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리마스터판) 창비 리마스터 소설선
은희경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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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 은희경 소설집

어릴 적 이혼하여 더 이상 함께 살지 않는 아버지와 함께 간 이태리 식당에서 보았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은 이후 소년의 가슴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그리고 무엇 하나 두드러지는 일 없이, 어쩌면 거기에 그가 있는지 알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게 당연한지도 모를 정도의 존재감인 그는 유년부터 이어온 뚱뚱한 자신의 외모를 바꾸기 위해 저탄고지 식단을 고집한다. 그리고 그의 곁에 친구인 B는 2대 독자인 집으로 시집와 첫딸을 낳은 어머니가 자기 바로 위의 누나가 죽은 지 얼마 안 된 이부자리에서 자신을 잉태하기 위한 육체적 교접을 이룬 것부터 자신은 잘못 탄생한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뚱뚱했고 볼품없어 초라하다고 느꼈던 소년, 반면 아버지는 잘 차려입은 정장에 중후한 멋을 자랑하는 신사였으니 그런 아버지의 눈에 비칠 자신의 모습에 소년은 더 움츠러든다. 그렇게, 어쩌면 그랬기에 아버지에게 버려졌다는, 사랑받지 못한 이유가 바로 비루한 살덩이에 있기라도 한 듯 오랜 세월을 이어온 DNA 운운하며 그렇게 탄수화물을 끊어내고 한 달 만에 12킬로그램을 감량한다. 그러는 동안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했으며 살 가망성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어머니에게는 알리지 않는다. 그리고 독하게 탄수화물과 당분을 줄이며 몰라볼 정도로 달라진 그는 장례식장에서 아버지의 영정 사진을 마주한다. 어린 시절 뚱뚱하고 초라한 자신의 모습만 기억하는 아버지에게 지금 나의 모습은 보이지 못한 채....

자신의 초라한 모습을 기억하는 아버지에게 감량은 어쩌면 마지막 자존심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를 버리고 갔지만 그렇게 뚱뚱하던 아니는 이렇게 잘 크고 있다며 상처 따윈 받지 않았다는 표정을 아버지에게 짓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끝내 그는 아버지의 기억에 지금의 모습을 심어주지 못했다. 비너스를 보면서 그는 '아름다운 것들은 나를 멸시한다'라고 생각했을 뿐이니까....

주인공과 친구인 B의 유년시절은 순탄치 못하다. 어떤 방식이든 부모로부터 상처를 받았고 자신 내면을 뒤흔드는 상처의 깊이만큼 자신의 존재감 또한 매번 부정당하거나 쉽게 흔들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날씨와 생활>에 등장하는 소녀 또한 아버지와 큰 오빠의 부재 속에 도시의 변두리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고 토요일 청소를 마치고 학교에서 단체로 영화관람을 가기로 했던 그날 엄마가 24개월 할부로 사들인 세계문학전집 값을 수금하러 온 영업사원 때문에 결국 극장에 가지 못한다.

무언가 큰 사건이나 동요가 없는 흐름이지만 전집 값을 수금하러 온 영업사원과 집으로 향하는 와중에도 소녀는 끊임없이 몽상에 빠져드는데 그런 몽상들이 소녀의 감수성이나 기발함을 나타내기보다 자신의 상황을 부정하고 현재로부터 도망치고 싶어 하는 소녀의 처절한 몸부림으로 비쳐 안타깝게 느껴졌다.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는 '아름다움이 나를 멸시한다', '날씨와 생활', '지도 중독', '고독의 발견', '유리 가가린의 푸른 별', '의심을 찬양함'이란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앞쪽부터 세 편에 연이어 B가 등장하고 있어 각기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는 B 시리즈인가란 생각을 했었는데 단편마다 이니셜의 등장도 흥미롭긴 했지만 끝까지 이어지는 단편 속에 불편하지만 딱 꼬집어 말하기엔 뭔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감정선들이 독특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린 것, 부정해버리고 타락해진지도 모른 채 앞으로만 나아가려는 인간의 모습들이 이런 이야기로, 이렇게 다양한 표현법으로 탄생할 수도 있음에 감탄이란 감정마저도 하찮게 여겨졌던 단편들이 아니었나 싶다.

야생동물한테 먹이를 주면 안 돼.

스스로 먹이를 찾지 않고 점점 남의 것을 뺏으려 하거든.

아니면 구걸을 하거나. 훈련된 곰을 야생에 풀어놔봐.

적응을 못하고 먹이를 얻기 위해서 등산객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놈이 반드시 나오지.

인간이든 곰이든 마찬가지야.

친구가 되려고 하면 안 돼.

타인으로 대하는 게 서로 살아남는 길이야.

모두들 다른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 진화야.

인간들은 다르다는 것에 불안을 느끼고 자기와 다른 인간을 배척하게 돼 있어.

하지만 야생에서는 달라야만 서로 존중을 받지.

거기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살아남는 방법이야.

사는 곳도 다르고 먹이도 다르고 천적도 다르고,

서로 다른 존재들만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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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팽 양 이삭줍기 환상문학 3
테오필 고티에 지음, 권유현 옮김 / 열림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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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 / 모팽 양 / 테오필 고티에 지음

정적이며 한편으론 광인인가 싶을 정도로 복잡 미묘한 기복을 품고 있는 22살의 시인 달베르,

<모팽 양>은 달베르가 친구인 실비오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편지의 주요 내용은 폭발하는 나이와 시인의 감성에 걸맞게 온통 이성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편지를 통해 달베르의 이성관이 지나칠 정도로 몽상가적인 느낌이지만 어찌 보면 너무도 사실적인 표현이라 나도 모르게 공감하게 되는 면이 생기기도 하는데 어쨌든 이래서 연애란 걸 해볼 수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 달베르는 미망인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는다. 너무 어리면 연애에 대해 가르치는 게 힘들고 유부녀이거나 창녀는 마뜩잖으며 또한 더럽거나 가난하면 안 된다는 그의 연애관에서 검은 옷을 입고 황금빛 눈물방울을 달고 있는 미망인이야말로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기에 좋을 대상이었는데 달베르는 그에 부합되는 부유한 미망인 로제트를 만나 곧 연인 사이가 된다.

자신의 연애 가치관에 부합되는 로제타, 이제 평생 사랑할 일만 남을 것 같은 그에게 로제타와의 관계가 지속될수록 애정이 식는 것을 느끼게 되지만 다시 혼자로 돌아가는 것 또한 선택하고 싶지 않다. 불같은 사랑은 금세 식어버리고 이런 자신의 마음을 로제타에게 들키지 않으려는 달베르의 마음을 재미있게도 로제타는 꿰뚫어보고 있다. 환상 속에서나 나타날 것 같은 불멸의 사랑이란 현실에서 나타날 수 없으며 가장 현실적인 사랑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라 이들의 심리에서 왠지 나는 작은 전율을 느꼈다.

초반 부분 길게 이어지는 달베르의 연애 가치관과 이후에 로제타와의 만남까지 조금은 지루한 감이 있어 '설마 이렇게 끝나지는 않겠지'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났지만 남자들의 모습을 관찰하기 위해 남장으로 모습을 바꿔 사는 테오도르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처음엔 이야기가 이렇게 전개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던지라 테오도르인 모팽 양이 등장하면서 왠지 <위험한 관계>가 떠올랐는데 스토리가 비슷해서라기보다 잔인할 정도로 현실적인 사랑에 대한 표현과 심리묘사, 고전이 주는 느낌이 비슷해 그렇게 느껴졌던 것 같다.

어쩌면 지루할 수도 있을 복잡 미묘한 심리묘사는 한편으론 숨이 턱 막힐 만큼 섬세하여 이중적인 느낌마저 풍기는데 재미있게도 이런 부분에서 꽤 매력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오래전이나 지금이나 사랑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심리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진리 앞에서 처절한 사랑을 탐닉하는 그들의 모습은 꽤 기억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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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지 말 걸 그랬어 케이스릴러
김하림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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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즈넉이엔티 / 깨어나지 말 걸 그랬어 / 김하림 미스터리 스릴러

부모와 말도 섞지 않아 가슴 끙끙거리게 만드는 친구들과 달리 사춘기라 해도 엄마와 곧잘 대화하던 민서였지만 그날 엄마와의 다툼은 다른 날과 달랐다. 그전과 기분이 달랐고 왠지 엄마를 걱정시키고 싶은 마음에 빨리 집에 들어가기 싫어 미적거리다 그대로 가출로 이어져 버린 그날, 어쩌면 민서가 가출하지 않고 늦게라도 집에 들어갔다면 모두 행복할 수 있었을까....

얼마나 지났을까, 한참 동안 돌아오지 않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지금 상황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던 연영은 의사로부터 자신이 건물에서 떨어져 11년 만에야 의식이 돌아왔다는 얘길 듣게 된다. 그리고 그런 연영 곁에 자신의 동생 수영의 단짝 친구 민서 엄마가 지키고 있는 것을 보고 묘한 감각에 사로잡히는데....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하고 아버지마저 돌아가시면서 언니이자 가장 노릇을 하며 보살폈던 수영이 이유를 알 수 없는 자살을 했으며 수영의 자살 후 동생이 왜 자살을 했는지 학교나 주변 인물들을 찾아다녔음에도 불구하고 깨어난 연영은 수영이 자살하기 며칠 전 기억에 머물러 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언제 돌아올지 기약 없는 기억과 절대 동생이 자살하지 않았다는 믿음은 연영으로 하여금 주변 사람들을 만나 수영의 죽음과 관련된 것들을 조사하게 만들었지만 되돌아오는 것은 너무 오래되어 기억나지 않는 데다 평소 수영과 친하지 않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그런 암담한 이야기 속에서도 서로의 집에 왕래할 만큼 절친이었던 민서와 수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고 고3 어느 시점을 기준으로 더 이상 그녀들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본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도대체 민서와 수영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의식 없는 자신을 오랜 기간 동안 보살펴주었고 의식이 돌아와 재활치료를 거치고 갈 곳 없는 자신을 함께 살게 해준 민서 엄마에게 연영은 감사한 마음이지만 한편으론 왠지 모를 두려움과 불안한 마음 때문에 편치 않다. 그런 불편함과 수영의 자살에 그 어떤 연관성도 찾을 수 없어 답답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연영은 수영의 친구라고 만났던 선우현으로부터 민서를 건물에서 밀어 죽인 게 바로 연영이었으며 그로 인해 교도소에 수감되었었다는 믿을 수 없는 전활 받게 되고 바로 그 찰나 민서 엄마가 연영의 방에 섬뜩한 눈빛으로 들어온다.

<깨어나지 말 걸 그랬어>는 기억을 잃은 연영이 기억하지 못하는 동생의 자살을 조사하며 결국에는 동생의 죽음과 얽힌 전모를 밝혀내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해결 과정에서 끔찍하거나 슬픈 느낌보다는 기억을 잃은 연영이 동생의 죽음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알 수 없는 위화감과 묘한 불신들이 독자에게 그대로 전해져 끝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등장인물을 바라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불신은 생각지 않게 엄청난 공포감으로 다가오는데 다소 이런 전개가 늘어져 지루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데 반해 이 소설은 신인작가답지 않은 완급 조절로 정신없이 읽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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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이의 초강력 수련기 1 - 머니맨 어벤저스, 건방이 시즌2, 제2회 스토리킹 수상작 후속작 건방이의 초강력 수련기 1
천효정 지음, 이정태 그림 / 비룡소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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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룡소 / 건방이의 초강력 수련기 1.머니맨 어벤저스 / 천효정 글, 이정태 그림

파교 사건 후 무중협에서 새로운 회장이 선출되었고 그것과 관련이 있었던 초선은 장기 파견 근무를 떠나게 된다. 마침 오방도사도 중국으로 수련 여행을 떠나게 되면서 건방이와 도꼬는 초아네 집에 한동안 얹혀살았지만 아무리 가정부나 경호원이 있어도 여자 혼자 있는 집에 오래 머무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에 건방이와 도꼬는 비밀의 집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금방 돌아올거라 생각했던 오방도사의 수련 여행이 길어지면서 건방이와 도꼬는 점점 생활이 어려워지게 되고 수중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알턱이 없던 도꼬는 그 와중에 건방이에게 새 핸드폰을 사달라며 집안일을 자처하게 된다.

그런 나날들 속에 건방이네 학교로 유튜브 스타 송송이 전학오게 되고 아이들의 온갖 시선 속에 송송은 건방이에게 어릴 적 옆집에 살았으며 건방 오빠가 너무 보고 싶었다며 반가워한다. 그런 송송이와 건방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초아는 기분이 이상하기만한데....

그 무렵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못된 아이들에게 돈을 뺏긴 고등학생은 자기보다 어려보이는 아이들에게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괴롭힘을 당한것이 분하기만하다. 터덜터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도깨비 모양의 가면을 쓴 누군가가 다가와 환약을 주며 이것을 먹으면 그 누구보다 강한 힘을 갖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아이는 귀면 가면을 쓴 사내에게 환약을 받아 먹는데....

도꼬와 건방이는 학교 근처에서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하면 도와주기 위해 머니맨을 결성하고 중간 지점에 위치한 폐쇄된 병원을 아지트로 삼는다. 이에 초아와 지만, 호길이까지 아지트를 드나들게되는데 그러던 어느 날 어디선가 머니맨을 찾는 소리에 달려간 곳에서 무자비한 힘으로 두 아이를 공격하는 학생을 발견하곤 자기 파괴적인 힘에 경악하는데...

<건방이의 초강력 수련기 1.머니맨 어벤저스>는 환약을 통해 사악한 기운을 전파하는 귀면의 등장과 유튜브 스타 송송이의 등장으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건방이와 초아, 건방이를 좋아하는 초아의 마음을 알지만 자신의 마음을 접지 못하는 호길이의 이야기가 재미있게 엮여 머니맨 어벤저스 결성을 탄생시킨다.

아이들의 액션도 볼거리지만 좋아하는 감정이 얽힌 아이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재미로 다가온 <건방이의 초강력 수련기>, 귀면의 등장과 위태로워질 아이들의 다음편 이야기가 예상돼 더욱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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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법정 지음, 맑고 향기롭게 엮음 / 시공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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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 / 좋은 말씀 / 법정 스님 법문집

작년 뙤약볕이 뜨겁게 내리쬐던 한여름 가족과 길상사를 찾았더랬다.

백석 시인과 김영한의 인연이 묘하게도 법정 스님에게로 닿아 고즈넉한 절로 탄생한 일화를 가슴에 새기며 법정 스님이 실제로 기거했던 방을 둘러보다 진정한 의미의 '무소유'가 무엇인지 깨닫고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

거의 텅 비다시피한 방을 둘러보면서 그동안 글로만 접했던 진정한 무소유의 의미가 무엇이었는지 비로소 알 수 있을 것 같은 깨달음 앞의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소유하려 욕심을 부리며 타인을 시기하고 때론 엄청난 에너지로 사람을 미워하며 살았던가 깊은 반성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진정한 베풂의 의미를 깨달아도 내가 먼저 타인에게 다가가고 마음을 열며 사랑하기란 쉽지 않아 번번이 나약한 모습으로 되돌아오기 일쑤였는데 이 책을 읽는 것 자체만으로도 엉킨 실타래가 풀리고 복잡하던 마음의 소용돌이가 가라앉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좋은 말씀>은 법정 스님이 살아계시면서 쓰신 법문을 모아놓은 글이다. 그때그때 일어났던 사건들이 언뜻 엿보이기도 하고 사건과 관계없이 바쁜 일상에 쫓겨 서로에게 예리한 말의 칼날을 들이대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을 꾸짖는 글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나의 상태를 미처 바로 보지 못하고 화의 방향을 상대에게 겨눈 채 아슬아슬한 하루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법정 스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반성과 인간의 본질을 깨닫게 해준다.

말이 너무 많아 소란스러운 현실에서 내가 후련해지자고 상대를 배려하지 않고 뱉어낸 말들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상처 주었는지, 인도 사람들은 인간이 태어날 때 도끼를 입에 물고 태어난다고 믿는다는 글을 보며 머리보다 가슴으로 먼저 그 말을 이해하게 됐던 것 같다.

배려하지 않고 손해 보지 않기 위해 내가 먼저인 경쟁 사회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오지랖이며 착하거나 순수한 모습은 병적으로 각인돼버린 세상에서 법정 스님은 진정한 나에 대해서, 더 밝은 미래를 위해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마음에 대해서, 온 세상이 밝아지기 위해서 답은 멀리 있지 않으며 현실에 뿌리내린 불신은 결국 인간 사회를 더욱 삭막하고 힘들게 만들 뿐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리고 그런 말씀들 중에 나 또한 타인에게 만만하게 보이지 않기 위해 갖추어야 할 무시무시한 조건들을 걸러내지 않고 아이 머릿속에 심어준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글을 읽다 보면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해서, 부족함으로 인한 결핍이 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고 반성하게 된다. 어쩌면 가장 쉬울 수 있지만 처음이 가장 어려울 수 있는 타인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일과 침묵의 진정한 의미는 어쩌면 인간이 평생을 짊어져야 할 수련의 한 과정임을, 지금껏 겪었던 시행착오들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밑거름이었음을, 다시금 되풀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인간은 그렇게 태어나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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