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내 방 하나 -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권성민 지음 / 해냄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냄 / 서울에 내 방 하나 / 권성민 에세이

- 손 닿는 만큼 어른이 되어가는 순간들

아직까진 잔잔한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딸아이가 얼마 전에 친구들과의 버킷리스트를 들려준 적이 있었다.

그중 하나가 성년이 되면 집을 나와 혼자 살아보는 것이라는 이야기에 '아직 중학생도 안된 아이들이 벌써부터 혼자 살고 싶을 건 뭐람, 집 나가면 고생이지' 싶은 마음과 약간의 서운함에 여자가 혼자 사는 건 안된다고 일단락하고 말았는데 이 책을 읽다 보니 내 아이가 온전히 자립할 기회를 앗아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어도 무방할 아이의 말에 너무 진지하게 안된다라고 못 박은 것 같지만 아이가 못 미더워서가 아닌, 세상이 점점 삭막해지고 위험해지기에 혼자 산다는 이유로 행여 못된 놈의 타깃이 되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는데 자취하는 남자가 이상형이라는 작가의 지인 이야기에 그동안 부모님과 함께 살면서 당연하게 누리던 것들의 소중함과 공과금이란 현실을 느껴볼 기회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언젠가 핀란드 교육에 대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학교 숙제로 한 달 월급이 얼마라는 가정하에 다달이 나가는 공과금이나 보험료, 저축 등을 꼼꼼하게 계산하고 계획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 우리나라 교육 제도를 탓하기보다 내 아이에게 그런 현실적인 면을 부각시켜줄 면도 있겠다 싶었는데 질문 자체가 참 오해로 보일 소지가 다분한데도 부모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자립할 수 있는 남자가 이상형이라고 당당히 말하는 여성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자식이 혼자 산다는 말에 네 삶이니 그러라고 웃으면서 수락하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이미 성인이 된 자식의 결심 앞에서 되네, 안되네 이야기하는 것도 좀 아니다 싶긴 하지만 어찌 보면 너무 쿨하게 수락하는 것 또한 부모이기에 쉽지만은 않다. 일단, 나도 꽤 오랫동안 자취를 해보았기에 쉽게 말할 수 없다는 입장이 더 크게 기우는데 일단 자식에 대한 문제는 제쳐놓고 오랫동안 고시원이나 원룸에 살았던 작가의 자취생활을 꾹꾹 눌러 담은 책 내용엔 많은 공감이 갔다.

나는 원래 소리에 굉장히 예민한 사람이라 그런가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외동이었기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자취생활도 꽤 오래 하였기에 함께 살면서 무덤덤하게 지나칠 소리들이 혼자이기에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는 글엔 나도 모르게 격하게 공감했던 것 같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결혼할 때 비슷한 시기에 결혼한 친구들은 시부모님이 마련해 주는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것을 보면서 참 못난 생각을 많이 했더랬다. 그 시기에 그 친구들과 관계가 소원해졌던 건 말할 필요도 없었고 무엇보다 견딜 수 없이 내 삶과 나 자신이 비참하게 느껴져 남편에게 향하는 말에 가시가 돋쳐 있어 여러모로 힘든 시기였었다. 친구들은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다고 하는데 나는 생삼겹살도 비싸서 냉동 삼겹살을 사 먹던 시기였으니 친구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별거 아닌 말들을 내가 참 많이 꼬아서 들었구나 싶다. 그리고 그때 잘 살던 친구들은 아직도 잘 살고 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그때 보이지 않던 것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선명하게 보이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여유가 안돼 누리지 못하던 것들을 지금은 여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면서 소소한 것들에 대한 감사함이 늘었고 남편과는 지난 일을 얘기하며 하하 호호 웃기도 한다. 오히려 가진 것이 없었기에 지금보다 더 욕심내지 않고 현재에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할까, 돈이 없어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타인에 비해 내가 가진 것이 보잘것없어도 비참해하거나 부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서울에 내 방 하나>를 읽으며 내가 지나온 삶에 대한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맞아, 맞아 그랬었지' 하면서 공감하다가 '그래 그땐 그런 게 안 보여서 힘들었어'하고 이제서야 느낄 수 있는 기분에 마음 편해지기도 한다.

옆집에 살아도 무방할 만큼 나와 다르지 않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인데도 삶을 바라보는 그 깊이엔 많은 고민이 있었겠다 싶어 서로의 어깨를 토닥여 주고 싶은 마음이다.

조금은 식상하게 다가왔던 제목이었는데 사진을 보고 작가분이 남자란 사실에 첫 번째 충격과 '이거 내 글이야?' 싶을 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 기분 좋은 충격을 받으며 왠지 물질적으로만 다가왔던 제목에 담긴 내용이 이렇게나 많을 수 있다는 게 기분 좋게 다가와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전염병은 어떻게 세계사의 운명을 뒤바꿔놓았는가 생각하는 힘 : 세계사컬렉션 17
김서형 지음 / 살림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림 /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 / 김서형 지음

코로나 19로 인해 전 세계가 공황상태인 현재, 사스나 메르스 때보다 이번 코로나 19가 더 두렵게 느껴지는 것은 감염병의 뚜렷한 원인을 모른다는 것과 백신이 없다는 것, 막힌 공간에서의 강력한 전파력 등으로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래 이어진다는 데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지금까지 겪었던 전염병엔 이렇게까지 심각성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어떤 양상으로든 몇 년 사이로 계속 출몰하는 감염병의 전파력 앞에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일 수밖에 없는지 그로 인한 두려움이 더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이렇게 되풀이되고 있는 전염병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그래서 더 궁금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던 약 1만 년 전 지구의 기온은 점차 올라 해수면이 상승하게 되었고 호모사피엔스는 새로운 환경을 찾아 이주해야 했다. 따뜻해진 기후 때문에 몸집이 큰 동물들은 점점 사라졌지만 따뜻해진 기후로 인해 호모사피엔스의 생존에 필요한 식량은 손쉽게 구해질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이들은 먹이를 찾아 새로운 곳으로 이주하던 생활이 필요 없어졌다. 곡식을 재배하게 되면서 굳어진 정착 생활과 집단생활이 거대해지면서 이주할 때와는 다른 전염병의 위험에 놓인 호모사피엔스, 이렇게 시작된 전염병의 역사는 동서를 최초로 연결한 실크로드를 통해 상품과 함께 천연두가 전파되었고 이후 향신료 때문에 생긴 바닷길로 페스트가 전파되면서 인간은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문명이나 지식, 상품들로 인해 새로운 세계를 열게 되지만 그와 함께 전염병의 위험에 처하게도 된다. 그리고 인도에서 시작된 천연두나 페스트로 인해 죽은 인원은 전쟁 중에 죽은 군사나 민간인들보다 훨씬 많다는 점에서 전염병의 전파력이 얼마나 강력하며 위험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런 사실에 더해져 흑사병이 만연했던 당시 평소 종교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었던 유럽인들은 유대인으로 인해 흑사병이 발생했다는 소문을 내 유대인들에 대한 방화나 살인, 약탈을 자행했다는 점은 죽음 앞에 내몰린 상황에서 인간의 악의를 엿볼 수 있어 공포심이 배로 느껴졌다.

이후 후추를 찾기 위해 떠났던 콜럼버스가 인도가 아닌 아메리카에 도착하게 되면서 이미 정착해 살던 원주민들의 약탈과 식민지화는 유럽인이 대륙에 도착하면서 가져온 천연두로 인해 면역력이 전혀 없던 원주민들의 90%가 죽음에 이르렀고 그로 인해 농사 인력이 부족했던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에서 노예를 사 오는, 철저히 비인간적이라 무기력하게만 느껴지는 행위는 전염병만큼이나 무자비하고 섬뜩하다.

이후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 독감이라고 불린 1918년 인플루엔자, 폭격이나 전투 상황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을 표현한 셀 쇼크가 베트남전이나 원자폭탄 투하 속에서 남긴 폐해는 전염병 못지않게 인간이 짊어져야 할 고행으로 남아 이전의 전염병과 현대의 전쟁으로 인한 피해를 함께 엿볼 수 있었다.

뭐든지 좋은 것만 있을 수 없고 좋은 것이 있다면 반대로 나쁜 점이 있게 마련이지만 사실 <전염병이 휩쓴 세계사>는 좋은 점보다는 인종에 대한 흑역사란 표현이 맞다 싶을 정도로 성선설을 완벽하게 깨부수는 내용이라 인간은 악한 존재가 아닌가란 의심이 끊임없이 들게 됐던 것 같다. 어쨌든 전염병의 증상들은 조금씩 달랐어도 전염병 앞에 한없이 나약한 것이 인간이란 사실은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 구글맵도 찾지 못하는 우리 몸 구조
가이도 다케루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서혜영 옮김 / 니케북스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니케북스 /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 / 가이도 다케루 지음, 요시타케 신스케 그림


그동안 인체에 대해선 크게 관심이 없었더랬다.

무한한 신비로움을 발산하는 경이로운 곳이 바로 내 몸이란 사실에 감탄하면서도 생소하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단어 때문에 쉽게 호기심을 붙이지 못했던 분야가 바로 인체였는데 저자인 '가이도 다케루' 박사는 의사가 되고 싶은 어린 친구라면, 의사 따윈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프지 않고 잘 살기 위해 이 책을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인체의 원리에 대해선 인간이라면 응당 알아야 된다는 논리인데 그게 또 묘하게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마 관련 자격증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덜 가졌을 텐데 이보다 딱 좋을 순 없게 인체와 관련된 시험을 앞두고 있기에, 거기다 평소 사랑해 마지않는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그림이라 두 번 생각할 것도 없이 이 책을 집어 들게 되었다.

자! 눈을 감고 우리 몸속 장기나 신체 용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떠올려보자.

생각보다 많이 떠오르지 않는다는데 의외의 놀라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르겠다.

<내 몸의 지도를 그리자>는 공부 전 내 몸속 장기와 신체 어느 부위에 어떤 장기가 있는지 먼저 단어나 그림을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런 후 몸을 구성하고 있는 성분과 세포를 만드는 물질을 보다 쉽게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어 글로만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을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표현해놓고 있다.

또 재밌게 느껴진 것은 몸의 외부와 내부의 설명이었는데 음식이 입안으로 들어와 항문으로 나간다고 했을 때 보통 음식물이 몸을 통과할 때 외부에 있다가 내부로 들어와 다시 외부인 항문으로 나간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의학에선 그렇게 인식하지 않고 입으로 들어가 항문으로 나가는 그 모든 것을 내부가 아닌 외부를 통해서 움직인다는 것이었다.

음식물의 소화, 공기의 호흡, 배설과 출혈, 혈관과 신경, 면역 등을 아파트의 관리에 비유해 아이들이 보기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되어 있고 골격계와 뇌, 장기, 혈관, 크게 순환 기계, 내분비계 등으로 나누어 그림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시험을 앞두고 있는 나로서는 이미 배웠던 인체에 대한 내용을 복습하는 의미로 읽을 수 있었고 그동안 헷갈리던 부분들은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님의 간결한 그림을 통해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었던 것 같다. 공부할 때 인체와 관련된 교과서에 이 책이 함께 첨부되어 있었다면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생기지만 어쨌든 시험 전에 인체에 대해 고루고루 정리할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아마 그동안 아이들이 만나보았을 어마 무시한 인체 그림 때문에 호기심은커녕 반감을 느꼈을 많이 아이들에게 뭔가 어설퍼 보일 수도 있지만 각각의 인체 구성대로 그려진 이 책을 통해 더 많은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박용희 지음 / 꿈꾸는인생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 : 동네책방 역곡동 용서점 이야기 / 박용희 지음 / 꿈꾸는인생

뜨거운 열기를 보여주듯 인천의 오래된 서점이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오래된 중고서적이 켜켜이 쌓인 서점들이 골목을 따라 포진해있어 학창 시절 친구와 뚜벅뚜벅 걸으며 책 구경도 하던 곳이었기에 그때에 비해 서점도 많이 없어져 버리고 골목도 썰렁해졌지만 드라마의 여파로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가슴을 쓸어내렸었다. 그런데 방문할 때마다 참 재미있었던 풍경은 책을 사는 사람보다 깔깔거리며 다양한 포즈로 사진 찍기에 바빴던 사람들이었는데 드라마의 영향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기는 하지만 생각보다 책방 주인의 주머니가 두둑해지진 않으리라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더랬다.

그리고 최근 동네책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 여파로 인기를 끌었던 서점도 어떻게 유지를 할까 싶어 걱정이 한가득인데 임대료가 비싸지 않은 주택 사이사이 등장하는 동네책방을 보며 반가운 마음 한편으론 역시 유지가 잘 될까 싶은 괜한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책방 주인이 아니더라도 일반인이 바라보는 책방의 시선은 나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대형 서점에선 볼 수 없는 동네책방 버전 표지 한정판이 나오기도 하고 아기자기한 굿즈나 작가와의 만남 등의 이벤트로 대형 서점과 차별화를 두고 있어 사장님들의 다양한 아이디어를 엿볼 수 있는데 최근 뒤늦게 동네책방을 알아가는 나로서는 대형 출판사와 대형서점이란 다소 삭막한 풍경과 달리 동네책방이 주는 아기자기함에 새로운 재미를 붙이고 있었기에 <낮 12시, 책방 문을 엽니다>는 그런 궁금증에 부합한 필연적 만남이었을 것이다.

학과 수업에 취미를 붙이지 못한 박용희 책방 주인은 해외 원서를 취급하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대학교에 입점하는 서점에서, 책방 매니저, 잡지사 홍보팀장, 출판사의 직영 서점 관리자란 다양한 포지션으로 7년을 보내고 안식년으로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 6개월 동안 북한 접경 지역, 티베트, 인도를 자전거를 타고 돌며 다양한 경험을 한 후 한국에 돌아왔을 때 아는 지인은 보증금 없는 40평 정도의 공간에서 뭔가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고 그렇게 '덕은동 용서점'이 탄생한다.

오랫동안 책과 관련된 일을 하였지만 자신이 책방 주인이 되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자신이 했던 일들이 책방을 이끄는 데 도움이 되어 순조롭게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쓰러지게 되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면서 덕은동의 용서점을 더 이상 운영할 수 없게 된다. 책방을 접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어머니의 뜻에 따라 병원에서 가까우며 세도 저렴한 역곡동에 새로운 '용서점'을 오픈하면서 재밌고도 이상한 역곡동 용서점의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부천의 역곡동, 1년 반 동안 출퇴근하는 길목에 오래되고 노후한 건물들이 즐비한 동네 이름이 역곡동이란 것을 알고 있었기에 처음 용서점이 역곡동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괜한 반가움이 들었었다. 주차할 곳이 마땅치 않아 늘 지나치기만 했던 곳인데도 이런 반가움이 드는데 그곳에 사시는 분들에게 작은 동네 서점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것처럼 남다른 의미로 다가와질 것 같다.

책방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갈까?, 책은 어디서 떼오고 운영은 어떻게 할까?, 이윤이 남긴 할까?, 책방을 열면서 개인적인 생활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상대하기 곤란한 손님들은 어떻게 대처할까? 등등 금전적인 문제와 책방을 하면서 일어나는 소소한 궁금증들이 책을 읽기 전 앞섰던 생각들이었는데 책을 읽다 보니 용서점에 출몰하는 단골들의 다양한 일화들이 재밌어서 퇴근 후 도란도란 모여 앉아 하루의 고단함을 푸는 '심야식당'을 보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오다가다 빵 한 조각 떼어주고 가던 길을 재촉해서 가는 손님, 자유분방함이 활력소가 되는 어린 손님, 더 이상 걷지 못할 것을 대비해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를 찾는 할아버지, 시 낭송을 멋들어지게 하시는 고운 할머니, 11시에만 나타나 매대 책을 구매하는 손님, 그리고 필사나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 모두 제각기 다른 인생이지만 책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평소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일정한 기간 동안 한 가지 책을 통해 생각을 공유하는 모임은 좋아하지 않는지라 독서모임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봤는데 용서점의 용모임 이야기를 듣다 보니 책을 통한 인생 모임이라면 즐겁게 참여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만으로 이어져 결국엔 사람으로 남는 용서점의 이야기는 어쨌거나 남는 것은 사람이란 불변의 진리를 일깨워주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읽고 가슴 한켠 따뜻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가 빛나는 순간
파울로 코엘료 지음, 윤예지 그림, 박태옥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음과모음 / 내가 빛나는 순간 / 파울로 코엘료 지음


나 자신 스스로 빛나는 사람이라 믿으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나 자신은 모르지만 타인의 눈에 빛나 보이는 사람일 수도 있고 타인의 빛나 보이는 모습을 부러움에 담아내는 사람이 있다.

빛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있고 그 빛나려는 노력을 시샘하는 사람도 있다.

생각해보니 타인의 시선 속에 갇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나 자신을 바라볼 기회를 놓치며 살았는가 싶다.

정작 타인의 시선 따위 나 자신보다 중요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그것을 깨달았기에 <내가 빛나는 순간>이 더욱 소중한 의미로 다가오는지도 모르겠다.

실수와 실망, 돌이키고 싶지 않은 기억들 속에서, 혹은 너무 기분이 좋았거나 반대로 기분이 너무 좋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와 달랐던 그날 의도치 않게 타인에게 상처를 주었던 일들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이미 그런 일들을 많이 겪어봤기에 파울로 코엘료는 책 속에 이렇게나 가슴을 뚫고 들어오는 말들을 적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고 꿈꿨던 것과는 다른 내 모습이지만 그럼에도 이런 나의 모습은 타인이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며 오로지 나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것을,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지만 그전에 나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있어야만 타인과 더불어 살아갈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시작이 무서워 생각에만 머무르다 포기했던 수많은 일들에 파울로 코엘료는 그럼 시작하지 말라고 말한다. 하지만 결심했다면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는 그의 말에 앞으로 다가올 수많은 결심 앞에서 망설여질 때 이 구절을 생각하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시기와 질투에 휩싸여 그 사람에 대해 알아가기보다 쉽게 예단하고 헐뜯으며 내 속에 있던 화를 풀어냈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가슴 한구석에 남아있던 찝찝함을 경험해봤을 것이다. 타인의 일거수일투족을 내 관심사로 두고 힐난하며 나 자신이 정상이라 조금은 안도했던 그 순간들이 나의 행복을 갉아먹는 순간이었음을, 겪어봤고 다시는 되풀이하고 싶지 않기에 한 장 한 장 펼쳐지는 다독임에 반성하고 결심하게 되는 것 같다.

구구절절 말하지 않고 간결하게 말하면서도 사람을 무장해제 시킬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 사람만이 지닌 강력한 무기일 것이다. 간결해서 휘리릭 넘겨볼 수 있는 책이지만 그 짧은 문장 안에서 수십 번의 미움이 허물어지는 것을 경험하며 누군가가 미워서 못 견딜 때,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잃어버렸을 때 꺼내 읽으며 나 자신을 다독거린다면 어제의 나보다 더 빛나는 사람이 되어갈 것이라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