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판본 이방인 - 1944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알베르 카뮈 지음, 최헵시바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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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스토리 / 이방인 / 알베르 카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보다 몇 년 전 카멜 다우드의 <뫼르소, 살인사건>을 먼저 접하며 이방인을 모티브로 가져와 썼다던 뫼르소, 살인사건의 기원이 무엇인지 늘 궁금했었다. 조금 늦긴 했지만 이제서야 읽게 된 이방인은 확실히 뫼르소, 살인사건보다 더 딱딱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체라 소설에 발을 들여놓고 이해하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며 혼자 살아가고 있는 뫼르소에게 양로원에 계시던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부고가 전해진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러야 했던 뫼르소는 직장에 이틀의 휴가를 내는데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는 사장에게 한다는 말이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였다. 처음 등장하는 뫼르소의 말부터 캐릭터의 심상치 않음을 감지할 수 있는데 이후 양로원에 도착해서 장례를 치르기까지 뫼르소의 행동은 그저 무기력하기만 하다. 마지막 해는 거의 찾아보지 못해 한참을 보지 못한 어머니의 안부를 양로원 사람들에게 묻기는커녕 관 속에 있는 어머니의 마지막 얼굴조차 보지 않는 뫼르소의 행동에 주변 사람들은 의아하게 생각한다. 심지어 울거나 괴로워하는 기색조차 비치지 않는 뫼르소를 보며 양로원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했을지 구태여 소설 속에서 나열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그렇게 별 의미도 없는 장례식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와 쉴 생각으로 가득한 뫼르소는 다음날이 주말이란 사실에 무더위를 식히기 위해 해변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직장 동료였지만 지금은 그만둔 마리를 만나 욕정을 느끼며 이후 이따금씩 만나는 사이로 발전한다.

날이 밝으면 힘겹게 일어나 직장으로 향하고 정해진 시간에 맞춰 일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밥 먹고 낮잠을 자다 오후 근무시간이 되면 또 기계적으로 일하는 뫼르소의 모습은 처음부터 끝까지 무기력하기만 하다. 별다른 즐거움도, 하고 싶은 것도 없이 다람쥐 쳇바퀴 도는듯한 생활을 유지하던 뫼르소에게 자신과 비슷한 연배의 이웃인 레몽이 등장하면서 뫼르소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일어난다. 그리고 레몽의 여자친구 오빠가 해변에 나타나 위협하는 일이 생겼던 날 뫼르소는 딱히 죽일 이유도, 마음도 없었지만 너무도 뜨거운 햇살에서 느껴진 권태로움과 한 몸이 되어 아랍인을 잔인하게 죽이게 된다. 이후 법정에 선 뫼르소에게 질문하던 판사는 죄를 뉘우치지도, 신을 믿지도 않으며 아무런 감정조차 느끼지 않는 뫼르소의 모습에 혀를 내두른다.

짤막한 분량의 소설이지만 굉장한 아우라의 무기력함과 권태감이 가득 담겨 있고 딱히 정의 내릴 수 없는 뫼르소의 생각과 행동에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 소설 <이방인>. 삶에 대한 의지도 즐거움도 없었던 뫼르소가 느끼는 감정이란 마리와 몸이 닿을 때 느끼는 욕정뿐이랄까, 살아있음에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은 비로소 모든 것이 끝나기를 바라며 오히려 행복감을 느끼는 뫼르소의 모습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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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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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미미디어 / 어리고 아리고 여려서 / 스미노 요루 지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다소 섬뜩한 소설로 처음 알게 된 작가 '스미노 요루'.

평소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풋풋한 학생 시절을 다룬 소설이 꽤 인상적일 텐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때의 기억들은 책을 덮으며 잔상으로 남아 소설 속 주인공들과는 또 다른 나의 옛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민폐의 대상이 되는 것도 타인에게 주목받는 것도 싫은 '다바타 가에데'는 타인에게 다가가지 않고 자신만의 테두리를 만들며 대학생활을 하려 한다. 그런 성격답게 대학 생활도 특별할 것 없이 느껴지던 어느 날, 강의 시간의 무료한 적막을 깨고 이상적인 평화론 등을 주장하는 뜬금없는 여학생의 출현에 강의실은 들썩거리게 된다.

좋게 생각하면 순수함이지만 왠지 현실에서 동떨어진 주장을 펼치는 아키요시의 등장은 가에데를 비롯해 타인에 눈에도 비치는 감정은 같은 것이었으니 그런 아키요시 곁에 아무도 다가가려 하지 않는 게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상황에서 그 누구에게도 튀고 싶지 않고 조용히 학교생활을 하고 싶었던 가에데에게 요주의 인물 아키요시가 다가온다.

자신에게 다가오며 아는 척을 하는 아키요시가 귀찮게 느껴지면서도 그런 그녀를 매몰차게 밀어내지도 못하는 가에데는 그렇게 그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학교생활을 하게 되고 처음 아키요시를 보며 이상하게 느꼈던 생각이 조금씩 변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일상 속에 세계 평화를 지향하자며 아키요시는 동아리를 만들자는 제안을 하고 그렇게 둘이서 '모아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하게 된다.

적극적인 동아리 활동 대신 적당한 거리를 두며 대학생활을 이어나가던 가에데는 졸업반이 되었고 취업활동으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다행히 면접을 본 회사로부터 합격 소식을 듣고 안도한 가에데는 그제서야 처음 아키요시와 의미를 부여하며 결성했던 모아이가 인맥용 동아리로 변질되버린 사실을 포착하게 되고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지금은 곁에 없는 아키요시의 순수함으로 시작된 동아리의 뜻을 되찾고자 현재의 동아리를 깨부술 작전을 세우게 되는데.... 이미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져버린 모아이를 처음으로 되돌릴 수 있을까?

가에데가 모아이의 순수함을 되찾고자 변질돼버린 모아이에 맞서는 모습은 교복을 벗고 사회로 나와 현실에 타협하며 어느새 찌들어버린 우리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함이 들게 한다. 다들 이렇게 사니까 어쩔 수 없다고 애써 외면하며 발길을 돌렸던 시간 속에서 어느덧 순수함과 유쾌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니었는지 다시금 자문해보며 가에데를 통해 나의 뒷모습도 함께 되돌아보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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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였을 때
민카 켄트 지음, 공보경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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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미디어 / 내가 너였을 때 / 민카 켄트 장편소설

이미 <훔쳐보는 여자>를 통해 민카 켄트만의 심리 스릴러를 엿봤던 터라 이번 작품 또한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두 번째 만나본 <내가 너였을 때>를 통해 민카 켄트만의 확실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었다.

부모님 대신 어린 시절부터 부유한 조부모에게 길러진 브리엔, 조부모가 돌아가신 후 브리엔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았고 비록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그 자리를 조부모가 대신하며 부러울 것 없이 성장해 어엿한 성인이 된 브리엔은 지금 생활에 만족하며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던 길에 강도로부터 불시의 습격을 받은 브리엔은 기억 장애는 물론 엄청난 불안증을 얻게 되어 집 밖으론 한발작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친구들과도 연락을 끊은 채 그저 집 밖의 이웃들을 관찰하는 일로 하루하루를 보내는 브리엔에게 유일한 낙이라면 세입자인 나이얼을 보는 것이었으나 이혼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나이얼과의 관계는 그저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을 뿐이다.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지며 세상과 점점 고립되어가던 브리엔에게 어느 날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임대주택 서류와 열쇠가 배달되고 사고로 인해 자신의 명의가 도용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서류의 주소를 찾아갔던 브리엔의 눈에 비친 건 자신과 닮은 외모의 여자였으니 브리엔은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다. 심지어 자신의 취향 등 세세한 부분까지 저 사람이 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닮은 구석이 많은 그녀를 보며 브리엔은 혼란에 빠지게 되는데....

전편에서도 느꼈지만 민카 켄트의 소설은 '이 여자 제정신인 거야?, 망상에 젖어 있는 건 아닌가?'란 느낌을 강하게 받는데 나와 닮은 또 다른 누군가의 등장으로 정신의 혼미함을 느끼며 가장 무력하고 힘겨운 시기에 상대방에게 당하지 않기 위해 반격을 준비하는 브리엔의 모습에서 대강 어느 정도의 이야기가 전개되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는데 그럼에도 세세한 심리묘사가 돋보여 중간에 덮을 수 없게 되는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졌던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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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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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토리나인 /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이미에 장편소설


제목을 보고 지역의 상징적인 이미지로 자리 잡았지만 점점 사양길로 접어든 백화점의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던 <백화의 마법>이 떠올랐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 그런 이미지가 있어서 그랬는지 일본 소설이라고 생각했는데 한국 작가님이 쓰신 책이라 의외의 발견을 한 기분이었다.

잠들어야만 입장 가능한 신비롭고 몽환적인 마을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있다.

재미있게도 이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꿈을 고를 수 있고 만족도에 따라 가격을 지불하는 시스템이라 부담도 크지 않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는 나로서는 굳이 돈을 지불해가면서까지 꿈을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의문이 들었는데 소설을 읽다 보면 사람들이 안고 살 불안감이나 현실에선 실현되지 못할 것들을 꿈을 통해 만족하려는 사람들의 심리를 통해 꿈이지만 돈을 주고 꿔볼 만하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신입 직원으로 채용된 페니가 등장한다.

일을 시작하며 페니는 다양한 사람들의 소망이 담긴 꿈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데 꿈에 대한 주문이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들이라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데 바로 이런 요소들이 텀블벅 펀딩에서 높은 달성률은 물론 독자들의 요청으로 출간까지 이어졌던 게 아니었나 싶다.

꿈 백화점답게 이곳에서도 다양한 꿈을 마주하게 되는데 한정판이나 고가의 꿈, 원하는 꿈을 주문 제작하는 방식은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실제로 이런 꿈들을 돈을 주고 사면 어떨까란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 소설에 등장하는 이야기만큼이나 생각하지 못했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보통 꿈이라고 하면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일들이나 잠재의식 속에 강하게 남아 꿈으로 나타난다는 심리학적 관점과 예사롭지 않게 다가오는 예지몽 등 사실 썩 기분 좋은 이미지는 아니지만 고단했던 하루를 마감하며 나를 위한 셀프 선물로 멋진 꿈을 주문하고 잠자리에 드는 과정도 가슴 설레고 행복한 일일 것 같아 잠들기 전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떠올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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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미스티 아일랜드 Misty Island
정명섭 지음 / 들녘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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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녘 / 무덤 속의 죽음 : 을지문덕 탐정록 / 정명섭 장편소설

청소년 소설, 좀비 소설, SF 소설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정명섭 작가님의 소설 중 단연 으뜸은 역사 소설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좋아하는 장르다 보니 역사와 관련된 소설은 찾아서 보는 편인데 어느 순간 '정명섭'이란 이름만 보고도 아무런 저항감 없이 믿고 보게 됐던 것 같다. 다채로운 장르만큼이나 다양한 시대 속에서 탄생한 이야기는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탄생해 먹먹함과 답답함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댄 브라운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흥미진진함에 주인공이 펼칠 다음 이야기가 기대돼 밤잠 설치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그동안 만나봤던 소설은 답답했던 역사적 이야기를 담아냈기 때문에 소설을 읽으며 한숨을 쉴 때가 많았는데 을지문덕 탐정록의 두 번째 이야기의 <무덤 속의 죽음>은 그대로 몰입할 수 있어 기존 소설보다는 읽기가 한결 수월했던 것 같다.

수나라 와의 살수대첩으로 유명한 을지문덕 장군에 대한 이미지는 소설에서 꽤나 다른 모습으로 비친다. 보통 초인적인 힘을 발휘할 정도로 강한 인상의 장군의 이미지와는 약간 거리가 있는데 읽다 보니 나름 매력이 느껴지는 캐릭터라 의외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무덤 속의 죽음>은 전작인 <온달장군 살인사건>과 이어지는 내용으로 온달장군이 죽은 후 무덤 안에 신수를 그려 넣던 화공 거타지가 물감에 섞인 독으로 인해 죽은 채 발견되고 거타지 밑에서 그림을 배우던 담징이 범인으로 지목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범인으로 지목된 담징은 누군가의 음모에 자신이 휘말렸다는 사실에 억울해하지만 평소 스승님의 물감 준비를 하던 게 자신이었고 증거만 놓고 보면 어떤 반박도 받아들여질 수 없는 절망스러운 상황에서 사건을 담당한 연자유에게 을지문덕 장군을 불러 도와줄 것을 부탁하지만 전작에서 태왕 폐하를 암살하려던 신라의 음모를 밝혀냄으로써 중군 주활에 임명된 을지문덕과 라이벌 관계였던 연자유는 이를 무시해버린다. 하지만 연자유 밑에 있던 찬노로부터 이 사실을 전해 듣게 된 을지문덕은 담징이 거타지를 죽였을 리 없다고 생각하여 담징의 누명을 풀어주기 위해 연자유를 찾아 사건을 해결할 닷새의 시간을 벌게 된다.

닷새의 시간을 벌었지만 그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담징을 처형하겠노라 으름장을 놓은 연자유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는 을지문덕은 과연 담징의 누명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범인의 독백 때문에 왜?라는 궁금증을 놓을 수 없었는데 그게 아니더라도 흥미진진해서 중간에 놓을 수 없는 이야기에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증을 자꾸 불러일으키니 한번 잡으면 중간에 절대 놓을 수 없는 마력은 이번 소설에서도 그대로 전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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