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들었다는 너에게 - 나는 돌아보는 태도의 힘을 믿는다
신소영 지음, 봉지 그림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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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 못 할 인간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개념 없는 짓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 도덕적으로 보일 나의 이런 생각에 제동이 걸리는 일들이 꽤 많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저 사람은 왜 저렇게 눈치가 없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이기적이며 저 사람은 왜 저렇게 자기만 잘났다고 나댈까?

그런 이유로 저 사람과는 어울리면 안 되고 저런 사람에겐 배울 게 없으니 상종하지 말아야겠다란 지극히 편협적인 생각으로 지금껏 사람을 대했던 것은 아니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내가 힘들었다는 너에게>는 내가 힘들어서 떠났던 사람들, 반대로 전혀 눈치채지 못한 순간 나를 떠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힘들어서 누군가에게 멀어졌다는 이야기는 나보다는 그 사람 잘못이었던 것처럼 생각하면서 반대로 나로 인해 힘들었다는 이야기는 도무지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다. 도대체 나의 어떤 점들이 힘들었던 걸까? 당장 이해되지 않는 그 말은 딴엔 챙겨준다고 챙겨줬는데 그게 힘들었다는 이야기로 들려 오히려 화가 나기도 한다.

비록 마음으로 받아들이는데 적잖은 충격이 전해지긴 하지만 그동안 내가 범했던 일들과 앞으로 내가 누군가를 대할 때 전처럼 너무 잘해주거나 조바심 내지 않고 편안한 인간관계의 선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어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잘 지내고 싶어 너무 잘하려고 애썼던 것들이 도리어 탈이 나는 경우도 많았음을 비춰볼 때 인간관계는 어느 정도의 적당한 선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은 비단 나의 이야기만은 아님을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각자의 경험과 각자의 성격에 따라 대인관계에서 허용되는 범위도 제각각 다르겠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보다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속상한 마음에 당장 친구를 붙잡고 하소연을 하면 당장 그때의 기분이 좀 편해질지 몰라도 당사자와의 감정엔 아무 변화도 없으므로 문제 해결은 전혀 안된다는 점이 있는데 어쨌든 누구의 이야기가 정답이란 건 없는 것 같다.

타인과 사회로부터 받게 되는 상처에서 유연해지려면 타인의 조언과 수많은 에세이가 도움이 될 순 있겠지만 그것이 나에게도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의 경험을 비춰 내 것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정답이 될 순 없지만 새로운 깨달음을 주는 글귀가 큰 도움이 될 때도 많아 한없이 꺼지는 마음 때문에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기력조차 없을 때 읽으면 큰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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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백범일지 현대어판 (패브릭 양장 에디션) - 보물 제1245호 지정, 1947년 오리지널 초판본 패브릭 표지디자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김구 지음, 양윤모 옮김 / 더스토리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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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토리 / 백범일지 / 김구 저

한참 오래전 <백범일지>가 방송 채널에 소개되며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아이와 함께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 백범 김구기념관, 4.3평화기념관, 강화 고택, 인천개항장 길을 둘러보며 <백범일지>를 다시 한번 아이와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었다.

최근 역사에 대한 인식 변화로 역사 인물들을 다루는 프로그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급박한 상황을 말해주는 김구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내용에 늘 가슴이 뜨겁게 달아오름을 느낀다. 자신의 뜻을 미처 다 펼치지도 못하고 밝혀지지도 않은 배후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억울함은 얼마나 깊을지 생각할수록 마음이 아프기만 하다.

김구 선생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참 가슴이 뜨거운 사람이라고 느껴지는데 어려운 가정 형편에도 배움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던 모습과 동학 농민 운 참여, 불교와 천주교에 뜻을 두기까지 참 다양하고 주체적인 삶을 엿볼 수 있다. 이후 학교를 설립하여 배움이 모자란 아이들을 가르치는가 하면 독립을 위해 임시정부를 추진한 것등 나라를 위한 열정을 따라가다 보면 글로 쫓는데도 숨이 가빠 옴을 느끼게 된다.

<백범일지>는 김구 선생의 출생과 유년 시절부터 국무 위원까지의 이야기를 담은 상권과 상해 도착을 시작으로 한 하권을 한 권에 담고 있다. 특히 인천은 김구 선생이 일제가 명성황후를 시해한 사건을 복수하기 위해 치하포에서 일본 육군 중위를 처단한 죄로 투옥한 인천감리서가 있어 그 의미가 남다른데 투옥 생활 중 인천항 1부두인 축항공사에 대한 힘겨운 내용도 담겨 있어 더 생생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이후 나라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걸고 피해 다녔던 임시정부 시절에 응답하듯 광복을 맞이하지만 입국을 거부당해 그렇게 열망했던 조국의 땅을 밟기까지의 우여곡절은 문장으로 읽으면서도 답답함과 분함이 느껴지는데 그런 사사로운 감정에 굴하지 않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음에 역시 큰일을 위해서 나의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 대범함은 가슴 뭉클하게 다가왔다.

그 예전 문화 강국을 강조했던 김구 선생님, 처음 그 말을 접했을 땐 온전히 다 이해할 수 없었더랬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며 한해 두해 되새겨보는 문화강국의 의미가 조금씩 더해지면서 멀리 보는 선생님의 식견에 저절로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수많은 역사의 만약 앞에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았더라면 이후의 대한민국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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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작은 아씨들 (1896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디럭스 티파니 민트 에디션) - 합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루이자 메이 올콧 지음, 박지선 외 옮김 / 더스토리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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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스토리 / 작은 아씨들 티파니 민트 에디션 / 루이자 메이 올콧

각자의 뚜렷한 개성을 지닌 네 자매와 이웃집 소년의 성장 이야기를 담은 <작은 아씨들>이 티파니 민트 에디션으로 태어났다.

이미 출판사마다 이보다 더할 수 없는 다양한 표지들이 대거 포진해있어 <작은 아씨들>의 인기를 표지만으로도 가늠할 수 있는데 평소 명작에 대한 소장 욕구가 크지 않은 나조차도 티파니 민트 에디션의 위엄 앞에선 정신줄을 잃을 정도였으니 평생 소장하고 아이와 함께 즐기고 싶은 <작은 아씨들> 버전이 아닐까 싶다.

원래 1,2부로 나누어져 있던 것이 티파니 민트 에디션에서는 합본 양장본으로 탄생했고 그로 인해 독자는 한 권만으로도 책장 한켠을 자랑스럽게 차지할 책을 보며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소설은 물론 계속 리메이크 되는 영화를 통해서도 사그라들지 않는 <작은 아씨들>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데 자매들에게 가장 의지가 되는 맏이 메그와 강한 성격의 조, 조와 비교되며 넓은 마음을 보이는 베스, 아름다운 외모를 자랑하는 막내 에이미가 전하는 네 자매들의 이야기는 각자의 개성만큼이나 통통 튀면서도 정겹고 그런 와중에 터지는 사건들로 좌충우돌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형제, 자매가 있는 집이라면 낯설지 않게 다가올 자매들의 이야기는 외동으로 자란 나에겐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티격태격하는 이들의 이야기만큼이나 때론 혼자인 게 편하겠다 싶으면서도 반면에 부러운 마음 사이를 오가다 역시 마지막엔 부러운 마음 쪽으로 기우는 것을 보면서 혼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자매애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빛나는 표지만큼이나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담고 있어 예스러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보는 즐거움으로 다가오는데 자매애보다는 아이를 둔 부모의 입장이 되어서 그런지 네 자매를 대하는 부모님의 인자한 모습에 공감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을 거쳐 부모의 입장이 되며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던 <작은 아씨들>, 두고두고 읽는 묘미란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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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4분 33초 - 제6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이서수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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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 당신의 4분 33초 / 이서수 장편소설

무슨 뜻일까 골똘히 생각하게 되는 제목도 궁금증을 불러왔지만 제6회 황산벌 청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 또한 도대체 어떤 소설이길래?라는 물음을 던지기에 충분했던 <당신의 4분 33초>

집을 나간 아버지를 대신해 억척스럽게 홀로 김밥 집을 운영하며 아들 이기동을 키우는 어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게 아들이 의사가 될 거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런 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이렇다 할 정도로 공부에 두각을 보이지 않는 이기동은 수능 후 아르바이트를 알아보는 것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부딪치게 된다.

뭔가 되고 싶은 것도 되려는 마음도 보이지 않는 이기동에게 현실의 벽은 높고 멀게만 보인다. 그 속에서 어느 날 발견한 아버지의 노트를 빌어 작가로의 첫발을 내디뎌보지만 운 좋은 출발은 드라마에서나 등장할 뿐 여전히 이기동은 현실의 벽 앞에 작기만 하다.

어쩌면 현실의 벽이 너무 높은 까닭이며 이기동이 이상에만 머무르지 않는 현실주의 자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왠지 그런 기동이 무기력하고 한심하게도 비친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기동의 행동에 혀를 차게 되는 까닭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소설 속 그보다 잘나서가 아닌, 바라는 것은 많은 현실 속에서 막상 내가 겪을 청춘은 시궁창 같게 만 느껴졌던 동질감에서 오는 분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됐든 이기동을 비롯해 소설 속 등장하는 인물들도 현실이란 큰 벽에 부딪쳐 조금씩 깎여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어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독자들은 한없는 암울함에 갇혀버리게 만든다. 현실의 우울함 속에 다가오는 유쾌한 느낌마저도 블랙코미디로 느껴져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게 느껴지는 감정이 그대로 나에게 전이되어 그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나 자신의 삶을 되짚어 보게도 된다.

그토록 궁금증을 자아냈던 4분 33초라는 의미는 존케이지가 아무런 연주도 하지 않은 채 흘려보냈던 침묵의 4분 33초를 가리키는 것으로 평소 예술과는 거리가 멀기에 전혀 알지 못했던 그의 그런 돌발 행동도 놀랍지만 청중을 두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을 그의 묵직한 울림도 그래서 꽤나 강렬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글을 보는 순간 한대 얻어맞은 느낌을 받을 정도였으니까.

되지 않으면 노오오오력이라도 하라는 기성세대의 혀차는 소리처럼 어쩌면 그것이 정답인 양 알고 있던 우리들에게 이 소설은 또 하나의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오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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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클래스메이트 1학기 + 2학기 - 전2권
모리 에토 지음, 권일영 옮김 / 스토리텔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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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러 / 클래스 메이트 1학기, 2학기 / 모리 에토 성장소설

풋풋한 사춘기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모리 에토의 성장소설 <클래스 메이트 1학기, 2학기>

세상의 온갖 시름을 떠안은 것 같은 괴로움과 왠지 모든 것이 갑자기 부조리하다는 생각에 스스로 어른이라도 된 양 대견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반면 지금까지 없었던 이성에 대한 설렘을 느끼게 되는 시절, 비로소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는듯한 느낌과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까르르 거리는 가 하면 갑자기 방어적이거나 기분이 다운되는 미묘한 감정의 교차에 서있었던 시기가 나의 사춘기 그것이었다.

너무 오래되어 기억 속에서 끄집어 내는 일이 좀처럼 없지만 이런 성장소설을 읽을 때마다 잊고 지냈던 아련한 기분을 느낄 수 있어 기분이 참 묘하다. 조금은 어른이 된 기분에 애써 첫발을 내디뎌보지만 그럼에도 아직 세상 물정을 몰라 어리숙하고 순수했던 기억들, 친구들과의 미묘했던 감정의 실타래 속에서 이성에 눈을 뜨며 속을 앓았던 시간들은 아마 그 시기였기에 더욱 빛나고 아련하며 풋풋함으로 남게 되는 게 아닐까.

 

 

 

클래스 메이트 1학기, 2학기는 도쿄의 기타미제2중학교 1학년 A 반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보통 많아야 두세 명의 주인공이 등장해 이야기를 끌어가는 방식이 아닌 반 아이들이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어 더 흥미롭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시기에 맞는 아이들의 고민을 담고 있어 더 공감할 수 있었는데 두 개의 초등학교가 합해지며 어색하고 서먹한 아이들 사이에서 친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나 유쾌하고 재밌는 캐릭터로 아이들에게 만담을 뽐내거나 공부도 잘하며 잘생기고 매너도 좋아 여자아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반장이 등장하기도 한다.

예쁜 외모지만 혼혈이란 점을 핸디캡으로 여기는 여자 이이가 그런 점을 아무렇지 않게 대해 단짝이 된 이야기와 좋아하는 남자아이에게 고백했다가 차인 이야기, 도토리 뚜껑 같은 반곱슬 머리에 변신을 주고자 했지만 실패한 남학생의 이야기 등 모두 공감 그 자체여서 한 명 한 명의 고민과 즐거움, 슬픔을 모두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개성과 성격, 외모 그 무엇 하나 같지 않을 각각의 캐릭터에 담긴 작가의 관찰력에 놀라움을 느끼며 외모나 성적, 성격 등에 고민이 많지만 그런 자신을 인정하고 조금씩 나아가는 아이들의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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