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수업 - 나와 세상의 경계를 허무는 9가지 질문
김헌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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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초당 / 천년의 수업 / 김헌

세상 일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다.

그런 불안감 때문에 사람들은 좀 더 안락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 현재를 충분히 느끼지 못한 채 안락할 미래만을 쫓는다.

그리고 지금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만나고 싶은 사람과의 만남을 나중으로 미루고 미루다 어느 정도의 여유가 되었을 때 후회하며 그때의 삶을 후회한다. 열심히 살았지만 무엇을 위해 살았는지 모르겠고 문득 내 존재 자체에 의문이 생기면서 허탈감과 무기력증은 엄청난 속도로 내 안의 나를 잠식하기 시작한다.

세월이 지나 '난 그때 뭘 했지?', '왜 지금 이렇게 바보같이 돼버렸지', '그때 그걸 해볼 걸 그랬어' 같은 후회만 드는 생각이 내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은 생각하지 않은 채 현재를 충분히 즐기지 못하는 한국인의 습성이 이런 것들을 더 부추긴다고 이야기하는데 문명의 근원 그리스 로마 이야기를 통해 나도 모르게 견고하게 쳐놨던 경계를 허물고 바쁘다며 미뤄두었던 나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김헌 교수님은 이 책을 빌려 깊이 있는 사유를 이끌어내는고 있다.

고민과 생각조차 타인이 이끌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갈팡질팡하게 되는 나 같은 사람에겐 오래된 역사를 통해 그들이 살아갔을 오래된 세월 속에서 해답을 찾고 내 식대로 이해하는 과정을 되풀이하다 보면 점차 흐릿했던 삶의 방향성을 찾은 것 같아 안도와 편안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유에서 오는 감탄 등을 느끼게 되고 하는데 그리스 로마의 역사적 인물들과 사건을 통해 김헌 교수님의 흥미로운 설명은 여과 없이 그대로 마음에 와닿는다.

모든 것의 시작은 바로 '나'라는 사람임을, 타인에게 휘둘리거나 너무 의식하느라 정작 아무것도 못하고 엉망인 하루를 보내기 일쑤인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불필요한 것인지, 쓸데없는 감정 소모로 하루가 멀다 하고 사투를 벌이게 되는 현대인들에게 <천년의 수업>은 이것이 답인지 아닌지 분간할 수 없어 갈팡질팡했던 수많은 고민의 질을 다른 방향으로 전환해 줄 것이다.

너무 빨리 따라오라고 재촉하지 않고 적당히 앞서 걸으며 하늘도 보고 나무도 보라며 다독이는 듯한 글귀 속에서 용기와 희망, 결심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굳이 이 책을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그럴 사람이 몇이나 될지 따져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듯한데 치우치기만 한 주장보다는 이분법적이지 않은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조차도 너무 편안하게 다가와 한 문장 한 문장이 다독거림처럼 다가와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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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척도
마르코 말발디 지음, 김지원 옮김 / 그린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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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하우스 / 인간의 척도 / 마르코 말발디 장편소설

역사 속 실존했던 인물과 후세에 남겨진 역사적 사건에 상상의 날개를 달아 살을 붙인 소설을 좋아한다.

얼핏 보면 철학 책인가 싶은 제목과 '다 빈치 사후 500주년 기념작'이란 문장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생애를 쓴 소설인가 싶어 지나치려는 찰나 그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살인사건을 쫓는 이야기라는 설정에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연상되면서 무한 궁금증이 고개를 쳐들었다.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영화로도 제작되었던 댄 브라운의 소설에 대해 쓰레기 같은 상업 소설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도 보았지만 역사적 바탕에 가공할 상상력을 불어넣어 재탄생한 소설을, 작가의 역량을 사랑하기에 <인간의 척도>도 엄청난 상상력을 자랑할 소설이 아닐까 싶어 더 기대되었던 것 같다.

'갈레아초 마리아'가 암살되고 그의 아들인 '지안 갈레아초 마리아 스로프차'는 삼촌인 '루도비코'의 정당한 방법에 밀려나 비제바노 성에 감금당해 있다. 바리 공작이자 조카를 밀어내고 밀라노의 군주가 된 '루도바코 일 모로'는 190센티미터라는 장신에 마키아벨리적인 냉소로 가득 찬 군주의 표본으로 엄청난 세금을 받아들이면서도 성직자들 앞에선 가식과 위선을 떨 줄 알며 한편으론 그것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줄도 아는 인간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군주가 그랬듯 여인네만 보면 사족을 못쓰는 남성으로 등장하는데 다빈치는 그런 그의 부성을 자극하며 아버지를 기리는 의미로 청동 말 동상으로 세우겠다고 장담해 루도바코 일 모로의 곁의 궁정에 머물며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다빈치가 약속한 아버지의 청동 말 동상은 몇 년이 흐르도록 완성되지 못했고 급기야 루도바코 일 모로는 다빈치를 불러 무언의 압박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젊은 남자가 궁 안에서 죽은 채로 발견되는 일이 발생하면서 그의 죽음을 밝히는 일을 다빈치가 맡게 된다. 그렇게 다빈치는 젊은 남자의 알 수 없는 죽음에 대해 조사를 시작하게 되는데 죽은 젊은이는 다빈치도 잘 알고 있는 자였기에 더욱 그의 죽음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리고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람이 자신의 제자였으며 청동 말 동상을 제작하기 위해 고심하던 방법을 나쁜 수법에 쓴 것이 걸려 내쳐지게 된 것을 마지막으로 보지 못했지만 불미스러운 일이 있기 전까진 탁월한 실력을 갖춘 젊은이였기에 다빈치로서는 어떻게든 풀어야 할 문제임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젊은이가 죽기 전 루도바코를 만나려고 했었고 그랬던 그가 뜰에서 시체로 발견됐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은 군주의 지시가 있었기에 다빈치는 더욱 고민스럽게 사건에 접근할 수밖에 없다.

건축, 그림, 해부학, 악기 연주, 전쟁 무기를 만드는 일까지 다재다능한 다빈치의 활약은 발견된 단서로 인해 범인에게 점점 가까워지면서 그것을 통해 얽힌 이해득실도 드러나게 된다.

조금은 무겁게 느껴졌던 제목의 영향이었는지 많은 등장인물을 보고 천천히 읽어나가야 할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시대상이 반영된 소설이라 그런지 셰익스피어의 희극을 읽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한 대사들이 꽤 친근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뼈 있는 이야기를 익살스럽게 담아낸 대사들은 역시 고전미를 느끼기에 충분해서 댄 브라운의 느낌과는 많이 다르지만 근엄하고 천재적인 이미지가 아닌 다빈치의 이미지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캐릭터를 탄생시키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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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재단
시마모토 리오 지음, 김난주 옮김 / 해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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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냄 / 여름의 재단 / 시마모토 리오 장편소설

2018년 <퍼스트 러브>로 159회 나오키상을 수상하며 알게 된 작가 '시마모토 리오'

처음 읽게 된 <퍼스트 러브>와 얼마 전 읽은 <바다로 향하는 물고기들> 속에 공통된 주제인 성폭력은 <여름의 재단>에서도 등장한다. 다만 이번 작품에서 작가로 등장하는 '가야노 치히로'는 앞의 소설과 달리 강도가 덜한 성추행이란 사건을 겪지만 그렇다고 어린 시절 남겨진 성추행의 결과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 없다는 게 역시나 불편하게 다가온다.

출판계 일을 하는 아버지와 술집을 하는 어머니는 서로의 간극을 채우지 못하고 이혼한다. 치히로에게는 어떤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쿨하게 짐을 싸서 나가버린 아버지와 술집을 하며 치히로는 늘 뒷전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늘 외로움을 지울 수 없었던 치히로.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살던 치히로는 어머니가 하던 술집의 단골손님에게 어릴 적 성추행을 당하며 그것이 합의에 의한 것이라는 설명에 종용당한다. 잘못된 것임을 느끼지만 어른의 교활함에 그것이 관심과 애정이라며 작은 희망을 가졌던 치히로에게 그 일은 성장하면서 내내 남녀관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더 나아가서 자신은 육체적인 관계에만 이용당하다 버려지고 마는, 어쨌든 그렇게 되고 말리라며 체념하는 어른이 되고 만다.

출판사 직원이었던 시바타는 작가인 치히로의 글을 좋아한다며 앞으로 자신의 출판사와 일을 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친다. 그렇게 출판사 직원과 작가란 공적인 관계에서 뜬금없고도 불쾌하며 자기식대로인 시바타의 행동으로 인해 치히로는 불안감과 혼란을 느끼게 된다. 평상시엔 작품 이야기를 하며 평범한 회사원처럼 대하다가도 저녁 회식자리나 술자리가 끝난 후 갑자기 치히로에게 키스를 퍼붓는 행동에 그것을 애정의 표현으로 받아들인 치히로의 말에 갑자기 싸늘하게 대하는 시바타의 종잡을 수 없는 행동으로 인해 치히로는 불안한 감정을 넘어서 자기 자신에 대한 자책마저 서슴지 않는다. 하지만 매번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데도 시바타가 부르면 달려나가는 치히로를 보고 있노라면 이해할 수 없는 그녀의 행동에 답답함과 짜증이 느껴질 정도이다.

항상 제멋대로인 시바타와 그녀에게 애정을 표하는 이노마타, 라디오 출연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연하남, 할아버지의 집에서 가까이 사는 평론가, 비 오는 밤 찾았던 선술집에서 알게 된 출장남 등 우연치 않게 만나지는 남자들과의 별 의미 없는 만남은 그대로 육체관계로 이어지게 되고 상대방의 마음이 진심이건 아니건 간에 치히로는 어차피 사랑받지 못해 오래가지 못할 거란 생각에 잡혀 자신이 먼저 선을 긋는 것으로부터 조금은 마음의 부담을 덜고자 한다. 육체관계 때문에 치근덕거리거나 상대방을 옭아매는 것은 그녀 자신이 허락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반대로 그렇게 해서라도 상대방에게 사랑받고 싶어 하는 욕구 또한 품고 있다. 어쨌든 이 소설 또한 굉장히 불편할 수밖에 없는 주제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선 때문에 치히로에게 화가 나기도 하지만 그녀가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 계절의 순대로 읽어가다 보면 불편한 만큼 너무도 현실적이며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현실에 비춰 비이상적이지 않음을 알게 된다. 너무도 만연하게 퍼져있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그릇된 시각이 치히로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고 그로 인해 한 여성이 갖게 된 남성에 대한 인식과 결국엔 자신마저 믿을 수 없고, 자신이 원하는 것 또한 확실히 알 수 없게 되며 스스로 느끼고 싶어 하던 애정 또한 스스로 놓아버리게 되는 현실의 되풀이 속에서 묵직하고 싸한 아픔이 전해졌다.

만권이란 책을 집에 보관했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 집에 머물며 할아버지의 책을 재단해 데이터로 옮기는 일을 하게 된 치히로, 그리고 대학교 교수의 조언에 따라 자신에게 상처를 주었던 어머니의 술집 단골 아저씨에게 복수함으로써 치히로는 할아버지의 책이 아닌 자기 자신에 대한 미움까지 재단할 수 있게 되었을지, 그로 어린아이의 기억을 깨고 한발 앞으로 내디딜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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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샤를로테 링크 지음, 강명순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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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경찰국 형사인 케이트는 아버지가 유산으로 남겨준 고향집에 가기 위해 며칠간의 휴가를 낸다.

오랜 기간 병치레를 했던 엄마와 자신처럼 형사였던 아버지가 잔인하게 살해된 곳이라 아늑함을 주던 고향집에 대한 향수가 없어진지 오래지만 미처 팔지 못해 세를 주었고 집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은 채 증발해버린 세입자 때문에 진작 집을 팔지 못한 자신을 탓하는 중이다.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처참한 광경으로 변해버린 집을 청소하고 리모델링 해 팔 생각인 케이트는 집 근처 펜션에 머물며 집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데 케이트가 머무는 펜션 주인의 딸 아멜리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그리고 아멜리가 실종되던 날 1년 전 근처에서 실종된 사스키아라는 여자아이가 고원지대에서 등산객에 의해 시체로 발견되면서 아멜리처럼 사라진 열네 살 여자아이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근처에서 일어난 실종 사건 때문에 하나밖에 없는 딸아이가 연락되지 않는 상황은 부모들을 미치게 하기에 충분했고 마침 펜션에 머물던 케이트는 펜션 주인인 데보라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며 근처 경찰서에 신고할 것을 이야기한다. 자신이 런던 경찰 소속의 형사라는 사실을 밝히며 이런 사건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도움은 주지만 자기 구역 담당이 아니라 직접 수사할 수 없다고 이야기하지만 연이어 사라진 여자아이들의 이야기가 신경 쓰인 케이트는 홀로 수사 자료를 모으며 조사하기 시작한다.

이렇다 할 진전 상황이 없어 속을 태우던 찰나 기적적으로 아멜리아가 구출되기에 이르는데 납치범이 방심한 틈에 탈출했다는 아멜리아의 정황에 케이트와 담당 경찰서 케이럽 반장은 뭔가 미심쩍음을 느끼게 된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납치범의 차에서 탈출해 방파제에 매달려 있던 케이트의 살려달라는 목소리를 듣고 마침 근처를 걷고 있었던 알렉스와 데이비드에 의해 아멜리가 구해졌지만 상황 자체도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는 데다 구출된 후 사건에 대해 속 시원하게 말하지 않는 아멜리의 태도 때문에 수사는 별 진전을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아멜리의 부모는 영악한 알렉스의 횡포에 시달리게 된다.

<수사>는 아버지와 둘이 사는 소녀 한나가 할머니 집에 다녀오다 기차를 놓치게 된 사건부터 시작한다. 이후 친구 집에 숙제하고 오는 길에 실종된 사스키아와 무기력한 아버지와 생활고에 시달리는 엄마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는 맨디의 실종이 이어지면서 과연 사라진 아이들이 부모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될까 조바심을 느끼며 읽게 된다. 자식을 키우는 부모이기에 각자의 삶의 무게로 살아가는 부모의 입장에 공감이 가기도 하고 아이에게 학대를 가하는 부모에게 화가 나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가 교차로 이어지면서 밝혀진 범인은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었기에 놀라움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실 연이은 소녀들의 실종 이야기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최근 뉴스를 통해 부모들의 잔인한 학대 이야기에 혀를 내두르게 되는 것을 보면서 어쩌면 소설 속 등장 아이들보다 현실을 살아가는 아이들이 더 시궁창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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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전계약서 1
플아다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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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주의자를 고수하며 28살의 나이에 자산관리 회사인 '트윙클 에셋' 대표인 우승희, 빠지지 않는 외모와 출중한 실력으로 더 빛나는 발전이 있을 그녀에게 어느 날 아버지가 뜬금없이 정혼자가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오래전 기울어가는 아버지의 사업을 도와준 은인이 있었고 그에 대한 대가로 승희와 자신의 손자를 결혼시키는 것을 적은 계약서가 있다는 사실을 전해 들은 승희는 좌절하게 되지만 그에 대한 대안으로 그 집에 몰래 숨어 들어가 계약서를 찾아 없앨 방법을 생각해낸다.

그리고 그녀가 몰래 들어가야 할 한태조 회장 집에서 승희는 뜻밖에 자신의 결혼 상대인 한무결을 만나 계획에 실패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대학시절 학교에서 내로라하는 인기녀였던 승희에게 좋아한다는 고백을 했다가 받아주지 않자 자살한 학생이 있었고 그로 인해 그동안 승희를 향했던 사람들의 시선이 변하게 된다. 의도하지 않은 사건으로 사람들에게 비난당하고 고통스러워했던 승희는 그 일을 계기로 남자와 만나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오로지 일에만 매진하는 삶을 살았기에 아버지에게 들은 계약서에 대한 이야기도, 계획 실패로 만나게 된 한무결의 고백에도 쉽게 마음을 열 수가 없다.

하지만 계약서에 발목이 잡힌 승희는 한무결에게 여러 가지 요구가 적힌 계약서를 내밀며 자신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이제 둘의 관계가 조금 순조롭게 되려나 싶은 찰나 대학시절 그녀를 못살게 괴롭혔던 선배가 한무결의 매형으로 등장하면서 또 다른 고난이 시작된다. 그럼에도 재벌 손자인 데다 잘생기고 자상하기까지 한 한무결의 매력을 알아가는 승희와 한무결의 심쿵한 로맨스는 이런 시련으로 인해 더욱 빛을 발하게 된다.

2019 네이버 웹소설 로맨스 1위라는 기염을 토하며 달달 로맨스를 어김없이 풍겼던 <혼인 계약서>, 평소 로맨스 소설은 즐겨 읽지 않는데 두 사람에게 시련을 마구마구 던져주는 등장인물들로 인해 더욱 심쿵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터무니없어 보이는 얘기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외려 현실적이지 않아서 더 상상의 나래에 힘을 보태며 읽게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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