 된 적은 없지만 주민센터 서예반을 함께 다니던 '이부키'와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 계기가 되어 둘은 주말에 새로 닦이고 있는 단지를 가보기로 약속하고 그곳에서 유카는 이부키에게 사정을 하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에게 처음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성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이부키와 마찬가지로 자신 또한 모르기는 매한가지지만 성숙한 어른인 척하고 싶었던 유카는 이후 실시된 성교육에서 자신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을 제안했는지 알게 되지만 조금씩 변화하는 신체만큼이나 성에 대한 호기심 또한 높아져 급기야 유카는 이부키에게 키스를 시도한다.

유카보다 키가 작아 항상 아래로 내려다봐야 하는 이부키, 가녀린 몸이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남다른 이부키는 유카가 시도하는 키스를 받아내며 자신을 장난감 취급하는 그녀의 말에 의문과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

그렇게 학년이 올라갈수록 저학년 때부터 함께했던 노부코와 와카바, 유카의 외모는 눈에 띄게 변화하기 시작하고 중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 이들은 서로 다른 그룹에 속하여 생활하게 된다. 예쁘고 항상 인기가 많았던 와카바는 상위 그룹에 속해 유카는 와카바에 대해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한편 자신보다 하위 그룹으로 밀려난 노부코를 보면서 아직 자신은 저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자신의 속내를 숨기고 그들을 대한다.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첫 키스를 나누었던 이부키는 급격히 성장해 자신이 쳐다보기 힘든 상위 그룹에 속하면서 유카는 모든 이들에게 적의를 가지고 있지만 상위 그룹에겐 눈밖에 나지 않기 위해, 하위 그룹은 얕잡고 비웃으면서도 그에 걸맞은 적절한 행동을 취하면서 어른과 다르지 않을 그들의 세상을 살아간다.

일단 <적의를 담아 애정을 고백하는 법>이란 제목부터 강렬하고 매력 있게 다가왔는데 초등학생 성장기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아이들만의 세상과 다른 아이들보다 특별하게 비치고 싶은 그 또래의 심리가 잘 표현되어 있어 문득문득 어린 시절 기억이 많이 떠올랐던 것 같다.

상위 그룹이 되지 못함에서 오는 외모의 부재가 살면서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뒤흔들어 놓을 순 있겠지만 우유부단한 자신과 다른 결단력을 보이는 노부코의 행보와 그것이 밑바탕이 되어 변화되어가는 유카의 모습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밝은 어른으로서의 성장이 기대되어 이들을 한껏 응원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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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꿈결 클래식 2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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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결 / 햄릿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영국인들에게 대단한 자부심을 가지게 하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 하지만 그의 작품을 읽고 있노라면 그가 아니라면 구사할 수 없는 언어의 유희로 인해 그의 번뜩이는 문학적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반면 여성에 대한 성적인 비유가 불편하게 다가와 항상 극과 극을 오가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럼에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은 출판사와 번역가들을 달리하며 어렵지 않게 읽어볼 수 있는데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읽는 독자라면 번역가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꽤나 달라진다는 사실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중적 의미를 지닌 단어가 내용에 꽤 많이 등장하는 것을 볼 때 그것을 어떻게 번역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번역가들의 고뇌가 작품에서 고스란히 느껴지기에 그만큼 번역가의 역량에 좌우되는 작품 중 단연 으뜸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아닐까 싶다.

<햄릿>은 덴마크 선왕인 햄릿의 아버지가 낮잠을 자다 뱀에 물려 죽고 그 빈자리를 햄릿의 숙부인 '클로디어스'가 차지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햄릿이 괴로워하는 것은 아버지의 죽음뿐만이 아니었으니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어머니인 '거트루드'는 정조를 지키지 않고 숙부의 아내가 되어 여전히 왕비로써 자리하고 있는 것에 더 큰 분노를 느끼게 된다.

바로 그 시점에 보초를 서던 근위대가 선왕을 닮은 유령을 보았다는 이야기가 햄릿에게 전해져 선왕을 닮은 유령과 대면하게 되고 아버지인 선왕이 낮잠을 자다 뱀에게 물려 죽은 게 아니라 숙부의 계략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게 되어 '클로디어스'왕과 어머니인 '거트루드'가 볼 연극을 준비한다.

자신이 형을 죽인 것과 같은 내용의 연극을 보던 클로디어스는 불편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거트루드와 궁정의 최고 중신 '폴로니어스'를 시켜 햄릿을 떠보게 하고 그가 제정신이 아니란 사실에 얼른 잉글랜드로 쫓아버린다. 하지만 햄릿 또한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으니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가로챈 클로디어스를 죽일 계획을 세운다.

이런 과정 속에서 햄릿의 마음을 잡았던 폴로니어스의 딸 '오필리아'가 햄릿의 차가운 냉대에 죽게 되고 아버지와 동생의 죽음이 햄릿과 연관돼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레어티스' 또한 햄릿을 죽일 결심을 한다.

극 중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왕이 된 숙부에 대한 미움보다 정욕에 눈이 멀어 클로디어스의 꾐에 넘어간 어머니에 대한 햄릿의 증오가 더 크게 두드러지는데 자신에게 온갖 관심을 보이다 한순간의 냉대에 정신줄을 놓고 죽음을 택한 오필리아 또한 어머니처럼 남성에게만 의지하는 나약한 여성을 나타내고 있어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의 암담함이 그대로 전해졌던 것 같다.

언어의 귀재란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번뜩이는 말장난에 감탄하게 되면서도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여자들의 인생은 나약하거나 비루하거나 창녀와 동급으로 취급돼 햄릿 또한 전작들에서 받은 느낌을 크게 벗어나진 못 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이중적 단어에 대한 해석을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셰익스피어의 생을 다루며 그가 가져와 탄생시킨 다른 작가들의 원작들 비교까지 다른 작품에서는 보지 못했던 해설들이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어 햄릿을 읽을 거라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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