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우리를 교묘하게 조종하는 경제학에 관한 진실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강주헌 옮김, 우석훈 해제 / 21세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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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북스 / 경제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 조너선 앨드리드 지음

경제학과 권력이란 단어에 늘 읽다 말고 '뭐래?'하며 책을 덮기 일쑤인 경제학 책을 또 집어 들었다.

들어가는 말머리에 우석훈 박사가 쓴 '맙소사. 내가 또 속는다, 또 속아!'에 폭소하며 나도 모르게 가졌던 부담감을 덜어내고 본문으로 들어가다 또 한 번 그럼 그렇지, 맙소사! 했다.

이 책은 다양한 경제학자와 수학자들이 등장하며 일반인과 다른 사고방식으로 냉소와 잘난 척을 마구 뽐내는 그들만의 세계에서, 그들이 그토록 자신만만해 마지않았던 이론 등을 만날 수 있다. 때론 수소폭탄에 박차를 가했던 냉전시대에서, 때론 거대한 양극화 시대를 양산한 괴물 이론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다양한 이론은 '이런 걸 경제학의 논리라고 받아들여도 되는 걸까?' 싶을 만큼 아리송하게 다가오지만 그런 나의 이해력에 상관없이 저자는 그들의 이론이 어떻게 현실에 적목 되었고 이후에 상충되는 이론은 또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려주고 있다.

평소 나는 어느 경제학자가 믿어 의심치 않는 음모론에 꽤 공감하는 편인데 이 책의 저자는 경제학에서 음모론은 존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글을 읽다 보면 정부의 개입을 최소화하여야 한다는 경제학자들의 목소리에 맞춰 등장한 신자유주의로 인해 빈부의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그와 같은 선상에서 인간성마저 상실해가는 모습은 경제학자들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뛰어난 두뇌의 향연 속에서 탄생한 이론이 얼마나 인간성을 타락시키고 상실시키는지 아이러니하게 다가온다.

학문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뤄냈고 노벨상까지 거머쥐었던 그들이었지만 자기 자신에게, 라이벌 선상에 있었거나 같은 학파 간에도 인간의 고유한 본성을 버릴 수 없었던 그들의 그 이론들은 그렇게 대단해 마지않다며 입에 침이 마르지 않게 칭송하면서도 그에 반해 나타날 폐해엔 왜 그토록 수동적이었을까 싶기도 하다.

학파 간 존재하는 반대 파벌에 대해 의견을 펴내는 모습은 많이 봐왔지만 이 책처럼 다양하게 경제학자들을 까대기 하는 내용은 일반인이 보기엔 좀 어렵고 복잡하게 다가오기도 하지만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지나치면 그들의 이론이 현실에서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어 흥미로운 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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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폴 코트라이트 지음, 최용주 옮김, 로빈 모이어 사진 / 한림출판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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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출판사 / 5.18 푸른 눈의 증인 / 폴 코트라이트 회고록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중앙 정보부장이었던 김재규에게 피살되면서 전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된다. 이에 전두환을 주축으로 신군부세력의 군사 반란이 시작되었고 1980년 5월 17일 비상계엄령은 전국으로 확대된다.

5.18 민주화운동은 5월 18일부터 열흘 동안 광주시민과 전남도민이 죽음을 무릅쓰고 비상계엄 철폐와 유신세력 타도를 부르짖으며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항쟁이었다. 당시 광주시민들의 이런 민주주의 항쟁은 북한의 사주를 받은 불순분자들의 소행이라며 언론을 통해 전파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왜곡되고 묻힌 그날의 진실을 외면하며 오랜 시간이 흘러버렸다.

<5.18 푸른 눈의 증인>은 1980년 당시 평화봉사단원으로 한국에 들어와 나주의 한센병 환자 정착촌인 호혜원에서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았던 '폴 고트라이트'의 회고록이다. 당시 군인들에게 이유도 모른 채 구타 당하고 총에 맞아 죽었던 사람들의 생생한 증언과 폴 고트라이트 본인의 목격담은 폭력적이고 피페한 현장에서 자신의 손을 잡으며 꼭 진실을 알려야 한다는 할머니의 바람을 40년 만에야 꼭꼭 눌러 담은 회고록이라 그 자신에게도 감회가 새로울 테지만 무엇보다 외국인의 눈에 비췄던 그날의 진실을 꼭 알고 싶은 나의 바람도 있었기에 어쩌면 후손으로써 당연히 알아야 할 의무감도 있었던 것 같다.

이야기는 폴이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열렸던 평화봉사단 건강 교육을 끝내고 호혜원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한 5월 14일부터 5월 26일까지 이어진다. 평화봉사단이란 직책과 호혜원의 나병 환자들을 돌보며 눈병으로 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을 나주 보건소로 이동시키는 그의 업무상 나주와 남평, 광주의 이동은 자주 있는 일이었기에 그 길에서 목격한 광주민주화운동은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매캐한 최루탄 냄새와 실탄이 들어있는 총을 들고 있는 군인들과의 대면은 그 자체로도 섬뜩할 수밖에 없는 장면인데 한국인들과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통역이 안되는 부분에서 자책감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우리와는 다른 외국인이란 사실을 느낄 수 없다. 자신과 함께 평화봉사단 소속인 친구들과 함께 시민을 도우려는 모습은 마음이 뭉클하면서도 아무런 의미조차 찾을 수 없는 이런 희생에 화가 치밀어 오르는 걸 참을 수 없었다.

이렇게 많은 희생자를 내고 남은 사람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만든 이날의 사건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주도했던 사람들은 처벌도 없고 국민들은 관심이 없거나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 폴은 그저 놀랍다고 했다. 솔직히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있었기에 못된 짓을 하다 들킨 것처럼 그의 말에 한없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더랬다.

얼마 전 뉴스에서 5.18 40주년을 맞아 전두환과 그의 가족들의 근황에 뉴스를 보다 나도 모르게 뜨거운 것이 올라와 분노의 눈물을 흘렸더랬다. 아마 이 책을 쓴 폴은 그날의 역사가 왜곡되고 희생된 사람들의 죽음이 그저 헛되기만 한 역사로 잊혀버릴까 봐 두려워하지 않았을까 싶다. 총으로 무장한 군인들과 여러 번 대치하며 그는 생사를 넘나드는 두려움을 느꼈을 테고 군인들의 총에 맞아 무자비하게 희생된 사람들의 시신의 잔상은 40년이 지난 지금에도 잊힐 리 없을 텐데 역사의 현장을 목격한 기록을 남기기 위해 두려움을 극복하며 이렇게 회고록을 남긴 그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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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전화영 옮김 / 직선과곡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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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선과곡선 / 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 /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전화영 옮김

오가와 이토 작가의 <츠바키 문구점>의 배경이 되는 곳 '가마쿠라', 최근 권남희 번역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십 년이 넘게 가고 싶었던 일본 지역이 바뀔 정도로 나에겐 핫하게 떠오른 지역이 '가마쿠라'였던지라 왠지 기묘해 보이는 표지에도 불구하고 호기심이 동했던 것 같다.

2019년.

남성용 비즈니스 잡지 DAP에서 편집이 하고 싶어 출판사 호분샤에 지원했던 '하야사카',

대학 시절 정치, 경제, 문화, 가십거리에 이르기까지 알아두어야 할 모든 것이 망라돼있던 DAP에 대한 애정으로 지원했지만 하야사카는 총무부에 배정되었고 이후 DAP에서 일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번 내비친 뒤 주부용 여성 잡지인 미모사 편집부로 옮길 수 있었지만 언젠가 DAP에서 일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버티던 하야사카는 얼마 전 DAP이 폐간되면서 마지막 남아있던 희망을 잃어버린다.

현재 일에 만족할 수 없었던 하야사카는 퇴직을 진지하게 생각하기 시작했고 SF 소설가 '쿠로소 로이드'와의 취재가 있어 가마쿠라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도 머릿속이 복잡하기만 하다. 그렇게 고민을 잔뜩 껴안은 채 취재는 시작되었고 중간에 담배가 떨어진 작가를 대신해 담배를 사러 나온 하야사카는 길을 잃고 마는데....

2013년.

아버지가 치과의사였고 언니도 오빠도 아버지를 따라 치과의사가 되었지만 아야카는 의사보다는 누군가를 보조해 주는 일이 더 맞아 치위생사를 선택한다. 그리고 자신이 일하던 병원에서 성격이 좋은 유즈루를 만나 사귀면서 갑작스러운 임신을 하게 되었고 마흔이 될 동안 변변한 직업 없이 연극이나 영화, 독서 등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던 유즈루가 연극을 포기하고 영업사원 일을 선택하면서 일반적인 가정의 형태를 이루게 된다. 그렇게 18년이란 세월이 흘러 슬슬 아들 신고의 입시학원을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진로상담 문제로 학교를 찾았던 아야카는 신고로부터 대학교에 가지 않고 유튜버가 되겠다는 청천벽력 같은 이야길 듣게 된다.

어찌 됐든 신고를 대학에 보내야겠다는 일념에 타오른 아야카는 지인으로부터 가마쿠라의 에가라텐진샤의 학업 효험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신고와 함께 가마쿠라로 향한다. 그곳에서 간절한 기도로 아들 신고의 마음을 돌리려던 아야카와 그런 엄마와 상관없이 가마쿠라에서 행운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구입할 생각에 따라나섰던 신고,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으로 들렀던 가마쿠라에서 물건을 고르는 아들과 상점의 분위기에 밀려 길가로 나왔던 아야카는 두리번거리다 그만 길을 잃고 만다.

2007년.

선생님보다 책을 소개해 주는 일이라면 자신이 있을 것 같아 사서 일을 선택한 코즈에, 그녀가 일하던 중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있던 사쿠야가 먼저 말을 걸어 책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인연이 닿아 둘은 연인 사이가 되었고 그렇게 물 흐르듯 사쿠야로부터 결혼하자는 말을 들었지만 코즈에는 정말 자신이 결혼을 원하는지, 결혼을 해서 잘 살수 있을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드라마에서 보는 것처럼 멋진 프러포즈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매일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처럼 꺼내진 결혼 얘기가 가볍게 느껴져 코즈에는 결혼에 대한 확신을 할 수가 없다. 그런 와중에도 결혼 장소로 신사가 지목돼 사쿠야와 신사 앞에서 보기로 했던 코즈에는 중간에 길을 잃고 만다.

2001년.

가마쿠라로 결정된 수학여행 첫날, 이치카와 노기는 버스 짝꿍이 되어 가마쿠라로 이동 중이다. 평상시 이상한 아이라는 수군거림이 있었던 노기는 예상외로 말이 잘 통하고 배려 깊은 아이라 이치카는 노기와 함께하는 수학여행이 설레기 시작하지만 이윽고 도착한 가마쿠라에서 주어진 자유 시간에 노기와 떨어져 카논과 루미 일행과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에 지루함이 앞선다.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취향에 호응하며 따라다니던 이치카는 지루함에 다른 길로 들어섰다 길을 잃게 된다.

1995년.

대학시절부터 피 끓는 청춘을 오로지 연극에만 바쳤던 모키치, 그리고 그런 열정만큼 한때 잘나가던 모키치는 대학 졸업 후 피부로 느껴지는 현실감을 느끼며 힘겹게 연극단을 꾸려오고 있다. 하지만 십 년이 넘게 함께했던 유즈루마저 연극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을 하면서 모키치는 서운함과 자기 자신에 대한 자괴감에 빠져든다.

힘든 순간 버텨냈다기보다 어찌어찌하여 위기를 모면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힘겹게 꾸려왔던 극단, 방송국 일을 하는 연극 후배에게 일자리를 구걸해야 하는 자신의 신세가 너무 처량하고 그럼에도 연극에 대한 열정은 사그라지지 않는 와중에 무엇 하나 이뤄내지 못한 자신이 너무 한심하기만 하다. 더군다나 믿었던 유즈루마저 그만둔다는 소리에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길을 나섰던 모키치는 전혀 다른 풍경에 깜짝 놀라고 만다.

1989년.

전쟁 중 태어나 아버지가 하던 고서점 '하마쇼보'를 이어받은 분타, 60이 넘은 나이에 혼자 하루 종일 아무도 찾지 않는 고서점을 꾸리면서도 별다른 생각에 잠기지 않았었지만 최근 근처 고서점을 하던 주인이 하나 둘 사라지면서 분타는 자신이 지금까지 제대로 인생을 살아온 것인지 되묻는 일이 많아졌다. 아내도, 손자도 없는 쓸쓸함은 오래전 자신을 좋아한다고 표현해 주었던 마짱에게 거짓말로 상처를 주었던 일로 이어졌고 결국엔 그것이 후회로 남아 자꾸 기억에 맴돈다.

그런 생각에 젖어 터벅터벅 길을 걷던 분타는 갑자기 맞닥뜨리게 된 낯선 풍경에 당황하게 되는데....

<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는 6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각자 다양한 고민을 안고 길을 잃는 순간 눈앞의 시계 상점 옆으로 표시된 '가마쿠라 소용돌이 안내소'라는 표지에 이끌려 지하로 내려가게 되고 그곳에서 오셀로를 하고 있는 쌍둥이 노인 '소토마키'와 '우치마키'에게 '멀어지셨습니까?'란 말을 듣게 된다. 처음엔 찾아가려던 곳으로부터 멀어졌냐는 물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 또한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씁쓸함에 젖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쌍둥이 노인에게 꺼내게 된다.

기묘한 상황에서 처음 본 쌍둥이 노인에게 자신의 고민거리를 털어놓는 주인공들은 소장님인 암모나이트가 알려주는 소용돌이 잔상으로 깨달음을 얻고 고민을 해결해나가기 시작한다.

꿈, 부모 자식 간의 기싸움, 결혼, 친구와의 우정, 열정, 당당하지 못한 채 도망쳤던 지난날에 대한 사과는 각자 이야기 속에 인물들이 묘하게 이어져있어 더욱 흥미롭게 다가오는데 '어? 어디서 봤는데!'하면서 지나온 이야기들을 들춰내다 보면 절묘하게 이어져있어 마치 보물을 찾는 듯한 즐거움마저 느끼게 되는 소설이다.

각자 다양한 연령층의 고민은 내가 지나오며 겪었던 이야기, 지금 겪거나 앞으로 다가올 이야기라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의 깨달음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다가와 생각지도 않은 기쁨을 누렸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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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 - 내성적인 성격을 삶의 무기로 성공하는 방법
안현진 지음 / 소울하우스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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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하우스 / 월요일이 무섭지 않은 내향인의 기술 / 안현진 지음

나는 어릴 때부터 내성적이란 소릴 많이 들으며 자랐다.

그럼에도 학창 시절 통지표에 간간이 쓰인 '활발함'이란 단어를 접할 때면 내가 아주 몹쓸 인간은 아니며 갱생 가능 여지가 있다는 소리 같아 나쁘지 않은 기분을 느끼곤 했던 것 같다. 당시 어린 마음에도 그런 죄의식을 가지고 있었으니 주변으로부터 얼마나 내성적인 아이가 쓸모없으며 그 자체로도 부정당해 마땅하다는 분위기였는지, 그 속에서 나는 또 얼마나 오랫동안 내성적인 성격을 탈피해 외향적으로 바뀌기 위해 노력하고 좌절해야만 했었는지, 이 책을 젊은 시절에 만났다면 조금은 덜 힘들어하고 나 자신을 더 많이 다독여줬을 거란 생각이 든다.

우리는 흔히 외향적인 사람은 사교성이 좋고 활발하여 주변에 사람들로 넘쳐나고 그 자체로도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여 사람들에게 호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생각한다. 반면 내향적인 사람은 오타쿠나 히키코모리, 스스로 고립되길 바라며 음침하기까지 한 성격이라고 쉽게 떠올리고는 하는데 이것이 얼마나 그릇된 선입견이고 오해인지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다.

사실 외향적인 사람이 첫 만남에서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건 당연할 수 있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머릿속으로 고민하느라 표정 관리가 안 되는 내향인보다는 별 의미는 없더라도 웃으며 다가오는 외향인에게 마음이 더 가는 건 인지상정일 테니까.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타고난 기질이며 쉽게 바뀌지도 않을 기질 때문에 자기 자신을 괴롭히기보다 내향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장점을 인지하고 부족한 단점을 보완한다면 외향적인 사람들이 정답이라고 외치는 사회풍토 속에서 괴로워할 일도 그만큼 줄어들게 될 것이다.

저자는 내향인임에도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일엔 크게 떨지 않는 성격이라고 한다. 나 또한 내향인임에도 처음 보는 사람에게 별 어려움 없이 말을 걸곤 한다. '내성적인 성격인데도 이런 점은 좀 다르네?' 했었는데 최근 MBTI 검사를 하면서 다양한 성격 분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검사를 통해 나 자신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여러 사람과 어울리기를 좋아하지 않아 마음 맞는 극소수의 사람들하고만 오랫동안 교류를 하며 지낸다. 다수가 모인 자리에서 먼저 나서는 일이 없으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일도 없다. 그래서 학창 시절부터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아이가 3년 차에 2년 동안 같은 반이었냐고 물었을 땐 나름 충격을 받긴 했지만 두드러지지 않는 내 존재와 달리 나는 예민하고 민감한 기질이라 말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람의 이름이나 행동거지를 눈여겨 보기를 좋아한다. 어떻게 들으면 스토커처럼 들릴 수 있지만 그만큼 사람을 관찰하는 것을 좋아해서 그 사람의 눈빛과 공기의 흐름만 봐도 오늘 기분이 안 좋다는 것을 금방 캐치해 내곤 한다.

이런 나의 성격은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몇십 년 동안 나 자신을 들들 볶으면서 이제서야 다름을 인정하고 너무나 극명하게 갈리는 단점 때문에 늘 자괴감에 빠지게 했던 고민에 대한 해결방안도 담겨 있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외향인과 내향인,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외향인이라 사교성이 좋다거나 내향인이라 내성적이고 사회생활을 제대로 못할 것 같다는 선입견을 이 책은 정확히 구분해 주며 그동안 얼마나 외향인을 찬양하는 사회 속에 내향인으로서 벅차고 괴로운 삶을 살아야 했는지에 대한 객관적 관점도 담겨 있다. 기질적으로 예민하고 느리고 신중하여 답답하게 보이기까지 한 내향인의 이런 점들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는 점과 외부로부터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외롭거나 고독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점은 자신만의 고립을 가져올 수 있으니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나와는 달리 활발하고 에너지가 넘쳐 주변으로부터 인싸인 사람과 비교하며 자괴감과 자기반성, 자기혐오에 빠져있다면 더 이상 자신을 괴롭히지 말고 이 책을 집어 들 것을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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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사라진 밤
루이즈 젠슨 지음, 정영은 옮김 / 마카롱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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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 / 얼굴이 사라진 밤 / 루이즈 젠슨 지음

순조롭지 못한 결혼 생활로 당분간 남편 매트와 별거에 들어간 앨리슨, 별거로 떨어져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란 희망은 별거로 인해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센터에서 만난 크리시의 권유로 데이트 앱에서 남자를 물색하게 되고 토요일 밤 만날 약속을 하게 된다.

토요일 밤 앨리슨은 크리시에게 밖에서 지켜봐 줄 것을 부탁하고 이완과의 데이트를 시작하지만 필름이 끊긴 듯 눈을 떴을 땐 지독한 두통과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 상황에 맞닥뜨리게 된다. 누군가 자신의 몸을 꽉 잡은 듯 양팔엔 손자국 멍이 들어있고 머리는 피와 엉겨 붙어 부스스해 있으며 손과 손톱엔 피가 묻어 있는 상황에서 앨리슨은 데이트 상대인 이완이 자신에게 약을 먹여 정신을 잃게 했다는 결론에 이르지만 그 어떤 기억도 없어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구토가 나 화장실로 달려간 앨리슨은 욕실 거울을 보고 처음 보는 자신의 얼굴을 보며 충격에 빠지는데....

같은 시간 앨리슨 집을 방문했던 동생 벤은 온몸에 멍과 긁힌 자국이 있는 누나의 모습을 보고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만 앨리슨의 만류로 병원으로 향한다. 토요일 밤 이후로 자신이 기억을 잃었다는 것과 사람들의 얼굴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말에 CT와 MRI 검사에 들어가게 된 앨리슨은 의사로부터 넘어지면서 머리가 부딪히는 바람에 안면인식 능력 쪽이 손상되었고 안면인식장애라 불리는 후천적상모실인증에 걸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리고 이 증상은 영구적으로 회복이 불가능하며 노력할수록 자괴감을 불러일으켜 고통에 빠지게 될 수 있으니 노력은 하되 증상에 대해 인지하고 있으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어릴 적 앨리슨 가족에게 일어났던 불행한 사건이 따라붙으며 이제는 안면인식장애까지 앓게 된 앨리슨은 토요일 밤 자신의 소지품이 든 클러치 백을 잃어버림으로써 범죄에 노출될 우려에 빠져 있다. 잃어버린 소지품과 잃어버린 토요일 밤의 기억, 그리고 갑자기 얻게 된 안면인식장애는 동생 벤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해 제대로 쳐다볼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서 앨리슨의 공포는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토요일 밤 앨리슨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그녀에게 안면인식장애가 생기도록 만든 범인은 누구인 걸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불신의 눈으로 사람들을 바라보며 더욱 극한의 혼란 속으로 빠져드는 앨리슨,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지만 의지하고 믿어야 하는 상황에서 앨리슨이 느껴야 할 공포감에 어느새 나도 모르게 보폭을 맞추며 함께 호흡하게 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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