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과의 대화
이시형.박상미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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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 /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 이시형, 박상미

프로이트나 융, 아들러 심리학은 손쉽게 접할 수 있어 낯설지 않은데 반해 '빅터 프랭클'의 로고테라피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로고 테라피'라는 용어 자체는 심리서에서 본 기억이 있어 낯익다 싶었는데 그 시초가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 '빅터 프랭클'이었다니, 내가 숨 쉬는 이유와 나라는 사람에 대해 알고 싶었던 갈망은 이 책을 통해 가장 근본적이고 가장 인간다운 깨달음을 주고 있다.

의미 치료의 창시자 빅터 프랭클은 수용소로 잡혀가기 전 미국행 비자를 받기로 되어 있었지만 자기가 떠나면 남겨질 노부모를 생각해 미국행을 포기한다. 결국 그런 그의 결단은 노부모와 신혼생활 중인 아내와 함께 수용소로 끌려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가족의 생사를 알 수 없게 만든 뼈아픈 기억으로 자리 잡게 된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일매일 이어지는 죽음의 갈림길에 선 그에게 숨 쉬는 것 자체가 고통이며 굴욕일 수 있는 상황에서 빅터 프랭클은 오직 가족을 생각해 살아남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그리고 그는 살아서 아내를 다시 만나야겠다는 위대한 힘을 발휘해 수많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는다.

죽음의 갈림길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수용소의 사람들, 열악한 수용소의 생활 속에서 발진티푸스라는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죽어나가는 사람들과 실험실로 향하는 사람들 속에 죽어가는 타인에게 빵조각을 나눠주는 인간애는 도대체 어디에서 발현되는 것일까 싶은 의문도 문득 생긴다. 단순히 타인에게 베푸는 이타심으로 인해 나 자신이 더 큰 행복을 누린다는 말로 치부해버리기엔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없는 인간애 앞에서 빅터 프랭클은 의미 치료를 실천하고 이론을 정리하며 인간의 가장 궁극적인 모습에 다가선다.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에게 희망이란 가족에게 돌아가는 것, 다시 예전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으로 험난한 현재의 생활 속에서 평범하게 누렸던 모든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일들이었는지 사람들은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리고 오로지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돌아가기 위해 평범한 일상 속에 매일 되풀이되던 모든 것들에 감사함을 느낀다.

나를 포함하여 더 어린 세대들은 아마 이 책을 읽으며 공감하기가 쉽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초반 부분에서 이해할 수는 있겠으나 공감력은 떨어지고 그럼에도 뭔가 알 것 같지만 그것을 안다고 하기엔 너무 겸연쩍은 기분이 들어 그저 읽어내려가는 수밖에 없었는데 단지 언제 죽을지 모를 수용소의 생활을 담은 해묵은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우리가 현재 처한 상황이 더 낫다고도 할 수 없기에 글 속에 등장하는 해지는 풍경, 맑은 하늘,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등을 감사한 마음으로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물질적으로 너무 풍족하고 타인에 의해 내 생명이 좌지우지 당할 일이 없기에 우리는 외려 느끼고 타인에게 배려하는 것에 인색해졌고 감사한 마음을 멀리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죽음이란 극한의 공포에 몰림으로써 가장 평범하고 기본적인 것들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던 것에 반해 풍족함에 길들여져 감사할 줄 모르게 되었고 그로 인해 가장 따뜻한 인간애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는 죽음의 수용소에서 희망 하나로 살아남았던 빅터 프랭클의 로고 테라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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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2020년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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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옆의자 /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오수완 장편소설

작은 버스에서 시작해 전국에서 가장 큰 운송회사로 키운 '클라우스 반디멘'은 은퇴할 때 거액을 기부해 재단을 세웠다. 지역 문화의 보존과 교육 기회의 균등이란 설립 목적을 들어 전국에 156개의 도서관을 지었고 이는 재단이 토지를 매입해 도서관을 지으면 일정 시간이 지난 후 정부에서 매입하는 방식이었지만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은 시의회가 도서관 인수를 포기하면서 공식적으로 문을 닫게 된다.

전국의 156개의 반디멘 도서관 중 153번째로 지어진 '호펜타운 반디멘 도서관'은 설립 당시부터 재정적인 여유가 없었고 순번이 밀려 지어진 까닭에 지역 고유의 특징을 가진 서가들을 가진 타 도서관들과는 달리 이렇다 할 특징적인 도서가 없어 결국엔 '어디에도 있을 곳이 없는 책들'이란 분류로 나뉘어 운영되었다.

사서 1명에 관리인 2명이라는 인원으로 꾸리는 도서관의 살림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신간들을 도서관에 들일 여유가 없었던 도서관은 절차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사람들에게 기증의 형식을 빌려 도서관을 운영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운영에도 불구하고 호펜타운 도서관은 문을 닫게 되었고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는 도서관 설립 이래 31년간 사서 역할을 하고 은퇴한 BP의 뒤를 이은 '에드워드 머레이'가 기증받은 책들을 다시 기증한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과정을 담은 이야기이다.

설립 당시부터 재정적인 지원이 부족했기에 신간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도서관은 기증의 형식을 빌려 사가본이나 희귀본 등을 기증받는 일이 많았는데 그중에는 19세기에 활동하던 작가가 '아메리카-악령의 땅'이란 주제로 미신적인 존재에 대한 내용을 담은 책이 광신도들의 처참한 광경 속에서 발견되어 한때 사람들 관심이 쏠렸던 이야기와 핫도그와 여성의 은밀한 부위의 사진으로 외설스럽기 짝이 없어 보이는 사진집이 시각적으로 전달되는 외설스러움보다는 당시 벌어지던 베트남전을 비롯한 아메리카의 패권주의를 조롱한 사진집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 유일한 나의 책임을 나타내는 장서표를 주제로 다룬 책, 전국 도서관들을 다니며 도서관의 장, 단점 등을 다룬 책, 후추 같은 양념을 통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을 어필하는 책, 제본도 되지 않은 낱장에 어떤 글씨도 없으며 순번도 없어 뒤섞여도 절대 알 수 없고 그림을 통해 전하려는 내용도 전혀 알 수 없기만 한 책, 반달 모양에 표지는 테이핑 되어 있지만 안의 내용은 아무것도 없는 백지이며 붓이나 볼펜, 연필로도 쓸 수 없을 만큼 얇은 종이 재질을 한 책, 불운한 한 남성의 삶과 기타에 얽힌 내용 등 도서관을 떠나보내야 하는 수많은 책들만큼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가 되고 싶었지만 출판사들로부터 거절당하고 결국엔 출간되지 못한 자신의 책을 도서관에 기증해야 했던 사람들, 일터이자 도서관 안의 숙소에서 생활하는 머레이의 일상과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합쳐져 소설은 더욱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데 한국작가님이 썼는데도 외국 작가가 쓴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어딘지 모를 외국의 지형과 그들의 문화, 삶이 잘 녹아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양한 장르의 지식이 기증자의 책을 빌려 빛을 발하고 있기에 특이하고도 흥미로운데 평소 책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는 독자라면 공감할 만한 요소들도 눈에 띄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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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호모데우스전 - YP 불법동물실험 특서 청소년문학 13
이상권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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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서재 / 신 호모데우스전 / 이상권 장편소설

오랜 병상 생활을 하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우울증에 시달리던 할머니는 어디선가 나타난 비글로 인해 활기를 되찾았고 그렇게 희성이네 가족은 점차 제자리를 찾는 듯하였으나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할머니를 따르던 비글 백일홍도 사라지면서 집안은 썰렁해진다.

썰렁해진 집안 공기에 더해 희성이는 같은 반 보겸이가 매번마다 괴롭히는 통에 학교에 가는 것도 못마땅한데 그러던 어느 날 정신지체가 있던 지민이를 괴롭히던 보겸이를 향해 길라가 당차게 반박을 하면서 보겸이는 사사건건 길라를 못살게 굴 궁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수업 주제인 동물실험에 대한 찬반 토론은 단톡방까지 이어지게 되었고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길라를 향해 보겸이는 친구들을 동요해 찬성 의견으로 길라를 집요하게 괴롭힌다.

그 즈음 희성이가 사는 동네에 있던 동물 실험센터인 YP Cell에 큰불이 나 소란스러워지게 되고 곧이어 경찰들이 실험 중인 비글 '애플'을 찾기 위해 집집마다 방문하게 된다. 그렇게 경찰이 다녀간 후 희성이는 애플이 자신에게 말을 하고 심지어 자신의 집 자두나무 아래에 숨어지내며 YP 센터의 잔인한 동물실험에 대해, 그런 실험이 담긴 증거를 희성이에게 알려준다.

그리고 희성이를 비롯해 길라와 보겸이까지 애플과 엮이게 되면서 이들은 애플이 가지고 있던 동물 실험 관련 내용을 언론과 동물 학대 방지에 앞섰던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도움의 요청을 구하지만 거대한 YP 그룹 앞에 번번이 막히게 된다.

<산 호모데우스전>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키거나 병에 대한 증상을 완화시키기 위해 동물들에게 행해지는 실험 내용을 고발하고 있다. 살아 있는 동물의 뼈를 부러뜨리거나 장기를 꺼내 동물들에게 끔찍한 고통을 주는 실험들은 동물 앞에 절대강자로 군림하는 인간의 더 안락하고 건강한 생활을 위함이란 이유로 아무렇지도 않게 자행되고 있어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설마 세상에 이런 일이 있어?'라고 생각하는 일들이 갇힌 공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감출 수 없는데 그럼에도 과학의 진보라는 미명 아래 동물들의 삶이 인간의 삶보다 더 격하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성공할지 예측할 수 없는 실험 때문에 수많은 동물의 생명과 맞바꾼 인간의 수명 연장이 과연 과학의 위대한 진보인 것일까란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인간들에겐 커다란 숙제 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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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플린 베리 지음, 황금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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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가정신 /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 / 플린 베리 지음

어머니의 부재와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 그로 인해 레이첼과 노라 자매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성장하게 된다.

말로에서 간호사 일을 하며 살아가는 레이첼과 런던에서 조경 보조사를 하는 노라는 시간이 날 때마다 오가며 함께 시간을 보냈고 주말에 여행 계획을 했던 터라 금요일 일이 끝나고 노라는 언니가 사는 말로로 향한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 평소와 다름없는 풍경 속 익숙한 언니의 집, 하지만 집 앞에 이르자 노라는 왠지 모를 불길한 기운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곧 현실이 되어 노라의 삶을 뒤흔든다.

언니가 키우던 페노는 현관으로 이어지는 계단에 매달린 채 죽어있고 집안에는 언니가 피투성이인 채로 쓰러져 있다. 늘 사이가 좋았던 건 아니지만 어릴 때부터 자식들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는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해 줬던 언니였기에 이미 심장이 멎어버린 언니의 모습을 노라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끔찍한 살인 사건 현장이 돼버린 언니의 집, 노라는 담당 경찰로부터 말로를 떠나지 말라는 이야기를 듣고 숙소를 얻어 그곳에 머물며 언니와 마지막으로 만났던 배관공 키스와 15년 전 언니를 무자비하게 폭행했지만 결국 잡을 수 없었던 범인, 결혼 직전까지 갔다가 파혼한 언니의 남자친구, 그 외 언니와 연관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을 만나며 나름대로 조사를 하기 시작한다.

경찰로부터 언니가 말로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할 계획이었으며 언니가 키우던 개 페노는 경비업체에서 교육을 받은 개라는 사실을 듣고 노라는 이 사건이 15년 전 언니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던 범인과 연관선상에 있는 것인지 의심하기 시작하고 사건 기록을 훑으며 범인들을 만나는 한편 레이첼을 마지막으로 봤던 배관공 키스 주위를 맴돌며 증거를 수집한다. 하지만 그러한 노력에도 이들에겐 언니를 죽였다는 어떠한 증거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노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것처럼 의심하고 또 의심하며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된다.

단서라면 언니가 죽기 전 노라에게 마틴이란 남자를 일요일에 만날 것이었다는 정도였지만 레이첼이 일하는 병원 관계자나 환자, 자주 가는 곳, 새로 사귄 친구 그 어느 곳에서도 그와 같은 이름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노라가 의심받을만한 정황들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는 범인이 누구인지 밝혀가는 추리물이라기보다 언니를 잃은 동생의 눈에 비친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어 가족을 잃게 되면 남은 가족이 겪어야 할 고통의 무게와 곁에 다가오는 모든 사람들을 범인으로 간주하며 아무도 믿지 못하게 되는 모습을 리얼하게 담아낸 소설이다.

가장 가까운 누군가를 잃었을 때 남은 가족이 어떻게 해체되고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소설들은 지금까지 많았다. 하지만 <레이첼의 죽음으로부터>는 오롯이 노라의 시선으로 사건을 따라간다. 노라와 함께 사건의 흔적을 쫓으며 불시에 떠오른 언니와의 기억에 가슴 아파하는 동생의 모습이나 단서가 될만한 이렇다 할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막연하지만 그래서 더 의심의 눈으로 바라봐지는 주변인들, 그러다 이게 작가의 뻔한 각본대로 노라의 정신착란 인건 아닐까란 의심이 들며 혼란스러워질 때쯤 작가는 전혀 다른 인물을 꺼내놓는다.

조사를 거듭하며 만나게 되는 인물들의 외모나 심리적 묘사가 상당한 양을 차지하는 영미권 특유함을 깨고 노라의 시선에서만 사건을 쫓으며 만나게 되는 인물들의 묘사 또한 군더더기 없이 표현되어 있어 예상치 못한 범인만큼이나 색다름을 선사해 준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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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로드 - 사라진 소녀들
스티나 약손 지음, 노진선 옮김 / 마음서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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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서재 / 실버로드 : 사라진 소녀들 / 스티나 약손 지음

한밤에도 해가 지지 않는 백야, 스웨덴 동부 해안에서 노르웨이 국경으로 이어지는 95번 국도인 실버로드 구석구석을 뒤지며 렐레는 오늘도 잠들지 못하고 있다. 한밤중이지만 환하게 빛나 커튼을 치지 않으면 잠들지 못하는 밤, 누군가는 잠들었거나 누군가는 잠들지 못해 뒤척이는 밤, 렐레는 매일 밤 실버로드를 달리며 아무도 살지 않고 방치된 폐가, 숲속, 호수를 뒤지며 작은 희망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3년 전, 리나는 가을 학기 전까지 할 아르바이트를 위해 렐레와 함께 집을 나섰고 따뜻한 6월의 햇살을 받으며 버스정류장에서 렐레와 헤어졌다. 그리고 버스정류장에서의 인사는 부녀의 마지막이 되어버렸다. 리나는 감쪽같이 사라져버렸고 대대적인 수색작업에도 어떠한 실마리도 잡지 못한 채 3년이 흘러버렸다.

리나는 렐레가 내려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지 않았다. 경찰은 리나가 누군가의 차를 탔거나 억지로 태워져 실버로드를 지나갔을 거라고 추측했지만 그날 그 도로를 지나간 차들을 조사해도 리나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리나의 실종으로 그녀의 부모인 렐레와 아네타는 이혼했으며 고등학교 수학 교사인 렐레는 학교에 낼 수 있을 만큼의 휴가를 내고 실버로드를 뒤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3년이 흘러 실버로드를 관통하는 지도에 수많은 빗금이 쳐졌지만 딸이 살아있다는 작은 희망만으로 혼자 수색하기에 렐레는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점점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한편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로 인해 제대로 된 삶을 살아본 적이 없었던 메야는 엄마가 인터넷에서 만나 자신과 메야를 거둬줄 남자라며 토르비요른이 사는 글리메르스트레스크라는 외진 곳까지 오게 된다. 그리고 토르비요른이 소개한 것과 너무도 다른 더럽고 낡은 집에 메야는 실망하지만 엄마는 지금까지 살았던 그 어떤 곳보다 좋은 곳이라며 메야를 다독인다.

한밤중에도 어둠이 내려앉지 않는 백야, 귓가에 윙윙거리는 모기떼, 눅눅하고 스산한 숲, 더럽고 낡은 집, 모든 것이 낯설기만 한 환경 속에서 메야는 집 근처 호수에서 칼 요한 형제를 만나게 되고 곧 그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서른 번이 넘는 이사 속에서 마음을 나눌 친구조차 없었던 메야는 다정하게 대해주는 칼 요한에게 빠져들게 되고 그의 집에 초대된 날 정성스레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와 시끌시끌한 아버지를 보며 제대로 된 가정의 온기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칼 요한에게 빠져들던 메야는 엄마와의 말다툼 끝에 집을 나와 칼 요한의 집에서 함께 살며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가족들을 따라 그들의 삶에 점점 녹아들기 시작한다.

 

 

<실버로드 : 사라진 소녀들>은 실종된 딸을 찾기 위해 실버로드를 미친 듯이 뒤지는 렐레와 알코올 중독인 엄마를 떠나지 못하고 보살펴야 하는 메야, 국가 음모론을 믿으며 전쟁에 대비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는 칼 요한의 가족들, 딸이 실종되고 남편은 반 미치광이 상태에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선 아네타의 모습을 통해 가족의 모습을 다각도로 비추고 있다.

소설은 딸의 실종으로 와해되버린 가족,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오랫동안 방임 상태인 아이의 결핍, 부모가 가둬놓은 세상에서 그것이 온 세상이라고 믿는 아이들을 통해 단순히 아이가 실종되어 그것을 추적해가는 스릴러적 요소에만 중점을 두지 않는다. 사라져버린 리나의 행방과 함께 다양한 가족의 모습을 통해 부모의 결핍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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